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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의 전쟁과 평화

世界化의 후퇴와 한국의 선택

‘국제적 문제아’와 가까이하다 망한 高宗의 前轍 밟을 것인가

글 : 이춘근  이춘근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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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世界化 후퇴… 國家化 시대 도래하나?
⊙ “세계는 규칙도 심판도 없어… 이 같은 세상에서 허약함, 우유부단함은 치명적”
⊙ 미국 등 중국을 국제경제의 공급에서 退出시키게 되면 우리나라 부품들을 수입해 가지 않을 것

이춘근
195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국 텍사스대학 정치학 박사 /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자유기업원 국제문제연구실장·부원장, 한국경제연구원 외교안보연구실장 역임. 現 국방부 정책자문위원 / 저서 《미·중 패권경쟁과 한국의 국가전략》 《격동하는 동북아시아》 《현실주의국제정치학》 등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9년 11월 21일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애플 공장을 시찰했다. 트럼프는 중국을 국제경제 공급망에서 퇴출시키려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에는 대세(大勢·Main Current)가 있다. 대세라는 것은 한 시대의 주류가 되는 흐름을 말한다. 시대의 대세를 잘 따르는 사람이나 조직은 성공하게 된다. 그 흐름을 잘 모르거나 역행(逆行)하는 사람 혹은 조직은 운이 대단히 좋은 경우라 할지라도 시대에 뒤처지게 될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 파멸에 이르게 될지도 모른다. 조직의 생명이 끊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인간 생활의 큰 영역 중 하나인 국제정치에도 당연히 대세가 있다. 국제정치의 대세를 규정하는 몇 가지 변수가 있는데, 국제정치의 대세는 세월이 지남에도 불구하고 오래 지속되는 경우가 있고 때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초(혹은 지난해 연말) 중국 우한(武漢)에서 최초 발병한 후 급속도로 전 세계에 창궐된 코로나바이러스19는 세계 대부분 국가의 경제를 폭망 수준으로 파탄 나게 했다. 지난 5월 초순 확인된 사망자가 25만명이 넘는 국제정치의 대참사를 초래하고 말았다. 질병의 성질이 전염이다 보니 각국에서는 사람들이 만나는 모든 행동을 준(準)강제적으로 중지시킬 수밖에 없었고, 사람 간 거래가 중지되니 상업과 산업이 폭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국제 간 거래는 물론 국내 거래도 몇 개월씩 정지시키고 만 현대 세계 역사에 전무(全無)했던 괴질사건은 오늘내일 사이 국제정치의 대세를 완전히 바꾸어놓을 것이 분명하다.
 
 
  脫냉전 이후의 세계
 
  물론 코로나19가 초래한 충격은 전혀 존재하지 않던 상황을 새로이 창출한 것은 아니다. 이미 세계 도처에서 기왕의 국제정치적 대세가 야기하던 불협화음과 부조화가 점차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던 터였다. 이번 괴질사건은 그 불협화음과 부조화의 극단을 보여주었고, 이제 대세의 진행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정도가 된 것이다. 기왕의 국제정치적 대세란 ‘세계화(globalization)’라고 불리던 한 시대의 도도하고 압도적인 흐름이었다. 1990년대 초반 나타나기 시작한 국제정치의 도도한 흐름은 소련이 몰락한 직후, 유일 초(超)강대국이 된 미국에 의해 시도되던 국제질서였다.
 
  자유무역이라는 경제원칙과 민주주의라는 정치원칙에 근거한 미국식 세계관을 전 지구에 적용하고 싶어 했던 미국은 소련이 붕괴됨으로써 그렇게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소련이라는 훼방꾼이 없어진 세계에서 미국은 세계의 모든 국가에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자유화를 요구했다. 미국은 민주주의 국가들로 이루어진 평화의 세계를, 장사하는 나라들로 이루어진 번영의 세계를 만들고자 했다. 정치적으로는 아직 세계가 하나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나라가 상호 간에 빈번한 무역 거래를 함으로써 경제적 의미에서는 세계가 하나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경제단위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미국은 이처럼 경제적인 국경이 사실상 없어져버린 세상을 만듦으로써 결국 전 지구에 평화와 질서가 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1990년 이후 세계화를 미국과 동일시하는 학자들도 있을 정도로 세계화는 미국적 정치·경제 질서가 세계에 강력하게 투영된 모습이었다. 미국의 의도를 사사건건 방해하던 소련이 멸망했다는 사실은 미국식 세계관이 대세가 되어야 한다는 증명처럼 보였다.
 
 
  世界化 시대의 勝者와 敗者
 
  1990년대 초반 이후 국제정치의 대세는 세계화였다. 세계화에 잘 적응한 개인, 회사, 나라는 성공했다. 그렇지 못한 개인, 회사, 국가는 뒤처졌고 불만투성이가 되었다. 세계화라는 대세에서 밀린 사람, 조직, 나라를 통칭하는 말은 아마 ‘테러리스트’일 것이다. 이들은 막강해진 승자들을 향해 정규적인 도전 그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들이 택한 저항 방식인 테러리즘 외에 다른 저항 방법이 없었다.
 
  반면 세계화라는 대세를 가장 잘 활용한 나라는 아마 중국이라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 역시 세계화 시대의 우등생이었다. 중국은 세계화의 파도를 너무 잘 타다 보니 세계화의 대세를 만든 미국으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을 정도가 되었다. 미국이 세계화 시대를 만든 제일의 목적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 가장 잘사는 세계를 만들고 오랫동안, 아니 가능하다면 영원토록 미국이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21세기의 주인공은 중국이라는 말마저 나오는 세상이 되었다. 세계화라는 대세를 만든 주역인 미국조차 세계화에 대해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물론 세계화는 대세이기는 했지만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세계화라는 대세는 태생적으로 세계화에 적응할 수 없는 개인, 조직, 국가의 희생 위에서 성립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제적 분업이 세계화라는 대세에 가장 타당한 생산방식이 되었다. 미국 하버드대학 정치학과 제프리 프리덴(Jeeffry Friden) 교수는 세계화 시대의 승자(勝者)와 패자(敗者) 이야기를 극적으로 표현하고 세계화가 대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제시했다.
 
  “과거의 국가들은 자급자족을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지금의 국가들은 자국이 제일 잘 만드는 물건을 수출하고, 그렇지 않은 물건들은 수입한다. 그러나 국제적 분업은 가족과 마을과 국가를 분열시키기도 했고, 끈끈했던 전통사회를 파탄 나게 하기도 했다. 모든 대륙의 흩어진 농민과 노동자들은 고통을 당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적어도 그들의 아이 혹은 손자들은 그들보다 더 잘살 수 있게 되었다.”
 
  프리덴 교수의 논리는 잔인하기는 하지만 완전하다. 이익의 합이 손실의 합보다 큰 정책을 택하라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어 보는 손해는 자식이 만든 자동차를 내다 팔아 번 돈으로 상쇄(相殺)될 수 있다는 말이다. 국제분업, 세계화가 궁극적으로는 전체에게 이득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國家化의 시대?
 
  그러나 아무리 세계화 시대가 되어도 아직은 인류 사회가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데, 국가 혹은 민족이라는 벽이다. 모두에게 이득이 되었다는 말로 국가들은 만족하지 않는다. 국가들은 모두가 이득을 보았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보다는 오히려 다른 나라가 자기보다 이익을 더 많이 보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기 마련이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월급을 많이 받느냐의 여부가 중요하지, 사장이 다른 나라 사람이면 어떠냐”라는 내용의 말을 언급한 적이 있다. 타당하지만 완전하지는 않은 말이었다. “사장도 우리나라 사람이면 좋겠다”는, 대세를 거스르는 작은 불협화음과 부조화들이 세계 도처에서 누적되기 시작했다.
 
  포퓰리스트 정치가, 민족주의적 정치가들이 이를 놓칠 리가 없다. 영국은 세계화의 구체적 상징인 유럽연합에서 탈퇴했고(브렉시트·Brexit), 미국에서는 미국제일주의(America First)를 부르짖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프랑스에서도 하마터면 우파 민족주의자인 마린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될 뻔하였다.
 
  이런 와중에 국제정치의 새로운 대세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계화를 통한 국가들이 통합이 아니라 자국(自國)제일주의를 주장하는 독립 혹은 분열의 국제정치 시대가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작금의 현상을 아직 정확하게 이름 붙인 학자는 없다. ‘반(反)세계화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그렇고 ‘국가화(國家化)의 시대’라고 말하기도 아직은 이르다. 다만 코로나19로 인한 괴질은 세계화에 반(反)하던 흐름을 대세로 만들어놓기에 충분할 정도의 충격을 미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세계화에 대해 기분 나쁜 일들이 많았는데, 세계화라는 대세는 다른 나라가 퍼뜨린 병균 때문에 자국 국민들이 떼로 죽어나갈 수밖에 없게 된 원인제공자라는 불명예까지 덮어쓰게 되었다.
 
  또 하나 우리가 눈여겨 관찰해야 하는 대세 중 하나는 ‘미국이냐, 중국이냐’라는 문제다. 세계화의 대세를 만든 나라는 미국이지만 결국 중국이 세계화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되고 말았다. 미국은 세계화의 대세를 파괴하려고 이러저러한 핑계를 찾던 중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중국발(發) 코로나19는 미국이 세계화라는 대세를 깨버릴 수 있는 가장 결정적 근거가 되고 말았다. 중국과 미국의 싸움이 격렬하게 전개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나라의 운명이 국제정치의 대세에 의해 이리저리 휘둘리던 대한민국은 새로운 대세에 재빨리 적응하지 못할 경우 국가 존망(存亡)의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위기상황에 빠져들 것이다.
 
 
  세계는 정글이다
 
미어셰이머 교수.
  우리나라처럼 국제정치에 의해 운명이 변한 나라는 세계에 별로 없다. 시카고대학의 존 J. 미어셰이머 교수는 국제정치적 운명이 가장 불운한 나라의 대표적 사례로 한국과 폴란드를 말한다. 그는 권력정치의 노골적인 처절함을 분석한 자신의 저서 《강대국 국제정치의 비극》은 한국 사람이라면 읽을 필요가 없는 책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모든 한국 국민이 실제로 체험한 일이니 한국 사람은 자신의 책을 읽지 않아도 다 아는 내용일 것이라는 말이다.
 
  미국 학자의 눈에는 그렇게 비쳤는지 모르지만, 솔직히 말해 한국 사람들은 국제정치에 대해 너무 둔감하다고 말하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한국 국민은 놀랍게도 국제정치에 대해 낭만적이고 정서적(情緖的)으로 접근한다. 국가 이익에 의거한 냉철한 계산보다는 도덕 군자적 규범을 논하기 좋아한다. 다른 나라가 계속 건드리는데도 반응하지 않는 것을 평화라고 착각한다. 북한이 아무리 도발해도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그것이 평화다. 중국이 아무리 우리를 모욕하고 무시해도 대꾸하지 않으면 평화다.
 
  ‘험악한 국제사회에서 힘을 기르지 않으면 살 수 없다’고 말했더니, “착하게 살면 매는 맞지 않을 것 아닌가”라고 되받는 사람이 있어서 놀란 적이 있다. 사실은 놀랄 필요가 없는 일이었는데 말이다. 국제정치를 정서적으로 보면 그게 오히려 맞는 말이다. 한국이 역사적으로 대세를 모르고 있다가 당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최근 읽은 저서 중에 국제정치의 험악함을 잘 묘사한 부분이 있어 소개하고 싶다. 국제정치의 세계는 본시 정글의 세계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를 주도한 미국에 의해 만들어진 국제질서를 ‘정원’에 비유한 미국 국제정치학자 로버트 케이건의 《정글이 되돌아오고 있다(The Jungle Grows Back)》의 한 구절이다.
 
  “세계는 규칙도 심판도 없으며, 착한 아이들에게 상도 주지 않는 국제적인 정글이다. 이 같은 세상에서 허약함, 우유부단함은 치명적인 일이다. 실수에 대한 자연의 판결은 죽음이다. 국가안보는 정글의 힘에 대처할 수 있는 더 큰 힘이 있어야 유지될 수 있다. 미국의 도덕적·군사적·경제적 힘은 그동안 인류를 끌어온 기관차 역할을 했다.”
 
  국제정치를 ‘정글’로 묘사한 주인공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 국무장관이던 딘 애치슨이고, 위 문장은 애치슨의 말을 케이건이 인용한 것이다.
 
  세계화 시대 동안 미국은 질서만 제공한 것이 아니라 번영도 제공했다. 중국과 더불어 한국도 세계화로 인해 큰 덕을 보았다. 식량자급률이 24%밖에 되지 않는 한국 국민이 다이어트에 신경 쓰는 놀라운 나라가 된 것은 세계화 덕분이고 미국 덕분이다. 그런데 그런 세월이 급격히 끝나가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곧바로 미국은 중국을 죽도록 두들겨 팰 것 같은 형국이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로운 위기는 복합위기가 될 것
 
  김영삼(金泳三) 정권 시절 대한민국은 탈(脫)냉전 시대의 대세를 잘 이해하지 못했고 적응도 잘하지 못했다. 그래서 당시 대한민국의 경제 및 외교 정책은 ‘갈팡질팡, 온탕냉탕’이란 말로 설명되었고, 결국 1997년 경제 붕괴와 IMF 구제금융을 받는, 즉 나라를 거지로 만드는 참담한 상황에서 정권은 막을 내렸다. 확인되지 않은 말이지만, 한국을 완전히 부도(不渡)내버리자던 미국 관리들을 만류한 것이 미국 국방부였다는 말도 있듯이 대한민국은 거덜 날 뻔했다.
 
  많은 경제전문가가 문재인(文在寅) 정부 출범 이후 한국 경제는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절보다 훨씬 가혹한 파탄에 이를지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닥쳐올 위기는 1997년 경제위기와는 달리 안보위기가 포함된 복합적 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그래서 작금 한국이 당면하게 될 위험은 마치 조선 말(1900년대 초) 고종이 당면했던 위기에 버금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동안 한국의 지위는 급상승했지만 그렇다고 한국이 주도적으로 운명을 개척할 수준은 되지 못했다. 2019년 현재 세계 12위의 경제국가가 되었지만 한국이 자리 잡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한국은 아직도 가장 약한 나라다. 동북아에서 경제적으로는 북한이 가장 비참한 나라겠지만 문재인 정부의 대한민국이 북한에 당당한 적은 없었다.
 
  세계화가 대세인 시대 동안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사치를 부릴 수 있었다. 심지어 한국 사람의 상당수는 중국이 미국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수출액 중에서 중국에 대한 수출액이 미국에 대한 수출액보다 두 배가 넘기 때문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리고 한국 사람 중 다수가 미국은 지는 태양, 중국은 뜨는 태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뜨는 태양인 중국과 더욱 잘 지내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보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친중(親中) 노선은 더욱 뚜렷해졌다.
 
 
  트럼프의 중국 때리기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 개막 전날인 2019년 6월 2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뉴시스
  그런데 결국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미국은 물론 유럽·일본 등 거의 모든 세계가 중국과 손을 끊겠다고 벼르고 있다. 세계화가 대세던 시대 동안 중국은 세계의 상품을 공급하는 원천(源泉)이었다. 중국의 낮은 임금(賃金), 상대적으로 쓸 만한 기술은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 되게 했다. 미국은 ‘중국이 잘살게 되면 중국도 미국 같은 자유주의 국가가 될 것인데 무슨 걱정이 있는가’라며 중국을 밀어주었다.
 
  미국 사람들이 중국이 더 커지면 큰일 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한 이후의 일이었다. 중국이 더 커지면 큰일 날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의 생각은 미국의 수많은 세계화주의자(글로벌리스트·globalists)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괴질사태는 미국 글로벌리스트들의 할 말을 잃게 했다. 결국 몇 개월 만에 미국 경제를 파탄시키고 7만명이 넘는 미국 시민을 죽게 만들었다는 현상 앞에 온 미국이 극단적으로 분노하고 있다. 글로벌리스트의 상징인 미국 민주당의 사실상 대선(大選)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은 중립적인 뉴스 매체 《더 힐(The Hill)》지로부터 ‘중국에 말랑말랑하다’는 사실 때문에 이번 가을 선거에서 패배당할 것이라는 평가마저 받았다.
 
  올해 미국 대선은 중국에 더욱 강한 후보를 뽑는 선거가 되는 형국이다. 바이든은 7년 전 부통령일 때 펜실베이니아대학 졸업식에서 “중국은 자유롭게 숨도 쉴 수 없는 나라”라고 말했다가 중국 학생들에게 곤욕을 치를 정도로 중국에 대해 터프하지만, 미국 공화당은 그를 ‘조 차이나(Joe China)’라고 부르면서 그의 대중(對中) 정책이 말랑말랑하다고 조롱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미 2011년 저서에서 “중국은 우리의 적(China is Our Enemy)”이라고 말했다. 지난 3년간 미국 경제를 눈부시게 발전시킨 트럼프는 단 2개월 만에 자신의 업적을 박살내버린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한 것이며, 중국이 초기 대응을 잘못한 탓이라는 사실에 격분하고 있다. 핵 시대가 아니라면 이미 전쟁이 났을 상황이다.
 
 
  고종의 선택, 문재인의 선택
 
러시아식 제복 차림의 고종(왼쪽)과 순종. 고종의 친러 정책은 잘못된 전략적 선택이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주요한 동맹국이라는 대한민국이 당면한 국제정치의 대세이다. 고종 때 국제정치의 대세는 영국·미국·일본을 축(軸)으로 하는 세력이었다. 당시 국제정치의 대세가 손가락질하던 골치 아픈 나라는 러시아였다. 불행하게도 고종과 민비는 ‘국제적 문제아’ 러시아가 조선을 살려줄 수 있는 가장 믿음직한 나라라고 착각했다. 고종의 친러 정책은 영국과 미국이 일본으로 하여금 조선을 장악하도록 오히려 밀어주는 결정적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세계는 중국을 국제경제의 공급망에서 퇴출(退出)시킬 것이다. 중국이 국제 공급망에서 떨어져 나가는 날, 중국은 우리나라의 부품들을 수입해 가지 않을 것이다.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니까 미국보다 더 중요한 나라라는 기왕의 생각이 얼마나 단순한 것이었는지 곧 알게 될까 오히려 두렵다.
 
  혹시 미국과 중국이 작은 규모의 군사적 충돌이라도 일으킨다면 그때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런 질문은 질문조차 될 수 없는 것이라 믿지만, 오늘날 많은 한국인과 한국 정부의 생각도 그런지 의심스러워 묻는다. 2020년의 중국은 세계 정치의 대세라는 점에서 볼 때 120년 전의 러시아보다 훨씬 더 골칫덩이로 인식되는 나라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공산당이 문제다. 국력의 모든 측면에서 미국과 일대일로도 결코 맞먹을 수 없는 중국이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와 싸움하는 형국이다.
 
  고종이 범했던 우(愚), 즉 세계의 대세에 역행한 어리석음을 반복하면 안 된다. 질서가 무너진 후, 즉 기왕의 대세가 바뀌어 새로운 대세가 나타나려는 이즈음 우리는 무엇보다도 새로운 대세의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새로운 대세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와 중국공산당의 싸움이고, 이 싸움에서 중국공산당은 필패(必敗)할 것이다. 중국을 평생 연구한 안보전문기자 빌 거츠(Bill Gertz)는 최근의 책 마지막 장에서 미국이 해야 할 일을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What is to be Done? Declare China an Enemy, Liberate Chinese People.(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 중국을 적이라고 선언하라, 중국 국민을 해방하라.)”
 
  120년 전 대세를 거슬렀던 조선은 멸망당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기는 편에 서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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