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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포츠 소식

류현진과 함께 메이저리그 정복에 나선 아시아 투수들

글 : 이상희  월간조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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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미국 진출 3년째인 다르빗슈 유는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류현진(27·LA 다저스)이 한층 더 강해졌다.
 
  지난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류현진은 빅리그 2년째인 올해도 여전히 정상급 투수의 위용을 떨치고 있다. 류현진은 7월 초 현재 올 시즌 총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 5패 평균자책점 3.65의 호성적을 기록 중이다. 작년 이맘때 성적인 6승 3패에 비해 훨씬 더 좋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입성 첫해였던 지난해 20경기 등판 만에 9승을 달성했다. 작년과 비교하면 무려 35일이나 앞당겨 올 시즌 9승을 올린 셈이다. 만약 류현진의 상승세가 시즌 끝까지 계속된다면 미국 진출 단 2년 만에 최정상급 투수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시즌 20승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올 만큼 페이스가 뛰어나다.
 
 
  첫해보다 더 강해진 류현진 ‘소포모어 징크스’도 피해가
 
  메이저리그에는 흔히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로 불리는 속설이 있다. 이는 데뷔 첫해에 잘했던 선수가 2년째에 접어들어 상대팀들의 집중 견제와 분석 등으로 성적이 하락하는 경우를 뜻한다. 다수의 선수가 빅리그에 데뷔한 뒤 소포모어 징크스를 겪는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 흔한 소포모어 징크스도 피해가고 있는 셈이다.
 
  류현진은 미국 진출 첫해였던 작년에 비해 올 시즌 마운드는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한층 더 여유로워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은 다소 긴장된 모습으로 일관했다. 특히 스프링캠프 초반 팀 단체훈련 장거리 달리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 미국 현지언론으로부터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비난을 받는 등 구설수에 올랐다.
 
  게다가 류현진은 낯선 환경 때문에 몇몇 동료를 제외하곤 팀원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도 쉽게 목격됐다. 하지만 올 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류현진은 빅리그 2년차 선수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여유가 넘쳤다. 물론, 아직도 팀원들과 원활한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있다. 영어가 서툴기 때문이다. 하지만 류현진이 먼저 팀원들에게 다가서는 등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팬들을 대하는 모습도 훨씬 더 부드럽고 여유가 넘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류현진의 통역업무를 맡고 있는 다저스 구단 직원 마틴김은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류현진이 작년과 비교하면 올해는 나의 도움이 반 이상 크게 줄었을 만큼 혼자서도 운동은 물론 미국생활도 잘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틴김은 이어 “물론, (류)현진이가 등판하는 날에는 상대팀 타자들의 전력분석과 자료들을 살펴보는 등 내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진이와 함께 있지만 등판하지 않는 날은 거의 각자 시간을 보낼 만큼 이제는 현진이 혼자서도 정말 잘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진이가 팀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서는 등 평소에 야구 외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틴김은 지난해 류현진의 홈경기는 물론 원정경기 모두 다 동행했다. 하지만 올해는 원정경기에 동행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 만큼 류현진의 홀로서기가 잘 진행되고 있다. 마틴김은 또 “구단 업무와 통역 업무를 병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현진이가 내 도움없이 자립할 때까지 곁에서 돕고 싶습니다”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류현진을 향한 호평과 그를 바라보는 긍정적인 시선
 
  류현진을 지난해에 비해 올 시즌 더 여유롭게 보는 것은 비단 마틴김뿐만 아니라 류현진을 바라보는 다수의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시각과도 일치한다.
 
  올해로 무려 65년째 다저스 경기를 홀로 중계해 ‘다저스의 목소리’로 불리는 캐스터 빈 스컬리(87)는 지난 4월 기자와 만났을 때 “류현진은 이제 정말 관록이 묻어나는 베테랑 투수 같다”며 “지난해에도 그랬지만 류현진은 도무지 메이저리그 신인 투수 같지가 않다. 그는 빅리그 마운드에서 적어도 7년 이상 활약한 선수처럼 마운드 위에서 자신감도 좋고 위기관리 능력도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다저스 스페인어 중계팀의 캐스터를 맡고 있는 페페 이니게즈도 스컬리와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니게즈는 지난 4월 중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류현진은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며 “앞으로 그가 얼마나 더 강해질지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당시 옆자리에 있던 다저스 스페인어 중계팀 해설자인 하이메 하린도 “류현진은 정말 최고”라고 말한 뒤 자신의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 둘은 과거 박찬호(은퇴), 서재응(KIA), 김병현(KIA)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이들이기에 류현진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잘 알고 있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호평이 이어지는 가운데 류현진은 지난 5월 27일 신시내티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7회까지 탈삼진 7개 포함 단 한 명의 타자도 1루에 출루시키지 않는 퍼펙트(Perfect) 피칭을 펼쳐 야구팬들은 물론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7회까지 신시내티 타자 9명이 류현진과 총 21번이나 상대했지만 단 한 명도 안타를 치거나 볼넷을 얻어 진루하지 못한 것.
 
  당시 다저스 구장을 찾은 많은 팬은 류현진이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자 이닝 교체 때마다 마운드에서 내려와 더그아웃으로 걸어가는 류현진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내며 일제히 “류(Ryu)”를 연호했다. 당시 다저스 구장 내 프레스박스(Press box)에 있던 기자를 비롯해 다른 미국 기자들 역시 손에 땀을 쥐어가며 경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류현진의 퍼펙트 행진은 8회초 신시내티의 선두타자로 나온 3루수 토드 프래지어(28)에게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허용하며 막을 내렸다. 퍼펙트게임이라는 대기록에 아웃카운트 단 6개만을 남겨놓은 상황에서 나온 안타여서 류현진 본인은 물론 당시 경기장을 찾은 관중 모두 탄식이 저절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서 류현진의 존재와 가치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킬 수 있는 멋진 경기였다.
 
 
  아쉽게 무산된 류현진의 ‘퍼펙트 게임’, 하지만 강한 인상 남겨
 
미국 진출 2년째인 류현진은 첫해에 비해 한층 더 여유롭고 강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류현진의 퍼펙트 경기를 무산시킨 프래지어는 이틀 뒤 기자와 애리조나 구장에서 만났을 때 “그날 류현진을 공략하지 못해 퍼펙트 행진을 허용했던 우리 팀 분위기는 정말 안 좋았다”며 당시 신시내티의 더그아웃 분위기를 전했다.
 
  프래지어는 이어 “류현진의 체인지업을 받아쳤다. 높게 제구된 공을 공격적으로 스윙했던 게 안타로 연결됐다”며 “그것이 계기가 돼 퍼펙트 게임의 부담을 털어내고 이후 다저스와 1점 차 박빙의 승부를 펼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하지만 프래지어는 여전히 류현진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공략하기 어려운 투수로 손꼽았다.
 
  프래지어는 “류현진은 왼손 투수라는 장점 외에도 스트라이크 존 구석구석을 잘 이용하는 등 제구력이 특히 뛰어나다”며 “내가 류현진의 퍼펙트 행진을 깨긴 했지만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이 뛰어난 그는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7)와 함께 여전히 공략하기 어려운 리그 최고의 투수”라고 평가했다.
 
  사실 류현진의 올 시즌 호투는 시즌 개막전부터 감지됐다.
 
  류현진은 올 초 다저스의 스프링캠프 훈련지가 있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선배 추신수(32·텍사스) 그리고 최지만(23·시애틀), 하재훈(24·시카고 컵스) 등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는 다수의 후배들과 함께 한 차례 저녁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한 마이너리그 선수에 의하면 당시 류현진은 “사실 나도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이렇게 잘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고 한다. 류현진은 또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직접 상대해 보니 별거 아닌 것 같다”며 자신감이 충만했다고 한다. 당시 이 이야기는 시즌 전이라 공개할 수 없었지만 류현진이 올 시즌 호성적을 이어가고 있기에 지금에야 털어놓는다.
 
  어느 종목이든지 일정수준의 실력을 갖춘 이가 자신감까지 얻게 되면 그 선수의 능력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올 시즌 류현진이 그렇다. 이미 한국 프로야구에서 실력으로 검증된 그가 세계 최고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에서 자신감까지 장착했으니 앞으로 그의 선전은 부상 등의 이변이 없는 한 계속될 전망이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 정상급으로 활약 중인 아시아 투수들
 
  올 시즌 메이저리그의 특징 중의 하나는 류현진을 비롯해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 출신의 선발투수 대다수가 정상급 투수로 선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빅리그에서 뛰는 한국 투수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하지만 일본 출신은 다나카 마사히로(26·뉴욕 양키스), 다르빗슈 유(28·텍사스), 이와쿠마 히사시(33·시애틀), 구로다 히로키(39·뉴욕 양키스), 그리고 마쓰자카 다이스케(34·뉴욕 메츠)까지 무려 다섯 명이나 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이는 다나카 마사히로이다.
 
  일본프로야구(NPB) 라쿠텐 골든이글스 출신인 다나카는 지난해 류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포스팅시스템(Posting system)’을 통해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포스팅시스템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이 아닌 외국 선수의 영입을 원할 경우 그의 원소속팀에 최고 이적료를 제시한 팀에 단독협상권을 주는 비공개 입찰제도를 말한다.
 
  다나카는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지난 1월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 구단인 뉴욕 양키스와 7년 총액 1억5500만 달러(약 1567억 원)에 입단계약을 체결했다. 뉴욕 양키스가 그의 원소속팀 라쿠텐에 지급한 포스팅 금액까지 합하면 무려 1억7500만 달러(약 1769억 원)에 달하는 대형계약이었다. 류현진이 지난해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받았던 6년 총액 670억 원의 두 배가 훌쩍 넘는 금액이다.
 
  계약규모가 말해주듯 다나카는 오래전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표적이 된 대형 투수였다.
 
  2007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 입단한 다나카는 그해 11승 7패 평균자책점 3.82의 호성적을 올려 신인왕 타이틀을 획득했다. 당시 그가 기록한 시즌 탈삼진 196개는 일본 프로야구 역대 2위에 해당하는 빼어난 기록이었다.
 
  이후 다나카는 2008년만 제외하고 매년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하며 라쿠텐의 에이스로 성장했다. 2009년에는 미국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일본야구대표팀의 에이스로 참가해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다나카가 이처럼 자국 리그는 물론 국제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자 대다수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그를 영입하기 위해 매년 자신들의 스카우트들을 일본에 파견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 다나카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 지난해에는 자신의 커리어하이인 시즌 24승 무패 평균자책점 1.27의 빼어난 성적을 올리며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다나카는 2012년 정규시즌 마지막 4경기를 포함해 무려 28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일본 프로야구 역사에 새겼다. 이는 1936년과 1937년 두 시즌에 걸쳐 칼 허벨(작고)이 달성한 메이저리그 최다 연승(24연승) 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대형계약을 통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다나카는 말 그대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일부 미국 언론은 “너무 과한 몸값을 지불한 게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다나카는 지난 4월 초 토론토를 상대로 선발 등판한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에서 7이닝 2실점하며 승리투수가 돼 자신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를 실력으로 걷어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계속되는 다나카의 호투
 
다나카 마사히로. 그는 미국 진출 첫해에 메이저리그 다승 부문 1위에 오를 만큼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낯선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한 다나카는 이후 거침이 없었다. 4월 한 달간 3승 무패 평균자책점 2.27의 빼어난 성적을 올린 그는 5월에도 내리 3연승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선정한 ‘아메리칸리그 이달의 선수’로도 뽑혔다. 지난 5월 중순까지 다나카가 기록한 올 시즌 성적은 6승 무패. 일본에서의 기록까지 합하면 무려 34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에도 연승행진을 이어가던 다나카가 첫 패전을 경험한 것은 지난 5월 20일(미국시각)이었다. 비록 패전투수가 되긴 했지만 다나카는 이날도 6이닝 3실점하며 선발투수의 몫을 해주었다. 다나카는 7월 초 현재 올 시즌 총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12승 3패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 중이다. 류현진보다 3승이 많은 그는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가운데 다승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데뷔 첫해에 이처럼 믿기 힘든 성적을 기록 중인 다나카는 7월 초에 발표된 ‘2014 메이저리그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팬들의 투표로 선정되는 야수와 달리 올스타 투수는 선수들의 투표로 선정된다. 빅리그 데뷔 첫해에 그것도 선수들 사이에서 최다 득표(327표)를 얻어 올스타에 선정된 다나카는 이제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다나카보다 2년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다르빗슈 유도 올 시즌 자신의 명성에 걸맞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7월 초 기준 다르빗슈의 시즌 성적은 8승 4패 평균자책점 2.63.
 
  앞서 언급한 류현진과 다나카에 비해 승수는 적지만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그의 소속팀 텍사스의 공격력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다르빗슈와 한솥밥을 먹고 있는 팀 동료 추신수(32)는 “팀 타선이 부진해 다르빗슈를 포함한 선발투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만큼 올 시즌 텍사스는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일본 프로야구 니혼햄 파이터스 출신인 다르빗슈도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지난 2012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당시 그는 텍사스와 6년 총액 6000만 달러(약 607억원)에 계약했다. 텍사스가 당시 다르빗슈의 원소속팀에 지급한 이적료 5170만 달러(약 523억원)까지 합하면 이 또한 천문학적인 계약이었다. 이때만 해도 다르빗슈의 몸값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 중 역대 최고였다.
 
  당시 미국 현지언론들은 연일 다르빗슈에 대한 기사를 쏟아낼 만큼 그를 향한 기대와 관심은 실로 뜨거웠다. 다르빗슈의 미국 진출 첫해였던 지난 2012년, 텍사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Peoria)에는 기자를 포함한 한국 취재진은 물론 일본, 대만, 홍콩 그리고 미국 기자들까지 다수의 취재진으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당시 텍사스 구단은 다르빗슈를 둘러싼 열띤 취재경쟁이 벌어지자 선수의 편의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가장 많은 취재진을 파견한 일본 언론의 클럽하우스 출입을 금지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텍사스 구단은 또 거액을 들여 영입한 다르빗슈 보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그의 곁에 항상 2~3명의 전담통역 및 트레이너를 배치했으며, 스프링캠프 보행로에는 이례적으로 언론과 팬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간이 펜스도 설치했다.
 
  이처럼 뜨거운 관심 속에 미국에 진출한 다르빗슈는 빅리그 데뷔 첫해에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며 시즌 성적 16승 9패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해 팬들의 관심과 기대에 부응했다. 다르빗슈는 빅리그 진출 2년째였던 작년에도 13승 9패 평균자책점 2.83의 호성적을 올렸다.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 상(Cy young award)’ 투표에서 2위에 오를 정도였다.
 
  올해로 메이저리그 3년차인 다르빗슈는 미국에 진출한 뒤 매년 200개 이상의 탈삼진을 잡아내고 있다. 특히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속구를 앞세운 시원한 피칭이 일품이다. 다르빗슈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지난 5월 6일 등판한 경기에서 자신의 메이저리그 통산 탈삼진 500개를 기록했다. 이는 빅리그 역대 최소 이닝(401.2이닝)을 던져 달성한 기록이다. 지난해에는 아메리칸리그 투수 탈삼진 부문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다르빗슈는 이런 호성적에 힘입어 미국 진출 첫해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올스타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빅리그 진출 첫해에 올스타에 선정된 다나카는 지난 7월 초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을 통해 “메이저리그 올스타전 출전이 결정되었습니다.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올스타전에 참가하면 텍사스의 다르빗슈도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올스타전에 참가하게 된 소감을 전했다.
 
  그러자 이를 본 다르빗슈는 자신의 SNS 계정에 “올스타에 선정됐습니다.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번 올스타전에서는 다나카가 저를 따라다니는 게 싫어서 영어로만 이야기하겠습니다”라고 위트 있는 글을 남겼다.
 
 
  親韓派로 유명한 추신수의 팀 동료 다르빗슈
 
추신수의 팀 동료이기도 한 다르빗슈 유(오른쪽). 그는 한국인 마이너리거 안태경(왼쪽)에게 글러브를 선물하는 등 관심을 아끼지 않아 한국 팬들에게도 유명하다.
  다르빗슈는 마운드 위에서는 항상 비장한 모습으로 일관하지만 경기장 밖에서는 이처럼 유머 있고 다정한 선수가 없다. 특히 다르빗슈가 한국인 마이너리거 안태경(24)에게 베푼 정감 있는 행동은 아직도 많은 한국 야구팬에게 회자되고 있다.
 
  다르빗슈가 미국에 진출한 2012년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는 2009년 입단한 부산고 출신의 투수 안태경(24)이 있었다. 당시 안태경은 평소 알고 지내던 구단 내 일본인 트레이너를 통해 다르빗슈와 처음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그리고 며칠 후 안태경이 마이너리거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을 때 다르빗슈가 통역을 대동한 채 찾아와 고가의 글러브 2개를 선물로 주며 안태경의 선전을 기원했다고 한다. 다르빗슈는 또 “부담 갖지 말고 필요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달라”는 말을 통역을 통해 안태경에게 전했다고 한다.
 
  기자는 당시 텍사스의 간판스타였던 내야수 마이클 영(은퇴)을 인터뷰하기 위해 그곳을 찾았는데 다르빗슈는 안태경 선수와의 사진촬영도 흔쾌히 수락하며 환한 미소와 함께 포즈를 취해줬다. 다르빗슈는 당시 ‘올 시즌 목표’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통역을 통해 “구단의 방침이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다”며 정중히 거절했다.
 
  다르빗슈는 미국 진출 뒤 지금까지 시즌 중에는 단 한 번도 언론과 개인 인터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사진 포즈를 요청할 수 있는 것은 공식 기자회견이 유일하다. 그런 그가 당시 기자의 요청에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질문에 답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실제로 시즌 중 텍사스 구단의 클럽하우스에 가보면 항상 일본인 기자 5~6명이 다르빗슈를 만나려고 진을 치고 있다. 하지만 다르빗슈는 언론에 개방된 시간에는 클럽하우스에 나타나지 않는다. 마치 언론과 숨바꼭질을 하듯 말이다.
 
  다르빗슈에게 고가의 글러브와 덕담을 선물 받은 안태경은 당시 기자에게 “너무 고맙다. 수많은 동료선수 중 나만 챙겨준 다르빗슈의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태경은 그해 시즌 중 성적부진을 이유로 방출당해 한국으로 돌아갔다.
 
  귀국 후 현재 군복무 중인 안태경은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다르빗슈가 베푼 친절을 잊지 못한다”며 “제대가 이제 한 달 정도 남았다. 사회에 나가면 다시 야구공을 잡고 힘차게 던지고 싶다”며 재기의 각오를 다졌다.
 
  다르빗슈처럼 한국인 선수를 잘 챙겨주는 일본인 투수는 또 있다. 시애틀의 선발투수 이와쿠마 히사시(33)가 그렇다.
 
  이와쿠마는 앞서 언급한 두 일본인 투수 다나카 그리고 다르빗슈와 달리 자유계약선수 신분으로 2012년 시애틀에 입단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12년간 뛰며 통산 107승 69패 평균자책점 2.75의 빼어난 성적을 거둔 이와쿠마도 2010년 시즌이 끝난 뒤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미국 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당시 단독협상권을 취득한 오클랜드 구단과 계약과정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해 불발됐다.
 
  이와쿠마가 2012년 시애틀에 입단할 당시의 계약조건은 1년 연봉 150만 달러(약 15억원)의 단기계약이었다. 물론, 등판횟수와 투구이닝 등 일정조건을 채우면 보너스 형식으로 받게 되는 옵션 340만 달러(약 34억원)가 있었지만 그의 실력과 명성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처남댁과의 불륜으로 서둘러 미국에 간 이와쿠마 히사시
 
다르빗슈 유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라는 찬사를 받던 이와쿠마 히사시. 그 또한 한국인 선수 최지만과 친하게 지내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다르빗슈와 함께 ‘일본 프로야구 당대 최고의 투수’라는 찬사를 받던 이와쿠마가 이처럼 초라한 계약조건을 받아들인 배경에는 하루라도 빨리 일본을 벗어나고 싶은 사정이 있었다. 2011년 11월에 터진 그의 스캔들 때문이었다.
 
  일본 주간지 《슈칸포스트》는 2011년 11월 21일 발행한 최신호에서 ‘아내로부터 FA 선언’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유부남인 이와쿠마가 약 3년에 걸쳐 불륜을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슈칸포스트》는 또 ‘이와쿠마의 불륜 상대는 다름 아닌 이와쿠마 처남의 부인’이라고 보도해 당시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스캔들 때문에 헐값(?)에 미국으로 건너온 이와쿠마는 2012년 시즌이 시작된 후 약 한 달가량 등판하지 못했다. 심리상태가 불안했던지 그의 제구력이나 볼 스피드가 예전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그의 보직 역시 선발투수가 아닌 불펜투수로 변경되는 등 자존심에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를 호령하며 국가대표팀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그의 실력은 어디 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안정을 되찾은 이와쿠마는 결국 그해 선발투수 한 자리를 꿰차며 9승 5패 평균자책점 3.16의 호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이 끝나자 시애틀은 서둘러 이와쿠마와 2년 총액 1400만 달러(약 142억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와쿠마의 미국 진출은 초라했지만 결국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은 셈이다.
 
  이와쿠마는 연장계약 첫해였던 작년에도 시즌 14승 6패 평균자책점 2.66의 호성적을 기록해 올스타에 선정된 것은 물론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 상’ 투표에서도 다르빗슈의 뒤를 이어 3위에 오를 만큼 미국 진출 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연장계약 마지막 해인 올해도 오른손 중지 부상으로 남들보다 한 달이나 늦은 5월 초에 팀에 합류했지만 7월 초 기준 시즌 7승 4패 평균자책점 3.07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실력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이와쿠마, 한국인 선수도 잘 챙겨
 
한때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로 명성을 떨쳤던 왕첸민. 잦은 부상으로 전성기는 지났지만 대만인 최초로 빅리그에 진출한 상징적인 인물이다.
  이처럼 미일(美日) 양국에서 야구 하나로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이와쿠마도 시애틀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최지만(23)을 잘 챙겨주고 있다. 영어를 거의 못하는 이와쿠마는 미국 진출 첫해였던 2012년부터 매년 자신의 통역 토니 스즈키(35)를 통해 최지만에게 야구배트를 선물하는 등 격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이와쿠마는 최지만이 지난겨울 시애틀의 메이저리그 40인 명단에 포함돼 올 초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자 자신의 통역을 통해 “최지만의 빅리그 캠프 합류를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조만간 메이저리그에서 함께 뛰자”는 덕담을 건넸다. 그리고 며칠 뒤 이와쿠마는 최지만을 인근 한국식당으로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으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기자도 최지만의 부탁으로 통역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참석했다. 이와쿠마가 평소 좋아한다는 갈비와 삼겹살 그리고 순두부 찌개를 곁들인 이날 저녁식사는 약 한 시간가량 이어졌고 최지만과 이와쿠마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메이저리그 선수가 되자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했다.
 
  이날 이와쿠마는 최지만에게 자신이 겪은 메이저리그 경험을 토대로 야구와 관련된 다양한 조언을 건넸다. 특히 이와쿠마는 통역을 통해 “최지만 당신의 실력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아직 젊으니 열심히 하면 장차 이치로 스즈키(41·뉴욕 양키스)보다 더 훌륭한 타자가 될 수 있다”는 덕담을 건넸다.
 
  이와쿠마는 이어 “오는 9월에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일본야구 대표팀으로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평소 한국 드라마를 즐겨 본다. 최근에는 김태희와 이병헌이 출연한 드라마 <아이리스>를 무척 재미있게 봤다”며 이병헌이 극중에서 총 쏘는 장면을 재연해 보였다.
 
  최지만은 “추신수 선배도 그렇지만 이와쿠마처럼 다른 나라의 스타 플레이어가 나 같은 무명선수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며 “이들의 관심과 배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겠다”고 말했다.
 

  2012년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아시아 출신 선발투수는 류현진을 필두로 앞서 언급한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 다르빗슈 유, 이와쿠마 히사시 외에 구로다 히로키와 마쓰자카 다이스케가 있다. 이들 외에 불펜투수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는 일본인 투수까지 더하면 4명이나 더 있다.
 
  한국, 일본 외 아시아권 선수로는 대만 출신인 볼티모어 선발투수 천웨이인(29)과 한때 메이저리그 최고 명문구단 뉴욕 양키스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왕첸밍(34·신시내티)이 있다. 왕첸밍은 잦은 부상으로 전성기가 지나 올 시즌 단 4경기에 그것도 불펜투수로만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38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그의 후배 천웨이인은 볼티모어의 선발투수로 뛰며 올 시즌 8승 3패 평균자책점 4.12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볼티모어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 A팀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인 투수 윤석민(28)이 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 트리플 A에서 총 15경기에 선발 등판해 3승 7패 평균자책점 5.76으로 부진하다. 게다가 6월 22일 경기에서 어깨부상을 당해 현재 부상자 명단에 올라 있다. 이 때문에 윤석민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진출은 고사하고 팀에 복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찬호(41·은퇴)와 노모 히데오(46·은퇴)는 한일 양국을 대표해 메이저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개척자였다. 이때만 해도 아시아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일종의 모험이자 흥밋거리였다.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1세기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들 대부분은 성공을 보장하는 보증수표가 됐다.
 
  팀마다 연간 총 162경기를 치르는 2014 메이저리그 시즌은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 류현진을 포함해 앞서 언급한 아시아 국가 출신 빅리그 투수들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승수 쌓기에 여념이 없다. 이들 가운데 누가 최고의 한 해를 보내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무더운 여름을 이겨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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