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법치 붕괴’와 ‘독재’ 초래한 각국의 ‘사법개혁’ : 월간조선

더불어민주당이 사법부(司法府)를 향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섰다. 사법부의 구성과 운영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를 추진 중이다. 문제는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밀어붙이려는 제도들이 위헌(違憲) 논란이 있을 뿐 아니라, 정치적 의도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사법 개혁’인가, ‘사법 장악’인가?

6월 4일, 대통령 취임 선서식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이 조희대 대법원장과 인사하고 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정치가 사법에 종속됐다”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소위 ‘사법개혁’을 추진했다. 사진=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10월 20일 ‘사법개혁 6대 의제’를 담은 ‘사법개혁안’을 발표하고 정기국회 내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여섯 가지 과제는 대법관 증원,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다양화, 법관 평가제 도입, 하급심 판결문 공개 확대,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재판소원(訴願) 제도 신설이다. 민주당은 대법관을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려 상고심 지연을 해소하고, 국민 참여형 추천위원회를 통해 사법 구조를 개편하겠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 기본권 강화’를 명분으로 법관 평가제와 판결문 공개 확대를 추진하고, 압수수색 영장 사전심문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법원의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에 포함해 위헌적 재판에 대한 구제 절차를 마련하자는 주장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밖에 법원행정처 축소·폐지와 ‘법 왜곡 죄’ 신설도 추진하고 있다. 법원행정처는 대법원장의 지휘 아래 법관 인사·예산·조직·정책을 총괄하며 사법부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하는 핵심 기관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원행정처를 ‘대법원장 권한 집중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연말까지 폐지 또는 축소 후 국회 추천 인사가 주도하는 ‘사법행정위원회’에 인사권과 행정권을 이관하는 식의 법률 개정을 추진하려고 한다. 대법원장 중심의 행정 체계를 통해 전국 법원의 인사·예산·정책을 일관되게 조정해 온 법원행정처의 기능이 국회 추천 인사들이 주도하는 위원회로 이전될 경우, 사법행정이 정치적 이해관계에 종속될 위험이 증가한다. 법관이 정치적 판단의 압박을 받는 구조가 굳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인민재판’ 초래할 ‘법 왜곡 죄’

법관이나 검사가 법령을 고의로 잘못 적용해 부당한 판단을 내릴 경우 처벌하는 ‘법 왜곡 죄’ 신설의 경우에도 그 위험성을 배제하기 쉽지 않다. 법 적용의 해석과 판단은 헌법 제103조가 보장하는 ‘법관의 양심에 따른 독립된 재판’의 본질적 영역이다. 여기에 형사책임을 부과하면 재판의 독립성과 사법권의 본질적 기능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위험이 크다. 법관이 정치권력이나 여론의 압력에 휘둘린다면, 법치주의 전체가 흔들리게 된다. 이를 고려하면, ‘법 왜곡 죄’는 법의 공정한 적용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정치권력이 자신들에게 불리한 판결을 ‘범죄’로 규정해 사법부를 위축시키는 위헌적 통제 수단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사법개혁’은 국민 기본권 강화와 사법 신뢰 회복이란 명분과 달리 사법부 독립을 약화시키고, 사법부에 대한 정권의 통제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내포돼 있다. 이는 ‘기우(杞憂)’가 아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이미 “민주주의” “투명성”을 내세운 사법개혁이 사법부 무력화와 민주주의 후퇴로 이어진 사례는 적지 않다.

헝가리 독재정권의 '법원 무력화'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집권 이후 판사 임용·전보·승진 등 인사권을 전담하는 ‘국가사법청’을 신설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사법부를 무력화했다. 사진=뉴시스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1998~2002년, 2010~)는 재집권 이후 전통적인 군사독재나 일당독재와는 다른 형태의 권위주의 체제를 구축해 왔다. 2010년 총선에서 여당 ‘청년민주동맹’이 의회 의석의 2/3를 차지하자, 오르반 정권은 이를 바탕으로 헌법과 각종 법률을 대대적으로 개정하며 권력 구조를 재편했다. 표면적인 명분은 ‘사법개혁’이었다. “사법의 효율성과 투명성 강화”, “대법원장 권한 분산” 등이 내세워졌지만, 실제 핵심은 사법부의 인사·행정권을 정치권이 통제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었다.

2011년, 오르반 정권은 사법제도 전반을 재편했다. 그에 따라 판사 임용·전보·승진 등 인사권을 전적으로 담당하는 ‘국가사법청’이 신설됐고, 그 수장은 총리가 임명한 인사가 맡았다. 법관 정년은 70세에서 62세로 단축돼 판사 300여명이 조기 퇴임했다. 그 자리는 여당 성향 인사로 채워졌다. 그 결과 사법부의 독립성과 권력 견제 기능은 급격히 약화됐다. 이후 대법원장 임명 과정과 법관 배치에도 정치적 영향력이 노골적으로 개입했다. 정권에 비판적인 판사들은 주요 재판부에서 배제되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 사법부의 구성은 빠르게 여당 중심으로 재편됐다. 사법부는 더 이상 행정부의 위법 행정을 감시하거나 견제할 수 없게 됐다.

판·검사 대숙청 후 親정권 인사 충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법원 인사행정권을 장악한 이후 튀르키예 사법부는 ‘정권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뉴시스

튀르키예에서도 집권 세력이 인위적으로 사법부 구조를 재편했다.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2003~2014년 내각책임제 하 총리, 2014년부터는 대통령제로 전환돼 대통령 재임)은 2016년 7월에 발생한 군부 일각의 쿠데타를 구실로 삼아 법원과 검찰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을 강행했다. 당시 에르도안 정권은 종교 지도자 펫훌라흐 귈렌을 중심으로 학교·언론·금융기관을 운영해온 사회·종교 네트워크 조직인 '귈렌 운동'을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하고, “이 조직이 수십 년 동안 사법부·검찰·군·경찰 내부에 인맥을 심어왔다”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정권은 판사와 검사 2745명에 대한 일괄 해임·구금을 발표했다. 판사 수 백명이 하루아침에 직무에서 배제됐지만, 이들이 쿠데타와 어떤 방식으로 연계됐는지는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검사들도 무더기로 해임됐다. 판·검사 숙청은 2017년까지 이어졌다. 그 결과 약 4200명에 달하는 판·검사가 해임됐다. 이는 전체 판·검사의 1/3 수준이었다. 대량 숙청으로 생긴 공백은 단기 교육을 거친 친정권 성향 법관들이 채웠다. 사법부 요직은 정권에 우호적인 인사들이 차지했다. 검찰 기능도 약화됐다.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은 정권의 이해와 충돌하지 않도록 제약됐다.

이와 함께 에르도안 정권은 대법원과 고등법원의 구성원 수를 줄이고 임기를 조정하는 법률을 통과시켜 기존 법원 구성원 상당수를 퇴출했다. 또한 판사·검사위원회 구성 방식도 바꿔 위원 과반을 대통령과 집권당이 직접 임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곧 판사 인사·전보·징계 권한이 정권에 집중되는 구조로 이어졌다. 법관 배치와 주요 재판부 구성 등 사법행정 전반을 담당하는 기구의 구성 역시 정부가 주도할 수 있도록 재편됐다. 이후 튀르키예에서는 에르도안 정권을 비판한 정치인·언론인·학자에게 반(反)테러법상 ‘국가 전복 선동’, ‘공공질서 위협’ 등의 혐의가 무분별하게 적용됐다. 명확한 증거 없이 장기 구금이나 중형 선고가 반복되자 국제연합(UN)과 주요 인권단체들은 “튀르키예 사법부가 정권의 도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비선출 권력이 선출 권력 침해!”

부패·사기·배임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돌연 “선출 권력이 비선출 권력에 의해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대법원의 권한을 제한하고, 법관 임명 구조를 여당 중심으로 재편하는 ‘사법개혁’에 나섰다. 사진=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1996년~1999년, 2006년~2021년, 2022년~현재)가 추진한 ‘사법개혁’은 본인의 형사재판을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을 받으며 대법원의 권한을 제한하고, 법관 임명 구조를 여당 중심으로 재편하는 개혁을 밀어붙였다. 법원의 사법심사 권한을 제한하고, 법관 임명 제도를 정부·여당 중심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사법개혁’을 강조하면서 “국민이 선출한 권력의 자유로운 선택이 비(非)선출 권력에 의해 침해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국민의 선택이 도난당하는 걸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비선출 권력인 사법부가 선출 권력을 위협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셈이다. 네타냐후가 내세운 명분은 12개 혐의로 재판 5건을 받던 중 집권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9월 11일)에서 내놓은 주장과 유사하다. 당시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에는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법부의 구조는 사법부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사법국가가 되고 있다”며 “정치가 사법에 종속된 위험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방탄’ 목적의 사법개혁

네타냐후가 기소된 사건은 ‘사건 1000·2000·4000’으로 불린다. ‘사건 1000’은 해외 부호들로부터 시가·보석·고급 술 등 약 20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반복적으로 받고 편의를 제공한 혐의다. ‘사건 2000’은 비판적 언론을 회유하기 위해 경쟁 매체의 유통을 제한하는 법안을 제안한 정경유착 의혹이다. 가장 중대하게 평가되는 ‘사건 4000’은 이스라엘 최대 통신기업 베제크의 대주주에게 수억 달러 규모의 특혜를 부여한 대가로 자신과 부인을 유리하게 보도해달라고 요구한 사건이다.

네타냐후는 2022년 총리직에 복귀한 직후 이른바 ‘사법개혁’을 강행했다. 개혁안에는 ▲대법원 판결을 국회 과반 표결로 무효화하고 ▲대법관 추천위원회를 여당이 장악할 수 있게 구성하며 ▲총리 유죄 선고 시 자동 해임을 막는 조항 등이 포함됐다. 정부의 행정 결정에 대해 대법원이 ‘불합리성’을 근거로 제동을 걸 수 없도록 하는 제한 조치도 마련됐다.

2025년 3월 27일, 이스라엘 의회는 정권이 법관 임명 과정에 더 깊이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사법 임명위원회 개편 법안을 표결에 부쳐 67대 1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차기 의회 구성 시점부터 시행돼, 대법관을 포함한 고등법원 판사 임명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法이 권력의 ‘도구’가 되면?

헝가리·튀르키예·베네수엘라·이스라엘 등 여러 국가의 사례는 하나의 공통점을 보여준다. 정치권력은 “민주주의 강화”와 “사법 신뢰 회복” 등의 구호를 외치며 소위 ‘사법개혁’을 강행했지만, 그 결과는 사법부 무력화였다. 사법부 인사는 정치권력에 의해 재편됐고, 법원 결정은 정권의 이해와 충돌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작동하도록 변질됐다.

이스라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네타냐후 총리는 ‘비선출 권력에 대한 견제’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그 ‘사법개혁’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무마하려는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국민적 비판에 직면했다. 전국에서 시위가 연속적으로 발생했고, 그 결과 국론은 분열됐다.

지금까지 살핀 해외 사례들이 공통으로 경고하는 점은 분명하다. 사법부가 정치권력에 종속되면 법의 지배가 약화되고 권력의 지배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사법부 독립이라는 원칙이 무너지면 법관은 법과 양심이 아니라 권력과 여론을 의식하게 되고, 결국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無錢有罪)’, ‘유권무죄 무권유죄(有權無罪無權有罪)’라는 말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법이 권력의 도구로 전락하는 순간, 특권층을 제외한 그 누구도 온전한 법적 보호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이념 성향이나 지지 정당과 무관하게 모든 시민이 직면햘 수도 있는 중대한 ‘위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