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슈분석

韓日 군사협정, 약인가 독인가 ①

과거사를 돌아보면 ‘NO’, 안보를 생각하면 ‘YES’

글 : 오동룡  월간조선 기자  gomsi@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한일 군사협력은 결코 계륵이 아니다. 변화하는 세계 정세에 적응하고 부상하는 중국에 대비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이다. 한일 군사협력 문제를 안보협력의 ‘쇄국’을 극복하는 좋은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고, 나아가 한중 군사협력의 밑거름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金熙相 이사장)

⊙ 국방부, “국회 논의 거쳐 추진… 중국과도 추진 중”
⊙ 일본, 첩보위성 5기 보유한 정보대국… 한일 정보공조하면 시너지효과 클 듯
⊙ 2005년 ‘군사교류 협정’은 여론 반대에 부딪혀 불발… 2009년 4월 같은 내용의 교류협정이
    ‘의향서’로 이름만 바꾸자 문제시 안돼
⊙ 한·미·일 삼각동맹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일본은 현재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못해
⊙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중국의 벽’을 극복해야
한국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2007년 6월 제주도 동북방 65마일 한일 중간수역에서 실시한 ‘한일 해군 공동 수색 및 구조훈련’에서 우리 해군 대잠헬기(LYNX)와 일본 군함 우미기리함이 가상의 화재조난 선박을 향해 긴급 출동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한일 군사협정을 둘러싸고 필요성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겁다. 지난해 2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과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을 추진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당초 국방부는 이르면 5월 안에 일본을 방문해 협정을 체결하기로 하는 등 실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협정이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 간 최초로 체결하는 군사협정으로 알려지면서 야당과 광복회 등의 반대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민감한 한반도 상황에서 일본의 군사 개입 여지가 커질 수도 있고, 광복 이후 처음 추진하는 한일 군사협정을 논의과정 없이 졸속으로 진행할 경우 반발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논리였다.
 
  ‘한·미·일’ 삼각체제가 강화되면 반작용으로 ‘북·중·러’ 체제도 강화돼 과거 냉전구도로 회귀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민주통합당 박지원(朴智元) 원내대표는 당 주요 회의에서 “시기상조”라며 여러 차례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5월 17일 김관진(金寬鎭) 국방장관을 만나 최근 추진중인 한일 군사협정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일본과는 정신대, 독도 문제 등 과거사 문제가 청산되지 않았고, 일본이 독일처럼 반성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 만큼 국민적 공론이 우선돼야 한다”며 한일 군사협정 체결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북한 정보는 그 특성상 일본과의 공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한일 군사협정을 체결하면 한·미·일 대(對) 북·중·러 대결 구도를 구조화할 우려가 있는 만큼, 대통령 임기 말에 밀어붙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 국방, “국회 차원 논의 거쳐 처리”
 
  이에 대해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5월 중 일본을 방문해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할 예정이었지만, 국민적 관심이 크고 정치권에서도 졸속처리 문제를 지적하는 만큼, 5월 중에는 방문하지 않고 국회 차원의 논의를 거쳐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일본과의 군사협력에 우려가 제기되지만,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아주 기초적인 것으로서 상대방에게 정보를 줬을 때 잘 관리되는지 시스템을 확인하는 것”이라면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이 세트로 움직이는데, 기초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합리적인 국익 차원에서 냉정하게 봐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국방부장관이 5월 일본 방문도 미루고 재검토에 들어간 것은 야당 원내대표의 반대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독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자위대와 손잡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밖에 중국 반발설, 북한 자극론, 일본의 협력확대 요구설 등이 더해졌다.
 
  그러나 김민석(金珉奭) 국방부 대변인은 정부가 일본과의 군사협정을 계속 추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 대변인은 지난 5월 21일 브리핑에서 “일본과 군사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며, 중국과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부정적인 여론 때문에 국방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중단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현재 일본 측과 협정 관련 협상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과도 상호군수협정과 유사한 협정 체결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항간에서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하면 자위대가 국내에 파견된다고들 한다”며 “그러나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일본 자위대가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한 “일본과의 군사협정 체결이 동북아에 신냉전 체제를 불러올 것이라는 해석도 잘못된 것”이라며 “한일 군사협정 체결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논의된 한일 간 군사협정은 GSOMIA(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라고 불리는 것으로 군사정보보호 일반협정의 성격을 띤 것이다. ‘일반’ 혹은 ‘포괄’로 번역되는 ‘general’이 붙는 것은 특정 군사정보를 상호 교환하고 보호하기로 합의하고 맺게 되는 특별협정 형식이 별도로 있기 때문이다.
 
 
  “군사협정은 양국 군사협력의 大門을 만드는 것”
 
  군사정보보호 일반협정은 상호 간에 제공된 군사정보를, 그 정보의 비밀 등급에 맞게 제공받은 국가가 이를 자국의 군사정보와 동일하게 취급한다는 것을 약속하는 것이다. 즉, 상대국의 비밀을 자국의 비밀로 여겨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한국은 미국, 러시아, 베트남 등 이미 21개국과 체결하고 있다.
 
  상호군수지원협정은 물품과 용역의 상호제공에 대한 협정(ACSA·Acquisition and Cross-Servicing Agreement)으로 불린다. 한국은 미국, 태국, 뉴질랜드 등 8개국과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GSOMIA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와 관련한 정보를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기초적인 협정이고, ACSA는 무기를 제외한 군수물자와 수송 등 서비스 분야에서 상호 협력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두 협정은 협정의 내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이 정보와 군수 분야에서 협력할 틀을 마련하는 대문(大門)과 같은 역할”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일본과 가까운 곳에서 훈련 중에 한국군에게 긴급히 필요한 물자나 서비스가 있으면, 일본이 먼저 제공하고 이를 나중에 보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환태평양훈련(림팩·RIMPAC·Rim of the Pacific)을 마치고 일본을 거쳐 복귀하던 한국 해군에 환자가 발생하는 돌발상황이 있자, 일본 자위대가 항공기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목숨을 건진 사례가 있었다.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는 돌발상황에 따른 예외적인 조치였고 앞으로 이러한 협력을 정상적으로 추진하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군사협력의 확대는 동맹 수준의 파트너 확대가 아니라, 다른 일반 국가들과 하고 있는 수준의 군사협력을 일본과도 해 보자는 얘기”라고 했다.
 
  한일 군사협정 추진이 동북아 정세와 맞물려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구애(求愛)의 몸짓은 한국보다 일본이 적극적이었다. 중국군의 팽창에 대해 가장 크게 위협을 느끼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 방위성은 2010년 말 내놓은 ‘2010 방위계획대강’에서 중국을 ‘중장기적 위협 요인’으로 못 박았다.
 
  중국의 팽창에 대응해 ‘동적 방위력’으로 방위정책을 바꾼다고 선언했다. 기존의 ‘기반적 방위력’이 외부 침략에 맞선 대응을 기본자세로 하고 있다면, 동적 방위력은 군사력을 보다 능동적으로 운용해 침략 가능성을 사전에 제어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청와대, 일본 이지스함 서해 배치에 동의
 
  자민당 정권이 자위대의 활동범위를 제약하는 ‘헌법 9조’의 족쇄에서 벗어나는 노선을 걸어온 것을 이어받아 자위대의 위상변화를 선명하게 가시화한 것이다. 이 선언에는 자위대의 주임무를 러시아·북한 대응에서 ‘중국 봉쇄’로 바꾸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일본이 한일 군사협력에 매달리는 것은 이런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최근 일본 방위성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탐지하기 위해 한국의 서해 쪽에 이지스함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30일 자 《아사히신문》은 방위성이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한 검증보고서(안)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 예고가 있을 경우 ‘발사 지역의 주변 해역’에 해상자위대의 이지스함 배치를 검토한다고 명기했다고 보도했다. ‘발사지역의 주변해역’은 서해라고 명확하게 기술하지 않았으나, 한반도의 서해 공해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는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당시 일본이 한국의 동해와 동중국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했으나, 미사일 발사 정보 파악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독자적인 정보 탐지를 위해 미군의 조기경계위성(SEW)에 의한 발사 정보 외에 미군의 이지스함과 공조해 가면서 발사 지역의 주변 해역에 이지스함의 배치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해상이라고 하더라도 일본이 우리의 서해에 이지스함을 배치할 경우, 이곳에 민감한 군사적 이해를 가진 중국과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이 추진 중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이 자신의 앞바다처럼 여기는) 서해의 공해상에서 ‘항해의 자유’가 완벽히 보장되는 것이 우리의 안보이익에 가장 부합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일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를 전략적인 관점에서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부가 일본 함정의 서해 진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유사시 일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를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은 한반도 급변 사태 때 중국의 서해 통제 시도를 무력화시키고 한·미 군함의 서해 활동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 급변 사태가 벌어지면 서해에 가장 많이 드나들 배는 미국의 군함”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서해를 자신들의 내해(內海)로 여기며 다른 나라의 군함 진입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미국이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를 서해로 보내 한미 합동훈련을 하려 하자 공개적으로 반대했었다.
 
  김정일(金正日) 사망 후 북한 내부의 불안정이 증대된 것도 우리 정부의 태도에 영향에 미쳤다. 한반도 급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일본과의 군사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한일 군사협력 강화는 미국 정부가 오래전부터 우리 정부에 권유해 온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일본 이지스함 서해 배치로 우리의 대북(對北) 정보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보다 두 배 많은 이지스함 6척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이 서해에서 얻는 대북 정보는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日, 군사위성 34기 발사예정
 
2011년 12월 12일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전천후 레이더 위성 3호기를 탑재한 H2A 로켓 20호기가 발사되고 있다.
  실제 일본은 5기의 첩보위성을 운용하고 있는 정보대국이다. 일본은 1998년 8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착수한 정보수집 위성 5기 체제를 완전히 갖춰, 한국과 북한을 포함해 지구상의 전 지점을 24시간 1m의 해상도(지상 1m 크기를 식별할 수 있는 능력)로 촬영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군사위성인 키홀(Key Hole)의 0.15m 초정밀 해상도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서브미터급(sub-meter·가로세로 1m 이하 물체 식별 가능) 성능을 자랑한다.
 
  국방대 박영준(朴榮濬) 교수는 “일본은 정찰위성에 더해 조기경계위성, 통신위성, 그리고 위성항법장치(GPS) 구축을 위한 준천정(準天頂·Quasi Zenith Satellite) 위성 등 위성자산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2009년 발표된 우주기본계획에 따르면, 향후 군사목적을 지닌 위성 34기의 추가발사가 포함돼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향후 일본 정부는 여야는 물론 경제계의 전폭적 지지 속에 우주개발을 담당하기 위한 조직개편 작업을 추진해 갈 것”이라면서 “GPS위성, 조기경계위성, 정찰위성 등 군사분야의 위성자산을 지속적으로 늘려 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일본은 정보 수집에 이어 정보 분석, 처리 능력도 상당 수준인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알고 지내는 한 방위성 간부는 ‘현재 위성이 촬영한 영상은 몇 시간 안에 들어오며, 데이터의 양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각 청·성이 가지고 있는 국가의 안전보장과 위기관리에 관한 정보를 분석, 평가하는 내각 정보분석관을 내각 정보조사실에 배치하고 있다”면서 “2008년 4월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JNSC)를 발족시켜, 앞으로 신뢰성이 높다고 판단된 정보는 JNSC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일본은 첩보위성과 이지스함, 30대가 넘는 조기경보기와 정찰기를 보유하고 있어 정보능력은 동북아 지역 최고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국의 대북 감청 또는 휴민트 정보능력과 일본의 첨단 감시장치가 합쳐진다면 대북 감시능력은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했다.
 
 
  “의향서면 되고, 협정이라면 안 돼”
 
2009년 4월 23일 이상희 당시 국방장관(오른쪽)이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과 ‘한일 국방교류에 관한 의향서’에 서명하고 있다.
  송화섭(宋和燮)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한일 간의 군사협력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면서 “식민지 지배에 대한 기억으로 한반도에 다시는 ‘일본군(日本軍)’을 들여서는 안 된다는 국민 감정이 강하게 지배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기에 독도 문제, 역사 왜곡 문제에까지 생각이 미치면 우리가 굳이 일본과 군사 분야까지 협력을 해야 하는가 하는 회의론(懷疑論)까지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는 “필요성에 대한 논의보다는 ‘왜 굳이 일본과 군사협력을 하려고 하는가’라는 부정적인 접근이 앞서는 것”이라며 “일본에 대한 이러한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일본에 대해서만 안보·군사적인 장벽을 쌓고 있는 것이 과연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가 하는 문제는 신중히 생각해 볼 문제”라고 했다.
 
  한일 군사협력에 부정적 접근을 해 왔던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있다. 2005년 8월, 한일 간 군사협정을 체결한다는 언론 보도에 의해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고 한다. 당시 국방부는 일본과 군사교류에 관한 양해각서를 준비하고 있었다. 군사교류에 관한 양해각서란 일본 방위청(防衛廳) 당국과 진행하고 있던 다양한 군사교류 프로그램에 대해 국방부 차원에서 서로 확인하고 계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었다.
 
  문제는 언론이 이 사실을 보도하면서 ‘한일 간 군사협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협정’ 자체가 대단한 한일 간의 군사협력 확대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동북아 각국의 군사협력 상황으로 ▲한미 상호방위조약 ▲미·일 안보조약 ▲북·중 상호원조조약 ▲북·러 친선선린우호협력조약을 소개하고, 한일 간에 군사교류협정이 체결된다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국방부가 추진하려던 것이 정말로 상호방위조약, 상호원조조약처럼 동맹(同盟)을 맺는 중요한 협정이었다면 당연히 대서특필할 일이다. 그러나 당시에 추진하려던 것은 양국 간 교류 내용을 확인하는 양해각서(MOU) 수준이었다. 다만 일본과 ‘군사’적인 ‘협정’을 맺는다는 점 때문에, 한일 간의 교류협정이 당시 진행되던 6자회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해석돼 중단되고 말았다.
 
  이때 무산된 한일 간의 군사교류협정은 3년이 훨씬 지나 2009년 4월 이상희(李相憙) 국방장관과 하마다 야스카즈(浜田靖一) 방위상 사이에 ‘한일 국방교류에 관한 의향서’라는 명칭으로 체결됐다. 역설적인 것은 똑같은 내용에 의향서라는 용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2009년 4월에는 한일 군사협력에 대해 큰 논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동안 한일 간에는 2007년 2월 김장수(金章洙) 국방장관과 규마 후미오(久間章生) 방위상 간의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국방시설본부와 일본 방위성 내국과의 정기교류에 합의하는 등 실질적인 군사교류협력의 확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거의 문제시되지 않았다.
 
  송 위원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한중 간에도 국방정책실무회의를 통해 군사교류에 관한 양해각서는 매년 체결되고 있다”면서 “일본과는 ‘군사협력협정’이라는 용어가 사용되면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同盟과 協定을 구분 못하는 현상
 
  지난 1월 10일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이 서울을 방문해 김관진 국방장관과 한일 국방장관회담을 가졌다. 이번 회담도 한일 간에 군사비밀보호협정과 상호군수지원협정 등 군사협력에 관한 협정 체결 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커다란 찬반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에도 ‘군사협력협정’이라는 용어가 사용됐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 문제가 찬반 논란에 일조한 것이다.
 
  송화섭 연구위원은 “우리는 그동안 한미동맹이 대외 군사관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 왔기 때문에 다른 국가와 군사협력 관계를 맺으면 쉽게 동맹관계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는 “대외 군사관계에는 단순한 교류에서 시작해 다양한 수준의 협력관계가 있고, 그 최고 정점에 있는 것이 동맹관계”라며 “따라서 한일 군사관계를 발전시킨다는 것은 그동안의 단순한 교류관계에서 한 계단 정도 수준을 높인다는 것이지, 동맹관계와는 아직 거리가 먼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한일 간에 군사협력 문제가 거론되면 혹시 한일 군사관계가 동맹관계로 바뀌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과, 한일 간의 군사협력이 한·미·일 삼각동맹의 형성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송 위원은 “실제로 한국은 한미동맹의 파트너이며, 일본은 미·일동맹의 파트너이기 때문에, 서방의 학자들은 이미 한일관계는 사실상의 동맹관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면서 “그렇다고 한일 양국이 군사협력을 시작한다고 해서 이것이 바로 동맹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라고 했다. 이와 함께 한일 군사협력이 바로 한·미·일 삼각동맹 형성으로 발전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도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는 것이다.
 
  한·미·일 삼각동맹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별도의 절차와 합의가 필요하며, 일본은 현재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다만 한일 군사협력 확대를 한·미·일 삼각동맹의 형성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중국 등 인접국에 설득하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 상호군수지원에 견해차
 
허문도 전 국토통일원 장관.
  그러나 한일 군사협정을 체결하는 데 많은 난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 간 견해차 때문이다. 우리는 군사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어 상호군수지원을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수준으로 보는 데 비해, 일본은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인 2010년 12월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일본 총리는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를 파견하는 방안을 한국 측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앞서 2002년 한반도 유사시를 가정해 미군과 공동으로 한반도 내 자국 피란민 소개작전 내용을 담은 ‘작전계획 5055’를 수립했다.
 
  일본이 외교채널을 통해 자위대 파견 문제를 제기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돌고 있다. 김 국방장관의 방일 취소도 결국 ‘이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을 수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방부 관계자는 “PKO 활동과 관련한 상호군수지원을 한답시고 자위대를 부산항으로 불러들일 수는 없지 않으냐”며 “이 대목에서 김 장관의 고민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군은 1882년 임오군란(壬午軍亂) 때 ‘거류민 보호’를 빌미로 1개 대대를 이끌고 한양 도성에 진입했으며, 이를 계기로 확대된 조선 내정간섭은 결국 대한제국의 국권 찬탈로 이어졌다.
 
  허문도(許文道) 전 국토통일원 장관은 “김정일 사후 우리 민족은 통일기로 접어들었다”며 “지금 일본과 군사협정을 맺는다면, 일본이 한국 통일을 떠받치는 ‘평화무력’의 일부라는 구실이 남게 된다. 이것은 한국 통일 주도권의 역사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통일과정에 군사협정 등의 결과로 일본의 군사력이 어떤 형태로든 끼어들게 된다면 북한은 친일파 숙청 때처럼 통일의 주도권을 가져가려 할 것”이라며 “민족통일의 동력원(動力源)은 민족주의일 수밖에 없고, 통일 언저리에 일본이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새뮤얼 헌팅턴이 말한 것처럼, 일본은 문명의 외톨이로 문명적 의리를 모르는 나라로서 한반도 분단에도 설명 책임(accountability)이 있는 나라”라며 “미국은 판단착오로 패전국 일본에 메시아적 호의를 쏟아부었지만, 일본은 도의(道義)와는 담을 쌓고 대국의 버스에만 올라타는 기회주의적 속성을 보여 왔기 때문에 한일 군사협정 이후 한중 갈등관계를 만든 뒤 중국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北,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
 
  주변국들이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가장 신경을 곤두세우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다. 북한은 5월 18일 “온 겨레의 치솟는 분노와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고 비방했다. 중국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이 군사적으로 가까워질 조짐을 보이는 한·일에 대응, 외교·첩보전을 강화하고 있다는 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한·미·일이 군사협력을 강화하면 북·중도 맞대응, 군사대결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시각도 이 같은 움직임과 맥이 닿아 있다. 하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중국군의 팽창은 주변국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미국의 6분의 1 수준. 그러나 구매력을 기준으로 하면 중국 국방예산이 미국을 추월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항공모함 바랴크, 스텔스 전투기 젠20을 내놓은 중국군은 활동반경과 위력에서 ‘어제의 인민해방군(PLA)’이 아니다. 중국 해군은 최근 일본 해역을 통과, 서태평양 북마리아나제도에서 해상훈련을 하기도 했다.
 
  한일 간의 군사협력 문제가 거론되면 항상 부딪히는 벽이 있다. 그것은 중국이다. 중국의 벽이란 일본과의 군사협력이 중국을 자극하여 한중관계를 악화시키고, 북한과 중국의 협력을 강화시킬 것이란 우려이다. 이것은 동북아지역에 또 다시 냉전구도를 초래할 것이며, 나아가 한반도 통일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박영준 교수는 “우리가 이러한 딜레마 때문에 한일 협력을 포기하는 것은 너무 수동적인 외교가 아닌가 생각된다”면서 “오히려 일본과의 협력 확대를 추진하면서, 이를 발판으로 중국과도 협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실, 한중 간의 군사교류나 협력도 비슷한 논리로 벽에 부딪혀 왔다.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으로 연결돼 있는 일본과도 아직 본격적인 군사협력을 하지 않고 있다. 중국과 군사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한일 군사협력의 확대를 통해 한중 군사협력의 기회도 만들어 가고 이를 통해 동북아 지역의 다자간 안보협력도 구체화시킬 수 있다는 큰 안목이 필요하고, 이런 외교적인 난제를 풀어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필요한 때이다.
 
  이러한 발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010년 10월 발표된 <한일 신시대 연구에 관한 결과 보고서>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한일 관계의 과거 100년을 되돌아보면서 앞으로 100년을 같이 살아가야 할 파트너로 일본을 생각할 때 동아시아에 공생 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가 한일 간의 안보협력과 한중, 일·중 간의 안보·군사적인 대화와 교류의 확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일 군사협력은 계륵 아니다”
 
  이러한 발상에 따라 정부는 한일 군사교류와 한중 군사교류를 추진해 왔다. 한일 간에는 그간 공해상의 해난사고에 대비해 수색·구조훈련(SAREX·Search And Rescue Exercise)을 실시해 왔다. 그리고 이러한 수색·구조훈련을 중국과도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 논의되고 있는 PKO활동 지원을 위한 군수지원협정은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과도 논의하고 체결할 수 있는 것이다.
 
  해군본부 유영식 공보실장(대령)은 “지난해 11월 한일 수색구조훈련은 우리 측 왕건함, 원산함, 고준봉함과 P-3해상초계기, 링스헬기 등이 참가했고, 일본 측도 하마유키, 마쓰유키 등 구축함과 P-3C대잠초계기, SH-60J 대잠헬기 등이 참가해 조난선박구조와 상호 헬기 이착함훈련, 그리고 수색구조훈련을 실시했다”면서 “일본 마이쓰루(舞鶴)항에서 한일 훈련 사후강평을 마치고 부대견학과 함정공개행사, 체육활동 등 군사교류를 하면서 좁은 연안작전을 벗어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김희상(金熙相)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한일 군사협력은 결코 계륵과 같은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세계 정세에 적응하고 부상하는 중국에 대비하기 위해 거쳐야 될 관문”이라면서 “한일 군사협력 문제가 안보협력의 ‘쇄국’을 극복하는 좋은 기회로 활용될 필요가 있고, 더 나아가 한중 군사협력을 추진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납치된 삼호 쥬얼리호의 구출과정에서 알려졌듯 소말리아 해적과 싸우기 위해 많은 국가가 협력하고 있다”면서 “청해부대가 보다 효율적으로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미국뿐만 아니라 그 지역에 파견된 다양한 국가, 특히 일본 자위대와도 현지 협력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협 어부바 콘텐츠 공모전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1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전미진    (2012-06-23) 찬성 : 232   반대 : 197
정부는 한일군사협약을 서둘러야 한다. 중공의 급팽창하는 군사력을 보라!!

20211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북스토어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