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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교육再生’ 내건 아베의 교육개혁

日敎組식 교육과 싸우는 아베 총리

글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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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고교야구팀, 걸그룹 등을 휩쓰는 ‘도게자’ 열풍, ‘勝者勝’이라는 사회분위기 반영
⊙ 학력테스트 결과 공표, <도덕> 교과화 등 日敎組의 ‘유도리교육’ 퇴조
⊙ 교원감축으로 日敎組 힘빼기에도 나서
⊙ 아베, “인간을 만든다는 것은 나라를 만든다는 의미”

劉敏鎬
⊙ 53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 15기.
⊙ SBS 보도국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RIETI) 연구원.
⊙ 現 워싱턴 〈Pacific, Inc〉 프로그램 디렉터, 딕 모리스 선거컨설턴트 아시아 담당 소장.
작년 고시엔대회에서 대패한 사쿠라이고등학교 야구부는 도게자로 사죄해 일본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고시엔(甲子園)은 일본 고교야구의 하이라이트다. 보통 8월 초 시작해 2주간 진행된다. 한국의 대통령배 야구대회 일정과 비슷하다. 고시엔 참가팀은 전부 49개이다. 부럽기도 하지만, 일본의 고교야구팀은 약 4800개에 달한다. 한국은 전부 합쳐서 56개이다. 100대1의 경쟁을 뚫고 출전하는 것이 고시엔이다. 올해 96회째이다. 선수 개인은 물론, 학교와 지역의 명예를 건 사투(死鬪)가 벌어진다.
 
  야구, 특히 고교야구는 일본 오타쿠(オタク) 문화의 정수(精髓)에 해당된다.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통계나 스토리가 넘쳐 난다. 이기고 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후(前後) 배경, 다시 말해 승전보 뒤에 숨어 있는 모자이크 스토리들을 아주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보관한다. 선배의 역할이라든가, 훈련내용이나 선수들의 마음자세 같은 것들이 중시되는 부분 중 하나이다. 모두가 기억하고 싶은 스토리텔링의 경연장이 고시엔이다.
 
 
  사쿠라이 高校의 도게자 퍼포먼스
 
  지난해 고시엔 하이라이트의 하나는 우승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채 1회전에 탈락한, 사쿠라이(櫻井) 고교다. 개교 이래 고시엔에 처음으로 출장한 학교다. 나라(奈良)현에 위치한 학교로, 두각을 나타낸 졸업생도 거의 없다. 사쿠라이 고교는 1회전에서, 야구 명문 사쿠신(作新) 고교에 17대5로 대패했다. 엄청난 차의 점수에서 보듯, 스포츠라는 관점에서 볼 때 사쿠라이 고교는 야구 오타쿠들의 흥미를 끌 만한 곳이 못 된다.
 
  그러나 일본인 대부분은 사쿠라이 고교를 선명히 기억하게 됐다. 시합 후에 보여준 특유의 퍼포먼스가 이유이다. 도게자(土下座)이다. 머리를 땅에 박고, 몸 전체를 지면에 납작하게 붙이는 일본 스타일의 예법 중 하나가 도게자이다. 도게자는 시대적으로 보면 흑백필름 당시의 추억으로, 상황으로 보면 야쿠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이미지로 와 닿는다. 21세기에는 점차 사라져 가는 어제의 예법이다. 서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잘못에 따른 절대복종이 도게자의 의미이다. 모든 책임이 100% 자신에게 있고, 상대방의 처분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는 것이다. 자존심은 아예 없다. 실수나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부 자신이 진다는 뜻이다. 목을 길게 밑으로 깐다는 점에서, ‘원한다면 칼로 자신의 머리를 베어도 좋다’는 사무라이 스타일의 사죄에 해당한다.
 
  사쿠라이 야구팀 20여 명은 시합이 끝난 뒤 모두 야구장으로 나가 일렬로 선 후, 모자를 벗은 뒤 한순간 도게자로 들어갔다. 놀란 야구취재팀들이 선수들 주변으로 몰려가 사진을 찍느라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1분여 도게자를 한 뒤 선수들 모두가 일어나 다시 고개를 숙인 뒤 퇴장했다. 선수들의 표정은 진지하고 입은 닫혀 있었다. 가볍게 눈시울이 젖은 앳된 선수도 볼 수 있었다.
 
  관중석에서 박수소리가 쏟아졌지만, 텔레비전 중계를 지켜보던 사람들의 반응은 복잡했다. 사쿠라이 고교 선수들은 하나같이 머리를 완전히 민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냥 스포츠형 머리가 아니다. 하얀 두상 피부가 전면에 노출되는, 거의 면도를 한 상태의 스타일이다. 바짝 깎은 머리 스타일과, 일사불란하게 이뤄진 고등학생들의 도게자 모습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사쿠라이 고교의 도게자 소식을 신문·방송·인터넷은 빅뉴스로 다루었다. 먼저 도게자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야구팬들에 대한 예의로서의 인사라는 평가와, 사죄하는 마음으로 머리를 땅에 박았다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됐다. 사쿠라이 고교는 원래부터 승부에 관계없이 땅바닥에 엎드리는 식의 인사를 해 왔다는 것이 단순한 인사란 생각의 근거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패자(敗者)로서의 부끄러움에 대한 표현으로서 도게자를 받아들였다. 단순히 진 것만이 아니라, 엄청난 점수 차로 패했기에 실패를 자책(自責)한다는 의미에서 도게자를 했다는 것이다.
 
 
  舊시대의 기억
 
  고등학교 선수들이 마치 죽을 죄를 진 것처럼 땅에 머리를 박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데 대해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불쾌하게 생각했다. 이유는 태평양 전시(戰時)를 떠오르게 만드는, 집단 문책성 사죄법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머리를 빡빡 깎은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치 학도병으로 끌려가는 태평양전쟁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구(舊)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일본인의 음울한 초상화’라는 것이 인터넷과 신문·방송의 일반적인 여론이었다. 청장년층만이 아니라, 얽매이기 싫어하는 고등학생들 스스로도 사쿠라이 야구팀을 좋게 보지 않았다. 청소년 운동팀이 그러하듯,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감독이나 코치의 명령에 의해 결정된다. 도게자가 야구부원 스스로가 아니라, 감독·코치의 생각에 따른 것이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애꿎게 약한 학생들이 도게자로 몰렸다는 식의 동정론도 인터넷에 넘쳤다.
 
  세상 모든 것이 그러하듯, 실재(Sein)와 당위(Sollen) 사이의 거리는 결코 가깝지 않다. 현실과 이상은 멀고도 먼 관계이다. 세상의 흐름과, 그러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개개인의 마음이 똑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사쿠라이 야구팀의 도게자에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당황해했다. 그러나 1945년 8월 15일 라디오를 통한 천황의 ‘옥음(玉音)’이 퍼질 당시의 도게자 기억은 현재 21세기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열풍이 아니라, 광풍(狂風)처럼 확산되고 있다.
 
  AKB48 총선거는 그 같은 광풍의 현장 중 하나다. AKB48은 2014년 일본을 대표하는 걸그룹이다. 집단주의 일본을 상징하듯, 무려 48명이 한 조(組)로 움직인다. 일본에는 현재 6개의 지역별 AKB48이 존재한다. 도쿄만이 아니라, 대도시를 기반으로 SKE48이나 HKT48과 같은 타이틀로 3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AKB48 총선거는 매년 6월에 실시한다.
 
  총선거는 300여 명의 걸그룹의 인기를 1위부터 순위별로 결정해 발표하는 초대형 이벤트다. 워낙 인기가 높기에 NHK가 생중계로 방영한다. 6월 7일 이뤄진 올해 총선거는 80위부터 결정돼 발표됐다. 누가 1위에 오르느냐가 가장 큰 관심사겠지만,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더 높은 계단에 올라가는가 노력하는 모습이 한층 더 중요하다. 고시엔 야구경기와 똑같은 평가기준이 AKB48 총선거에도 적용된다.
 
 
  ‘범람하는 도게자’
 
작년에 인기를 끈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버블세대에 대한 신세대의 복수드라마처럼 여겨진다.
  도게자는 올해 AKB 총선거에서 일본인들이 목격한 새로운 깜짝쇼이다. AKB48과 도게자라는 것이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일본 국민들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걸그룹의 총선거를 통해 고시엔의 도게자를 다시 한번 목격했다. 주인공은 총선거에서 인기도 71위를 차지한 다나베 미쿠(田名部生來)이다. 무대에 올라선 다나베는 스스로 “방송사고일지 모르겠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며 도게자를 연출했다. 순위에 올랐다는 의미에서 전하는 감사의 도게자이다. 현장에 모인 6만여 명의 관객들은 박수로 응답했다. 감사의 뜻이기는 하지만, 짧은 미니스커트의 20대 초반 여성이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최근 넘치기 시작한 도게자 광풍의 연장선으로 해석됐다.
 
  수퍼마켓에서 점원의 사소한 실수를 참지 못한 여성손님이 점장(店長)을 불러내 무릎을 꿇게 만든다. 성의가 부족하다면 아예 얼굴을 땅에 처박는 도게자를 강요한다. 비디오로 찍어 가게의 잘못을 고발한다. 자식에게 문제가 생기자 담당 선생님을 찾아가 잘못을 따지며 도게자를 시킨다. 부정을 일으킨 회사의 최고책임자가 기자회견장에서 도게자를 행한다. 도게자가 사회 곳곳에 퍼져 나가면서 ‘상대방의 환심을 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게자’ 같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온다. 모바일이나 열쇠의 액세서리로, 도게자 캐릭터까지 등장하는 판이다.
 
  도게자 광풍에 대해 지난해 10월 8일 NHK 심층 프로그램 클로즈업(Close Up)은 이를 일본적인 신드롬의 하나라고 정의했다. ‘범람하는 도게자(氾濫する土下座)’라는 타이틀의 특집 다큐멘터리이다.
 
  당시 도게자 광풍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것이 텔레비전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半澤直樹)’다. 케이블방송을 통해 한국에도 방영된 드라마다. 버블경제 말기에 입사(入社)한 은행원의 분투기가 주된 스토리이다. 지난해 7월부터 매주 10회 방영된 드라마로, 보기 드물게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버블경제를 상징하는 구(舊)세대에 대한 반감이 드라마 전편에 깔려 있다. 버블경제 때 흥청망청 잘먹고 잘산 구세대들 때문에 이후의 젊은이들과 일본 전체가 고생하고 있다는 것이 드라마의 포인트이다. 무책임한 버블세대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주인공 한자와(半澤)의 당찬 결의이다. 은행을 무대로 한, 세대 간의 복수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배로 갚아 주겠다!”
 
  한자와는 드라마 속에서 숱하게 도게자를 한다. 버블세대들의 핑계와 음모에 밀려, 말단인 한자와가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럴 때마다 그가 행하는 것이 도게자이다. 숨넘어 가는 고음(高音)의 목소리로 “잘못했습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십시오. 핑계가 없습니다”와 같은 말을 연발한다.
 
  그러나 한자와의 도게자는 100% 자기책임으로 끝나는 패자의 행동이 아니다. 지난해 일본 최고의 유행어였던 ‘배로 갚아 주겠다(倍返し)’가 그의 본심, 즉 혼네(本音)이다. 극중에서 한자와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다짐한다. “사람들의 선의(善意)는 믿지만, 만약 당한다면 배로 갚아 주겠다.(人の善意は信じますが,やられたらやり返す. 倍返しだ!)” 지금 당장 도게자를 하기는 하지만, 언젠가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는 것이 한자와의 결의이다. 사실, 한자와의 도게자는 받는 쪽이 오히려 불안하게 받아들이는, 잔인한 보복극의 서막 정도로 받아들여진다. ‘도게자=전면승복’이라는 통념과는 다른 차원의 표현이다.
 
  일본의 최근 흐름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같은 변형된 도게자의 의미와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자와의 도게자는 기존의 일본 사회에 대한 반감과 보복을 뛰어넘는 발상이다. 태평양전쟁에서 패한 전범국(戰犯國)으로서의 울분이 ‘배로 갚아 주겠다’는 말 속에 포함돼 있다. 호시탐탐 동중국해의 섬을 점령하려는 중국에 대한 강한 위기의식이 한자와의 도게자 속에 숨어 있다. 현재 벌어지고, 앞으로 더더욱 확장될 일본의 우향우(右向右) 바람은, 숨도 쉬지 못한 채 도게자로 머리를 숙여 온 옛 일본의 부활을 의미한다. ‘전쟁에 졌기에 지금까지 입 닥치고 가만히 있었지만, 앞으로는 가만있지 않겠다’는 것이 한자와식 도게자의 진짜 의미이다.
 
  도게자는 수직적인 인간관계를 의미한다. 그냥 수직관계가 아니라, 머리를 땅에 깔고 있는 을(乙)이 바로 앞에 서 있는 갑(甲)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100% 승복을 의미한다. 상하관계가 분명하다. 을은 잘못에 대한 책임으로 비판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대충 핑계를 대면서 넘어갈 수 없다. 갑과 을을 가르는 분명한 선이 그어진다. 잘못이 있을 경우 승자(勝者)인 갑의 목소리만 있을 뿐, 을에게는 판단 자체가 금지된다.
 
  보통 일본인들은 수직적 상황인 갑과 을의 관계를 부정적이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보지 않는다. ‘억울하면 갑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것이 일본인의 보편적인 상식이자 마음가짐이다. 을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사회를 저주하기보다 갑이 되어서 을의 위에 군림하는 모습을 꿈꾼다. 사회를 자신에게 맞추는 것이 아닌, 자신을 사회에 적응시켜 나간다. 경쟁사회에 익숙하고, 경쟁에서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일본은 그 어떤 나라에 비해서도 을에서 벗어나 갑으로 상승하는 과정의 룰이 객관적인 편이다.
 
 
  日敎組와 ‘유도리 교육’
 
  변화하고 있는 교육은 현재 일본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확실한 본보기 중 하나이다. 약자(弱者)를 살피는, 모두가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수평적 차원의 교육이 아니다. 갑을관계에 의한 수직적, 승자승(勝者勝) 원칙의 교육이 대세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갑을 찬미하고 을을 경시하는 교육, 다시 말해 도게자 스타일의 교육은 아베 신조(安倍晉三)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또 다른 변화 중 하나이다.
 
  아베가 진행하는 교육개혁은 일본을 단기간에 변화시키는,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효과를 거둘 미래의 청사진에 해당한다. 역사문제나 집단적 자위권 관련 뉴스에만 집중하는 한국에서는 일본의 교육개혁 문제가 실감나게 와 닿지 않는다. 그러나 보통 일본인들이 피부로 절감하는 것은 외교안보 분야가 아니다. 자식의 교육문제다. 거의 매일 신문·방송은 교육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도게자 스타일의 아베의 교육개혁은 올해부터 시행된 전국학력테스트 성적발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동안 일본은 우열 조장을 이유로 학교 간의 성적을 공표하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 전국 규모의 시험을 친다고 해도, 학생 개개인의 성적을 통지해 줄 뿐, 옆 학교에 비해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학력보다 개성과 인성을 중시 여기는, 이른바 ‘유도리(ゆとり) 교육’ 이념에 따른 현상이다.
 
  ‘유도리 교육’은 리버럴을 뛰어넘어 아예 ‘사회주의 이념의 총본산’이라는 소리를 듣는 , 전국 최대 규모의 인적 파워를 자랑하는 일본교직원조합(日敎組)의 이념이기도 하다. 한국의 전교조가 내세우는 ‘참교육’과 흡사하다.
 
  인성개발을 중시하는 과정에서 수업시간을 단축하고 교과과정을 삭제한다.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보다, 학교 밖에서 보내는 여가(餘暇)를 ‘참된 교육’이라 믿는다. 학교 간 성적발표를 하는 것은 ‘쓸데없는’ 학교 간 학력경쟁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옆 고등학교의 시험성적이 높다면 학생들이 그쪽으로 이사를 가서 공부할 마음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유도리 교육’ 논리에 따르면, 경쟁은 서로의 화합을 가로막는 악(惡)에 해당한다. 성적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에 의한다. 최상위 10% 수(秀), 최하위 10% 가(可)로 나누는, 우열을 전제로 한 평가가 아니다. 일정한 성적 이상이면 100% 1등이 될 수 있다. 신하나 하인은 없고, 전부가 황제이다. 결과적으로, 성적의 차이를 알 수 없게 된다.
 
 
  ‘유도리 교육’의 퇴조
 
일본 총리 관저 홈페이지 교육분야 사이트에는 ‘인간을 만든다는 것은 나라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라는 슬로건이 올라 있다.
  아베 집권 이후 문부과학성은 기존 ‘유도리 교육’의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지방자치단체 교육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학교 간 성적표 공개를 허락했기 때문이다. 창조성이나 개성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우열을 성적으로 평가해서 학력경쟁을 유도하는 것이 학교 본연의 역할이라는 취지에서다.
 
  이에 대해 리버럴 쪽에서는 “학생들을 공부벌레로 만들려는 악법(惡法)”이라고 주장했다. 단카이(團塊) 세대가 중심인 일교조 간부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그 힘은 쇠약해지고 있다. 196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유도리 교육’은 2012년 아베 등장과 함께 급추락하고 있다. 아베의 반(反)유도리 교육이념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일교조 중심세력이 이미 은퇴했거나 퇴직을 눈앞에 둔 60, 70대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아베의 교육개혁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일본 국민들은 문부성의 학교 간 성적 공개를 적극 찬성한다. 을에 대한 갑의 승자승 논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지난해 10월 말 재팬 야후(www.yahoo.co.jp)가 조사한 여론조사를 보자. 국민들의 요구는 문부성의 생각을 훨씬 더 뛰어넘는 상태이다. 학교 간 성적공개를 지방자치단체 수준이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해야만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3만1000여 명의 응답자 가운데 59.6%인 1만9000여 명이 지금 당장 전국 차원의 성적공개를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성적공개 반대자는 5400여 명으로 17% 정도에 그쳤다.
 
  한국의 청와대에 해당하는 일본 총리관저의 홈페이지(www.kantei.go.jp)에 들어가 보자. 교육 분야 사이트에 들어가면 아베가 내세운 교육개혁 슬로건이 있다. ‘인간을 만든다는 것은 나라를 만들어 나간다는 의미입니다. 교육재생에의 적극적인 대응이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人づくりは,國づくり. 敎育再生への取組み始まる.)’ 이어 교육재생의 의미를 부연설명하고 있는 문장이 등장한다. ‘경제재생과 더불어 일본의 중요과제로서, 21세기 일본에 알맞은 교육체제를 구축하면서 교육재생의 실행에 임하겠습니다.’
 
  아베는 교육개혁을 교육재생으로 표현한다. 문자적 의미로 볼 때 ‘재생’이란 말은 ‘원래 존재하던 부분을 다시 살려 낸다’는 식으로 해석된다.
 
  원래 존재하던 부분은 무엇일까? ‘유도리 교육’이 시행되기 전의 교육이 재생의 주제들이다. 국가 국민을 일체화시키는 교육이념, 즉 단카이 세대가 부정한 구제(舊制) 교육이 재생의 내용물이다.
 
  아베가 추진하는 교육재생 이슈는 아베 총리의 사설(私設) 싱크탱크에 해당하는 교육재생실행회의(敎育再生實行會議)에서 적극 다루고 있다. 싱크탱크 활용은 아베 통치술의 특징 중 하나이다. 기존의 방식처럼 관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들을 관저로 불러모아 관련 이슈를 논의·정책화하는 식이다.
 
  내각책임제를 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특별심의기관 하나를 만드는 데 보통 빨라도 5년 정도 걸린다. 아베는 직속 싱크탱크를 만들어 법안작성 시간을 단축한다. 싱크탱크는 아베의 지지자들이 중심이지만, 관계부처의 최고책임자를 중심으로 하면서 관료·경제계·학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로들과 함께 입체적으로 운영된다. 말이 사설 싱크탱크이지, 아베가 힘을 실어 주면서 사실상 국가기관에 준하는 영향력과 발언력을 갖게 된다.
 
 
  ‘도덕’ 교과화
 
  ‘도덕’교육의 교과화(敎科化)는 지난해 1월부터 활동에 들어간 교육재생실행회의의 첫 작품이다. 현재 일본에는 독립된 도덕과목이 없다. 따라서 도덕 교과서도 따로 없다. 도덕교육은 국어·수학·영어 선생님들이 수업 중 임의로 가르치는 ‘맛보기 영역’에 불과하다. 도덕 교과가 없는 것은, ‘수신(修身)’이라는 이름 아래 천황의 자손임을 강조했던 태평양전쟁 당시의 신민(臣民)교육에 대한 반발 때문이다.
 
  아베는 교육재생실행회의의 논의를 거쳐 지난해 2월 문부성에 도덕교육 교과화를 정식 건의했다. 지난 5월 문부성은 가까운 시일 내에 중앙교육심의회를 열어 자문을 구하겠다고 발표했다. 신문·방송에 따르면, 이르면 2018년부터 도덕교육 관련 검정교과서가 나올 전망이다. 도덕교육 담당교사도 필요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앞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가 관건이겠지만,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아베의 저서, 《아름다운 나라로(美しい国へ)》를 통해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책의 핵심은, ‘자신과 자랑으로 가득찬 일본(自信と誇りのもてる日本へ)’이라는 말로 압축된다.
 
  한국에서 배우는 도덕교육의 내용은 개인의 예법이나 가치관에 대한 것이 주류이다. 일본은 다르다. 도덕교육은 수신을 주류로 하기는 하지만, 천황·국가·민족 같은 수직적 관계 속에서의 개개인의 위상에 관한 부분도 중시한다. 집단을 기반으로 한 일본 특유의, 회사·사회·민족·국가에 맞는 가치관 정립이 바로 도덕교육의 핵심 중 하나이다. 2011년 4월부터 오사카부(大阪府)에서 시행하고 있는 ‘국기·국가조례(條例)’ 같은 것이 도덕교육 확산과 함께 열도 전체로 확산될 것이다. 전통과 문화에 근거한 자랑스러운 일본인이 도덕교육의 이념이자 가치이다. 일교조에 의해 악의 화신(化身)처럼 여겨져 온 국가·국기에 대한 예(禮)는 태평양전쟁 이전 상황으로 돌아갈 것이다.
 
 
  日敎組의 愚民化 교육
 
  흥미로운 것은 일본국민의 반응이다. 과거 신민교육의 재판(再版)이라면서, 일교조가 쌍수를 들고 반대하지만, 68.3%의 국민들은 찬성하고 있다. 야후재팬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10만4000여 명 가운데 7만1000여 명이 찬성, 25.9%에 해당되는 2만7000여 명은 반대한다고 밝혔다. 도덕교육 강화는 10명 중 7명이 찬성하는 국민적 염원이다.
 
  사실 아베의 교육재생이 국민적 지지를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꼭 교육의 이념성 때문만은 아니다. 국민 대부분은 제대로 된 교육, 다시 말해 바닥에 떨어진 학력저하를 향상시켜 줄 방안으로서의 교육재생에 더 큰 박수를 보내고 있다. ‘자랑스러운 일본인을 위하여’와 같은 이념으로서의 교육은 국민들의 순수한 요구를 확대해석해서 만들어진, 우향우 정책에 해당한다.
 
  일본인들이 우려하는 자식들의 ‘우민화(愚民化) 교육’이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원주율이다. 일교조가 가르친 초등학교에서의 원주율은 3.14가 아닌, 3으로 규정된다. 복잡하게 길게 외우지 말고 한 자리로 계산하자는 것이다. 놀랍게도 소수점 두 자리 수 이하의 숫자 계산은 아예 초등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 일교조는 소수점 두 자리 이하의 숫자는 중학교에 들어가서부터 배우는 내용이라 규정한다. 따라서 초등학교 학생은 ‘2×3.14’를 배울 수 없다. 더불어 한 자리 숫자의 구구단을 넘어서는, 두 자리 수의 곱셈도 초등학생 공부의 범주 밖에 들어간다. ‘10×12’는 중학교 학생들의 영역이다.
 
 
  文科 학생도 理科 교육
 
교육재생실행회의에 참석한 아베 일본 총리. 교육개혁은 아베의 핵심정책 중 하나다.
  일교조 정신에 투철한 교사라면, 이런 것은 아예 안 가르친다. 복잡한 수를 미리 배우는 것보다, 열심히 놀면서 인성교육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일교조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2006년 7월 14일, 대부분의 일본 신문들은 해외토픽 같은 뉴스를 하나 내보낸다. 전국학력테스트 문제인 ‘3+2×4’의 답을 20이라 계산한 초등학교 학생이 4할에 달한다는 뉴스이다. 아프리카 최빈국의 어린이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이는 어린이들의 지능이나 노력과는 무관하다. 일교조의 황당한 교육방침이 바보 학생들을 양산해 낸 것이다.
 
  문과(文科) 학생의 이과(理科) 과목 이수도 아베의 정책 중 하나이다. 아베는 현재 두 개의 조직을 동원해 교육개혁에 임하고 있다. 총리 직속의 교육재생실행회의가 오른팔, 여당인 자민당 내 교육재생실행본부는 왼팔에 해당한다. 문과 학생의 이과 과목 이수는 자민당 교육재생실행본부가 제안한 법안이다. 일본 내 사립고등학교의 문과 학생은 수학이나 물리학 같은 이과 과목을 이수하지 않아도 된다. 전국 테스트는 물론, 대학에서 출제되는 입학시험에서도 수학·물리 관련 테스트가 따로 없다. 한국 고등학생들이 들으면 꿈 같은 얘기지만, 유도리 교육의 영향으로 ‘문과 학생=수학 불필요’가 상식화돼 있다.
 
  자민당의 법안이 신문에 보도되자 일본 국민들은 이를 환영하고 있다. 그동안 일교조의 전횡에 대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문과라고 해서 수학을 공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누가 생각해도 황당하다. 문과·이과의 구분 이전에, 수학은 사고(思考)능력을 키워 주는 학문이다. 야후재팬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 60.4%가 문과 학생의 수학교육 이수에 찬성한다. 반대자는 31.8%이다.
 
  교육재생 영역 가운데는 일교조를 정면 타깃으로 한 이슈도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논의되고 있는 교원수 감축안이다. 발원지는 재무성이다. “출생률이 낮아지면서 일선학교의 어린이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교원수 삭감은 필수적”이라는 논리다. 7년에 걸쳐 모두 3만9000명의 인원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가자는 것이 재무성의 생각이다.
 
  관련 기사가 나가자 일교조에서 난리가 난다. 26만 조합원을 거느린 일교조 밥줄이 끊어지기 때문이다. 곧바로 반격이 일어난다. “소수정예 교육과 영어 교육 강화를 위해 줄이기보다, 3만5000명의 새로운 교원이 필요하다.”
 
  재무성 생각에 대한 반대의견은 문부성에서 흘러나왔다. 현직 교사들의 의사를 존중할 수밖에 없는 주무부처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돈줄을 쥐고 있는 것은 재무성이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일교조, 나아가 문부성의 주장을 수포로 돌릴 수 있다.
 
  문부성은 그 같은 상황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3만5000명 증원이라는 물타기 전법(戰法)을 구사했다.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인데도 교사의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고, 나아가 늘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일교조 황금시대를 통해 엄청나게 늘어난 교직원 밥통을 줄이자는 것이 아베의 의도라 볼 수 있다. 신문·방송은 교원수 삭감의 대상은 일교조 성향이 강한 나이 든 교사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젊은 교원 2명을 고용하는 대신, 60대 일교조 교사들을 교육계에서 몰아내는 방안이다.
 
 
  ‘新人類’의 등장
 
  일교조는 김일성을 찬미하고 노조 내에 주체사상연구회를 설치한 적도 있는, 일본 내 최고 강성 좌(左)성향의 노조다. 전쟁 전의 제국주의 교육에 대한 반발로 전쟁 후 일교조에 대한 일본인의 지지도는 압도적이고 절대적이었다. 일교조의 노선에 반대한다는 것은, 300만 일본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제국주의 시대의 망령으로 간주됐다.
 
  아베가 보여주고 있는 최근의 교육재생 방안은 전쟁 후 교육계를 주도한 좌성향의 논리를 하나씩 부숴 나가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리버럴이 주도하는 신문·방송을 필두로 한 엄청난 반발이 아베정권에 밀려들었을 것이다.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 2014년 여름 아베가 추진하는 교육재생은 거의 무방비 상태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형국이다. 일교조의 마지노선이 허물어졌거나 기능을 발하지 못하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아베는 이 같은 상황을 자신의 우향우 정책으로 연결시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아베가 총리에 오른 것이 2012년 12월이다. 집권 19개월 만에 집단적 자위권을 명문화시킨다. 2년도 채 안 된 시점에서 잃어버린 20년을 한순간에 만회할 듯한 엄청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영향력은 한반도, 동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돼 가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일본의 우향우 변신은 맛보기에 불과하다. 앞으로 더 큰 일들이 연쇄적으로 벌어지면서 21세기 동아시아의 판도가 요동칠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감정과 과거사에 기초한, 거창한 슬로건만으로 방어선을 치고 있다. 대의명분에 의존하는 19세기식 세계관으로 일본을 대하고 있다.
 
  교육재생 문제는 집단적 자위권 이상으로 한일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변화된 교육을 바탕으로 한, 전혀 새로운 가치관으로 무장된 신인류(新人類) 일본인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위축될 필요는 없지만, 친절하고 말이 없는 20세기형을 대신해, ‘배로 갚아 주겠다’고 생각하는 살벌한 일본인이 대화 상대자로 등장할 것이다.
 
 
  거꾸로 가는 한국교육
 
  일본인 입장에서 볼 때 우향우 일본은 내셔널리즘에 속한다. 국가이익을 추구하고 극대화하려는 발상이 내셔널리즘의 근간이다.
 
  일본이 내셔널리즘을 바탕으로 한 교육재생에 매진하는 동안 한국 교육은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교육문제를 둘러싼 중국식 문화혁명이 한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일교조의 논리에 빠진 정치가형 교육자들의 핏발 선 모습이 신문·방송에 거의 매일 등장한다. 교육개혁이 아니라, 기존의 것을 부수고 편 가르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듯하다. 교육계의 최고 덕목인 권위와 존경도 찾아보기 어렵다. 교육개혁이 아니라, 교육자개혁이 급선무인 듯하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교직원 모두가 지향하고 가치를 둘, 21세기 한국에 걸맞은 새시대의 교육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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