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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장리포트

중국 청년 창업 열풍의 현장

리커창 총리의 ‘大衆創業’은 진행 중!

글 : 모종혁  在 중국 경영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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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W커피, 한 달에 28만8000원만 내면 촹커(創客)와 스타트업들에 ‘코워킹 스페이스’ 제공
⊙ 로봇·3D프린터·드론 등 생산하는 메이크블록, 직원들끼리 영어식 이름으로 호칭
⊙ 리커창 총리, “大衆創業·萬衆創新” 주장, 1위안만 있어도 회사 설립 가능
⊙ 2014년 한 해 동안 일반기업 365만개 신설, 하루 1만개씩 기업 생겨

牟鍾赫
⊙ 45세. 중국 정법대 경제법학과 졸업.
⊙ 방송 저널리스트, 취재 코디네이터.
⊙ 현재 충칭에서 기업투자·경영컨설턴트로 활동 중.
선전에 있는 3W커피. 스티브 잡스의 초상화 아래서 커피를 마시며 촹커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인테리어가 개성 있게 꾸며져 있는 데다 청년 촹커(創客·ICT 창업자)의 열기를 느낄 수 있어 자주 옵니다.”
 
  2015년 10월 20일 중국 동남부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시의 한 커피전문점 ‘3W커피’. 일주일에 3~4번씩 이곳을 찾는다는 왕루이(26) 씨는 “이 일대에만 커피전문점이 10개 가까이 되지만 스티브 잡스의 초상화가 걸려 있고 각종 ICT 제품을 전시해 놓은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말했다. 왕 씨는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나중에 창업한다면 이곳을 발판 삼아 꿈을 펼치지 않겠느냐”며 미소를 지었다.
 
  왕 씨가 휴식을 취하던 3W커피는 이름부터 특이하다. 리단허린(李丹鶴林·여) 3W커피그룹 마케팅 디렉터는 “3W커피는 촹커에게 커피와 인터넷을 제공하고 업무를 도와주는 살롱 개념으로 출발했다”며 “현재는 촹커와 스타트업(Start-up)에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를 마련해 주어 창업을 돕는 인큐베이터(Incubator) 업체로 성장했는데 기업 규모가 중국에서 가장 크다”고 밝혔다. 스타트업은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벤처기업을 뜻한다. 1990년대 후반 닷컴 열풍이 전 세계를 강타했을 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긴 신조어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함께 모여 같이 일하는 공간’을 뜻한다. 업무는 다르지만, 업종이 같거나 유사한 촹커들끼리 한지붕 아래 모여 책상, 전화, 팩스, 인터넷, 프린터, 회의실 등 사무용품 및 공간을 함께 쓴다.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집기를 이용할 수 있어, 아직 어떤 투자도 받지 못한 스타트업의 부담을 덜어준다. 휴대전화와 노트북만 가져오면 바로 업무를 볼 수 있기에 1인 촹커나 9인 이하 직원을 둔 스타트업에 최적의 작업공간이다. 10년 전 미국 프리랜서 사업자들이 협업을 위해 세우기 시작했는데, 현재 중국 각지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커피전문점이 ‘코워킹 스페이스’
 
  3W커피는 입구와 계산대만 본다면 여느 커피전문점과 다를 바 없다. 단지 1층 내부의 위아래가 막힘 없이 높았고, 판매하는 음식료 가격이 저렴했다. 한편에 이 커피전문점만의 특색 있는 쇼케이스가 눈에 띄었다. 헬리캠(Helicam), 3D스캐너, 스마트워치, 뇌파감지기 등이 진열되어 있었다. 리 디렉터는 “선전에서 창업해서 일정한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의 제품을 전시해 예비 촹커들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려 한다”고 말했다. 실제 헬리캠은 ‘민간 무인항공기 업계의 애플’로 불리는 DJI(大疆)의 제품이었다. DJI는 본사와 공장이 선전에 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는 3W커피의 역사와 주주 구성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리 디렉터는 “3W커피는 2011년 8월 베이징(北京)에서 설립했는데, 현재 선전과 베이징에 인큐베이터 센터를 문 열었고 4개 계열사를 독립채산제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3W커피는 지역마다, 회사마다 오너가 각기 다르다. 무엇보다 대주주가 따로 없고, 의결권을 행사하는 주주만 100명이 넘는다. 주요 주주는 텐센트(騰訊), 바이두(百度), 성다(盛大), 신랑(新浪) 등 중국을 대표하는 ICT 공룡기업의 임원진이었다.
 
  계단을 좀 더 올라가니, 3W커피 인큐베이터 센터에서 독립한 스타트업 CEO의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이곳을 찾은 예비 촹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려고 하는 장치가 곳곳에 있었다. 리 디렉터는 “2012년 문을 연 선전의 인큐베이터 센터에서 발판을 다지고 시장에 안착한 스타트업만 50개가 넘는다”고 밝혔다. 2층도 1층처럼 음식료를 즐기면서 쉬는 곳이었으나, 한편에 이벤트룸이 있었다. 리 디렉터는 “여기 이벤트룸에서 매주 다양한 창업 관련 행사나 강연을 열어 일반 시민들에게도 창업 붐을 확산시키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촹커나 스타트업 직원들이 업무를 보는 코워킹 스페이스는 어디 있을까? 3W커피의 주 무대인 인큐베이터 센터는 지하에 있었다. 커피전문점 앞에 설치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니, 완전히 다른 별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면적 1600m2에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8명까지 32개의 스타트업 직원들이 한창 업무를 보고 있었다. 언뜻 봐서는 한 대기업의 사무실로 책상과 사무용품들이 배치되어 있는 듯싶었다. 하지만 구역마다 천장에 회사 이름과 로고가 달려 있어 전형적인 코워킹 스페이스임을 알 수 있었다.
 
  리 디렉터는 “이 인큐베이터 센터는 보통 촹커나 스타트업이 입주해 6개월 정도 이용할 수 있는데 한 달에 1600위안(약 28만8000원)의 사용료만 내면 센터 내 모든 사무용품과 각종 지원시설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먼저 공간 곳곳을 살펴보니 회의실뿐만 아니라 제품 시연실, 휴게실, 흡연실, 당구대 등 입주자를 위한 각종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리 디렉터는 “스타트업이 직원을 충원하고자 할 경우 그룹 내 리쿠르팅 회사를 통해 지원자를 연결시켜 준다”며 “스타트업에 필요한 인재를 제때 제공하는 것도 3W커피의 주요 업무 중 하나”라고 말했다.
 
 
  타이베이에서도 건너와
 
각기 자신의 업무를 보는 폰수리100 직원들. 맨 오른쪽에 앉은 이가 롄하이신 사장이다.
  필자가 만났던 폰수리100의 롄하이신(蓮海欣) 사장은 이런 3W커피의 지원 덕분에 사업을 성공적으로 펼치고 있었다. 폰수리100은 무료 AS 기간이 지났거나 정식 유통채널이 아닌 경로로 스마트폰을 구입한 소비자를 위한 온라인 휴대폰 수리점이다. 이용자의 스마트폰이 고장 나 온라인으로 폰수리100에 수리를 요청하면, 오토바이를 탄 직원이 물건을 즉시 받아온다. 폰수리100의 직영점이나 계약한 대리점은 약속한 시각까지 스마트폰을 수리한 뒤 퀵으로 배달해 준다. 중국적인 유통환경 위에 한국적인 신속 수리·배달 서비스를 도입한 것이다.
 
  롄 사장은 “2014년 사업을 구상하고 2015년 5월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직영점에서 일하는 수리기사와 퀵기사만 40명이 넘을 정도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며 “현재 인큐베이터 센터에는 나를 포함해 5명만 근무하면서 기획과 관리, 고객지원 업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본래 롄 사장은 광저우(廣州)에서 대학을 나와 국영기업을 다녔다. 그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창업여건을 살펴보니 광저우보다 선전이 훨씬 더 훌륭해 이곳에 왔다”고 밝혔다.
 
  고향을 떠나 선전에서 창업한 이는 롄 사장만이 아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채용·인사관리 시스템을 개발하는 황스원(黃適文) 지즈(集智)인터넷 사장은 타이베이(臺北)에서 건너왔다. 흥미롭게도 황 사장은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빅데이터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은 뒤 중국으로 온 하이구이(海龜·귀국유학생) 출신 대만인이다. 황 사장은 “중국 기업은 서구와 달리 빅데이터를 업무상 이용하는 업체가 드물다”며 “이런 현실을 살펴볼 때 앞으로 성장 잠재력이 대만보다 더 낫기에 선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즈인터넷은 직원이 황 사장을 포함해 달랑 3명뿐이다. 하지만 중국 최초로 빅데이터를 통해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적시에 채용하고 관리토록 해주는 솔루션 업체를 만들어간다는 목표로 업무 집중도가 높았다. 황 사장은 “13억 인구의 중국은 인구가 2300만명에 불과한 대만과 비교되지 않는 거대한 시장”이라며 “훌륭한 시스템을 개발하면 고객은 저절로 확보될 것이라 확신하기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지원하는 잉단
 
  3W커피가 촹커와 스타트업을 위한 창업 카페이자 인큐베이터라면, 필자가 이튿날 찾은 잉단(硬蛋)은 중국 최고의 하드웨어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다. 액셀러레이터는 좋은 사업 아이템을 가진 스타트업을 발굴하여 짧은 기간 내 집중적으로 지원해 성장시키는 공공기관이나 사업체를 뜻한다. 잉단은 홍콩의 대표적인 온라인 오픈마켓인 코고바이(Cogobuy)가 모기업이다. 코고바이는 홍콩 증시에 상장한 업체로 시가총액이 우리 돈으로 약 2조원이 넘는다.
 
  캉징웨이(康敬偉) 잉단 대표는 “잉단은 코고바이가 중국시장에 새롭게 접근하기 위해 세운 플랫폼으로, 2013년 획기적이고 참신한 제품을 개발하려는 스타트업을 돕기 위해 설립했다”고 말했다. 중국어로 잉단은 ‘딱딱한 달걀’을 의미한다. 이는 알 속의 병아리가 껍데기를 깨뜨리고 나오기 위하여 껍데기를 안에서 쫀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고사성어에서 따왔다. 즉 잉단은 껍데기를 깨고 태어난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업체라는 뜻이다. 이런 사업 포지션으로 바이두, JD닷컴(京東商城), 샤오미(小米), 치후(奇虎)360,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양한 기업을 협력사로 두고 있다.
 
  중국 최고의 액셀러레이터답게 잉단 전시장은 다양한 제품을 전시해 놓았다. 로봇 청소기, 나인봇 등 기존 상품보다 기능은 향상시키고 가격은 훨씬 낮춘 제품부터 스마트폰 어플로 연주하는 피아노, 음향장비 연결 없이 소리를 내는 스피커 등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인 상품이 즐비했다. 전시장 바로 옆에는 200명이 근무하는 사무공간과 방문객이 쉴 수 있는 커피전문점이 자리하고 있었다. 현재 잉단의 직원 수는 700명이 넘는다.
 
  캉 대표는 “잉단은 촹커나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가져오면 시장성 조사와 제품 개발부터 시작해 디자인사와 부품제조사를 연결해 주고 상품을 생산한 뒤 마케팅과 유통까지 돕는 원스톱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잉단은 이를 위해 직원들이 한 달 평균 300여 개의 스타트업을 방문해 철저한 옥석 가리기를 벌인다. 자본이 없는 스타트업의 경우 크라우드 펀딩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벤처캐피털과 연결시켜 준다. 캉 대표는 “완벽한 선전의 창업 생태계를 기반으로 6000개가 넘는 협력사를 확보해 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하드웨어의 성지 深圳
 
직원들과 포즈를 취한 왕젠쥔 사장(왼쪽에서 네 번째). 메이크블록 직원들은 모두 30세 이하다.
  캉 대표의 말처럼 선전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창업 천국’이다. 본래 선전은 35년 전까지만 해도 홍콩과 인접한 인구 3만명의 작은 어촌이었다. 그러나 1979년 중국 정부가 주하이(珠海), 산터우(汕頭), 샤먼(廈門) 등과 함께 경제특구로 지정하면서 천지개벽과 같은 급성장을 이룩했다. 2014년 선전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1조6001억 위안(약 288조5300억원)에 달했고 대외무역은 4877억 달러를 돌파했다.
 
  선전은 개혁개방을 선도해 발전한 도시답게 중국 최고의 제조업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 도심에는 전자회로 설계, 부품 및 완제품 개발, 상품 디자인 등을 수행하는 업체나 연구소가 수백 개나 있고, 외곽은 대규모 공장단지로 둘러싸여 있다. 글로벌 제조사 800여 개가 선전에서 각종 공장과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10년 전부터는 벤처와 스타트업을 위한 아파트형 공장까지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여기에 선진국 수준의 물류 시스템과 세계 최대의 전자상가인 화창베이(華强北)까지 갖춰져 명실공히 ‘중국 하드웨어의 성지’로 손꼽힌다.
 
  이런 특성에 힘입어 선전은 ICT 벤처와 스타트업이 밀집해 있다. 이는 베이징이 모바일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한 것과 차별된다. 펑창훙(封昌紅·여) 선전시공업설계협회 부회장은 “선전은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수준 높은 엔지니어와 숙련된 전문인력을 구하기 쉽다”며 “인접한 홍콩을 통해 최신 산업·시장 정보를 얻고 다양한 금융자원을 끌어오기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오늘 미국, 일본, 유럽 등지의 쇼케이스에서 선보인 ICT 상품을, 내일 똑같은 외형과 기능을 갖춘 복제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선전이다. 이 때문에 ‘중국 짝퉁의 본거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었다.
 
  그러나 필자가 방문했던 메이크블록(Makeblock)만 봐도 선전이 단순한 짝퉁 천국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메이크블록은 하드웨어 스타트업의 필요한 부품이나 시제품을 생산해 주는 기업이다. 중국 내 관련 업계에선 2008년에 설립된 시드 스튜디오(Seeed Studio)가 넘버원이고, 메이크블록은 넘버투에 해당한다. 타오옌쥐안(陶艶娟·여) 메이크블록 홍보팀장은 “선전 일대에서 강력한 생산공급망(Supply chain)을 구축해 수천 개의 다양한 부품을 확보했다”며 “고객이 원하는 시제품을 만드는 데 1~2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선전에서 열린 ‘대중창업·만중창신’ 행사. 2015년 중국 대도시에서 3차례나 개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메이크블록은 로봇, 3D프린터, 드론 등 다양한 제품을 자체 브랜드로 생산·판매하고 있다. 로봇의 경우 소비자가 부품을 구매해 직접 완제품을 조립하는 DIY 방식으로,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완비했다. 왕젠쥔(王建軍·31) 사장은 “온 가족이 함께 모여 부품을 하나씩 조립하면서 로봇을 완성하면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DIY 제품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품은 우리에겐 낯설지만 서구에선 보편화됐다. 실제 메이크블록 제품의 70% 이상이 미국, 유럽, 일본 등지로 수출되고 있다.
 
  2010년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 있는 서북공업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왕 사장의 본래 전공은 항공기 설계였다. 한동안 국가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며 전공을 살렸지만,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이상을 버릴 수 없었다. 왕 사장은 “로봇을 만드는 회사를 차리고 싶어 학창시절에도 줄곧 로봇제작 동아리에서 활동했다”면서 “입사 1년 만에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꿈을 좇아 맨손으로 창업의 길로 들어섰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혼자서 일을 했지만, 한 달 뒤 4명의 식구가 생겼고 지금은 직원이 120명으로 늘어났다.
 
  창립한 지 4년 만인 2014년 메이크블록의 매출액은 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2015년에는 2배가 훨씬 넘는 고성장을 달성했다. 흥미롭게도 왕 사장은 미국의 크라우드 펀딩서비스인 킥 스타터(Kick Starter)를 통해 창업자금을 확보했다. 왕 사장은 “2012년 말 운영자금이 다 떨어지고 경영미숙으로 큰 어려움에 직면했는데 2013년 1월 참가한 킥 스타터의 펀딩에서 하루 만에 18만 달러의 자금을 모아 위기에서 벗어났다”며 “2013년 6월과 2015년 7월에 미국계 벤처캐피털로부터 각각 300만 달러와 6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 재무구조가 탄탄해졌다”고 말했다.
 
  필자는 메이크블록을 반나절 취재하면서 기존 중국 회사와 다른 기업문화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 직원들끼리는 중국어 이름이나 직급이 아닌 영어 이름으로 호칭했다. 이는 사장이나 팀장을 부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둘째, 사장실이 따로 없었다. 왕 사장은 다른 직원들처럼 사무실 한편을 차지해 일할 뿐이었다. 셋째, 상급자가 하급자를 불러들여 지시하기보다 찾아가 의논했다. 사무직과 연구직 직원 모두 30세 이하였지만, 왕 사장에겐 권위의식이 전혀 없었다. 넷째, 직원들에게 편안한 근무환경을 제공하고 최고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뛰어난 인재를 확보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려는 노력이 눈에 보였다.
 
 
  大衆創業·萬衆創新
 
‘대중창업·만중창신’ 행사에서 스마트워치를 선보인 한 스타트업.
  선전의 창업 생태계는 이미 서구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매킨지의 글로벌연구원은 2015년 7월 발간한 보고서 〈중국의 혁신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에서 “선전의 제조업 생태계는 ▲ 설계 및 디자인 개발과 시제품 생산 ▲ 규범화된 생산공급망 확보 ▲ 용이한 글로벌시장으로의 진출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져 있다”고 기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국가에서 상품을 개발하는 데 10~15주, 10만~20만 달러가 든다면 선전에선 2~3주, 3만~5만 달러면 가능하다.
 
  선전을 기점으로 2시간 이내에는 둥관(東莞), 후이저우(惠州), 광저우, 중산(中山) 등 거대한 제조업 기지가 주둔해 있다. 이 일대에만 43만 개의 크고 작은 ICT 부품·소재업체, 평균 연령 33세인 900만명의 노동력이 활동하고 있다. 2014년 선전항과 인접 홍콩항의 컨테이너 처리량은 4600만TEU로 세계 1위다. 이는 1800만TEU를 처리해 세계 4위를 차지한 부산항의 3배 규모다. 선전을 끼고 있는 광둥성의 경제력은 웬만한 중진국을 넘어섰다. 2014년 광둥성 GRDP는 6조7800억 위안(약 1조543억 달러)으로 세계 11위인 우리나라(1조4351억 달러)를 뒤쫓고 있다.
 
  이처럼 제조·인력·물류·금융 인프라를 고루 갖추면서 온라인 상거래가 중국에서 가장 활발하다. 2014년 선전의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1조5700억 위안(약 283조1024억원)을 기록해 중국 전체의 11%를 차지했다. 이 중 B2B 거래액이 1조3952억 위안으로 전체의 92.6%나 됐다. 기업 간 거래가 활발한 것은 선전이 중국의 ICT 생산 허브임을 증명한다. 실제 중국 온라인 상거래 업체의 60%가 선전에 있다. 이를 발판으로 선전에선 온라인을 기반에 둔 무역거래가 활발하다. 중국 정부도 2014년 선전을 국제 전자상거래 시범도시로 선정해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모바일을 통한 상거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점이 주목된다. 2014년 선전의 모바일 전자상거래 거래액은 530억 위안(약 9조5569억원)을 기록해 전년대비 무려 103%나 증가했다. 이는 중국 전체의 19.1%에 해당한다. 이런 현실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선전에 몰려와 창업하는 동력이 되고 있다. 게다가 갓 생산한 제품을 화창베이에 내놓아 곧바로 소비자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화창베이의 규모는 우리의 용산전자상가보다 10배나 크다. 전 세계의 모든 ICT 브랜드 제품이 입주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
 
  창업 생태계 형성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크게 작용했다. 2014년 9월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가 처음 들고 나온 뒤 국가시책으로 뿌리내린 ‘대중창업·만중창신(大衆創業·萬衆創新)’이 대표적이다. 리 총리는 2015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그 취지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3억 중국인이 전 사회의 모든 세포를 활성화할 수 있다면 중국 경제는 생기로 충만할 것이다. ‘대중창업·만중창신’은 무궁무진한 창의와 무한한 부를 품고 있는, 끝없이 캐낼 수 있는 금광과 같다.”
 
  3월 초 열린 양회(兩會) 정부 업무보고에서 이를 구체화했다. “뉴노멀(New Normal·新常態) 시대에 ‘대중창업·만중창신’ ‘공공제품·서비스’를 양대 성장엔진으로 삼아 경제의 양과 질을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창업은 중국 경제의 핫 이슈가 됐고, 리 총리는 그 전도사가 됐다. 중국의 창업 열풍은 수치로 잘 드러난다. 국가공상총국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중국에서 새로 설립된 일반기업은 365만 개, 신규 자영업자는 896만명에 달했다. 하루에 1만 개씩 기업이 늘어나 1년 만에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약 537만 개)의 2/3이 됐다.
 
  중국 정부는 이미 2014년 2월 새로운 ‘등록자본등기제도’를 비준해서 창업의 문턱을 낮췄다. 과거에는 공상관리국에 등록해야 하는 자본금이 없어 창업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1위안만 있어도 창업이 가능하다. 기업 설립절차도 손쉬워졌다. 이전에는 창업자가 행정부서의 조직기구코드증을 먼저 발급받은 뒤 영업허가증을 받아야 했지만, 현재는 순서가 바뀌었고 발급시간도 단축됐다. 한발 더 나아가 설립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한 ‘삼증합일(三證合一)’마저 추진하고 있다. 삼증이란 영업허가증, 조직기구코드증, 세무등기증을 가리킨다.
 
  국가시책에 발맞추어 민간업계들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특히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회장, 레이쥔(雷軍) 샤오미 CEO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중국 ICT 업계의 거목들이 앞장서고 있다. 2015년 1월 마윈은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杭州)에 촹커를 육성할 창업사관학교 후판(湖畔)대학을 설립했다. 3월에는 100억 위안(약 1조8030억원)의 자금을 투자해 중국 최대의 창업지원 플랫폼을 조성키로 결정했다. 이에 뒤질세라 마화텅은 게임개발업체, SNS서비스, 여행플랫폼 등 온라인 전 부문에서 투자를 단행해 촹커의 엔젤 투자자로 나섰다.
 
 
  유학생창업원
 
새로이 개발한 감응장치의 작동 여부를 스마트폰으로 살펴보는 장자룬 사장.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창업 붐을 중국 전역으로 확산시키려는 각 지방정부의 노력이다. 필자는 그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2015년 10월 23일 산시성 시안시 가오신구(高新區)에 있는 시안창업원을 찾았다. 시안창업원은 중국 정부가 기반이 열악한 내륙지역에 창업 생태계를 형성하기 위해 설립한 인큐베이터 센터 중 하나다. 1993년 5월에 문을 열어 서부 지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됐다. 2006년에는 아시아창업인큐베이터협회(AABI)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창업인큐베이터센터상’을 받기도 했다. 2014년 말까지 1047개 기업을 육성해 내보냈고, 현재 2200여 개 기업을 지원하는 중이다.
 
  시안창업원 내에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곳은 1998년 5월에 문을 연 유학생창업원이다. 이 기관은 이름 그대로 하이구이에게 자금과 공간을 지원해 스타트업을 창업하도록 지원한다. 중국에선 1994년 난징(南京)에 첫 단지가 문을 연 이래 지방정부마다 유학생창업원을 경쟁적으로 설립했다. 2011년부터는 중앙정부까지 나서 ‘유학생 귀국 창업지원 의견’을 발표해 해외 우수 인재의 귀국과 정착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돕고 있다. 이런 노력은 결실을 맺어 2014년 하이구이 수는 36만4800명에 달했다. 특히 지난 4년간 100만명이 넘는 유학생이 귀국했다.
 
  1978년부터 2014년 말까지 해외로 유학 나간 중국인은 351만8400명이었다. 그중 180만9600명이 귀국한 점을 고려할 때 최근 수년간 귀향행렬이 급증했음을 알 수 있다. 시안창업원에서 만난 장자룬(張嘉倫) 사장도 2012년 고향으로 돌아왔다. 장 사장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영국에 가 어학연수부터 시작했다. 맨체스터대학에서 학부와 석사 과정을 마친 후 8년 만에 귀국했다. 장 사장은 “처음에는 전공을 살려 수질오염을 정화시켜 주는 기계를 개발해 팔았는데 2014년부터 ICT 분야로 업종을 바꿨다”고 밝혔다. 자본과 인력이 빈약한 장 사장에게 환경 관련 시장 개척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4년 내 80만명의 대학생 창업자를 육성하겠다는 중국 정부
 
  현재 장 사장 회사의 주력 상품은 스마트안전캠퍼스(智能安全校園)다. 장 사장은 “중국에선 아동 유괴가 많아 자녀들의 안전한 등하교가 학부모들의 가장 큰 관심사”라며 “학교나 가정에 감응장치를 설치하고 아이들은 스마트밴드를 착용하면 학부모는 컴퓨터나 모바일에 장착된 어플을 통해 자녀들의 모든 일과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마트안전캠퍼스는 이미 산시성 내 40여 개 학교에서 운용하고 있다.
 
  14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장 사장의 사무실은 유학생창업원 내에 있다. 장 사장은 “일정한 보증금만 내면 매월 임대료는 무료”라며 “전기세 등 관리비 외에 운영비는 전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창업원이 제공하는 혜택은 다양하다. 양룽(楊戎) 시안창업원 부주임은 “하이구이가 창업한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소득세를 25%에서 15%로 감면해 주고 연구개발(R&D)비는 실제 투자액을 150%로 부풀려 계산해 세금을 공제해 준다”고 말했다. 여기에 갓 창업한 하이구이에게는 정착비나 주택보조금을 지원해 주고 있다.
 
  놀랍게도 2013년 말 현재 중국 전역에 280개의 유학생창업원이 설립됐고 입주기업은 1만6000개를 넘어섰다. 2013년에만 2500개 기업이 신규 입주한 점에 비췄을 때 현재 그 숫자는 더욱 늘어났을 것이다. 87개 창업원의 입주기업을 조사한 결과, ICT 기업이 43.4%로 제일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바이오·의약 17.6%, 첨단제조 10.9%, 신소재 8.1%, 환경 7.7%, 콘텐츠 2.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2013년 말까지 전국의 유학생창업원이 3만5000개의 기업을 육성시켜 하이테크 산업 발전에 큰 이바지를 했다.
 
  2014년 10월 시안창업원이 문을 연 촹투짜이시안(創途在西安)도 흥미롭다. 이 기관은 번화가에 위치한 CBD광장 내에 2700m2 면적으로 들어서 있다. 총 책임자인 양산(楊衫·여) 시안창업원투자관리회사 부사장은 “창업원은 고신구 외곽에 위치해 교통이 불편하다”며 “이에 반해 촹투짜이시안은 접근성이 좋아 대학생 창업자를 교육시키고 일반 시민에게 창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기 아주 유리하다”고 말했다. 촹투짜이시안도 3W커피처럼 코워킹 스페이스가 마련되어 있다. 하나 사용료는 거의 무료나 다름없고 스타트업을 위한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특히 1층에는 학습공간과 커피숍이 있어 예비 촹커들이 수시로 이용할 수 있다. 양 부사장은 “현재 입주한 56개 스타트업을 위한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대학생 창업자를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중앙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있다. 2015년 2월 중국 교육부는 ‘대학 졸업생 취업과 창업에 관한 통지’를 각 지방정부와 대학에 내려보냈다. 탄력적인 학사관리를 도입해 재학생의 창업을 허용하고, 창업 교육 과정을 개설하며, 성공한 기업가를 겸임 교수로 초빙하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중국 정부는 4년 내 80만명의 대학생 창업자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학 졸업생의 취업난 해소에 창업 열풍도 한몫
 
  중국 정부가 창업 열풍을 대학가로 확산시키려는 이유는 대학 졸업생의 취업난 때문이다. 2015년 대졸자는 749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4년 대졸자의 졸업 후 반년 내 취업률은 92.1%로 높지만, 좋은 일자리를 찾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힘들다. 실제 2014년 대졸 취업자의 평균 월급은 3487위안(약 62만원)에 불과했다. 물론 취업한 지 4년 뒤에는 5484위안으로 급상승하지만, 연해지역과 일부 업종 종사자가 평균 임금을 끌어올린 덕분이었다.
 
  창업이 쉽다곤 하지만, 일정한 사업궤도에 올려놓아야 운영기반이 다져진다. 그런 점에서 중국은 개선해야 할 문제가 많다. 첫째, 스타트업은 운영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 최근 수년간 벤처캐피털의 활동이 활발해졌지만, 서구에 비하면 조족지혈이다. 정부의 창업 기금이나 보조금은 관시(關係)가 없으면 타기 힘들다. 둘째, 지방정부의 관리·감독이 여전히 까다롭다. 회사 설립은 간소화됐어도 규모가 커 가면 행정부서의 각종 간섭이 뒤따른다. 특히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공증, 감정평가 등을 대행하는 훙딩중제(紅頂仲介)로 인한 낭비와 부패가 심각하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창업 붐을 확산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확고하다. 2015년 10월 30일 폐막된 중국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5차 전체회의에서는 2016년부터 시작되는 ‘국민경제 및 사회발전에 관한 13차 5개년 계획(13·5규획)’을 확정했다. 여기서 중국 최고지도부는 2020년까지 연평균 GDP 6.5%의 성장과 빈부격차 해소를 목표로 내세웠다. 또한 ‘창조·혁신’을 국가 의제로 삼았다. 이를 발판으로 중산층을 확대해 샤오캉(小康)사회를 건설하고 인터넷강국으로 발돋움하려는 것이다.
 
  황재원 KOTRA 시안무역관장은 “우리는 정부의 창조경제 구현 의지에도 불구하고 창업 붐을 일으킬 수 있는 경제사회적 기반이 성숙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아이디어나 기술만 있는 창업자도 쉽게 회사를 설립해 성장시킬 수 있고 실패 시 재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젊은이들이 안정된 직장만 좇는 사회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을 연 10개 업체 중 9개가 망한다는 창업. 중국은 세계 최대의 내수시장과 잘 갖춰진 생태계, 도전정신으로 충만한 젊은 촹커를 앞세워 창업대국 건설을 위해 지금도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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