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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본 美日군사협력

日, 美와 손잡고 무기 개발·수출한다

글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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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무기수출 3원칙’을 ‘방위장비移轉 3원칙’으로 대체
⊙ 美와 BMD, 우주안보 분야에서 협력 강화, 英·佛과 무기 공동개발 추진
⊙ 아베, 美日 기업들의 호응 얻으면서 방위산업 통한 경기부흥 추진
⊙ ODA원조 통해 중국과 긴장 관계에 있는 동남아 국가에 艦艇 제공 가능

劉敏鎬
⊙ 53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 15기.
⊙ SBS 보도국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RIETI) 연구원.
⊙ 現 워싱턴 〈Pacific, Inc〉 프로그램 디렉터, 딕 모리스 선거컨설턴트 아시아 담당 소장.
미국의 F-35 전투기. 일본의 미쓰비시사는 이 전투기의 고성능 레이더 공동개발을 담당한다.
  지난 5월 1일 오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의 캐머런 수상과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두 사람은 2020년 도쿄(東京) 하계올림픽, 경제교류, 안전보장 분야의 협력 강화라는 합의를 이루어냈다. 아울러 두 사람은 양국 간에 합의된 2+2, 즉 외무·국방장관 회담을 조속한 시일 내에 연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국방·외교 수장(首長)이 함께 만나는 2+2회담은 21세기 들어 유행하는 새로운 외교방식이다.
 
  일본은 미국·영국 등 모두 5개 나라와 2+2협정을 체결했다. 합의사항 중 주목할 부분은 가장 마지막에 언급된 안전보장, 즉 군사 분야 협력이다. 일본 신문은 이를 ‘방위장비품 개발추진위(委) 합의’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양국은 군수(軍需)물자와 수송 관련 분야의 협력 강화, 화학·생물병기 방호복(防護服) 공동개발을 명시했다. 자위대가 아프리카 해안의 해적을 소탕하러 갈 경우, 영국 해군의 수송선과 군수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나흘 뒤인 5월 5일,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아베 총리 회담에서도 유사한 합의가 있었다. 다만 영국과 달리 군사 분야 협력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비밀에 부쳤다.
 
  프랑스는 독자적인 군수체제와 무기 개발에 앞장서는 나라이다. 정삼각형 날개로 유명한 마하2 속도의 미라주(Mirage) 전투기는 프랑스 독자기술의 상징이다. 어느 정도 수준의 협력이 될지 모르지만, 일본이 프랑스와 손을 잡는다는 것은 이 분야에서 주로 미영(美英)과 협력해 오던 기존 틀에서 벗어난다는 얘기다.
 
 
  뉴캐슬의 일본 기술자들
 
일본 요코스카 미카사공원에 있는 러일전쟁 당시 연합함대 기함 미카사호. 일본은 영국의 조선기술을 받아들여 해군력을 증강했다.
  일본이 영국과 군사 분야 협력에 합의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19세기 말의 역사가 떠올랐다.
 
  메이지(明治)유신 직후인 1871년, 일본은 이와쿠라(岩倉) 사절단이라는 해외사절단을 내보냈다.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총 107명으로 구성된 이와쿠라사절단은 요코하마(橫浜)를 출발, 1년10개월 동안 미국과 유럽을 돌아본 후 상하이(上海)를 거쳐 귀국했다. 이 사절단원들은 이후 일본 근대화의 첨병(尖兵)으로 활약했다. 입헌군주제 헌법을 만들고, 초대 총리가 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이와쿠라 사절단은 영국에 들르는 즉시 ‘뉴캐슬 어폰 타인(Newcastle upon Tyne)’으로 향했다. 중부 해안 도시인 뉴캐슬에는 당시 유럽을 대표하는 조선소가 있었다. 당시 세계 최대의 거포(巨砲)였던 암스트롱(Armstrong)포는 뉴캐슬의 자랑거리였다. 세계를 제패한 영국의 힘이 해군에 있다고 할 때, 뉴캐슬은 바다를 지배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었다. 20세기 초까지 이어진 영국의 힘은 바로 뉴캐슬의 군함건조시설에서 나왔다.
 
  뉴캐슬의 구석구석을 살핀 이와쿠라사절단은 귀국 후 영국에 군함 구입을 타진했다. 군함 가격은 당시 일본 전체 연간예산을 넘는 거액(巨額)이었다. 일본은 군함 구입 협상을 하면서 조건을 하나 달았다. 일본인을 군함 제작 과정에 참여하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영국이 동의하자 일본인 기술자 수십 명이 뉴캐슬로 몰려갔다. 이들은 당시 최고 수준의 군함을 가진 영국 해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부 습득해 돌아왔다.
 
  1904년 러일전쟁 당시 일본 군함은 100% 영국제였다. 그러나 영국에서 만들어진 군함을 그대로 전투에 투입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은 영국에서 수입한 군함을 자기네 사정에 맞게 개량했다. 이 일을 담당한 것은 산업스파이(?)로 뉴캐슬에 다녀온 기술자들이었음은 물론이다.
 
  일본 해군은 영국이 ‘제공한’ 기술력을 통해 성장한 것이 아니었다. 인종차별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훔쳐온’ 기술을 통해, 일본형 군함·잠수함·항공모함을 만들어냈다.
 
  영국과 일본의 방위장비품개발추진위 합의 소식은 20세기 뉴캐슬의 재판(再版)에 해당한다. 143년 전과 다른 점은 일본이 영국의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기수출 3원칙’ 사실상 폐기
 
  영국·프랑스로 이어지는 군사협력은 전후(戰後) 일본의 방위산업정책을 근본부터 허무는 대사건이다. 태평양전쟁에서 진 일본은 군사협력 창구를 미국으로 한정했다. 미국 외의 군사협력은 일절 금기시되어 왔다. 유럽과 관계를 맺을 경우, 군국주의 일본이 독일·이탈리아와 맺었던 삼국동맹의 어두운 기억이 떠오를 수 있었다.
 
  일본 스스로도 자제했다. 타국(他國)과의 군사협력이나 군수품·무기 공동개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1967년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 총리가 만든 ‘무기수출 3원칙’은 일본 군수산업의 성장을 제한하는 결정적 장애물이었다. 이 원칙은 ▲공산권 ▲국제결의에 의해 무기 수출이 금지된 나라 ▲분쟁 당사국이나 분쟁 가능국에 대한 무기 수출을 제한했다.
 
  그동안 일본 부품을 사용한 미국제 무기가 아프리카 분쟁지에 팔려나가기는 했다. 그러나 이 부품들은 당초 제3국으로 수출되는 무기에 사용될 것을 전제로 미국에 수출한 것은 아니다.
 
  아베 정부는 지난 4월 1일 종전의 ‘무기수출 3원칙’을 대신하는 ‘방위장비이전 3원칙’을 내놓았다. 종전의 ‘무기수출 3원칙’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지만 갖가지 부칙과 예외적인 조건을 달아 무기 수출을 99% 허용하는 것이 ‘방위장비이전 3원칙’의 윤곽이다. 다른 나라와의 무기공동개발도 가능하다. 영국·프랑스와의 방위장비품 공동개발 합의는 이 원칙의 통과와 맥을 같이한다.
 
 
  적극적 평화주의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29일부터 유럽 6개국을 순방했다. 독일·영국·프랑스·스페인·포르투갈·벨기에를 각각 하루씩 방문했다.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은 최근 일본의 외교 슬로건으로 등장한 ‘적극적 평화주의’ 선전이었다.
 
  ‘적극적 평화주의’는 앉아서 기다리는 수동적 자세가 아니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 적극적 평화주의의 핵심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부시 행정부 때 제창된, ‘악(惡)의 축(軸)’을 상대로 한 ‘예방적 차원의 공습(Preemptive Strike)’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개념이다.
 
  일본이 상정한 적극적 평화주의의 실현 상대는 두 나라, 즉 북한과 중국이다. 북한은 표면적, 중국은 잠재적 목표(타깃)이다. 물론 일본이 단독으로 두 나라를 상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함께하는 집단적 자위권에 기초해, 필요할 때는 군사행동에 나선다는 것이 적극적 평화주의의 요지이다.
 
  일본은 패전(敗戰) 후 수출입으로 기사회생(起死回生)한 나라이다. 그러나 전후 69년 동안 주식회사 일본은 무기 수출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시작된 일본과 미영(美英)과의 군비경쟁은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遠因)으로 지목된다. 미영 두 나라가 일본에 강요한 군축(軍縮)에 구(舊)일본 군부(軍部)는 감정적으로 대응했다. 무기 개발을 통한 무기 수출은 결국 군비경쟁으로 나아가고, 결국은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후 일본 지식인들의 생각이었다.
 
  아베는 이러한 종래의 생각을 깨고,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인 무장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성능 첨단무기를 개발·수출 하는 과정에서 평화가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아베는 유럽 6개국 방문 기간 중 각국 정상들에게 이를 반복해서 주장했다. 부분적인 입장차는 있지만, 6개국 정상들은 아베의 생각에 반대하지 않았다.
 
 
  군사협력과 ‘애매한 일본인’
 
  집단적자위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특정비밀보호법안 등, 신문·방송에 실리는 일본의 변화를 보면 눈이 돌아갈 정도다. 외교·안보 관련 법령이나 새로운 해석이 거의 매달 하나씩 만들어지고 있다. ‘방위장비이전 3원칙’도 바로 그런 ‘연속 드라마’ 속에서 나온 부산물(副産物)이다.
 
  ‘방위장비이전 3원칙’은 제목 자체가 애매하게 와닿는다. 먼저 ‘방위장비’란 개념이 확실하지 않다. 언뜻 보면 방위를 위한 장비, 즉 공격용 장비가 아니라는 식으로 이해될 듯하다. 그러나 소총 하나를 두고 보더라도 공격용인지 방위용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적이 쏘면 대응하는 방위용이라 하지만, 위기시에는 적이 눈앞에 어른거리기만 해도 선제공격에 나서기 마련이다. 핵무기나 화학무기를 제외할 경우, 처음부터 방위용·공격용으로 구분되는 무기는 극히 드물다. 방위장비라 해도, 병참에서부터 살상용 무기에 이르는 군 관련 제품 대부분이 포함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移轉)’이란 단어도 고개를 꺄우뚱거리게 만든다. 수출이나 양도, 나아가 이동이나 배치를 모두 포괄하지만, 책임을 동반하지 않는 용어다. 언어적 유희처럼 느껴지는 불투명한 용어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는 일본인의 국민성을 ‘애매한 일본인(曖昧な日本人)’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미국과 전쟁을 상상하는 일본 국민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일본을 비난하자 정치가·군인들이 민족주의를 부르짖는 과정에서 한순간에 전쟁으로 나아가게 됐다”면서 “이들이 책임을 면하기 위해 수동적이고 애매하게 대응하는 과정에서 전쟁에 휘말렸고, 이후 나라 전체가 불행에 휩싸였다”는 것이다. 무기 수출 지침을 둘러싼 애매한 표현은 일본인의 DNA가 21세기까지 이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잃어버린 20년’은 버블이 터진 뒤의 일본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버블 붕괴 후의 고통만이 아니라, 21세기에 통용되는 새로운 방향을 결정하기까지 걸린 시간이 20년이란 분석도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잃어버린 20년’의 마지막에는 3·11 동일본 대지진이란 최악의 재앙까지 밀어닥쳤다. 아베는 ‘잃어버린 20년’을 타 넘으면서 나타난 정치가이다. 그가 내세운 슬로건은 ‘일본의, 일본에 의한, 일본을 위한’ 내셔널리즘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적 시각에서 본 ‘방위장비이전 3원칙’에 관한 것이다. 아베는 역대 총리 가운데 친(親)기업적인 성향이 강한 정치가 중 한 명이다. 정치를 위해 경제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를 위해 정치를 다소 희생해도 좋다고 믿는다.
 
  종래 일본의 상식에 따르면, 무기 개발과 수출을 통한 방위산업 활성화는 정신 나간 전쟁광(戰爭狂) 주장쯤으로 받아들여진다. 아베는 거꾸로 나간다. ‘방위산업 활성화=경제발전’이라 강조한다. 아베의 생각을 반영하듯, 지난해 11월 5일 경제산업성 부(副)대신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는 국회 외교국방위원회 답변에서 “방위산업이 성장전략의 최전선에 설 수 있다는 자세로 적극 추진하고 있다”라고 공표했다.
 
  아베는 일본 최대 경제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한국의 전경련에 해당) 원로들과 자주 만난다. 6월 3일 게이단렌 회장에 취임한 토레(東レ) 회장 사카키바라 사다유키(榊原定征)는 특히 아베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무기 개발과 수출을 통한 경제발전은 21세기 들어 게이단렌이 주장해 온 새로운 사업구상이다. IT를 통해 모든 것이 디지털로 나아가는 상황에서 군수산업이 과거처럼 간단하게 분리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폰만 하더라도 강력한 보안 시스템을 갖출 경우 군수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은 아이폰을 이용해 탈레반 가담자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펜타곤 데이터 베이스에 보내면 곧바로 그 결과가 아이폰을 통해 미군에 전달된다. 이 경우 아이폰이 군수품인가?
 
  게이단렌은 평화헌법에 묶여 그 같은 제품들을 개발·수출할 수 없는 나라가 일본이라고 주장해 왔다. 무기 개발과 수출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금지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무기수출 3원칙’을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 게이단렌의 주장이었다.
 
 
  공동개발이 곧 수출로 이어진다는 계산
 
  이 같은 목소리를 대변해 온 곳이 게이단렌의 ‘방위생산위원회’란 부서이다. 지난해 아베에게 전달한 ‘방위계획에 대한 제안서’를 만든 곳이다. 현재 아베가 추진하는 우방(友邦)과의 무기 공동개발은 게이단렌 제안서의 핵심이다.
 
  그동안 경제계의 목소리는 내부에서 울릴 뿐, 밖을 향해 크게 공표된 적은 없다. 아베는 게이단렌의 요청을 자신의 내셔널리즘 구상에 연결시켰다. 영국·프랑스와의 방위장비 공동개발은 그 대표적인 예다.
 
  무기 수출에 대한 장벽이 무너지자, 곧바로 무기 비즈니스로 올인(all in)하기 시작했다. 사실 무기 수출은 개인이나 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기업·국민이 모두 참여하는 국가적 프로젝트가 무기 수출이다.
 
  아베가 주도하는 무기 비즈니스 전략의 핵심은 공동개발을 통한 무기 수출로 압축된다. 무기 공동개발에 들어갈 경우, 수출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이 새겨진 일본제 무기를 파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미국·영국과 함께 만든 글로벌 공동상품으로서의 일본제 무기를 만들어 팔자는 것이다.
 
 
  트랙터 대신 해안경비정
 
일본의 해양순시선. 일본은 동남아 국가에 신형 순시선을 ODA 형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무기 수출을 개발도상국을 위한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도 활용할 전망이다. 올해는 일본이 ODA를 시작한 지 60년이 되는 해이다. ODA는 원래 전후 배상의 일환으로 시작된 해외 공적 원조이다. 일본은 2012년 기준으로 세계 5위의 ODA 제공국이다. 1990년대에는 세계 1위의 ODA 원조국이기도 했다. 일본의 1년간 ODA예산은 약 100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은 300억 달러로 현재 1위이다.
 
  일본은 ODA를 아프리카·아시아·남미 등 전(全) 세계에 제공하고 있다. 그중 가장 힘을 쏟는 지역은 동남아시아다. 과거에 일본의 ODA는 ‘무기수출 3원칙’ 때문에 상당한 제약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해안경비정을 해양탐사용으로 양도하려 해도 인도네시아나 필리핀과 같은 나라에는 제공할 수가 없었다. 반군과 싸우는 분쟁지역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해양탐사용으로 보낸 해안경비정이 반군 소탕용 수송선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의 경우는 공산국가이기 때문에 해양경비정을 제공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장벽은 과거사로 변한지 오래이다. 올해 3월부터 일본 언론에는 ‘전략적 ODA’라는 말이 등장했다. ODA를 경제적 관점만이 아니라 군사적 차원에서도 활용한다는 것이 전략적 ODA의 핵심이다.
 
  아베는 지난 5월 28일 국회답변에서 베트남에 ODA 형식으로 순시선 10척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했다. 아베는 베트남에 제공하는 순시선이 중고(中古)순시선이 아니라 새로 건조한 신형 순시선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 순시선은 길이 41m에 달하는 2000톤급 신형 모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필리핀에도 10척의 신형 순시선을 제공하기로 확정했다. 일본은 이미 2007년 인도네시아에 중고순시선 3척을 양도한 적이 있다. 일본이 동남아 국가에 ‘전략적 ODA’ 차원에서 제공하는 무기는 모두 신형 최첨단 제품이 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6월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전보장회의는 한국의 우물 안 개구리식 국제감각을 잘 보여준다. 일단 한국기자단의 현지취재가 거의 없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미국·일본과 함께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는 뉴스가 크게 취급됐을 뿐이다.
 
  회의 전부터 싱가포르에는 일본·아세안, 나아가 미국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그리고 하늘과 우주로 이어지는 중국의 무력팽창정책이 국제적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 언론은 미일동맹체제를 비난한 중국 왕관중(王冠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의 발언 기사를 외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싱가포르 회의는 러시아·중국이 군사훈련을 하면서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에 침범한 지 일주일 뒤에 열렸다. 아세안의 우려와 불안은 한국의 문제이자 과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도, 언론도, 이를 ‘강 건너 불’로 여기는 듯했다.
 
  아시아안전보장회의는 아세안 제국(諸國)의 친일(親日) 분위기를 재확인한 자리이기도 하다. 회의가 이뤄지는 동안 아세안 각국 대표들은 앞을 다퉈 아베를 만나려 했다. 해상순시선 때문이다.
 
  아세안 국가들은 농업·환경 등의 분야에 치중하던 기존의 ODA 프로그램 대신, 해상순시선을 일본에 요청했다. 현재 일본에 대해 해상순시선을 요청한 나라는 베트남·필리핀·말레이시아·인도·스리랑카·미얀마 등 8개국에 달한다. 아베는 아세안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해상순시선 제공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부분은 해상순시선이 갖는 군사적 의미이다. 일본이 제공하는 해상순시선은 자위(自衛)능력을 갖춘 기본적인 무기만을 탑재한 상태이다. 그러나 아세안 국가들은 해상순시선을 넘겨받으면 첨단 무기를 장착하고 해상작전능력을 강화해 전투함으로 개조할 것이다. 그것이 중국과의 해양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일본은 그러한 개조를 막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아세안 제국은 해상작전을 시행할 인재 양성도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이미 일본 해상자위대에서 연수를 마치고 온 사람들이 해상순시선 지휘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곧 일제 해상순시선을 도입할 베트남·필리핀도 관련 인력을 일본에 보내 교육시킬 예정이다.
 
  선박만 달랑 넘기는 것이 아니라 인력교류을 통해 장기적 차원에서 아세안 해상방위문제에 관여하자는 것이 일본의 생각이다. ‘아세안 해상방위=일본의 해상안보’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세안과 일본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전략적 ODA 관계를 묵인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지지는 안 하지만, 반대도 하지 않는다. 6월 초 아시아 안전보장회의에서 보여준 미일 양국에 대한 중국의 맹공격은 바로 아세안 전체에서 벌어지는 안보축의 변화에 대한 불안과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중국의 팽창정책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일본제 선박으로 무장한 아세안 ODA 해상 라인도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지스함 시스템 개량을 위한 미일(美日)공동개발참가 검토에도 불구하고 ‘무기수출 3원칙’에 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판단, 공동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3월 9일 일본 언론이 보도한 이지스함 관련 뉴스이다. 너무도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리크(leak)’기사이다. 왜 이런 기사가 지금 나왔는지, 이런 보도를 통해 누가 이익을 보고 피해를 보는지를 분석해 보면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이지스함 관련 기사는 3주 뒤 내각이 통과시킨 ‘방위장비이전 3원칙’의 ‘전조(前兆)’에 해당한다. 시대에 맞지 않는 ‘무기수출 3원칙’ 때문에 미일의 이지스 공동개발이 무위(無爲)로 끝났다는 여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기사라는 얘기다.
 
  기사가 나온 지 석 달 뒤인 6월 초 현재, 미일 간의 이지스 시스템 공동개발을 막은 장애물은 깨끗이 사라졌다. 공식적으로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미일 이지스 공동개발에 관한 기사가 나올 것이다. 이는 일본제 고성능 레이더와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격추 시스템이 결합된 미일 하이브리드 이지스가 등장한다는 의미이다.
 
 
  미쓰비시 중공업의 부활
 
  전도사 아베가 이렇게 무기 개발의 문을 연 후, 곧바로 기업이 뒤를 따라간다. 미쓰비시(三菱) 중공업은 그 선봉에 선 기업이다. ‘중공업(重工業)’이란 말 자체를 창조해 낸 미쓰비시는 진주만 공격의 주역 제로센(Zero戰)전투기를 만든 곳이다. 전쟁 중 전차·군함·항공기 등 구 일본군의 군수물자를 생산해 낸 기업이다. 왕년의 기억과 기술을 바탕으로 무기 개발에 가장 먼저 치고 나가는 곳이 미쓰비시다. 미쓰비시가 주목하는 무기 개발은 크게 4분야로 나눠져 있다.
 
  1. 터키와 전차(戰車)용 엔진 공동개발
 
  지난해 11월 오노테라 이쓰노리(小野寺五典) 방위상이 밝힌 내용으로, 터키 측으로부터 요청을 받은 사항이자 현재 양국 간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이다. 전차만이 아니라, 군함 엔진과 무인항공기도 공동개발 할 전망이다. 터키는 이슬람권 내 대표적인 친일(親日)국가이자 반중(反中) 정서가 강한 나라다. 일본은 터키만이 아니라, 이슬람권과의 협력이란 차원에서 적극적이다. 공동개발 한 무기가 터키를 통해 이슬람권의 테러세력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무기수출 3원칙’이 사라진 상황에서 협력속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2. 미국을 중심으로 한 F35 공동생산
 
  3년 전부터 논의가 시작된 미일의 F35 전투기 공동생산 문제는 원래부터 ‘무기수출 3원칙’의 예외사항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제조된 F35가 분쟁국인 이스라엘에 팔릴 경우, ‘무기수출 3원칙’을 어길 가능성이 높지만, 동맹국인 미국의 요청이라는 이유로 예외로 취급됐다.
 
  미쓰비시가 공동개발에 나선 분야는 고성능 레이더이다. 미쓰비시는 F35의 일본 내 부품 조달과 정비도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쓰비시는 F35의 일본 내 반입을 책임지는 수입회사 중 하나로 지정된다. 미쓰비시를 비롯한 일본 기업은 2017년부터 일본에 도입될 38대 F35의 엔진도 공동개발 할 계획이다.
 
  3. 호주와 잠수함 기술협력
 
  호주와 일본 간의 무기공동개발 논의는 2010년부터 시작됐다. 호주가 추진하는 차세대 잠수함 개발에 관한 협력이 주된 이슈이다. 이미 2012년 일본 해군 장성이 호주를 방문해 차기 잠수함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호주가 구상하는 잠수함은 일본 미쓰비시가 만든 비대기의존(非大氣依存) 추진기관 탑재형 잠수함 ‘소우류우(そうりゅう)’다. 한 척에 5억 달러 정도에 달한다. 2009년에 1호가 제작된 이래, 전부 9척이 일본에 배치될 예정이다.
 
  4. 영국과 화학방호복 공동개발
 
  화학방호복 공동개발은 5월 아베의 영국 방문에서 합의된 사항으로, 지난해 2월 영국 정부가 일본에 제시한 6개 분야의 군사협력 사항 중 하나이다. 초고속 헬리콥터와 155mm 특수포탄 개발 등도 포함된다. 영국의 과거 식민지 지역 및 유럽 무기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BMD 공동개발
 
일본은 미국의 탄도미사일방위(BMD)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본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무기 공동개발 파트너는 당연히 미국이다. 이지스 레이더나 F35 전투기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의 공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부문은 날아가는 적의 탄도미사일을 격추시킬 수 있는 방어망, 즉 탄도미사일방위(BMD) 시스템 공동개발이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에 뒤이어, 1만km 이상을 날아가는 이동식 대륙 간 탄도탄 개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함께 북한을 견제할 BMD 시스템 공동개발에 나섰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은 어정쩡한 상태이다. 미일의 가상적(假想敵)이 북한만이 아니라는 것은 상식적인 얘기이다. BMD는 북한,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를 염두에 둔 방어망이다.
 
  BMD 시스템 공동개발에 나선 미국과 일본은 사거리(射距離) 1000km 이하의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만이 아니라,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있는 장거리 격추미사일(GBI)을 포함하는 범(汎)지구적 차원의 방어망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현재 이지스함에 장착된 대응미사일로는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추적, 격추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대륙 간 탄도미사일에 맞서는 장거리 이지스 미사일을 포함해, 일본과 미국으로 향하는 모든 미사일을 막아낼 BMD 시스템 개발을 진행하려는 것이다.
 
  BMD는 군사 시스템의 공동개발이란 수준을 넘어, 21세기판 미일동맹의 새로운 청사진이란 측면도 갖고 있다. 일본도 이스라엘처럼 미국의 정보력에 바탕을 둔 방어망을 갖게 될 뿐 아니라, 최근 등장한 ‘현대화된(Modernized) 동맹관에 기초한 미일동맹 2.0’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同盟觀의 변화
 
  종래의 동맹관은 ‘전장(戰場)에서 피를 흘리며 함께 적과 싸우는 것’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었다. ‘현대화된 동맹’ 개념은 ‘함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되 피를 흘리지 않기 위한 환경을 함께 마련한다’는 생각을 담고 있다. BMD 협력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20세기 미일동맹 1.0이 전쟁터를 배경으로 한 개념인 데 비해, 21세기 미일동맹 2.0은 전쟁터를 안전한 곳으로 만들려는 환경조성에 주목하는 발상이다. 미일동맹 1.0이 하드웨어라 할 때, 미일동맹 2.0은 소프트웨어라 볼 수 있다.
 
  원래 미일동맹에서의 소프트웨어는 미국이 독점해 왔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미국은 그 같은 능력을 상실했다. 국가 차원으로 이뤄지던 프로젝트들이 인재와 예산부족으로 중단됐다. 구소련에 대항하기 위해 그러한 투자를 아끼지 않던 냉전(冷戰) 당시의 열기가 21세기 들어 소리 없이 사라져버렸다.
 
  더불어 미국 국민들은 해외로 신경을 쓰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게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보듯, 해외 분쟁 시 미국의 직접적인 관여를 원치 않는 국민들이 50%를 넘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 동맹이 요구된다. 미일동맹은 그 같은 21세기판 동맹개념을 예시해 주는 좋은 본보기이다.
 
 
  美日우주안보협력
 
  현대화된 동맹, 즉 미일동맹 2.0은 우주에까지 이어진다. 최근 워싱턴에서는 미일우주안보협력이 핫 이슈로 부상(浮上)하고 있다. 2014년 미일 양국은 우주안보협력 분야에서 특히 두 가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첫째, 우주상황감시(Space Situational Awareness·SSA)이다. 지상에서 우주상황을 관찰하면서 정보를 공유하는 협력체제이다. 위성에 영향을 주는 우주 쓰레기나 다른 인공위성의 상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자는 것이다. 양국은 SSA협력체제에 관한 비준서를 지난해 5월 체결했다.
 
  둘째, 해양상황감시(Maritime Domain Awareness·MDA)이다. MDA는 문자 그대로 해양감시와 관련된 모든 것을 포괄한다. 해저, 바다 수면(水面) 위, 바다 위 상공, 우주, 바다에 인접한 육지 등의 영역이 MDA 연구 분야에 들어간다.
 
  현재 미일이 특히 중점을 두는 MDA 영역은 위성을 통한 감시이다. 지상에서 위성을 띄워 해양을 24시간 살피는 MDA 구축을 위해 미일동맹이 원하는 위성의 수는 최고 40개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위성이 필요한 이유는 ‘특정 지역’에 대한 감시체제를 상시화(常時化)하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특정지역’이란 센카쿠(尖閣)열도 주변을 말한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그 주변의 해군시설과 대륙 내부 군사시설도 위성 감시권 내에 들어갈 것이다. 당연히 중국으로서는 MDA 진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총론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미일 양국이 구상하는 MDA 공동개발은 미국이 소프트웨어, 일본이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식으로 이뤄질 것이다. 일본이 위성을 발사하고, 지구궤도를 도는 위성을 통한 정보분석 통제 평가에 관한 부분은 미국이 담당하는 식이다.
 
  위성은 단순히 허공에 띄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빅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기존정보의 축적과 분석을 통해 새로운 정보가 창조된다.
 
  일본이 위성에 눈을 뜬 것은 20세기 말부터이다. 기후·지진·쓰나미 등의 자연재해를 예측하기 위해서였다. 군사 목적의 위성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야 시작됐다. 미일 간의 공동개발을 통한 소프트·하드 교류가 본격화될 것이다.
 
 
  美 기업들, 무기공동개발에 적극적
 
  무기나 방어 시스템 공동개발과 관련해 일본이 러브콜을 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경제적 논리이다.
 
  세계 제1위의 미사일 제조회사로 매년 20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미국 군수업체 레이시온(Raytheon)을 예로 들어보자. 7만명의 종업원 중 4만명이 엔지니어인 레이시온은 80여 개국에 지사(支社)를 두고 있다. 레이시온은 일본에 지사뿐 아니라, 가마쿠라(鎌倉)를 비롯한 7개소에 연구시설을 갖추고 있다. 일본인 스태프와 기술을 동원해 고정밀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레이시온은 현재 진행 중인 미일 무기공동개발에 적극적이다. 다른 미국의 방위산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미 국방부와 국무부, 의회가 오래전부터 ‘무기수출 3원칙’ 폐기를 요구해 온 것도 이 때문이다. 냉전 이후 미국은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자세다.
 
  둘째, 일본의 높은 기술력이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자.
 
  1964년부터 운행에 들어간 신칸센(新幹線)은 속도뿐 아니라 안전도라는 측면에서 지금까지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다. 신칸센의 기술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발명의 결과가 아니다. 신칸센의 엔진과 모양, 브레이크 시스템 등은 태평양전쟁에서 이름을 떨친 전투기 제로센을 모델로 한 것이다. 제로센 엔지니어들이 신칸센 제작의 주인공들이다.
 
  일본은 인공위성 기술 강국이다. 특히 정확한 위치에 위성을 띄워 올리는 기술과 카메라의 해상도는 세계 최고다. 올해 하반기에 발사될 위성 ALOS-3의 경우, 관측 폭 50km, 고(高)해상도 1m의 능력을 갖고 있다. 위성 하나를 통해, 50km에 걸쳐 1m 크기 물건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해 낼 수 있다는 의미이다. 위성 30개를 띄울 경우 1500km, 즉 한반도 전체를 1m 크기 차원에서 분석 가능하다. 다른 나라의 경우 1m 고해상도의 경우 관측 폭 10~20km에 불과하지만, 일본은 세 배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16세기 초 鐵砲 대량생산·수출
 
다네가시마에 온 포르투갈 상인으로부터 화승총을 구입한 후 일본은 곧 이를 대량생산하고 戰力化했다.
  군사무기와 관련된 일본의 저력은 뿌리가 깊다. 임진왜란이 터지기 49년 전인 1543년 일본 규슈 다네가시마(種子島)에 표류한 포르투갈인이 유럽의 신무기, 즉 철포(鐵砲)를 소개했다. 당시 다네가시마 영주는 사무라이의 갑옷이 총탄에 뚫리는 것을 보고 새로운 시대가 왔음을 직감했다. 그는 현재 우리나라 돈으로 10억원 정도 되는 돈을 주고 철포 2정(梃)를 구입했다. 직접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비즈니스용이었다. 그는 칼을 만들던 장인(匠人)에게 철포를 주면서 똑같은 제품을 만들라고 명령했다.
 
  놀랍게도 장인은 1년 뒤 철포를 만들어냈다. 이어 장인들의 분업(分業)체계를 활용해 곧바로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당시 유럽에서는 한 사람이 수작업으로 총포를 만들었다. 신무기의 파괴력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다네가시마의 철포는 날개돋친 듯 팔려나간다. 이후 오사카(大阪) 장인들이 사거리가 훨씬 길고 파괴력이 강하며 무게를 줄인 철포를 대량생산하기 시작했다.
 
  포르투갈 화승총이 전해진 지 10년 뒤인 1550년대 중반, 일본 전국에는 무려 30만 정의 철포가 있었다. 포르투갈인을 통해 거꾸로 유럽으로 철포를 수출하기도 했다. 일본제 철포는 유럽의 화승총에 비해 성능은 우수하면서도 가격은 10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일본제 철포는 수입 10년 만에 만들어진,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화기였다. 임진왜란 때 위력을 떨친 철포를 당시 조선인들은 조총(鳥銃)이라고 불렀다.
 
 
  무기 틈새시장에서 韓日 경쟁하게 될 것
 
  17세기 초 일본을 통일한 도쿠가와(德川) 막부는 ‘사무라이의 도리에 어긋나는 비겁한 무기’라는 이유로 철포 생산을 금지했다. 물론 실제 이유는 도쿠가와 막부의 통치를 위협할 수 있는 무장세력의 출현을 막기 위해서였다.
 
  일본의 무기 개발을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일 것이다. 국수주의(國粹主義)·군사대국·팽창주의 같은 정치군사적인 시각과 ‘돈벌이’라는 경제적 시각이다. 정치군사적 측면에 주목하는 것이 한국의 일반적인 시각이겠지만, 실제 피부로 느껴지는 것은 경제적 관점이다.
 
  최근 들어 한국 역시 동남아시아와 중동을 상대로 한 무기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 무기 수출액은 6억 달러에 달했다. 미국·러시아·중국 사이를 비집는, 나름의 틈새시장 공략을 통해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무기수출 3원칙’에서 해방된 일본이 본격적으로 무기 수출에 나서면 한국의 무기 수출은 어려운 상황에 부딪힐 수도 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오는 일본 브랜드 자동차 중 상당수는 미국을 거친 제품이다. 미일공동개발에 의해 만들어진 자동차들이 태평양을 건너 ‘메이드 인 유에스(Made in U.S.)’ 브랜드를 붙이고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첨단 일제부품으로 만든 고가의 미제(美製)무기가 한국에 들어오는 날이 머지않았다. 미국이 무기를 파는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속을 차릴 것이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아니 세계가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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