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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포츠 소식

KBO 출신 첫 ‘메이저리그 野手’가 된 강정호

글 : 이상희  월간조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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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00만 달러(약 174억)에 4년간 보장액 1100만 달러, 구단 옵션으로 1년을 더 뛰게 될 경우
    500만 달러 추가
⊙ 매 시즌 475번 타석에 서면 보너스. 25타석 추가 때마다 보너스가 늘어나는데 600타석이 되면
    보너스 총액이 총 75만 달러(약 8억)
⊙ 실력으로 입증하지 않으면 도태하는 것이 메이저리그…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4년간 1600만 달러에 피츠버그 파이리츠팀에 입단하게 된 강정호 선수.
  한국프로야구(KBO)를 대표하는 유격수 강정호(28)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성사됐다.
 
  2014 시즌을 끝으로 해외진출 자격을 얻은 강정호는 원 소속팀 넥센의 동의하에 지난 겨울 포스팅시스템(posting system)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추진했다. 포스팅시스템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아닌 외국선수의 영입을 원할 경우 그의 소속 구단에 최고 이적료를 제시한 팀에 단독 협상권을 주는 비공개 입찰 제도를 말한다.
 
  이때 최고 이적료를 제의 받은 구단은 협상을 수락하거나 이적료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이를 거부할 수 있다. 또한 협상이 시작되면 최고 이적료를 제시한 팀과 해당 선수는 30일 이내에 계약을 매듭지어야 한다. 만약 기한 내에 계약이 불발되면 모든 일은 허사가 된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중순 KBO를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을 신청했다. 포스팅 신청 후 최고 이적료를 제시한 구단이 발표되기까지의 시간은 단 나흘. 당시 미국 현지 언론은 ‘샌프란시스코, 뉴욕 메츠, 워싱턴, 오클랜드 등이 강정호 영입에 관심이 있다’고 보도했다.
 
 
  ‘스몰 마켓’ 피츠버그의 투자
 
강정호가 2월 5일 친정팀 넥센의 애리조나 전지훈련 캠프에서 가진 송별회 도중 ‘케이크 공격’을 받은 뒤 활짝 웃고 있다. 강정호는 이튿날 피츠버그 파이리츠의 스프링캠프 장소인 플로리다로 떠났다.
  하지만 강정호 영입을 위해 최고 이적료를 제시한 팀은 피츠버그였다.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던 의외의 팀이었다. 피츠버그는 당시 500만2015달러(약 55억원)를 써내 강정호 영입을 위한 ‘단독 협상권’을 따냈다. 이 금액은 아시아 출신 야수로는 세 번째, 내야수로는 두 번째로 높은 포스팅 금액이었다. 강정호를 향한 피츠버그 구단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피츠버그의 행보에 한국은 물론 미국 현지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에서 선수 영입에 큰 돈을 쓰지 않는 대표적인 ‘스몰 마켓(small market)’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피츠버그의 연고지인 펜실베이니아주는 LA와 뉴욕 등 미국 내 대도시와 달리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 아니다. 때문에 ‘코리안 마케팅’도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이들이 강정호와 피츠버그의 계약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심지어는 피츠버그가 타구단의 강정호 영입을 막기 위한 ‘위장 입찰’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협상기한 내에 계약이 불발되면 제시한 이적료를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포스팅시스템’의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정호의 에이전트 네로 앨런의 생각은 달랐다. 앨런은 당시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하며 피츠버그의 ‘위장입찰설’에 대해서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앨런은 이어 “피츠버그는 강정호의 플레이를 좋아한다. 특히 강정호의 파워를 높게 평가한다”며 “때문에 피츠버그가 위장입찰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는 강정호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언론이 만들어 낸 추측일 뿐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스팅 결과를 전달받은 강정호의 원 소속팀 넥센은 이를 지체없이 수용했고, 강정호는 올 초 계약협상과 신체검사를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수일 뒤인 1월 16일 피츠버그는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강정호와 4년 계약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총액은 1600만 달러(약 174억원)로 4년간 보장액 1100만 달러, 그리고 구단 옵션으로 1년을 더 뛰게 될 경우 500만 달러를 추가로 받게 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강정호는 추가로 메이저리그 타석 수에 따른 보너스도 보장받았다. 매 시즌 475번 타석에 서면 보너스를 받는 조건이다. 이후 매 25타석이 추가될 때마다 보너스가 늘어나는데 600타석이 되면 보너스 총액이 총 75만 달러(약 8억원)나 된다. 경기당 평균 4번 타석에 들어설 경우 한 시즌 총 162경기 중 119경기만 뛰어도 보너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김광현·양현종은 울고…
 
  지난 겨울, 프로야구 시즌은 삼성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야구 팬들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강정호, 김광현(27·SK), 양현종(27·KIA)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을 끝으로 ‘7년차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취득한 세 선수는 시즌 종료와 함께 포스팅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했다.
 
  가장 먼저 도전에 나선 이는 좌완투수 김광현이었다. 그는 소속팀 SK의 에이스이자 KBO를 대표하는 투수였지만 포스팅에서 당초 예상에 크게 못 미치는 금액인 200만 달러(약 22억원)를 제시 받았다. 하지만 SK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포스팅 결과를 수용했고, 김광현은 최고 액을 써낸 샌디에이고 구단과 연봉과 계약기간 등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한 세부 협상에 돌입했다.
 
  김광현은 샌디에이고 구단의 초청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신체검사를 포함한 협상에 임했고, 샌디에이고는 김광현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선물하는 등 양측의 협상 분위기는 훈훈했다. 계약이 곧 성사될 것 같았다. 하지만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계약’을 보장받지 못했고 양측의 협상은 결국 결렬되고 말았다. 2년 전 류현진(28)이 LA 다저스와 6년 총액 3600만 달러(약 390억원)에 계약하며 KBO 선수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것과 판이한 결과였다. 당시 다저스는 류현진을 영입하기 위한 포스팅 비용으로만 280억원을 지불했었다.
 
  양현종은 김광현에 이어 두 번째로 메이저리그 사무국에 포스팅을 신청했다. 포스팅 전 김광현의 결과를 지켜본 KIA 관계자는 “김광현과 같은 금액이 라면 포스팅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다. 포스팅 금액이 적으면 계약 시 선수가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선수의 자존심과 한국프로야구의 가치를 고려할 때 포스팅 금액이 턱없이 낮으면 차라리 2년 뒤 완전한 자유계약선수가 된 후에 해외에 진출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려는 결국 현실이 됐다. KIA는 작년 11월 말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넘겨 받은 포스팅 결과가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에 걸맞은 액수가 아니라고 판단해 이를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한국 최고의 좌완투수로 평가 받던 김광현과 양현종 모두 빅리그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포스팅시스템은 비공개 입찰제도이기 때문에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지 않으면 최고 입찰액 규모는 물론 이를 적어 낸 구단도 알 수 없다. 때문에 KIA가 포스팅 결과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앞서 도전에 나섰던 김광현의 200만 달러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초 양현종은 낮은 금액에도 빅리그 진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소속팀 KIA와의 면담 뒤 생각을 바꿨다. 당시 미국 텍사스 지역 일간지 《댈러스 모닝 뉴스》의 에반 그랜트 기자는 양현종과 관련된 기사에서 ‘포스팅 당시 텍사스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소문에 의하면 텍사스와 미네소타 구단이 양현종을 영입하기 위해 포스팅 금액으로 약 150만 달러(약 16억원)를 써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강정호 에이전트 앨런의 믿음
 
피츠버그는 2013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해적 선장’ 앤드류 맥친의 소속팀으로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친숙한 팀이다.
  양현종과 김광현이 연달아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하자 이에 실망한 야구팬들의 이목은 마지막 주자였던 강정호에게 쏠렸다. 의견도 분분했다. ‘야구전력의 핵심으로 꼽히는 투수 김광현과 양현종이 실패했기에 야수인 강정호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의견과 ‘KBO 성적은 물론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장타력을 겸비한 강정호는 빅리그 진출에 성공할 것’이란 의견이 대립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정규시즌 총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6, 40홈런 117타점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그가 기록한 ‘시즌 40홈런’은 역대 한국프로야구 유격수 가운데 최초일 만큼 그 가치가 크다.
 
  유격수는 흔히 ‘내야의 핵’으로 불릴 만큼 수비부담이 막중한 위치이다. 때문에 유격수의 공격력은 타 포지션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강정호는 지난해 홈런은 물론 타점과 출루율 그리고 장타율까지 역대 KBO 유격수 중 최고의 기록을 경신했다. 시즌이 끝난 뒤에는 포지션별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골든글러브도 3년 연속 수상했다.
 
  기자는 작년 12월 중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2014 메이저리그 윈터미팅’에서 강정호의 에이전트 네로 앨런을 만났다. 앨런은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의 포스팅 금액은 양현종, 김광현보다 많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앨런은 이어 “현재 강정호에 관심이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10개 정도인 것으로 안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관심 있는 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는 포스팅에 참가할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앨런은 또 “하지만 확실한 것도 한 가지 있다. 그것은 강정호의 포스팅 비용”이라며 “얼마가 될지 구체적인 액수는 가늠하기 힘들지만 적어도 강정호에 앞서 포스팅에 나선 양현종과 김광현보다 많을 것은 확실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앨런은 기자와의 인터뷰 말미에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야수’라는 상징성을 갖게 될 것이고 강정호는 이 부분에서 개척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KBO에서 빅리그로 직행한 강정호는 누구?
 
  앨런은 스포츠와 연예 그리고 마케팅 업무까지 총괄하는 글로벌 매니지먼트 회사 ‘옥타곤(Octagon)’의 야구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또 과거 추신수(33·텍사스)의 에이전트였으며 1990년대 후반에는 KBO에 고용돼 한국프로야구에 용병제도 도입의 실무를 담당하는 등 한국야구와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지난해 LG에서 뛰었던 좌타자 브래드 스나이더(32·넥센) 등 다수의 선수가 앨런을 통해 한국에 진출했다. 이처럼 에이전트 업무에 잔뼈가 굵은 앨런의 강정호 포스팅 비용에 대한 확신은 결국 현실이 됐고, 강정호는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한국인 야수’라는 기록을 세웠다.
 
  강정호는 2006년 프로야구 신인지명 2차 1순위로 현대(현 넥센)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광주일고 시절 투수 겸 포수로 활약했던 그는 소속팀의 전국대회 우승을 이끈 것은 물론 2005년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예도 안았다. 특히 강정호는 투수와 포수는 물론 2루수와 유격수 등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볼 수 있는 뛰어난 유망주였다. 하지만 프로 초창기 시절에는 선배 박진만(SK)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강정호는 실제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6년과 2007년이 가장 힘들었다”며 “당시에 야구를 포기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전준호 현 NC 주루코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강)정호를 처음 본 것은 넥센의 전신인 현대에서 현역선수로 뛸 때였다”며 “정호가 프로 초창기에는 기회를 잡지 못해 힘들어했지만 워낙 야구에 자질이 있고 열심히 하는 선수였기에 언젠간 꼭 빛을 볼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전준호 코치의 증언처럼 강정호는 2008년 자신에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당시 그는 2루수로 1군 무대를 밟은 뒤 강한 어깨와 넓은 수비범위를 자랑하며 단숨에 주전자리를 꿰찼다. 또한 그는 당시 주전 유격수였던 황재균(롯데)이 수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자 2루수에서 유격수로 전향해 지난해까지 넥센의 주전 유격수로 군림했다.
 
  강정호는 매 시즌 110경기 이상 출전하며 유격수로는 보기 힘든 3할대 언저리의 타율과 두 자리 수 홈런을 꾸준히 기록했다. 강정호는 또 2010년부터 국가대표 유격수로 발탁돼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선수와 인연 많은 피츠버그
 
클린트 허들 피츠버그 감독(왼쪽)은 박찬호, 김병현 등 한국선수들과 인연이 많다.
  강정호의 새로운 둥지가 된 피츠버그는 한국선수와 인연이 많은 곳으로, 맨 처음 인연을 맺은 이는 투수 김병현(KIA)이다. 2008년 플로리다(현 마이애미) 소속이었던 김병현은 그해 스프링캠프 전 피츠버그로 이적했다. 하지만 시범경기 성적 부진으로 시즌이 개막되기도 전에 방출됐다.
 
  피츠버그와 두 번째로 인연을 맺은 한국선수는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개척자’ 박찬호(은퇴)다. 2010 시즌을 앞두고 필라델피아에서 뉴욕 양키스로 이적했던 박찬호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채 그해 8월 피츠버그로 이적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2일 마이애미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해 3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구원승을 따냈다.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째였다. 그리고 이는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은퇴)가 보유한 아시아 출신 빅리그 투수 최다승(123승) 기록이 박찬호에 의해 새롭게 쓰여진 순간이었다.
 
  박찬호는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고 총 26경기에 등판해 2승 2패 평균자책점 3.49의 성적을 남겼다. 그리고 2010 시즌을 끝으로 빅리그 17년(1994~2010) 현역생활을 마감했다.
 
  피츠버그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클린트 허들(57) 감독도 한국선수들과 인연이 많다. 허들 감독은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콜로라도 사령탑을 맡았을 때 김선우(은퇴)와 김병현을 지도한 경험이 있다. 허들 감독은 또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의 금자탑을 세웠을 당시에도 피츠버그 감독이었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LG에서 뛰었던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32)도 피츠버그 유니폼을 입었다. 리즈는 올 1월 중순 피츠버그와 1년 단기계약을 맺어 올 시즌 강정호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강정호에게 남은 과제는?
 
피츠버그 주전 유격수 조디 머서(왼쪽)는 강정호의 입단으로 팀 내 입지가 좁아졌다.
  강정호의 피츠버그 입단이 메이저리그 풀타임 선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강정호는 이제 ‘꿈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한경쟁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분위기는 좋다. 그를 향한 구단 내 평가도 호의적이다. 피츠버그 단장도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선수”라고 공언했다. 또한 강정호는 피츠버그와 입단계약을 체결한 뒤 곧바로 ‘피츠버그 40인 로스터(Roster)’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팀당 총 40명과 메이저리그 계약을 맺는다. 물론 시즌이 시작되면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25명뿐이다. 25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한 15명의 선수는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해 메이저리그 콜업(Call up)을 기다리게 된다. 때문에 강정호가 피츠버그에 입단한 뒤 곧바로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것은 스프링캠프 동안 자신의 실력만 입증한다면 올 시즌 출발을 메이저리그에서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피츠버그와 입단계약을 끝낸 강정호는 곧장 전 소속팀 넥센의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로 이동해 개인훈련에 돌입했다. 강정호는 기자를 포함한 한국 취재진과의 합동인터뷰에서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넥센구단에 진심으로 감사한다”는 말로 운을 뗀 뒤 “수치상의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출전하는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것이 선수의 임무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 강정호에게 남은 과제는 ‘과연 그가 빅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물음표를 실력으로 떼어 내는 것이다.
 
  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탄탄한 내야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격수 자리에는 조디 머서(29)가, 2루에는 닐 워커(30)가 버티고 있다. 강정호가 “유격수 다음으로 편한 자리”라고 밝힌 3루에는 2년 연속 30홈런을 쏘아 올린 강타자 페드로 알바레즈(28)가 건재하다. 빅리그 진출에 성공한 강정호가 주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이들과의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때문에 원 소속팀 넥센의 스프링캠프에서 개인훈련을 시작한 강정호는 낯선 2루 수비연습도 병행했다.
 
  강정호를 바라보는 미국 현지 언론도 아직은 물음표 일색이다. 이는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야수가 전무하거니와 한국보다 한 수 위로 평가 받는 일본 출신 내야수들 대부분이 빅리그 정착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인 내야수 가운데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뛴 선수는 마쓰이 가즈오와 이구치 다다히토가 전부다. 나머지는 모두 후보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인조잔디’를 그 이유로 꼽았다. 일본프로야구는 전체 12개 구장 가운데 무려 10곳이 인조잔디를 사용한다. 때문에 천연잔디로만 구성된 메이저리그 환경에서 타구의 방향이나 흐름을 읽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다.
 
 
  염경엽, “강정호는 빅리그에서 성공할 것”
 
  하지만 염경엽 넥센 감독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야수는 어깨 힘이 중요하다”며 “일본인 스즈키 이치로(40·마이애미)가 메이저리그에서 오랜 시간 주전으로 뛸 수 있었던 것은 어깨 힘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송구 능력이 더 중요한 내야수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또 “일본 내야수들은 수비를 할 때 공을 정면에서 받도록 배운다”며 “유격수는 정면에서 공을 받으면 송구를 하기 위해 스텝을 밟아야 하는데 수비수가 스텝을 한 번 밟으면 타자는 두 걸음을 간다”며 “강정호는 일본인 내야수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없기 때문에 빅리그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프로야구 코칭스태프 가운데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코치연수’ 경험이 있는 전준호 NC 코치의 생각도 같았다. 전 코치는 기자에게 “(강)정호는 타고난 신체조건에 야구 재능도 뛰어나지만 워낙 열심히 하는 선수”라며 “메이저리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게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 코치는 이어 “문제는 정호가 미국 생활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느냐는 것”이라며 “언어 등을 포함한 문화적인 충격을 극복하고 미국 생활에 적응한다면 정호는 분명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피츠버그의 홈구장(PNC Park) 환경도 강정호가 넘어야 할 산 중에 하나다. 이 구장은 타석에서 왼쪽 담장까지의 거리가 무려 125m나 된다. 당겨 치는 타구가 많은 오른손 타자에게 홈런을 기대하기 힘든 곳이다. 때문에 이곳을 가리켜 ‘오른손 타자들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오른손 타자인 강정호 역시 지난해 기록한 40개 홈런 중 26개를 좌측으로 보냈다. 넥센의 홈구장인 목동구장의 좌측 펜스 거리는 98m이다. 지난해보다 타구를 27m나 더 날려 보내야 홈런을 기록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에서 약 3주간의 훈련을 끝낸 강정호는 지난 2월 7일 캐나다로 출국했다. 미국 취업비자를 받기 위해서다. 강정호는 이후 소속팀 피츠버그의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플로리다주로 이동해 메이저리그 정착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할 예정이다. ‘KBO 출신 첫 메이저리그 야수’라는 기록을 세운 강정호가 과연 빅리그에서도 성공신화를 써 나갈 수 있을지 야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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