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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포츠 소식

세계에서 가장 비싼 투수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

글 : 이상희  월간조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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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역투 중인 다저스 에이스 커쇼.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는 ‘사이영 상(Cy Young Award)’ 제도가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에서 무려 22년 동안 활약했던 전설적인 투수 사이 영(작고)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이다. 사이영 상은 매년 시즌이 끝난 뒤 미국야구기자협회 회원들이 투표로 선정한 그해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으로 1956년 처음 도입됐다.
 
  1966년까지는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매년 한 명의 투수만 선정했다. 그러다 1967년부터 메이저리그 산하 양대 리그인 내셔널리그와 아메리칸리그에서 각 한 명씩 상을 주고 있다.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던 박찬호(은퇴)는 그곳에서 17년간이나 선수생활을 하며 역대 빅리그 동양인 투수 최다승(124승)의 금자탑을 세웠지만 단 한 번도 사이영 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비단 박찬호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다수의 정상급 투수들 역시 사이영 상을 받지 못한 채 은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이영 상은 투수에게 주는 최고의 상이자 오직 선택된 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특별한 상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지 불과 6년 만에 두 번이나 수상한 이가 있다. LA 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6)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 출신인 커쇼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2006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전체 7번)에서 LA 다저스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다. 커쇼는 1라운드 지명자답게 마이너리그에서 12승 10패 평균자책점 2.49의 호투를 펼치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프로 진출 단 2년 만인 2008년 5월 ‘꿈의 무대’로 불리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커쇼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미 전국구 스타였다. 그는 고3 때인 2006년 13승 무패 평균자책점 0.77이란 놀라운 기록을 달성했다. 또 그해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상대 팀 타자 전원을 삼진으로 잡아내며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치 않은 퍼펙트게임(Perfect game)도 기록했다.
 
  이처럼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커쇼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후에도 매년 상승세를 보이며 프로에서도 자신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커쇼는 표에서 볼 수 있듯이 투수의 가장 큰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투구이닝과 평균자책점이 해를 거듭할수록 좋아지고 있다. 그가 지난해 기록한 1점대 평균자책점(1.83)은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를 통틀어 유일했던 기록이다.
 
 
  데뷔 6년 만에 ‘사이영 상’ 2회 수상
 
   과거에는 무조건 승수를 많이 쌓는 투수가 대접을 받았다. 하지만 투수가 실점을 많이 해도 같은 팀 타자들이 더 많은 점수를 뽑아주면 승리투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야구에서는 투수의 능력을 가늠할 때 평균자책점을 가장 중요시한다. 그것이 투수의 가장 객관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투구이닝 또한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부상 없이 매년 꾸준한 활약을 펼칠 수 있다는 것 또한 투수의 덕목이자 자기관리 능력이기 때문이다. 커쇼가 당대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것은 바로 평균자책점과 투구이닝 그리고 탈삼진 등 투수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모두 갖췄기 때문이다.
 
  20세의 나이였던 2008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커쇼는 3년 뒤인 2011년 21승 5패 평균자책점 2.28 탈삼진 248개의 성적을 기록해 투수 부문 3관왕(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을 달성하며 그해 내셔널리그 사이영 상을 처음 수상했다. 당시 23세였던 커쇼는 역대 최연소 수상자라는 기록도 세웠다. 이듬해인 2012년 스프링캠프에서 기자와 만난 커쇼는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상을 받은 소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해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예년에 비해 제구가 잘됐던 것도 도움이 됐어요. 아울러 그동안 연마한 변화구 중 체인지업이 잘 먹혔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체인지업은 앞으로 더 연마해야 합니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08년 당시 다저스 투수였던 그랙 매덕스(은퇴)나 데릭 로우(은퇴) 같은 대선배들에게 배웠던 투구기술 등도 큰 도움이 됐습니다. 투수 부문 3관왕뿐만 아니라 사이영 상은 투수에게 더없이 큰 영광입니다. 그런 큰 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 팀 동료들에게 고맙습니다.”
 
  하지만 커쇼는 사이영 상 트로피를 잃어버렸다고 한다. 그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트로피를 텍사스에 있는 집에다 가져다 둔 건 기억이 나는데 그 후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리고 불과 2년 뒤인 지난해 정규시즌, 16승 9패 평균자책점 1.83 탈삼진 232개를 기록한 커쇼는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부문 타이틀을 차지하며 또 한 번 사이영 상 수상자가 되는 영광을 안았다. 두 번째 받은 사이영 상 트로피는 잘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영 상이 도입된 뒤 역대 최다 수상자는 로저 클레멘스(은퇴)다. 그는 7번이나 사이영 상을 품에 안았다. 클레멘스 다음은 과거 김병현(넥센)과 함께 애리조나에서 뛰었던 좌완투수 랜디 존슨(은퇴)으로 총 5차례 수상했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이 “당대 최고의 투수로 불리는 커쇼가 사이영 상 역대 최다 수상자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평가할 만큼 커쇼를 대적할 만한 투수는 당분간 쉽게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초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에 위치한 다저스 스프링캠프에서 기자와 재회한 커쇼는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사이영 상을 지난해 또다시 수상하게 돼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사이영 상 수상자답게 올해도 그에 걸맞은 활약을 펼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메이저리그 최초로 ‘연봉 3000만 달러’ 시대 열어
 
2014년 스프링캠프에서 커쇼가 배트를 들고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가 되는 커쇼는 현 소속팀인 다저스와 지난 1월 계약기간 7년 총액 2억1500만 달러(약 2284억원)의 연장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역대 투수 최고액이며 아울러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초로 연봉 3000만 달러(약 319억원) 시대를 개척한 초대형 계약이었다. 커쇼 이전에 메이저리그 투수 최고 계약은 2012년 3월 저스틴 벌랜더(31)가 디트로이트와 맺은 7년 총액 1억8000만 달러(약 1913억원)였다.
 
  이번 계약은 야구 팬들에게도 큰 이슈가 됐다. 특히 ‘커쇼가 받는 연봉총액 중 실수령액은 얼마나 될까’에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계약 총액 중 각종 세금과 에이전트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7년간 약 50% 정도인 1억820만 달러(약 1149억원)가 커쇼의 몫이 될 것으로 보인다.
 
  커쇼는 계약기간 5년이 지나면 남은 2년에 상관없이 본인이 원할 경우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신청할 수 있는 옵트아웃(opt out) 조항을 이번 계약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커쇼는 앞으로 5년 후 비교적 젊은 나이(31세)에 다시 한 번 FA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다저스 또한 이번 계약으로 커쇼를 잡는 데 성공해 향후 수년간 ‘커쇼-잭 그레인키(31)-류현진(27)’으로 이어지는 메이저리그 최상의 선발투수진을 보유할 수 있게 됐다.
 
  당대 최고 투수인 커쇼와 다저스 구단의 재계약 협상은 사실 지난해 3월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계약규모가 말해주듯이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의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네드 콜레티 다저스 단장은 지난 1월 이번 계약을 발표하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커쇼는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벌써 사이영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당대 최고의 투수”라며 “앞으로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투수라는 점을 높이 평가해 역대 최고의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에 참석한 스탠 카스텐 다저스 사장은 “커쇼는 특별한 투수”라고 운을 뗀 뒤 “모든 계약은 위험부담을 안고 있지만 커쇼는 다저스가 발굴하고 키워낸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점에서 계약을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계약 당사자인 커쇼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7년 더 다저스의 일원으로 뛸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제2의 고향인 LA를 대표할 수 있는 것에 매우 기쁘고 영광스럽다”며 이번 계약에 대한 만족감을 나타냈다.
 
 
  커쇼와 쿠팩스
 
LA 다저스 에이스 커쇼가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에 위치한 스프링캠프에서 연습투구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커쇼를 샌디 쿠팩스(79)와 비교한다. 쿠팩스는 역대 메이저리그 최고 좌완투수로 꼽히는 전설적인 인물이다. 195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는 1966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때까지 줄곧 다저스 유니폼만 입었다. 쿠팩스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165승 87패 평균자책점 2.76 탈삼진 2396개.
 
  쿠팩스는 과거 현역 시절에 사이영 상을 3차례 수상했고 단 1개의 안타도 내주지 않은 노히트게임(No hit game)도 3번이나 달성한 20세기 최고의 좌완투수였다. 지난 1972년에는 극소수에게만 허락되는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도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는 또 고령임에도 매년 다저스의 스프링캠프를 찾아 후배들을 격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해 미국에 진출한 류현진 또한 쿠팩스로부터 효과적인 커브 구사에 대한 조언을 받았다.
 
  부모의 이혼으로 열 살 때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큰 커쇼가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가 바로 쿠팩스이다. 커쇼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어려서부터 내가 가장 좋아했던, 그리고 닮고 싶은 인물은 샌디 쿠팩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메이저리그가 배출한 위대한 투수는 많았지만 쿠팩스처럼 투구법에 대해 쉽게 설명한 선수는 없다. 쿠팩스는 투구 시 두 발의 거리나 위치 그리고 변화구를 던질 때 힘 조절과 공에 회전 주는 방법 등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알아듣기 쉽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커쇼는 메이저리그에서 10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평균자책점이 겨우 2.60일 정도로 가장 좋다. 그는 또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3년 연속 평균자책점 부문 타이틀을 차지했을 정도로 기복이 없고 뛰어나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쿠팩스의 기록을 넘어설 수 있는 유일한 선수로 커쇼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매년 200이닝 이상을 투구하는 견고성과 시간이 갈수록 난공불락의 형국을 보이는 그의 평균자책점은 이를 달성하는 데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이는 전 세계 야구 팬들이 커쇼를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커쇼의 이런 뛰어난 실력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야구는 잘하는 사람이 잘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야구인들 사이에 만고불변의 진리로 통한다. 야구도 인생과 비슷해서 A급 선수가 되는 것은 후천적인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특급선수는 하늘이 내려주는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커쇼는 분명 선천적인 재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재능만으론 뛰어난 선수가 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자리를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장시간 커쇼를 현장에서 지켜본 기자는 그의 실력은 재능이 아닌 남다른 노력과 꾸준한 자기관리가 만들어낸 땀의 결정체라고 본다.
 
 
  타고난 재능과 남다른 노력의 결정체
 
LA 다저스 투수 커쇼가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에 위치한 스프링캠프에서 투수코치(우측)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커쇼 뒤로 류현진(RYU)이 보인다.
  메이저리그 야구장 내에는 클럽하우스로 불리는 선수들의 보금자리가 있다. 라커룸이 포함된 이곳은 경기 약 3~4시간 전에 한 시간가량 언론에 개방되는데 기자들은 이 시간 동안 자유롭게 선수들을 만나고 취재할 수 있다.
 
  이곳에 가면 다양한 모습이 연출되는데 투수들의 경우 등판이 없는 날은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어울려 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류현진도 등판이 없는 날은 동료들과 어울려 카드게임을 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 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기자는 커쇼가 라커룸에서 편히 쉬는 모습을 지난 수년간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커쇼는 평소 긴 머리가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성용 머리띠를 착용한 채 경기 전 야구장을 뛰는 것은 물론 러닝 후에 라커룸에 돌아와서도 고무로 된 튜브(tube)나 아령 또는 줄넘기 등을 이용해 개인운동을 계속한다. 심지어는 취재진과 대화를 나눌 때도 손에서 운동기구를 내려놓지 않을 만큼 자기관리가 철저하다. 이런 커쇼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가 왜 세계 최고의 선수들만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었는지 쉽게 고개가 끄덕여진다.
 
  커쇼는 또 등판 전 상대 팀 타자들을 철저히 연구하고 분석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커쇼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상대 팀 타자들의 경기 장면이 담긴 비디오를 보면서 그들의 타격 습관이나 선호하는 구종 등을 면밀히 분석한다. ‘내가 저 상황에 있었다면 어떤 공을 던졌을까’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과 함께 말이다”고 말했다.
 
  커쇼는 살이 찌는 것을 예방하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 소식을 한다. 그는 등판하는 날도 클럽하우스 내에서 바나나 같은 과일이나 소량의 시리얼만 먹고 경기에 나선다. 그에게 등판하는 날 그렇게 적게 먹어도 되느냐고 묻자 “경기 후에 한 상 잘 차려 먹으면 되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며 미소를 지었다.
 
  결국 커쇼의 실력은 타고난 재능과 남다른 노력 게다가 끊임없는 연구와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야구 실력만큼이나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
 
  커쇼는 고교 시절 만난 여자친구 엘렌(Ellen)과 7년 교제 끝에 지난 2010년 12월에 결혼했다. 독실한 감리교 신자인 이들은 결혼 후 아프리카를 돕는 기독교 자선단체의 일원으로 잠비아를 방문했다. 그곳에서 커쇼는 당시 11세 어린 나이에 후천성면역결핍증(HIV)에 감염된 호프(Hope)라는 이름을 가진 한 고아를 만났다. 호프를 비롯한 잠비아 고아들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목격한 커쇼는 그들에게 ‘호프의 집(Hope’s home)’으로 명명한 보육원을 설립해 주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커쇼는 2011년부터 자신이 등판하는 경기에서 삼진 1개를 잡을 때마다 사비 100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했고 그해에만 총 49만2300달러(약 5억원)를 잠비아에 기부했다. 이는 당초 호프의 집을 짓는 경비로 예상했던 건축비용 7만 달러를 초과 달성한 금액이다.
 
  주목할 점은 커쇼의 이런 선행이 단 한 번으로 끝나는 전시용이 아니라는 점이다. 커쇼는 그 후로도 매년 시즌이 끝나면 아내와 함께 잠비아를 방문해 지속적으로 이들을 도와주고 있다. 학교도 지어줬다. 이뿐만이 아니다. 커쇼는 매년 골드글러브나 사이영 상 등 수상 시 부상으로 받는 보너스의 80%를 잠비아는 물론 미국 내 자선단체에도 기부하고 있다.
 
  대다수 메이저리그 선수는 정규시즌이 끝나는 매년 10월부터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이듬해 2월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개인운동을 한다. 개중에는 개인트레이너와 영양사를 고용해 휴식과 운동을 병행할 정도로 몸 관리에 집중한다. 오프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다음해 성적이 좌우되고 결국 좋은 성적은 고액연봉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커쇼는 이처럼 중요한 오프시즌의 한 달이란 긴 시간을 매년 잠비아에서 아내와 함께 봉사하며 보낸다. 종교적인 신념과 철저한 자기관리와 믿음이 없다면 경쟁자들이 노력하는 동안 외국에 나가 봉사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커쇼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선행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결혼 후 방문한 아프리카 잠비아에서 목격한 아이들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미국에서는 다수의 사람이 물질을 행복의 척도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잠비아에서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생필품만으로도 아이들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짓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야구를 한다는 게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자선활동은 야구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입니다.”
 
 
  부부 모두 근검절약
 
지난해 다저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 진출이 확정되자 커쇼가 아내 엘렌과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커쇼는 지난 2012년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Roberto Clemente Award)’의 수상자가 됐다. 이 상은 과거 메이저리그 외야수로 뛰었던 로베르토 클레멘테(작고)가 실천한 봉사 및 사회공헌활동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 평소 기부활동과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 등 타의 귀감이 되는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이 때문에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가장 명예롭게 생각하는 상이 바로 ‘로베르토 클레멘테 상’이다. 2013년에는 이와 유사한 ‘브랜치 리키 상(Branch Rickey Award)’도 받았다.
 
  커쇼는 연봉 3000만 달러를 받는 고소득자이지만 평소 근검 절약하는 모습을 실천해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그의 아내 엘렌 또한 다르지 않다. 특히 커쇼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은 팬들 사이에 큰 화제가 됐다.
 
  당시 커쇼는 SNS에 “엘렌(아내)은 이사 갈 때 아무것도 남기거나 버리지 않는다(When Ellen Kershaw packs up an apartment, she leaves nothing behind)”는 문구와 함께 한 장의 사진을 올렸다. 공개된 사진 속 가방 안에는 신발을 비롯한 각종 잡동사니와 심지어 두루마리 휴지까지 빼곡히 담겨 있어 커쇼 아내의 알뜰함을 엿볼 수 있었다.
 
  커쇼는 지난해 5월 아내 엘렌과 함께 집필한 자서전 《깨어나라(Arise)-신념을 가지고 살아라》를 출판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당시 커쇼는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구보다 야구를 좋아하며 이를 통해 많은 축복을 받았다”고 운을 뗀 뒤 “야구를 오래 하고 싶지만 평생 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은퇴 후 오랫동안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아내와 함께 고심하며 찾은 일이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도와주는 등의 사회봉사이다. 야구를 통해 받은 사랑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커쇼와 함께 당시 인터뷰에 참여했던 엘렌은 “우리가 쓴 책에는 커쇼가 마이너리그 시절에 겪었던 재미난 일화를 비롯해 아프리카 자선활동 등에 관련된 이야기도 담겨 있다”며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이 신념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꿈을 펼치는 삶을 살 수 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젊은 나이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가 된 커쇼. 하지만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커쇼는 자신의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승인 21승을 달성한 뒤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에 총 33번 선발 등판해서 21번 승리했다. 이것은 내가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고 더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증거이다. 현재에 만족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커쇼는 이어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선발 등판하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고 싶다’라는 부분에 대해 묻자 “그것은 나 자신을 위한 개인적인 소망이 아니라 팀을 위한 것이다. 쉽지 않은 목표이지만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커쇼가 이루지 못한 단 한 가지?
 
  모두가 인정하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커쇼. 하지만 그도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 바로 메이저리그 챔피언으로 불리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다저스는 지난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하며 4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은 어느 해보다 전력이 좋았던 다저스를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후보로 꼽았다. 다저스는 예상대로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서 강호 애틀랜타를 물리치고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에 진출했다. 하지만 NLCS에서 맞붙은 세인트루이스에 석패해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팬들은 다저스의 에이스 커쇼가 등판했던 NLCS 6차전 경기에서 패하며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되자 더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커쇼를 원망하지 않았다. 누구보다 커쇼 본인의 상심이 크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커쇼는 당시 팀 승리를 위해 평소보다 짧은 등판 간격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마운드에 오른 것은 물론 정규시즌에 비해 더 많은 공을 던지는 등 팀을 우선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초에 만난 커쇼에게 올 시즌 목표에 대해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월드시리즈 우승’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아픈 기억을 교훈 삼아 올해는 반드시 팀 동료들과 함께 목표를 이루겠다”며 전의를 다졌다.
 
  클레이튼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으로 이어지는 다저스 선발진은 메이저리그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한미 양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 커쇼와 류현진이 버티고 있는 다저스는 그래서 올해도 충분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다저스는 커쇼의 소망대로 올 시즌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우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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