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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스포츠 소식

‘280억원 규모’로 판 커진 프로야구 외국인 선수 시장

글 : 이상희  월간조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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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한화와 롯데에서 뛴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가 멕시코 대표로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을 때의 모습.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지난해 12월 프로야구 10개 구단 대표가 참석한 이사회를 열어 2014년부터 각 구단의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현행 ‘2명 등록 2명 출장’에서 ‘3명 등록 2명 출장’으로 확장했다.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30만 달러) 규정도 이날 폐지했다.
 
  KBO는 또 신생구단인 NC와 KT는 기존 8개 구단과의 전력 차이를 고려해 외국인 선수를 최대 4명까지 등록하고 경기당 3명까지 출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지만 두 팀 역시 2015년부터는 기존 구단과 동일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아울러 특정 포지션에 외국인 선수가 집중돼 국내 선수들이 경기 출전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를 모두 같은 포지션으로 채울 수 없는 새 규정도 마련했다. 즉 투수와 야수(타자)를 함께 뽑아야 한다.
 
  이로써 2015년부터 1군 무대에 진입하는 신생구단 KT를 제외한 나머지 9개 팀의 외국인 선수 규모는 역대 최고를 기록, 외국인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가 첫선을 보인 건 지난 1998년이었다. 당시 KBO는 ‘전력의 평준화와 더불어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취지하에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했다. 당시 KBO는 ‘외국인 선수의 범람으로 인한 국내 선수들의 질적 저하와 이에 따른 아마추어 선수 감소’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2명 보유 2명 출전) 규정을 마련했다. 또한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30만 달러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당시 프로야구는 8개 구단 관계자가 참가한 가운데 미국에서 공개테스트(Try out)를 통해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 하지만 이는 특정선수를 놓고 복수의 팀이 영입경쟁을 벌여야 하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그러자 KBO는 2001년부터 트라이아웃 제도를 없애고 각 구단별로 외국인 선수를 자유롭게 영입하도록 했다. 보유한도 역시 3명으로 증원했다.
 
  하지만 프로야구선수협회가 자신들의 설 자리가 줄어든다고 반발하자 KBO는 2003년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다시 2명으로 감축했고 이 규정은 지난해까지 유지됐다. 그러나 최근 3년 사이에 NC와 KT가 연이어 창단되며 한정된 시장 내에서 선수공급이 어렵게 되자 프로야구의 수준 저하를 막기 위해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를 증원한 것이다.
 

 
  한국야구 발전과 흥행에 도움된 외국인 선수 제도
 
  한국프로야구에 도입된 ‘외국인 선수’ 제도는 당초 의도대로 여러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국내 선수들의 기량은 외국인 선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상향 평준화됐고 높아진 경기력은 흥행으로 이어졌다. 특히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크게 위축됐던 프로야구 인기는 KBO가 꺼내든 ‘외국인 선수’라는 흥행카드를 통해 돌파구를 찾게 됐다.
 
  아울러 높아진 경기력은 한국야구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선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모든 제도가 그렇듯 프로야구에 도입된 외국인 선수 제도 역시 장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프로야구 각 팀당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는 2명이었다. 흔히 야구를 ‘투수놀이’라고 한다. 그만큼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대다수 구단은 그동안 외국인 선수를 투수 위주로 뽑았고 실제로 지난해 한국에서 뛴 외국인 선수 18명 모두 투수였다. 이는 국내 프로야구에 ‘투고타저(投高打低)’ 현상을 야기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았다.
 
  특히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외국인 선수의 몸값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KBO는 처음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했던 1998년 그들의 연봉을 30만 달러로 제한했고 이 규정을 지난해까지 유지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를 제대로 지킨 구단은 찾기 힘들거니와 이들이 발표한 계약내용을 액면 그대로 믿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실례로 지난 2011년 두산이 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영입하며 발표한 계약규모는 계약금 포함 연봉 30만 달러였다. 니퍼트는 2010년 메이저리그 텍사스 소속으로 월드시리즈까지 경험했던 수준급 투수였다. 당시 그의 연봉은 한화로 약 5억원이었다. 그런 그가 한국보다 좋은 야구환경과 더 많은 연봉을 포기하고 두산에 입단했다는 것은 누가 봐도 믿기 힘든 내용이었다. 이처럼 지난날 국내 프로야구에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외국인 선수 계약이 너무 많았다.
 
 
  이면계약 의심되는 경우 많아
 
  가장 최근인 지난해 12월 SK가 영입한 외국인 타자 루크 스캇(35)의 계약내용도 의문투성이다. 당시 SK는 구단 보도자료를 통해 스캇을 소개하며 “국내에서 활동한 외국인 선수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서 각각 통산 세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대형 타자”라고 소개했다. SK는 또 “메이저리그 출신의 외야수 스캇과 총액 30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 연봉 25만 달러)에 1년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스캇의 지난 5년간 연봉 추이를 살펴보면 SK가 발표한 내용은 믿기 어렵다.
 
  스캇은 지난 2009년 연봉으로 240만 달러를 받은 것을 비롯해 2010년(405만 달러)-2011년(640만 달러)-2012년(500만 달러) 그리고 지난해인 2013년에는 연봉 275만 달러를 받았다. 지난 5년간 받은 연봉총액만 무려 206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18억7000만원이다.
 
  우리 나이로 36세인 스캇의 전성기는 지났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메이저리그에서 충분히 현역생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스캇의 메이저리그 9년 통산 135홈런 기록이 말해주듯 지금까지 그만한 타자가 한국에서 뛴 적은 없었다. 그런 그가 지난해 연봉의 약 9분의 1만 받으며 낯선 한국에서 타향생활을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스캇의 경우처럼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외국인 선수의 비현실적인 계약은 지면에 다 거론할 수 없을 만큼 비일비재했다.
 
  이런 사례가 많아 지금까지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 규정은 실효성이 없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기자들 사이에서는 “외국인 선수가 한국에 오는 것은 재능을 기부하기 위해서”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돌았다. 또한 한국에서 뛰는 웬만한 외국인 선수의 연봉은 최소 100만 달러 이상이라는 공공연한 비밀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프로야구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실력 있는 메이저리그 출신의 외국인 선수는 통상 연봉 100만 달러는 줘야 데려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거금을 지불하더라도 규정상 모두 ‘총액 30만 달러’로 발표했다. 일종의 ‘다운계약서’ 또는 ‘이면계약서’ 작성이 공공연히 자행됐고 이는 해가 거듭되면서 관행으로 굳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KBO는 지난해 12월 이사회에서 외국인 선수의 보유한도를 증원하며 이들의 연봉 상한선도 철폐한 것이다. 또한 외국인 선수와의 재계약 시 전년도 몸값의 25%로 제한했던 연봉 인상규정도 삭제했다.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 제도’ 폐지에도 의혹 여전
 
  연봉 상한선 규정이 폐지된 후 국내 프로야구팀과 첫 계약을 맺은 이는 지난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에서 뛰었던 투수 앤드류 앨버스(29·Andrew Albers)이다. 프로야구 한화 구단은 지난 1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앨버스와 계약금 10만 달러 포함 총액 80만 달러(한화 약 8억5000만원)에 1년 계약한다”고 발표했다. 공식 발표상으로는 역대 최고 액수이다. 종전 30만 달러에 2.6배나 되는 금액이다.
 
  앨버스는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연봉 49만 달러(약 5억2430만원)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선수였던 그가 한국에 진출하려면 전 소속팀인 미네소타에 이적료를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한화와 미네소타 구단은 상호합의하에 이적료 규모를 밝히지 않기로 했다. 연봉 상한선 규정이 폐지됐지만 여전히 투명한 거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1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코치연수를 받은 전준호 현 NC 코치는 “외국인 선수 제도는 일종의 자유무역으로 볼 수 있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때문”이라며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외국인 선수 제도에 대한 평가가 크게 엇갈릴 수 있지만 부정적인 것만 보지 말고 투명한 계약과정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마련해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제도적 보완장치는 무엇일까? 익명을 요구한 미국 공인회계사(CPA)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에 한해 소득세 신고서를 KBO에 제출토록 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탈세에 대한 법적 징벌이 엄해 한국에 비해 세금신고를 잘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그동안 관행처럼 굳어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이면계약을 어느 정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선수는 거금을 투자한 위험한 ‘도박’
 
지난해 NC에서 뛴 투수 아담 윌크. 재계약에 실패한 그는 올 시즌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복귀를 노린다.
  프로야구를 포함해 국내 프로스포츠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를 ‘용병(傭兵)’이라고 부른다. 용병의 사전적 의미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쟁점의 구분 없이 고용돼 돈을 받고 싸우는 직업군인’을 뜻한다. 외국인 선수를 용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직 돈 때문에 타국(한국)에서 선수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에 비해 많은 몸값을 주고 영입하는 용병은 그래서 입단 즉시 자신의 몸값을 성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재계약은커녕 시즌 중에도 방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껏 한국프로야구를 거쳐간 용병의 평균수명은 2년이 채 안 될 만큼 짧다. 각 구단은 용병의 과거 기록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이들을 영입하지만 낯선 한국에서 겪게 되는 다른 언어와 문화 등 현지 적응 실패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용병 영입은 거금을 투자하지만 절대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일종의 ‘도박’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NC가 영입했던 투수 아담 윌크가 좋은 예이다. 아담은 영입 당시 첫 1군 무대에 진입하는 신생팀 NC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좌완투수인 그는 2009년 메이저리그 디트로이트에 지명돼 프로에 진출했고 단 2년 만인 2011년 5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을 만큼 실력이 뛰어난 투수였다. 특히 아담은 9이닝 기준 경기당 허용하는 평균 볼넷 개수가 겨우 1.3개일 정도로 제구력이 뛰어났고 탈삼진 비율도 경기당 7.7개로 수준급이었다.
 
  NC와 계약하고 처음 팀 훈련에 합류했던 지난해 1월 미국 애리조나에서 기자와 만났던 그는 한국무대 진출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배석현 NC 단장도 “아담은 야구실력뿐만 아니라 인성도 뛰어난 투수”라며 “올 시즌 우리 팀의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아담은 주위의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지난해 한국에서 총 17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 8패 평균자책점 4.12의 저조한 성적을 남겼다. 특히 그는 시즌 중반에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김경문 NC 감독을 비방하는 듯한 뉘앙스의 ‘권력을 잡을 자격이 없는 이가 권력을 가진 게 모든 악의 근원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끝나면 기쁠 것 같다(Empowering someone who doesn’t deserve the power is the root of all evil. I will be very glad when all this bullshit is over!)’라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고 그 일이 있은 후 얼마 안 있어 미국으로 퇴출됐다.
 
  아담은 미국으로 돌아간 뒤 기자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국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고 훈련습관 때문에 코칭스태프, 팀 동료들과도 마찰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좋지 않은 모습으로 팀을 떠났지만 어디를 가든지 항상 환대해 준 한국 팬들에게는 늘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NC에서 퇴출된 아담은 올 초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외국인 선수 성공사례는?
 
한화에서 7년간 선수생활을 한 제이 데이비스는 최장수 외국인 용병으로 꼽힌다.
  아담과 달리 용병의 성공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프로야구를 거쳐간 역대 용병 중 최장수 선수는 타자 제이 데이비스로 그는 한화에서 무려 7년이나 뛰며 통산 타율 0.313을 기록했다. KIA와 두산에서 활약한 투수 다니엘 리오스는 6년으로 데이비스의 뒤를 이었고 역시 타자인 클리프 브룸바와 타이론 우즈가 각각 현대와 두산에서 5년간 선수생활을 하며 성공적인 용병사례로 기록됐다.
 
  현역선수 중에는 지난 2009년 한국에 진출해 올해로 6번째 시즌을 맞는 넥센의 투수 브랜든 나이트가 역대 최장수 용병인 데이비스 기록에 가장 근접해 있다. 두산의 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역시 투수인 롯데의 크리스 옥스프링도 올해로 한국에서 4번째 시즌을 치를 만큼 성공적인 용병사례로 꼽힌다.
 
  한국에서 성공한 용병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선 국내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우수한 기량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상대팀들의 분석에 대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들 모두 한국 문화를 존중하며 팀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적응력을 지니고 있다.
 
  올해로 한국에서 4번째 시즌을 맞는 두산의 투수 니퍼트는 지난 2월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진행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첫 번째 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른 뒤 복수의 일본 팀으로부터 입단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이미 한국야구에 적응했고 한국에 대한 좋은 감정이 많았기 때문에 굳이 일본에 진출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며 “이제 한국은 내 고향처럼 편하고 좋다. 한국 생활에 만족하며 가능하면 두산에서 오랜 시간 좋은 활약을 펼치고 싶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출신으로 2011년 한국에 진출한 니퍼트는 지난 3년간 38승 20패 평균자책점 3.05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두산 마운드의 핵심 역할을 해냈다. 특히 퀄리티 스타트 51차례, 평균 6이닝 이상을 소화해 ‘이닝이터(Inning eater)’의 견고한 모습도 함께 보여줬다.
 
 
  니퍼트, ‘니느님’으로 불릴 정도로 인성과 실력 모두 최고!
 
올해로 한국에서 4번째 시즌을 맞는 두산 투수 더스틴 니퍼트. 그는 실력과 인성을 모두 갖춘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꼽힌다.
  니퍼트에게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그는 “야구는 어디에서 하든지 똑같다. 하지만 한국에 처음 갈 때는 언어나 문화 등 한국에 대해서 아는 것이 전혀 없었다. 편견을 갖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배우려는 오픈 마인드와 겸손한 태도 등이 한국에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니퍼트는 매년 미국에서 진행되는 스프링캠프 기간에 사비를 털어 팀 동료들에게 한식을 대접하는 등 인성도 훌륭하다. 그는 또 지난해 시즌 중 사비 2천만원을 들여 불우한 어린이 1000명을 야구장으로 초대해 직접 사인한 모자와 유니폼 등을 나눠주는 선행을 펼쳤다. 니퍼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도 그 선행을 이어갈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주저 없이 “물론”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에 진출한 뒤 열정적인 팬들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많이 생각했다. 한국에서 받기만 하지 말고 무언가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시작한 일인데 경기장에 초대된 아이들의 표정이 너무 맑고 밝아서 보람이 더 컸다. 그동안 한국에서 받은 과분한 사랑에 비하면 내가 한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야구실력은 물론 인성까지 뛰어난 니퍼트를 가리켜 국내 팬들은 ‘니느님’이라고 부른다. 이는 팬들이 그의 이름 니퍼트와 하느님을 조합해 만든 애칭이다. 니퍼트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자 그는 “과분하다. 욕을 제외하면 팬들이 나를 어떤 애칭으로 불러도 좋다”며 밝게 웃었다.
 
 
  비싼 몸값의 ‘傭兵’, 실패하는 경우도 많아
 
  한국을 거쳐간 용병 모두가 두산의 니퍼트처럼 인성이 좋은 건 아니다. 과거 롯데에서 뛰었던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펠릭스 호세는 1999년 10월 20일 삼성과의 경기에서 야유하는 관중을 향해 야구배트를 집어던져 벌금 300만원과 10경기 출장정지를 받았다. 호세는 2001년에도 삼성 투수 배영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해 퇴장당하는 등 통제하기 어려운 선수였다.
 
  역시 도미니카 출신으로 SK에서 활약한 틸슨 브리또는 2004년 8월 5일 삼성과의 경기 중 화를 참지 못하고 삼성 더그아웃까지 침입해 난동을 부렸다. 브리또와 친구 사이였던 또 다른 용병 호세 카브레라는 당시 환갑을 넘긴 김응용 삼성 감독을 공격하는 추태를 보였다.
 
  삼성이 지난 2001년 영입한 발비노 갈베스는 시즌 중 돌연 미국으로 돌아가 잠적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그가 45일이 지나도록 팀에 복귀하지 않자 삼성 관계자가 직접 미국으로 건너가 그를 데려왔다. 갈베스는 메이저리그는 물론 일본프로야구(NPB)도 거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다. 때문에 삼성이 그를 영입할 때 엄청난 거금을 들여 데려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삼성이 2004년도에 영입한 트로이 오리어리도 시즌 개막 직전에 돌연 미국으로 사라졌다가 10일 만에 돌아왔다. 무려 11년간이나 메이저리그에서 뛴 경험이 있는 오리어리가 삼성과 계약할 때도 뒷돈거래에 대한 의혹이 짙었다.
 
  우연이겠지만 남미 출신과 유색 용병들이 다혈질 성격으로 잦은 문제를 일으키자 2000년대 후반부터 국내에 유입되는 용병은 백인 선수들이 주를 이루게 됐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단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용병은 인성도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팀 분위기를 망친다”며 “그래서 우리는 비교적 교육수준이 높은 백인 위주로만 용병을 선발한다”고 말했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이 팀은 지난 수년간 백인 선수만 뽑았고 용병 보유한도가 3명으로 늘어난 올해도 백인으로만 그 수를 채웠다.
 
 
  ‘보류권 문제’
 
과거 KIA에서 뛴 투수 로만 콜론. 그는 전 소속팀 KIA와 보류권 문제로 마찰을 빚었다.
  로만 콜론이란 투수가 있다.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으로 지난 2010년 KIA에서 뛰었다. 시즌 중반 대체용병으로 한국에 왔지만 그해 8승 7패 평균자책점 3.91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기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2년 봄이었다. 당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취재차 캔자스시티 구단을 방문했을 때였다. 콜론은 일면식도 없는 기자가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털어놨다.
 
  콜론은 2010년 시즌이 끝난 뒤 KIA가 자신과 재계약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기쁜 마음으로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약속과 달리 재계약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KIA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어긴 것은 물론 자신이 한국 내 다른 구단에서 뛸 수 없도록 ‘보류권’을 행사했다며 억울해했다.
 
  외국인 선수와 관련된 KBO 규정 제10장 ‘독점교섭기간 및 보류권’ 조항에 의하면 ‘구단은 계약연도 11월 30일까지 재계약 의사를 서면으로 선수와 그의 지정 대리인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KIA 운영팀이 기자에게 공개한 재계약 통지서를 보면 ‘KIA는 콜론과 재계약할 의사가 있으며 KBO 규정에 따라 전년도 계약금을 포함한 연봉총액 75% 또는 그 이상을 2011년 연봉으로 지급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콜론은 기자에게 “이 서류를 받지 못했다”며 “KIA 운영팀으로부터 재계약과 관련해 구두로 언질을 받았으며 설령 재계약하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재계약을 원했기 때문에 KIA가 자신에 대한 보류권을 행사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KBO 규정 제10장 A조항에 따르면 ‘구단이 외국인 선수에게 재계약 의사를 통보했음에도 재계약하지 못하면 구단은 재계약 제안을 함으로써 다음 5년간 한국 구단에 대한 보류권을 갖는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구단은 외국인 선수에게 재계약 통보만 하면 해당 선수를 한국 내 다른 팀에서 5년간이나 뛸 수 없도록 묶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악용될 소지가 많다. 구단은 계약내용과 상관없이 선수에게 재계약 의사만 밝히면 해당 선수를 향후 5년간 다른 팀에서 뛸 수 없도록 보류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콜론의 경우, KIA가 그의 에이전트에게 재계약 통지서만 보냈을 뿐 재계약과 관련해 구단이 정확히 얼마의 연봉을 제시했으며 콜론이 어떤 이유로 재계약하지 않았는지, 그 어떤 증거나 관련서류를 제시하지 못했다. KBO 또한 구단이 재계약 통지서 사본만 제출하면 해당 선수의 소명이나 서명이 없더라도 특정선수에 대한 보류권을 인정해 주고 있다.
 
 
  한화가 선택한 ‘아름다운 이별’
 
  당시 콜론은 보류권 문제를 해결하고 한국무대에 복귀하기 위해 한국인 에이전트(존 리)를 고용했다.
 
  존 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KBO의 규정을 존중한다”는 말로 운을 뗀 뒤 “하지만 콜론의 경우는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만약 추신수가 그의 전 소속팀 클리블랜드와 재계약하지 않는다고 클리블랜드 구단이 추신수를 메이저리그 타 구단에서 뛸 수 없도록 5년씩이나 묶어놓으면 말이 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존 리 에이전트는 또 “콜론이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해 KBO에 공식 항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미국 기자들을 모아놓고 기자회견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일로 메이저리그 사무국까지 개입하면 이 얼마나 국제적인 망신인가. 그전에 문제가 잘 해결되길 바란다”며 KIA 측의 조속한 보류권 철회를 요구했다.
 
  기자가 KBO 운영팀에 현 외국인 선수 보류권과 관련된 행정상의 미숙함을 지적하자 그들은 “앞으로 외국인 선수의 보류권을 인정할 때 해당 선수가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관련서류 등을 확보하는 등 좀 더 합리적인 개선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KIA는 결국 2012년 말 콜론에 대한 보류권을 철회했다.
 
  이에 반해 ‘아름다운 이별’을 선택하며 좋은 선례를 남긴 구단도 있다. 한화는 지난해 국내에서 뛰었던 투수 데니 바티스타 그리고 대나 이브랜드와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이런 경우 그동안 대다수 프로야구 팀은 재계약하지 않는 선수에게 그들이 납득할 수 없는 소액을 제시해 그들 스스로 계약하지 않게 만든 뒤 이들에 대한 보류권을 행사했다. 행여나 그들이 국내의 다른 팀으로 이적해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화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와 맞지 않는다고 억지로 보류권을 행사하는 건 도의상 옳은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그들을 자유롭게 풀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외국인 선수들에게 선망의 무대가 된 한국프로야구
 
과거 현대와 넥센에서 뛰며 최고의 외국인 타자라는 찬사를 받은 클리프 브룸바. 은퇴한 그는 현재 미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프로야구는 초창기만 해도 야구의 종주국인 미국의 대학야구 수준이었다. 하지만 한국경제가 발전하고 국위가 높아진 것처럼 프로야구의 수준과 규모도 몰라보게 팽창했다. 프로야구의 규모는 미국이나 일본을 추월할 수 없지만 실력만큼은 점점 그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프로야구에 외국인 선수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만 해도 한국은 야구의 변방 취급을 받으며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환경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많은 연봉과 높아진 국위 그리고 한국야구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문화 등에 힘입어 오히려 한국에 오고 싶어 안달 난 이들이 많다.
 
  한국프로야구를 경험한 외국인 타자 중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분류되는 클리프 브룸바는 은퇴 후 미국 현지에서 가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팬들이 보여준 열정적인 응원과 친절함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이제는 선수가 아닌 코치로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보고 싶다”고 말할 만큼 한국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시했다.
 
2011년 넥센에서 뛰었던 타자 코리 알드리지. 그는 현재 멕시코리그에서 뛰며 한국무대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NC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외국인 투수 찰리 쉬렉(우).
  2011년 넥센에서 뛰었던 타자 코리 알드리지도 한국을 떠난 지 3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한국 무대로의 복귀를 희망하고 있다. 기자와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 알드리지는 한국프로야구에 대한 정보수집은 물론 한국 복귀를 목표로 멕시코리그에서 뛰며 기회를 엿보고 있다. 과거 한화와 롯데에서 뛰었던 타자 카림 가르시아도 한국 복귀를 강력히 원하고 있다. 내년이면 불혹(不惑)이 되는 그이지만 그 또한 멕시코리그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두산에 입단한 외국인 타자 호르헤 칸투는 “친구인 가르시아와 최근에 연락했는데 한국 무대로의 복귀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NC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하며 올 시즌 재계약에 성공한 투수 찰리 쉬렉은 최근 미국 애리조나에서 기자와 만나 “지난해 처음 경험해 본 한국은 인터넷으로 접한 정보보다 더 훌륭한 나라였다”며 “특히 한국야구 팬들이 보여준 독특하고 열정적인 응원문화와 야구열기는 세계 최고”라고 극찬했다.
 
  이처럼 국내 프로야구를 경험한 다수의 용병은 한국야구와 환경 등에 대한 만족감이 높은 편이다. 물론 투명한 계약내용 공개 등 여전히 개선해야 할 문제점이 남아 있긴 하다. 하지만 갈수록 다수의 수준급 용병이 국내에 유입되는 것은 팬들 입장에서 볼 때 분명 반길 일이다. 그만큼 수준 높은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많아진 용병 수만큼이나 높아진 팬들의 기대심리 때문에 올 한 해 프로야구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더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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