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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한국의 선진화와 스위스 ①

싸움 없는 정치의 비결

글 : 장철균  서희외교포럼 대표·전 스위스 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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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개월 이내 10만명 이상의 서명으로 연방헌법의 개정을 요구할 수도 있는 직접민주주의 도입
⊙ 의원은 90% 이상이 직업 정치인이 아니라 본업 갖고 있어… 봉사정신 없으면 못 해
⊙ 내각까지 각 정당이 지지율에 따라 나누는 상시 거국내각 검토해 볼 만

장철균
⊙ 62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존스홉킨스대 국제정치학석사.
⊙ 제9회 외무고시. 주 중국 공사·외교부 공보관·주 라오스 대사·주 스위스 대사.
⊙ 現 서희외교포럼 대표.
  1964년 한국이 월남전에 참전할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로 아프리카 가나와 같은 수준의 최빈국이었다. 북한 국민총생산액(GNP)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10년 후, 월남전에서 철수한 1974년이 돼서야 비로소 북한의 GNP를 넘어서게 되었다.
 
  그로부터 다시 10년 후인 1984년, 수출주도형 한국경제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수출초과 현상을 보이게 되면서 미국으로부터 통상압력을 받게 되었다. 한국은 중진국이 되었고 단기간에 이룬 경이적인 경제성장은 ‘한강의 기적’으로 세상에 회자되고 압축성장의 대명사가 되었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한 경제적 성취는 잠재해 있던 자유에 대한 갈망을 자극하고, 1987년 6·29선언을 통해 민주화의 길을 열어 놓았다. 한국은 산업화와 민주화 두 마리 토끼를 최단시간에 잡은 모범적인 국가로 성장했다.
 
  이러한 한국의 국가건설(nation-building) 사례는 오늘날 150여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이상적 모델이 되고 있다.
 
  오늘의 한국은 선진국의 문턱에 와 있음이 분명하다. 2009년에는 국제경제 질서를 주도하는 G20의 회원이 되었다. 다음 국가 목표는 선진국 진입이다.
 
  그러나 한국사회를 살펴보면 선진화에 걸림돌이 되는 문제가 많다. 분단과 북한 핵문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는 정치, 정부 행정의 폐쇄성과 지방자치제의 부실, 소득의 분배구조와 양극화 문제, 수도와 지방의 불균형, 지연·학연·혈연 중심의 정실주의, 흑백논리와 배타주의 등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개선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국민 의식구조와 쏠림현상은 과연 한국의 선진국 진입이 가능하겠는가 하는 의문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한국과 스위스의 유사성
 
  산업화와 민주화를 우리의 손으로 일구어낸 것처럼 선진화도 우리의 손으로 성취해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그러나 선진화의 방향과 전략은 가급적 한국의 조건과 유사점이 있는 선진국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스위스를 대상으로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스위스는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가장 살고 싶은 나라의 1순위에 있다. 소득수준과 삶의 질에서도 가장 높은 순위에 있다. 대외적 안보도 안정적이고, 국가경쟁력도 매우 높다.
 
  스위스와 한국은 다른 점도 많지만, 유사한 점도 많다. 스위스는 국토의 3/4이 산이고 농토는 농가의 생계유지도 어려울 정도로 적다. 특별한 부존자원도 없다. 자원이라곤 사람뿐이다. 그래서 주변 나라에 용병을 보내 생계를 유지했던 가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합스부르크(오스트리아)의 4대 강국에 둘러싸여 늘 외세에 시달리고 희생되었던 비극의 역사도 한국과 유사하다.
 
  이러한 역사의 반복을 중단하기 위해 스위스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발 빠르게 산업화를 이루었다. 19세기에는 다민족 복합문화 국가의 한계를 극복하고 연방주의와 지방분권으로 국민화합을 이루어 민주화를 성취했다. 그리고 20세기에는 유럽 교통의 전략적 요충지로서 지정학적 여건과 영세중립을 활용해 국제화에 성공했다. 오늘날 스위스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지 않고 있으나, 스위스가 EU에 가입하면 EU의 중심지역이 될 것이라는 데 의문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이러한 스위스의 국가건설 과정은 비록 압축성장이기는 하지만 한국이 걸어온 지난 반세기의 과정과 유사하다. 그래서 한국의 다음 목표인 선진화의 방향과 전략을 스위스에서 찾아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스위스는 한국과 차이점도 많기 때문에 스위스의 성공 과정을 그대로 모방할 수는 없다. ‘스위스의 얼굴을 한 한국’의 모습을 상정해야 한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스위스의 산업화-민주화-국제화-선진화를 가능케 해준 요인은 다양성의 갈등과 분열적 요인을 극복하고 정치적 안정성을 확보한 데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선진화도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여 국민화합을 이루는 정치적 안정성이 선결 과제라는 것이다.
 
 
  권력을 중앙과 지방이 나눠
 
스위스 연방정부 및 의회 청사. 연방정부는 외교·국방·통화 등을 담당한다.
  스위스는 독일계, 프랑스계, 이탈리아계가 모여 살면서 각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다민족 복합문화 국가이다. 그리고 국가형성 과정에 있어서도 알프스 자락의 지역들이 외세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동맹을 맺고 연합체를 구성해 스위스를 형성한 ‘아래로부터 세운 나라’이다. 그래서 절대왕권의 시대를 거쳐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로 전환된 한국과 같은 ‘위로부터 세운 나라’가 아니다. 왕도 없었고 중앙집권의 전통과 경험도 없는 나라이다.
 
  스위스는 15세기 종교혁명, 17세기 30년 전쟁, 19세기 나폴레옹 전쟁을 경험하면서 국내외적 도전에 직면했다. 국론분열과 동맹해체의 위기가 엄습하지만 강렬한 독립 정신과 상생의 정치로 이 위기들을 극복하면서 1848년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연방국가를 탄생시켰다.
 
  스위스는 주(칸톤·Kanton, Canton)의 자치와 준주권적 지위를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국내적 여건과 산업혁명 이후 주변의 환경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대외적 도전을 조화시키는 정치적 타협을 통해 스위스형 연방국가를 건설했다.
 
  스위스 연방헌법은 정체를 연방·칸톤·게마인데(Gemeinde·시군) 3단계로 권력을 분산시켰다. 우리의 중앙정부·광역자치단체·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한다. 연방은 외교와 국방, 관세·통화·화폐, 우편·통신·대중매체·철도·항공 그리고 핵에너지 분야를 담당한다. 수력, 도로, 무역과 산업, 교육과 조세는 연방과 칸톤이 권한을 공유하고, 농업과 사법, 사회보장, 환경은 연방이 입법권을, 칸톤이 집행권을 갖는다.
 
  특이한 점은 경찰과 교회는 칸톤이 배타적 권한을 향유한다는 것이다. 1978년 연방정부는 연방통합경찰(BUSEPO) 창설안을 제시했으나 국민투표에서 압도적 표차로 거부되었다.
 
  연방정부는 7개 부서로 제한되었는데, 외교부, 내무부, 법무부, 국방·민방위·체육부, 재무부, 경제부, 환경·교통·에너지·통신부로 구성된다. 교육은 지방정부의 고유권한으로 연방에는 교육부가 없다.
 
  칸톤 정부는 입법·사법·행정권을 갖고 독자적인 헌법과 정부·의회·법원을 갖춘 준(準)주권적 독립국가 형태로 사실상의 스위스 주인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연방은 행정(administer)만 하고 칸톤이 통치(govern)한다고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기초자치단체에 해당하는 시·군 단위의 게마인데가 칸톤이 정한 법규 내에서 자치권·입법권·조세권을 위임받아 실질적인 칸톤의 행정 사무를 처리하고 있다. 권력의 무게중심이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스위스는 외국인들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나라이지만 국적을 취득하는 데 가장 어려운 나라 중의 하나이다. 스위스의 시민권은 게마인데 주민이나 의회가 표결로 결정하기 때문에 그 지역에 도움이 되는 외국인에게만 거주권을 주기 때문이다. 게마인데가 결정하면 칸톤과 연방의 시민권을 획득하게 된다.
 
 
  직접민주주의의 자율성과 효율성
 
국가의 주요 의사결정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스위스는 지난 2009년 11월 국민투표를 통해 자국 내 이슬람사원의 첨탑 건립을 금지했다.
  스위스의 3단계 권력분산은 더 나아가 시민의 정치참여를 통해 권한이 개인의 차원으로 분화되는 독특한 특징을 갖는다. 1874년 헌법 개정을 통해 연방국가 체제를 확립하면서 대의민주제와 함께 국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도 채택했기 때문이다. 국민제안(Popular Initiative)과 국민투표(Referendum) 제도를 두 기둥으로 하고 있다.
 
  국민제안은 18개월 이내 10만명 이상의 서명으로 연방헌법의 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의회와 정부는 국민제안 원문을 변경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국민투표는 100일 이내 5만명 이상의 서명으로 연방법률, 의회결정, 국제조약 등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제도이다.
 
  헌법개정, 국제기구 가입과 같은 주요 문제는 절대적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하여 결정하게 된다. 국민투표에서 가결되면 과반수 칸톤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이중다수결 원칙’이 적용된다. 법률 제정, 법안 신설과 같은 일반적 사항은 임의적 국민투표에 부쳐 과반수 국민의 찬성으로 의사를 결정한다.
 
  직접민주주의 제도는 국내적으로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기능도 한다.
 
  1986년 스위스 연방정부는 국제안보환경의 변화에 따라 국제평화유지를 위해 스위스의 UN 가입이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국민투표에 회부했으나 투표자 75%의 반대로 UN 가입에 실패했다. 2002년 냉전이 종식된 후 다시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투표율 57.8%에 55%의 찬성, 13개 칸톤의 찬성으로 간신히 UN 가입이 결정되었다.
 
  또한 직접민주주의는 시민의 정치참여를 통해 자기 선택의 만족도와 책임정치를 함양함으로써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리고 국민은 이 의사결정 과정의 참여를 통해 자결권을 행사하면서 스위스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된다.
 
  ‘통일성 속에 다양성(diversity in unity)’을 존중하는 자율성과 이러한 권력의 분산은 스위스의 전역이 균형적 발전을 이루게 하고 정치·사회적 갈등을 지역수준에 국지화시킴으로써 전국적 확산을 막는 역할을 하게 된다. 언어의 다양성조차 갈등의 분출을 담아두는 일종의 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스위스 정치에는 與野가 없다
 
  스위스의 민주주의는 의사결정을 다수결 원칙에만 의존하지 않고 합의(consensus)를 도출해 내는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합의도출의 상생정치는 연방평의회(Bundesrat, Federal Council)라고 불리는 연방내각에 집약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4개의 주요 정당에서 ‘황금분할(magic formula)’이라고 불리는 2:2:2:1의 비율로 7명의 장관을 추천하고 연방의회에서 이들을 선출한다(2010년 선거에서의 비율은 2:2:1:1:1로 변화됨).
 
  연방의 대통령과 부통령은 7명의 장관이 입각순서에 따라 1년 임기로 윤번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한다. 대통령은 명목상의 국가원수로서 외국사절의 접견 등 의전적인 역할만 수행한다. 사무실도 따로 없고, 자신의 장관실에서 일을 본다.
 
  1년마다 대통령이 바뀌다 보니 청사의 경비원조차 누가 대통령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대통령이 전차나 버스로 출퇴근하는 것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청사 앞 수퍼마켓에서 먹을 것을 쇼핑해 가는 대통령을 만나는 일이 종종 있다. 대통령인지 알아보는 사람은 간단히 목례하고 지나친다.
 
  정당과 정책을 달리하는 장관들이지만 7개 부서의 장(長)으로서 연방 전체의 국정을 토의하고 의사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당적에 관계없이 공사 간 긴밀한 유대를 유지하면서 국가이익을 위해 공동 책임감을 갖고 임무를 수행한다. 평시에도 거국내각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스위스의 연방의회는 미국과 같이 상, 하 양원제로 상원은 칸톤을 대표하며 각 칸톤에서 2명의 의원을 선출하고, 하원은 선거구 주민을 대표하는데 200석으로 구성된다. 양원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갖고 있다.
 
  의원의 90% 이상이 직업 정치인이 아니라 본업을 갖고 있다. 의정활동을 직업이 아닌 봉사활동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들에게 제공되는 사무실이나 보좌관도 없다. 특권의식도 권한도 별로 없다. 모든 의원은 국민에 봉사한다는 마음이며 국민의 존경으로 보상받는다고 생각한다.
 
  정당은 선거를 통해 의원을 배출하는 일과 지지율에 따라 연방각의에 7명의 장관을 추천하는 역할, 그리고 의회에서의 책무를 감당하는 일 외에 한국에서와 같이 집권을 위해 투쟁하는 정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스위스의 정치는 합의를 하지 못하면 정치의 제도권이 실종하기 때문에 정당과 의원은 있지만 여야의 개념은 없다.
 
 
  정치적 영웅 안 만들어
 
  또한 스위스는 개인을 정치적 영웅으로 만들지 않는 전통을 갖고 있다. 개인이나 집단에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2007년 총선 때의 일이다. 블로허(Blocher) 국민당 당수는 억만장자에 카리스마를 겸한 우파 정치인으로 국민 지지율을 20%에서 30%까지 끌어올려 스위스 정당 사상 1당이 획득한 가장 높은 지지율을 확보했다.
 
  그는 이러한 성공을 배경으로 당의 몫인 2명의 장관을 3명으로 해줄 것을 주장했으나, 자신의 당 내외로부터 견제를 받다가 의원선거에서도 탈락하고, 당수에서도 물러나야 했다.
 
  스위스는 역사적으로 중앙집권주의와 지방분권주의 간의 갈등, 자유와 보수의 갈등, 신교와 구교의 갈등, 문화적 이질성으로 인한 갈등을 타협과 합의 그리고 다수의 소수에 대한 배려와 양보를 통해 국민화합을 이루는 정치적 전통을 확립했다.
 
  스위스인의 긍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1인당 국민소득이라는 경제적 성취나 알프스의 수려한 경관 또는 높은 삶의 질이 아니라, 자신이 국가건설과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정치체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애정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스위스의 지방자치제도를 연구한 한 학자는 스위스의 국민 통합은 오랜 진화과정을 거쳐 형성된 문화적 산물이라기보다 공존과 상생의 정치 제도와 정치적 결사에 대한 구성원의 애착과 의지의 산물로 아래로부터 쌓아올린 것이라고 간파했다. 오늘날 스위스의 성공이 정치적 안정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해 주고 있다.
 
 
  한국 정치의 문제점
 
  한국의 정치체제는 대의제 민주주의와 역사가 짧은 지방자치제로 구성된다. 서구식 민주정치의 경험이 일천한 반면, 유교적 농경사회의 가부장적 전통과 권위주의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인맥과 지방색에 의한 정파정치와 시류에 따른 이합집산의 유산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정치가 중앙의 권력과 수도권에 집중되는 쏠림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는 정당 간의 양극적 대립과 교착으로 귀결된다. 정당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여 국민적 화합을 도출해 내는 정치의 본분은 외면한 채, 대권과 정권의 창출을 목표로 이전투구하고 있다. 승자독식의 다수결 민주주의와 한국적 붕당정치의 결합은 정치가 사회적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대권주의 정치는 포퓰리즘을 수반하여 민주주의의 기반 자체를 허약하게 만들고,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에서 방황하는 이유는 바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는 정치적 기능과 역할이 실종됨으로써 국민이 체감하는 정치적 안정성이 상실되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선진화 목표는 자유, 평등의 민주적 가치의 구현, 지속적 경제발전과 삶의 질 향상 그리고 대외적 독립의 안정성 확보에 있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스위스와 같이 정치적 안정성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역사적으로 시행착오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정치, 사회적 갈등을 극복해 온 스위스의 경험은 한국 정치의 선진화 방향에 교훈을 주고 있다.
 
 
  한국 정치의 미래는 스위스형 거국내각
 
  첫째, 좌파와 우파, 보수와 진보 등 2분화가 가치나 신념, 정책의 경쟁이 아닌 적대적 투쟁양식으로 전개되는 정치적 양극화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이러한 분열적 정치구조로는 국민화합을 이루는 정치적 안정성을 기대할 수 없다.
 
  둘째, 지나치게 정치에 집중된 권력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 주어진 과잉권력은 ‘권력의 사유화’를 낳게 마련이다. 주권재민의 민주주의 원칙대로 스위스와 같이 권력이 분산되고 권력의 무게중심이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셋째, 정치인 개인과 정당이 함께 책임지는 정당정치가 구현되어야 한다. 개인과 인맥 중심의 정파정치는 민주주의의 효율성을 약화시키고 정당정치는 실종된다. 현재 제도권 정치와 기존정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하되면서 무당파까지 등장하고 있다. 정치부재의 악순환이 예상된다.
 
  넷째, 그러면 이러한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효과적 대안은 무엇인가? 필자는 스위스형 거국내각을 상정해 본다. 일정한 지지율을 확보한 수개의 정당들이 지지율에 따라 내각의 각료 수를 정하고, 정당은 각료를 추천하고 국회가 인준한다. 대통령은 스위스와는 달리 의회가 별도로 선출하되 상징적 국가수반일 뿐이다. 구성된 내각은 헌법에 따라 국정 전반을 운영하고 의사를 조정, 합의,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책임과 의무를 감당하지 못하면 국가 기능이 마비되고 정치권 전체가 국민과 국가에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러한 책임정치의 제도화는 한국의 선진화 전략에 있어 가장 우선되는 개혁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국민과 정치권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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