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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취재

‘칭기즈칸의 땅’ 몽골에 불어오는 세계평화의 바람

세계 30개국 지도자 300명, 인류 共存을 설계하다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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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글로벌 피스 페스티벌 몽골리아 2011’ 열려
⊙ “몽골, 자원부국일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에 주도적인 역할 할 것”
⊙ 7개국 국회의원, “2012년 평양에서 평화포럼 개최” 울란바토르 선언문 채택
울란바토르의 중심지인 국립궁전과 수흐바타르 광장.
  8월 넷째 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드는 손님들을 맞느라 분주했다. 8월 22일 미국 바이든 부통령이 몽골에 왔고, 같은 날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도 몽골을 방문했다. 이틀 후에는 중국의 공안총책인 저우융캉(周永康) 상무위원이 몽골을 찾았다.
 
  미국 내 동아시아ㆍ한반도 최고 전문가로 불리는 에니 팔레오마베가(Eni Faleomavaega) 하원의원 겸 하원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 위원장, 저서 《불가능은 없다》로 널리 알려진 미국의 수정교회 창시자 로버트 슐러(Robert Schuller) 목사 등 유명인사들도 8월 넷째 주에 몽골을 찾았다. 이 기간 동안 울란바토르의 최고급 호텔인 칭기즈칸 호텔은 일주일 내내 귀빈들을 맞느라 북적거렸다. 외교 또는 경제적인 목적으로 방문한 인사도 있었지만, 각국의 인사들은 대부분 8월 27일 울란바토르에서 열리는 ‘글로벌 피스 페스티벌(Global Peace Festival·이하 GPF) 몽골리아 2011’에 참석하기 위해 방문했다.
 
  인구 300만명, 1인당 GNP 2200달러에 불과한, 한때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역사상 가장 넓은 제국을 아울렀던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 이곳에 세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훈 제국 건국 2220주년을 맞아 몽골에서 열린 ‘GPF 몽골리아 2011’에 세계 30여 개국에서 300여 명의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국토의 대부분이 초원과 산악, 황무지로 이뤄진 이 나라를 세계는 왜 주목할까. 그 이유를 몽골 현지에서 찾아봤다.
 
8월 26일 국립궁전 대회의실에서 열린 GPLC 개막식.
 
  70년대 한국 풍경과 흡사
 
울란바토르 선언문에 서명하는 각국 국회의원들.
  8월 24일 오후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공항에 도착했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처음 받은 인상은 ‘1970년대의 한국’과 비슷하다는 것이었다. 오래된 자동차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시커먼 매연과 극심한 교통정체, 군데군데 흙더미가 쌓여 있을 정도로 정돈되지 않은 차도와 인도, 곳곳에 서 있는 타워크레인 등은 전형적인 개발도상국의 모습이었다. 한국인과 흡사한 몽골 사람들의 얼굴 때문에 과거의 서울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울란바토르 거리 곳곳에는 GPF 개최를 기념하는 깃발과 피켓이 나부끼고 있었다. GPF를 개최하는 GPF재단은 한국인 문현진씨가 2007년 미국 워싱턴DC에 설립한 비영리 국제민간기구(NGO)로, 세계 23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인류는 한 가족(One Family Under God)’이라는 비전 아래 지구촌 평화 실현을 목표로 수시로 세계 각국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2007년부터 케냐, 파라과이, 네팔 등 6개 대륙 23개국에서 열렸으며 올해는 몽골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GPF재단과 몽골 외교무역부가 공동주관하고 외교무역부 장관이 조직위원장을 맡아 국가행사로 지정되기도 했다.
 
  한국GPF재단 유경의 회장은 올해 GPF의 장소로 몽골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 “몽골은 과거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 걸쳐 거대한 몽골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의 후예로 지정학적 위치와 자원부국으로서의 의미 등 동북아시아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 곳이며, 2011년은 몽골민족인 훈족이 제국을 건국한 지 2220주년이자, 몽골 독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고 설명했다.
 
  유 회장의 설명이다.
 
  “몽골은 과거 공산주의에서 민주정권으로의 교체를 평화적으로 이뤄낸 유일한 국가이며, 동북아에서 보기 드문 비핵(非核)국가로 평화를 오랜 기간 실천해 온 곳입니다. 또 석탄 매장량이 세계 10위 안에 드는 등 풍부한 자원을 갖고 있어 전 세계 국가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자원을 통한 외교와 협력으로 몽골이 동북아 평화와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몽골은 북한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으면서 한국에도 호의를 갖고 있어 우리가 매우 중요시해야 할 지역”이라고 덧붙였다.
 
  울란바토르의 중심지는 국립궁전(state palace)과 그 앞의 수흐바타르 광장이다. 국립궁전은 몽골의 대통령 집무실과 총리 집무실 및 정부청사, 국회 등 정부기관이 모두 입주해 있는 곳이다. 궁전의 정면에는 초대형 칭기즈칸 동상이 자리 잡고 있다. 수흐바타르는 1920년 러시아로부터 몽골을 독립시키는 혁명을 일으켜 ‘몽골의 아버지’로 불리는 정치인이다. 수흐바타르 광장은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든 곳으로, 주요 국가행사와 문화행사가 열리는 곳이다. GPF재단은 8월 26~27일 국립궁전에서 ‘글로벌 피스 리더십 콘퍼런스(Global Peace Leadership Conference·이하 GPLC)’를, 27일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GPF를 개최했다.
 
▣ GPF재단은
 
GPF재단이 몽골에서 펼치는 ‘파워 오브 텐 투그릭’ 모금활동.
  GPF재단은 미국 워싱턴DC에 본부, 23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으며 지구촌 평화 실현, 개발도상국 경제적 자립 지원, 전문가들의 전 세계 네트워크 구축, 지속적인 세계개발활동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07년부터 23개국에서 GPF를 열어왔으며, 비정기적으로 GPLC를 열어 정치ㆍ경제ㆍ사회ㆍ종교ㆍ문화 등 각 분야 세계 지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구촌 현안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다.
 
  2010년 9월 네팔, 10월 인도네시아, 10월 말 파라과이, 11월 케냐에서 GPF를 개최했고 10월 서울에서 GPLC를 열었다.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남아시아 GPF 2010’에는 마디브 쿠말 네팔수상과 3대 정당 대표가, 파라과이에서 열린 ‘남아메리카 GPF 2010’에는 프랑코 현 부통령과 전직 대통령이, 케냐에서 열린 ‘GPF 아프리카 2010’에는 키바키 대통령과 오딩가 총리가 참석하는 등 각국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고 GPF재단 측은 설명했다.
 
  또 GPLC와 GPF에서 도출된 결과에 따라 사회봉사, 발전프로그램 등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는 한편 문화행사와 각종 캠페인, 대규모 페스티벌 등도 열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케냐 나이로비강 살리기 캠페인(2008), 필리핀 민다나오 평화빌리지 건설(2008), 네팔 바그마티강 정화활동(2010), 몽골 1000만 그루 나무심기(2011) 등이 있으며, 올해 8월에는 몽골에서 ‘사랑의 빛 보내기 운동’을 펼쳐 전기가 통하지 않는 오지에 거주하는 학생들에게 태양광 랜턴 100개를 전달했다.
 
  2012년 평양에서 평화포럼 열기로
 
26일 국립궁전에서 열린 의원 라운드테이블에서 각국의 국회의원 14명이 회의를 하고 있다.
  26일 GPLC 개회식은 몽골 외교무역부의 곤보자브 잔단샤탈 장관의 사회로 시작됐다. 잔단샤탈 장관은 “미국과 중국, 한국, 일본 등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세계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에서 동북아의 평화는 세계인 모두가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슈”라며 “각국 지도자의 주기적인 만남과 콘퍼런스를 통해 평화의 기반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대표 6명이 자리한 헤드테이블에 한국 대표로 참석한 남덕우(南悳祐) 전 국무총리는 “사실 세계 모든 사람이 한 하늘 아래 한 가족인데 제도적 차이와 정치적 갈등으로 헤어져 있다”며 “전 세계 사람들이 규합해 세계평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회식에 이어 국립궁전 내에서 몽골과 한국, 러시아, 중국, 미국의 국회의원과 정부인사 등 각국의 리더들이 모여 리더십 및 동북아 평화를 주제로 콘퍼런스를 가졌다.
 
  26일 오후 내내 세션1과 세션2로 진행된 의원 라운드테이블에는 7개국의 국회의원 14명(현직 12명, 전직 2명)이 참여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과 미래희망연대 송영선 의원, 유흥수 전 한나라당 의원과 이상희 전 한나라당 의원이 참석했다. 그 밖의 참석자는 몽골의 국회의원 2명, 미국 하원의원 1명, 헝가리 국회부의장, 말레이시아 국회의원 2명, 파키스탄 국회의원 1명, 필리핀 국회의원 4명 등이었다.
 
  의원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아시아의 정치ㆍ경제ㆍ안보 안정과 평화증진을 위해 ICAPP(아세안 정치정당 국제연합)를 설립하고, 2012년 평양에서 평화포럼을 개최할 것을 약속했다. ICAPP 설립의 주도자이며 파키스탄의 전 대통령선거 후보이기도 했던 무샤히드 후세인 상원의원은 “동북아 평화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속적인 다자간 대화기구의 설립이 필요하다는 점에 모두 동의했다”며 “평화와 안보를 강화하는 아시아 커뮤니티를 강화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후세인 의원의 얘기다.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 간의 평화적 교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 몽골 GPLC에 이어 11월에 한국 서울에서 콘퍼런스가 열릴 예정인데, 이어 2012년에는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했습니다. 현재 북한 노동당이 ICAPP 가입 의사를 보여온 상태이고, 2012년 평양 콘퍼런스 개최 제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해 왔습니다.”
 
  그는 동북아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6자회담으로는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각국의 첨예한 이해관계 속에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동북아 평화정착을 앞당기기 위해 몽골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전체가 힘을 합쳐야 하고, 이를 도모하기 위해 2012년 평양에서 범아시아 차원의 평화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세션1의 의장으로 참석했던 송영선 의원도 “각국의 의원이 모여 세계평화를 위한 기초를 만드는 데 동의했고, 특히 동북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속적인 다자 대화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의 설명이다. “각국의 정당과 정치인이 모여 동북아 평화구축을 위해 2012 평양 콘퍼런스 등을 논의했습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각 나라가 환경운동, 문화프로그램, 스포츠 교류, 젊은 층에 대한 인성교육, 지역봉사, 경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고요. 민간분야에서 적극적인 협력이 이뤄진다면 국가 간, 정부 간 평화운동도 좀 더 매끄럽게 진행되리라 생각합니다.”
 
27일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열린 GPF에는 6만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했다.
  27일 국립궁전에서 열린 GPLC 폐막식에서는 각국 지도자들이 모여 위와 같은 내용을 기조로 한 ‘울란바토르 선언문’을 채택, 서명했다. 필리핀의 호세 드비네시아 의원은 “선언문은 아시아 국가 간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지속적인 지도자 모임을 갖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며 “글로벌 피스 페스티벌을 포함해 다양한 축제와 포럼,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7일 오후 7시에는 수흐바타르 광장에서 6만여 명(몽골 정부 추산)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4시간여 동안 글로벌 피스 페스티벌이 열렸다. GPF재단 문현진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를 제패한 몽골의 역사가 세계평화의 길을 선도하는 역사적 의의가 있다고 믿는다”며 “몽골이 동북아 평화를 위해 매우 큰 책임을 갖고 있음을 알아달라”고 말해 울란바토르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에니 팔레오마베가 미 하원의원도 연사로 나서 “칭기즈칸의 나라 몽골이 다시 세계로 나서 세계평화를 위해 큰 역할을 해달라”고 말했다.
 
▣ 몽골에 사랑의 빛 보내기
 
몽골예술고등학교에서 열린 사랑의 빛 보내기 행사에서 기증자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GPF재단은 8월 26일 울란바토르 근교에 위치한 몽골예술고등학교에서 ‘사랑의 빛 보내기’ 행사를 가졌다. GPF는 국내 랜턴 생산업체인 하우스테크가 생산한 태양광 랜턴을 세계 오지에 보내는 ‘사랑의 빛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태양광 랜턴은 태양전지를 장착한 랜턴으로, 태양광 아래 6시간 정도 두면 스스로 충전돼 10시간 이상 밝은 빛을 낼 수 있고 한 손에 쥘 수 있어 휴대하기에도 간편하다. 직사광선이 강하게 내리쬐는 아프리카나 몽골, 남미 등 저개발국가에서 특히 효용성이 높은 제품이다.
 
  GPF재단은 지난해 하우스테크와 협약을 맺고 케냐, 파라과이 및 일본 지진 피해지역에 랜턴을 제공한 바 있으며, 이번 ‘GPF 몽골리아 2011’ 행사를 계기로 몽골 학생들에게 이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단은 이번에 몽골 학생들에게 랜턴 100개를 기증했다. 이번 기증행사에 참석한 유기준씨(전 아산 시의원)는 “몽골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학생들이 책을 읽고 싶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불을 켤 등유는 너무 비싸 힘들어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번 캠페인에 참가하게 됐다”며 “공해 없고 비용부담 없는 태양광 랜턴 기부활동이 저개발국가를 대상으로 더욱 확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랜턴을 선물 받은 학생 아마르(17세) 씨는 “등유값이 비싸 오후 8시만 넘으면 꼭 필요한 일 아니면 불을 켤 수 없었는데 랜턴이 생겨서 가족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며 “요즘 친구들과 함께 <드림하이> 등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어 한국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주말 밤, 4시간에 걸친 축제
 
  행사는 시종 흥겨운 분위기에서 열렸다. 시내 한복판에서 토요일 오후 7시에 열린 행사인 만큼 주말 저녁을 즐기러 나온 젊은이들의 참여도 한몫했다. 몽골 전통공연이 펼쳐진 것은 물론 몽골판 <위대한 탄생>(오디션 프로그램)의 우승자를 비롯해 몽골의 인기 소녀그룹, 록밴드 등의 가수들도 대거 등장했다. 몽골 최대 방송 UBS(울란바토르방송)는 GPF 행사를 생중계했다. UBS는 GPF의 공식후원사로 참여했고 GPF 테마송 제작 캠페인을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광장 한편에서는 GPF재단이 진행 중인 ‘파워 오브 텐 투그릭(몽골의 화폐단위·1투그릭은 1원 정도)’ 모금활동이 펼쳐졌고, 대형 기부금 박스가 꽉 차 박스를 교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광장의 또 다른 편에서는 GPF재단 주관하에 청년봉사단 100여 명이 모여 ‘에코백 프로젝트’를 벌였다. 친환경 가방인 에코백(eco bag)을 제작, 배포하며 성금을 받는 행사로 이날 모은 성금을 북한에 빵공장을 설립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GPF재단 측은 설명했다.
 
  이날 광장에서 행사를 참관한 대학생 바야르마(22세) 씨는 “방송에서 행사소식을 많이 접하고 궁금해서 나왔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여 함께 시간을 보낸 것은 태어나서 처음 있는 일 같다”며 “연사들의 강연과 영상, 공연 등을 보면서 훈족의 후예로서 자긍심을 느끼는 한편 몽골이 세계화되고 있다는 점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후 자정이 넘도록 수흐바타르 광장은 페스티벌의 열기가 남아 있는 듯 몽골 젊은이들과 세계에서 온 페스티벌 참석자들로 북적거렸다.
 
  다음 날 귀국을 위해 칭기즈칸 공항으로 떠나는 기자 일행은 도착할 때와는 달리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가난한 나라, 대학생 봉사활동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던 몽골은 세계를 제패했다는 과거는 물론 지금도 무서운 저력을 갖고 있는 나라였다. 자존심이 강하고 추진력 있는 국민성은 한국인과 닮았다. 인구가 적어 몽골인들 사이에서는 “자원만 제대로 개발되면 1인당 GNP가 한국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말이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이 나라는 조만간 우리와 버금가는 무역국가가 되거나, 형제와 같은 우방이 되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미니인터뷰] 문현진 GPF재단 이사장
 
  “통일이슈 남북한이 주도해야”
 
GPF재단 문현진 이사장.
  2011년 대규모 GPF의 장소로 몽골을 선택한 문현진 이사장은 “남북통일을 위해선 몽골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GPLC 행사 직후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국내에서는 석탄 등 경제적인 이유로 몽골을 주목하는 사람이 많은데, 자원뿐만이 아니라 외교ㆍ통일 방면에서 몽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몽골에 많은 한국인이 자원개발 등 경제활동을 하러 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몽골)는 경제적인 중요성뿐만 아니라 외교안보적인 중요성이 더 큰 나라입니다. 북한과 관계가 친밀하고, 우리나라와는 최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몽골사람들은 핏줄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핏줄로 봤을 때 한민족을 같은 일족이라고 생각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형제라고 생각하고 관심이 많아요. 신라 왕족이 훈족의 후예라는 가설도 있듯이 몽골은 한국에 상당한 친근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는 이 같은 몽골 측의 친근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몽골은 이제 정치ㆍ경제적으로 국제사회에서 도약하려 하고 있고, 롤모델을 찾고 있어요. 역사적으로는 러시아와 가까웠지만 소비에트연방에서 독립한 만큼 러시아나 구 소련 국가들에 호의를 갖고 있지 않고, 그들을 모델로 하지는 더더욱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중국과도 사이가 좋지 않고요. 그런데 미국과 일본에서는 몽골에 그다지 관심이 없습니다. 우리나라까지 관심을 갖지 않으면 몽골은 어쩔 수 없이 가까운 러시아, 중국 편으로 갈 수밖에 없어요. 자원부국인 몽골이 러시아-중국-북한과 친밀하게 되면 우리에게 긍정적인 효과는 별로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강해진 한국이 리더십을 보이고 몽골의 롤모델이 돼준다면 몽골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겁니다.”
 
GPF재단 문현진 이사장이 GPF 행사와 관련, 몽골 방송국 UBS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문 이사장은 “동북아 평화를 위한 6자회담이란, 당사자인 남북한이 주도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GPLC 등 국제행사를 주관해 보면 세계 지도자들은 남북통일에 대해 매우 관심이 높은 반면 한국인들은 큰 관심이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는 점이 놀라웠습니다. 이대로는 통일 이슈가 외부에 끌려갈 수밖에 없어요. 한국이 통일문제와 동북아 평화에 대해 리더십을 발휘하고 이슈를 주도해야 합니다. 특히 몽골처럼 남북한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각국의 정치ㆍ외교 지도자들이 여러 이유로 권력을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GPF재단과 같은 NGO가 외교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정치인들은 선거에서 지거나 쿠데타가 일어나면 원래 하려던 업무를 관철시킬 수 없게 되죠. 하지만 NGO와 평화운동가들은 지속적인 활동을 할 수 있습니다. 민간차원의 외교채널이 지속적으로 발동되면 꾸준하고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어요. GPF재단의 다양한 봉사활동과 문화활동 등이 한국에서 시작돼 중국, 몽골을 넘어서 북한까지 연결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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