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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트럼프 ‘내란선동’ 77일의 내막

“미국 대통령이 폭도들을 불러냈다!”(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

글 : 조갑제  조갑제TV·조갑제닷컴 대표  mongol@chosun.com

글 : 김영남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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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이 하루 평균 21건의 거짓말을 4년간 쏟아부으니 그 우직한 미국인도 폭도로 변했다!
⊙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니 ‘안티파’니 이런 애들은 매번 시위로 난장판을 만들어놓는데 왜 공화당은 그렇게 하면 안 되냐?”(워싱턴DC에서 만난 백인 택시운전사)
⊙ 트럼프에게 대선 결과 받아들이도록 조언한 전문가들이 빠져나가자 극단적 선동가, 비전문가들이 그 자리 대신
⊙ “우리가 현실을 공유하지 않으면 이 위기로부터 완전히 회복할 수 없다”(피터 메이저 美 공화당 하원의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선동에 따라 그의 지지자들은 지난 1월 6일 의회의사당을 점거했다. 사진=AP/뉴시스
  미국 대통령을 흔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런 힘을 선동에 투입하면 우직한 미국 사람들의 약 30%를 황당무계 혹세무민 기상천외의 음모론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이 이번에 증명되었다.
 
  《워싱턴포스트》의 유명한 팩트 체크 시스템이 도널드 트럼프의 거짓말을 4년간 추적한 기록을 최근 종합, 발표했다. 4년간 3만573건의 거짓말! 1460일 동안 하루 평균 21건의 거짓말을 했다. 여기서 거짓말은 새빨간 거짓말, 왜곡, 극심한 과장 등을 포함한다.
 
  하루 최다(最多) 거짓말은 투표 전날인 지난해 11월 2일 선거유세 중에 한 것으로 502건이었다. 해마다 거짓말 횟수가 늘어났다. 임기 첫해엔 매일 6건, 2차 연도엔 매일 16건, 3차 연도엔 22건, 4차 연도엔 39건. 트위터나 선거유세를 통한 거짓말이 절반이었다.
 

  취임 첫날 그는 군중의 수와 날씨를 소재로 10건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출발했다. 거짓말은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이 되었다. ‘《타임》지 표지에 가장 많이 나온 사람이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경제를 만들었다’ ‘최대 폭의 감세(減稅)를 했다’ ‘투개표 조작이 있었다’ ‘코로나는 기적처럼 끝난다’ ‘북핵(北核)문제 해결되었다’ 등. 거짓말이 계속되자 《워싱턴포스트》는 독자들의 요청에 의하여 팩트 체크 시스템을 상시로 가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곤경에 처할수록 거짓말을 더 많이 했다.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몰리자 1000건의 거짓말 폭탄을 쏟아부었다. 2020년 코로나19가 번지자 2500건의 거짓말로 실정(失政)을 덮으려 했다. 선거를 앞둔 지난해 10월엔 6일간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치료 중이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달에만 4000건의 거짓말을 했다. 하루 150건꼴.
 
  선거 전 거짓말의 상당수는 ‘부정투개표가 있을 것’이란 예고였다. 2020년 11월 3일 투표 이후엔 800건의 거짓말을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이 주(主)였다. 지난 1월 6일 백악관 앞 광장에서 선동연설을 했을 때는 70분간의 연설 중 107건의 거짓말을 했다. 추종자들은 이 거짓말을 믿고 의사당을 공격해 5명이 죽었다.
 
  미국인 중 아직도 약 30%는 부정선거설을 믿고 있다. 공화당원의 약 70%가 트럼프가 남긴 악의 유산인, 거짓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들 가운데서도 그런 이들이 꽤 있다.
 
 
  1월 6일 워싱턴
 
  미국 상·하원이 모여 선거인단 결과를 확정, 바이든의 승리를 선언하는 요식 절차를 밟던 지난 1월 6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의사당을 급습, 점령했다. 합동회의는 중단되고 펜스 부통령, 펠로시 하원의장 등 의원 전원이 긴급 대피하였다. 1814년 영국군이 의사당을 불태운 이후 207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영남(金永男·자유기고가)이 이날 워싱턴 부근 버지니아에 있었다.
 
  〈워싱턴 시장(市長)이 오후 6시부로 통금을 시행한다고 선포했다. 시내에서 근무하는 지인(知人)들은 조기 퇴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지역 방송에서는 워싱턴이 위험하니 시내에 들어가지 말라는 자막을 내보내고 있었다.
 
  오후 7시경, 버지니아에서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60대 정도로 보이는 백인 남성이었다. 자연스럽게 이날 시내에서 벌어진 일이 대화 주제로 떠올랐다. 우선 그가 혼잣말로 “DC는 그렇게 난리인데 여기 사람들은 평소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으러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나는 “미국에서 사는 동안 오늘 같은 일을 본 적이 있나”라고 물었다. 그는 “무슨 일”이라며 차갑게 되물었다. “진짜 미친 것 같던데?”라고 말하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그는 “공화당은 열 받으면 안 되냐?” 했다. 그는 “시위는 좌파의 전유물인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니 ‘안티파’니 이런 애들은 매번 시위로 난장판을 만들어놓는데, 왜 공화당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가?”라고 했다. 나는 “그렇네요”라고 답하고 목적지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의회가 시위대에 점령당한 오후 3~4시경 폭스뉴스를 보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한 기자가 시위대원들과 인터뷰를 했다. 이 기자는 “폭력을 사용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인터뷰 중이던 시민은 “우리가 언제 폭력을 사용했느냐”고 했다. 기자가 “의회에 불법 침입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 시민은 “말조심해라, 불법 침입이 무슨 말이냐. 의회는 국민의 집이다. 우리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의 집에 우리가 들어간 것이 왜 불법 침입이냐?” 했다. 이 기자는 대화를 이어갈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 시위대 몇 명이 이 기자를 계속 쫓아오며 ‘페이크 뉴스(fake news)’라고 외쳤다. 친(親)트럼프 성향의 폭스뉴스 기자가 저런 대우를 받았는데 CNN이나 다른 기자들은 어땠을지 상상이 되었다.
 
  내가 그 며칠 전 만난 70대의 백인 남성도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바이든이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느냐?”고 했다.
 
  “그 사람 말하고 걷는 거, 행동하는 모습을 한번 봐라. 그렇게 나이 들고 병든 사람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은 표로 당선시켰다고? 말도 안 된다”.
 
  그는 언론에서 흔히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으로 분류하는 ‘교육을 덜 받은 백인 저소득층’이 아니라 엄청난 연봉을 받는 컨설턴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대니얼 헤닝거 부편집위원의 1월7일자 칼럼 제목은 “트럼프의 트럼프스러운 마지막 나날들(Trump’s Trumpian Final Days)”이었다. 트럼프스러움의 끝을 보여준 2021년 1월 6일은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취임식 전날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을 전후하여 워싱턴DC에는 주방위군 병력이 배치되어 삼엄한 경비를 펼쳤다. 사진=AP/뉴시스
  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 하루 전인 1월 19일 워싱턴 시내로 들어갔다. 며칠 전부터 주방위군 2만5000명이 집결, 의사당 인근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다는 뉴스가 방송에서 계속 나왔다. 취임식 당일은 아예 접근이 불가능할 것 같아 전날의 상황이라도 어떤지 확인해보고 싶었다. 시내 지하철역은 대부분이 폐쇄돼 있었다. 의회 이웃에서 근무하는 지인에게 물어보니 바리케이드 쳐진 곳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근무를 위한 필수인원이라는 증명서 같은 서류를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택시(우버)를 탔다. 60대 백인 기사는 버지니아 쪽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다리는 모두 막혔다고 했다. 한 50분 뒤, 이 기사는 여기까지가 자기가 들어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위치라며 의회에서 동쪽으로 약 1km 떨어진 곳에 내려줬다. 의회로 들어가는 모든 길과 공원에 펜스와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었다. 시내는 한산했다. 무장한 군인들은 바리케이드 안에서 외부를 감시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너 명씩 한 조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서 오바마 2기 행정부 취임식을 본 적이 있다. 당시엔 며칠 전부터 미국 전역에서 온 여행객들로 붐볐다. 4년이 지난 워싱턴 시내에는 일반 시민이나 여행객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이 세계에서 온 기자들이었다. 트럼프 4년 사이 미국이 그만큼 변한 것이다. 시내를 둘러보다가 해가 지면 워싱턴 탈출(?)이 더 어려울 것 같아 4시30분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한 20분을 걸어도 열려 있는 지하철역을 찾을 수 없었다. 우버 호출 앱를 다시 켜고 기사를 불러 15분 정도 기다린 뒤 차에 올랐다. 요금은 평소의 두 배로 뛰어 있었다. 기사는 젊은 흑인 여성이었다. 그는 바이든이 승리해 너무 행복하다며 오는 40분 내내 트럼프 욕을 했고, 나는 지쳐서 대꾸를 거의 하지 않았다.〉
 
 
  《NYT》의 심층취재
 
  최근 《뉴욕타임스(NYT)》가 특별 취재반을 만들어 2020년 11월 3일부터 2021년 1월 20일까지 77일간 트럼프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을 재구성하였다. 단편소설 분량의 심층취재물이었다.
 
  《NYT》는 ‘트럼프의 선거 관련 변호인단이 선거가 치러진 한 주쯤 뒤인 2020년 11월 12일이 되자 트럼프가 현실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썼다. 선거부정을 증명할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며 법정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한 비정상적인 상황 역시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이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트럼프 맹종자들의 주장은 창피한 수준에 이르고 있었다. 디트로이트에서 발견된 부정투표지가 담겼다는 가방은 카메라 장비를 보관하는 박스로 확인됐다. 투표에 죽은 사람이 참여했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죽었다는 사람들이 TV와 신문 인터뷰에 등장해 살아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11월 둘째 주에는 트럼프의 선거부정 주장에 사기를 꺾는 또 하나의 일이 일어났다. 트럼프의 변호인단이 애리조나에서 추진하던 소송 절차를 포기하기로 한 것이다. 조 바이든이 1만 표 이상으로 앞선 상황이었는데 변호인단이 찾은 부정의 소지(단순 계산 착오)가 있는 투표지는 191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부(副)선거관리국장인 저스틴 클라크는 이 무렵 대통령 집무실로 들어오라는 긴급 호출을 받았다. 가보니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스피커폰으로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조지아주에 대한 연방 차원의 소송을 제기하라고 압박했다. 우파 언론 등을 통해 음모론을 퍼뜨리자고 했다. 도미니언 시스템이 만든 투표기기로 인해 트럼프가 받았어야 할 수천 표가 바이든의 표로 바뀌었다는 주장이었다. 클라크는 줄리아니가 구상한 이런 소송은 법원에서 기각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지아주의 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고, 도미니언의 기기가 개표부정에 이용되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줄리아니는 클라크를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 클라크는 더 심한 욕으로 줄리아니에게 반박했다고 한다. 선거 전문가들이 전 뉴욕시장인 줄리아니로 인해 옆으로 밀려났다. 줄리아니는 대통령이 원하는 말만 하고 있었다. 11월 12일은 법적 절차를 통해 선거 패배를 뒤집으려 시도하던 트럼프가 전략을 바꾼 날이다. 새 전략은 맹목적 지지자들에게 그럴듯한 음모론을 주입하는 작전이었다. 1월 6일의 의사당 난동은 이 결정으로 예약된 셈이다.
 
 
  공화당이 트럼프를 말리지 못한 이유
 
트럼프의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왼쪽)와 시드니 파웰. 사진=AP/뉴시스
  《NYT》는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황당무계한 선거부정 음모론에 미온적으로 대응한 이유는 트럼프가 선을 넘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조지아주의 상원의원 결선투표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도움이 필요했다. 상원에서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해야 자신이 상원대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매코널 대표의 측근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등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트럼프가 결국에는 현실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는 것이다. 매코널은 나중에 바이든의 당선을 인정했지만 14명의 공화당 상원의원은 의회의 선거인단 투표 승인 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견지하였다.
 
  윌리엄 바 당시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은 트럼프에게 여러 차례 경고했다. 바 장관은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트럼프는 법무부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변호인단에서 여러 명이 뒤로 물러났다.
 
  이 자리를 메운 것은 선동꾼들이었다. 루디 줄리아니, 시드니 파웰, 린 우드, 그리고 여러 주의 공화당 소속 법무장관이 트럼프를 돕고 나섰다. 이들은 대법원에 선거무효 소송을 제기하였다.
 
  새로운 선거 전문가들이 등장했다. 마이 필로(My Pillow)라는 베개 회사의 창업자인 마이크 린델과 오버스탁이라는 회사의 대표였던 패트릭 번 등이다. 번은 ‘뉴스맥스’와 ‘원아메리카뉴스’ 등 트럼프 계열 언론에 나와 선거기기 조작은 중국을 통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들 매체는 폭스뉴스보다 더 극단적 색채를 띠고 있었다. 그들은 열심히 트럼프가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소설’을 퍼뜨렸다. 여기에 ‘큐어넌(QAnon)’과 같은 각종 음모론 단체와 폭력적 성향을 보이는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즈’도 가담했다.
 
  11월 3일 선거 전 발표된 여러 여론조사는 트럼프가 선거 당일에는 앞서겠지만 결국에는 바이든이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는 11월 3일 밤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함께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그가 바이든을 앞서고 있었지만 격차가 좁혀져 갔다. 폭스뉴스는 이날 밤 11시20분 공화당 아성이던 애리조나에서 바이든이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격분했다. 그는 다음 날 새벽 2시30분경 트위터를 썼다.
 
  〈미국 대중에 대한 부정이다. 우리 조국에 대한 수치다. 우리는 이 선거에서 이길 준비를 마치고 있었고 실제로 우리는 이 선거에서 승리했다. 우리는 모든 개표의 중단을 원한다. 새벽 4시에 투표지를 찾아내 합산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美 특수부대가 독일 내 CIA 서버 급습, 총격전?
 
  선거불복 운동의 신호탄이 울린 것이다. 유명한 공화당 인사들이 동조하고 나섰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폭스뉴스에 출연, “조 바이든이 필라델피아와 애틀랜타, 밀워키의 선거 결과를 훔치는 것을 목격한 트럼프 지지자들은 분노에 휩싸일 것”이라고 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다음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방송을 듣는 사람들은 침묵해서는 안 된다. 우리 눈앞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거짓 정보가 빠르게 확산됐다.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에서 강아지가 투표를 했다” “개표기가 인식할 수 없는 펜을 사용하게 했다”는 주장들이었다. 이런 주장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음모론은 또 다른 차원으로 진화했다. 선거 며칠 전인 10월 31일, 잘 알려지지 않은 매체인 ‘아메리칸 리포트’는 ‘해머’라고 불리는 슈퍼컴퓨터와 ‘스코어카드’라고 불리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트럼프의 표가 도둑맞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2016년 대선 당시 오바마 행정부가 이런 기기(器機)를 사용해 트럼프의 선거운동을 감시했다는 거짓말을 퍼뜨린 장본인이다.
 
  이런 주장은 데니스 몽고메리 전 국가안보 관련 계약직 직원과 토머스 매키너리 예비역 공군 중장 등을 통해 확산됐다. 매키너리는 극우 성향 매체에서 활동해온 인물이다. 폭스뉴스는 2년 전 그의 출연을 금지시켰다.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베트남 전쟁에서 포로로 있을 때 군사기밀을 유출했다는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원아메리카뉴스와 스티브 배넌 전(前) 백악관 수석 전략가가 운영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비슷한 주장을 한 것이다. 참고로 그는 미군 특수부대 병력이 독일에 있는 중앙정보국(CIA) 서버를 급습, 총격전으로 6명이 죽었다는 기상천외의 주장도 했다. 독일에 있는 CIA 서버에 선거부정 자료가 보관되고 있다는 ‘소설’이었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에서도 이 주장을 열심히 퍼 나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공화당의 분열
 
미치 매코넬 美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사진=AP/뉴시스
  선거 이후 미국의 음모론자들 사이에서 유행한 말 중 하나는 “대통령은 언론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결정하는 것이다”였다. 미국은 케이블 방송국이나 AP통신이 선거 당선인을 확정하면 이를 최종결과로 받아들이고 ‘대통령 당선자’라고 부르는 것이 전통이다. 11월 8일 미주리주의 로이 블런트 공화당 상원의원은 ABC 방송에 출연해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언론이 예측은 할 수 있지만 누가 승리했는지를 결정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제대로 된 검토 절차가 이어져야만 한다”고 했다.
 
  매코널 원내대표도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매코널은 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과 주기적으로 대화를 가져왔다고 한다. 트럼프는 매코널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거나 협박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매코널은 트럼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었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할지 여부가 걸려 있는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가 치러질 예정이었다. 트럼프의 도움이 없으면 승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매코널은 마크 메도스 백악관 비서실장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눴다. 재러드 쿠슈너 고문은 매코널의 자문인 조시 홈스와 소통했다. 메도스와 쿠슈너는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추진할 것이지만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결국 진실을 받아들이고 패배를 인정할 것이다.”
 
  매코널 대표는 11월 9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심쩍은 상황에 대한 주장을 들여다보고 법적 조치에 나설 권한을 갖고 있다”고 한 바 있다. 대통령과 가까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이날 밤 폭스뉴스에 출연, “그들이 사기를 치기 때문에 우리가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화당은 분열돼갔다. 많은 공화당 의원이 선거부정 주장에 동조하고 나섰지만 밋 롬니와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 등은 트럼프를 직접 비판하기 시작했다.
 
 
  법무장관의 수사 결과도 무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12월 1일 오후 백악관을 찾았다. 대통령은 화가 나 있었다. 바 장관이 AP통신에 “결과를 바꿀 정도의 선거부정 행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한 뒤였다. 이즈음 트럼프는 또 다른 음모론에 빠져 있었다. 우체국의 계약직 트럭운전사 한 명이 나와 자신이 뉴욕주 롱아일랜드에서 펜실베이니아로 기표된 수천 개의 투표지를 날랐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연방 수사당국은 이 역시 거짓말로 확인했다. 이 직원은 정신병 시설에 입원한 전력(前歷)이 있었다.
 
  바 법무장관은 증거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고 했다. 그가 이끄는 법무부가 각 주에서 발표한 결과에 이의(異義)를 제기할 수도 없다고 했다. 바 장관은 투표기기로 조작이 일어났다는 주장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는 줄리아니가 이끄는 변호인단이 이런 주장을 확산시키는 것을 빗대어 ‘광대’라고 욕했다.
 
  트럼프는 잠깐 생각에 잠긴 뒤,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 놓고도 바 장관이 백악관을 떠나기 직전 트럼프는 트럭기사의 거짓말을 트위터에 올렸다. 이 트럭기사는 뉴스맥스와 스티브 배넌이 운영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를 근거로 펜실베이니아주 투표 결과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이 제기됐다. 트럼프 옆에서 법률 자문을 해온 경험 있는 변호사들은 이 소송이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줄리아니는 조지아의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도미니언 투표기기가 개표 조작에 사용됐다는 것이었다. 조지아주에서는 재검표가 이뤄졌고 트럼프 표 약 2000표를 찾아내는 데 그쳤다. 부정이 아니라 계산 착오였다. 바이든이 트럼프를 1만2000표 차이로 이겼다는 사실이 재확인되었다. 트럼프의 변호인 스테판 파산티노는 “500만 표의 투표지를 하나하나 세는 사실상의 수개표가 진행됐고, 결과는 기존의 결과와 거의 똑같았다”고 줄리아니의 주장에 반박했다. 나중에 도미니언은 줄리아니와 파웰 변호사를 상대로 26억 달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대했던 대법원도 냉소적 판결
 
  트럼프 변호인단은 수십 건의 선거소송에서 모조리 패배하자 대법원에 기대를 건다. 2000년 대통령 선거 당시의 대법원 판례를 통해 뒤집는 방안이었다. 당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와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다. 플로리다주 재검표와 관련, 연방대법원이 절차상의 이유를 문제로 재검표를 중단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플로리다주 의회 차원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상황이 됐고, 고어 후보는 대법원 판결에 승복해 패배를 인정했다. 트럼프는 자신이 임명한 대법관이 3명이나 되는 등 보수 성향의 대법원이 편을 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특정 주가 대법원에 직접 소(訴)를 제기하는 것은 해당 주의 법무장관이 동의했을 때만 가능하다. 공화당이 장악한 여러 주의 법무장관이 이 소송에 동참하기로 했다. 소장(訴狀)의 초안이 검토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무장관들의 참모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전문적 견해를 밝혔다. 텍사스주 등에서 소송을 제기해 다른 주의 선거 결과를 무효화해달라는 논리가 억지란 것이었다. 바이든이 이긴 주에서 선거부정이 일어났고, 이에 따라 트럼프가 이긴 지역 유권자의 권리가 침해당했으니, 바이든이 이긴 주의 결과를 무효화하라는 얘기가 된다.
 
  켄 팩스턴 텍사스 법무장관이 가장 먼저 행동에 나서 12월 7일 대법원에 소를 제기했다. 핵심은 조지아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의 의회가 선거를 앞두고 뒤늦게 관련 법을 개정해 광범위한 부정이 발생할 여건을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헌법 전문가들은 이 소송 자체가 대법원에 대한 모독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연방주의를 존중하는 공화당의 모습이 맞느냐는 비판도 일었다.
 
  12월 9일, 루이지애나주 출신 마이크 존슨 하원의원은 동료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제목은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요청’이었다. 이 의원은 텍사스의 소송을 지지하는 법정 의견서를 만들고 있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게 오늘 모든 공화당 상·하원 의원을 접촉해 이에 참여하도록 요청할 것을 직접 요구했다”고 했다. 매카시 원내대표를 포함한 126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이 법정 의견서에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는 “엄청난 일이다. 우리 조국은 승리를 필요로 한다”고 트위터에 올렸다.
 
  《NYT》는 노스다코타주 법무부의 고위 관리였던 제임스 니콜라이가 직속 상관인 주(州)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이메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니콜라이는 “이에 동의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은 법적인 문제보다는 정치적 문제로 보인다”며 “대법원이 한 문장으로 이런 주장을 기각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12월 11일 이 소송을 한 문장으로 각하했다. 텍사스가 다른 주의 투표 결과에 문제를 제기할 권한은 없다고 했다.
 
 
  계엄령 선포를 건의한 전 안보보좌관
 
2020년 12월 20일 ‘미국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여성들’ 집회에서 연설하는 마이클 플린 前 국가안보보좌관. 사진=AP/뉴시스
  대법원마저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지 않자 맹종자들이 들고일어섰다. 다음 날 수천 명의 지지자들이 워싱턴에 모여들었다. 어쨌든 반박할 수 없는 부정선거의 증거가 있다고 우기는 사람들이었다. 그 직전 사면된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법치체계가 이 나라에 존재하는 이유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재판부가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이는 우리 국민들이 결정한다”고 했다. 대의(代議)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선동이었다.
 
  음모론자로 악명 높은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 당선자와 마샤 블랙번 상원의원 등도 집회에 등장했다. 블랙번은 “헌법과 자유, 정의를 위해 싸우는 당신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단체 중 하나는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여성들(Women for America First)’이었다. 마이크 린델 마이 필로 대표는 약 100만 달러를 지원했다고 한다. 집회는 워싱턴뿐만 아니라 다른 주에서도 열렸다. 린델은 한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는 그들이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표를 받았고 투표기기의 알고리즘이 고장 나는 상황이 일어났다”고 했다. 파웰 변호사는 집회 현장에서 부정선거와 관련해 “100%의 증거가 있다”고 했다. 트럼프는 12월 12일 워싱턴 집회 현장을 헬리콥터 위에서 지켜보기도 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선거인단이 바이든을 당선자로 선출한 다음 날 바이든을 ‘대통령 당선인’으로 부르며 축하인사를 전했다. 매코널은 그 뒤에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했다고 한다. 전화 내용은 형식적이었으며 대통령은 불만을 표출했다. 공화당 정권을 이끌었던 두 사람은 이날 이후 다시 연락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는 선거인단의 결정 이후에도 측근과 함께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12월 18일 트럼프는 패트릭 번 오버스탁 전 대표와 플린 전 국가안보보좌관, 파웰 변호사 등과 집무실에서 4시간 동안 만났다. 번에 따르면 이후 관저로 이동했고 스위스식 미트볼이 제공됐다.
 
  번과 플린, 파웰 등은 도미니언 개표기를 외세와 연관 짓는 이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플린은 이날 모임 직전에는 대통령이 경합주의 재투표를 위해 계엄령을 선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날 모임에서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팻 시폴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그동안 트럼프를 방문해 이상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반발해왔다. 번은 “주먹다짐이 오가기 직전이었다”고 유튜브 방송을 통해 밝힌 바 있다.
 
 
  펜스 부통령에게 선거 결과 취소 권한 있다?
 
  그가 의지했던 시드니 파웰 변호사는 도미니언과 스마트매틱 등 회사의 투표기기로 조작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다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한 인물이다. 그는 “도미니언 투표 시스템과 스마트매틱 소프트웨어는 우고 차베스의 지시하에 베네수엘라에서 만들어졌다”고 우겼다.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도 연관돼 있다고 했다. 2013년 사망해 무덤에 있는 차베스가 이번 선거 결과를 훔치는 데 어떻게 해서든 가담을 했다는 것이었다. 줄리아니와 파웰에게 26억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도미니언은 “이들의 주장으로 인해 회사 직원들이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무렵 스티브 배넌 전 수석전략가 등은 다른 방법을 도모할 때라는 의견을 내놓기 시작했다. 1월 6일로 예정된 상·하원 합동 의회의 최종 승인 절차를 막는 새로운 목표가 생긴 것이다.
 
  메도스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마크 마틴 전 노스캐롤라이나주 대법관에게 소개시켜줬다. 그는 극단적인 헌법 해석을 내놨다. 개표가 조작됐다고 판단되는 주의 선거 결과를 취소하는 권한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있다는 황당한 주장이었다.
 
  헌법이 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은 요식행위이다. 선거인단 인증서를 개봉하고 결과를 발표하며 이견(異見)을 표명하는 의원이 있는지 물어보고, 특정 주의 결과에 대해 반대하는 의원이 상원과 하원에서 각 1명 이상이 나오게 되면 의원들은 상원과 하원으로 나뉘어 이를 논의한 다음 투표를 한다. 상원과 하원 모두에서 과반수가 나와야 선거인단 투표 집계에서 제외된다. 펜스는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압박해도 “나에겐 헌법적 권한이 없다”면서 거절, 맹종자들로부터 배신자라는 욕을 먹었다.
 
 
  법무장관의 사임
 
윌리엄 바 전 법무부 장관. 사진=AP/뉴시스
  ‘미국 우선주의를 지지하는 여성들’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카일 크레머는 지난 1월 1일 트위터를 통해 1월 6일 집회를 예고하며 “역사의 일부가 되자”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글을 공유하며 “나도 참석할 것이다.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의 공화당 소속 브래드 라펜스퍼거 주무(州務)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을 정도의 투표지를 찾아내라고 압박했다는 사실이 이즈음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12월에 사임했는데, 트럼프는 제프리 로젠 법무장관 대행을 압박해 조지아의 선거 결과를 무효화하고 도미니언에 대한 수사를 하라고 강요했다. 미온적인 로젠을 내쫓고 그 자리에 예스맨인 법무부 형사국장 대행인 제프리 클라크를 앉히려 했다.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선거에 부정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니 문제가 되는 지역에 10일간의 감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여러 의원과 통화하면서 선거불복 동참을 말렸다.
 
 
  대통령의 선동을 따른 폭도들 의사당 점거
 
  1월 6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는 예정대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미국을 구하기 위한 행진(March to Save America)’이었다. 참가자들은 “의사당으로 행진해 의회가 (선거 결과를) 훔치는 것을 막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NYT》 기자에게 “우리는 더 이상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방탄조끼와 헬멧을 착용한 참가자도 많았다. 일부는 방망이와 칼을 소지하고 있었다.
 
  트럼프는 오후 1시쯤 집회 현장에 나왔다. 그는 수만 명의 군중 앞에서 의회에 있는 공화당 의원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약하게 행동해서는 절대 조국을 되찾을 수 없다.”
 
  이날 군중은 흥분했다. 특히 의회에서 바이든 당선 확정 절차를 진행 중이던 펜스를 “잡아 죽이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트럼프가 “의사당으로 행진하자. 나도 함께하겠다”고 선동하자 맹종자들은 폭도로 변했다. 이들은 의사당을 급습, 점령했다. 합동회의는 중단되고 의사당은 봉쇄되었다. 총격이 있었고,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위대가 의회 벽을 타고 올라가 창을 깨고 들어가고 로프를 걸어 밑에 있는 사람들을 끌어올리는 등 영화 같은 상황이 생중계됐다. 하원은 일주일 뒤 트럼프를 ‘내란선동’ 혐의로 탄핵소추하였다. 그는 두 번 탄핵소추된 첫 대통령이 되었다.
 
 
  “군대는 합법적 명령에만 복종한다”
 
  트럼프 측근들이 최후 수단으로 군대를 동원하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돌던 1월 12일 미군 최고지휘부는 중요한 문서를 공개했다.
 
  〈미국 합동참모본부가 연합군 장병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미국 사람들은 거의 250년간 미합중국군이 그들과 헌법을 지켜줄 것이라고 믿고 살아왔다. 우리 역사에서 우리가 수행해온 대로 미군은 민간 지도부의 합법적 명령에 복종할 것이며, 민간 정부를 지원하여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법률에 부합하도록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내외의 모든 적으로부터 미국의 헌법을 수호하는 일에 전적으로 충성할 것이다.
 
  2021년 1월 6일에 있었던 워싱턴 폭동은 우리의 헌법 절차와 미 의회와 의사당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었다. 우리는 두 의사당 경찰관의 죽음 및 전례 없는 이 사건과 연관된 사망자에 대하여 조의를 표한다. 우리는 의사당 안에서 발생한 행동은 법치와 부합되지 않음을 목도하였다. 표현과 집회의 자유는 그 누구에게도 폭력과 반역과 내란의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
 
  합참의장 미 육군 대장 마크 A 밀리, 합참차장 존 E 하이튼 미 공군 대장, 미 육군참모총장 제임스 C 매콘빌 대장, 미 해병대 사령관 데이비드 H 버거 대장, 미 해군작전사령관 마이클 M 길데이 제독, 미 공군참모총장 찰스 Q 브라운 2세 대장, 미 우주군 우주작전사령관 존 W 레이먼드 대장, 국가방위군 참모총장 다니엘 R 호칸슨 육군대장〉
 
 
  리즈 체니의 트럼프 규탄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 사진=AP/뉴시스
  1월 13일, 미국 와이오밍주 출신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은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인데, 민주당이 추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간결하고 단호한 성명서는 명문(名文)이다.
 
  “2021년 1월 6일, 폭도들이 미국 의사당을 공격, 우리나라의 민주적 절차를 방해하고 대통령 선거인단의 투표집계를 중단시켰다. 이 내란은 우리 공화국의 가장 신성한 공간에 부상, 사망, 그리고 파괴를 가져왔다. 더 많은 사실이 곧 밝혀지겠지만 지금 우리가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미국 대통령이 이들 폭도를 불러냈고, 집결시켰으며, 공격작전에 불을 질렀다. 그 이후 일어난 일들은 모두 그가 저지른 것이다. 대통령 없이는 하나도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었다.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단호하게 개입하여 폭력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 그는 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으로서 헌법에 대한 맹세와 책무를 이렇게 심하게 배신한 적은 없다. 나는 대통령 탄핵에 찬성표를 던질 것이다.”
 
  1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미국 하원은 민주당 주도로 공화당 의원 10명이 가세한 가운데 내란선동 혐의를 걸어 현직 대통령 파면을 요구하는 탄핵안을 232대 197로 통과시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는 사라져야 한다”라면서 트럼프를 “우리가 사랑하는 조국에 대한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탄핵소추 문서는 기소장 역할을 하는데 상원에 올라갔다. 상원은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파면과 공직 영구금지를 결의할 수 있다.
 
 
  暴民의 등장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바이든 취임식 하루 전인 지난 1월 20일 공군 1호기 편으로 워싱턴을 떠났다. 사진=AP/뉴시스
  피터 메이저 공화당 하원의원은 트럼프 탄핵에 찬성한 10명의 공화당 의원 중 한 명인데 CNN 인터뷰에서, 이젠 유권자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때라고 했다.
 
  “지지자들에게 진실을 이야기하는 데 변명은 안 통합니다. 자신들을 믿고 밀어준 유권자들에게 진실을 말하세요.”
 
  그는 이런 말을 덧붙였다.
 
  “트럼프가 압도적으로 이긴 선거가 아니었습니다. 도둑맞은 선거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주장은 법정에서 제기되지도 않았습니다. 이제 확실히 정리합시다. 우리가 현실을 공유하지 않으면 이 위기로부터 완전히 회복할 수 없습니다.”
 
  트럼프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공화당을 분열시켰다. 조지아주 상원의원 결선투표에서 공화당 후보 두 명 모두 패배, 상원 다수당 지위마저 잃어버렸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社說)을 통해 “트럼프가 선거 이후 부린 성질 때문에 정부를 몽땅 좌파에 건네주게 됐다”고 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의 이 같은 행동으로 민주당이 행정부와 상·하원을 모두 지배하게 됐는데 (음모론의) 대가가 너무 크다”고 했다. 지난 2월 9일 상원은 트럼프 탄핵 재판을 시작하자마자 전직 대통령 탄핵의 위헌 여부를 물었다.
 
  56대 44로 ‘합헌’ 결정이 났다. 공화당 의원 6명이 합헌에 동조했다. 공화당에서 17명이 이탈, 합세해야 탄핵이 가결된다. 민주당은 이번 탄핵심판 절차를 통해서 트럼프의 정치생명을 완전히 끊어놓겠다는 계산이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내란선동 혐의로 탄핵소추가 될 줄이야 꿈엔들 생각했을까? 2400년 전 아테네의 철학자 플라톤이 걱정했던 폭민(暴民)이 미국에서 나타날 줄이야! 권력자의 선동, 선동 중에서도 최악의 선동인 음모론이 얼마나 위험한지 한국인들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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