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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세계화, 代案은 없는가 7

분쟁의 세계화… 인간 안보에서 길 찾기

글 :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글 : 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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林玄鎭
⊙ 62세.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소장, 서울대 사회과학대학장.
⊙ 한국사회학회장, 한국NGO학회장, 국제개발협력학회장 등 역임.
⊙ 저서: 《지구시대 세계의 변화와 한국의 발전》 《NEW ASIAS》 《글로벌 NGOs》 등.

孔錫己
⊙ 41세.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하버드대 사회학 박사.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경희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글로벌 NGOs》 《인권으로 읽는 동아시아》 등.
198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30만명의 소년병이 활동하고 있다.
  전쟁, 또 전쟁
 
  매일 아침 우리는 국제뉴스를 통해 전쟁, 분쟁, 테러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나오고 재산피해가 속출하고 있음을 접하게 된다. 그러나 전쟁과 분쟁 소식이 일상화하면서 피해 주민과 지역에 대한 우리의 걱정과 연민의 마음도 어느덧 무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망 소식으로 테러 공격에 대한 공포와 불안감도 약화되어 이제는 테러경고 예보에 대해서도 연례행사처럼 무감각해지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세계의 분쟁현황을 데이터베이스(DB)화한 내용의 연도별 추이를 살펴본 결과, <도표>처럼 다양한 형태의 분쟁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03년 11월 말 현재 진행 중인 분쟁지역은 84곳이며 종료된 곳은 17개로 이는 점차 국제 충돌분쟁이 감소하고 대립분쟁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급속히 확산하고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 환경적 차원의 세계화가 전쟁 혹은 분쟁을 야기하고 있는가? 위의 추이에 따르면 분명 탈냉전 시기의 전쟁 양상은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전통적 의미의 국가 대 국가 전쟁이나 식민지 해방 차원의 민족해방 전쟁에서 일국의 경계 내에서 발생하는 내전들로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쟁에 대한 개념은 매우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전쟁을 ‘1년 동안 1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낳는 적대적 행위’로 볼 때, 1990년대 이후 전쟁 수가 무려 20개가 넘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전쟁과 군비·군사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스웨덴 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10년 《군비·군축·국제안보연감》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1년에 1000명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전쟁은 해마다 15건이 넘는다.
 
  분쟁발생 건수를 국가 및 지역별로 볼 때 아시아에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카슈미르, 스리랑카가 분쟁의 중심지이며, 유럽에는 러시아-체첸 분쟁이, 미주지역에서는 콜롬비아 내전이 고질적인 분쟁지역으로 꼽힌다.
 
  국제분쟁 방지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는 민간 싱크탱크인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벨기에 브뤼셀 위치)도 2010년대에 전쟁, 유혈폭동 혹은 대규모 테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 16곳을 예고하였다. 여기에는 아시아의 이라크,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레바논과 아프리카의 콩고, 소말리아, 짐바브웨, 기니, 수단, 코트디부아르, 나이지리아와 그리고 중남미 지역의 콜롬비아, 멕시코, 과테말라, 아이티, 베네수엘라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석유를 비롯한 자연자원의 이권을 둘러싼 정치·경제적인 갈등, 그리고 중남미는 마약 등의 문제가 정치적 갈등과 얽혀 유혈충돌을 낳고 있다. 중동지역의 팔레스타인, 레바논, 이라크, 아프가니스탄과 발칸반도의 보스니아, 코소보와 아프리카의 수단, 르완다, 소말리아에서는 한정된 영토와 자원을 둘러싼 이민족끼리의 분쟁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전쟁원인이 과거에는 정치적 이해관계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경제적 이해관계를 넘어 언어, 혈연, 종교, 심지어 정서에까지 그 미움과 불신의 골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자 그대로 우리는 전쟁의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영구평화는 불가능한가
 
  냉전시기의 전통적인 ‘국가안보’ 개념에서 탈냉전 이후 ‘인간안보(human security)’ 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였다. 전자(前者)는 국가가 안보의 대상이자 주체이며 군사적인 위협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의 생명, 재산을 보호하는 것을 의미한다. 후자(後者)는 세계화가 강화·확대되고 비군사적 위협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빈곤, 환경, 인권, 난민, 여성차별, 질병, 기아 등에 대한 위협으로부터 개인 차원의 보호와 대응을 의미한다.
 
  1994년 <유엔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인간안보를 공식적 개념으로 제안하면서 그 안에 7가지 주요 차원을 포함시켰다. 여기에는 경제안보, 식량안보, 건강안보, 환경안보, 개인의 신체안보, 공동체 안보, 그리고 정치적 안보를 포함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인간안보 개념은 인권을 증진시키고, 인간개발을 강화하는 동시에 국가안보를 확보하는 상호 연계의 결과물을 강조한다.
 
  안타깝게도 점증하는 대립분쟁을 더욱 가속화시킨 것은 바로 2001년 9·11 테러행위에 대한 반(反)테러 전쟁이었다. 테러와의 전쟁은 평화는 말할 것도 없고 인간안보―인권보호, 인간개발, 국가안보―를 달성하는 데 크나큰 걸림돌이 되고 말았다.
 
  9·11 사태와 이후 테러의 확산은 사실 구미 패권(覇權) 국가가 그 원인을 제공한 측면이 강하다. 테러행위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들의 테러행위를 강대국의 탐욕스러운 대외정책에 대한 저항운동으로도 규정한다. 특히 미국이 보여 온 석유자원 독식, 일방적인 친(親)이스라엘정책, 그리고 세계를 무력으로 좌지우지하겠다는 패권전략에 대한 폭력적 저항이 바로 테러로 이어진 것이다.
 
  노엄 촘스키는 이를 두고 “미국의 일방주의적 패권 추구가 끝 모를 테러 전쟁의 시대를 열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테러 대 대(對)테러 전쟁은 영구전쟁이나 다름없는 현실을 낳았고 그 피해는 군인보다 일반 시민, 특히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가 주된 피해자요 희생자가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반미적 정서에 기초한 폭력저항 행위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테러의 가장 큰 문제는 그 주장이 아무리 고상하고 옳다 하더라도 불특정 다수의 무고한 시민을 희생양으로 삼아 극도의 공포감을 사회적으로 조장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 테러행위를 통해 패권국가를 상대로 물리적인 타격을 준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테러리스트들은 한 건의 테러에 평균 150달러 미만의 저비용을 갖고 일반 시민들 사이에 공포와 불안감을 확대시켜 패권국가의 정당성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테러공격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네오콘들은 테러의 원인을 빈곤, 무지나 종교적 편견에서 찾은 나머지 보안 강화와 군사적 압박을 통해 테러행위를 막을 수 있다고 오판했다.
 
  그러나 대부분 자폭 테러행위의 동기는 종교적인 것이 아닌 세속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동지역에서 이어지고 있는 테러행위는 자국 영토에서 외부의 적을 몰아내기 위한 투쟁으로 이해되고, 테러행위자를 ‘순교자’로 추앙하고 있는 상황이며, 테러행위 자원자는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테러와의 전쟁은 영구전쟁을 불러왔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때 전지구적 차원의 영구평화는 칸트가 말했듯이 무덤 속에서나 가능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10년간 국방비지출 49% 증가
 
  역설적이게도 전지구적 차원의 경제위기 파고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국방비 지출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국제평화연구소의 《2010 국방비 연감》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10년간의 국방비 지출이 49%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군비지출은 1조5310억 달러나 된다. 이는 전년 대비 5.9% 증가한 것이고, 이를 전 세계 인구로 나누면 1인당 224달러가 된다. 군사비 지출 규모를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이 단연코 1위(전 세계 40~45%)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뒤를 이어 중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일본,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이탈리아가 10위권을 이루고 있다.
 
  한국의 경우는 브라질 다음으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2009년 현재 한국의 1인당 군사비 지출규모는 499달러로 전 세계 평균(224달러)보다 2배가 넘는 수준이다. 한반도 주변 강대국들의 군비경쟁을 고려할 때 한국의 군사비 지출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것은 여전히 전통적 차원의 안보개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매우 후진적 태도가 아닐 수 없다.
 
  군비경쟁은 대립분쟁을 증가시키고 시민들을 전쟁의 공포와 불안으로 몰아넣어 종국에는 인간안보―인권증진, 인간개발, 국가안보의 삼자적 결합―를 후퇴시킬 것이다. 군비경쟁과 상시적인 분쟁 혹은 잠재적 분쟁상태는 인간안보의 치명적 후퇴를 가져올 수밖에 없기에 테러와의 전쟁시대를 불러온 패권국가들은 하루 속히 이 전쟁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할 것이다.
 
  혹여 이러한 전쟁종결 선언이 테러의 확산을 부추기지 않을까 걱정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안보의 측면에서 전쟁의 근본원인과 그 해결책을 찾는 데 전지구적 공동노력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최근의 초국적 캠페인 ‘KONY2012’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분쟁의 탈출구, 인간안보로 접근하기
 
소년병들을 전쟁터로 내몰고 있는 우간다 반군지도자 조셉 코니.
  2012년 3월 초 미국의 한 사회운동 연구자로부터 흥미롭고도 놀라운 이메일을 받았다. 주요 내용은 세련되게 제작된 유튜브 동영상을 소개하는 것인데, 그 내용은 아프리카 소년병의 인권보호를 호소하는 충격적인 것이었다.
 
  간략히 정리한다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전범재판 1순위인 우간다 저항반군 지도자 조셉 코니(Joseph Kony)를 전지구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다양한 채널의 정치적 압력을 동원하여 코니와 그의 무장반군세력 LRA(Lord’s Resistance Army)를 무력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그들을 ICC에 회부하여 아프리카에 횡행하고 있는 소년병 징집문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납치, 약탈, 강간 등의 문제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우간다의 반군지도자 조셉 코니를 ICC에 회부하자는 초국적 캠페인은 소위 3S―규모(scale), 속도(speed), 범위(scope)―측면에서 볼 때 매우 성공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동영상 공개 이후 인터넷은 물론 모든 언론과 방송매체가 서둘러 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소개하였다.
 
  이 초국적 캠페인은 충격적인 유튜브 동영상을 기획과 제작은 물론 그의 아들과 함께 직접 출연까지 한 제이슨 러셀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시작되었다. 2003년 러셀은 우연한 계기로 우간다에서 LRA 소년병 제이콥을 만나게 되었다. 반군에서 가까스로 도망친 제이콥은 형의 죽음을 슬퍼하며 코니의 무자비한 인권유린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ICC는 코니의 죄목을 무려 33가지로 밝히고 있는데 살인이 13건, 납치, 약탈, 강간, 소년병 징발 등 전쟁 관련 범죄가 21건이나 되었다. 코니와 그가 이끄는 LRA는 분쟁국가들―우간다, 콩고민주공화국, 수단 남부,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잔혹한 범죄를 무차별적으로 저지르고 있다.
 
 
  소년병 교육 등 필요
 
  본격적인 초국적 캠페인을 전개하기 전에 러셀은 일단 제도권 정치의 압력을 동원하고자 대통령을 포함한 유력 정치인의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하였다.
 
  그러나 그는 정치권에 대한 로비 혹은 지원활동의 한계를 경험하면서 초국적 운동단체인 ‘보이지 않는 아이들(Invisible Children)’의 설립을 주도하게 되었다. 이후 이 단체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환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전지구적 차원의 코니 고발 캠페인을 전개하기 위해 동영상을 제작하였고, 이를 2012년 3월 5일 인터넷에 처음으로 공개하게 된 것이다. 공개 일주일 이내에 1억에 가까운 조회 수를 보인 것은 놀라운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 단체는 현재까지 약 11개의 필름을 제작하였고 상영 투어를 계속하고 있다.
 
  (* 보다 자세한 활동은 단체 홈페이지 참조, http://invisiblechildren.com)
 
  이 단체는 우간다를 비롯한 분쟁지역의 어린이들이 소년병으로 징발되거나 강간, 납치 등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고 그들을 집으로 보내 주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움으로 남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캠페인 내용이 지나치게 코니 고발과 체포 작전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더 필요한 것은 코니의 소년병에서 평범한 아이들로 돌아온 이들의 안전확보와 나아가 지역공동체 적응을 위해 더욱 중요한 교육기회와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학교를 지어 주고, 가르칠 교사를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그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절실히 요청된다. 코니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것으로 우간다를 비롯한 아프리카 분쟁지역의 아이들과 가족들의 인간안보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바른 처방을 위해서는 올바른 진단이 필요하다. 눈에 보이는 원인, 즉 반군지도자 코니를 없앤다고 인간안보의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간다의 분쟁은 왜 발생되었을까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간다 내전은 1962년 영국 식민지에서 벗어나면서 시작되었다. 특히 1971년에 헌법개정을 통해 대통령이 된 이디 아민(Idi Amin)은 우간다민족해방전선(UNLF)에 의해 축출되기까지 약 8년 동안 무려 30만명이 넘는 민간인 학살을 방조하였다. 차별을 받아온 북부지방에는 아콜리 부족을 중심으로 지역반군이 조직되었다. 이것이 발단이 되어 우간다 정부와 무장반군 LRA 간의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을 기록하고 있다.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이며 소수자였다. 또한 근면하고 자긍심이 넘치고 정직했던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하여 예전의 아름다운 전통과 주민 간의 신뢰는 완전히 붕괴되고 서로 훔치고 속이는 풍조가 만연되어 사회 전체가 윤리적으로 타락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이러한 사회적 해체현상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인간안보를 달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코니2012 캠페인의 한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은 조셉 코니의 만행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커버 더 나이트(Cover the Night)’(2012년 4월 20일)를 기획하였다. 예를 들어 ‘커버 더 나이트’ 캠페인 방법으로 제시한 지역 내 환경미화, 무료세차, 이웃에게 간단한 선물 제공을 통해 코니2012 캠페인을 설명하고, 더 나아가 ‘커버 더 나이트’에 대한 동참을 촉구하는 행동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4월 27일 현재 홈페이지에 기재된 ‘커버 더 나이트’ 참여국 수는 204개국이며, 참여 인원은 359만51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캠페인은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그 효과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한국에서도 또한 조셉 코니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이 소수의 대학생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그 활동은 서울 도심 몇몇 곳에 그쳤고, SNS 전술도 그저 페이스북에 활동을 올려 참여를 유도하는 것에 머물렀다.
 
  이런 이유에서 혹자는 코니2012 캠페인을 또 다른 형태의 ‘슬랙티비즘’(slacktivism·현안에 반대의견을 갖고 있으면서도 직접 행동에 옮기지 않는 소극적 사회 참여주의)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물론 코니2012 캠페인을 슬랙티비즘으로 단순히 비판하기보다는 분쟁 탈출구의 시작점을 제시하였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면서 동시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포함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균형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러한 한계를 서구 중심의 위로부터의 접근(top-down) 전략에서 찾고자 한다. 초국적 캠페인은 늘 아래로부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들의 관점에서 분쟁의 탈출구를 찾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예컨대,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삶을 살펴보자.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이 왜 양귀비를 기를 수밖에 없는가에 대해 먼저 묻기보다는 전 세계 마약상들의 배를 불려 주는 저장고로 그들을 비판하는 우리의 모습 속에서 구미 패권국가들의 입장을 발견하게 된다.
 
  수십 년간의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 농부들은 아편 밀매상 외에 어디에서도 대출을 받을 수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불법인 양귀비를 재배하게 된 것이다.
 
  그들이 다른 곡물을 재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른 작물을 재배해서 시장에 판매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에 탈레반을 비롯한 무장 저항군들에게 통행료를 지불하거나 수익금을 빼앗기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였다. 그들은 위협을 늘 느끼면서 곡물재배를 했지만 결국 손에 들어오는 이익은 없었다.
 
  한편 양귀비를 재배할 경우 시장에 직접 판매할 필요가 없이 구매상이 직접 방문하였기에 안전문제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런 이유에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은 유일한 대안으로 양귀비를 기르게 된 것이다. 만약 양귀비 재배를 금지하고자 한다면 앞서 지적한 걸림돌부터 제거해 주어야 한다.
 
 
  초국적 시민사회 네트워크 필요
 
  아직도 아프가니스탄의 경제는 농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의 부(富)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농민과 농업을 살릴 정책대안이 절실히 요청된다.
 
  아편을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농민에게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아프가니스탄 농민에게 대출기회를 늘려 주어서 다른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해 주는 동시에 테러와의 전쟁종결 선언을 통해 농부들이 치안을 걱정하지 않고 농업에 전념하고 일한 만큼의 수익을 보장받게 해 주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가난으로부터 벗어나 평화를 찾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분쟁지역의 인간안보는 그들의 목소리에 우선적으로 귀를 기울일 때 근본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코니2012 캠페인도 아래로부터의 접근법으로 그 운동전략을 전환할 때 현재 마주하고 있는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쟁지역의 시민들은 여전히 단절 및 주변화되어 스스로 역량을 강화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의 목소리가 올바로 반영될 수 있는 초국적 차원의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反戰에서 인간안보로
 
  우간다 내전의 아픔 중에서 우리가 특별히 주목했던 것은 아이들의 인권문제로 소년병 징발, 소녀 납치, 강간피해 문제 등이다. 소년병의 경우, 1990년대 이후 18세 미만 소년병들이 전 세계에 걸쳐 30만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지역만 현재 약 12만명의 소년병이 실전에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안타까운 것은 소년병을 양산하고 있는 분쟁원인이 내부적인 것보다 외부적인 요인이 더 크다는 데 있다. 지난날 아프리카 지도를 놓고 강대국들이 자기 편의대로 직선의 국경선을 만든 결과, 하루아침에 부족공동체가 나뉘는 아픔을 낳았고, 이것은 후에 부족을 중심으로 한 분쟁의 불씨가 되었다.
 
  석유를 비롯한 자원독점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구미 패권국가들은 이제 분쟁지역 주민의 인간안보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구체적인 대안 모색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2011년 현재 9만9000명의 유엔평화유지군(경찰 1만4000명 포함)이 전 세계 16개 분쟁지역에서 활동하면서 최소한의 안보유지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치안확보와 정치안정이란 낮은 수준의 안보문제에 더 이상 안주해서는 안 된다.
 
  분쟁으로 인해 질병발생이 빈번해지고 이것이 식량결핍과 결합하면서 빈곤의 골이 더욱 깊어져 지역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전쟁에서 ‘누가 이겼는가’는 무의미
 
  피상적인 분쟁해결은 또 다른 분쟁을 낳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저개발국가의 상황을 고려할 때 ‘인간안보’라는 더욱 포괄적 개념을 가지고 분쟁문제에 보다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과거 안보개념이 국가를 중심으로 이해되었다면, 이제는 사람을 중심으로 한 안보개념으로, 그 안에는 군사(국방), 사회(통합), 문화(적응), 정치(안정), 경제(성장), 환경(보호) 등의 차원을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인 사회배태적 안보개념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즉 과거의 주권, 영토, 인구, 제도 측면에서 안보를 바라보았지만 이제 사람을 중심으로 국내외의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생존권을 보호하여 자유, 평등, 연대의 가치를 신장하는 것으로 안보개념이 확장되었다.
 
  인간안보를 위해서는 국가 간 협력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전쟁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오늘날 분쟁지역의 평화와 인간안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많은 행위자의 적극적인 협력과 참여가 요청된다. 정치 및 군사지도자, 군인, 분쟁지역 주민, 피해 난민, 국제기구 등이 의사결정권자로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분쟁종결과 인간안보를 위해 거버넌스가 구축되기 전에 우선적으로 전쟁에 대한 공통의 가치관이 정립되어야 한다. 전쟁은 우리 인간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합의이다. 혹여 전쟁에서 누가 이겼는가를 논하고자 한다면 이것은 후쿠시마 대지진에서 누가 이겼는가라고 묻는 것과 같다는 것을 우리가 공감해야 한다.
 
 
  한국의 국가안보도 이제 다자적 안보로 파악해야
 
  이러한 견지에서 한국의 안보문제를 다시금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한국의 국가안보는 민족국가로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주의, 지역주의, 민족주의 등의 도전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한국의 안보정책이 한반도에서의 남북대치를 전제로 한미관계의 각도에서 이루어져 왔다면, 앞으로는 이를 넘어서서 쌍무적(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지역적(ASEAN, NATO 등), 세계적(UN)인 세 가지 수준을 고려하여 보다 미래지향적인 안목에서 국가안보의 기본 틀을 짜야 한다.
 
  다시 말해 국가안보는 국민중심의 국가안보로 바라보아야 하며, 국가안보를 양자적(兩者的)인 것에서 다자적(多者的)인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 즉 한반도, 동북아, 아시아, 세계라는 국가, 지역, 전지구적 지평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시민사회도 단순한 전쟁반대 운동이 아닌 인간안보를 위한 초국적 시민사회 네트워크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21세기 들어 유엔(UN)을 중심으로 2001년 UN 무력분쟁 방지 관련 보고서 작성, 2002년에 무력충돌방지세계파트너십(GPPAC) 설립, 2002년 UN 아동의 무력분쟁 참여에 관한 의정서 채택, 2005년 UN 본부에서 반전평화 비정부기구(NGO) 국제회의 개최 등과 같이 시민사회와 국제기구 사이의 긴밀한 협력이 전개되었다.
 
  사실 분쟁지역의 영유권 갈등 문제는 정부 차원의 협의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런 이유에서 시민사회의 참여와 연대활동이 중요하다. 또한 분쟁으로 야기된 수많은 인권침해 문제와 인간개발 저해 문제를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UN 공간 밖에서 전쟁반대를 외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더욱 강화되었다. 특히 미국의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가 2003년 5월 국제반전총회로 결집되었다.
 
  이후 반전운동은 대안세계화 운동과 맥락을 같이하면서 그 구심점을 2001년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개최된 세계사회포럼에 두었다. 여기에 참여한 반전운동 단체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화에 반대함으로써 대안세계화와 반전 이슈의 적극적인 결합을 추진하였다. 반전운동 주장의 핵심은 이라크 전쟁이 미국 중심의 군사주의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결합한 21세기의 대표적인 ‘더러운 전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지구적 과제에 한국 시민사회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이제 반전운동은 일국의 경계를 넘어선 초국적 차원으로 확대되었고, 다양한 이슈들과 결합하면서 다양한 운동부문들과 연대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예컨대, 전쟁과 점령의 결과 초래된 인간안보의 파괴를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동시에 다양한 운동부문과의 결합, 즉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군사주의에 반대하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초국적 시민사회 네트워크가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전쟁반대를 넘어서 인간안보로의 이슈를 수렴시키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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