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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南美에 부는 右向右 열풍, 중국의 저주인가

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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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자원 믿고 포퓰리즘 정책 펼치다가, 중국의 경기 침체로 직격탄 맞아
⊙ 아르헨티나 우파 정권 출범이 신호탄, 베네수엘라 야당 연합 승리…
    국민들, 포퓰리즘 정책에 등 돌려
⊙ “남미 좌파 정권이 청렴한 정부 운영과 경제 성장에 실패하면서 중도 우파에
    기회가 왔다”(英이코노미스트)
⊙ 브라질 호세프, 칠레 바첼레트, 경제 추락에 측근 부패까지 겹쳐

李長勳
⊙ 59세. 서울대 영문과 졸업.
⊙ 공군사관학교 영어교관,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주간한국》 편집장 역임.
⊙ 저서: 《홍군 VS 청군-미국과 중국의 21세기 아시아 패권 쟁탈전》
    《네오콘-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유럽의 문화도시》 《러시아 곰은 웅담이 없다》 등.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유세 중인 마우리시오 마크리 후보. 그는 2015년 11월 대선에서 승리했다.
  남미(南美)의 정치 지형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뀌고 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가 태평양을 건너 남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면서 좌파(左派) 정권들이 흔들리고 있다. 일각에선 ‘중국의 저주’가 시작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중국 덕분에 승승장구하던 남미 좌파 정권들이 중국 경제의 어려움 때문에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빗대서 나온 표현이다.
 
  남미에서는 1999년 베네수엘라 대통령 선거에서 우고 차베스가 당선한 것을 시작으로 좌파 정당들이 득세하면서 정권을 잇달아 차지해 왔다. 2002년 브라질(룰라 다 시우바), 2003년 아르헨티나(네스토르 키르치네르), 2004년 우루과이(타바레 바스케스), 2005년 칠레(미첼 바첼레트)와 볼리비아(에보 모랄레스)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이른바 ‘좌파 대세론’까지 형성됐었다.
 
  남미 좌파 정권들은 세계 경제의 호황과 중국에 대한 원자재와 천연자원 수출 붐 덕분에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에 기반한 각종 복지정책을 추진하면서 통치력을 과시해 왔다. 2010년 브라질, 2011년 아르헨티나와 페루, 2012년 베네수엘라, 2013년 에콰도르와 칠레 대선에서 좌파 정당의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며 기염을 토했다. 남미 대륙에서 좌파 정당들이 계속 득세하자 ‘핑크 타이드(Pink tide·온건한 사회주의 성향의 좌파 물결)’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2015년 11월까지 남미 12개국 가운데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10개국에서 좌파가 집권해 왔다.
 
 
  ‘핑크 타이드’의 퇴조
 
  잘나가던 좌파 정권들의 위기는 2012년부터 서서히 시작했다. 좌파 정권들은 그동안 중국과 밀접한 경제 협력 체제를 구축해 왔다. 좌파 정권들은 풍부한 원자재와 천연자원을 대거 중국으로 수출하면서 벌어들인 상당한 자금을 선심 쓰듯 국민들에게 배분해 왔다.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의 다양한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생활보조금까지 나누어주었다. 게다가 중국은 남미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좌파 정권들에 차관을 비롯해 각종 지원도 해주었다. 그러다 중국 경제가 경기 둔화로 어려움에 직면하면서 남미 좌파 정권들도 덩달아 위기에 빠지게 됐다. 연 10%대 고성장을 해오던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2년과 2013년 7.8%와 7.7%에 이어 2014년 7.3%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남미 국가들의 경제에도 한파가 몰려왔다. 좌파 정권들은 더 이상 국민들에게 부를 나눠주기 어렵게 된 것이다. 게다가 부패도 좌파 정권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좌파 정권들은 오랜 기간 집권하다 보니 권력형 부패에 깊숙이 연루돼 있다. 가뜩이나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은 대통령을 비롯해 고위 관리들의 권력형 부패 스캔들에 등을 돌리고 있다.
 
  지각변동의 출발점은 남미의 대표라고 불리는 ABC(A는 아르헨티나, B는 브라질, C는 칠레) 3국 가운데 아르헨티나다. 2015년 11월 22일 실시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야당인 공화주의 제안당(PRO)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인 마우리시오 마크리(56) 후보가 51.4%를 득표해 48.6%를 얻은 좌파 성향의 집권 여당인 ‘승리를 위한 전선(FPV)’ 소속이자 부에노스아이레스 주지사인 다니엘 시올리(58)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마크리 후보는 2015년 10월 25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선 시올리 후보에게 뒤진 채 결선에 진출했지만 역전에 성공했다.
 
  마크리 후보의 당선으로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으로 이어진 ‘좌파 부부 대통령 시대’는 12년 만에 막을 내렸다.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은 2010년 암으로 사망했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헌법의 3선 금지 규정에 따라 8년 임기를 마치고 퇴진했다.
 
  시올리 후보는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후계자다. 특히 이번 대선 결과는 1940년대 이후 남미를 휩쓴 좌파 포퓰리즘의 원조격인 페론주의(Peronism)가 70년 만에 몰락한 것을 의미한다.
 
  페론주의란 1946~1955년, 1973~1974년 집권한 후안 도밍고 페론 대통령과 부인 에바 페론이 내세운 경제·사회 정책을 말한다. 외국자본 배제, 산업 국유화, 복지확대와 임금 인상을 통한 노동자 수입 증대 등으로 요약된다. 집권 1기(1946~1955년)에 페론은 국가 부채를 탕감하고, 산업을 국유화시켜 외국자본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과 자주성을 확립하고자 했다. 또 노동자 복지정책을 대폭 확대해 1947년 노동자의 시간당 실질임금이 25% 올랐고, 1948년에는 다시 24% 상승했다. 집권 초반에는 경제 성장을 이뤘으나 무분별한 복지정책으로 재정적자에 시달리면서 외환위기를 맞게 됐다. 한때 풍부한 자원 보유로 세계 5대 경제대국의 지위를 누렸던 아르헨티나의 경제가 하락세를 겪게 된 것도 바로 페론주의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라를 파산시킨 페르난데스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 경제실정에 더해 부패혐의까지 받고 있다.
  2003~2007년 대통령을 지낸 남편에 이어 2007년부터 집권했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도 철저한 페론주의자이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매월 일정 금액을 빈민 가족에게 지급했고,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교육을 받는 모든 학생에게 최신 모델의 넷북을 무상 제공했다. 정부가 지급하는 연금과 봉급 수준도 두 배로 늘렸다. 8년 전 280만명이었던 공공부문 근로자 수를 2014년 말 400만명까지 늘렸다. 경제활동인구 4명 중 1명이 공무원인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0.8% 규모에 머물던 보조금도 2014년 말 5% 수준까지 확대했다. 정권 유지를 위해 선심성 재정을 마구잡이로 퍼부은 결과다. 방만한 복지 예산 지출은 아르헨티나 국고를 바닥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난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물가상승률은 25%에 달한다. 2014년 0.5%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이는 등 지난 4년간 거의 제로에 가까운 저성장에 머물러 있다. 2015년 현재 마이너스 성장은 모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만 2016년에는 마이너스 0.7%가 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전망하고 있다. 또 채무 재조정을 거부한 미국계 헤지펀드와 소송을 벌이는 바람에 현재 기술적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해 있으며, 국제 자금 조달 시장이 거의 막히면서 외환보유액은 9년 만에 최저치로 감소한 상태다. 특히 중국으로 수출하던 원자재와 천연자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경제는 더욱 나빠졌다.
 
  게다가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 부부는 재임기간 막대한 규모의 재산을 편법으로 축적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의 개인재산은 지난 10년간 크게 불어났다. 그녀의 가족이 파타고니아에서 운영하는 호텔이 돈세탁에 사용됐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또 2015년 1월에는 1994년 7월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아르헨티나-유대인 친선협회에서 80여 명이 숨진 폭탄 테러 사건을 수사해 온 알베르토 니스만 특별검사의 의문사에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연루됐다는 설이 나돌기도 했다. 의회 청문회에 출석하기 하루 전 총에 맞아 숨진 채 발견된 니스만 검사는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석유를 확보하기 위해 당시 폭탄 테러 사건의 진상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었다.
 
 
  ‘아르헨티나의 이명박’
 
  마크리 신임 대통령은 1959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으로, 이탈리아 출신의 토목건축 재벌인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르헨티나 가톨릭대학에서 토목공학을,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 스쿨,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등을 수료했다. 32세 되던 1991년 갱단에 12일간 납치돼 수백만 달러의 몸값을 주고 풀려난 적이 있는데, 이때 정치에 투신할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1995년부터 12년 동안 아르헨티나 최고 인기 축구클럽인 보카 주니어스 구단주를 지냈다. 이때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200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2007년 시장 선거에 재출마해 당선됐고 2011년에는 사상 최고 득표율(유효표의 64.25%)로 대승하며 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시장으로 재직하며 버스 전용차선 도입 등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중교통 체계를 뜯어고쳐 ‘아르헨티나의 이명박’이라는 말을 들었다. 또 시청의 계약직 공무원 2400여 명을 해고해 행정 효율화에 앞장서기도 했었다. 그의 과감한 행정 쇄신은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해 온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과 대비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크리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시장 친화적인 경제정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다. 또 통화인 페소화 가치를 시장에 맡기고 달러화 거래 규제를 완화하는 등 외국인 투자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전기, 가스, 교통요금 등에 대한 각종 보조금도 없앤다는 방침이다. 10년간 20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해 경제를 정상궤도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마크리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재정적자, 과도한 물가상승률, 부족한 외환보유액이다. 아르헨티나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2009년 1%대를 기록한 뒤 꾸준히 늘어 2015년 현재 6.5%에 이른다. 원자재 값 하락과 중국 경기 둔화라는 악재가 버티고 있어 앞으로도 적자는 쉽게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은 제품의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주고 수출 부진의 원인이 되고 있다.
 
  저성장, 고물가에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국민들이다. 아르헨티나 국민의 50% 이상이 최저임금 수준인 6500페소(16만원)의 월급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문제다. 아르헨티나의 2015년 9월 기준 외환보유액은 259억 달러 수준이다. 포퓰리즘의 후유증이 개혁에 적지 않은 난관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마크리 대통령은 남미의 좌파 정권들과도 거리를 두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마크리 대통령은 좌파 국가들로 결성된 경제블록인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에 민주주의 조항을 만들어 베네수엘라를 퇴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4개국이 무역장벽을 전면 철폐하기로 하면서 출범했다. 2012년 말 베네수엘라를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였다. 마크리 대통령은 또 4선에 도전하는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장기 집권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하기도 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그동안 소원해 왔던 미국과의 관계도 개선할 방침이라고 밝혔으며, 오바마 대통령도 양국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화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년간의 집권기간 동안 남미에서 3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아르헨티나를 한 차례도 방문한 적이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크리 대통령의 취임이 남미에서 득세해 온 좌파 정권의 쇠퇴를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남미 좌파 정권이 청렴한 정부 운영과 경제 성장에 실패하면서 중도 우파에 기회가 왔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아르헨티나의 정권 교체는 남미 변화의 시작”이라며 “아르헨티나에 이어 2018년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도 우파가 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곤경에 처한 자원부국 브라질
 
  지난 10년간 잘나가던 남미 최대 국가인 브라질도 총체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브라질은 말 그대로 자원의 보고이다. 철광석과 알루미늄의 생산량 세계 2위, 흑연 세계 3위, 질석 세계 4위, 마그네사이트 세계 5위, 망간 세계 7위 등 주요 광물이 매장돼 있다.
 
  특히 2007년과 2008년 대서양 연안의 산투스만 심해에서 대규모 유전과 천연가스전이 각각 발견됐다. 심해 유전과 천연가스전들이 본격적으로 개발되면 브라질은 세계 10위권의 산유국이 된다.
 
  브라질은 또 매년 3억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수출하고 있는 농업국이다. 국토 면적은 870만km2로 우리나라의 85배나 되며,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5위이다. 남미 전체 대륙 면적의 47%를 차지하고 있다. 인구는 1억8933만명으로 세계 5위이고, 남미 전체의 절반이다.
 
  세계 7위 경제대국이자 남미의 맹주라는 말까지 들어왔던 브라질이 최근 들어 중국의 경제 둔화와 이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고 재정적자도 심각하다. 물가 급등에다 통화가치까지 급락했다.
 
  브라질 국립통계원은 2015년 3분기 GDP가 2014년 동기 대비 4.5% 감소했다고 밝혔다. 1996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경제성장률은 2014년 2분기부터 지난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다. 브라질 정부는 2015년과 올해 성장률을 마이너스 3.1%와 마이너스 1.9%로 예상하고 있다.
 
  통화인 헤알화 가치는 지난 1년 새 무려 70%나 추락했다. 국가부채는 9월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66%까지 올랐고 2015년 재정적자는 GDP 대비 8%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업률은 8.3%를 넘어섰고 물가상승률은 10%에 육박하고 있다. 최근 들어 매달 실직자가 10만명씩 발생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S&P는 브라질의 국가신용 등급을 ‘BBB-’에서 ‘BB+’로 강등해 정크(투자부적격)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브라질 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고 평가했으며,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브라질이 전면적인 불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브라질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빠진 근본적인 원인은 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중국의 높은 성장과 제조업 육성 정책에 따른 원자재 특수가 브라질 경제에 약도 되고 독도 됐다.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하던 2010년 브라질의 경제성장률은 7.6%에 달했다. 중국은 2009년 이후 미국을 제치고 브라질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다. 하지만 2012년 하반기부터 중국의 성장 둔화와 원자재 수요 축소로 원자재 가격은 급락했다. 2015년 상반기 대중국 수출은 26.2%나 줄어들었다. 또 국제유가마저 폭락하자 브라질 경제는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됐다.
 
 
  ‘퍼주기식 복지’의 말로
 
  브라질 경제 추락의 또 다른 이유는 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지도자인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과 집권 노동자당 정부의 방만한 재정정책 때문이다.
 
  호세프는 2011년 사상 첫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다양한 재정 확대 정책을 폈다. 특히 호세프는 지지기반인 서민과 빈민층을 위한 복지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1400만 빈곤가구에 생활보조금을 지급했고, 공공주택 278만 채를 건설해 제공했다. 또 유류보조금 지급, 전기요금 상한제 등 선심성 정책을 쏟아냈다. 덕분에 호세프는 2014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경제가 곤두박질치자 호세프는 뒤늦게 자신의 재정 확대 정책이 잘못됐다는 점을 시인했다. 호세프는 “지난 1기 정부(2011~2014년) 때의 정책을 재평가해 줄여야 할 것은 과감하게 줄일 것”이라며 “사회복지 등에 대한 재정지출을 줄이는 긴축정책을 추진하고,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등 경제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최악의 경제 상황을 극복해야 할 호세프는 이미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자칫하면 탄핵될 위기에 몰리고 있다. 국영 에너지 회사인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스캔들에 연루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호세프 대통령이 페트로브라스 부패 스캔들에 발목이 잡힌 상태”라고 지적했다.
 
  1953년 설립된 페트로브라스는 브라질 GDP의 13%를 차지하는 남미 최대 기업. 이 회사의 석유 생산량은 브라질 전체의 90%를 웃돌고, 직간접 고용 인력은 40만명에 달한다. 노동자당 정부는 페트로브라스에 심해유전 독점개발권을 주면서 유전 설비의 80% 이상을 브라질산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페트로브라스는 이를 악용해 입찰 과정 등에서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또 대형 건설사들이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 사업 등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을 페트로브라스 임원들에게 건넸고, 이 가운데 상당한 금액이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에 오른 정치인들만 노동자당 소속 상원의원 13명과 하원의원 22명, 주지사 2명 등 모두 54명이나 된다. 2014년 11월부터 페트로브라스와 대형 건설 회사 임원들과 정치인들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고 있다.
 
  검찰은 이미 에두아르두 쿠냐 연방 하원의장과 대통령을 역임(1990~ 1992년)한 페르난두 콜로르 지멜루 연방 상원의원을 뇌물 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기소했다.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규모는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상당액이 집권당의 선거 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호세프는 2003년부터 2010년까지 페트로브라스 이사회 의장을 지냈고, 비리에 연루된 페트로브라스 임원들도 대부분 호세프가 임명한 인물들이다. 당연히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룰라, 다시 등판하나?
 
2018년 대선 재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호세프에 대한 여론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한 상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세프의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 10%, 부정 67%로 나타났다. 대통령 탄핵에도 찬성 65%로, 반대 30%를 압도하고 있다. 브라질 헌법에 따르면 상·하원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
 
  실제로 브라질 연방하원은 2015년 12월 2일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돌입했다. 전체 탄핵 절차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야당들은 그동안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초당적 기구를 출범시켰고, 서명운동도 벌여왔다. 호세프 대통령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올해 호세프 대통령이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위기에 빠지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구원투수’로 나설 의향까지 내비쳤다. 룰라 전 대통령은 “노동자당의 가치와 성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2018년 대선에 출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남미 좌파의 대부’라고 불리는 룰라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두 차례 대통령을 역임하면서 브라질 경제의 호황을 이끌었다. 룰라는 호세프의 정치적 멘토다. 호세프는 룰라 밑에서 2003년 에너지부 장관과 2005년 수석 장관(국무총리)을 지냈다. 호세프가 두 차례 대선에서 승리한 것도 룰라의 적극적인 후원 덕분이었다. 룰라 출마까지 거론된다는 것은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지난 16년간 집권해 온 브라질 좌파 정권이 막을 내릴 수도 있다.
 
인기 절정이던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경제 실패와 아들의 비리로 곤경에 처해 있다.
  ‘칠레의 어머니’로 불리며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도 최근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2006~2010년)를 마치고 퇴임할 당시 세계 금융위기 와중에 안정적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이뤘다는 높은 평가 속에 세계 최고 수준인 85%대의 지지율을 얻은 바 있다.
 
  퇴임 후 유엔 여성기구 총재로 활동했던 바첼레트 대통령은 2014년 재선에 성공해 취임할 당시만 해도 지지율이 58%였으나 현재는 24%로 추락했다. 중도 좌파 성향의 바첼레트 대통령은 의사 출신으로 2002년 중남미 최초의 여성 국방장관에 올랐고 2006년에는 칠레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바첼레트 대통령의 지지도가 하락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 부진 때문이다. 칠레 경제성장률은 2010~2013년 평균 4%였지만 2014년 1.9%를 기록한 데 이어 2015년도 1.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칠레 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것은 중국발 악재 때문이다. 칠레는 전 세계 구리의 34%를 생산하는 최대 구리 생산국이다. GDP의 20%, 수출의 60%를 구리 관련 산업이 담당한다. 중국의 경기 둔화로 건설, 제조업 등에 주로 쓰이는 구리 수출이 줄어들면서 칠레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페소화 가치는 10년 만에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은 지난 18개월 동안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게다가 바첼레트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으로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82억 달러(9조7000억원) 규모의 무상교육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면서 법인세에 손을 뻗쳤다. 기업 이익을 재투자할 경우 세금을 면제해 주는 납세제외기금(FUT) 제도를 폐지하고, 외국 투자자에 대한 세제혜택도 축소했다. 기업들의 투자와 소비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들 세바스티안 다발로스 부부가 칠레은행에 압력을 행사해 1000만 달러를 부당하게 대출받은 뒤 토지 거래를 통해 500만 달러의 차익을 챙긴 의혹이 불거졌다. 아들 부부는 2013년 11월 초 칠레은행 부행장을 만났고 바첼레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이후 대출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2015년 2월 검찰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바첼레트 대통령은 정부 산하 자선기금의 운영자였던 다발로스를 해임하고 “어머니이자 대통령으로서 가슴이 아프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호르헤 인순사 칠레 대통령실장도 2015년 6월 의원 시절의 비리의혹 때문에 임명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사임했다. 인순사 전 실장은 하원 광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 기업체들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바첼레트 대통령의 임기는 2018년 3월까지지만 야당은 국정 실패를 이유로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反美 선봉 베네수엘라의 ‘선거혁명’
 
  아르헨티나의 대선에서 시작된 우향우 바람은 베네수엘라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그동안 풍부한 석유자원과 복지정책, 반미(反美) 외교노선을 앞세우며 남미 좌파 국가들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그랬던 베네수엘라에서 선거 혁명이 일어났다. 베네수엘라 집권 여당이자 급진 좌파인 통합사회주의당(PSUV)이 16년 만에 총선에서 중도 우파인 야당 연합에 참패했다. 2015년 12월 6일 실시된 총선에서 20여 개 야당들의 연합인 민주연합회의(MUD)는 전체 167석 가운데 113석을 확보하면서 55석을 차지한 통합사회주의당에 대승했다. 베네수엘라에서 야권이 의회 다수당을 차지한 것은 1998년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이듬해인 1999년 제헌의회가 구성돼 총선을 시행한 이래 처음이다.
 
  특히 야당 연합이 의석수 3분의 2(111석)를 넘김으로써 개헌을 포함한 국민투표 발의, 대법관 파면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야당 연합이 압승한 이유는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2013년 3월 암으로 사망한 이후 정권을 넘겨받은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그동안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버스 운전사 출신의 마두로 대통령은 이미 죽고 없는 차베스의 카리스마에 편승해 자신도 차베스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의미하는 ‘차비스타(Chavista)’라면서 선심성 정책을 무분별하게 추진해 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짝퉁 차베스’ ‘실패한 후계자’라고 불릴 정도로 국민들의 비판 대상이 되고 있다. 실제로 경제난 때문에 국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를 정도다. 심지어 기저귀, 우유, 식용유, 화장실 휴지 등 생필품도 부족한 실정이다.
 
  베네수엘라는 석유를 팔아 번 돈으로 식료품과 생필품을 수입해 먹고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세계 최대의 원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베네수엘라는 외화 수입의 96%를 석유 수출에 의존하고 있을 정도로,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원유에 기댄 경제구조는 차베스 전 대통령 집권기간에는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유가가 폭락하자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다.
 
  그나마 마두로 대통령이 버티고 있는 것은 차베스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지지기반인 서민층이 아직까지 크게 반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치솟는 물가와 만성적인 생필품 부족, 높은 범죄율로 서민층도 갈수록 불만의 목소리를 내왔다. 이번 총선 결과가 바로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석유의존 경제의 한계
 
남미 좌파 포퓰리즘의 상징이던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
  베네수엘라가 경제 위기에 직면한 근본적인 이유는 차베스 전 대통령의 포퓰리즘 정책 때문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빈곤층에게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제공하고 휘발유와 생필품을 무료로 나눠주었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빈곤층에 대한 무상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1000여 개가 넘는 민간 기업을 국유화하고 상품 가격을 통제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정책은 중산층과 기업들의 반발을 샀고 외국인 투자도 대폭 줄어들었다.
 
  베네수엘라는 자칫하면 올해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베네수엘라 외환보유액은 2015년 10월 현재 152억 달러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IMF는 베네수엘라의 2015년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 1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159%에 달한다.
 
  베네수엘라가 위기에 빠진 또 다른 이유는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했기 때문이다. 차베스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21세기 사회주의’의 모범 국가로 만들겠다면서 반미를 기치로 내걸고 중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왔다. 특히 베네수엘라는 원유를 매개로 중국과의 경협을 강화해 왔다. 실제로 베네수엘라는 하루 25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데 이 중 60만 배럴을 중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중국의 8위 원유 수입 대상국이다.
 
  문제는 국제유가의 하락과 중국의 경기 둔화가 베네수엘라에 치명타가 됐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현재 중국으로부터 빌린 400억 달러의 차입금을 원유로 상환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두로 대통령은 2015년 9월 중국으로부터 50억 달러의 차관을 또다시 들여왔다. 베네수엘라가 중국으로 원유를 많이 수출해 봤자 빚을 갚는 데 쓰일 뿐이다. 게다가 국제유가는 갈수록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마두로, 국민소환 될 수도
 
  베네수엘라는 6년 임기의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 결과로 정권이 바뀌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임기가 2019년까지인 마두로 대통령이 자칫하면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도 있다. 의회 주도권을 장악한 야당이 2016년 대통령 중간 평가나 국민소환을 추진하는 등 정권 교체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에서 출발해 베네수엘라로 이어지고 있는 우향우 바람은 앞으로 남미 대륙 전체로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 남미 각국 국민들이 더 이상 포퓰리즘은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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