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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이라크 內戰과 흔들리는 中東질서

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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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ISIL 공세 맞서 이라크에 군수품·無人機 지원, 監聽부대 파견, 혁명수비대 2개 여단 파병 약속
⊙ 美 - 이란, 수니파 극단세력 ISIL 억제해야 한다는 데 이해관계 일치
⊙ “미국 정부는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끌어내 이라크의 안정을 확보하는 전략 써야”
    (레슬리 겔브 美외교협의회(CFR) 명예회장)
⊙ 이란 核개발 반대하는 이스라엘, 수니파 宗主國 사우디와 손잡을 수도

李長勳
⊙ 57세. 서울대 영문과 졸업.
⊙ 공군사관학교 영어교관,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주간한국》 편집장 역임.
⊙ 저서: 《홍군 VS 청군-미국과 중국의 21세기 아시아 패권 쟁탈전》
    《네오콘-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유럽의 문화도시》 《러시아 곰은 웅담이 없다》 등.
수니파 극단주의 세력인 ISIL이 이라크에서 득세하면서 中東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1. 지난 6월 9일과 10일 스위스 제네바의 한 호텔에서 미국과 이란의 대표단이 이란 핵(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공식회담을 가졌다.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부(副)장관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부 차관은 회담장에서 양국을 대표해 악수를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였다.
 
  양국이 공식회담을 가진 것은 1979년 2월 이란에서 아야톨라 호메이니가 주도한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정이 붕괴된 이후 사상 처음이었다. 호메이니는 이란을 이슬람공화국으로 만들면서 반미(反美)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란 과격파 학생 시위대는 같은 해 11월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난입해 점거하고 외교관 등 50여 명을 인질로 삼았다. 미국은 테헤란 대사관 인질 사태의 배후에는 호메이니가 있다면서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했다. 미국은 또 이란으로부터 원유 수입 금지와 자국(自國) 내 이란 자산을 동결(凍結)했다. 이란도 미국에 대한 원유 수출 금지와 자국 내 미국 투자 기업의 국유화(國有化) 등으로 강경하게 대응했다.
 
  이후 양국은 지금까지 철천지원수처럼 지내왔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각종 제재(制裁)로 압박했다. 이란은 국제무대에서 언제나 반미에 앞장섰다. 미국은 이란을 ‘악(惡)의 축(軸)’으로, 이란은 미국을 ‘사탄의 화신(化身)’으로 각각 불렀다. 특히 테헤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에 가담했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지난 2005년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재선(再選)되면서 반미 강경 정책을 더욱 강력하게 밀고 나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파 하산 로하니가 당선되면서 이란의 반미 강경 정책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美-이란 核 협상 진전
 
  이에 앞서 미국과 이란은 지난해 3월 오만 수도 무스카트에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밀 협상을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명에 따라 번스 국무부 부장관이 이란과 비밀 접촉에 나섰다.
 
  양국의 비밀 협상은 오만의 술탄 카부스 빈 사이드 국왕이 주선했다. 오만은 이슬람 수니파가 지배하는 걸프 연안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시아파 국가인 이란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오만은 1980~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도 중립을 지켰다. 이 때문에 오만은 과거부터 이란과 서방국가들의 중재(仲裁) 역할을 도맡았다.
 
  양국의 비밀 핵 협상은 처음에는 지지부진했다. 양국의 협상은 로하니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타협책을 제시한 이후 급진전했다. 이때부터 양국은 4차례 비밀 협상을 통해 핵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조율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오바마 대통령과 15분간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다.
 
  유엔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이른바 주요 6개국(P5+1)과 이란 대표단은 지난해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핵 협상을 벌였다. 양측은 막판에 이란의 농축 우라늄 생산 권리를 인정하는 문제를 놓고 팽팽하게 맞섰다.
 
  핵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자,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이 따로 만나 마지막 담판을 벌였다. 결국 양측은 지난해 11월 24일 잠정합의를 도출했다. 잠정합의 내용은 이란이 고(高)농축 우라늄 생산 중단 등 핵 프로그램 가동을 일부 제한하는 대신 미국 등 서방은 제재를 6개월간 일부 완화 한다는 것이었다.
 
  이로써 2003년 이란에서 핵 개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중단과 재개를 반복해 온 핵 협상은 10년 만에 첫 단계 결실을 보게 됐다. 이후 P5+1과 이란은 최종 합의 시한을 7월 20일로 정해놓고 지금까지 6차례 협상을 벌여왔다. 미국과 이란은 이 과정에서 공식회담 등을 통해 이견(異見)을 좁혀가는 등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ISIL의 공세
 
  #2. 지난 6월 10일 이슬람 수니파 무장반군 단체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이라크 제2의 도시 모술을 전격 장악했다. 모술은 이라크 북부에 위치한 니네바주(州)의 주도(州都)이며 수도 바그다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수니파 주민 200만명이 살고 있는 모술은 이라크 석유 생산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ISIL은 이어 살라헤딘주의 주도인 티크리트를 점령했다. 티크리트는 사담 후세인 전(前) 이라크 대통령의 고향이자 원유(原油) 주요 생산지인데, 북부 모술과 수도 바그다드의 중간 지점에 있다. ISIL은 이미 올 초 서부 안바르주도 점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 전체 18개 주 가운데 ISIL은 3개 주를 장악한 상황이다. ISIL은 여세를 몰아 바그다드와 불과 100km 떨어진 사마라 지역까지 진출했다.
 
  ISIL은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에 이슬람 수니파 국가를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레반트는 시리아를 중심으로 레바논과 요르단, 팔레스타인 등을 아우르는 지명인데, 아랍어로 ‘해 뜨는 곳’이라는 뜻이다.
 
  ISIL은 2004년 김선일씨를 납치·살해한 테러 단체 ‘일신교(一神敎)와 성전(聖戰)’의 후신(後身)이다. 조직은 당시 지도자인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2004년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에게 충성 맹세를 하고 알카에다의 하부조직이 됐다. 하지만 미국의 강력한 소탕작전으로 알 자르카위가 사살되며 조직은 대부분 와해됐다. 그러다 이라크 정부가 수니파를 탄압하면서 수니파 젊은이들이 조직에 대거 합류하면서 부활했다. 특히 2011년 시리아 내전(內戰)이 발생하자 알 카에다의 지원을 바탕으로 급속하게 세력을 확장했다.
 
  ISIL의 최고지도자는 올 43세인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라는 인물인데 성격이 포악하고 잔인하다는 말을 듣는다. ISIL의 조직원은 1만2000~1만5000명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딜레마
 
  이라크 내전 사태가 급박한 상황에 빠지자 미국과 이란이 긴급하게 대화를 나눴다. 양국은 지난 6월 16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P5+1 국가들과 이란과의 핵 협상회담에서 개별적으로 만나 이라크 내전 사태를 논의했다.
 
  미국과 이란 양국은 이라크에서 극단주의 수니파 반군이 현 시아파 정부를 무너뜨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 서북부 지역이 자칫하면 테러기지가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이란은 이라크 정부가 무너질 경우 중동(中東) 지역에서 시아파의 영향력이 축소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이란이 암묵적(暗黙的)으로 손을 잡았다. 특히 미국은 이란이 이라크 내전 사태에 무력 개입하고 있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 오월동주(吳越同舟·적대 관계에 있는 사람끼리 이해 때문에 뭉치는 경우를 비유한 말)인 셈이다.
 
  미국은 현재 이라크에 자국 대사관과 외교관을 보호하고 정보 수집 등을 위해 해병대와 특수부대 등 800명을 파견한 상태이다. 하지만 ISIL을 소탕하기 위해 전투 임무를 수행할 지상 병력을 파견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항모전단(航母戰團)을 이라크 인근 페르시아만(灣) 해역으로 이동시키는 등 무력에 대비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공습(空襲)조차 고려하지 않고 있다. 케이틀린 헤이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지상군을 다시 이라크에 투입하지 않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이 매우 확고하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에서 볼 때 이라크 내전 사태는 ‘뜨거운 감자’다. 지난 2011년 병력을 완전 철군시키며 종전(終戰)을 선언한 오바마 대통령이 이라크에 다시 지상군을 파견한다면 국제사회에 자신의 이라크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자인(自認)하는 셈이 된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기를 원치 않고 있다. 게다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파병(派兵)에 필요한 엄청난 자금을 대기도 어렵다. 또 수니파 반군(反軍)을 공격할 경우, 자칫하면 수니파 국가들에서 반미 감정이 폭발할 수도 있다.
 
 
  이란, “국가 사이에 영원한 敵은 없다”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 사령관 카셈 술레이마니.
  이런 점들을 고려해 오바마 대통령은 일단 이라크 정치지도자들이 종파적(宗派的) 이해관계를 초월한 통합 정부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면서 통합 정부 구성을 위해 지원하겠다는 입장만 피력하고 있다.
 
  미국은 대신 이라크 내전 사태 해결에 이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이라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란의 입장도 미국과 마찬가지이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고문을 지낸 아지즈 샴무함마디는 “국가 사이에 영원한 적(敵)은 없다”면서 “이란과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란의 저명한 개혁 성향 언론인 마샬라 샴솔배진도 “이란과 미국은 공통의 적을 마주하고 있다”면서 “적의 적은 나의 친구”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현재 이라크 정부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상태다. 이란은 이라크 정부를 돕기 위해 군사 장비 및 물자를 비밀리에 제공하고 있다. 이란군 수송기들은 하루 두 차례씩 비행하면서 70t의 군수품을 바그다드로 실어 나르고 있다.
 
  이란은 또 바그다드에 위치한 알라쉬드 비행장에 특별통제소를 마련, 이란이 자체 제작한 무인(無人)감시기인 아바빌을 바그다드 상공에 보내고 있다. 알라쉬드 비행장에 신호정보를 분석하는 부대를 파견, 수니파 반군의 통신정보 감청(監聽)을 시도하고도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의 정예부대인 쿠드스(아랍어로 예루살렘을 뜻함)의 사령관인 카셈 술레이마니는 지금까지 최소 두 차례 이라크를 방문해 이라크 군사자문관들의 전략 수립을 지원했다. 이란은 또 쿠드스 대원들을 이라크에 파견해 이들이 이라크 군사령관들에게 자문하거나 2000명이 넘는 시아파 민병대를 남부지역에 동원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란은 1만명 규모의 쿠드스 2개 여단을 이라크에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이 중 일부는 이미 전선에서 ISIL과 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술레이마니는 이란 군부(軍部)에서 가장 탄탄한 미국과의 공식, 비공식적 채널을 가진 인사로 꼽힌다. 미국 시사잡지 《뉴요커》는 1979년 이란과의 외교 단절 이후에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사담 후세인 몰락 이후 이라크 새 정부 수립 과정에서 이란 측과 비공개 채널을 가동해 왔으며, 술레이마니 사령관이 이란 측 채널의 핵심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다.
 
  쿠드스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충성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엘리트 조직이다. 쿠드스는 첩보활동, 특수작전, 무기 밀매, 정치활동 등을 넘나드는 활동을 하고 있으며, 영국의 정보기관 MI6와 특수부대 SAS를 합친 것과 같은 조직이다.
 
  술레이마니 사령관은 20대부터 이란 혁명수비대에서 숱한 전장을 경험했고, 1998년 쿠드스 사령관이 됐다. 하메네이는 그를 ‘살아 있는 순교자(殉敎者)’라고 격찬하는 등 쿠드스의 전설적 지휘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시리아의 바샤르 아사드 정권이 4년간의 내전에서 지금껏 버티고 있는 데는 그와 쿠드스의 역할이 가장 컸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쿠드스가 이라크에서 공공연히 활동하고 술레이마니 사령관이 바그다드까지 방문한 것은 미국이 눈을 감아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란은 이라크에 수호이(Su)-25 전투기까지 공급했다.
 
 
  美의 中東 出口 전략
 
  하지만 미국과 이란이 이라크 내전 사태에서 국가이익이 일치한다고 해도 공동 군사행동을 취하는 것을 포함해 서로 긴밀하게 협력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란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이유는 무엇보다 핵 협상을 타결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미국 역대 정부의 외교 정책의 핵심은 1973년 아랍과 이스라엘 전쟁 이후 중동 지역이었다.
 
  그 이유는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원유를 확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일오일과 셰일가스 개발로 미국이 조만간 원유와 천연가스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중동 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크게 낮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상당한 국력(國力)을 소진했고,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중동 지역에서 반미 정서의 고조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 때문에 아랍의 봄 이후 이집트, 리비아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혼란에 되도록 개입하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이란 핵 문제가 해결될 경우 미국은 골치 아픈 중동 지역에서 발을 뺄 가능성이 있다.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이 미국의 중동 출구(出口) 전략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이란 핵 협상이 완전 타결된다면 미국의 중동 정책은 물론 중동의 국제질서의 변화에 촉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란도 핵 협상의 타결을 기대하고 있다. 이란은 그동안 미국이 주도한 제재 조치로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란의 원유 생산은 과거에 비해 25% 감소했고, 석유 수출과 외환 수입 감소는 통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리알화 가치가 2년간 70%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물가상승률은 30%를 넘어섰고 실업률도 급증했다.
 
  이란 국민 대다수는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자 핵 개발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정권을 쥐고 있는 이슬람 성직자들의 반미 수사(修辭)와는 달리, 일반 국민들은 미국에 대해서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다. 지난해 6월 대선에서 핵 협상을 주장해 온 중도파인 로하니가 당선된 것도 이 때문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선 서방 국가들과 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타결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생각해 왔다.
 
  핵 협상이 완전 타결된다면 이란의 국력은 급성장할 수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 규모에서 2위를 차지할 만큼 원유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산유국(産油國)이다. 이란의 원유 매장량은 1500억 배럴, 전 세계 매장량의 9%를 차지하고 있다.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400만 배럴이었는데 현재는 250만 배럴로 급감했고, 원유 수출도 100만 배럴밖에 되지 않는다. 이란이 자유롭게 원유를 수출할 경우 막대한 오일 달러를 벌어들일 수 있다.
 
  이란은 또 인구가 7900만명으로 이집트에 이어 중동 지역에서 2위이고, 페르시아만과 카스피해(海)를 끼고 있어 지정학적(地政學的)으로도 전략요충지(要衝地)에 자리 잡고 있다. 또 군사력도 막강하다. 이란은 그동안 시리아, 이라크, 레바논, 바레인 등 시아파 정권들을 후원해 왔다. 제재가 완전히 해제될 경우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시아파 벨트를 더욱 강화할 것이 분명하다.
 
 
  美의 中東 구상
 
레슬리 겔브 미국외교협의회 명예회장.
  미국은 또 이란이 이라크와 시리아 내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민간 정책연구기관인 미국외교협의회(CFR)의 레슬리 겔브 명예회장은 《뉴욕타임스》 기고문(7월 1일 자)에서 “미국 정부가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끌어내 이라크의 안정을 확보하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가장 시급한 과제는 ISIL의 확산을 막는 것”이라면서 “이란은 미국 주도의 경제 제재를 완화해야 하는 목표도 있기 때문에 자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중동 지역에서 가장 잘 무장된 군사력을 보유한 지도자인 만큼 시리아 정부군이 이라크 정부군을 도와 ISIL에 맞서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겔브 명예회장은 이란과 시리아의 협조를 구해 ISIL의 세력 확장을 막아낸 뒤 이라크에 연방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라크 연방제는 이라크를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쿠르드족 지역으로 분할하고 수도 바그다드의 연방정부가 국방과 외교 등의 사안을 담당하게 하자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2006년 상원의원 시절 제안한 ‘이라크 삼분지계(三分之計)’와 맥을 같이한다.
 
  미국 정부는 나아가 이란이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1년 9·11 사태 직후 미국과 이란은 반(反)탈레반 전선을 구축하기 위해 관계 개선을 추진한 적이 있다. 미국은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란은 아프간의 시아파를 탄압하는 탈레반 정권을 제거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탈레반은 시아파를 이단으로 규정해 왔다. 미국은 아프간 전쟁 초기 탈레반 소탕작전을 위해 이란으로부터 고급정보를 제공받았다.
 
 
  사우디가 美와 소원해진 이유
 
  미국의 이런 새로운 중동 질서 구축 구상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국가들이 있다. 수니파를 대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이 그들이다. 특히 사우디는 이라크 내전 사태에 외국이 개입하는 것을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여기서 외국은 이란을 말한다. 수니파의 맏형을 자처하는 사우디는 군사·안보·자원·경제 분야에서 70년간 미국과 전통적인 동맹관계를 유지하는 역내 최고의 맹방으로 꼽힌다.
 
  사우디는 이슬람 수니파의 종주국으로, 시아파 맹주인 이란과 경쟁 관계에 있다. 이 때문에 사우디는 이라크 사태를 논의하는 미국과 이란의 모습에 불편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는 그동안 상당히 소원해졌다. 미국과 사우디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시리아 내전 사태 때문이다. 시리아의 온건 수니파 반군을 지원해 온 사우디는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에 대한 공습을 포기한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분노해 왔다. 사우디는 시리아에서 내전이 발발하자 미국의 군사 개입과 적극적인 반군 지원을 촉구해 왔지만 미국은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보여왔다.
 
  이집트 문제를 놓고도 양국은 대립했다. 사우디는 미국이 이집트 군부를 적극 지지하지 않는 것에 상당한 불만을 보여왔다. 이집트 군부가 지난해 7월 무슬림형제단 출신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쿠데타로 몰아내자 미국은 군사 원조 잠정 중단 의사를 밝혔었다. 반면 사우디는 이집트 군부에 대해 50억 달러(5조원)의 경제 지원을 약속했다.
 
  세 번째 이유는 이란 핵 문제 때문이다. 사우디는 이란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주장해 왔지만 미국은 반대로 이란과의 협상을 통해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를 보여왔다. 사우디는 지난해 9월 역사상 처음으로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에 선출됐지만 이를 거부한 것도 미국에 대한 반감을 표출한 것이다.
 
 
  사우디, 親中노선 전환 가능성 비쳐
 
반다르 빈 술탄 사우디 왕자.
  사우디는 최근 들어 수니파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우디가 레바논 정부에 이란을 추종해 온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를 견제하기 위해 무기 구입자금 30억 달러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사우디가 자금을 지원하면서 미국산 무기가 아닌 프랑스산 무기를 구입하라고 조건을 붙인 것이다. 이란과 핵 협상을 벌이는 미국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사우디의 자금 지원 규모는 미국이 2007년 이후 레바논 정부군에 제공한 지원액 10억 달러의 3배나 되고, 레바논의 2012년 국방예산 17억 달러의 두 배 가까운 액수이다.
 
  사우디 정보기관의 최고책임자였던 반다르 빈 술탄 알 사우드 왕자는 “사우디의 대미(對美) 외교 정책에 중대한 변화가 생길 수 있다”면서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축소할 수도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4월 사우디 정보 수장(首長)을 맡은 지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반다르 왕자는 1983년부터 22년간 주미(駐美)대사를 지내며 1991년 제1차 걸프전쟁과 2001년 9·11 테러 사건 이후 테러와의 전쟁 등에서 미국과 협조해 온 인물이다. 사우디에서 가장 친미파(親美派)라는 말을 들어온 전 정보기관 수장이 서슴지 않고 반미적인 발언을 한다는 것은 사우디의 미국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심지어 사우디는 미국이 추진하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전략(pivot to Asia)처럼 중국으로 중심축을 이동(pivot to China)할 수도 있다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근동(近東)걸프 군사분석연구소의 테오도르 카라시크 연구원은 “이라크 내전 사태로 미국과 이란 간의 관계가 개선된다면 이란의 국제적 고립 탈피와 국제사회의 대(對) 이란 제재 해제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이는 사우디를 비롯, 모든 수니파 국가들이 원치 않는 시나리오”라고 주장했다.
 
 
  당혹스런 미국
 
  미국의 입장에선 사우디와의 관계 악화가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양국은 그동안 외교와 군사·에너지 분야에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사우디의 지난해 수출액 3815억 달러(403조원) 가운데 대미 수출 비중이 14.3%로 가장 높았다. 또 사우디는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무기를 수입해 왔다.
 
  미국은 사우디의 강력한 반발에 당혹스런 입장이다. 미국은 걸프 왕정 국가들을 이끌고 있는 사우디가 등 돌릴 경우 중동 지역에서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서둘러 진화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3월 28일 사우디를 방문해 미국의 새 중동 정책으로 껄끄러워진 양국 관계를 회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은 지난 2009년 이후 5년 만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압둘라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2시간 넘게 정상(頂上)회담을 갖고 미국의 새 중동 정책에 대한 사우디의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노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내전 사태가 발발하자 지난 7월 2일 압둘라 사우디 국왕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라크에 모든 종파와 종족을 아우르는 통합 정부 구성이 중요하다는 점에 합의했다. 사우디는 시아파가 주도하는 이라크 정부에 거부감을 보여왔다. 사우디는 내각회의에서 “이라크는 모든 종파와 종족을 아우르는 국민 통합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스라엘도 美에 반발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 간의 관계 개선에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유발 슈타이니츠 이스라엘 전략부 장관은 “미국과 이란의 공조가 중동의 가장 중대한 안보 위협인 이란 핵 문제에서 미국의 태도를 누그러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타결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왔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 3월 4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차총회 연설에서 “핵을 가진 이란은 역사의 흐름을 바꿔놓을 것이므로 이란의 핵무장을 막는 것이 국제사회의 과제”라고 주장했다. 특히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상에서 잠정합의를 도출하자 ‘역사적인 실수’ ‘나쁜 협상’ ‘이란의 속임수’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난하는 등 줄곧 불편한 심기를 표출해 왔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이라크 내전 사태를 이용해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미국에 직간접적으로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해 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6월 22일 미국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늘날 중동 지역에서 이란이 이끄는 급진 시아파 세력과 ISIL이 주도하는 급진 수니파 세력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적들끼리 싸우고 있을 땐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줘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어 “이란이 레바논과 시리아를 장악한 것처럼 이라크를 지배하게 둬선 안 된다”면서 미국과 이란의 관계 개선 움직임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중동 일각에선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안보동맹을 맺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공식적으로 외교관계를 맺은 적이 없다. 또 양국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하지만 이란 핵 문제를 놓고는 은밀하게 협력해 왔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이라고 할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 정부의 대 이란 정책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여왔다. 양국은 이란이 앞으로 중동 지역에서 패권국(覇權國)으로 부상(浮上)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이라크 내전 사태를 이용해 영향력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도 이스라엘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비밀리에 핵개발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사우디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사우디는 이란이 시간을 벌면서 은밀히 핵무기 개발을 계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손잡고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적극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 핵 협상이 한창이던 지난해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핵 시설 정보를 공유하고, 사우디는 이스라엘군에 영공(領空) 사용을 허용하는 비밀협상을 벌였다는 설(說)이 나온 적도 있었다.
 
 
  혼돈에 빠져드는 中東 질서
 
  중동의 안보 지형은 이라크 내전 사태에 따라 앞으로 더욱 격변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리아 내전 사태로 중동의 기존 질서는 무너진 상태이다. 이라크 내전 사태는 중동의 새 질서 구축의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할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중동 지역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왔지만 최근 들어 탈(脫)중동 전략을 추진하면서 중동 지역의 기존 질서는 갈수록 혼돈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는 말처럼 중동 각국이 이해득실에 따라 손을 잡을 수도, 총부리를 겨눌 수도 있다. 아무튼 미국과 이란의 심상치 않은 관계가 앞으로 중동 지역의 새로운 질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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