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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얀마와 박정희와 전두환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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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얀마 군부는 지난 2월 1일 1년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미얀마는 6년 만에 다시 군사정권으로 돌아갔다.
 
  건국 후 미얀마는 우 누(1907~1995년)가 이끄는 문민정부가 들어서 영국식 의회민주주의를 실시했지만,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투쟁 등으로 혼란이 계속됐다. 1958년 10월 네 윈(1911~2002년) 국방장관은 사회혼란의 수습을 명분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총리에 취임했다. 네 윈은 1960년 4월 우 누의 민간정권에 권력을 돌려주었지만, 1962년 재차 쿠데타를 일으켰다. 혁명평의회 의장에 취임한 네 윈은 ‘불교사회주의’를 내걸고 군사독재체제를 구축했다.
 

  1988년 8월 8일 대대적인 민주화운동이 일어났지만, 소마웅 장군이 이끄는 군부는 3000여 명의 시위대를 학살하면서 시위를 진압했다. 미얀마 신군부는 이듬해 ‘식민 잔재 청산’이라는 명목으로 국호를 버마에서 미얀마로 개칭했다. 2007년 승려와 학생, 시민들의 민주화 요구 시위(사프란혁명) 이후 국제사회의 압력에 밀린 군부는 아웅산 수치의 민주화운동 세력과 타협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일정 부분 보장받는 조건으로 2015년 아웅산 수치의 국민민주동맹이 집권하는 것을 용인해주었다.
 
 
  박정희·전두환, 미얀마 모델 검토
 
  네 윈의 쿠데타와 통치기법은 군 출신 한국 대통령들에게도 영향을 줄 뻔했다. 박정희(朴正熙) 전 대통령은 5·16 이전부터 쿠데타에 동참할 만한 장교들에게 ‘네 윈식 쿠데타’에 대해 이야기하곤 했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군부가 나서서 사회혼란을 수습한 후 병영으로 복귀하되, 이후 민간정부를 감시·감독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각은 5·16혁명공약 제6조 “이와 같은 우리의 과업이 성취되면 참신하고도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언제든지 정권을 이양하고 우리들은 본연의 임무에 복귀할 준비를 갖춘다”는 규정으로 현실화됐다. 5·16혁명 후 중앙정보부는 1963년의 민정(民政) 이양을 앞두고 정권을 민간정부에 넘겨준 후에도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 원수(元帥) 계급을 달고 군부 최고지도자로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을 연구하기도 했다. 물론 이 방안은 한국 현실에는 맞지 않는다고 해서 폐기되었고, 박정희 장군은 군복을 벗고 대선에 출마해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네 윈 모델은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에게도 영향을 주었다. 당시 ‘3허(許)’로 꼽히던 이 중 하나가 전두환 당시 대통령에게 군부 출신인 세인 윈에게 대통령직을 넘겨준 후 집권당 당수 자격으로 막후에서 실권을 행사하던 네 윈 모델을 속삭였다는 것이다. 1983년 10월 전두환 대통령이 동남아 순방을 하면서, 당시 한국과 정치·경제·외교적으로 별다른 관계가 없던 버마(당시 국명)를 순방국에 포함시킨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두환 대통령의 버마 순방은 아웅산 국립묘지 참배 시 북한의 폭탄테러라는 비극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어쩌면 전두환 대통령이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국가원로자문회의를 통한 ‘상왕(上王)정치’를 모색했던 것은 버마 모델의 변형일 수도 있다.
 
 
  “‘독재 對 민주’라는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단견”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잘살던 미얀마는 1962년 네 윈의 두 번째 쿠데타 이래 군부 독재하에서 아시아 최빈국 수준으로 추락했다. 미얀마의 사례는 절대권력을 쥔 군부독재정권이라고 해서 반드시 경제발전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미얀마 군부는 60년 가까이 권력을 독점하면서 강권통치와 인권유린, 부정부패로 국가를 추락시킨 집단으로 손가락질을 받고 있지만, 미얀마 내부에서는 여전히 국가의 통일과 발전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집단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30여 년간 미얀마에서 사업을 벌여온 L씨는 “미얀마 중견 장교들은 똑똑하고 국가 발전에 대한 열의에 차 있는 것이 마치 5·16혁명을 일으켰던 한국군 장교들을 보는 것 같다”면서 “미얀마의 현실을 ‘독재 대(對) 민주’라는 관점으로만 보는 것은 단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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