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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고조되는 南중국해 긴장

다윗 베트남과 필리핀, 골리앗 중국에 도전장

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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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중국해에 중국이 60년간 쓸 수 있는 석유와 146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 매장
⊙ 中, 남중국해 관할하는 싼샤시 신설, 면적 260만km², 육지면적은 13km²
⊙ 베트남, 러시아에서 잠수함·전투기, 인도에서 순항미사일 도입
⊙ 필리핀, 지난 4월 美와 방위협력확대협정 체결

李長勳
⊙ 57세. 서울대 영문과 졸업.
⊙ 공군사관학교 영어교관,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주간한국》 편집장 역임.
⊙ 저서: 《홍군 VS 청군-미국과 중국의 21세기 아시아 패권 쟁탈전》
    《네오콘-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유럽의 문화도시》 《러시아 곰은 웅담이 없다》 등.
남중국해에서 훈련 중인 필리핀 해군. 베트남과 필리핀은 최근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빚으면서 군사력 증강에 힘쓰고 있다.
  베트남에서 호찌민(胡志明·1890~1969년) 초대(初代) 국가주석은 국부라는 말을 듣는 국가적 영웅이다. 베트남 곳곳에는 호찌민의 발자취를 기리는 기념물이 세워져 있다. 베트남 화폐에도 호찌민의 초상화가 들어 있다.
 
  베트남에는 호찌민 이외에도 국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아 온 또 다른 인물이 있다. 해군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쩐흥다오(陳興道·1228~1300년) 장군이다. 쩐 장군은 세 차례에 걸친 중국 원(元)나라의 침입을 물리친 인물이다. 특히 쩐 장군은 1287년 원나라의 3차 공격 때 현재의 하롱베이(下龍灣) 부근 바익당 강 전투에서 원나라 군대를 전멸시켰다. 하롱베이는 베트남 북부와 중국과의 국경 근처에 있는 만(灣)이다. 하롱베이는 천년 수도 하노이에서 남동쪽으로 180km 떨어져 있다. 원나라 군대가 베트남을 침략했을 때 베트남 수군은 하롱베이 섬 사이 좁고 얕은 물길 밑에 말뚝을 박아 놓았다. 원나라 수군의 배가 말뚝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게 되자 섬에 매복한 베트남 군사들이 원나라 수군을 섬멸했다.
 
  하롱베이와 면해 있는 바다가 바로 남중국해이다. 베트남은 남중국해를 ‘비엔동(동해라는 뜻)’이라고 부른다. 베트남은 과거부터 중국과는 앙숙이었다. 베트남은 지난 1000여 년간 중국 역대 왕조와의 전쟁에서 번번이 패배, 조공(朝貢)을 바치는 관계를 맺기는 했지만 복종하지 않고 정체성(正體性)을 지켜 왔다. 베트남 국민들이 쩐 장군을 존경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베트남 국민들은 비엔동을 볼 때마다 쩐 장군을 떠올리며 중국과의 해전(海戰)에서 통쾌하게 승리했던 역사를 자랑해 왔다.
 
 
  베트남의 對外抗戰史
 
  베트남은 오랫동안 국경을 맞대고 있는 대국(大國) 중국의 침략과 지배에 맞서 왔다. 양국의 분쟁은 기원전 2세기 말 한(漢)나라의 침공으로 남월(南越·남비엣)이 멸망하면서 시작됐다. 당(唐)나라 때는 안남도호부(安南都護府)를 설치했고, 이후 중국은 베트남을 안남(安南)이라고 칭했다. 당시 옛 백제 땅에 웅진(熊津)도독부를, 평양에 안동(安東)도호부를 설치한 것과 비슷하다. 이후 송(宋)·원·명(明)나라의 침략에 시달렸지만 베트남은 절대로 굴종하지 않았다.
 
  베트남의 이런 역사와 전통은 현재에도 그대로 이어져 왔다. 베트남은 60년 동안 지배를 받아 온 프랑스와의 독립전쟁(1946~1954년)과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의 전쟁(1959~1975년)에서 각각 승리했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전쟁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중국과 베트남은 1979년 2월 17일부터 한 달간 국경지역에서 전쟁을 벌였다. 당시 베트남은 이웃나라인 캄보디아를 침공해 친(親)중국 성향의 크메르 루주 정권을 무너뜨렸다. 중국 최고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은 “꼬마 녀석을 혼내 줘야겠다”면서 대규모 공격을 지시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10만명이 베트남 국경을 넘어 침공했지만, 강력한 저항으로 33km밖에 진격하지 못했다. 중국은 전황(戰況)이 지지부진하자 실질적인 목적을 달성했다면서 철군(撤軍)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6000여 명이 전사했고, 베트남군은 2만여 명이 숨졌지만 사실상 베트남의 승리였다. 중국이 처음부터 의도했던 캄보디아 주둔 베트남군의 철군이라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본때를 보여주려던 중국은 오히려 베트남에 수모를 당한 셈이었다.
 
 
  4개 群島 놓고 6개국 분쟁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최근 들어 중국과 베트남이 남중국해 영유권(領有權) 문제로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면적 350만km²인 남중국해에는 모두 750여 개의 작은 섬과 산호초, 암초, 모래톱이 있다. 이를 크게 구분하면 시사(西沙·Paracels), 난사(南沙·Spratlys), 둥사(東沙·Pratas), 중사(中沙·Macclesfield) 등 4개 군도(群島)로 나눌 수 있다.
 
  이들 4개 군도를 놓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국가들은 중국·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브루나이·대만 등 6개국이다. 특히 중국과 베트남, 중국과 필리핀 간의 영유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과 베트남 간에 영유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시사군도(베트남명 호앙사)와 난사군도(쯔엉사)이다. 시사군도는 39개의 섬과 암초, 산호초, 모래톱으로 구성돼 있고, 난사군도에도 175개 섬과 암초, 산호초, 모래톱이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있는 모든 섬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시사군도의 모든 섬을, 난사군도에선 10개 섬을 각각 실효(實效) 지배하고 있다. 반면 베트남도 시사군도와 난사군도를 자국(自國)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트남은 난사군도에 있는 24개 섬을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시사군도에는 실효 지배하고 있는 섬이 없다.
 
  베트남은 과거 시사군도의 3개 섬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1974년 1월 19일과 20일 중국과 벌였던 해전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이 섬들을 빼앗겼다. 당시 ‘시사해전’에선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의 코르벳함 4척과 소해정(掃海艇) 2척이, 베트남 해군의 프리깃함 3척과 코르벳함 1척이 각각 전투에 참가했었다. 전투기 지원까지 받은 중국이 승리했다. 베트남은 프리깃함 1척이 침몰했고, 나머지 함정 3척이 대파(大破)됐지만 중국은 소해정 1척만이 대파됐다. 베트남 장병 53명과 중국 장병 18명이 전사했다.
 
  시사해전 이전에는 중국이 시사군도의 동쪽을, 베트남이 서쪽을 각각 관할해 왔지만 이후에는 중국이 시사군도를 모두 차지하게 됐다. 양국은 1988년 3월 14일 난사해전을 벌였다. 난사군도에 있는 산호초에 해상관측 기지를 건설하려던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과 이를 막으려는 베트남 해군이 전투를 벌였다. 베트남은 함정 2척이 침몰하고 장병 72명이 전사하는 등 상당한 피해를 입었지만, 중국은 사상자가 거의 없었다.
 
 
  자원의 寶庫
 
중국이 시사군도 인근 해역에 설치한 원유 시추 장비.
  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다시 격렬하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해저에 매장돼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 때문이다. 남중국해에는 석유 2130억 배럴(중국 주장 230억~300억t), 천연가스 3조8000억(16조)m3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이 60년간 쓸 수 있는 석유와 146년간 사용할 수 있는 천연가스가 묻혀 있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의 리쉬쉬안 연구원은 ‘남중국해는 제2의 페르시아만’이라면서 앞으로 석유와 천연가스의 주요 생산지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불타는 얼음(fire ice)’이라 불리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대량 매장돼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물과 가스가 높은 압력과 낮은 온도 상태에서 만나 이룬 얼음 형태의 고체 결정(結晶)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부피보다 약 160~170배 많은 가스를 함유해 화석(化石)연료를 대체할 미래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가스하이드레이트는 영구동토층(永久凍土層)과 심해저(深海底) 지층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남중국해에는 중국이 130년간 소비할 수 있는 가스하이드레이트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국가해양국과 지질조사국은 지난 4월부터 남중국해에서 가스하이드레이트를 본격적으로 탐사하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가스하이드레이트를 상용화(商用化)할 계획이다.
 
  남중국해는 태평양과 인도양을 잇는 중요한 해상루트로서 매년 4만여 척의 선박이 통과한다. 중국은 물론 한국·일본·대만이 수입하는 석유의 90%가 이곳을 통해 운송된다. 또 중요한 교역항로이기도 하다. 영국 해운분석기관인 드류어리에 따르면 인도양과 태평양 사이를 잇는 남중국해 해상을 통해 글로벌 해상무역 물량의 25%가 지나간다. 군사적으로도 남중국해가 갖는 의미는 크다. 남중국해의 제해권을 장악하면 태평양과 인도양에 진출하거나 이를 저지할 수 있다. 남중국해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요충지라고 볼 수 있다.
 
 
  中, 남중국해의 內海化 추진
 
  때문에 중국은 남중국해의 자원을 다른 국가들에 빼앗기는 것을 막고 전략요충지도 장악하기 위해 2010년부터 남중국해를 ‘핵심이익’으로 규정하고 자국의 내해(內海)로 만들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중국 정부는 남중국해에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 온 남해구단선(南海九段線·nine dash line)을 설정해 놓았다. 남해구단선은 남중국해 주변을 따라 그은 9개의 직선을 말한다. 이 직선들을 이어 놓으면 알파벳 U자 모양이 되는데, 중국이 주장하는 영해는 남중국해 전체 면적의 80%나 된다.
 
  중국의 전략을 가장 강력하게 비판하면서 실질적으로 맞서고 있는 국가가 베트남이다. 실제로 베트남 의회는 남중국해의 시사군도와 난사군도를 포함한 해역을 자국의 주권 관할 범위라고 규정하는 해양법을 통과시켰다. 베트남의 해양법은 중국의 전략에 정면 도전한 셈이다.
 
  당연히 중국은 베트남에 전(全)방위적인 대응 조치에 들어갔다. 중국 정부는 난사·시사·중사 등 3개 군도를 통합하고 이를 관할하는 싼샤(三沙)시를 시사군도 융싱다오(永興島)에 새로 설립하고 하이난(海南)성에 소속시켰다.
 
  특히 주목할 점은 중국 정부가 밝힌 싼샤시의 면적이 260만km²에 달한다는 것이다. 남중국해의 전체 면적이나 마찬가지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3개 군도의 육지 면적을 모두 합해도 13km²에 불과하다. 융싱다오의 면적도 2.1km²밖에 되지 않는다. 3개 군도의 전체 인구는 3500명이고 유동인구가 2만5000명 정도이다. 싼샤시의 면적이 이처럼 넓은 것은 남중국해의 주권은 중국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中, 츠과자오 암초 매립
 
시사군도와 난사군도를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베트남 포스터.
  중국은 또 난사군도 북부의 존슨 사우스 암초(중국명 츠과자오)를 매립해 군사기지로 만들고 있다. 이 암초 주변은 수심이 깊지 않은 데다 산호초와 석호(潟湖) 등이 있어 매립에 적당한 지역이다. 중국은 최근 3개월간 이 암초 주변을 매립해 0.3km² 면적의 공간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이 암초는 난사군도에서 6번째로 넓은 섬이 됐다.
 
  중국이 암초를 섬으로 만든 방법은 일본을 그대로 따라 한 것이다. 일본은 도쿄에서 남쪽으로 1740km 지점에 위치한 오키노토리시마(沖ノ鳥島)라는 암초를 섬으로 인정받기 위해 암초 주변에 방파제를 세우고 콘크리트로 바다를 메웠다.
 
  중국은 존스 사우스 암초에 군용(軍用) 비행장과 항구를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군사기지가 없기 때문에 군함이나 전투기를 파견하려면 하이난성의 하이난다오 기지에서 출발시켜야 했었다. 이 암초에 군사기지가 들어서면 중국의 남중국해 통제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베트남은 최근 시사군도 인근 해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원유(原油)시추를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5월 2일 전격적으로 시사군도 해역에 초대형 심해 원유 시추 장비를 일방적으로 설치했다. 원유 시추 장비는 10억 달러의 고가(高價)인 데다 크기도 축구 경기장만 하다. 중국 정부는 원유 시추 장비가 위치한 곳에서 반경 4.8km 이내에 있는 해역에는 어떠한 외국 선박도 진입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원유 시추 장비가 설치된 곳은 북위 15도29분58초, 동경 111도12분06초 해역이다. 이 해역은 중국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시사군도에서 17해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반면 베트남에선 119해리 떨어진 곳이다.
 
  베트남 정부는 이 해역이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된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는 베트남 정부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시추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월 27일 이미 제1단계 작업을 끝내고 시추 장비를 북쪽으로 140여m 떨어진 해역으로 이동시켜 오는 8월 중순까지 제2단계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베트남 정부는 중국의 원유 시추 작업을 저지하기 위해 각종 함정과 선박 수십 척을 이 해역에 파견했다. 중국도 이에 맞서 100여 척의 함정과 선박을 동원해 원유 시추 설비를 보호하고 있다. 양국 선박들은 그동안 물대포를 쏘는 등 수백 차례 충돌했다. 심지어 베트남 어선이 중국 어선에 들이받혀 침몰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그런가 하면 베트남에선 대대적인 반중(反中)시위가 벌어져 지금까지 중국인 4명이 숨지고 수천 명의 중국인 노동자들이 자국으로 대피하기도 했다. 공산국가인 베트남에서는 집회와 시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는데도 대규모 반중시위가 벌어진 것은 베트남 정부가 묵인했기 때문이다.
 
  양국의 대치상황은 자칫하면 무력충돌이나 국지전(局地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베트남 정부는 모두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자국 군대에 경계령을 내려 놓은 상태다. 특히 중국이 베트남과의 국경지대에 30만명의 병력을 이동 배치했다는 미확인 보도까지 나왔다. 중국 국방부는 남중국해에서 자국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해 무력(武力)도 사용할 수 있다고 베트남에 경고까지 했다.
 
 
  베트남, 군비증강 박차
 
베트남은 러시아로부터 킬로급 디젤 잠수함을 도입하는 등 해군력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무력충돌이 벌어지면 중국에 비해 군사력이 열세인 베트남이 패배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이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란 점도 분명한 사실이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비해 러시아 등으로부터 무기를 구입하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함정을 건조하는 등 해군력을 강화해 왔다. 러시아로부터의 무기구입 내역을 보면 지난해 말 사거리 130km의 대잠(對潛)미사일을 탑재한 게파트급(級) 미사일 탑재 프리깃 두 척과 스베틀랴크급 미사일 초계정 두 척을 각각 도입했다.
 
  베트남 정부는 러시아로부터 ‘하노이 킬로-636’이라는 잠수함 1척을 인수했다. 이 잠수함은 2009년 러시아와 체결한 21억 달러 규모의 구매계약에 따라 도입하는 디젤 잠수함 6척 가운데 하나이다. 이 잠수함은 배수량 3000t급으로 최대 작전수심은 350m, 작전 반경은 6000〜7500km이며, 고속 기동이 가능해 초계작전에 상당한 효과를 올릴 수 있다. 이 잠수함은 구경 533mm 어뢰발사관을 갖추고 있으며 어뢰와 기뢰, 칼리브르 SM54순항미사일(나토명 SS-N-27 시즐러)을 탑재한다. ‘호찌민’으로 명명(命名)된 이 잠수함은 기동시 소음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블랙홀’로 불린다. 베트남은 올해 추가로 같은 기종의 잠수함 2척을 들여오고 나머지 3척은 오는 2016년에 인수할 예정이다.
 
  베트남은 러시아제 Su(수호이)-30MK2 전투기 12대를 구매하는 데 10억 달러를 지출했다. 베트남은 이미 Su-30MK2 전투기 12대를 보유하고 있다.
 
  또 베트남은 인도와는 초음속 순항미사일인 브라모스 구입, 잠수함 승무원과 조종사 훈련, 중남부 냐짱항의 항만시설 개선 등을 놓고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베트남은 이와 함께 네덜란드와는 시그마급 코르벳함 4척을 도입하는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
 
  베트남은 자체적으로 길이 90m, 폭 14m의 크기에 헬기 탑재가 가능하고 급유(給油) 없이 40일간 단독작전이 가능한 다목적 대형 함정을 건조하고 있다.
 
  쯔엉사라고 명명된 잠수정도 제작해 시험운항을 실시하고 있다. 이 잠수정은 길이 8.8m, 폭 3m, 배수량 12t인 소형이지만 최대 작전반경 800km, 작전 수심은 50m이며, 기습공격을 하는 데 적합하다.
 
 
  베트남에 돌아온 미국
 
  특히 주목할 점은 베트남이 과거 미국 공군과 해군 기지가 있던 깜라인만 항을 미국과 러시아 등에 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깜라인만 항은 베트남전쟁 당시 미군의 3대 핵심 전략기지 중 하나였다. 깜라인만은 수심이 깊은 데다, 남중국해의 왼쪽에 위치해 있어 중국과의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병참·발진 기지로 사용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要衝地)다.
 
  베트남은 1979년 소련에 깜라인만 항을 해군기지로 빌려주었는데, 소련을 승계한 러시아는 2002년 이곳에서 병력을 완전히 철수시켰다. 러시아는 지난 1월 깜라인만 지역에 대규모 조선소(造船所)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러시아 국영 업체와 베트남 해군이 공동으로 건설하는 이 조선소에서는 앞으로 선박 건조뿐만 아니라 수리 등 기술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 해군도 베트남 정부의 허가에 따라 군함들을 정비와 수리를 위해 깜라인만 항에 정박시키고 있다. 미국이 다시 깜라인만 항을 사용하거나 함정의 기항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중국에는 상당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 해군 함정들은 이미 다낭 등 베트남의 항구들에 기항(寄港)하고 있다.
 
  리언 패네타 전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2012년 미국 국방장관으론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깜라인만을 방문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지난해 12월 베트남을 방문해 고속 초계정 5척과 자금 1800만 달러 지원을 약속했다.
 
  베트남은 인도와의 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은 아예 남중국해에서 유전개발 사업에 인도 기업들을 끌어들였다. 인도와 베트남이 지난해 남중국해에서 합동군사훈련도 실시했다.
 
  일본도 베트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내년 초 베트남에 해양순시선을 제공하고 해양순찰 훈련을 지원하며 관련 정보도 공유할 계획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30일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기조연설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베트남과 필리핀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베트남은 아세안을 비롯해 중국의 주변 국가들 가운데 가장 반중 정서가 강한 국가이다. 베트남도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에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군사적으로 볼 때 다윗인 베트남은 골리앗인 중국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양국은 모두 공산당이 일당 지배하는 독재국가이다. 이념이나 통치체제가 같아도 영토 문제에선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필리핀-중국 분쟁
 
필리핀 아융인 섬에 좌초돼 있는 시에라 마드레호.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에 맞서고 있는 또 다른 국가는 필리핀이다.
 
  필리핀은 7107개 섬으로 구성된 도서(島嶼)국가이다. 국토 면적은 30만km², 인구는 9400만여 명인 필리핀은 거대한 대륙국가인 중국에 비해 왜소하기 짝이 없다. 스페인과 미국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에 점령당하기도 했다. 1946년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필리핀은 동남아 국가들 중에서도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낮은 편이다. 필리핀은 최근 들어 경제성장률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저개발국가에서 벗어나고 있다.
 
  필리핀이 직면하고 있는 최대 고민은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다. 중국은 그동안 필리핀이 실효 지배해 온 남중국해 섬들을 하나둘씩 힘으로 빼앗아 왔다. 현재 양국은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군도)에 있는 한 섬의 영유권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섬은 북위 92도 39~48분, 동경 115도 51~45분에 있는 세컨드 토머스 숄(중국명 런아이자오, 필리핀명 아융인 섬)을 말한다. 길이 15km, 너비 5km인 이 섬은 일종의 모래톱이다. 이 섬 한 귀퉁이에는 필리핀의 상륙함 시에라 마드레호가 1999년 좌초된 채 정박해 있다. 필리핀 정부는 이 함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해병대원 12명을 상주시켰으며, 이후 자연스럽게 이 섬을 실효 지배해 왔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해 상륙함을 이 섬에 고정시키려는 공사를 시도했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함정과 해양감시선 등을 대거 동원해 필리핀 함정들의 접근을 차단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필리핀 정부가 못 쓰게 된 함정을 이 섬에 보내 고의적으로 좌초시켰다면서 이 함정을 철거해 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필리핀 정부는 이를 거부한 채 해병대원들을 이 섬에 배치해 왔다.
 
  양국은 현재도 이 섬의 영유권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섬은 필리핀 서부 팔라완 섬에서 북서쪽으로 200km 떨어져 있다. 반면 이 섬은 중국 본토와는 동쪽으로 1000km 정도 떨어져 있다.
 
 
  中, 武力으로 분쟁도서 점령
 
필리핀의 수비크만 해군기지. 과거 미군이 주둔했던 곳이다.
  필리핀 정부는 중국 정부가 이 섬을 자국의 영토로 만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그 이유는 과거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1995년 필리핀 정부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해 온 미스치프 리프(필리핀명 팡가니방 섬, 중국명 메이지자오)를 무력으로 점령해 현재 실효 지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당시 필리핀 정부가 이 섬을 지키는 병력을 배치하지 못하자 이 틈을 노려 잽싸게 이 섬을 차지했다. 이 섬은 문제의 아융인 섬에서 서쪽으로 41km 떨어져 있다. 이 섬을 기준으로 하면 아융인 섬에 대한 영유권을 중국이 보유한 셈이다.
 
  중국과 필리핀 정부는 또 지난 2012년부터 남중국해에 있는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 필리핀명 파나탁 섬) 영유권을 놓고 티격태격해 왔다. 스카보러 섬은 필리핀 루손 섬으로부터 서쪽으로 230km, 중국 본토로부터 동쪽으로 1200km 떨어져 있다. 스카보러 섬은 석호와 석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산호초와 암초들로 구성돼 있다. 이 섬의 둘레는 55km이고 남쪽 끝에 있는 암초(높이 3m)가 가장 높다. 남동쪽에는 바다와 석호를 연결하는 너비 400m의 통로가 있어 태풍이 불 때 어선과 소형 군함이 피신할 수 있다.
 
  중국은 원나라 때 작성된 지도에서 이 섬이 자국의 영토에 속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필리핀은 이 섬이 EEZ에 있으며, 자국 어선들이 예전부터 이 섬 인근에서 조업해 왔다는 입장이다.
 
  중국 정부는 필리핀의 해군력이 약하다는 점을 노려 스카보러 섬 인근 해역에 함정과 어선을 배치해 필리핀 함정과 어선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이 섬을 사실상 실효 지배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중국 정부가 아융인 섬을 차지하기 위해 똑같은 수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두 섬 인근 해저에는 대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필리핀 정부는 중국이 억지논리와 군사력을 동원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분노하고 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의 대응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필리핀 정부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 미국 및 일본과의 군사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필리핀과 미국은 지난 4월 28일과 2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계기로 방위협력확대협정(EDCA)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필리핀은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고 미국은 필리핀에 군 병력을 순환 배치할 계획이다.
 
  필리핀이 미국에 상주(常駐) 군사기지를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헌법에 외국 군대에 상주 군사기지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1992년 필리핀 클라크 공군기지와 수비크만 해군기지에 주둔해 있던 병력 수만 명을 완전 철수한 바 있다. 미국은 이후 22년 만에 군대를 다시 필리핀에 주둔시킬 예정이다.
 
  필리핀 정부는 이 협정으로 미국에 군사기지 접근권과 이용권을 허용하는 대신에 남중국해 분쟁 도서에서 중국의 공세를 견제할 억지력을 확보했다. 미국으로서는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전략에 필요한 교두보를 구축하게 됐다.
 
  필리핀 정부는 미군에 최대 5곳의 군사기지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클라크 공군기지, 수비크만 해군기지, 포로포인트 등 옛 미군기지 3곳과 필리핀 군 총사령부가 위치한 마닐라의 아기날도 기지에 주둔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은 또 서부 팔라완과 중부 세부, 남부 제네럴산토스, 북부 루손 섬의 4개 민간공항을 주목하는 한편 재급유 등의 명목으로 필리핀 최북단의 바타네스 공군 비행장도 접근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다.
 
 
  필리핀, 팔라완 섬에 해군기지 건설 중
 
  특히 미국은 팔라완 섬을 전략거점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팔라완 섬은 남중국해의 스프래틀리 제도와 가까운 곳이다. 미군이 팔라완 섬에 주둔한다면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인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필리핀 정부는 팔라완 섬 오이스터만 주변의 기존 시설을 대폭 확충, 해군기지로 개발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마닐라 남서쪽 약 550km에 위치한 오이스터만은 미국 해군 함정의 기항이 가능해 ‘미니 수비크만’으로 불릴 만큼 전략적 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이미 수비크만을 해군 함정들의 중간 기항지로 활용하고 있다.
 
  스카보러 섬은 과거 수비크만 해군기지에 주둔하던 미군 전투기들의 사격훈련 장소였다. 이 섬 인근 해역도 과거 미군이 필리핀에 주둔하고 있을 때는 중국 선박들이 접근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필리핀으로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많은 미국 해군 함정들의 기항을 허용할 것이 분명하다.
 
  필리핀 정부는 이와 함께 최근 들어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군사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필리핀 군사력은 중국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반면 중국은 최신예 함정들을 비롯해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공군력도 미국에 버금간다는 말까지 듣고 있다. 필리핀은 유사시 해군 병력 2만4000명을 남중국해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변변한 함정조차 없다.
 
  때문에 필리핀 정부는 군 전력(戰力) 현대화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프랑스의 중고 함정인 라 타파게즈호를 도입해 남중국해 초계활동에 투입했다. 이 함정은 선체 길이가 54.8m로 함포와 기관포를 각각 2문씩 장착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프랑스에서 길이 82m의 다목적함 1척 등 모두 5척의 신형 함정을 추가 도입할 계획이다. 또 일본으로부터 다목적 초계함 10척을 도입할 방침이다.
 
 
  필리핀, 한국에서 경공격기 도입
 
  필리핀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배수량 3250t급의 쾌속함 라몬 알카라스호도 실전 배치했다. 라몬 알카라스호는 함대함 하푼 미사일과 76mm 기관포, 광학식 사격통제장비 등 주요 무기와 장비가 탑재됐다.
 
  필리핀 정부는 공군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지난 3월 우리나라로부터 경공격기 FA-50 12대를 도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우리나라는 오는 2015년 FA-50을 필리핀에 공급할 계획이다. FA-50은 100km까지 탐지할 수 있는 정밀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으며 최대 마하 1.5의 속도로 비행할 수 있다. 또 공대공(空對空), 공대지(空對地) 미사일과 정밀 유도무기를 장착할 수 있다.
 
  필리핀 정부는 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 자위대에 수비크만 기지 사용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필리핀의 수비크만 기지를 사용하는 방안에 상당한 관심을 보여 왔다. 실제로 오노데라 이쓰노리 일본 방위상이 직접 수비크만 기지를 둘러보기도 했다. 필리핀과 일본은 현재 주둔군지위협정 체결과 관련한 기술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실무그룹까지 구성했다. 만약 일본의 자위대가 수비크만 기지를 사용한다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질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필리핀 정부의 구상은 수비크만 기지를 자국과 미국, 일본 3국의 공동기지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필리핀–베트남 共助
 
  필리핀 정부는 지난 3월말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4000여 쪽 분량의 공식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국제법을 통한 영유권 분쟁 해결도 모색하고 있다. 필리핀 정부의 조치는 국제해양법재판소의 중재절차를 통해 영유권을 확정하려는 의도이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1982년 채택된 유엔 해양법협약에 따라 해양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법률기구이다. 하지만 국제해양법재판소가 중국에 불리한 결정을 내린다 해도 중국에 이를 강제할 수는 없다.
 
  중국 정부는 필리핀 정부의 조치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필리핀을 문제 유발자이자 도발자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은 옳고 그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며 필리핀의 모험과 도발적 행동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의 분쟁중재 심리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필리핀 정부는 베트남 정부에도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권고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과 응우옌 떤 중 베트남 총리는 최근 정상회담을 갖고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을 양국이 공동 대응한다는 입장에 합의했다. 응우옌 총리는 “베트남과 필리핀 양국은 중국의 영유권 침해를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베트남도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중국을 제소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이라는 골리앗에 맞서기 위해 필리핀과 베트남이라는 다윗들이 손을 잡은 셈이다.
 
  중국 정부는 필리핀과 베트남의 강력한 저항에 상당히 골치를 앓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모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사설을 통해 필리핀과 베트남을 모기에 비유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무서운 동물이 모기라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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