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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정보

세계경기 침체, 최선·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 국가부도, 이태리ㆍ스페인 구제금융 신청… 세계 共滅 가능성
그리스 자력갱생, 유로존 안정… 최선이지만 가능성 희박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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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처럼 갑작스럽지 않지만 고통이 장기화되는 것은 분명하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그리스의 디폴트 위기가 부각돼 주가가 3.6% 급락한 2011년 10월 4일 여의도 대신증권 딜링룸의 모습.
  “롤러코스터와 똑같다. 주가(株價)가 서서히 떨어지거나 오르지 않는다. 한 번 떨어지면 대폭락이고, 불붙으면 대폭 상승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루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문제는 우리가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상황에 따라 국내 증시가 춤춘다는 것이다.”
 
  M증권사의 애널리스트는 요즘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국내 증시가 폭락했다 회복하고, 또다시 폭락하는 등 요동치고 있다.
 
  지난 10월 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63포인트가 빠졌고, 다음 날 또다시 40포인트가 빠져 1666을 기록했다. 이틀 만에 무려 103포인트가 빠졌다. 불과 석 달 전인 지난 7월 초 코스피 지수는 2100대였다.
 
  하지만 이틀 후인 지난 10월 6일에는 전날보다 43포인트, 다음 날에는 49포인트가 오르며 이틀간의 폭락세를 거의 만회한 채 장(場)을 마감했다.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다.
 
  국내 증권가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방향성의 키는 유럽과 미국이 쥐고 있다고 보고 있다. 유럽이 관련국의 재정위기를 얼마나 극복하느냐와 미국의 실물 경기 회복에 따라 국내 증시가 오를 수도, 내릴 수도 있다는 말이다.
 
  ‘세계 경기의 동반 침체’, ‘미국 경제의 더블딥’, ‘인플레이션’ 등 각종 얘기가 난무하고 있다. 앞으로 세계 경기는 어떻게 움직일까. 국내 애널리스트 다섯 명과 함께 ‘최악(最惡)과 최선(最善)의 시나리오’를 그려봤다.
 
 
  유럽 국가의 자금줄 프랑스가 무너지면 끝
 
유럽국가부채를 논의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왼쪽)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오른쪽).
  애널리스트들은 남유럽 국가인 ‘그리스’가 최악이든 최선이든 시나리오의 단초라는 데 이견을 달지 않았다.
 
  그리스는 방만한 재정운용과 국가 채무 누적으로 인해 올 초부터 재정난에 시달려 왔고, 유럽은행들로부터 다섯 번에 걸쳐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여전히 국가가 부도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 연구전문위원은 최악 시나리오의 시작을 ‘그리스 국가 부도’부터 가정했다.
 
  “그리스가 결국 부도난다는 가정에서 출발합니다. 그리스 국가 부도는 2008년 미국 부동산 거품 붕괴 때와 상황이 다릅니다. 미국은 몇몇 금융기관의 부실에서 시작한 금융위기였지만, 그리스는 재정이 취약한 국가 자체가 부도나는 것이죠. 그리스 외에 재정이 취약한 이태리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최악이 됩니다. 이태리와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예상되는 지원금액은 EU-IMF의 구제금융 한도를 넘습니다. 세 국가가 이렇게 되면 이들과 강하게 금융 연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ㆍ독일ㆍ영국 금융기관의 부실이 늘어나게 마련이죠. 여기서 가장 중요한 국가는 프랑스입니다.”
 
  ―왜 프랑스죠.
 
  “프랑스의 3대 은행인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크레디트아그리콜은 대외(對外) 자본 의존도가 높고, 그리스, 스페인, 이태리는 물론이고 유럽 국가들의 국채(國債)를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프랑스가 유럽 국가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것입니다. 무디스는 지난 9월에 그리스가 디폴트(default·채무불이행)를 아직 선언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프랑스 은행들의 신용 등급을 강등(降等)시켰습니다. 막상 그리스가 부도나고, 스페인과 이태리가 구제금융을 요청하면 상황은 불 보듯 뻔합니다. 결국 유로존 자체가 붕괴될 것입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의견은 이렇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가 디폴트 되면서 그리스 국채가 휴지 조각이 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스 국채를 가진 유럽의 모든 은행이 평가 절하되고 유럽 시장의 자금이 경색됩니다. 유럽의 모든 국가에서 국채 발행을 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고 생각해 봅시다. 과거 그리스가 디폴트 될 것이라는 소문만으로 국채 금리가 6%대였습니다. 금리가 7%대가 되면 사실상 국가의 지속이 불가능합니다. 유럽 국가들의 국채 발행이 막히면 결국 모두 IMF로 가거나, 유럽재정안정기금에서 돈을 빌려야 합니다. 그런데 유럽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프랑스와 독일이 당장 자신들의 불안한 처지든 어떤 이유든 간에 재정안정기금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칩시다. 그리스, 스페인, 이태리의 국채를 대거 보유한 프랑스가 무너지면 유로존은 사실상 해체입니다. 유로화 가격은 폭락하고,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올 겁니다.”
 
 
  유럽 공조체제가 무너지면 끝장
 
  홍순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의 공조체제가 무너지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봤다.
 
  “최악 시나리오의 시작은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들의 공조체제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그리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디폴트가 선언되고, 이들 국가 간에 공조가 이뤄지지 않으면 유럽 국가들의 범퍼 역할을 하는 안전판이 사라집니다. 유로존을 공동체라고 하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이들의 의견이 모이지 않고 그리스 이외의 주변국으로 여파가 미치면, 결국 유럽 전체가 경기 침체에 시달리게 될 것입니다. 신용경색과 경기 침체가 동시에 오면서 장기 불황에 접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의 시나리오는 이렇다.
 
  “그리스가 디폴트 선언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포르투갈과 아일랜드까지 국가 부도를 선언합니다. 여기에 이태리와 스페인이 부도 선언을 하기 직전까지 달랑달랑한 상황으로 갑니다. 이렇게 되면 해당 국가 국채 보유국인 프랑스가 위험해지고, 유로화 자체가 유지될는지 의심스러운 상황이 됩니다. 유럽의 장기 침체는 당연한 수순입니다.”
 
 
  유럽 위기론만으로 휘청거리는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의 시나리오를 종합해 보자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리스의 디폴트에서 시작해 유로존의 몰락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까지 나빠질 경우, 말 그대로 전(全) 세계의 공멸(共滅)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이르는 과정을 애널리스트들은 이렇게 봤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이다.
 
  “유로존이 몰락하고 나면 그 직격탄은 미국이 맞습니다. 미국은 그동안 유럽의 은행에 투자를 많이 해왔습니다. 대표적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은행의 신용등급이 지난달에 강등됐습니다. 유럽이 위험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는데, 유럽의 위기가 실제로 닥칠 경우 추가 강등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 지난 9월에 신규 고용지표가 의외로 좋게 나와서 ‘더블딥’ 가능성이 약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유럽이 무너지면 경제 악화는 오래갑니다. 제2의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오는 것입니다.”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와의 차이는요.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은행 부실은 정부 재정으로 덜 수 있지만, 그리스처럼 국가 자체가 부도가 나면 해법이 없습니다. 전 세계 공멸 시나리오가 됩니다. 국내에서 느끼는 체감온도는 IMF 때나 2008년 경제위기보다 훨씬 심할 것입니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벌써 이런 징조가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얘기했다.
 
  김 연구위원의 얘기다.
 
  “당장 미국의 대표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를 보십시오. 벌써 모건스탠리의 위기설이 나오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프랑스 은행에 묶여 있는 돈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입니다. 그리스 사태로 인해 프랑스가 어려워질 경우, 프랑스 은행에 대규모 투자를 한 모건스탠리가 어려워집니다. 결국 미국 최대 금융기관으로 불똥이 튀고, 미국 금융기관이 다시 부실 위험에 시달릴 것입니다. 결국 유럽과 미국의 은행과 투자기관은 BIS 비율과 자신들의 취약해진 구조를 막기 위해 해외에서 자금을 회수하게 됩니다. 유럽 자본은 동유럽에 많이 투자돼 있으나, 그들 국가와는 일종의 ‘신사협정’을 맺고 있어 함부로 돈을 회수할 수 없습니다. 결국 중동ㆍ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자금을 회수해야 합니다. 국내 증시가 얼마나 폭락할는지 상상할 수 없습니다.”
 
  유로존의 붕괴와 발맞춰 미국의 실정이 요즘보다 더 나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말 그대로 유럽발(發), 미국발 위기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찾아올 것이다.
 
  고희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미주팀 전문연구원의 얘기다.
 
  “미국 기업들이 유럽에 직접 투자한 금액이 50% 이상입니다. 지난해 연말에 미국 기업이 최대 흑자를 기록했는데, 만약 유로존이 무너질 경우 기업이 이익을 낼 상황이 없어집니다.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고용시장과 주택시장이 더욱 불안해질 것입니다. 오늘날 미국의 큰 문제는 실업률이 9%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고용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수출 기업을 독려하거나, 외국 기업에 인센티브를 줘가며 미국에 투자하도록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유럽발 위기가 현실로 드러나면, 미국의 금융기관이 타격을 입는 것은 당연지사이고 여타의 지표가 무너집니다. 결국 민간고용이 늘지 않고, 주택 가격이 더욱 떨어질 것입니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2008년 위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얘기다.
 
  “유럽은 세계 경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곳입니다. 게다가 미국과 면밀히 맞물려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 선진국 등 세계 경제를 이끄는 원천이 약해지면, 만약 중국이 추가로 경기 부양책을 쓰든 높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든 영향력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합니다. 2008년에 있었던 미국발 경제위기는 투자기관들이 잇달아 무너지면서 위기가 빠른 속도로 한꺼번에 찾아왔습니다. 순간 위력이 너무 센 탓에 전 세계가 휘청거렸죠. 이에 비하자면 유럽발 위기는 오랜 시간 동안 약하지만 천천히 다가왔습니다. 우리 경제에 당장 끼치는 영향이 약했지만 그만큼 오래간다는 소리입니다. 더블딥으로 갈 수 있습니다.”
 
 
  그리스 경기 회복이 관건
 
  그럼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선의 시나리오’는 어떤 것일까.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이렇게 내다봤다.
 
  “그리스의 경기가 전반적으로 상승해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로 돌아서고, 관광 수입이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이를 통해 국가 채무가 줄고 국영(國營) 기업이 민영화에 성공합니다. 독자적으로 채무 상환 능력을 확보하고, 주변국인 이태리와 스페인이 유로존에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 국채를 대거 들고 있는 프랑스 은행의 신용등급이 올라가고, 프랑스에 투자한 미국의 가치가 높아지는 시나리오입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의 얘기다.
 
  “그리스가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에 재정 긴축을 통해 현재보다 악화되지 않는 수준으로 개선됩니다. 그리스가 살아나고, 유럽이 재정 위험에서 벗어나면서 유로화의 가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유럽의 안정과 함께 미국이 안정되고, 미국 경기가 좋아지면서 이들이 굳이 동아시아 등 해외에서 자금을 회수하지 않는 상황이 전개됩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등에 외국자본이 계속 유입되고, 증시가 부양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출과 수입 등이 원활하게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면서 세계 경기가 같이 좋아지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입니다.”
 
  고희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와 함께 미국에 고용 창출의 견인차 역할을 해줄 사업이 나올 경우, 최선의 시나리오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유럽의 안정과 더불어 미국에서 새로운 제조업이 나옵니다. 애플, 구글과 같은 IT기업이 아니라, 인력 창출이 필수인 굴뚝 산업이 다시 시동을 켜기 시작합니다. 이를 통해 실업률이 떨어지고, 미국 국민들이 다시 돈을 소비하는 패턴의 생활 습관을 갖게 됩니다. 북미 시장의 활성화로 수출이 주력인 우리나라와 같은 곳이 살아나고, 아시아, 중동, 동남아 등의 자본 시장이 활성화되는 경우입니다.”
 
 
  현실은 그리스 디폴트
 
  그러나 인터뷰에 응한 애널리스트들은 전원 “현실적으로 최선의 시나리오는 불가능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리스는 국가 부채를 50~70%까지 탕감해 주지 않으면 자력 갱생이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디폴트를 시키는 것이 시장원리에 맞지만, 국가와 리먼브러더스와 같은 금융기관은 다릅니다. 물론 과거 남미 국가들은 부도를 냈지만, 그리스는 유로존에 속해 있기 때문에 단번에 부도처리를 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의 상황은 그리스를 질서 있고 점진적으로 디폴트시키는 방안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유럽 재정이 안정되긴 하겠지만, 고통이 장기화되는 것 또한 분명합니다. 아무리 빨라도 2~3년 내에 위기가 해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봐야겠지요.”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2008년과 또 다른 고통이 나타날 것”이라며 “확실한 것은 이번에는 약하게, 더욱 오래간다는 점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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