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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6월 ‘2013 월드벨리댄스컨벤션’ 주최하는 金大恩

“벨리댄스 세계연맹 본부 한국에 세워 지구를 흔들겠다”

글 : 서철인  월간조선 기자  iron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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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랍문화권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벨리댄스, 남녀노소 즐기는 스포츠로 각광받아
⊙ 151cm의 ‘춤추는 거인’, 세계 30개국 1만5000명 참여하는 세계 최대 벨리댄스 대회 개최

金大恩
⊙ 36세. 서경대 행정학과 졸업. 연세대 스포츠레저학과 박사 과정(스포츠 심리학 전공).
⊙ 現 대원대학·경민대학 생활체육과 외래교수, 한국문화예술교육총연합회 이사.
⊙ 미국 아라베스크 벨리댄스 컨피티션 그룹 1위(2007), 독일 국제벨리댄스 컨피티션 그룹 1위(2008),
    대한민국 무용경연대회 대상 등 다수 수상.
  낯선 향기의 중동 여인이 빠른 템포의 타악기와 관악기 리듬에 맞춰 골반을 흔들어댄다. 금방이라도 흘러내릴 듯 아슬아슬한 의상 속 몸매가 발레나 현대무용을 하는 여인들과는 달리 풍만한 느낌이다. 여성들에게 폐쇄적인 중동 지역에서 접하는 벨리댄스(belly dance)는 사막의 오아시스만큼이나 매력적이고 아름답다.
 
  벨리댄스는 고대 이집트에서 유래했으며, 다산(多産)을 기원하는 의식으로 아랍문화권에서 발전한 전통춤이다. 복부의 움직임과 여성미를 강조하는 것이 이 춤의 특징. 종주국인 이집트는 물론 터키, UAE(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지역에서는 지금도 벨리댄스가 결혼 축하공연으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이 지역에서는 벨리댄스를 ‘라크스 샤르키(Raqs Sharqi·동방의 춤)’ 혹은 ‘오리엔탈 댄스’라 부른다. 영어식 표현인 ‘벨리댄스’는 이 춤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미국이 명명한 것이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클럽문화를 중심으로 대중화된 이 춤은 유럽과 아시아 지역으로 퍼지면서 예술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이사도라 던컨, 최승희 등 세계적인 무용가들은 벨리댄스를 접목해 자신만의 독특한 춤 예술을 완성했다. 샤키라, 브리트니 스피어스, 비욘세 등의 팝스타들은 벨리댄스를 응용한 섹시댄스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엘리트 벨리댄서 10만명
 
  5000년 역사를 지닌 벨리댄스가 국내에 유입된 것은 불과 20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문가급 벨리댄스 인구가 10만명에 이를 만큼 성장은 폭발적이다. 김대은(金大恩) 사단법인 한국가디스벨리댄스협회 회장은 “벨리댄스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즐길 수 있는 예술 스포츠”라며 “취미로 즐기는 분들까지 합하면 국내 벨리댄스 인구가 100만명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국내 벨리댄스 인구가 이렇듯 급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녀의 설명이다.
 
  “벨리댄스는 가슴과 복부, 엉덩이와 골반 등을 쉼 없이 흔드는 춤입니다. 이 때문에 복부 근력이 강화되고 허리 라인이 선명해지는 등 볼륨감 있는 몸만들기에 효과적인 운동이죠. 몸을 흔들다 보면 장(臟)운동이 저절로 돼 변비 예방이 되고,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피부 톤이 밝아집니다. 뿐만 아니라 전신 근육이 골고루 발달해 골다공증 예방에도 효과가 탁월하지요. 이 때문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즐기는 춤이자 스포츠가 되었습니다.”
 
  한국 프로 벨리댄서들의 실력은 국제 경연대회에서 이미 여러 차례 우승을 거머쥐었을 만큼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세계 벨리댄스 관계자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가디스벨리댄스협회는 이를 기회 삼아 2011년부터 ‘월드벨리댄스컨벤션’을 개최해 오고 있다. ‘2013 월드벨리댄스컨벤션’은 오는 6월 5~9일까지 KBS 88체육관(1, 2관)에서 열린다. 이 행사에는 세계 30개국에서 초청된 벨리댄스 최고 지도자 30명과 프로벨리댄서 200명, 국내외 프로벨리댄서 2000명 등 총 3000여 명이 참가한다. 무대미술 총감독을 맡은 채민정(蔡玟廷)씨는 “경연대회, 세미나, 워크숍, 갈라쇼 등 벨리댄스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종합 축제 형식으로 열리며, 관람객은 1만2000여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큰 규모의 국제행사를 유치하고 총지휘하는 이가 바로 김대은씨다. 벨리댄스 업계에서 ‘작은 거인(키 151cm)’으로 통하는 그녀를 협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낮엔 교직원, 밤엔 댄스 강사로 활동
 
김대은씨가 단장을 맡고 있는 가디스벨리 공연단이 화려한 벨리댄스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김대은씨는 국내 벨리댄스 1세대다. 그녀는 대학(서경대 행정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던 1999년 우연히 접속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벨리댄스 동영상을 보고 이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춤추는 걸 좋아했던 저는 벨리댄스 동영상을 보자마자 감전되듯 깊이 매료됐어요. 당장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하지만 그 당시 한국에는 벨리댄스가 보급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러시아에서 온 벨리댄스 공연단이 활동하고 있었고, 단장이 한국 사람이어서 배울 수 있었죠.”
 
  당시 러시아 공연단 단장은 호주에서 벨리댄스를 익힌 안유진씨였다. 고려대 교직원으로 근무하며 야간대학에 다니던 김씨는 바쁜 시간을 쪼개 안씨로부터 벨리댄스를 익혔다. 얼마 후에는 자신이 배운 것을 전수해 주기 위해 ‘벨리댄스코리아’라는 공연단을 결성했다. 이후 낮에는 교직원으로 밤에는 벨리댄스 강사로 사느라 하루에 3시간 이상 잠든 적이 없다. 새벽에 영어회화학원까지 다닐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그 무렵 그녀는 일터인 고려대 경영대에서 ‘춤추는 비서’로 유명했다고 한다.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벨리댄스 공연단 단장으로 활동하던 김씨는 2003년 큰 결심을 하고 터키로 떠났다. 당시 세계 벨리댄스는 터키 스타일이 주도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50년 경력의 터키 최고의 벨리댄스 지도자 레슬린 토카프에게 3개월 동안 사사했다.
 
  “레슬린 토카프 선생님은 전 세계 벨리댄서들에게 전설과 같은 분입니다. 벨리댄스 분야의 그랜드마스터인 그분에게 시간당 우리 돈으로 17만원씩을 내고 하루 2시간씩 1개월 동안 배웠어요. 강습료가 너무 비싸서 복습할 때는 그분 제자들에게 시간당 10만원씩을 내고 지도받았죠.”
 
  터키 이스탄불에 머무는 한 달 동안 김씨는 이전과 전혀 다른 벨리댄스의 세계를 경험했다. 아울러 벨리댄스의 깊이를 제대로 알려면 세계 최고의 지도자에게 배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세계 유명 벨리댄서들에게 사사
 
‘2013 월드벨리컨벤션’에 벨리댄스 그랜드마스터로 참가하는 이집트의 모하메드 엘 세이예드와 미국의 버지니아.
  그녀는 귀국하자마자 취업해 1년 동안 열심히 일한 후 이번에는 유럽의 벨리댄스 강국인 독일로 날아갔다. 그리고 부부 벨리댄서로 유명한 비아타와 호라치오 커플로부터 유럽 스타일의 벨리댄스를 사사했다. 김씨는 이 부부의 수많은 문하생 중 유일한 동양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벨리댄스를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기는데 세계 추세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집트나 터키는 물론 미국과 유럽 지역에서는 남성 벨리댄서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죠. 현재 활동 중인 그랜드마스터급 벨리댄서 10명 중 5명이 남성입니다. 그중 한 분이 호라치오 선생님이죠.
 
  아무튼 이 부부 선생님께 한 달 동안 강습을 받은 후 제가 약속한 것이 있어요. ‘지금은 혼자지만 몇 년 후에는 제자들과 함께 이곳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경연대회에 참가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약속을 4년 후 이행했어요.”
 
  김씨는 2008년 제자 9명을 데리고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벨리댄스 경연대회 단체 부문에 참가했다. 독일을 포함한 유럽 15개국 외에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한국팀이 참가한 대회였다. 그녀가 단장을 맡은 한국팀은 이 대회에서 10점 만점에 9.9점을 받아 우승했다. 2위와 점수 차가 상당한 압도적인 1위였다. 시상식 직후 만난 비아타와 호라치오 부부는 그녀를 단박에 알아보고 “우리는 네가 자랑스럽다”며 울먹였다고 한다.
 
  “솔직히 심사 결과 발표 때는 저희가 우승한 것도 몰랐어요. 모든 진행을 독일어로 해서 알아들을 수가 없었죠.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 우리 팀에게 누군가가 우승 사실을 영어로 설명해 줘 그때야 상황을 파악하고 기뻐서 껑충껑충 뛰었습니다. 단원들 모두 엉엉 울었어요.”
 
  김씨가 이끈 한국팀은 독일 대회 1년 전에 열린 미국 샌디에이고 대회에서도 우승했다. 이 대회에는 세계 10개국이 참가했고, 한국은 독일 대회 때와는 달리 5명이 팀을 이뤄 출전했다. 김씨는 “이 대회 우승을 계기로 한국 벨리댄스 팀이 세계 유명 콘퍼런스나 컨벤션에 초청받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미국과 유럽은 물론 종주국인 이집트와 우리보다 10년쯤 먼저 도입한 일본에서도 벨리댄스를 공부했다. 덕분에 전 세계 벨리 강국들의 스타일을 모두 몸에 익혔다.
 
 
  세계 벨리댄스 하나로 통합
 
김대은씨가 이끈 가디스벨리 공연단은 세계 주요 벨리댄스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다. 사진은 2008년 독일 국제벨리댄스대회에서 우승한 후 촬영한 것이다.
  스타일에 따라 다르지만 벨리댄스 의상은 대체로 노출이 심하다. 이 때문에 국내 도입 초기만 해도 예술이나 스포츠로 보지 않고 ‘야한 춤’으로 여기는 이가 많았다. 수많은 대중 앞에서 반라의 춤을 추는 딸을 그녀의 부모는 어떻게 생각했을까.
 
  “어머니는 반대하셨지만 아버지는 이해하고 적극 격려해 주셨어요. 건설회사 직원으로 중동 지역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신 아버지는 벨리댄스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없었습니다. 아랍문화권에서 벨리댄스는 신성한 춤이고, 출산을 돕는 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죠.”
 
  한국의 벨리댄스는 2000년대 후반 웰빙 바람이 불면서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젠 백화점이나 구청은 물론 공공기관의 문화센터에 어김없이 벨리댄스 강좌가 개설돼 있을 정도로 대중에게 인기가 높다. 김대은씨와 제자들이 TV 아침 방송이나 건강 프로그램에 출연해 열심히 몸을 흔들며 홍보한 덕분이다.
 
  한국은 이제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벨리댄스 강국이 됐다. 그녀는 국내에서 탄력 받기 시작한 벨리댄스 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은 물론 세계 트렌드를 리드하고 싶은 마음에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벨리댄스 세계연맹 본부를 한국에 설립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녀는 “벨리댄스도 ‘한류’ 상품으로 만들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세계 벨리댄스의 물길은 터키와 미국, 유럽을 거쳐 이제 아시아로 향하고 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현재 일본과 한국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거대 중국이 무섭게 따라오고 있는 상황이죠. 중국은 도입한 지 7년밖에 안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거대 자본을 끌어들여 벨리댄스월드컵을 만들겠다는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세계 벨리댄스를 하나로 묶고 통일시켜 주는 단체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씨는 이 단체를 설립하기 전 우선 사분오열돼 있는 국내 벨리댄스 단체부터 정리했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사단법인과 임의단체 40여 개를 하나로 결속시켜 주는 대한벨리댄스총연합회를 지난해 6월 발족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벨리댄스연맹 설립을 위한 준비 작업도 착수했다. 2011년부터 주최해 온 ‘월드벨리댄스컨벤션’을 올해부터 세계 최대 규모로 확대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컨벤션에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벨리댄스 그랜드마스터들이 대거 참가합니다. 그들에게 한국의 벨리댄스와 K-POP, 비보이, 사물놀이 등의 열광적인 공연문화와 스케일을 보여주고 ‘벨리댄스 세계연맹(IODC·International Oriental Dance Confederation) 본부’ 국내 설립의 동의를 구할 생각입니다. 이번 행사를 아랍문화권을 넘어 전 세계인의 취미예술이자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벨리댄스를 하나로 통합할 ‘벨리댄스 세계연맹’의 시작점이 되도록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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