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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유럽 미술의 새로운 강자

독일미술에 매료된 세계의 부호들

글 : 홍호진  UNC갤러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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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미술품에 대한 과도한 세금으로 스스로 무너져
⊙ 독일의 스피너라이, 빈 공장을 갤러리로 대여해 줘 유럽 아티스트들의 각광받는 명소로 부각
⊙ 라이프치히에도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한 수집가들 모여들어

홍호진
⊙ 42세.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 전 이미지컨설팅그룹 대표, 현 UNC갤러리 대표.
빈 공장을 갤러리로 대여해 유럽 아티스트들의 각광을 받는 명소로 자리잡은 스피너라이 입구.
  갤러리를 운영한 지 벌써 5년째. 보고서나 인터넷으로 얻을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의 분위기와 정확한 전세계 미술시장의 흐름 파악 및 정보수집을 위해 매년 현장을 돌아다닌다. 올해엔 지난 1월 한 달 동안 독일의 베를린과 라이프치히 등 독일 미술의 중심지들을 둘러보았다.
 
  과거의 미술에 대한 정보는 미술 전문서적이나 각종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서 구할 수 있다. 현재 같이 호흡하며 살아가고 있는 작가, 갤러리 및 세계 미술시장의 소식들은 그 정도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
 
  필자는 매년 한 번씩 이슈가 되고 있는 현장에 직접 가서 생생한 소식과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아직도 세계 미술시장과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는 국내 미술계에서 보면 값진 경험이다.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낯설게 들리겠지만 필자가 운영하는 갤러리는 정확한 콘셉트를 지니고 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대가들의 작품보다는 미래의 거장이 될 재목인 젊고 재능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전문 기획을 주로 하고 있다. 좀 더 전문적인 용어로 말한다면 컨템포러리 아트(Contemporary Art)를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라는 얘기다.
 
  동시대 미술이라고 불리는 컨템포러리 아트란, 우리와 같이 호흡하며 같은 시대에 살고 있는 예술가들이 만들어 낸 미술을 가리킨다.
 
  아직 동시대 미술에 낯선 국내에서는 동시대 미술을 현대미술에 포함시키고 있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현대미술과 동시대 미술은 구분되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현대미술과 컨템포러리 아트가 나뉜다.
 
 
  매매규모 커가는 컨템포러리 아트작가 작품
 
  세계적인 경매회사인 소더비(Sothebys)나 크리스티(Christie’s) 경매 섹션에도 컨템포러리 아트와 모던아트의 코너가 따로 있다. 현대미술과 동시대 미술 간의 구분이 자리를 잡아 가고 있는 것이다.
 
  동시대 미술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바로 현재의 미술이며 미래의 미술이라는 점이다. 미술시장이 확대되고 투자처로 각광받으면서 최근 컨템포러리 아트 작가들의 작품이 경매시장에서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마스터 피스(Master piece)나 모던 아트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던 과거 경매시장과는 다르게 현재의 경매시장에서는 현재 생존하고 있는 컨템포러리 아트 작가 작품의 매매 규모가 하루가 다르게 커 가고 있다.
 
  과거 화랑이라고 불리는 1차 시장에서 원로작가나 이미 작고한 작가 작품의 전시가 많이 이루어진 반면, 최근 들어서는 생존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미술계에서도 이러한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같은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다.
 
  1998년을 기점으로 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세대 갤러리 대표들의 뒤를 이어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새로운 니즈에 맞는 젊고 신선하며 국제적인 마인드를 갖춘 젊은 40대 갤러리 대표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콘셉트로 갤러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갤러리들의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젊은 갤러리 대표는 관장이라는 호칭보다는 디렉터 또는 갤러리스트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세계미술의 중심축이 변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은 프랑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다. 아직도 몽마르트 언덕에 가면 미래의 거장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지금의 프랑스는 과거의 프랑스가 아니고 과거의 몽마르트가 아니다. 과거 몽마르트 언덕을 향해 전 유럽의 뛰어난 작가들이 몰려들었던 시대는 지나갔다. 낡은 카페에 모여 앉아 시대의 모순을 얘기하고, 창작의 고통을 호소하던 예술가들의 자리를 관광객들이 대신 차지하고 있다. 재료비와 작업실 월세를 내려고 거리에 나와 자화상을 그려 주는, 진정한 화가 대신 관광객들 주머니의 돈만을 바라보고 그림을 그려 주는 저급 화가들이 들끓는다.
 
  프랑스가 이렇게 세계 미술계에서 자신의 입지를 잃어 버리고 추락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과도한 미술품 관련 세금 때문이다.
 
  생활이 궁핍한 가난한 작가들은 작업실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모여들고, 그 뒤를 이어 평론가들과 갤러리 대표들이 모여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예술동네가 생겨난다.
 
  작품을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 작가나 작가의 작품을 팔아 갤러리를 운영하는 시스템을 고려해 보면 작품이 판매되었을 때 과도한 작품 거래세 및 작품 소유세는 이들에게 치명적이다. 실제로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 국민들도 독일이나 스위스에서 작품을 구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작가들도 작품의 매매행위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프랑스가 그러는 사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의 미술을 발전시키기 위해 유럽 작가들이 미국에 이주하는 데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었다. 이러한 지원이 지금의 미국이 갖는 세계 미술계에서의 지위를 부여하게 되었다.
 
  1970년대 이후에는 미국이 누렸던 지위를 영국이 이어받았다. 1990년대 말 이후에는 독일이 급부상하고 있다.
 
  독일이 세계 미술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독일의 무엇이 전 세계 작가들을 끌어들이는걸까?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컨템포러리 아트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뉴욕은 전 세계 아티스트들에게 신대륙과 같았다.
 
  세계대전을 피해 망명을 하거나, 잠시 몸을 피할 곳을 찾고 있던 세계적인 화가들이 모여들었다. 뉴욕으로 모여든 작가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고, 그것은 곧 가장 뉴욕적인 현대미술을 낳게 되었다.
 
  현대적인 미술에 목말라 있던 미국은 이들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었다. 미국이 배부른 돼지의 이미지를 벗어나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미국 화단에도 새로운 바람이 일었고, 향후 컨템포러리 아트의 중심축으로 일어설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었다. 이후 잭슨 폴록(Jackson Pollock),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앤디 워홀(Andy Warhol)과 같이 현재 세계 미술시장에서 거장으로 추대받는 이들이 탄생했다.
 
  거기까지였다. 뉴욕은 추상미술과 팝아트를 거친 후 이렇다 할 화가들을 배출해 내지 못하고 있다. 시대는 급격히 변화해 가고 새로운 트렌드와 시대정신이 대두되면서 이를 담는 작품들이 나오지 않는 답보 상태에 이르렀다.
 
  미술을 사랑하고 소장하고픈 이들은 새로운 뭔가를 얻고자 하는 열망이 고조됐다. 미국 내 시장에 만족 못하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미술품 애호가들은 해외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전쟁으로 인해 반세기 동안 단절되었던 독일이 통일되었고, 구 동독 시절 계승해 왔던 동독의 미술과 서독의 미술이 만나면서 자신들만의 독특한 컨템포러리 아트를 만들어 냈다. 이제는 세계 미술시장에서 독일 미술을 제외하고 컨템포러리 아트를 논하기란 불가능할 정도다. 여기에 가장 큰 기여를 한 것은 독일 정부의 문화정책이었다.
 
  전쟁과 분단으로 버려진 낡은 동베를린의 건물들(중앙우체국, 백화점 등)을 아티스트의 작업공간으로 무상 제공했다. 베를린에 작가로 등록만 하면 경제적인 지원까지 해 주었다.
 
  베를린 정부의 문화정책은 이미 거대해질 대로 거대해진 뉴욕과 작품 거래에 어마어마한 세금을 징수하는 파리와 비교했을 때, 전세계 아티스트들이 베를린을 찾게 만든 원동력이 됐다.
 
 
  영국에는 데이미언 허스트, 독일에는 네오 라흐가 있다
 
  베를린에 위치한 갤러리협회 대표인 아네모네 포스텔(Anemone Vostel)의 말에 따르면, 2009년 통계로 총 400여 개의 갤러리와, 6000명의 등록작가,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 가고 있는 베니스 비엔날레 초청작가 중 40% 이상이 베를린에서 공부를 한 경력이 있거나 베를린에 거점을 두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향후 미술사의 흐름을 독일이 주도해 나가리라는 예측을 가능케 하는 수치다.
 
  2000년대 초반 세계 미술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영국작가 yBa (Young British Artist)를 이끄는 데이미언 허스트(Damien Hirst)가 있다면 독일에는 yGa(Young German Artist)를 이끄는 네오 라흐(Neo Rauch)라는 스타 작가가 있다.
 
  yBa가 영국의 골드스미스(Gold Smith College)와 첼시미술대학(Chelsea College) 출신들로 구성되어 있고, yGa는 라이프치히 미술대학(Visual Academy of Leipzig) 출신 작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1970년 이후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앤디 워홀이 세계 미술시장을 이끌었다면, 영국에는 데이미언 허스트가 있다. 세계 경매시장에서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이 높았다.
 
  앤디 워홀과 데이미언 허스트가 경매시장에서 경합을 벌이고 있을 때 소리 소문 없이 세계 경매시장에 명함을 내민 작가가 독일 작가 네오 라흐다. 정확히 말하자면 구 동독 출신 작가다.
 
  예술의 가치는 창의성이다. 앤디 워홀이나 데이미언 허스트가 자본주의 체제가 낳은 아티스트라면, 네오 라흐는 사회주의가 배출한 세계적인 아티스트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세계 미술의 큰 흐름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자본주의 미술과 공산주의 미술이다.
 
  구 소련이 무너지고 중국이 개방을 선택하면서 체제 간 전쟁은 자본주의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항상 새롭고 대안적인 것을 갈구하는 미술계에서는 자본주의 속에서 자라난 미술 추상, 팝아트, 개념미술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과거 50여 년간 접하지 못했던 사회주의 속에서 자생적으로 성숙해 온 미술이 세계적인 컬렉터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함께 지대한 호기심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그 선상에 바로 네오 라흐가 있었다. 하지만 네오 라흐라는 작가 혼자서 90년대 이후 지금의 독일 미술을 만들어 낸 것은 아니다. 그 뒤에는 바로 전세계 컬렉터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스피너라이(Spinnerei)가 있었다.
 
1990년대 베를린 미술의 상징인 타클라우스.
 
  라이프치히 예술단지 스피너라이
 
  스피너라이는 과거 면방직 공장이었다. 독일이 통일되면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동독의 공장들이 문을 닫게 되었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어버렸다. 그들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향했다. 과거 라이프치히, 아니 동독의 전체 경제에 큰 역할을 담당했던 스피너라이 공장은 말 그대로 폐허로 변해 갔다.
 
  하지만 지금은 공장을 떠난 노동자의 자리를 예술가들이 채웠고, 공장 대신 갤러리들이 들어섰다. 지금의 스피너라이는 세계 컬렉터들과 작가들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단지가 되었다. 빈 공장이었으니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싸고, 근처에 동독의 대표적인 미술대학인 라이프치히 미술대학이 있어 이곳은 자연스럽게 예술가들의 발길을 끄는 매력적인 장소가 되었다.
 
  철의 장막에 가려져 그동안 서방세계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동독만의 독특한 미술과 동독 시절의 잔재에 대한 호기심으로 독일 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수만 평에 달하는 이 넓은 공간에 작가들의 작업실, 도서관, 화방, 카페, 그리고 갤러리들이 생겨났다. 실제로 이곳에 있는 갤러리 중에 아이겐 아트(Eigen+Art)는 현재 세계 미술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갤러리로 평가받고 있다. 독일 내에서도 CFA(Contemporary Fine Art)와 함께 독일 컨템포러리 아트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 갤러리가 보유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이 수십억 달러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매년 네오 라흐(Neo Rauch), 마티아스 바이셔(Matthias Weischer), 팀 아이텔(Tim Eitel) 등의 작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부호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아이겐아트(Eigen+Art) 대표와의 인터뷰
 
필자(왼쪽)와 아이겐아트 대표 게르트 하리 리브케.
  스피너라이를 돌아다니다 미리 약속이 잡혀 있던 세계 미술시장의 전설적인 인물이며 스피너라이의 대표적인 갤러리 아이겐아트 대표 게르트 하리 리브케(Gerd Harry Lybke)를 만났다.
 
  아이겐아트 갤러리는 대표인 하리가 구 동독 시절 화가들의 데생을 위한 모델생활을 하다가, 작가들과 의기투합해 조그마한 갤러리 공간으로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갤러리로 성장했다.
 
  그는 다른 유수의 갤러리 대표들과는 전혀 다른 경력을 지니고 있었다. 보통 갤러리 대표들은 미술대학이나 미술과 관련된 학과를 나와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시작한다. 큐레이터 생활을 하면서 맺어 놓은 인맥과 경험을 바탕으로 후에 자신만의 갤러리를 오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리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데생 모델로 시작해 작가들과 직접 호흡하고 대화하면서 지금의 아이겐 아트 색깔을 만들어 왔다. 무일푼에서 직접 발로 뛰면서 수많은 실패 속에서 지금의 성공을 이루어 냈다. 이러한 그의 이색적인 이력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이슈가 되었고, 그러한 이력이 유명 갤러리의 대표 자리에 오르는 데 일조한 듯하다. 그와의 짧은 인터뷰 내내 전화벨소리가 연방 울려댔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통화를 하는데, 내용인즉 언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냐는 컬렉터들의 문의였다.
 
 
  미술품 투자처로 각광받는 독일미술
 
  독일 미술 하면 색이 무겁고 내용이 너무 철학적이라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소개된 독일 미술을 보면 당연한 얘기인지 모른다. 솔직히 국내에 소개된 독일 미술작품의 대부분은 서독 미술이 주류였고, 그것도 미술사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사조의 미술작품들이었다.
 
  한때 5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추상주의 미술작품을 최고의 가치로 평가했던 시절이 있었다. 서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독일 미술은 지금 엄청난 변화와 성장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독일 미술이 아니다. 유럽 내에서 가장 급변하고 있는 독일의 현주소가 미술작품 속에 그대로 녹아 있는 듯하다.
 
  독일의 젊고 독특한 미술은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 왔던 이전의 독일 미술과는 사뭇 다르다. 이미 이러한 독일 컨템포러리 아트의 진가를 알아본 수집가들은 매년 1년에 한 번씩 방문하여, 젊고 유능한 작가들의 작품을 사들이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미술 애호가들의 눈길을 끄는 걸까? 그것은 독특함, 즉 창의력이 아닌가 싶다. 지나간 미술사를 뒤돌아보아도 세월의 흐름과 변함없이 최고의 작품으로 추앙받는 이유는 바로 창의성이었다.
 
  정체되어 있는 곳에서 창의성은 나오지 않는다. 독일은 예술가들의 창의성이 극에 달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전혀 다른 체제의 잔재, 국적을 가리지 않고 지원해 주는 정부정책, 깊은 철학의 역사, 유구한 역사를 지닌 클래식 음악의 대가들, 미술을 소비하는 애호가들, 그리고 20세기 최고의 역사적 사건인 독일 통일….
 
  독일 미술은 이미 엄청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잠재력의 폭발을 몇 년 전 베를린에서 보았고, 베를린의 뒤를 이어 이제 막 출발선에 들어선 라이프치히를 보았다. 작은 도시에 불과한 라이프치히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집가들이 자가용 비행기를 이용해 찾아드는 모습은 부러움과 함께 질투가 날 정도다.
 
  한 달간의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새롭게 변해 가고 있는 독일 미술 현장을 돌아다니며, 작가와 갤러리 대표들과의 미팅으로 값진 경험을 했다. 조그마한 면천 위에 그려진 그림 한 점이 자동차 수백 대 가격과 맞먹는데도 이를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다. 이것이 문화강국의 참모습이 아닌가 싶다. 독일의 문화강국을 위한 투자는 이미 2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10년이 채 되지 않아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기 시작했다.앞으로 독일 미술은 세계 미술시장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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