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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공화당 외교안보 전략 보고서에 실린 미국이 그리는 2020년 이후의 세계

사실상 한국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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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공화당 내 최대 분파, ‘연구위원회’가 작성
⊙ “一帶一路·천인계획·공자학원 모두 中國夢 이루려는 도구”
⊙ “미국은 인도· 대만·일본·필리핀·인도네시아와 FTA 협상 시작해야 한다”
⊙ 보고서에 한국 언급 한 번, 일본·호주는 동맹국으로 반복 언급
공화당 연구위원회가 낸 외교 안보 보고서 〈미국을 더 강하게〉.
  ‘마가(MAGA)’. 미국 대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이라면 어디선가 보았을 단어다. ‘다시 미국을 강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의 축약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캐치프레이즈다. 트럼프가 주(州)마다 돌아다니며 대선 유세를 하는 걸 ‘마가 랠리(MAGA rally)’라 표현하기도 한다. 트럼프가 유세하는 곳이면 ‘MAGA’라 씌여 있는 모자나 티셔츠를 착용한 공화당 지지자들이 어김없이 나타난다.
 
  ‘마가’를 들여다보면 현재 미국을 이끌고 있는 리더들의 현실 인식을 읽어낼 수 있다. 바로 위기 의식이다. 미국의 영향력이 과거만 못하다는 진단이다.
 
  지난 6월, 미국 공화당 연구위원회(RSC·Republican Study Committee)는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의 안보 전략에 대한 제언을 담고 있다. 보고서 제목은 명료하다. ‘미국을 더 강하게, 그리고 글로벌 위협에 대항하기(Strengthening America & Countering Global Threats)’.
 
‘MAGA’ 구호가 적힌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징이 됐다. 뜻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이다. 사진=AP/뉴시스
  지난 6월 이 보고서가 나왔을 때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미국이 국제 정세에서 처한 상황과 대응책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훌륭한 보고서지만 말 그대로 ‘제언’ 수준으로 여겼다. 그런데 보고서에 실린 제언들이 하나 둘씩 정책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9월 9일 미국 국무부는 “미국 비자를 내주기에 적합하지 않은 중국인 1000명 이상의 비자 발급을 취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인 ‘유학생 간첩’을 지적하며 보고서가 제안한 그대로다.
 
  보고서를 다시 한 번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 그리고 공화당이 그리는 2020년 이후의 세계, 그 청사진을 알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위원회의 청사진은 대부분 정책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中國 아닌 ‘中共’
 
  공화당 연구위원회(RSC)는 미국 하원 내 공화당의 한 분파다. 1973년에 창설됐다. 현재 하원 의석은 전체 435석인데 민주당이 232석, 공화당이 198석을 차지하고 있다. 198명의 공화당 하원 의원 중 147명이 RSC 회원이다. 민주당・공화당의 모든 분파 중 가장 크다. 공화당과 백악관의 정책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RSC는 보수주의, 특히 재정보수주의를 표방해왔다. 자유무역을 강력히 지지하고, 총기소유권을 옹호한다. 증세엔 당연히 반대한다. 전미총기협회・헤리티지재단 같은 보수 성향 단체들과 일종의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하원 의원 시절 RSC 의장이었다. 전 부통령 딕 체니, 댄 퀘일도 RSC 회원이었다.
 
  보고서는 RSC 내 외교안보 특위(National Security & Foreign Affairs Task Force)가 작성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출신 조 윌슨 의원이 특위의 의장이다.
 
  보고서는 현재 미국이 마주한 위협이 무엇인지 명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실패한 정책 때문에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입지가 약화됐다고 진단한다. 그 결과 부상한 위협이 중국・러시아・중동(이란과 지하드 테러리스트), 그리고 흔들리는 국제기구들이다.
 
  이 중 가장 중대한 위협은 바로 중국이다. 보고서의 많은 분량을 중국 문제에 할애했다. 본문 총 82쪽 중 25쪽분량이 중국 얘기다. 러시아는 9쪽 분량이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을 ‘중공(Communist China)’이라 부른다는 점이다. 중국 전체가 아닌,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위협이란 얘기다. 이건 간단치 않은 대목이다. 결국 중국의 레짐(regime)이 바뀌어야 미국의 최대 위협이 소멸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보고서의 장점은 정확하고 주요한 미국 정부 내 자료를 근거로 깊이 있는 통찰을 했다는 점이다. 주목해야 할 점은 현 정세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적인 정책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130가지 이상의 정책을 권고했다. ‘의회는 이러이러한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식으로 기술했다. 4가지 위협 중 한국의 이해관계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중국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자.
 
 
  더 이상 ‘G2’는 없다
 
  미국은 중국과 경제 교류를 늘리고 중국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시민 중심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나라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보고서는 진단한다. 해당 부분을 축약해 기술하면 이렇다.
 
  〈중국은 권위주의를 강화하고, 국제 무역을 이용해 엄청난 경제력과 군사력을 쌓았다. 이제 그 힘을 활용해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무너뜨리려 한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 발발 초기부터 사태를 은폐하고 내용을 조작하려 했다. 진실을 밝히려 한 의사와 기자들의 입을 막았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압력을 가해 중국을 옹호하게 했다. 그리고 미군이 바이러스를 가져왔다는 음모론을 국영 매체를 통해 퍼트렸다.
 
  그러나 이런 기만적인 움직임이 놀랍지 않은 게, 중국은 결국 세계 최강국 미국을 앞지르려 하는 공산주의 국가다.
 
  현대사에서 가장 권위주의적인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은 2012년 11월 제17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중국몽(中國夢)’을 발표했다. 5년 후인 2017년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이렇게 말했다. “중국몽은 평화로운 국제 환경과 안정적인 국제 질서 내에서만 실현될 수 있다”
 
  중국몽이란, 많은 전문가가 지적했듯 중국 공산당이 미국이 이끄는 국제 체제를 중국 공산당이 이끄는 체제로 바꾸는 것이다.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 중국은 산업 스파이 활동과 지식재산 절도 및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악의적 정치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권을 침해하며, 개발도상국이 차관, 건설 산업 때문에 중국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
 
  무역과 경제 통합으로는 중국을 민주화하지 못했다. 중국 공산당은 더 권위주의적이 됐다. 최소 5개 분야의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첫째,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과 지적재산 절도, 악의적 경제 행위 대응.
  둘째, 미국 내 중국의 정치 로비 행위와 허위 정보 공작에 대응.
  셋째, 중국의 인권 침해와 국제 기구 침투에 맞서야 한다.
  넷째, 중국의 종합적 군 현대화 저지.
  다섯째, 인도-태평양 지역 내 동맹 강화.〉
 
 
  중국의 산업 스파이 활동
 
2015년 9월 8일 미국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SK텔레콤이 개최한 ‘양자암호통신 기술시연회’에서 조 윌슨(오른쪽에서 셋째) 의원 등 미 하원 군사위원회 의원들과 관계자들이 양자암호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모습. 조 윌슨 의원은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이다.
  보고서는 중국 공산당이 산업 스파이 활동을 조직적으로 지원하며, 미국의 지식재산을 절도하고 있다고 규정한다.
 
  “지난해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북미에 있는 기업 다섯 곳 중 한 곳꼴로 전년도에 중국 기업에 지식재산을 도난당했다고 진술했다. 중국 공산당은 과학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수천명의 중국 학생을 미국과 다른 나라로 보내고 있다. 중국의 안보를 위해 조직적으로 핵심 기술을 노리고 벌이는 일이다.”
 
  “오바마 대통령 시기, 중국이 미국 인사관리처의 네트워크를 해킹했는데도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에 공개적으로 책임을 묻지 않았다. 오바마 정부는 시진핑 주석과 사이버 스파이 활동 중단을 위한 외교 협정을 협상하는 전략을 택했으나 결과적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보고서가 제시한 조치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이 중 일부는 한국 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기업에 미국 내 소장 송달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중국 기업은 일반적으로 미국에 대리인을 두지 않고 있다. 의회는 중국 및 기타 국가 기업들이 미국 시장에 접근하려면 소장을 송달받을 미국 내 대리인을 지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 미국 기업이나 대학 등이 피해를 입은 즉시 중국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일부 중국 국영기업이 ‘외국주권면제법(Foreign Sovereign Immunities Act)’을 주장하며 민사 소송을 피하고 있다. 주권면제를 받기 위해 중국 기업이 중국 국영기업으로 가장하는 경우도 있다. 외국주권면제법은 외국 정부는 미국 법정에서 피고가 될 수 없다고 규정한 법이다.
 
  특위는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주권면제 주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권고를 지지한다. 특위는 미국 기업으로부터 지식재산을 절도했거나, 절도된 지식재산을 이용해 직접적인 혜택을 얻은 기업을 명시한 보고서를 재무부가 매년 의무적으로 발행할 것을 제안한다. 재무부는 해당 기업에 절도 및 편취 행위의 중단을 의무적으로 경고할 수도 있다. 해당 기업이 경고 후 6개월 안에 그런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그 기업은 특별제재대상으로 지정돼,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더 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의회는 상무부 산업안보국의 거래부적격자 목록과 그에 따른 제재를 성문화해야 한다. 미국의 개인 및 기업은 산업안보국의 거래부적격자에 등재되면 개인 및 기업과 수출 거래를 할 수 없다.
 
 
  중국의 지적재산 절도
 
2017년 4월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미국 플로리다의 마라라고(Mar-a-Lago)리조트로 초대했다. 사진=주한미국대사관 홈페이지
  특위는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을 미국과 서구 국가의 지적재산을 중국 정부가 편취하는 예로 들었다. 천인계획의 정식 명칭은 ‘해외 고등인재 초청 정책’이다. 12년 전인 2008년 ‘세계 정상급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하겠다’며 시작한 중국의 국가 프로젝트다.
 
  중국은 천인계획으로 미국 등에서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국제 전문가를 유인한다. 급여와 연구기금·연구실과 기타 혜택을 제공하는 대가로 중국에 지식과 연구를 제공하도록 한다. 후버연구소 보고서를 보면, 중국 정부의 자체 웹사이트 기준으로 300명이 넘는 미국 정부 연구자와 600명이 넘는 미국 기업 인력이 중국의 천인계획 자금을 받아들였다.
 
  지난 1월엔 찰스 리버 하버드대학 교수(화학·생물학과장)가 천인계획에 참여하면서 미국 정부에 허위보고한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연방수사국(FBI)은 중국이 연구기밀과 영업비밀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으로 학생 스파이를 파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공학·수학(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STEM) 분야의 일부 학생과 교수를 활용했다.
 
  2019년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hina Economic and Security Commission·USCC) 보고서는, 외국인 학생들이 중국 정부 혹은 관련인이나 관련 기관의 자금 지원을 받는지 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그 주장을 지지한다. 의회는 중국군 및 국가안전부와 관련 있는 연구·과학·공학기관으로 어떤 곳이 있는지 목록이 포함된 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비자 발급을 거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의회는 또한 국토안보부가 외국 유학생의 미국 재입국 시 주기적으로 재심사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 관료 비자 발급 금지
 
  호주전략정책연구소(Australian Strategic Policy Institute)의 보고서를 보면, 2007년 이래 약 500명의 중국군 과학자가 미국에서 공부했다.
 
  중국이 미국 대학 및 연구기관의 지식재산 절도를 멈출 때까지 의회는 중국의 정부 관료와 현역 군인,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와 그 직계 가족에게 비자 발급, 특히 학생·관광 비자 발급을 금지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당원이 9000만명 이상이다. 당원 전체에 대한 비자 금지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중앙정치국 소속 25명과 중앙위원회 중앙위원 205명 및 후보위원 171명,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대표 2280명, 고위 지도부와 그 배우자 및 자녀는 금지하는 게 적절하다.
 
  짐 뱅크스 의원이 발의한 ‘미국대학보호법’ 제정을 권고한다. 그렇게 되면 연방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민감한 연구 사업엔 화웨이와 중싱통신, 카스퍼스키 같은 중국·러시아 정부가 개발한 기술의 사용은 금지한다.
 
  특위는 국방부 연구 보조금을 신청하는 주체는 ‘해당 보조금을 받게 될 사람 중 누구도 중국이 운영하는 인재 채용 사업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증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국 기업은 내부에 공산당 위원회가 있는지, 중국 정부에 자금 지원을 얼마나 받았는지 공개해야 한다. 바이두와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기술 기업 내부에는 공안이 심은 조직이 존재한다. 이러한 조직이 민감한 정보를 중국 정부에 전달한다.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중국의 화웨이는 5G 네트워크 장비 분야의 선두 기업이다. 화웨이는 2009년 1월 영업비밀 절도 혐의로 미국 법무부에 의해 기소됐다. 연방통신위원회(Federal Communications Commission· FCC) 위원장인 아짓 파이는 “화웨이가 중국 법률에 따라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있으며, 네트워크에서 개인과 기업을 염탐하거나 네트워크에 악성 소프트웨어 또는 스파이웨어를 설치하도록 강요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는 기업이자 지식재산 절도 이력이 있는 화웨이가 전 세계 5G 네트워크에 발을 들인다면, 중국이 핵심 기반시설을 공격하고 미국과 주요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를 방해할 수도 있다.
 
 
  미국 전역에 퍼진 공자학원
 
한국에도 공자학원이 있다. 연세대·한국외대·경희대 등 스물한 곳의 대학교에 설치되어 있다. 사진은 경희대 공자학원 홈페이지 모습.
  중국은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를 상대로 정치전과 허위 정보 공작을 벌이는 중이다. 학계와 언론, 기업과 문화기관이 표적이다.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판을 억제하고 긍정적 견해를 홍보하는 게 목표다.
 
  중국은 미국 대학 내 중국어 어학센터인 ‘공자학원(孔子學院)’을 이용해 대학생들에게 중국 입장의 정치적 서술을 유포한다. 2019년 상원 상임조사소위원회(Permanent Subcommittee on Investigations)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100곳 이상의 미국 대학에 공자학원이 설치되어 있다. 중국 정부는 여기에 1억5000만 달러 이상을 지원했다.
 
  중국 공산당에서 정치 공작을 담당하는 기관은 통일전선공작부(통전부)다. 후버연구소의 래리 다이아몬드는 “통전부는 영향 공작에 관여하는 수많은 중국 당·정부 기관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한다. 겉으로는 민간 시민단체나 학문단체, 영화단체, 심지어 종교단체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지시를 받는 조직들이 있다. 특위는 통전부와 그 소속 관료, 직계 가족이 미국의 금융 시스템을 이용하고 비자를 발급받는 것을 의회가 금지해야 한다고 믿는다.
 
  미국에는 6개 주를 제외한 모든 주에 공자학원이 한 곳 이상 존재한다. 전미학자협회에 의하면 현재 미국에는 86개 공자학원이 존재하며 올해 5곳이 폐쇄될 예정이다.
 
  중국 공산당의 미국 내 허위 정보 공작엔 워싱턴DC 싱크탱크에 대한 자금 지원도 포함된다.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의 보고서는 워싱턴DC의 여러 싱크탱크와 대학이 통전부 지휘 조직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 둥젠화(董建华)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고 명시했다.
 
  외국의 정부와 정당, 군사조직에서 연간 5만 달러 이상의 자금 지원을 받는 싱크탱크와 유사 비영리단체에는 해당 정보의 공개를 요구해야 한다고 특위는 판단한다.
 
 
  중국의 국제기구 장악
 
  시진핑 정권 기간 동안 권위주의가 점점 강화되고 있는 중국 정권은 중국은 물론 전 세계의 자유와 인권을 위협한다. 중국 공산당은 자유와 인권이 존재하지 않는 대안적 통치 행태를 홍보하려 공작을 한다. 그들이 ‘중국식 인권’이라 부르는 구상이다.
 
  중국은 국제기구를 장악해 인권을 재정의하고 중국 중심 질서를 홍보하는 데 이용하려 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위기 중에 뚜렷하게 드러났다. 중국은 팬데믹에서 자국의 책임을 감추기 위해 WHO를 이용했다. WHO는 중국이 실수를 은폐하도록 지원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위기 초기에 중국인 입국을 금지한 것을 비판했다. 미국은 WHO의 최대 지원국이다. 연간 4억~5억 달러를 지원한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WHO 탈퇴를 발표했다.
 
  의회는 WHO에 지원되는 자금을 다른 국제 보건 사업에 돌리고, 대통령에게 WHO를 탈퇴하도록 지시하는 법률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의회는 대통령이 민주주의 국가 간 다자 협력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도록 해야 한다.
 
 
  WHO, 대만 받아들여야
 
  특위 판단으론, WHO가 중국으로부터 독립성을 입증할 수 있는 조치는 대만을 참관국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중국은 2015년 대만의 WHO 회원국 가입을 막았다. 그럼에도 대만은 코로나19 사태에서 WHO의 대응을 도우려 했다. WHO는 코로나19가 인간 대(對) 인간 감염으로 전파된다는 대만의 경고를 무시했다. 특위는 대만이 WHO 참관국의 지위를 회복하도록 국무부가 전략을 강구할 것을 지시한 테드 요호(Ted Yoho) 의원(공화당·플로리다주)의 법안을 지지한다.
 
  홍콩 사태는 자유와 권위주의 사이의 전쟁에서 분수령이 되는 순간이다. 홍콩을 강제로 장악하려는 중국의 최근 조치는 홍콩의 자치권과 민주주의를 훼손하며, 중국이 과거에 맺은 협약에도 위배된다.
 
  의회는 천취안궈와 우잉제를 비롯해 신장과 티베트 및 홍콩에서 벌어진 인권 유린에 책임이 있는 중국 공산당 고위 간부와 중국 정부 관료에 대한 제재를 지시해야 한다.
 
  중국은 주요 국제기준 제정기구와 다른 국제기구를 통제하려 하고 있다. 의회는 국무부가 대응 전략을 마련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중국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 같은 국제기준 제정기구도 통제하려 한다. 미국의 경제와 국가안보에 장기적인 위협이다. 중국이 WIPO를 통제하게 된다면 미국의 지식재산을 절도할 수 있게 된다. WIPO가 지식재산 체계를 연결하는 국제 기술 기반을 책임지며, 지식재산 정보에 대한 전 세계 참고자료의 출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렛 셰이퍼는 이렇게 지적했다.
 
  “WIPO가 감독하고 있는 특히 민감한 활동 중 하나는 특허기술부에 출원된 특허를 기밀로 유지하는 것이다. 국제 특허 체계인 특허협력조약(PCT)에 따라 발명자가 수수료를 내고 WIPO에 특허를 출원하면 153개 체약국 전체에 단일한 ‘국제’ 특허 출원이 이루어진다. 이 출원서에는 해당 발명에 관한 기술·기밀 정보가 포함된다.”
 
  셰이퍼에 따르면 WIPO 이사는 “WIP O 특허 출원서가 일반에 공개되기 18개월 전에 모든 출원서의 재산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행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은행, 세계식량계획, 그리고 주요 유엔 기구 등 앞으로 예정된 국제기구 임원 선거에서 미국이 승리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인도-태평양 동맹 강화
 
  트럼프 정부는 인도-태평양 지역 내 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2017년 이전 8년간 중단된 미국·일본·인도·호주의 4개국 안보대화 재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계속 증강하면서 몇몇 섬엔 활주로와 수십 개의 전투기용 격납고를 건설했다. 대함 순항미사일과 대공 포대, 미사일 방어체계도 구축해 미국과 그 동맹국·협력국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와중에도 베트남 어선 한 척을 침몰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와는 달리 리더십을 발휘해 남중국해 내 항행의 자유에 대한 미국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한다. 항행의 자유 작전 11건을 승인했고,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에 맞서는 국가에 군사 지원을 강화했다.
 
  번영하는 자유로운 인도-태평양 지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와의 무역 확대가 필수적이다.
 
  2019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과 제한적 무역협정을 체결했다. “향후 ‘좀 더 종합적인’ 무역협정 협상을 기대한다”는 발표도 했다. 또한 필리핀・인도와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대한 관심도 표명했다.
 
  미국은 대만과 인도네시아・몽골 등 중국의 부상 때문에 압박받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와의 무역을 확대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그러한 노력을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믿을 수 있는 협력국과의 자유무역협정인 ‘경제번영 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구축도 제안했다.
 
  의회는 트럼프 행정부에 인도와의 무역 확대 검토를 장려하고 ‘미국·인도 협력개선법(United States-India Enhanced Cooperation Act)’을 제정해 인도에 대한 무기 판매 제한을 낮출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인도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민주주의 국가다. 또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향력 행사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 지속적으로 중국에 맞서왔다. 동남아시아에서는 미국과 긴밀하게 협력해 살라피 지하드 테러집단과 싸우고 있다.
 
  특위는 특위 위원장인 조 윌슨 하원의원(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이 상정한 ‘미국-인도협력개선법’을 지지한다. 이 법안은 인도를 미국의 주요 방위 파트너로 지정해 동맹을 강화하고 안보 협력을 개선하고자 한다. 그렇게 되면 호주나 일본 등 미국 동맹국과 비슷한 지위가 인도에 부여된다.
 
 
  新냉전시대
 
  보고서가 시사하는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더 이상 G2는 없다. 미국은 중국 정권에 결정적인 변화가 일어날 때까지 미중 전쟁을 끌고 나가리라는 걸 분명히 하고 있다. 신(新)냉전의 시작이다. 처음엔 미중 무역전쟁이었던 것이 이제는 자유주의와 귄위주의, 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대결이 됐다. 설사 민주당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해도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2013년 한국을 찾았을 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나 이런 말을 했다.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해서 좋은 적이 없었다.”
 
  친중(親中)으로 기울던 한국의 대외 정책에 대한 경고였다.
 
  둘째, 보고서에는 한국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단 한 번 2018년 9월에 있었던 한미FTA 협상 완료를 언급했을 뿐이다. 대신 일본은 인도-태평양 시대의 주요 파트너로 여러 번 언급했다. 북한은 불량 국가로 규정했다. 중국・러시아・이란・베네수엘라・쿠바・시리아와 함께다. 이 나라들은 자유와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권위주의 정권이 지배하고 있으며, 테러와 초국가적 범죄 네트워크, 핵 확산을 조장하는 국가라고 보고서는 지목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지목하며, 전 세계를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로 재편하기 위한 도구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부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에 동참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 아닌 듯하다.
 
  지난해 6월 중국 CCTV는 같은 달 열린 오사카 한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한국은 중국과 함께 일대일로를 건설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신남방·신북방 정책과 일대일로 간 접점을 모색하는 가운데 협력해나가자’는 취지로 언급했다”며 “일대일로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미국이 어느 쪽의 주장을 믿을지와 상관없이 한국 정부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단호한 자세가 중요한 때인 듯하다. 미국과 전쟁을 치렀던 베트남도 유연한 외교 정책을 펴고 있다. 보고서는 이 사실을 언급하며 미국이 베트남과 무역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셋째, 인도의 부상(浮上)이다. 중국의 견제책이자 인도-태평양 시대의 파트너로, 보고서는 인도를 지목했다. 미국과 인도의 파트너십이 향후 경제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대비해야 한다.
 
  우리의 인지 여부와 상관없이 세계는 대전환기에 들어섰다. 초강대국 미국이 그리는 미래에 한국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을지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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