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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미국 大選

‘21세기 키신저’ 이안 브레머가 보는 美 대선 이후의 세계

“바이든, 지미 카터 이래 가장 리더십 약한 대통령 될 것”

글 : 유민호  퍼시픽21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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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북핵 옵션 별로 없어… 문재인·김정은, 시간을 갖고 기다려야 할 것”
⊙ 지배적인 국가가 不在한 ‘G-제로(0)’ 개념 창안… 스가 日 총리 등에게 국제문제 조언
⊙ “바이든 당선은 ‘트럼프 피로 현상’의 결과”
⊙ “바이든, 시진핑을 ‘불량배(thug)’라고 불러… 트럼프보다 對中 입장 더 강해”
⊙ “한국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중국에 경도된 ‘그림자 국가’”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사진=유라시아그룹 제공
  “수십 년이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때도 있지만, 겨우 수주(週)가 흘렀는데도 수십 년간 분의 사건이 벌어질 수 있다.”
 
  1917년 러시아혁명 당시 블라디미르 레닌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출발점은 올해 초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다. 이후 글로벌 확산과 더불어 한국은 물론 국제사회에 엄청난 변화와 충격이 이어지고 있다.
 
  2020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한꺼번에 닥친 대충격의 하이라이트에 해당될 듯하다. 법적 소송과 더불어 아직 결론이 안 났기 때문이다. 자신의 대통령조차 뽑지 못한 채 방황하는 미국은 글로벌 ‘G-제로(Zero)’ 시대를 상징하는 메타포(metaphor)처럼 느껴진다.
 

  G-제로라는 개념은 2010년 처음 등장해 현재는 글로벌 현실정치를 보여주는 말로 정착했다. 《뉴욕타임스》 시사용어 해설란은 G-제로를 ‘경제적·정치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나 블록이 없는 상태를 설명하는 말. 주창자는 이안 브레머(Ian Bremmer)와 데이비드 고든(David Gordon)’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안 브레머(51)는 G-제로에 대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그 어떤 나라나 블록도 국제적 이슈를 단독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미국은 글로벌 문제보다 국내 정치 분야에 사로잡히면서 세계를 지도할 힘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대신하는, 세계를 이끌 대안(代案)의 나라도 없다. 그 같은 상태가 G-제로다”라고 설명한다.
 
  이안 브레머는 현재 뉴욕에서 유라시아그룹이라는 정책 컨설팅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라시아그룹은 위기관리나 정책 제안에 특화(特化)한 곳이다. 이안 브레머는 《월스트리트 저널》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신문과 잡지·텔레비전 등을 통해 활발하게 움직이는 대중적 논객이기도 하다. 트럼프 이후 본격화된 G-제로 시대를 분석·전망하는 최고의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스가 日 총리에게 국제문제 조언
 
필자와 이안 브레머의 인터뷰는 줌(Zoom)을 이용해 진행됐다.
  지난 10월 24일 문재인(文在寅) 대통령은 “모처럼 좋은 책을 한 권 읽었다”면서 미술평론가 최열의 책 《옛 그림으로 본 서울》을 추천했다. 조선 시대 화가들의 그림을 수록한 미술서라고 한다. 그 하루 전인 10월 23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방문 후 귀국 즉시, 어느 미국인과의 화상(畵像)회의에 임했다. 두 사람은 30여 분간에 걸쳐 미국 대선과 이후 국제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화상회의에서 스가 총리와 대화를 나눈 미국인이 바로 이안 브레머다. 그는 스가 총리에게 각종 정책을 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자와 이안 브레머의 인연은 10여 년 전으로 돌아간다. 워싱턴DC에 거주할 당시, 이안 브레머란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가 주장하는 ‘G-제로’ 세계관은 읽는 즉시 이해됐다.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그가 아르메니아 출신 독일계라는 점이다. 초기 기독교 사상과 후기 프로테스탄트 정신을 동시에 보유한 서방 사상의 정수(精髓)인 셈이다. 그는 표면이 아니라 내면의 유전자(遺傳子)를 가지고 세계를 보는 캐릭터라고 느껴졌다.
 
  필자가 보기에 이안 브레머는 ‘21세기판 비즈니스 영역의 키신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특정한 이념 구현을 위한 분석이나 평가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에게서 공화당-민주당, 보수-진보, 자본주의-사회주의에 관한 특별한 이념이나 집착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그는 있는 그대로의 눈앞의 현실을 분석·전망해 관계자에게 던져준다. 정책 실현이 아닌, 정책 입안(立案)을 위한 도우미 역할이 이안 브레머의 주된 영역이다.
 
  G-제로는 이안 브레머가 분석하는 글로벌 구도의 기본 전제다. 이 글은 지난 11월 9일 뉴욕의 이안 브레머와 이뤄진, 32분간의 줌(Zoom) 인터뷰 내용에 기초한 것이다. 폭증하는 인터뷰로, 하루 인터뷰 14건을 소화한다고 들었다. 트럼프 이후의 미국과 세계, 코로나19 이후 카오스로 변해버린 지구,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으로 치닫는 미중관계, 북핵문제와 한반도 안전을 포함한, 글로벌 전반의 현실과 전망에 관한 부분이 인터뷰의 주된 내용이다.
 
 
  ‘트럼프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다’
 
  ― 미국 대선 결과, 대세는 바이든으로 가는 듯하다. 첫 질문으로, 과연 바이든이 이긴 것인지부터 알고 싶다. 바이든이 이긴 것이 아니라, 트럼프가 이기지 못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좋은 질문이다. 둘 다 합쳐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보통 미국의 현직 대통령은 연임(連任)에 성공한다.
 
  트럼프는 여론 조사 등을 통해 최악(最惡)의 대통령으로 평가됐다. 연임이 어려운 수준이었다. 더더욱 코로나19 문제에 관해 트럼프의 대응 능력은 한계에 달했다. 바이든은 통합지향형, 중간 성향의 정치가다. 개인적 캐릭터로 봐도 미국인이 좋아할 스타일이다.
 
  사실 78세의 바이든은 트럼프나 이전의 오바마가 가졌던 정열적인 정치가 유형과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미국인은 ‘트럼프 피로 현상’이 심해지면서 ‘과거의 평상’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미국 유권자들이 바이든을 좋아했기 때문에 지지를 보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트럼프만 아니라면 누구라도 좋다’는 선택이라고 할까? 따라서 바이든이 어떤 인물인지, 어떤 정책의 인물인지는 이번 선거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 바이든에 대한 기대나 그의 역할이 그런 상황에서 바이든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보는가.
 
  “사실 바이든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선거로 의회의 상·하 양원, 주지사 분포에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바이든의 리더십을 강력히 뒷받침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연방대법원도 보수주의 공화당 세(勢)가 강하다. 대부분의 사람이 대통령 선거만 보는데, 이번 선거 결과 나타난 전반적인 정치 상황을 편견 없이 들여다보기 바란다.
 
  공화당 전체 입장에서 보면, 파란만장했던 4년간의 ‘트럼프 피로 현상’을 잘 극복했다고 판단된다. 트럼프는 잠시 사라졌지만, 공화당은 아직 건재하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바이든의 리더십은 매우 약하게 나타날 것이다.”
 
 
  국제협력을 통한 대외정책 관여
 
이안 브레머는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자가 “지미 카터 이래 가장 약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1979년 방한 당시의 모습. 사진=조선DB
  ― 바이든이 단순히 ‘트럼프 이전의 어제’로 돌아가려는 ‘과거 지향형 대통령’이 될 것이란 얘기도 있다.
 
  “국민 전체가 양분(兩分)된 상황에서 바이든은 ‘앞으로 돌격’하기가 어렵다. 당장 눈앞의 현실로 코로나19 악화에 따른 수십억 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이 필요해진다. 그러나 구체적인 재원 확보나 의회 내 결정 과정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反)트럼프 성향 지지자의 목소리에 맞춰, 엄청나게 진보적인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한 대통령 명령이나 법이 남발될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세금에 대한 얘기는 없다.
 
  내 생각에는 1970년대 말 민주당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이래 가장 약한 대통령으로 전락할 듯하다.
 
  국내 정치가 엉망이 될 경우 대외(對外)정책은 한층 더 혼미에 빠질 것이다. 바이든의 생각에는 진보적·혁명적 부분도 많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할지에 관한 각론(各論)은 부재(不在) 상태다.”
 
  ― 국내 정치가 엉망이 될 경우, 대외정책을 통해 만회하려는 것이 정치의 일상이다. 바이든의 외교정책에서 어떤 큰 변화가 예상되는가.
 
  “물론 대외정책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2017년 7월 1일,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 8개월여 만에 파리기후변화협정 불참(不參)을 통보했다. 바이든도 원래 공약처럼, 똑같이 파리협정 복귀를 시행할 것이다. 러시아와의 핵(核)문제, 코로나19 백신 관련 국제협력도 이뤄질 것이다. 국제협력을 통한 대외정책 관여다. 미국 정치로 보면 긍정적이라 생각된다.
 
  외국의 경우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일방 외교에 질려 있었기 때문에 바이든의 변화를 적극 환영할 것이다. 당분간 허니문이 올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이 그 같은 국제협력을 ‘전면적’으로 적극화할지는 의문이다. 나의 이론인 G-제로 이론은 오바마 집권기 때 등장한 것이다. 오바마의 파트너십 외교는 미국 스스로의 생각보다는 국제협력에 중점을 둔 세계화(世界化) 정책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 내에서는 스스로의 독자적 리더십을 부정하고, 세계의 흐름에 휩쓸려가는 국가 퇴락(頹落)의 전조(前兆)라는 식의 비판이 일어났다. 1991년 냉전(冷戰) 직후 보여줬던, 미국 주도하의 외교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오바마 정권의 정책에 대한 반발에서 탄생된, 20세기 말 고전적 차원의 미국의 힘을 증명해준 적극 외교의 본보기라 볼 수도 있다.
 
  대외정책과 관련해, 현재 미국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어 있다. ‘국제경찰’로서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에 대한 피로감, 파트너십 논리에 따라 국제무대에서의 ‘치어리더(cheerleader)’ 같은 역할에 대한 반감이다. 그 같은 배경을 본다면, 바이든이 4년 전에 이미 끝난, 오바마식의 파트너십 정책에 매진하지 못할 듯하다.”
 
 
  ‘우편투표’라는 복병
 
  ‘바이든=지미 카터’로 보는 이안 브레머의 시각은 미국 정치의 내면에 대한 통찰이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 정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간과하기 쉬운 전망이기도 하다.
 
  2020년 초겨울 트럼프는 ‘지구 공공(公共)의 적(敵)’인 것처럼 보인다. 트럼프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이 악(惡)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민주주의 스펙트럼의 나라를 흑백필름 잣대로 보는 시각에 불과하다.
 
  미국 내부 사정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선거인단 수에서 바이든은 279명 트럼프는 214명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11월 10일 기준). 압도적 지지지만, 유권자 수로 보면 바이든 7600만명 트럼프 7100만명으로 약 500만 표 차에 불과하다.
 
  주목할 부분은 우편투표다. 전체 투표의 무려 30% 수준으로 6000만 표에 달했다. 2016년의 5.9%에 비해 거의 5배가 늘어났다. 우편투표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는 공화당 지지자도 있지만, 우편 투표자의 최소한 70% 정도, 즉 4000만 표는 민주당 지지 우편투표다.
 
  선거 전, 반트럼프에 불타는 민주당의 조직적인 선거운동이 접전(接戰) 지역에서 펼쳐졌다. 선거 막판에 트럼프가 역전패(逆戰敗)를 당한 가장 큰 이유는 이 4000만 표의 민주당 몰표에 있다. 바이든의 500만 표 차이의 승리는 여기서 왔다.
 
  물론 우편투표는 합법적인 정치 행위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달라진다. 투표 및 개표 과정에서 많은 일이 벌어진다. 민주당 몰표 4000만 표 중 상당수는 민주당 선거 대응팀이 보여준 조직력의 소산이다. 부재자(不在者)나 고령자(高齡者)의 투표를 돕는다면서 투표자 사인만 받은 뒤 민주당 조직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투표하는 행태는 그중 하나다.
 
  우편투표는 동그라미만 치고 끝내는 선거가 아니다. 거의 보험증서 같은 엄청난 설명서와 함께, 읽고 쓰고 판단할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 허용되어야 하는 행위다. 1시간 이상 멀리 떨어진 우체국까지 가서, 확인과 함께 투표용지를 부쳐야만 한다. 미국인, 특히 저소득 하층민은 그 같은 투표 행위에 익숙지 않다. 글을 못 읽기 때문에 참가할 능력조차 없는 사람도 많다.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자, 나아가 공화당 수뇌부도 우편투표의 적법성(適法性) 여부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악당 트럼프’를 싫어하는 정서도 강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얻은 표는 2012년 오바마가 얻었던 6600만 표보다도 500만 표나 더 많다. 트럼프가 오바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의미다.
 
  비록 바이든 당선이 대세로 굳어지고 있지만, 미국 내에서 우편투표 과정에서의 불법 여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설 경우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 잊기 쉬운 일인데 미국은 ‘정치의 나라’가 아니라 ‘법의 나라’다. 설사 트럼프가 항복 선언을 한다고 해도 나중에 법원의 처리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백신 개발과 내셔널리즘
 
  ―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판도에 대해 들어보고 싶다. 오늘(11월 9일) 화이자가 90% 성공률의 코로나19 백신의 개발을 발표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백신이 나오긴 하지만, 국가 간 장벽 편견 제한이 한층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이른바 현재의 미중(美中)관계와 비슷한, 백신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나타났다고나 할까.
 
  “화이자 백신 개발은 국제사회에 도움이 될 굿 뉴스(good news)다. 화이자는 다국적(多國籍) 경영체제에 기초한 영리(營利)기업이다. 국가가 제한하고 평가하는 공적(公的) 성격의 조직이 아니란 점에서 세계로부터의 신뢰가 결코 낮지 않을 것이다. 마치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줌(Zoom) 소프트, 구글에 대한 신뢰와 활용에 비견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 간 차원으로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중국제 백신을 신뢰하거나, 트럼프의 백신 개발 발표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코로나19와 백신 문제에 내셔널리즘(nationalism)이 반영됐다는 얘기다. 코로나19 방역 관련 장비나 도구에 관한 제한, 백신 확보에 관한 문제도 내셔널리즘의 연장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은 그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나설 것이다. 코로나19를 비정치적으로 대할 것이란 의미다. 바이든은 공약에서 말했듯이, 과학자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대응 특별팀을 발족할 것이다. 미국인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문제는 중국이다. 중국은 코로나19의 발원지(發源地)다. 문제가 터졌는데도 4주간 비밀로 하다가 전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같은 중국이 존재하는 한, 코로나19를 내셔널리즘을 넘어선, 의학적 차원의 문제로 발전시켜나가기는 어렵다.”
 
 
  “이미 G-제로 시대 접어들어”
 
2018년 9월 24일 한미 정상은 한미FTA 개정협정문에 서명했다. 사진=뉴시스
  이안 브레머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야말로 G-제로 시대의 확실한 증거라고 말한다. 앞장서서 깃발을 들고 나가는 나라가 없다는 얘기다. 할 수 없는지, 하고 싶지 않은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60억 인류가 모두 목을 매고 있지만, 결론적으로 지구를 구원할 구원투수가 사라졌다는 점이 핵심이다.
 
  ―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이미 시작됐지만, 구체적으로 앞으로 나타날 세계의 변화로 어떤 것이 있을까.
 
  “먼저 전 세계 저소득층에 대한 환경적·경제적·질적(質的) 하락 문제가 한층 더 부각될 것이다. 저소득층은 의료만이 아니라 지식 습득과 사회적 거리 지키기도 어렵다. 특히 디지털 테크놀로지(Digital Technology)라는 측면에서 한층 열악(劣惡)한 환경에 처해 있다. 이들은 원격근무는 거의 불가능하다. 이들에 대한 지원책 논의가 세계적 이슈로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나타난 저소득층의 문제와 같은) 엄청난 손실이나 실패는 전기·후기 산업화에 도달하기 직전에 나타난 공통 현상이기도 했다. 어려움이 나타나겠지만,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새로운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다.
 
  역설적으로 그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미중 간의 디커플링은 한층 더 강화될 것이다. 특히 테크놀로지 분야에서의 미중 디커플링이 핵심이다.”
 
  ― 당신은 미국의 패권(覇權)이 사라진 G-제로 논리를 처음으로 주창한 인물이다. 지금 세계는 이미 G-제로에 접어들었는가.
 
  “그렇다고 믿는다. 나는 현 세계를 이끌 지도자나 지도국이 없다는 것을 절감한다. 나는 당신과의 인터뷰 한 시간 전에 나토(NATO) 글로벌 국제화상회의에 참가했다. 주제는 2030년 세계에 관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2030년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생각을 펼쳤다. 원칙도 없고, 무질서·불규칙·불투명이 나토에서 본, 2030년 미래의 분위기다.
 
  G-제로는 현재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핵심적인 배경에 해당된다. 미국이 글로벌 지도자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 이유는 셀 수 없이 많다. 문제는 미국이 자리를 던져버릴 경우 대신할 나라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 중국은 어떤가.
 
  “중국이 미국을 추격하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을 대신한 슈퍼 파워가 될 수는 없다. 기껏해야 테크놀로지에 특화한 2류 파워에 불과하다. 중국의 ‘테크 파워(tech power)’는 개인·기업이 아니라, 정부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미국보다 질적·양적으로 절대 열세(劣勢)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현재 세계는 이미 G-제로 한가운데 있다고 판단된다.”
 
 
  “中이 美 따라잡으려면 많은 시간 필요”
 
  ― G–제로 상황이 미국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나.
 
  “미국이 G-제로로 가는 이유는 자신의 파워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다. 파워를 잃은 결과, 할 수 없이 G-제로로 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은 기축통화(基軸通貨)인 달러를 갖고 있다. 전 세계 금융을 지배하고 있고, 글로벌 최고 수준의 에너지 생산국이기도 하다. 식량 생산, 지정학적(地政學的) 차원의 군사·외교의 우위, 무기 생산과 개발, 미국 내에 집중한 테크놀로지 기업…. 이런 점에서 미국은 세계 최고의 압도적인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외국에서 미국을 싫다고 말하더라도, 미국 스스로가 슈퍼 파워의 책임에서 탈피하겠다고 공언한다 해도, 그동안 구축해온 미국의 글로벌 하드 파워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라는 얼마 안 된다. 미국의 자산인 소프트 파워는 줄어들 수 있겠지만, 하드 파워는 안 변한다.”
 
  이안 브레머에 따르면, 트럼프가 얻은 한국에 대한 협상 결과야말로 미국이 얻은 G-제로의 장점 중 하나라고 한다. 소프트 파워에 질린 한국이지만, 하드 파워를 가진 미국에 끌려들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안 브레머는 “트럼프 외교의 상당수가 그 같은 G-제로 환경하에서 탄생된 업적”이라고 말한다.
 
  한국을 예로 들어보자. 트럼프는 ‘큰 형님’식의 국제경찰과 무관한, ‘아메리카 퍼스트’로 한국을 대했다.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 시정을 G-제로 구도하의, 제3자적 시각에서 대했다. 그 결과 미국의 이익이 향상됐다. 반미(反美) 감정이 아무리 강해도, 한국이 하드 파워 미국을 멀리할 수는 없다.
 
  멕시코와의 자동차 무역 문제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체제하의 G-제로 외교 구도는 이스라엘·사우디아라비아·바레인·수단 같은 나라와의 외교에서도 미국에 이익을 안겨주었다. G-제로는 미국 입장에서 보면 문제될 것이 없다. 그러나 국제무대에서 보면 여러 가지 문제가 동시에 터져 나올 것이다. 코로나19, 파리협정과 같은 문제가 국제적으로 처리되지 못할 경우, 결국 피해는 미국 이외의 나라들이 입게 된다.
 
 
  “데이터 기반 테크놀로지의 美中 간 디커플링 심해질 것”
 
  ― 민주당 일부와 아시아 일부에서는 미중 시대로 대표되는 G2 체제에 주목하고 있다. ‘G-제로=G2’라 보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G2시대는 이미 왔는가.
 
  “그 같은 생각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 중국은 아직 여러 분야에서 미국의 상대가 될 수 없다. 군사력, 기축통화 규모, 경제 규모, 에너지 수입·수출, 식량 생산과 자급률을 보면 전부 미국보다 열세에 있다. 중국이 40~50년 전에 비해 비약적인 발전을 한 것은 사실이다. 지난 10년간을 보면, 테크놀로지 분야에서의 엄청난 비약이 이뤄졌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중국이 미국을 능가하는 슈퍼 파워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객관적 정황으로 봐도,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 미중 디커플링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제한된 영역으로 나아갈 것이다. 미중 간에는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보완관계가 존재한다. 냉전(冷戰) 당시 미국과 옛 소련 사이에 없던 상황이다. 월마트에 가면 전부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뿐이다. 5년 뒤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인 학생들도 넘칠 것이고, MBA 취득자의 중국인 수도 외국인 가운데 가장 많다. 현재 잠시 주춤하고 있지만, 앞으로 그 같은 상황은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미중이 연결된다고 해도, 유일하게 디커플링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분야도 있다. ‘디지털 데이터(Digital Data)에 근거한 테크놀로지 분야다. AI(인공지능)에 근거한 ‘스마트시티(Smart City)’ 관련 데이터가 좋은 예다. 앞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할 영역이지만, 관련 정보의 미중 간 디커플링은 피할 수 없다.”
 
  ― 당신은 일찍부터 세계데이터기구(World Data Organization·WDO) 설립을 제안해왔다. 중국은 배제되는가.
 
  “내가 제안한 WDO는 국제무역기구(WTO)와 비슷한, 디지털 국제기구라 보면 된다. 누구나 가입은 가능하다. 그러나 WDO가 규정한 원칙과 가치에 부응하는 나라에만 허용된다. 투명성에 기초하고, 국가가 아닌 개인·기업이 주도하는 데이터 공유(共有)와 같은 것들이 원칙이다. 미국·유럽·일본 중심이 되겠지만, 중국을 밖으로 쫓아내진 않을 것이다. 호혜·평등 지구 차원의 공동가치 실현을 위한 데이터 기구로 나아가지 못할 경우, 아주 어두운 인류의 디스토피아(dystopia)가 밀려들 것이다. 디지털 정보를 악용(惡用)하는 경찰국가·감시국가 같은 것은 좋은 예다.”
 
 
  데이터 통제 국가 독재에 대한 우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주목받는 곳이 중국이다. 감염 지역 거주자 수천만명을 통제하고 확진자 개개인을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하는 ‘신(神)의 한수’가 중국에서 나타났다. 바이러스 공포가 지구를 얼어붙게 할수록, 일부에게는 인류의 희망 모델로 부상(浮上)한 나라가 중국인 듯하다. 이안 브레머는 중국을 ‘국가 주도 자본주의(state capitalism)’의 전형적인 모델로 규정한다. 공산일당독재국가가 통치 주체이지만, 방식은 자본주의를 통한 통치를 말한다.
 
  ― 당신은 일찍이 ‘국가 주도 자본주의’의 도래를 예상했다. 중국에서 보듯, 개인이나 기업이 아닌, 국가가 전부 나서 주도하는 인위적(人爲的)인 자본주의 체제다. 감시 체제를 활용한 경찰국가는 국가 자본주의 체제의 특징 중 하나로 느껴진다. 코로나19 이후 변화일 수도 있겠지만, 국가 주도 자본주의가 인류의 대세가 될 수 있을까.
 
  “정부가 데이터를 독점할 경우 수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영향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에서 수많은 일이 자연스럽게 탄생된다. 관련되는 근로자도 급증하면서 국민 생활 전부가 데이터를 통해 진행·분석·평가된다. 학습 AI, 로봇 서비스, 심지어 생산 문제도 데이터를 통해 관리·통제될 수 있다.
 
  국가 주도 자본주의는 그 같은 문제를 아주 효율적이고도 재빨리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 감히 국가의 정책에 대한 반대나 생각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테크놀로지를 통한 효율성·생산성 증가는 중국에 좋은 일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데이터 통제력을 통한 정치력 확대에 적극 나선다는 점에서 비극이다. 정치적 안정이라는 목적하에 데이터 통제가 일상화될 것이다. 결국 개인의 행동 성향에 기초한 데이터에 근거해, 임의(任意)로 상벌(賞罰)을 주는 식의 국가 독재가 자행될 수밖에 없다. 기존의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허무는 무서운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부분적으로 이미 시작됐다.”
 
 
  “바이든, 시진핑은 불량배”
 
2013년 12월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만난 부통령 시절의 바이든. 후일 바이든은 시진핑을 ‘불량배’라고 칭했다. 사진=신화/뉴시스
  ― 중국이 상상하는 궁극적인 꿈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중국은 미국식 민주주의 체제나 구도로 바꿀 생각이 없다. 경제적 향상이 가장 중요하고, 중국 내부 변화 없이 외국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자는 것이 중국몽(中國夢)의 윤곽이다. 1당 독재하의 국가 주도 자본주의, 감시국가 같은 구도는 앞으로 점점 더 강화될 것이다. 국제무대에 아무리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해도, 미국이나 서방의 가치와 무관한 중국식 기준에 의한 영향력 확대에 매진할 뿐이다. WDO는 그 같은 중국식 관행(慣行)이 세계화(世界化)로 이어지지 못하도록 막는 장치가 될 것이다. 중국이 WDO에 흥미를 보일지 모르겠지만, 가입할 경우 WTO에서처럼 중국에 이익을 주는 부분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 바이든의 대(對)중국 정책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트럼프와 비슷할 것이다. 그러나 차이점은 전문가 얘기에 훨씬 귀를 기울일 것이란 점이다. 중국을 체험한 국무부 외교관의 충고 같은 것들 말이다.
 
  정치적 차원에서 볼 때 바이든의 중국관은 이미 타이완·홍콩·위구르 문제를 통해 충분히 노출됐다. 트럼프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욱 강하다.
 
  기억할지 모르겠는데, 바이든은 수차례 시진핑(習近平)을 ‘더그(thug·음흉한 불량배·살인자·악당이란 의미)’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트럼프도 그렇게까지 험악한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인권 문제에 관한 한 바이든은 결코 중국과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제한적으로 기후 문제 같은 분야에서의 협력은 있을 수 있다. WTO 같은 국제기구에도 적극 개입하면서 그동안의 긴장된 분위기를 잠시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협력 결과나 상호신뢰가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바이든, 한국에 美中 간 선택 강요 않을 것”
 
2013년 12월 방한한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은 서울 연세대에서 강연을 했다. 사진=뉴시스
  최근 한국 외교관의 ‘미중 간 선택론’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런저런 해석이 있지만, ‘한국은 미국과 중국을 선택할 수준에 도달한 나라’라는 것이 핵심이다. 정치가도 아닌 외교관이라는 사람이 그런 말을 했다는 점에서 황당하게 느낀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캐나다·터키·브라질처럼, G-제로 상황에 적응해가면서 살아가는 국가, 미국·중국·유럽·러시아와 같은 특정 국가에 속하지 않으면서, 눈앞의 국익에 근거해 자유로운 외교를 구가하는 나라를 뜻한다. 외교 최전선인 워싱턴DC 주재 한국 대사의 감각에 따르면, 한국은 이미 피벗 국가로 변한 듯하다.
 
  ― 한국은 피벗 국가인가.
 
  “아니다. 한국은 이미 10여 년 전 이전부터 중국에 경도(傾倒)되고 있다. 미국이 안전보장 면에서 동맹관계를 맺고 있지만, 한국이 중국 영향권에 빠지는, 이른바 ‘그림자 국가(shadow state)’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일고 있다.
 
  중국은 경제적 파워를 배경으로 한국에 대한 보복을 주기적(週期的)으로 감행하고 있다. 사드(THAAD) 배치 이후 보여준 중국의 보복은 좋은 본보기다. 중국의 그런 행동은 한국 자체보다, 미국에 대한 경계가 배경에 있다.
 
  바이든은 한국의 지정학적(地政學的) 고충을 잘 이해하고 있다. 트럼프와 달리, 한국에 대해 미국·중국 가운데 어디를 선택하라는 식의 강요는 하지 않을 것이다.
 
  내 생각으로는 그 같은 상황은 국제무대에서의 한국 활동과 역할을 새롭게 창조해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미국을 과잉 의식한 중국의 일방적 간섭도 피하면서, 한국 스스로가 살길을 개척해낼 수 있는 기회라고 본다.”
 
 
  “한국, 反日 정서에서 벗어나야”
 
  ―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일본과의 문제가 걸린다. 한국은 일본과 함께 지역 문제에 참가하기를 주저한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스가 일본 총리도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미국 대선 직전 스가 총리와 통화한 적이 있다. 스가 총리는 ‘(미국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 전체의 안정과 균형이 중요하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는 중국을 다루는 데 있어서도 미국만이 아닌, 지역 내 모든 국가가 협력·연계해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임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경우 미국 중심이었지만, 스가 총리는 미국을 포함한 지역 전체 협력하의 대중(對中)정책과 평화를 한층 더 중시한다. 한국은 그 같은 상황을 이해하면서 바이든 외교에 대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스가 총리가 한국과의 협력 체제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갈 것으로 보는가.
 
  “그걸 원할 것이다. 바이든의 새로운 외교정책과 스가의 지역협력 체제에 기초한 안전망(安全網) 구축은 한국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기존의 (반일) 정서에서 벗어나는 것이 좋을 듯하다.”
 
  ― 북한 문제로 넘어가자. 트럼프는 리얼리티 쇼 비즈니스로 북한을 다뤘다. 바이든은 어떨까.
 
  “아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다. 바이든은 김정은과의 대화에 곧바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당분간 기다리는 것이 좋다. 북핵(北核) 이슈에 관한 한, 역대 미국의 모든 행정부가 실패로 끝났다.
 
  나는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김정은이 대륙간탄도탄(ICBM) 실험 발사를 한다 해도 조금도 놀라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물론 이전의 오바마도 북핵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 바이든이라 해도, 당장 결과가 안 나올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 없을 것”
 
  ― 미국이 도저히 참지 못할, 중국·북한이 자행할 최종 마지노선은 무엇인가? 타이완 공격이나 대륙간탄도탄 발사인가.
 
  “중국의 홍콩 개입이 미중 간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것이 이미 10여 년 전이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도 진작부터 미국이 도저히 못 참을 마지노선으로 통해왔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중국과 북한은 그냥 마음대로 선을 넘어서 미국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을 뿐이다. 마지노선은 안 보인다. G-제로에 미국이 할 수 있는 옵션이 별로 없다.”
 
  ― 세계 전체에 분포된 미군 주둔 문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군의 한국·일본 주둔도 계속될 것인가? 축소는 가능한가.
 
  “바이든이 등장하면서 주한미군 철수는 없을 것이다. 바이든은 주한미군뿐 아니라 주일미군도 유지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군사환경의 변화에 따른 미군 전략·전술의 변화는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일본과 함께 대화를 하면서 미군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점에서 트럼프와 다를 것이다. 결국에는 한국이 스스로 안보 체제를 구축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 대통령 선거 직후, 정치인들이 워싱턴DC를 가장 먼저 방문한 나라가 한국이다. 외교부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의 떼 방문이다. ‘바이든과 친한 한국인이 이토록 많은지 몰랐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여기저기 선을 대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필자의 눈에는, 한국 스스로의 구체적 전략·전술도 없이 떼로 우왕좌왕 몰려다니는 행태로 비친다. 결국 사진 한 장 박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미국은 한국식 공직자 인선(人選) 체제와 전혀 다른 시스템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바이든의 새로운 인선 최종판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하반기쯤에야 가능할 것이다.
 
 
  아버지는 한국에서 20년간 근무
 
주한미군 출신인 이안 브레머의 아버지 아서 브레머. 사진=이안 브레머 제공
  ― 한국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다면 어떤 어드바이스를 던져주고 싶나? 바이든 행정부를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싶은가.
 
  “‘일단 시간을 갖고 준비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미국은 현재 내부적으로 상처투성이다. 능력 있고 지혜 있는 참모들도 많지만, 바이든이 방향을 잡고 일을 해나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당분간은 아무런 결론을 낼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 위기 상황으로 인해 뭔가 확실한 결단을 내리기는 더더욱 힘들다. 일단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서 준비하기 바란다. 북핵에 모든 것을 거는 김정은에게도 똑같은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이안 브레머와의 인터뷰는 자신의 아버지인 아서 브레머(Arther Bremmer)에 대한 얘기로 끝났다. 아서 브레머는 주한미군 육군 군인 출신으로 한국에서 20여 년간 근무한 인물이다. 이안 브레머는 자신의 아버지가 지난해 미국 퇴역군인 신문에 크게 보도됐다고 자랑하면서 생전의 부친 사진을 보내왔다. 언젠가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이안 브레머와의 다음 인터뷰의 주제는 20년간 주한미군으로 일한 아버지 이야기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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