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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포츠 소식

‘절반의 성공’ 강정호, 남은 과제는?

글 : 이상희  월간조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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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는 빅리그 진출 첫해에 피츠버그의 중심타자로 자리 잡았다.
  내야수 강정호(28·피츠버그)가 예상 밖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KBO) 출신 ‘야수(野手)’ 최초로 빅리그에 직행한 강정호는 9월 초 기준 올 시즌 총 11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9, 13홈런 51타점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0.361)과 장타율(0.461) 또한 뛰어나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에 이 정도의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뛸 수 있다는 빅리그에서 ‘2할대 중반의 타율과 10홈런 정도만 쳐도 성공’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수비부담이 큰 강정호의 포지션(유격수)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올 초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클린트 허들(58) 피츠버그 감독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피츠버그의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 강정호를 영입했다. 그는 유격수이지만 3루수도 가능하고 조만간 그에게 2루도 맡길 것이다. 강정호의 이런 다양한 능력이 우리 팀 전력에 보탬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허들 감독은 ‘강정호의 포지션’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우리 팀에는 조디 머서(29)와 닐 워커(30) 등 주전(主戰)선수들이 있다. 2루는 워커가 맡고 머서는 유격수 그리고 3루는 조시 해리슨(28)이 맡는다. 강정호는 이들의 자리를 돌아가며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대는 하지만 강정호를 믿고 선뜻 그에게 주전 자리를 맡길 순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강정호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다수의 예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펼친 것은 물론 내셔널리그 ‘7월의 신인’으로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강정호는 7월 한 달간 출전한 25경기에서 타율 0.379, 3홈런 9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미국 현지언론들은 강정호를 ‘내셔널리그 신인왕’ 후보로 거론할 만큼 그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KBO에서 타율 0.356, 40홈런을 쏘아 올린 국내 최고의 유격수이자 거포였다. 1982년 태동한 KBO에서 유격수가 한 시즌 40홈런을 기록한 것은 강정호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가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지는 의문이었다. 한국보다 수준이 높은 일본프로야구(NPB) 출신 야수 중에서도 스즈키 이치로(42·마이애미), 아오키 노리치카(33·샌프란시스코), 마쓰이 히데키(41·은퇴)를 제외하면 빅리그에 진출해 성공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뛰어난 적응력과 자신감
 
강정호가 더그아웃에 앉아 동료들의 경기를 바라보고 있다. 강정호는 시즌 초만 해도 벤치를 지키는 일이 더 많았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에 호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그의 자신감을 꼽을 수 있다.
 
  강정호는 시즌 초 미국 현지에서 만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KBO 신인시절 이후 경기 출장이 간절했던 건 처음”이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강정호는 또 “마치, 신인 때로 돌아간 것 같다”며 “경기에 계속 나가야 타격감이 유지될 텐데 아무래도 출장이 들쑥날쑥하면 타격감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당시 강정호의 모습은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출격명령’을 기다리는 전사의 모습 같았다. 빅리그 경험이 전무했던 그에게 날마다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주전 자리가 쉽게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정호는 “시합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걸 제외하면 다른 문제는 없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여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런 자신감은 결국 ‘KBO 출신 야수도 메이저리그에서 통한다’는 걸 성적으로 입증하며 ‘철강 도시’로 유명한 미국 피츠버그 지역에 ‘킹캉(KingKang)’ 열풍을 몰고 왔다. 킹캉은 피츠버그 팬들이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고릴라 ‘킹콩(King Kong)’과 강정호의 성(Kang)을 조합해서 만든 애칭이다.
 
  기자가 만나 본 다수의 피츠버그 팬들은 “강정호의 합류로 피츠버그가 올 시즌 포스트시즌(Post season)에 진출하는 것은 물론 월드시리즈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팬들은 한글로 ‘해적’이라고 쓰여진 티셔츠를 입고 강정호를 응원했다. 해적(Pirates)은 피츠버그의 팀 이름이다.
 
  강정호의 미국 현지 적응력도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영어가 미숙한 강정호는 구단에서 제공한 전담통역의 도움을 받는다. 간단한 생활영어는 직접 소통이 가능하지만 팀의 단체미팅이나 미국 현지언론들과의 인터뷰는 본인 혼자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영어실력은 미숙하지만 강정호의 적응력과 친화력은 뛰어났다. 강정호는 올 초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 동료는 물론 코칭스태프들과도 허물 없이 지냈다. 그들이 다가오기 전에 먼저 다가섰다. 하지만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강정호의 팀 동료인 A. J. 버넷(왼쪽)과 게릿 콜. 이들은 강정호의 뛰어난 적응력을 높게 평가했다.
  실제로 강정호의 동료인 투수 게릿 콜(25)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는 좋은 동료이며 날이 갈수록 영어도 잘 배우고 있다. 그는 조언이 필요 없을 만큼 잘하고 있으며 적응력도 대단하다. 내가 만약 강정호의 입장이었다면 그처럼 잘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동료인 투수 A. J. 버넷(38)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는 자신이 한국에서 스타였다는 것에 개의치 않는다.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뛰기 위해 날마다 최선을 다하는데 강정호의 이런 점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버넷은 이어 “강정호에게 아직은 조언할 것이 없을 만큼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준호(46) NC 코치의 예상도 적중했다. KBO 코칭스태프 가운데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코치연수’ 경험이 있는 전 코치는 올 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는 타고난 야구재능도 뛰어나지만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라며 “메이저리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게 없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이어 “문제는 정호가 미국 생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는 것”이라며 “언어 등을 포함한 문화적인 충격을 극복하고 미국 생활에 적응한다면 정호는 분명 빅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진단했었다.
 
  동료들의 부상도 강정호의 빠른 적응에 도움이 됐다. 강정호는 6월까지만 해도 자신의 주 포지션인 유격수는 물론 2루와 3루도 맡았다. 허들 감독이 스프링캠프 때 밝힌 구상(構想) 그대로였다. 하지만 주전 3루수 해리슨과 유격수 머서가 시즌 중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자 강정호가 유격수를 맡으며 출장기회도 늘어났다.
 
  타석에 들어서는 일이 많아지자 강정호의 방망이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시즌 초 들쑥날쑥한 출장 때문에 1할대에 머물던 타율은 2할 후반대로 치솟았고 특기인 장타력도 살아났다. 강정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피츠버그 입단이 확정된 직후부터 내야의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준비를 했다. 그래도 가장 편한 자리는 오랫동안 맡아 온 유격수”라고 말했다. 편한 자리가 좋은 성적을 만든 셈이다.
 
 
  리그 1위에 오른 강정호의 강속구 대처 능력
 
  강정호의 놀라운 적응력을 입증하는 지표는 또 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9월 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강정호는 빅리그에서 속구(速球)를 가장 잘 치는 타자’라고 한다. 강정호는 시즌 초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투수들에 비해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구속과 제구력은 물론이고 홈 플레이트에서 공의 움직임도 월등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당시 강정호는 빅리그 투수들의 속구와 변화구에 적응하지 못해 고전했다. 타율은 0.200에 머물렀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적응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적응하게 되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빅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주눅들지 않았다. 그리고 단 6개월 만에 강정호는 자신의 약점을 강점으로 만들었다.
 
  강정호는 시속 95마일(153km) 이상의 속구를 상대로 한 타율이 무려 0.477로 빅리그 전체 1위에 올랐다. 투수가 던진 시속 153km의 공이 홈 플레이트까지 도착하는 시간은 단 0.37초. 강정호는 이렇게 빠른 공을 0.2초 만에 판단한 뒤 0.17초 만에 쳐낸다. 이보다 빠른 시속 158km의 속구를 받아쳐 홈런으로 연결시킨 적도 있다.
 
  강정호는 기자에게 “미국에 와서 거의 매일 야구만 생각하고 야구만 하기 때문에 야구 외적으로는 할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기에 선발로 출전하지 못하고 벤치에서 대기할 때도 틈틈이 실내 타격연습장에 가서 타격연습을 하고 오는 등 준비는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끈임없이 노력한 강정호의 성실함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결국 빅리그 진출 첫해에 호성적이란 결과를 낳았다.
 
  미국 통계전문 사이트 ‘팬 그래프(Fan graphs)’의 자료도 눈여겨볼 만하다. 팬 그래프에 의하면 강정호의 WAR는 3.8로 올 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타자 56명 중 3위에 올라 있다. WAR(Wins Above Replacement)는 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는 타자의 공격, 수비, 주루 기록 등을 토대로 해당 선수가 같은 포지션의 리그 평균치 선수보다 팀에 몇 승을 더 기여했는지를 나타낸다.
 
  강정호보다 WAR 수치가 높은 이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수상이 유력한 시카고 컵스의 3루수 크리스 브라이언트(23)와 샌프란시스코 3루수 맷 더피(24)뿐이다. 9월 초 기준 올 시즌 타율 0.267, 23홈런 86타점을 기록 중인 브라이언트의 WAR는 5.2로 이 부문 1위에 올랐고, 신인왕 후보 가운데 유일한 3할(0.303) 타자인 더피의 WAR는 4.0이다.
 
 
  강정호의 활약에 놀란 일본 프로야구계
 
  빅리그 진출 첫해에 거둔 강정호의 선전은 일본언론에도 관심이 되고 있다. ‘야구 천재’로 불리는 일본인 외야수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성공하자 그의 뒤를 따라 다수의 일본인 야수가 빅리그에 도전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아오키와 마쓰이를 제외하면 모두 실패했다. 특히 강정호처럼 수비부담이 큰 일본인 유격수 중에 성공한 이는 전무하다.
 
  2005년 다저스에 입단했던 일본인 유격수 나카무라 노리히로(42)는 유격수로 단 1경기에만 출전했을 뿐 빅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홈런은 1개도 쏘아 올리지 못했다. 2011년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진출했던 니시오카 쓰요시(31)도 메이저리그에서 뛴 2시즌 동안 단 1개의 홈런도 터트리지 못한 채 일본으로 돌아갔다.
 
  나카지마 히로유키(33)는 더 처참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유격수’라는 평가를 받았던 나카지마는 2012시즌이 끝난 뒤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 2년 계약을 맺으며 태평양을 건넜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빅리그 무대에 오르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 생활만 하다가 자국으로 돌아갔다.
 
  빅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내야수 중 마쓰이 가즈오(40)는 7년이란 세월을 버텼다. 2004년 유격수로 뉴욕 메츠에 입단한 마쓰이는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 결국 빅리그 커리어 대부분을 2루수로 뛰었다. 7년 통산 성적도 타율 0.267, 32홈런 211타점으로 부진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일본인 내야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이는 2루수 이구치 다다히토(41)였다. 2005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입단한 이구치는 빅리그 데뷔 첫해에 타율 0.278, 15홈런 71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이듬해인 2006년에는 타율 0.281, 18홈런 67타점을 기록했다. 18홈런은 메이저리그 아시아 내야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이다. 하지만 이후 부상과 부진을 거듭한 이구치는 빅리그 4년 통산 타율 0.268, 44홈런 205타점이란 평범한 성적을 남긴 채 일본으로 돌아갔다.
 
  빅리그에 도전해 성공한 일본인 이치로, 아오키, 마쓰이는 외야수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내야수에 비해 수비부담과 체력소모가 적다는 이점이 있다. 이 중 아오키도 강정호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내야수가 빅리그 진출 첫해에 강정호처럼 잘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이어 “단기간에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강정호의 적응속도와 야구 재능은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좋은 성적에도 매일 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허들 피츠버그 감독은 선수들의 경쟁을 통해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플래툰 시스템을 선호한다.
  강정호는 미국 현지언론의 호평과 좋은 성적에도 불구하고 9월 들어 경기에 출장하는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아이러니(Irony)한 일이다. 피츠버그 지역 언론인 《피츠버그 트리뷴》은 9월 1일자 기사를 통해 “강정호가 최근 4경기 중 2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매일 출전할 자격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피츠버그 허들 감독은 “왼손 투수를 상대로 약점을 보이고 있는 강정호의 타율과 그의 원정경기 성적 등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강정호가 선발출전 명단에서 제외되는 빈도가 잦아진 것은 부상으로 이탈했던 주전 유격수 머서의 복귀 시점과 일치한다. 이는 허들 감독이 강정호보다 수비력이 좋은 머서를 유격수로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강정호는 실제로 왼손 투수에게 약점이 있다. 그는 9월 초 기준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300을 기록했다.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수치인 OPS는 0.837이었다. 반면 왼손 투수에게는 타율 0.244, OPS 0.742를 기록했다. 강정호는 또 홈에서는 타율 0.313, OPS 0.859를 기록했지만 원정경기에서는 타율 0.260, OPS 0.768로 약점을 드러냈다.
 
  피츠버그가 지난 7월 말 밀워키에서 영입한 3루수 아라미스 라미레즈(37)도 강정호의 출전횟수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피츠버그는 당시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머서의 공백을 대비해 베테랑 라미레즈를 영입했다. 올해로 빅리그 경력 18년째인 그는1400만 달러(약 167억)의 연봉을 받는다. 포지션별 최고의 타자에게 주는 ‘실버슬러거’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다. 연봉으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강정호에게 부담이 되는 경쟁자이다.
 
  특히 성적이 저조해도 몸값 높은 선수를 우선 출전시켜야 하는 메이저리그의 생리는 강정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강정호의 올 시즌 연봉은 250만 달러(약 30억)로 경쟁자 라미레즈의 5분의 1 수준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강정호의 수비력이 팀 내 3루수 경쟁자 중 가장 좋다는 것이다.
 
  강정호는 수비력은 물론 팀 내 3루수 경쟁자 중 공격력도 뛰어나다. 9월 초 기준 기존의 3루수 해리슨은 타율 0.248, 4홈런 2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7월 말 피츠버그에 합류한 라미레즈는 홈런(15개)과 타점(67점) 부문에서만 근소한 차이로 앞설 뿐 타율(0.248)은 강정호(0.289)보다 못하다.
 
  일각에서는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주전 유격수 머서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정호의 출전횟수가 줄어들고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특히 팀의 균형 있는 전력을 구상해야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는 강정호 외에 머서와 라미레즈 그리고 해리슨까지 다수의 내야수들을 안고 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원정경기가 몰려 있어 체력소모가 큰 9월의 일정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하지만 이 중 공격력이 가장 좋은 강정호의 출장기회가 줄어든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에 대해 당사자인 강정호는 의연했다. 그는 기자에게 “머서와 해리슨은 경쟁자이기 전에 소중한 동료들이다. 때문에 내가 경기에 출장했을 때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지 그들과의 경쟁에 대해 민감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또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해서도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출전하는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해 뛰고 싶을 뿐이다. 빅리그 경기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감사한 일”이라고 겸손해했다.
 
  강정호가 지금보다 더 발전된 수비력과 왼손 투수를 상대로도 뛰어난 공격력을 보여주지 않는 한 그의 들쑥날쑥한 경기출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플래툰 시스템(Platoon system)’을 선호하는 허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동안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플래툰 시스템은 한 포지션에 두 명 이상의 선수들로 하여금 경쟁을 시키는 것을 뜻한다. 해당 선수에겐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피츠버그는 이런 선수운용으로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9월 초 기준 올 시즌 성적 81승 55패 승률 0.596로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2위에 올라 있는 피츠버그는 지구우승을 통한 포스트시즌 진출은 힘들다. 하지만 단판승부인 와일드카드(Wild card)를 통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다. 때문에 포스트시즌까지 고려해야 하는 허들 감독의 입장에서 빅리그 경험이 풍부한 3루수 라미레즈와 유격수 머서를 강정호와 함께 돌아가며 기용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KBO 출신 야수들의 빅리그 진출 늘어날 듯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결승득점을 올린 강정호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확실한 주전자리를 확보하진 못했지만 빅리그 진출 첫해에 호성적을 기록 중인 강정호의 활약은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이는 전보다 더 많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한국을 찾아오는 계기가 됐고, 향후 KBO 출신 야수들이 빅리그에 진출할 수 있는 가교(架橋)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올 시즌 후 해외진출이 가능한 1루수 박병호(29·넥센)에 대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관심은 매우 크다. 익명을 요구한 빅리그 스카우트는 기자에게 “몸값이 문제일 뿐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올 시즌이 끝난 뒤 FA(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김현수(27·두산)와 손아섭(27·롯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이치로의 성공으로 다수의 일본선수들이 빅리그에 진출했던 것처럼 강정호를 필두로 향후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KBO 야수들은 급증할 전망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뛰어난 적응력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에 피츠버그 팬들을 사로잡은 강정호. 하지만 그의 활약을 ‘완전한 성공’으로 규정하기는 이르다.
 
  강정호가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것은 맞지만 그에겐 매일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주전자리를 꿰차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구치가 보유한 메이저리그 아시아 내야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18개)도 경신해야 한다. 그래야만 피츠버그를 넘어 전국구 스타가 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선 수비력 보강은 물론 원정경기와 왼손 투수를 상대로도 꾸준한 활약을 펼쳐야 한다. 빅리그 정상을 향한 강정호의 도전과 무한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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