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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포츠 소식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다양한 ‘징크스’

글 : 이상희  월간조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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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최고 투수로 손꼽히는 클레이튼 커쇼. 그는 등판하는 날 칠면조 샌드위치를 먹고 마운드에 오르는 징크스가 있다.
  운동선수, 특히 야구선수들은 타 종목에 비해 징크스가 많다.
 
  징크스(Jinx)의 사전적 의미는 ‘재수없는 일 또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이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통용되는 징크스의 의미는 비단 재수없는 일뿐만 아니라 특정 행동을 했을 때 일어나는 좋은 결과도 이에 포함된다.
 
  한국프로야구 삼성의 외야수 박한이(35)가 2003년부터 유지하고 있는 타석에서의 ‘준비동작 징크스’는 유명하다. 그는 매번 타석에 들어서면 ‘배팅 장갑을 조이고-소매를 걷고-야구배트를 닦고-발로 땅을 비비고-바닥의 금을 지운 후 야구배트로 바닥에 선을 긋는 행동’을 한다. 이 모든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24초.
 
  하지만 지난 2010년 개정된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의 규정으로 타자들에게 허용된 타석에서의 준비시간이 12초로 제한되자 박한이는 이 중 몇 가지 동작을 생략했다. 그러자 박한이는 안타를 못 치는 등 성적이 나빠졌고 다시 모든 동작을 최대한 빠르게 실행, 12초 안으로 맞췄다.
 
  징크스 덕이었을까? 박한이는 지난 8월 1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올 시즌 100번째 안타를 쳐 무려 14년 연속 시즌 세 자릿수 안타기록을 달성했다. 이는 양준혁(은퇴)이 보유하고 있는 16년 연속 시즌 100안타 기록에 이은 한국프로야구 역대 두 번째 대기록이다.
 
  징크스는 현역선수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다. 감독이나 코치 등 지도자들의 징크스도 현역선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야신(野神)’이란 애칭으로 유명한 김성근(72) 고양 원더스 감독도 징크스 신봉자로 유명하다.
 
  김 감독은 두산의 전신인 OB 코치 시절 노란 팬티를 입고 치른 경기에서 승리하자 연승을 위해 그 팬티를 빨지 않고 계속 입었다는 유명한 일화도 있다.
 
  김 감독은 또 과거 SK 감독 시절에는 승리한 날 했던 모든 일을 다음 경기 때도 똑같이 반복했다. 여기에는 숙소에서 경기장으로 이동하는 경로도 포함됐는데 만약 경기에서 지면 다음날 바로 이동경로를 바꿨다고.
 
  이 때문에 김 감독의 차를 몰던 기사는 SK가 연패를 당하며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짧은 거리를 두고 매번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하는 수고를 반복했을 만큼 승리를 향한 김 감독의 열정과 징크스는 유별나다.
 
  그렇다면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은 어떨까?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만 뛸 수 있다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도 한국과 큰 차이가 없다.
 
 
  승리를 위해 미신마저 숭배한 조 매든 탬파베이 감독
 
조 매든 탬파베이 감독은 ‘올해의 감독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메이저리그 명장이다. 하지만 그도 미신을 신봉한다.
  2006년부터 약팀 탬파베이의 지휘봉을 잡은 조 매든(60) 감독은 그동안 탬파베이를 수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시켰을 만큼 지도력이 뛰어난 감독이다. 그는 이런 지도력을 인정받아 2008년과 2011년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하지만 매든 감독도 징크스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
 
  매든 감독은 지난 6월 탬파베이가 12연패를 당하는 등 올 시즌 성적 24승 41패 승률 0.369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로 추락하자 묘수를 꺼내들었다. 다름 아닌 인디언 심령술사 헨리(77)를 야구장으로 초대해 그에게 탬파베이의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에 있는 나쁜 기를 몰아내 달라고 부탁한 것.
 
  매든 감독은 당시 탬파베이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헨리는 이 지역에 오래 거주한 이로 지난 80년대에는 기우제를 통해 비를 내리게 한 인물”이라며 “헨리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묘한 능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의 도움으로 탬파베이가 부진을 털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매든 감독의 부탁으로 야구장을 둘러본 심령술사 헨리는 “이곳의 기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며 “나쁜 기는 몰아내면 된다”고 말했다. 헨리는 또 “나의 심령비법을 공개할 순 없지만 나 역시 향후 이곳 탬파베이 구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심령술사가 다녀간 날 열린 시애틀과의 경기에서 0-3으로 패했다.
 
  21세기 문명시대에 심령술사에게 도움을 청한 탬파베이 구단의 행보를 두고 미국 현지에서는 “말도 안 된다”와 “오죽했으면”이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부에서는 “미신에 의지할 시간이 있으면 차라리 연습을 더하라”며 비꼬기도 했다. 탬파베이는 8월 초 기준 올 시즌 성적 55승 59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5개 팀 가운데 4위에 올라 있다. 최하위는 면했지만 여전히 부진하다.
 
  메이저리그는 미국 선수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선택된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인 곳이다. 다양한 인종이 존재하는 만큼 선수 개개인의 징크스도 매우 다채롭다.
 
 
  먹을 것과 관련된 징크스
 
  LA 다저스의 에이스이자 류현진(27)의 팀 동료인 클레이튼 커쇼(27)도 독특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기자가 커쇼를 처음 인터뷰한 것은 지난 2012년으로 류현진이 미국에 진출하기 전이었다. 당시 커쇼에게 징크스에 대해 묻자 그는 “경기 전 칠면조 샌드위치를 먹는 등 승리하던 날 했던 행동을 반복하는 징크스가 있다”며 “하지만 미신을 믿지 않는다. 그저 단순한 습관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커쇼는 뛰어난 야구실력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활동을 꾸준히 펼치는 등 훌륭한 인품을 지닌 선수로도 유명하다. 커쇼는 8월 중순 기준 올 시즌 13승 2패 평균자책점 1.82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승수는 메이저리그 전체 다승 부문 2위, 평균자책점은 1위에 올라 있다. 이 때문에 커쇼는 벌써부터 올 시즌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와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 상(Cy young award)’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그도 먹는 것 하나만큼은 소탈하다.
 
  커쇼는 평소 클럽하우스 내에서 시리얼과 바나나로 아침을 해결하고 점심은 샌드위치와 과일로 때우는 등 뛰어난 실력과 재력에 비해 먹는 것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다만 등판한 날은 체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그날만큼은 “경기 후 한 상 제대로 차려 먹는다”고 한다.
 
  먹는 것과 관련된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선수는 커쇼 외에도 많다. 커쇼의 팀 동료인 포수 팀 페데로위츠(27)도 그중 한 명이다. 페데로위츠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징크스가 심한 편”이라고 운을 뗀 뒤 “경기장에 도착하면 정해진 시각에 특정한 일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경기 전에 먹었던 음식을 계속 반복적으로 먹는 등 미신을 많이 믿는 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류현진과 함께 다저스에서 뛰었던 내야수 스킵 슈마커(34)의 먹는 것과 관련된 징크스도 특이하다. 작년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올 초 신시내티로 이적한 슈마커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예전에는 경기 전 특정 음식을 먹는 등 나 또한 징크스가 많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하나 둘 없어지더라”고 말했다.
 
  슈마커는 이어 “다만 아직도 경기 전 일정한 시각에 몸을 풀거나 배팅연습을 하는 것들은 유지한다”며 “아울러 한 가지가 더 있는데 그것은 매 경기 시작 정확히 15분 전에 특정상표의 에너지드링크를 반드시 챙겨 마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신수(32·텍사스)의 팀 동료인 투수 데릭 홀랜드(28) 역시 먹는 것과 관련된 징크스가 있다. 그는 지난해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승리투수가 된 날 입었던 옷과 먹었던 음식을 다음 등판 때도 입고 먹는다”고 말했다.
 
  홀랜드는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25라운드(전체 748번)에서 텍사스에 지명돼 간신히 프로에 진출했을 만큼 무명이었다. ‘홀랜드에게 왼손투수라는 희소성마저 없었다면 지명되지 못했을 것’이란 말이 있었을 정도.
 
  하지만 그는 프로에 진출한 후 부단한 노력을 통해 텍사스의 제2 선발 자리를 맡으며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투수로 성장했고 지난겨울 추신수의 텍사스 입단을 누구보다도 반겼다. 그러나 홀랜드는 오프시즌 때 집에서 기르던 강아지와 장난을 치다 계단에서 굴러 발목을 크게 다쳤다. 이 때문에 올 시즌에는 아직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재활에만 집중하고 있다.
 
 
  음악과 관련된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
 
탬파베이 투수 맷 무어. 그는 등판하기 전 항상 헤비메탈 음악을 듣고 마운드에 오르는 징크스가 있다.
  탬파베이의 선발투수 맷 무어(25)는 등판하기 전에 항상 헤비메탈 음악을 듣고 마운드에 오른다. 기자가 무어에게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고 묻자 그는 “헤비메탈 음악의 강력한 비트나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심장박동이 더 강하게 뛰고 그러다 보면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상대 타선을 제압하고픈 승부사 기질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추신수의 팀 동료였던 신시내티 투수 맷 레이토스(27)도 음악과 관련된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레이토스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등판하는 날은 좋아하는 노래 한두 곡을 계속 반복해서 듣는 징크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이런 징크스는 홈경기에서만 유효하고 원정경기 때는 다른 것은 안 하고 오직 야구에만 집중하는 것이 징크스”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차세대 거포로 성장한 LA 에인절스의 외야수 마이크 트라웃(23)도 경기 전 음악을 챙겨 듣는 징크스가 있다. 그는 약관(弱冠)의 나이였던 2012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해 그해 타율 0.326(2위) 30홈런 49도루(1위) 129득점(1위)이란 빼어난 성적을 올려 아메리칸리그 신인왕을 차지했다. 빅리그 데뷔 첫해에 올스타에 뽑힌 것은 물론 그 어렵다는 ‘30(홈런)-30(도루)’을 달성해 최고의 거포에게 주는 실버슬러거 상도 수상했다.
 
  트라웃은 메이저리그 2년차였던 작년에도 타율 0.323 27홈런 33도루 97타점을 올려 빅리그 첫해의 성적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3년차인 올해도 8월 초 기준 타율 0.298 25홈런 82타점을 기록 중이다. 그의 소속팀 에인절스는 이런 트라웃의 실력과 가치를 인정해 올 초 그와 1억4450만 달러(약 1448억원)에 서둘러 6년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3년차 선수에게 이런 파격적인 계약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트라웃은 작년 스프링캠프 때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시합 전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긴장을 푸는 것 외에 특별한 징크스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별히 선호하는 음악 장르는 없다.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다 즐겨 듣는 잡식성”이라고 말하며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었다.
 
  트라웃은 또 당시 한국어로 쓰인 기자의 인터뷰 질문지를 발견하고는 “이것이 한국어냐?”며 신기해했다. 그는 또 기자의 질문지를 빌려 주위에 있던 동료들에게 “한국어 읽을 줄 알아?”라고 장난을 치는 등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강타자의 모습이 아닌 자신의 나이에 걸맞은 장난기 많은 청년의 모습도 보여줬다.
 
 
  추신수의 이적을 무색하게 만든 ‘大盜’ 해밀턴의 징크스는?
 
메이저리그 차세대 ‘대도’로 떠오른 신시내티 중견수 빌리 해밀턴. 그는 신세대답게 음악과 춤을 즐기는 징크스가 있다.
  음악과 춤이 함께인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선수도 있다. 신시내티의 중견수 빌리 해밀턴(24)이 그렇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신인 해밀턴은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전국구 스타로 각광을 받았다. 2012년 해밀턴이 세운 마이너리그 한 시즌 최다 도루 기록 때문이다. 당시 해밀턴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 도루 155개를 성공했는데 이는 빈스 콜맨(53)이 1983년에 세운 도루 기록 145개를 29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해밀턴은 작년 스프링캠프 때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경기 전 라커룸에서 팀 동료들을 모아 원형으로 세워놓고 그 가운데 들어가 춤을 추면서 흥을 돋우는 일을 하는 징크스가 있다”며 “그렇게 신나는 음악과 함께 한바탕 춤을 추면 나뿐만 아니라 팀원 모두가 즐겁게 경기에 임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추신수가 텍사스로 이적함에 따라 올해부터 신시내티의 주전 1번 타자와 중견수 자리를 꿰찬 해밀턴은 8월 기준 타율 0.271 6홈런 43타점 43도루를 기록 중이다. 도루는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올라 있어 경우에 따라 해밀턴은 메이저리그 풀타임 첫해에 도루 부문 타이틀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해밀턴이 빅리그 풀타임 첫해에 그것도 추신수의 이적으로 공석이 된 톱타자 역할과 중견수 자리를 훌륭히 메우자 신시내티 지역 언론들은 “지난겨울 몸값이 높아진 추신수를 잡지 않고 해밀턴으로 대체한 것은 신시내티 구단의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반면 텍사스로 이적한 추신수는 이적 첫해인 올 8월 기준 타율 0.238 10홈런 36타점 3도루로 극히 부진한 상태. 메이저리그 10년차인 베테랑 추신수가 신인 해밀턴에 앞서는 것은 홈런밖에 없다.
 
 
  한나한, “같은 곳에서만 주차, 샤워한다”
 
추신수의 절친으로 유명한 신시내티 내야수 잭 한나한. 그는 다수의 징크스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추신수의 동료였던 신시내티 내야수 잭 한나한(34)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징크스가 무척 많다”며 “안타를 치거나 팀이 연승을 하면 늘 같은 장소에 주차하거나 샤워도 꼭 동일한 장소에서만 한다”고 말했다. 한나한은 이어 “집에서 야구장으로 가는 길도 늘 같은 곳으로만 다닌다. 그러다 슬럼프에 빠지거나 팀 성적이 안 좋아지면 전부 다 바꾼다”고 말했다.
 
  한나한은 지난 2011년 추신수와 함께 클리블랜드에서 뛸 때 추신수가 캔자스시티 투수의 공에 맞아 양팀 선수들 간에 벤치클리어링(Bench clearing)이 일어나자 마치 자기 일처럼 흥분해 제일 먼저 필드로 달려나갔다. 당시 동료들이 한나한을 말리지 않았다면 추신수를 맞힌 투수와 주먹다짐이 일어날 수도 있었던 급박한 상황이었다.
 
  한나한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추신수는 팀 동료이자 개인적으로 친한 친구이다. 물론 경기장에서 벤치클리어링이 자주 일어나서는 안 되겠지만 그해 유독 추신수가 공에 맞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심기가 불편했는데 같은 투수가 또다시 추신수를 맞혀 화가 폭발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한나한에게 “향후 이와 유사한 일이 발생한다면”이라고 묻자 그는 주저 없이 “그럼 또다시 제일 먼저 필드로 달려나갈 것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추신수가 지난겨울 신시내티를 떠나 텍사스로 이적해 추신수를 향한 한나한의 동료애는 당분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올 시즌 류현진의 퍼펙트(Perfect) 경기를 무산시킨 신시내티 3루수 토드 프래지어(28)의 징크스도 유별나다. 그는 지난 6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유니폼 안에 특별한 셔츠를 챙겨 입는 징크스가 있다”고 운을 뗀 뒤 “경기가 시작되면 파울라인을 밟고 다니지 않는 징크스도 있다”며 “이는 야구를 처음 시작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이어오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프래지어는 또 지난겨울 신시내티를 떠나 텍사스로 이적한 옛 동료 추신수를 그리며 “추(신수)는 정말 훌륭한 야구선수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더 그와 함께 같은 팀에서 뛰고 싶다”는 속내도 털어놨다.
 
 
  양말과 관련된 징크스도
 
탬파베이 선발 제러미 헬릭슨. 그는 등판하는 날 항상 양말 두 짝을 포개어 신고 마운드에 오른다.
  탬파베이의 선발투수 제러미 헬릭슨(27)의 징크스도 독특하다. 헬릭슨은 징크스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등판하는 날은 항상 양말 두 짝을 포개어 신는 징크스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특별한 양말을 정해 놓은 건 아니고 아무 양말이나 등판하는 날은 항상 두 짝씩 포개어 신고 마운드에 오른다”고 말했다.
 
  양말과 관련된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선수는 또 있다. 클리블랜드 소속의 지명타자 제이슨 지암비(43)가 그렇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경력 20년째인 지암비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전 양말을 신을 때는 늘 왼쪽부터 신고 야구장에 나갈 때는 항상 오른발부터 땅에 닿게 하는 등 징크스가 정말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나이가 드니 어느 때부터 안 하게 되더라”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징크스의 일종인 ‘루틴(행동 패턴)’에 집착하는 선수들
 
다저스 포수 A. J. 엘리스. 그 또한 같은 일을 정해진 시각에 하는 징크스가 있다.
  지암비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평균 수명이 6년(5.6년)도 채 되지 않는 치열한 경쟁구도에서 만 20년째 현역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살아 있는 전설로 통한다. 1995년 오클랜드에서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이후 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로 성장했고, 특히 2000년에는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43개)과 타율 0.333을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MVP로 선정됐다.
 
  이후 뉴욕 양키스-오클랜드-콜로라도를 거쳐 지난해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지암비에게 예전의 화려함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대타로 나와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으며, 아울러 그의 오랜 빅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젊은 선수들을 리드하는 것만으로도 팀 전력에 큰 힘이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프로야구 LG의 마무리 투수 봉중근(34)은 팀이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어 자신이 등판할 가능성이 적은 날에도 평소처럼 5회에 몸을 푼다. 그리고 6회에는 비타민을 먹고 7회에는 커피를 마시는 등 자신이 정한 루틴을 꾸준히 지킨다.
 
  롯데의 외야수 손아섭(26)은 경기 전 항상 조용한 곳을 찾아가 10분간 명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경기 전 명상을 하고 나면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삼성의 내야수 강명구(34)는 경기 전에 항상 샤워를 한 뒤 ‘언더셔츠-팬티-유니폼 하의-상의’ 순으로 옷을 입는다. 강명구는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선수들 중에도 이처럼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는 선수들이 많다.
 
  올해도 류현진(27)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는 LA 다저스의 포수 A. J. 엘리스(33)도 그중 한 명이다. 엘리스는 지난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경기 시작 전에 같은 일을 항상 정해진 시각에 하는 것과 같은 옷을 반복해서 입는 등의 징크스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류현진과 함께 다저스에서 뛰었지만 올해 다른 팀으로 이적한 내야수 닉 푼토(37·오클랜드)와 마크 엘리스(37·세인트루이스)도 마찬가지다. 푼토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야구장에 도착하는 시각은 물론 그 후 경기 시작 전까지 모든 일을 항상 정해진 시각에 맞춰서 한다”고 했다. 엘리스는 “야구장에 도착하면 항상 커피를 마시고 운동을 시작한다. 그러지 않으면 운동이나 시합이 잘 안 풀린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들도 피해가지 못하는 ‘징크스’
 
  시애틀의 에이스이자 올해도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투수로 위용을 떨치고 있는 펠릭스 에르난데스(28)도 자신만의 루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는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특별한 징크스는 없다. 하지만 등판하는 날만큼은 항상 정해진 시각에 정해진 일들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어긋나면 경기가 잘 안 풀린다. 그래서 등판하는 날은 무척 예민하다”고 덧붙였다.
 
  자신만의 철저한 루틴 관리 때문이었을까? 에르난데스는 8월 초 기준 올 시즌 12승 3패 평균자책점 1.97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가 기록한 탈삼진(186개)과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2위일 만큼 뛰어나며 승수 역시 다승 부문 3위에 올라 있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에르난데스가 부상만 당하지 않으면 2010년에 이어 올해 또다시 최고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 상’의 수상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필라델피아의 에이스 콜 해멀스(30)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해멀스는 2008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최우수선수(MVP)는 물론 그해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과 함께 MVP까지 수상했던 당대 최고의 좌완투수. 지난 2009년에는 박찬호(은퇴)와 한솥밥을 먹기도 했다. 해멀스 또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별다른 징크스는 없다. 다만 야구장에 도착하면 스트레칭-줄넘기 식으로 같은 일을 정해진 시각에 맞춰서 한다. 그래야 일이 잘 풀린다”고 말했다.
 
  해멀스는 또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박찬호와 얽힌 추억도 들려줬다. 해멀스는 “박찬호가 외국인이다 보니 동료들과 영어로 대화를 하다가 막히면 갑자기 우리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말로 말하고는 그 자리를 떠나곤 했다”며 “당시 선수들이 사용하는 클럽하우스 내에는 재미난 의상이 여러 벌 있었는데 박찬호가 종종 그것을 입고 나타나 동료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류현진의 동료이자 다저스 불펜투수인 J. P. 하웰(31)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하웰은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기자에게 “많지는 않지만 나도 징크스가 있다”며 “우선 유니폼을 입을 때 항상 같은 방식으로 입어야 하고 야구장에 도착하면 늘 같은 순서대로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만약 이게 어긋나면 그날은 경기에 나설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왠지 불안하다”고 덧붙였다.
 
 
  밀러, “‘소녀시대’ 좋아해”
 
  시애틀의 유격수 브래드 밀러(25)도 마찬가지다. 잘생긴 외모 덕에 많은 여성 팬을 보유하고 있는 밀러 역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성적이 좋았던 날 했던 연습패턴이나 일상생활의 모든 과정을 반복하는 징크스가 있다”고 말했다.
 
  밀러는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기자를 만났을 때 “대학시절부터 한국의 걸그룹 ‘소녀시대’를 정말 좋아했다”며 “그때는 시간이 없어 그들의 미국 콘서트에 갈 수 없었는데 소녀시대가 미국에서 한 번 더 콘서트를 한다면 꼭 갈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카를로스 벨트란(37·뉴욕 양키스)도 자신의 루틴 관리에 철저하다.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외야수 벨트란은 작년에 기자와 만났을 때 “야구장에 도착하면 상대팀 투수들의 경기 장면 비디오를 보면서 그들의 투구 패턴을 분석한 뒤 실내타격 연습장으로 이동해 머릿속에 그들의 투구를 그리며 연습을 한 뒤 물리치료실로 이동하는 등 정해진 시각에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징크스”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뉴욕 메츠에서 박찬호(은퇴)와 함께 뛰었던 벨트란은 당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결승 때 해설가로 활동하는 박찬호를 잠시 만났다”며 “그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박찬호가 또 보고 싶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자 뛰어난 야구선수였다”며 옛 동료 박찬호에 대한 그리움도 표출했다.
 
  워싱턴의 외야수 제이슨 워스(35)도 징크스가 많다. 그는 또 미신을 믿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스는 2010년 12월 현 소속팀 워싱턴과 7년 총액 1억2600만 달러(약 1282억원)에 계약했다. 당시 그의 계약은 메이저리그 역대 총액 기준 14번째에 해당하는 대형 계약이었고, 빅리그 외야수 최초로 몸값 1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상징성도 있었다. 이 때문에 워스의 계약은 지난겨울 추신수가 텍사스와 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추진할 때 기준이 됐고 결국 추신수는 6년 총액 1억3000만 달러(약 1379억원) 계약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3대째 메이저리거로 뛰고 있는 워스는 지난 6월에 기자를 만났을 때 “징크스가 많다”며 “내가 안타나 홈런을 치거나 팀이 승리했을 때 한 행동을 다음 경기 때도 똑같이 반복한다”고 말했다. 워스는 이어 “그러다 성적이 안 좋아지면 다른 걸 시도한다. 나는 미신을 믿는 편이라 이런 행동은 은퇴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南美선수들, 징크스 없어
 
LA 다저스 1루수 아드리안 곤잘레스.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그는 미신을 믿지 않고 그래서 징크스도 없다.
  이처럼 다수의 야구선수가 징크스를 가지고 있는 반면 종교적인 신념 등에 근거해 징크스가 없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특히 천주교가 국교(國敎)인 남미선수들이 그렇다.
 
  메이저리그 ‘최단신(165cm) 올스타’로 유명한 휴스턴 2루수 호세 알투베는 재작년 기자와의 첫 인터뷰에서 “독실한 천주교 신자여서 미신을 믿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징크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알투베는 올 시즌 8월 초 기준 타율 0.333(3위) 45도루(2위)를 기록 중이다. 최단신 선수 알투베는 거구들이 즐비한 메이저리그에서 ‘작은 고추가 맵다’는 사실을 실력으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알투베는 지난 6월 기자와 다시 만났을 때 “도루보다 타격에 관심이 더 크다”며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속단할 순 없지만 가능하다면 타격 타이틀을 차지하고 싶다”고 말했다.
 
  콜로라도의 선발투수 호르헤 데라 로사(33)도 알투베와 비슷하다. 그 역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미신을 믿지 않는다. 등판하는 날 마운드에 오르기 전 기도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 데이비드 라이트(31·뉴욕 메츠)와 지난겨울 10년 총액 2억4천만 달러(약 2545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통해 뉴욕 양키스에서 시애틀로 이적한 2루수 로빈슨 카노(31)도 미신을 믿지 않는다. 이 둘 역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징크스는 미신일 뿐 나는 미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추신수와 절친한 신시내티 외야수 제이 브루스. 그는 징크스를 갖지 않는 게 징크스라고 한다.
  이는 다저스의 1루수이자 류현진의 동료인 아드리안 곤잘레스(32)도 마찬가지였다. 그 또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천주교 신자이기 때문에 미신을 믿지 않으며 그래서 징크스가 없는 게 징크스”라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필라델피아의 외야수 벤 리비어(25)도 징크스가 없다. 지난 5월 기자와 만난 리비어는 당시 인터뷰에서 “독실한 기독교 집안에서 성장했고 나 또한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미신을 믿지 않는다”며 “굳이 있다면 경기 전 나와 동료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즐겁게 경기할 수 있도록 기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류현진과의 맞대결에서 3타수 3안타를 쳐 류현진의 ‘천적’으로 떠오른 리비어는 올해도 강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류현진을 상대로 한 리비어의 통산 타율은 7타수 6안타 무려 0.857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신시내티의 외야수 제이 브루스(27)도 징크스가 없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종교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징크스를 갖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징크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징크스를 갖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 아울러 징크스를 갖기 시작하면 무척 피곤해진다”며 웃었다.
 
 
  ‘징크스’는 ‘심리적 기댈 곳’
 
  징크스는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선수들의 심리적인 안정에 도움을 준다. 특히 징크스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루틴은 실제로 그 효과가 입증돼 1990년대 이후 야구를 포함한 여러 운동선수의 체계적인 훈련에 이용되고 있다. 심리적인 안정은 선수들로 하여금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하고 이는 또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런던올림픽 때 양궁의 기보배(26) 선수가 심리적인 압박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도 오랜 시간 이어온 자신만의 루틴 덕이라고 한다.
 
  프로골퍼 타이거 우즈(39)도 미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루틴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오랜 시간 이어온 나만의 루틴을 통해 최고의 스윙을 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종합해 보면 야구선수들의 ‘징크스’는 일상의 습관이자 부담감을 덜기 위해 만든 일종의 심리적인 기댈 곳이다. 아울러 야구가 존재하는 한 선수들의 징크스는 계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내포하고 있는 교훈은 야구선수들의 징크스에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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