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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中央亞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 나선 중국

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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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너지 확보, 경제권 확대, 유럽 진출의 발판 일석삼조의 포석
⊙ 상하이협력기구 중심으로 反美전선 구축
⊙ 실크로드의 起點인 西安에 국제무역물류단지 건설
⊙ 중앙아 국가들의 對中경계심, 러시아의 견제 등 넘어야

李長勳
⊙ 57세. 서울대 영문과 졸업.
⊙ 공군사관학교 영어교관,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주간한국》 편집장 역임.
⊙ 저서: 《홍군 VS 청군-미국과 중국의 21세기 아시아 패권 쟁탈전》
    《네오콘-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유럽의 문화도시》 《러시아 곰은 웅담이 없다》 등.
2013년 9월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6개 회원국 정상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회원국 간 결속력 강화를 강조했다.
  “2100년 전 한(漢)나라의 장건(張騫)이 중국과 서역(西域)을 잇는 비단길을 개척했다. 현대에 사는 우리는 실크로드 경제권을 만들어야 하며 중국과 중앙아시아 모두가 번영하는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9월 7일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에서 연설한 내용의 일부이다. 시 주석이 언급한 장건(?~BC 114년)은 한나라의 제7대 황제 무제(武帝·BC 156~BC 87년)의 명(命)을 받아 BC 139년부터 126년까지 13년간 중앙아시아 각국을 돌며 외교·문화·교역의 물꼬를 튼 인물이다.
 
  무제는 장건이 개척한 길을 통해 매년 사신을 중앙아시아 각국으로 보냈고, 중앙아시아에서도 사신과 상인들이 한나라로 찾아왔다. 이때부터 중국의 비단이 중앙아시아를 거쳐 서아시아와 유럽까지 전해졌다. 중국의 비단이 운반되던 길을 ‘실크로드(絲綢之路·Silk Road)’라고 부른다. 총길이 6400km에 달하는 실크로드라는 이름은 독일인 지리학자 리히트호펜(Richthofen·1833~1905)이 처음 사용했다. 중국 중원(中原) 지방에서 시작하여 허시후이랑(河西回廊)을 가로질러 타클라마칸 사막(Taklamakan Desert)의 남북 가장자리를 따라 파미르(Pamir) 고원, 중앙아시아 초원, 이란 고원을 지나 지중해 동안(東岸)과 북안(北岸)에 이르는 길이다.
 
 
  중국과 ‘스탄’ 국가들
 
  시 주석은 “실크로드 경제권을 위해 중국과 중앙아시아 간 교통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태평양에서 발트해까지 연결통로를 만들고 이를 동유럽과 서남아시아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정책, 도로, 무역, 화폐, 민심 등 5가지가 통해야 한다는 이른바 ‘5통론(五通論)’을 제시했다. 시 주석이 말하는 실크로드 경제권은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유로존과 같은 경제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실크로드 경제권이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인구 30억명과 시장을 무대로 하는 거대 경제공동체가 탄생할 수 있다. 중국의 야심은 실크로드 경제권을 발판으로 내친김에 유럽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대륙의 한복판에 있는 교통요충지이다. 동쪽으로 중국, 서로는 유럽, 남으로는 이란과 인도, 파키스탄, 북으로는 러시아를 잇는 중심지에 위치하고 있다. 고대(古代) 실크로드가 지나는 길목이었던 중앙아 국가들의 특징은 국명(國名)에 ‘스탄(stan)’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스탄’이란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땅’을 의미한다. 중앙아 국가들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5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앙아시아는 ‘21세기의 제2의 중동(中東)’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는 자원의 보고(寶庫)이다. 이 지역에는 최소 2000억 배럴의 석유와 6조6000억m3의 천연가스(현재 기준으로 5조 달러어치)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5개국 중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우라늄이 집중 매장돼 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앙아시아 각국과의 관계를 강화할 경우 유라시아 대륙의 중심지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원까지 확보할 수 있다. 때문에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중앙아시아에 진출하고 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에너지 협력 증대에 힘입어 교역량이 1992년 4억6000만 달러에서 2012년 460억 달러로 20년 사이에 100배로 불어났다.
 
 
  新실크로드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과 유럽을 연결했던 실크로드의 모습을 담은 그림. 실크로드는 동서양 간 물품과 문명의 교역로였다.
  중국이 무엇보다 먼저 이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은 철도와 도로망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고대 교통로를 따라 이른바 ‘신(新)실크로드(New Silk Road·新絲綢之路)’를 구축하는 전략이다.
 
  현재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카스(喀什)에서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까지 연결하는 길이 937km의 고속도로가 뚫려 있다. 이 고속도로는 옛 실크로드의 출발점 시안(西安)과 란저우(蘭州)~우루무치(烏魯木齊)~카스를 잇는 중국의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중국은 이 고속도로를 이란 테헤란을 거쳐 터키 이스탄불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중국은 또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기점으로 중앙아시아 각국들과 연결하는 고속도로 12개를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이와 함께 철도 건설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 7월 자국과 독일을 잇는 10214km의 화물열차 노선을 개통했다. 이 노선은 중국 중부의 허난(河南)성 정저우(鄭州)를 출발, 중국대륙횡단철도(TCR)를 타고 카자흐스탄을 지난 뒤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를 거쳐 독일 함부르크로 이어진다. 열차 운송 시간은 16~18일로 선박을 이용했을 때에 비해 보름 정도 단축된다. 중국은 올해 이 화물열차 노선을 시험 운행하고 내년부터 연 50차례 이상 운행하며 본격적인 유럽행 철도화물 운송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 노선은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중국 간의 협력을 상징한다. 최근 들어 중국과 독일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란 말도 있다. 실제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유럽 연합이 태양광 발전 설비에 대해 중국에 반(反)덤핑 관세를 부과하려 하자 이에 반대하기도 했다. 실크로드라는 이름을 독일 학자가 지은 것처럼 아이로니컬하게도 독일과 중국이 신실크로드를 통해 손을 잡은 셈이다.
 
  때문에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앙아시아 각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각국이 고속도로와 철도로 연결되면 중국 공산품이 도로와 철도를 따라 중앙아시아로 손쉽게 수출되고, 중앙아시아의 석유와 천연가스 등 천연자원이 중국으로 손쉽게 운송될 수 있다.
 
 
  시진핑, 중앙아 국가들에 선물 보따리 풀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카자흐스탄을 방문해 나자르바예프 대통령과 우의를 다졌다.
  중국은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시 주석이 지난 9월 3일부터 13일까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각각 국빈 방문한 것도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신실크로드 전략의 일환이다.
 
  시 주석은 이들 4개국을 순방하면서 통 큰 선물 보따리도 풀어놓았다. 시 주석은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서도 연간 천연가스 도입량을 현재 400억m3에서 2020년까지 650억m3로 확대하고, 2016년 말까지 가스 파이프라인 2개를 추가로 건설해 주기로 했다. 중국-투르크메니스탄 가스파이프 라인은 투르크메니스탄의 아무다리야강 오른편에 있는 사만데페 가스전에서 시작해 우즈베키스탄의 사막과 카자흐스탄의 대평원을 지나 동과 서를 가로지르는 험준한 톈산산맥을 굽이굽이 돌아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까지 이어진다. 총연장 1833km인 가스 파이프라인은 지난 2009년 12월 개통됐다. 투르크메니스탄에는 7조5000억m3의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 주석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150억 달러(16조원)에 달하는 투자협정을 체결했다. 우즈베키스탄엔 6만5000톤의 우라늄과 방대한 양의 금(金)이 매장돼 있다. 시 주석은 중국-키르기스스탄-우즈베키스탄으로 이어지는 철도 건설공사를 조기에 착공하기로 약속했다.
 
  시 주석은 카자흐스탄 방문에선 1127km에 달하는 가스 파이프라인 공동개발 협약과 260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정을 맺었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CNPC)이 카자흐스탄의 카샤간 유전 개발 사업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카스피해에 위치한 카샤간 유전은 추정 매장량이 380억 배럴로 최근 50년간 전 세계에서 발견된 유전 가운데 최대 규모이다.
 
 
  자원의 寶庫 카자흐스탄
 
  중국이 중앙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으려는 국가는 카자흐스탄이다. 시 주석은 9월 8일 오전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알마티를 방문하면서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함께 중국 국가주석 전용기에 올라 ‘기내 정상회담’을 벌였다. 시 주석은 전용기에서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에게 조찬을 중국 가정식인 죽으로 준비해 대접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시 주석의 환대를 받고 “마치 중국에 온 듯하다”고 화답했다. 나자르바예프 대통령은 “카자흐스탄과 중국은 좋은 이웃, 좋은 친구, 좋은 파트너”라면서 “시 주석이 제의한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 구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은 “화학 교과서에 나오는 멘델레예프 주기율표에 나오는 모든 원소가 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천연자원이 풍부하다. 매장량 322억 배럴로 세계 7위인 석유를 비롯해 세계 2위 우라늄 및 텅스텐과 크롬, 세계 3위 망간 등은 물론 금·은·구리·아연·철·석탄도 세계 10위 안에 든다. 천연가스의 확인 매장량만 세계 16위이다.
 
  중국은 이미 2005년 12월 자국(自國)의 서부인 아라산커우(阿拉山口)와 카자흐스탄 내륙 유전(油田)지대인 아타수를 966km 송유관으로 연결해 하루 20만 배럴의 원유(原油)를 공급받고 있다. 중국은 이 송유관을 2011년 카자흐스탄 서부 켄키악 유전지대와 카스피해의 항구 아티라우까지 연장했다. 중국은 이 송유관 덕분에 카스피해 유전지대에도 빨대를 꽂고 있다. 중국 CNPC는 2009년 카자흐스탄 최대 석유생산회사인 만기스타우무나이가즈(MMG) 지분 50%를 매입했다. 또 국영 석유회사인 KMG에 50억 달러를 제공하고 개발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CNPC는 카자흐스탄의 총 36개 석유·가스전을 확보했다.
 
 
  세계 최대의 原油 수입국이 된 중국
 
  중국은 그동안 중앙아시아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동분서주해 왔다. 중국으로선 가파르게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려면 중앙아시아가 무엇보다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의 지난 9월 원유 수입량은 하루 630만 배럴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의 지난 9월 원유 수입량은 하루 613만 배럴이었다. 중국이 월간 원유 수입량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한 것은 사상(史上) 처음이다. 미국의 원유 소비량은 하루 1860만 배럴로, 중국(하루 1090만 배럴)에 비해 월등히 앞섰지만 국내 원유 생산량 차이에 따라 세계 최대 원유 순(純)수입국 자리는 중국에 돌아갔다. 중국이 앞으로 이런 원유 수입 추세를 계속 보인다면 내년에는 연간 원유 수입량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원유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소득이 늘어나면서 에너지 소비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중국 국민들의 자동차 보유 증가세이다. 중국의 올해 신차(新車) 판매량이 사상 처음으로 2000만 대를 돌파할 것이 확실하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자동차 신규 판매량은 2065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사회과학원은 현재 100가구당 개인 자동차 보유량은 20대지만, 앞으로 10년 뒤엔 60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의 전력(電力) 소비량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중국 국가에너지국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력 소비량은 2조4961억kWh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아시아는 중국의 최우선적인 에너지 공급원으로 떠올랐다. 중국이 중동이나 아프리카에서 해상수송로를 통해 공급받는 에너지 자원은 미국이나 인도에 의해 언제든지 해상에서 차단될 우려가 있다. 반면 중앙아시아는 중국과 육로(陸路)로 인접해 있다. 중국의 잠재적 적대국가로부터 지리적으로 안전한 셈이다.
 
 
  아프간 진출에도 적극적
 
  중국은 중앙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상하이협력기구(SCO)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상하이협력기구는 2001년 6월 15일 상하이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이 참여한 가운데 출범했다. 중국과 러시아가 당초 SCO를 만든 것은 자국 영토에 거주하는 중앙아시아 소수(少數)민족의 분리 독립을 막으려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SCO는 그동안 테러리즘과 분리주의 및 극단주의를 척결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SCO는 매년 알파벳 순서에 따라 돌아가면서 정상회의를 열고, 의장국은 정상회의 개최국이 맡는다. SCO에는 6개 회원국 외에 인도, 파키스탄, 이란, 몽골, 아프가니스탄이 옵서버로, 스리랑카와 벨라루스, 터키가 대화 상대국으로 각각 참여한다.
 
  중국과 러시아는 2014년 말 미국의 철군 이후 힘의 공백이 생기는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미국의 아프간 전쟁을 철저하게 외면해 온 두 나라는 어느 때보다 아프간의 평화 정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두 나라는 아프간에 개입하려는 대의명분으로 탈레반이나 알카에다가 다시 준동해 아프간이 혼란에 빠질 경우 중앙아시아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프간을 SCO 회원국으로 가입시켜 중앙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이 러시아보다 아프간 진출에 더 적극적이다. 아프간은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프간에는 구리를 비롯한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중국은 안보를 강화하고 경제적 이득도 챙기면서 지역 맹주(盟主)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일석삼조(一石三鳥)를 노리고 있다.
 
  시 주석은 9월 13일 키르기스스탄의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13번째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해 회원국들의 결속력 강화를 주창했다. 시 주석은 기조연설에서 “상하이협력기구가 앞으로 한배를 타는 정신을 바탕으로 협력을 강화해 공동운명체, 이익공동체로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들이 교통, 무역, 에너지 등 분야의 협력을 강화해 경제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상하이협력기구가 에너지 클럽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상하이협력기구의 결속력 강화를 제안한 이유는 상하이협력기구를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속셈은 아시아 태평양으로 중심축 이동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미국을 견제하기 위해 상하이협력기구를 일종의 반미(反美) 동맹으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또 다른 포석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최근 들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선 위구르 무장단체들이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각국을 오가면서 각종 테러를 저지르는 등 독립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중국으로선 위구르 단체들의 독립운동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선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들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보고 있다. 시 주석은 상하이협력기구 회원국들로부터 중국의 골칫거리인 위구르족 무장 독립 단체들에 대한 공동 대처 약속도 받아냈다.
 
 
  ‘중국의 火藥庫’ 신장위구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카슈가르. 이슬람교를 믿는 위구르인이 다수 거주하는 신장위구르자치구는 ‘중국의 화약고’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과거부터 동투르키스탄이라고 불리던 지역이다. 동서의 길이 2000km, 남북의 폭 1600km, 면적 160만km2인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국 전체 영토의 6분의 1, 한반도의 7.3배나 되는 광활한 지역으로 중국 31개 성(省)·시(市)·자치구 가운데 가장 크다.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민족이 바로 튀르크계 민족인 위구르족이다. 중국어로는 ‘웨이우얼(維吾爾)’이라고 부른다. 유럽인들과 같은 코카서스 인종이지만, 언어는 알타이어 계통의 위구르어를 사용하고 있다. 종교는 수니파 이슬람교를 믿는다.
 
  위구르족은 생김새나 말투, 종교가 한족과 완전히 달라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 가장 이질적이다. 현재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인구 2095만명 중 965만명(46%)이 위구르족이고, 한족(漢族)이 823만명(41%)으로 약간 적다. 위구르족은 독립국가를 유지해 왔지만 1884년 청(淸)나라의 침입으로 합병됐다. 이후 위구르족은 그동안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펼쳐 2차례 독립을 쟁취하기도 했다. 중국은 1949년 이 지역을 다시 합병하고, 1955년 신장위구르 자치구로 만들었다.
 
  위구르족은 신장위구르 자치구가 설치된 이후에도 계속 독립운동을 벌여왔다. 특히 위구르족은 자신들과 비슷한 튀르크계 이슬람 국가들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잇달아 독립을 한 이후인 1990년과 1995년, 1997년에 대규모 독립 요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은 이 지역에 한족을 대거 이주시키면서 동화(同化)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특히 중국 정부가 1998년부터 서부 대개발 정책을 추진한 이후 이 지역의 위구르족과 한족 간의 빈부(貧富) 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이 지역의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은 각각 중국 전체의 30%, 34%에 달한다. 그런데 이런 자원을 바탕으로 막대한 부를 쌓은 것은 한족 기업가나 상인인 반면, 위구르족은 대부분 농사에 종사하며 가난한 하층민으로 전락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위구르족이 한족과 다툼을 벌이는 사태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지난 2009년 7월 우루무치에서 위구르족과 한족 간의 충돌로 197명이 숨지고 1700여 명이 부상한 사건을 들 수 있다. 지난 10월 28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차량 돌진 테러사건도 위구르족 일가가 벌인 것이다.
 
  이 지역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세력은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이라는 무장 독립운동 단체이다. 이 단체는 그동안 각 테러 공격을 자행해 왔으며, 중앙아시아 각국과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및 터키 등에 있는 이슬람 과격 단체들과 연계를 모색해 왔다. 신장위구르 자치구는 중앙아시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발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요충지이다. 때문에 중국은 절대 신장위구르 자치구의 독립을 허용할 수 없다.
 
 
  국제무역물류단지 건설
 
  중국이 신실크로드의 거점으로 삼는 곳은 산시성(陝西省) 성도인 시안이다. 장안(長安)으로도 불리는 시안은 주(周)나라 때부터 진(秦)과 당(唐) 등 천 년 넘게 13개 왕조의 수도였다. 지금도 진시황릉(秦始皇陵)과 병마용(兵馬俑) 박물관, 화청지(華淸池) 등 옛 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특히 시안은 옛 실크로드의 기점(起點)이다.
 
  시안은 시진핑 주석의 정치적 고향이기도 하다. 시안과 가까운 푸핑(富平)은 시 주석의 부친 시중쉰(習仲勛) 전 부총리의 고향이자 묘소가 있는 곳이다. 시 주석은 문화혁명 때 집안이 몰락하자 산시성 옌안(延安)시 량자허(梁家河)라는 농촌으로 하방(下放)돼 7년간 힘든 시기를 보냈다.
 
  시안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서부 대개발’의 중심지다. 항공우주, 에너지, 화학산업이 집중해 있다. 서부 대개발은 중서부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동부 연안의 자본을 연계해 대륙의 균형발전을 꾀하기 위한 것으로, 중국의 21세기 주요 국가전략 사업이다. 서부 대개발의 성패(成敗) 여부는 바로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을 얼마나 긴밀하게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안에 ‘물 없는 항구’라 불리는 국제무역물류단지(國際港務區)가 세워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지역의 개발면적은 44.6km2에 이르며 보세물류센터 한 곳과 국제물류구, 국내종합물류구, 물류산업클러스터 등 3곳으로 짜여 있다. 오는 2015년까지 물류단지기지 공사가 완전히 끝나면 연간 화물처리 규모는 철도운송화물 2800만t, 컨테이너 처리량 305만 개, 고속도로 운송화물 3850만t 등 모두 6650만t으로 중국 최대 규모가 된다.
 
  국제무역물류단지는 시안이 신실크로드의 중심지라는 것을 상징한다. 중국 정부는 광대한 국토를 그물망식으로 교차하는 고속철도망을 건설 중이다. 중국의 정중앙에 위치한 시안은 유라시아횡단철도를 통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출발점이다.
 
  기원전 3세기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과 동쪽에서는 대규모 토목사업이 이뤄졌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All roads lead to Rome)’는 말이 있듯이 서쪽에서는 로마가 유럽 전역은 물론 중동과 아프리카까지 연결되는 도로를 건설했다. 로마는 사통팔달 뚫린 도로를 통해 자국의 문물과 군사력을 진출시키면서 ‘팍스 로마나(Pax Romana)’를 구축했다. 반면 동쪽에서는 진시황이 만리장성을 쌓았고, 진시황은 흉노 등 오랑캐의 침입에 대비해 국경을 강화했다. 역사는 거꾸로 되풀이되고 있다. 21세기를 맞아 경제 및 군사대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로마제국처럼 동서양을 연결하는 고대 실크로드를 부활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중국에서 모든 길은 시안으로 통한다.
 
 
  중국의 ‘낮은 포복’ 전략
 
  신실크로드 전략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상당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중국의 행보는 매우 신중하다. 그 이유는 바로 중앙아시아 각각의 국민이 대부분 중국에 경계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중국이 없으면 먹고살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지만 엄청난 인구와 힘을 가진 중국에 동화될 수도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들은 고대부터 중국과 벌여온 대결과 문화교류, 정복과 피정복으로 점철된 과거사를 잊지 않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각 민족은 ‘거대한 중국이 또다시 자국을 옛 소련처럼 지배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마저 갖고 있다.
 
  중국은 이를 의식해 낮은 포복(low-key) 자세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라나 미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중국은 현재 중앙아시아에서 장기전(長期戰)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자본 투자 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외교적 선의(善意)를 지속적으로 보이면서 향후 10~15년 정도라는 시간을 갖고 중앙아시아 각 민족의 민심을 자국에 우호적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중국이 중앙아시아 각국을 자국 편으로 서서히 끌어들이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경제적으로 종속되도록 하는 것이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각국 간의 교역은 대부분 위안화로 거래한다. 중앙아시아 어느 곳을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화폐가 위안화이다.
 
 
  러, 유라시아경제연합 추진
 
  중앙아시아 각국 국민은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해 온 생필품을 사용한다. 키르기스스탄의 경우 상업과 건설업, 운송업 등 주요 산업을 중국인들이 모두 장악하고 있다. 키르기스스탄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생필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이다. 키르기스스탄 남부의 가장 큰 도매시장인 카라수는 이웃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에서 몰려온 상인들 사이에서 중국산 제품의 메카로 떠올랐을 정도다. 카자흐스탄의 최대도시 알마티의 시장에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중국에서 상품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쉴새없이 들어온다. 카자흐스탄 국립대학의 중문과는 현재 최고 인기학과이다. 중앙아시아 곳곳에 ‘중국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속내는 중앙아시아에서 제도적이며 구조적인 경제협력을 공고히 구축하려는 것이다. 중국은 이를 위해 자유무역지대(FTA)를 창설하고 궁극적으로 실크로드 경제권이라는 동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이 추진하는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 전략을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 중앙아시아 각국은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국가들이다. 러시아는 그동안 중앙아시아 각국을 다시 자국 편으로 끌어들여 옛 소련과 같은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추진해 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구상해 온 유라시아경제연합(Eurasian Economic Union)이 바로 러시아의 전략이다. 러시아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카자흐스탄, 벨라루스와 함께 관세동맹을 우선 출범시켰다. 러시아 정부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을 오는 2015년까지 창설할 계획이다.
 
  때문에 러시아의 유라시아경제연합과 중국의 실크로드 경제권은 서로 상충(相衝)할 수밖에 없다.
 
  러시아는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중앙아시아 각국과의 안보 협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2002년 창설한 옛 소련권 군사협력체인 집단안보조약기구(CSTO)의 결속에 적극 나서고 있다. CSTO는 현재 러시아,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아르메니아 등 6개국이 회원국이다.
 
  러시아는 10월 31일 카자흐스탄과 새로운 군사협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러시아는 카자흐스탄 군 현대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최신 미사일 방어체계를 제공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또 카자흐스탄이 원하는 특정 무기에 한해서 자국 군대에 납품되는 가격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 인근의 칸트에 주둔하는 자국 공군의 규모를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러시아는 현재 칸트 공군기지 이외에도 동부 이식쿨 호수 인근 도시 카라콜에 지하무기실험 기지, 중북부 카라발타에 군사통신센터, 마일리수우에 지진관측기지 등 모두 4개의 군사기지를 운용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8월 모스크바에서 열린 에모말리 라흐몬 타지키스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테러단체 확산과 마약수송 방지를 위해 국경관리를 돕겠다”면서 2억 달러 규모의 군사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옛 소련의 부활을 노리고 추진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이 제대로 출범할지는 미지수이다.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은 “옛 소련 부활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러시아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우즈베키스탄은 지난해 6월 CSTO에서 탈퇴해 러시아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중국이 러시아 압도할 것
 
  중앙아시아에 대한 지배권은 현재로선 중국과 러시아가 양분(兩分)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앙아시아는 중국에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경제력으로 강하게 중앙아시아를 잡아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전략적으로 협력하고 있지만 앞으로 중앙아시아를 놓고 노골적으로 대결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에선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다는 말처럼 중앙아시아는 중국이나 러시아에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시 주석이 주창한 실크로드 경제권 구축이라는 구상이 머지않은 장래에 실현될 것만은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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