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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정현의 ‘저 높은 중국, 낮은 중국’ ⑩

시진핑 정부의 경제와 정치 미래를 듣다

글 : 김정현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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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정권의 경제·외교 정책 연구하는 양무 박사, 정융녠 소장 인터뷰
⊙ 리콴유공공정책학원 양무 박사, “싱가포르와 중국이 리콴유 통치철학 연구하듯 한국도 박정희
    연구해야”
⊙ 정융녠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중국 정부, 외교 부문에서 강경 노선으로 선회…
    앞으로 15년이 관건”

金正賢
⊙ 55세. 서울경찰청 경위 퇴직.
⊙ 주요 작품으로 《아버지》 《어머니》 《맏이》 《누이》 등 가족 연작.
⊙ 2002년부터 중국 베이징에 체류하며 《중국인 이야기》 시리즈 준비 중.
리콴유학원 아시아경쟁력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양무 박사(왼쪽사진)와 정융녠 싱가포르국립대학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을 선포한 덩샤오핑(鄧小平)은 그해 11월 싱가포르를 방문했다. 당시 수상이었던 리콴유(李光耀·90)를 만난 자리에서 덩샤오핑은 “싱가포르 발전모델을 배우겠다”고 언명했다.
 
  2010년 10월, 국가부주석 자격으로 싱가포르를 방문했던 현 중국 국가주석 및 공산당총서기 시진핑(習近平) 역시 리콴유와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과거는 물론 현재도, 미래도 싱가포르를 공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은 싱가포르국립대학으로 승격된 난양(南陽)이공대(NTU)는 덩샤오핑의 언명 이후 중국공산당의 ‘해외 당교(黨校)’라는 별칭으로 불려 왔다. 1만명 이상의 공산당 핵심간부들이 이곳에서 연수했다. 이들 중 일부는 싱가포르국립대학 리콴유공공정책학원(이하 리콴유학원) 연구소에 둥지를 틀고 각종 정책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돌아오는 11월에는 제18기 당중앙위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열린다. 지난해 취임한 시진핑 정부의 향후 정책방향이 제시될 전망이다. 리콴유학원의 중국 브레인들은 잠시 짬을 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쁘다고 했다. 어렵사리 한두 시간씩의 틈을 얻어 시진핑 정권의 경제와 정치, 외교정책에 대해 들어봤다.
 
 
  중국 경제발전 뒷받침하는 ‘城鎭化’ 정책
 
리콴유학원의 현판
  리콴유학원 아시아경쟁력연구소 경력연구원 양무(楊沐·70) 박사는 장쑤(江蘇)성 출신이다.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학을 졸업하고, 사회과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도중에 벨기에 루벤(Luven)대학에서 MBA를 취득했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는 영국 옥스퍼드에서 연수했다. 사회과학원에서는 현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중앙기율검사위 서기인 왕치산(王岐山) 등과 함께 공업발전전략 등을 연구하기도 했다.
 
  —세계적 경제위기 속에 중국의 지속성장에 대해 의견이 분분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과 미국은 아주 느린 속도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2008년과 2009년, 4조 위안을 투입해 금융위기에서 가장 먼저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2011년부터 경제성장 속도가 완만해져 올해는 7.5%로 하향곡선을 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서방의 학자들 중에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근 30여 년간 연평균 10%대의 성장률을 유지한 나라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현재의 성장률이야말로 정상적인 궤도에 진입한 것이라 봅니다. 앞으로도 중국은 현 추세의 성장이 유지되리라고 봅니다. 여기에는 중국의 성진화(城鎭化·농촌 도시화) 정책이 큰 배경이 됩니다. 성진화 과정에서 주택을 구입하고 소비재를 사는 등 기본수요가 창출될 것이니까요. 반면 미국과 한국 등은 이런 수요가 이미 충족된 상태이죠.”
 
리콴유학원의 전경.
  —시진핑 정부에서 성진화의 최종 목표치는 어느 정도인가요.
 
  “중국을 세계적 도시화 수준까지 끌어올리려면 80%대의 성진화가 실현되어야 하는데, 이 최종 목표는 시진핑 정부 10년 동안에 다 이루어 낼 수 없습니다. 이전보다 더 느린 속도로 서서히 이루어질 것입니다. 공업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현 단계에서 1차산업은 하강곡선이고, 3차산업만이 상승곡선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니까요.”
 
  —11월에 3중전회가 열립니다. 어떤 의제와 결론이 나올까요.
 
  “3중전회는 신임 링다오(領導·영도)의 통치방향과 정치이념을 엿볼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회의입니다. 보수파와 개혁파 간의 노선투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일부 보도도 있지만 이는 현재로서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향후 10년간 시진핑 정부가 추진할 경제정책의 방향은 어떤가요.
 
  “한마디로 올 초 제시된 ‘온증장(穩增長), 촉개혁(促改革), 조기구(調機構)’입니다.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고 개혁을 촉진하며 구조조정을 실현하는 것이지요. 현재 중국 정부의 최대 골칫거리는 지방정부의 부채입니다. 여전히 증가 추세입니다.”
 
 
  인센티브 주며 개혁 장려해야
 
  —개혁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구조조정만으로는 경제개선이 어려우니 더불어 개혁을 촉진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은행 개혁입니다. 현재 중국 은행의 경우, 대출은 시장체제로 움직인다고 하지만 관리감독은 여전히 정부통제하에 있습니다.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은행 개혁은 완전한 시장체제하에서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국유기업의 개혁입니다. 중국의 은행과 대기업은 아직도 대부분 국유입니다. 은행의 투자나 대출이 대부분 국유기업으로 치우치게 되는 원인이죠. 민영기업이 수혜자가 되고, 그로써 경쟁력을 키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세 번째는 정치체제의 개혁입니다. 지방정부의 불합리한 투자가 계속되는 건 경직된 정치체제에서 비롯된 겁니다. 이를테면 중앙으로부터 받은 과업과 목표 때문에 효율보다는 가시적 성과를 우선하는 것 같은 경우 말입니다. 그걸 인민을 우선적으로 책임지는 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환경오염을 불러 오거나 경제성이 없는 투자유치나 투자는 피해야 하는 일이죠.”
 
  —그런 이상적인 개혁들이 정치 지도층의 자기 불안감과 맞물리지 않을까요.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개혁 중에 인센티브를 찾아라’가 답입니다. 개혁 중에 보너스를 찾아라, 개혁하지 않으면 보너스도 없다는 뜻이죠. 중국은 아직도 집단이익을 추구하는 보수적 성향을 띠지만 개혁의 목소리는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혁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중국은 경제성장만큼 분배격차의 폭도 커져 사회적 불안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생활수준의 향상 면에서는 예전보다 좋아졌지만 경제의 급성장에 따른 빈부차이는 사람들에게 큰 불만심리를 주고 있습니다. 한국이나 대만은 중국보다는 나은 편이지요. 잘 알려지지는 않지만 지금 중국에서는 크고 작은 규모의 폭동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다만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큰 규모의 시위는 정부가 잘 통제하고 있는 편입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은, 중국 사람들은 초호화 아파트 담장 바로 옆의 부서져 가는 가옥에 살면서도 노골적인 시기심이나 불만을 표하지는 않는 일입니다. 특별히 인내하는 정서나 기질이 있는 건가요.
 
  “정치적 메커니즘에서 맥을 찾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근로자들의 시위나 파업이 법에 따라 비교적 관대하게 처리되지만 중국에서는 엄한 처벌을 받거나 정신병원에 보내지기도 합니다. 특히 톈안먼(天安門) 사건 등의 경험으로 가혹한 진압방식을 익히 알고 있기에 감히 자신들의 정서를 쉽게 분출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중국이 G2인지 중국 자신도 의아
 
  —복지문제는 중국에서도 언젠가 대두될 문제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재원을 충당할까요.
 
  “복지보다 우선 사회보장체제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국은 서방이나 한국과 같은 노선을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싱가포르에는 사실상 사회보장체제는 있지만 복지는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싱가포르에서는 의무적으로 급여의 20%를 떼어내 ‘공적금(公積金)’을 만듭니다. 주택구입이나 의료비 등 사회보장비를 거기에서 지원해 주는 거죠. 싱가포르 정부의 재정이 탄탄한 건 그렇게 사회보장비의 부담이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국이 복지 성격의 사회보장체제를 구축한다면 싱가포르 모델을 따를 가능성이 큽니다. 국가예산에 의존하는 복지는 불안정합니다. ‘공적금’은 자신이 낸 만큼의 비율에 따라 상응하는 복지를 누리는 것이기에 우리는 이를 강성정력(剛性定力·자신이 낸 비율에 따라 혜택을 받는 제도)이라고 합니다.”
 
  —최근 동아시아의 갈등이 깊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나라마다 색깔이 다른 정서와 역사 문제, 민족주의 문제 등으로 파생되는 내부적 원인과 주변국 관계에서 생기는 외부적 원인이 있습니다. 유럽이나 미국이 동아시아의 갈등을 부추기는 면이 있어요. 만약 동아시아가 협력하게 된다면 현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협력체가 될 것입니다. 당장 한·중·일의 국내총생산(GDP)을 합하면 전 세계 GDP의 20%가 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아시아시장을 주시하며 진정한 협력체가 형성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세력이 미국에 맞서면 불리하기 때문이죠.”
 
  —거꾸로 생각하면 중국이 세계경제의 패권을 원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라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대가 지나가고 G2의 시대가 왔다지만 정말 그런 위치인지 중국 자신은 의아해하고 있습니다. 패권을 추구하려면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한데, 현재 중국은 북한, 베트남, 필리핀 등 여러 주변국과 마찰이 빈번합니다.
 
  부정부패 척결, 지역 불균형 등 당면한 과제도 산적해 있습니다. 중국 대부분 지역의 생활수준도 아직 선진화에는 많이 미치지 못합니다. 생활습관이나 가치관 등도 G2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솔직한 현실입니다. 패권추구는 현실적으로 아직 불가능한 일입니다.”
 
 
  “한반도 통일, 더이상 중국에 위협 아니다”
 
2011년 한국에서 열렸던 ‘박정희 통치철학 포럼’에 참석한 양무 박사.
  —일본의 우경화는 한·중·일 협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경제협력체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나요.
 
  “댜오위다오(釣魚島)와 독도 문제, 과거사 문제 등 많은 문제가 있지만 결국 역사는 역사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로 세 나라가 갈등과 마찰을 빚으면 모두에게 무익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경제는 국제연합(UN),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등을 주축으로 미국 중심의 서방이 주도했습니다. 지금은 세계경제의 축이 서방에서 동방으로 넘어오는 과도기입니다. 한·중·일을 중심으로 동아시아가 세계경제를 이끌 지역공동체를 구축해야 합니다.”
 
  —당면한 문제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합니까.
 
  “한·중 FTA는 제7차 협상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간 여러 현안에 대한 뜨거운 설전도 있었지만 기본적인 윤곽은 잡혀 가고 있고요. 무엇보다 농업부문에서 합의점을 찾는 데 난항을 겪고 있지만 중국이 양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아세안(ASEAN)과의 FTA 협상 때도 중국은 협상타결을 위해 ‘조기수확(早期收穫) 정책(EHP·관세율을 즉각 철폐하는 품목 도출)’을 제시했습니다. 중국은 대국이기에 양보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농민시위를 전면적으로 통제할 정치 시스템도 갖추고 있기에 중국이 양보한다면 조기 타결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다만 한·중 FTA가 무르익는 단계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한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은 신중해야 합니다. 만약 한국이 우선적으로 TPP에 가입한다면 중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앞선 FTA 협상을 경험으로 한·중 FTA 체결에 이어, 한·중·일 FTA 협상을 이끌어 가야 합니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 중국은 기본적으로 어떤 입장인가요.
 
  “솔직히 말하자면, 이전에는 한반도의 분단상황이 유리한 점도 있었습니다. 베트남 통일 이후 북부 베트남과의 관계가 악화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지요.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오늘의 한·중 관계는 다릅니다. 한국은 중국의 3대 무역 파트너이잖습니까.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한반도 통일이 중국에 어떤 장애나 위협이 되지는 않으리라 봅니다. ‘한 사람을 보려면 그 사람의 친구를 보라(看一個人就看他的朋友)’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을 아직도 북한, 이란, 이라크와 한데 묶는 경직된 사고는 갖지 않았으면 합니다.”
 
  —2011년 한국에서 열린 ‘박정희 통치철학 국제포럼’에 참가한 바 있습니다.
 
  “예, 그때 저는 ‘박정희와 리콴유의 통치철학 비교’라는 주제발표를 했습니다. 두 분 모두 유사한 통치철학을 공유했고, 과(過)보다는 공(功)이 훨씬 큰 탁월한 지도자였습니다. 싱가포르국립대학에 리콴유학원이 있듯, 한국에도 비슷한 학원이 있어 통치철학 연구는 물론 미래 세계발전의 기둥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입니다.”
 
  양무는 한국과 중국,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공동체의 중요성을 줄곧 강조했다. 일견 반서방적 사고가 엿보이기도 하지만 소홀히 흘려들을 이야기만은 아닌 듯하다.
 
 
  “中, 대규모 공업화 기초 마련 끝냈다”
 
중국은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겪고 있다.
  싱가포르국립대학 동아시아연구소 소장 정융녠(鄭永年·51)은 저장(浙江)성 출신으로 베이징(北京)대학에서 국제정치학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는 미국 프린스턴대학에서 제임스 메이슨 장학금을 받아 취득했고, 하버드대학에서 박사후 과정을 밟았다. 1996년부터 싱가포르대학 동아시아연구소에 재직하며 영국 노팅엄대학 종신교수로 임명되었다. 여전히 중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의 발언 수위는 가끔 아슬아슬하게 느껴질 정도로 경계를 넘나들었다.
 
  —G2로 불리는 중국의 위상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대단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중국은 세계 2대 경제대국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G2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G2는 미국과 전략적 관계라는 것을 암시하는 의미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중국의 성장은 어디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요.
 
  “일부 서방 학자들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검토하는 등 비관적으로 보기도 합니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세계경제의 재난이 될 겁니다. 나는 고속성장 시대는 지나갔지만 향후 10~15년간 매년 6~7%의 중속 성장은 유지되리라 봅니다. 왜냐하면, 첫째는 대규모 공업화의 기초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도시화입니다. 중국의 도시화 비율은 53%대입니다. 이걸 70%대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이에 따른 경제동력이 있는 거죠. 셋째는, 중국은 국토가 좁은 일본이나 다른 아시아의 4용(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국가와는 달리 대륙성 경제대국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국토가 좁은 나라에서는 신발산업이 전자산업으로 전환하게 되면 기왕의 신발산업은 포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국토가 넓은 중국은 발전된 동부에서 아직 낙후된 중부나 서부로 옮길 수 있습니다. 즉 산업의 업그레이드가 지속될 수 있는 것이지요.”
 
  —결국 도시화로 귀결되는 것인가요.
 
  “도시화는 지속발전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고, 여러 방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지요. 우선은 인구 요소인데, 노령화에 따른 퇴직연령의 조정과 산아제한 정책의 불합리성이 당면 과제입니다. 그건 서서히 조정해 나갈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지역 간, 빈부 간의 양극화인데 빈곤을 다른 각도로 보면 성장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즉, 돈을 벌어 잘살고 싶어하는 욕망을 성장동력으로 활용하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굉장히 낙관적입니다.
 
  “물론 그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은행, 세금, 지방채무 등이고, 이의 개혁에는 정치 요소가 작용합니다. 일본이나 아시아 4용은 선진국 경제체제가 되었고, 필리핀이나 태국 등은 중등소득국가의 함정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들 함정은 조기 민주화가 전제된 게 사실입니다. 민주화가 되면 통제력을 발휘하기 쉬운 유효한 정부가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중국의 민주화가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양이 3권분립이라면 中은 7권 분립
 
  —결국 중국의 정치개혁은 다당제를 기본으로 하는 서방의 민주주의체제와는 다른 방식이겠군요.
 
  “지속적인 경제발전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두 가지 요소는 사회안정과 유효한 정부입니다. 중국이 싱가포르를 경제발전 모델로 삼는 이유는 일당체제이면서도 청렴한 정부가 들어서 사회안정을 실현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에서 반대당이 생기는 것은 어렵고, 개혁의 지향점은 당내 민주체제입니다. 즉, 민주공산당 안에 여러 파가 공존하는 ‘개방된 일당체제’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체제는 공산당의 통치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고, 반대 당원을 흡수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서양의 정치체제는 ‘외부다원주의’라 부르고, 중국은 ‘내부다원주의’라 합니다.”
 
  —중국 지도부의 계파 간 경쟁은 독선을 견제하는 기능도 있겠지만 상호 간 이익을 위해 타협으로 귀결될 수도 있겠습니다.
 
  “아주 재미있는 문제입니다. 칭화(淸華)대학 중국국정연구센터 주임인 저명한 경제학자 후안강(胡鞍鋼)은 중국의 집체총통제(集體總統制)를 미국의 개인총통제와 비교한 바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 시대에는 개인독재체제였다가 그 뒤부터 집체영도체제로 변화되었습니다.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집체영도라는 것입니다. 80년대에는 5인, 그 뒤에는 7인, 다시 9인, 현재는 7인의 상무위원이 모두 각자의 권력을 행사합니다.
 
  쉽게 말해 서양이 행정, 입법, 사법의 3권분립체제라면 중국은 현재 상무위원 각자의 7권분립인 셈이죠. 이런 내부다원주의는 각기 자신의 계파를 형성하며 이익을 추구하다 보니 화합을 이끌어 내기 어렵고 결정이 지연되는 약점이 있습니다. 반면 타협이 어려운 그 점에서 서로 견제하며 균형 있게 조율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그런 중에도 중국 지도부는 한 가지 공통된 인식은 가지고 있는데, 바로 경제발전입니다. 지금 중국 인민들은 새로 들어선 시진핑 정부가 전체이익관(全體利益觀)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인지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개혁하지 않으면 혁명당한다
 
리관유 전 싱가포르 수상.
  —‘중국은 개혁하지 않으면 혁명을 당할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더군요.
 
  “우선 중국은 역사적으로 농민혁명 등 많은 혁명이 있었습니다. 마오쩌둥도 농민혁명으로 세력을 구축했고요.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 또한 혁명이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개혁을 추진한다면 혁명이 필요없지만, 개혁추진이 없으면 혁명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개혁·개방에 따른 양극화와 부정부패 등은 또 다른 불만을 야기했고, 그로 인해 마오쩌둥주의로의 회귀를 바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습니다. 더구나 변화된 새로운 사회에서 사회매체, 공공지식층, 인터넷이 합쳐지면 혁명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이집트, 중동처럼 말입니다. 사실 중국정부도 이런 사회혁명에 대한 우려가 깊어 현재 사회안정 유지에 투입되는 비용이 군비(軍備)보다 더 많은 실정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앞서 차기 지도자로 굳혀지며 먼저 싱가포르를 찾았습니다. 어떤 함의가 있나요.
 
  “중요한 사안입니다. 역대 최고지도자들도 모델로 삼았지만, 특히 시진핑 정부는 싱가포르의 청렴과 법치를 바탕으로 사회건설, 사회개혁, 사회관리 등을 추구할 것으로 봅니다.”
 
  —리콴유 전 수상의 통치행태는 유교적 입장의 독특한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진핑 정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중국의 유교전통에 바탕을 둔 수직적 민주주의와 서방의 수평적 민주주의를 잘 조합한 성공모델이 리콴유의 통치방식이었습니다. 발전을 지속하면서도 전통을 지켜 가야 할 중국 지도부에는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최근 동아시아의 갈등이 깊습니다. 일본의 우경화가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요.
 
  “저는 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과거 유럽에서 프랑스와 독일처럼, 동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일본 간의 관계가 주축을 이룹니다. 하나의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있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니 중국과 일본의 관계가 아주 좋아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한·중·일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협력체도 쉽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EU는 독일의 역사문제가 해결되었기에 탄생 가능했지만 일본은 역사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국가화를 추구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향후 동아시아는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가? 저는 한·미·일 연맹을 결성하고, 한·미·중도 연맹을 결성해 이 두 연맹 간에 상호 빈번한 교류를 갖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즉, 두 시스템이 하나로 합쳐지기는 어렵고 두 시스템으로 지속되는 것인데, 한·미·일 동맹과 한·미·중 동맹으로 이어져 독립된 두 체제로 가야겠지요.”
 
  왜곡된 과거사에 함몰된 일본의 세대가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이 전제라면 그의 생각도 한 방법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中, 15년쯤 뒤 ‘진짜 강대국’ 된다
 
  —최근 발간된 리콴유 회고록에는 중국의 강경외교노선에 대한 우려도 들어 있습니다.
 
  “총체적으로 말하자면, 중국의 외교정책은 앞으로도 비교적 강경노선을 걸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선, 개혁·개방 초기에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따른 구조조정을 했지만 지금은 중국의 국제적 지위 부상에 따라 내수촉진 등 자국 상황에 맞는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합니다. 또 경제발전이 일정 단계에 들어서면 국방력 강화를 꾀하게 됩니다. 중국이 지금 바로 그 단계에 들어서 점점 군비를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주변국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현재 중국 외교정책도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앞으로 15년쯤 뒤 중국이 정말 강대국, 즉 고소득국가가 되었을 때는 다른 국가들이 중국 시스템과 조율하며 개혁이나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될 겁니다. 그러니 향후 15년간의 외교정책이 가장 어려울 것입니다.”
 
  솔직하지만 주변국으로서는 상당히 우려되는 발언이다.
 
  —중국의 외교정책은 전통적인 영토 확장, 패권주의적인 면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역사분쟁도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이죠. 이런 점이 주변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1996년부터 싱가포르에 있으면서 이 문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러시아, 베트남, 인도 등과의 접경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가 대두됐습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대륙국가입니다. 해상문제 해결에는 경험이 거의 없는 셈입니다. 또 미국과 달리 중국은 외교정책이나 군사현대화 등에서 여전히 투명하지 못합니다. 그런 면 때문에 주변국이 불안해하기는 합니다. 경제성장으로 G2의 지위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국제적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데, 중국은 지금 산적한 국내 문제 해결에도 벅차 국제 문제에는 수동적입니다. 더구나 중국의 시스템은 외교정책에 있어서도 내부다원주의입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데도 외교부 한 곳이 아니라 당 대외연락부, 국방부, 상무부 등 여러 곳이 관여하죠. 심지어는 지방정부 국유기업의 외국투자업무까지 외교교섭으로 간주합니다. 외교부의 역할이 방만하면서도 너무 좁은 거죠.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 같은 부서도 없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패권을 추구할 수 있겠나 하는 거죠. 미국의 패권계획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일본, 유럽, 독일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대응할 뿐이지 패권계획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시진핑 정부, 북이 핵포기 안 하면 교류 단절 불사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이 궁금합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까요.
 
  “시진핑 정부가 들어서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확실해졌습니다. 북한에 핵 포기를 설득하고, 포기하지 않으면 중·조(中朝)교류 단절까지 들먹이고 있습니다. 이전 정부까지는 북핵에 대한 명확한 정책 없이 경제지원이 이루어졌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미국, 한국과 함께 적극적으로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북핵 문제는 이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검증받는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단, 목표는 미국이나 한국과 같지만 방법상 무력으로 해결하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인위적인 정권교체에도 반대합니다. 아직까지 어떻게 포기시키느냐 하는 방법에서는 국제적으로 공통된 인식을 찾지 못하고 있지만 목표가 같은 건 분명합니다. 이전 정부와 분명히 다른 점입니다.”
 
  —한반도 통일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미국학자와 이에 대한 토론을 가져 봤지만 결론은 같았습니다. 중국과 대만의 통일이 아직 시기상조인 것처럼 한반도의 통일도 현재는 고려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그럼 지금 시점에서 한국과 북한이 취해야 할 방향은 뭔가요.
 
  “중국은 현재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兩岸)관계처럼 문제를 만들지 말고 안정적인 선에서 교류를 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방향으로 나간다면 중국은 적극 지지할 겁니다.”
 
  현실과 미래에 대한 수많은 분석과 전망이 있다. 저마다 근거가 있고 일리도 있다. 귀가 솔깃해 마음이 동하는 것은 내 입맛에 맞는 이야기다. 문제는, 밝은 전망이라면 간과한 부분은 없는지이고, 어두운 전망이라면 의도된 무엇은 없는지이다.
 
  두 사람은 중국의 브레인이지만 학자로서 비교적 자유롭게 발언한다. 우리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드러내지 않은 중국 속내의 일면이고 우리를 둘러싼 냉정한 국제관계라면 거슬린다고 무시할 일만은 아니다. 특히 동아시아의 주축은 중국과 일본으로, 한·미·일, 한·미·중 연맹에서 동맹으로 발전시켜 두 시스템으로 상호 견제하며 지속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한반도 통일에 관한 두 학자의 다른 발언도 제각각 일리가 있다.
 
  이번 취재를 하며 싱가포르국립대학 리콴유학원의 역할이 인상 깊었다. 리콴유 수상은 아직 생존한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의 이름을 붙인 학원을 만들어 세계적 정책학원으로 성과를 거두며 주목받고 있다. 그렇다고 그의 업적을 찬양하지도 않는다. 공과(功過)를 분석하여 공은 더 나은 정책으로, 과는 오류의 재발을 막는 반면교사로 삼는다. 징그럽도록 과거에 매달려 신음하는 우리와는 정말 다른 모습이다. 이제 그만 전향적으로 돌아서 미래를 보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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