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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보고

2011 미·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 총회 참관기

만찬장엔 하원의원 360명, 모금액은 2억7000만 달러

글 : 김동석  뉴욕·뉴저지 韓人유권자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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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이팩이 다음 大選에서 오바마 지지 철회할 것이라는 주장은 억측
⊙ 차기 미국 대통령과 친밀한 사람을 회장으로 뽑아
⊙ 미국 외교정책의 풍향계 역할

김동석
⊙ 53세. 뉴욕시립大 정치학과 졸업.
에이팩 연례 총회 모습.
  지난 5월 22일(현지시간)부터 사흘 동안 미국 워싱턴DC에서 미·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에이팩) 연례총회가 열렸다. 에이팩 총회는 해마다 일요일에 시작한다. 보통 금요일 오후부터 화요일 오전까지는 연방의회의 일정이 없고 유대인들의 종교의식이 토요일에 있기 때문이다.
 
  개회 1주일 전에 온라인으로 등록을 확인한다. 참가자 숫자를 제한하기 위해서다. 금요일 자정까지 바코드가 새겨진 출입증을 직접 발급받아야 한다. 올해는 개회 1주일 전에 참가 정원인 1만명이 채워졌다.
 
  올해 총회가 열린 시기는 오사마 빈 라덴 사살로 테러경보가 두 단계 높게 발령된 상황이었고 연례총회 만찬에 귀빈으로 초대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테러루머가 퍼져 있는 상황이었다. 예년에는 호텔에서 버스에 승차할 때, 컨벤션센터의 정문 입구, 그리고 행사장 출입구 등 세 번의 검색대를 통과하면 됐지만 올해는 컨벤션센터 로비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지점에서 또 한 번의 검색대를 통과하도록 했다.
 
  참석자들의 바깥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지하실에 임시로 대형식당 4곳을 설치하기도 했다. 검문검색의 강화로 행사장에 입장하는 시간이 예년에 비해서 3배가 소요됐다. 호텔과 행사장을 오가는 대형버스의 운행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1주일 전에 수용인원 1만명을 넘었기 때문에 금요일과 토요일에 등록을 하려던 언론사들도 초청언론사를 빼고는 등록이 불가능했다. 이런 이유로 참가를 원했던 워싱턴 주재 한국특파원 몇몇도 참가하지 못했다.
 
 
  의원 상대로 한 로비교육 받아
 
에이팩 연례총회 만찬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개회 이틀 전인 금요일부터 행사장 주변의 검문과 검색이 강화됐다. 컨벤션센터의 사방 3블록 전까지 교통이 통제되었고 금속탐지기와 군견이 동원되었다. 참가자는 주최 측에서 제공한 콘퍼런스백(프로그램, 메모지, 볼펜, 충분한 양의 캔디) 이외에 휴대폰만 휴대가 허용됐다. 다른 해에는 기록을 위한 개인 노트북과 촬영을 위한 카메라도 허용됐었다. 이번 총회에서는 여자들에게도 핸드백 소지를 불허하고 반드시 콘퍼런스백만 사용하도록 했다.
 
  필자는 올해로 꼭 9년째 에이팩 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개회식 하루 전인 토요일 오전 10시경 행사장에 도착했다. 공식적인 프로그램은 일요일부터 시작하지만 지도부 격인 전국이사회(National Board Member)는 금요일에 정기이사회를 연다. 하루종일 열리는 정기이사회에서는 사업보고(감사와 승인)를 받고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한다.
 
  기부금의 액수와 콘퍼런스 참가횟수로 구분하는 클럽회원은 토요일에 별도의 워크숍을 갖는다. 이 클럽회원들이 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한다. 클럽회원들은 토요일 하루 동안 이번 총회에서 상정, 통과시켜야 할 법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의원들에 대한 로비방법을 교육받는다. 상대할 의원들에 대한 정보와 법안설명을 위한 토킹 포인트(Talking Point)를 정리해서 연습시킨다.
 
  예년엔 토요일 저녁프로그램이 없었는데 올해엔 토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는 ‘지난 1년 동안의 미국행정부와 연방의회의 변화’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9시부터 11시까지는 아랍권에 불어닥친 시민사회 민주화 운동을 주제로 한 강의가 있었다.
 
  클럽회원을 250명 정도씩 5개 반으로 나누어서 교육을 시켰다. 지난해 중간선거를 통해 등장한 시민사회의 보수 정치세력인 ‘티파티’를 집중 분석하고 다수당(공화당) 내 주요의원들의 친(親)이스라엘 성향을 분석해서 발표했다. 탄생 150년 이래 가장 큰 변화를 맞고 있는 연방의회에 더 이상 친이스라엘 성향의 의원이 다수가 아님을 강조하는 교육이다.
 
  연방의회의 초·재선 의원들에게 이스라엘을 방문하도록 하고 유대인의 역사와 중동의 정세에 대해서 교육시킬 방도를 궁리하는 토론과 협의도 있었다. 지난해 말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이집트, 리비아, 바레인, 예멘, 알제리, 시리아 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아랍권의 시민혁명에 대해서는 특별프로그램을 만들었다.
 
 
  80여개 주제별 토론회 열려
 
  에이팩 지도부의 토요일 만찬 시간에는 지난해 중간선거를 통해서 하원 외교위원장이 된 플로리다의 일리에나 로스-넷트넨 의원을 강사로 초청해서 그녀의 중동정책에 관한 강연을 들었다.
 
  총회 기간 동안 아침과 저녁에는 1만명의 회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프로그램이 있고, 오전과 오후엔 각종 세미나와 워크숍이 진행된다. 80여 개의 주제별 토론과 세미나다. 전문가가 발표를 하고 서로 토론을 하며 청중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답하는 방식이다.
 
  이슈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1년 동안 에이팩이 집중해야 할 이슈에 대한 강의가 연속된다. 주로 에이팩 활동가들이 강사로 나온다. 이들은 워싱턴 내 유력한 싱크탱크의 수석연구원들이다.
 
  전직 연방의원들, 전·현직 교수나 외교·안보 전문가들, 미디어에 종사하는 언론인들과 저널리스트, 공중파의 정치분석가들과 유명 앵커들, 연방의원의 전직 입법보좌관들도 주요 강사진이다. 강사나 패널을 소개하는 부분만 두꺼운 책 한 권이다. 이번 대회의 주제는 ‘더 나은 협력’이었다. 주요한 세미나의 제목으로는 ‘전략의 변화’ ‘지구촌의 현안’ ‘이스라엘과 세계’ ‘이스라엘과 미국 관계의 정치적인 관점’ ‘중동지역의 현대사’ ‘로비방법’ 등이 있었다.
 
  이번 에이팩 연례총회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에이팩의 초청으로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워싱턴을 방문했다. 총회 시작 하루 전날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오바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협상을 종용하면서 “1967년 전쟁 때의 국경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바마를 외면한 채 “절대로 그럴 수 없다”고 반박했다. 전 세계의 미디어가 이 문제에 관심을 가졌다. 네타냐후 총리가 충격으로 워싱턴 호텔서 일어나질 못하고 진통제 신세를 지고 있다는 소문이 에이팩 총회장에 떠돌기도 했다.
 
 
  “여긴 미국이고 우리의 대통령은 오바마”
 
  주류 미디어들은 “에이팩에 밉보인 오바마가 내년도 선거에서 죽을 쑬 것”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요일 아침 에이팩 개막식의 연설자이고 네타냐후 총리는 월요일 저녁 만찬장의 연설자로 나오게 돼 있었다.
 
  에이팩 지도부는 개막식 전날인 토요일 오후에 비상을 걸어 대통령과 총리를 향해서 총공세를 폈다. 에이팩의 실세인 하워드 코어 사무총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여기는 미국이고 우리의 대통령은 오바마”란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 총리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일에 진력했다. 하워드 코어의 노력은 일요일 아침 연례총회 개막식 대통령 연설에서 나타났다.
 
  하워드 코어의 “우리는 미국시민이고 우리의 대통령은 오바마다”라는 발언이 효과를 낸 것이다. “하워드 코어(에이팩)의 요청이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백악관의 분위기가 에이팩에 전달되었다. 그래도 하워드 코어(에이팩)는 “그것은 대통령의 결정사항이고 의견차이가 있으면 오히려 네타냐후 총리가 이해하고 양보해야 할 것”이라며 토요일 밤 내내 침묵을 지켰다. 미디어의 성화에 하워드 코어는 “에이팩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 궁리하고 결정할 뿐이다”라고 간단히 답했다.
 
 
  오바마와 네타냐후의 불협화음
 
  네타냐후 총리와 오바마 대통령 간 불거진 불협화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도 에이팩 총회에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워싱턴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필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을 방문할 때면 백악관과 국무부가 공공연하게 팔레스타인과의 평화협정 문제에서 이스라엘의 책임을 묻는 뉘앙스의 논평을 줄지어서 내놓기도 했다.
 
  그 전해인 2009년엔 에이팩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로 네타냐후 총리가 백악관으로부터 전례 없는 푸대접을 받고 돌아갔다. 사실 에이팩 지도부는 15억 무슬림을 향해 화해를 제안한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의 카이로대학 연설에 대단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에이팩 활동가들은 2008년 대선에서 유대계가 오바마에게 쏟아부은 정치헌금을 웹사이트 등에 공개하는 등 간접적으로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오바마 취임 후 지난 만 3년 동안 에이팩은 ‘차선전략’을 추진해 왔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네오콘들을 앞장세웠을 때 에이팩의 전략은 전체 아랍권 봉쇄 전략이었다. 이란, 헤즈볼라, 하마스를 하나로 묶어 철저하게 미국의 적으로 규정해서 전 세계 국가들이 이들을 정치·군사·경제적으로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테러 직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와 전쟁을 벌일 당시에는 이러한 에이팩의 강경한 전략이 잘 먹혀들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의 에이팩 총회에 동원된 인사들을 보면 거의 100%가 강경한 군사전략가들이나 기업연구소 또는 헤리티지 같은 소수 강경한 입장의 싱크탱크들이었다. 외교·안보 전략가들도 네오콘 일색이었다.
 
  게다가 미국의 이름난 네오콘 학자들의 거의 80%는 유대계이다. 로버트 케이컨, 존 볼튼, 윌리엄 크리스톨, 리처드 펄, 폴 울포위츠 등이 그들이다. 딕 체니 부통령과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단골인사였다.
 
  이라크 전쟁의 실상이 밝혀지면서 다수 시민사회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전쟁의 책임을 묻는 분위기가 일어나자 가장 발 빠르게 변신한 것은 에이팩 지도부였다. 2007년부터는 민주당 성향의 데이비드 빅터(에이팩 직전 회장), 리 로젠버그(현 회장)를 앞세웠다. 올해 말에 회장임기를 마치는 리 로젠버그는 2008년도 오바마 바람과 함께 시카고에서 등장한 인사다.
 
 
  이스라엘에 양보 강조하는 오바마
 
에이팩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오바마 등장 이후 에이팩은 아랍권 봉쇄에서 이스라엘 국방력 강화로 정책을 선회했다.
  에이팩의 차선전략이란 미국이 아랍권에 유화적일 때는 이스라엘의 국방을 강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이다. 2009년부터 유대계인 하원의 국방위 소속 스티브 로스맨 의원이 주도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최신형 미사일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에이팩은 올해 총력을 다해 차선전략을 추진한다. 총회 기간 중 이스라엘 국방비 지원을 증액하는 법안을 상·하원에서 처리토록 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이스라엘이 미국의 맹방임을 늘 강조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스라엘의 양보를 통한 평화협정을 강조하고 있다. 유대계에겐 늘 불안 요소이고 에이팩에는 스트레스가 아닐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을 인정하지 않고서는 중동의 평화를 기대할 수 없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에이팩이 차선전략을 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에이팩 내에서도 중동지형을 냉혹하게 보자는 여론이 있다. 그래서 초강경파인 네타냐후가 최선이 아니라는 의사를 표현하기도 한다. 이번 에이팩 총회엔 이스라엘 야당인 카디마당의 당수인 치피 리브니를 함께 초청했다. 에이팩 내의 다수는 아니지만 이스라엘 야당의 노선을 지지하는 세력도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에이팩의 연례 만찬장엔 가끔 여기저기서 노선문제를 제기하는 소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연례총회 개막 전 에이팩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개막식에 직접 나와서 연설을 하겠다는 확약을 받고 이번엔 네타냐후 총리와 좀 편안한 관계를 유지해 줄 것이란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오바마의 “1967년 전쟁 때의 국경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하워드 코어 사무총장은 이사회에 비상을 걸었다. 최소한 두 정상 간의 관계를 복원시켜야 에이팩의 체면이 서기 때문이다. 얼굴 없는 전설적인 전략가 에이팩의 하워드 코어가 어떻게 할 것인가. 에이팩 총회 개막을 앞두고 미국의 모든 정치저널은 하워드 코어를 주목하고 있었다.
 
 
  마음 바꾼 네타냐후
 
  일요일 아침, 개막행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 안보를 위한 미국의 의무는 깨뜨릴 수 없는 원칙이고, 어제의 나의 제안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1967년 6월 4일 존재했던 것과는 다른 국경을 설정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다. 67년 이전의 국경에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이지, 그 국경선을 지금 그대로 적용하라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오바마의 발언 이후 네타냐후 설득 등 하워드 코어의 전략적 리더십이 빛을 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2시간 후 에이팩 회원들의 페이스북, 트위터, 이메일에 네타냐후 총리의 메시지가 전달되었다. 필자에게도 이메일로 “평화협상의 방안을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구상하기로 결심했다”는 메시지가 네타냐후 총리로부터 들어왔다. 한국 모일간지의 “내년도 선거에서 에이팩은 오바마 대통령 지지를 철회할 것이다”란 기사는 에이팩을, 에이팩의 전략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추측기사였다.
 
에이팩이란?
 
  유대인이 만든 시민로비단체
 
  에이팩은 1947년에 설립됐다. 연례총회는 1968년부터 시작됐다. 1996년부터 15년째 에이팩의 실무책임을 맡고 있는 하워드 코어 사무총장은 총회장에서 전국 에이팩 이사회를 소개하면서 “1968년 20명의 유대인이 모여서 시작한 연례총회가 43년이 된 올해에 처음으로 참가자가 1만명이 넘었다”고 했다. 2차대전 당시에 미국이 하루라도 빨리 전쟁에 개입했다면 수만 명의 유대인들을 히틀러의 나치(홀로코스트)로부터 구할 수 있었다는 미국 내 유대인들의 자각에 의해서 설립된 에이팩은 시민로비단체다.
 
  에이팩이 이스라엘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100% 틀린 말이기도 하다. 10년째 이런저런 에이팩 행사에 참가하면서 늘 확인하는 것은 ‘이스라엘을 위해서’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반드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들이 꼭 고수하는 원칙이다. 미국의 시민이 다른 나라 정부를 위해서 일하려면 반드시 로비스트(에이전트)로 등록을 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불법이다.
 
  에이팩은 이스라엘 정부의 에이전트가 아니다. 에이팩은 미국의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로비단체다. 그래서 에이팩은 이스라엘을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고 이스라엘과 미국과의 관계를 위해서 일한다. 에이팩 지도부는 “미국 내 유대인들은 이스라엘에 사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이스라엘과 미국과의 관계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한다.
 
  유대계 공화당 원내 대표
 
  연례총회 개막식이 열린 22일 일요일 저녁 5시40분, 머리가 허연 80세의 할머니 한 분이 연단에 섰다. 버지니아 에이팩을 대표하는 중앙위원인 후랜신 코올이다. 그 할머니는 “오래 전에 나는 리치먼드시 슬럼가의 뒷골목에서 유난히도 눈빛이 빛나서 영리해 보이는 한 소년을 만났습니다. 그는 유대인의 아들이었고, 그때가 16살이었습니다. 나는 그에게 에이팩의 청소년 프로그램을 소개했습니다. 그는 시작부터 에이팩 활동에 열심이었습니다. 그는 유대 역사에 대해서, 그리고 이스라엘의 불안한 상황에 대해서도 늘 긴장을 했습니다. 그는 에이팩을 통해서 성장했습니다. 그때로부터 지금 꼭 30년이 흘렀습니다. 그가 이 자리에 왔습니다. 여러분, 미국의 하원의원인 에릭 캔터 다수당(공화당) 원내대표를 소개합니다.”
 
  1만여 명의 청중이 일제히 고함을 외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릭 캔터가 중앙 연단에 섰다. 그는 ‘더 강한 협력’을 주제로 강연을 했다.
 
  “에이팩의 활동가로 인생의 좌표를 찾았습니다. 에이팩은 나에게 유대인으로서의 인생의 의미를 알게 했습니다. 나의 할아버지는 더 좋은 삶과 자유를 찾아서 러시아를 탈출했고 뉴욕을 통해서 버지니아로 왔습니다. 100년 전의 일입니다. 일찍 미망인이 된 할머니는 리치먼드 흑인 슬럼가에서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을 참아내며 두 아들을 학교에 보냈습니다. 나의 아버지는 유대인임을 자각하는 것이 할머니의 뜻이라고 우리를 교육했습니다. 여러분, 100년 전에 미국을 찾아온 그때 그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자가 연방의회 다수당 대표가 될 것을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그러나 나는 이렇게 오늘 이 자리에 섰습니다.”
 
  1만명의 청중이 모인 장내가 숙연해졌다. 에릭 캔터는 “에이팩이 가장 강력한 의회 지도자를 만들었다”고 했고 “그래서 에이팩은 미국을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팩 연례총회에서 인기가 가장 높은 프로그램은 전문가들 간의 이슈토론이다. 매년 전 세계 최고의 전문가 4명 내지 5명이 나와서 주제토론을 벌인다. 1만명의 청중이 있는 대형 홀의 중앙연단 위에서 4명 내지 5명의 패널들이 토론을 한다.
 
  이번 총회 일요일 아침 토론은 ‘중동지역의 변화에 대한 분석과 통찰’이 주제였고 저녁 토론은 ‘정치권, 그 중심과 주변’이었다. 아침 토론의 사회는 폭스뉴스의 저명한 시사앵커인 댄 새너가, 저녁 토론은 에이팩 최고의 정치 분석가인 로버트 배신이 사회를 맡았다.
 
  아침 패널은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이며 전직 주이스라엘 미국대사를 지낸 마틴 인다이크 , 제임스 울시 전 CIA국장, 아모스 예들린 이스라엘 군사정보위원장, 월스트리트저널의 외교정책 칼럼니스트인 브렛 스테팬이 나와서 1시간30분 동안 토론을 벌였다.
 
  저녁시간 패널은 민주, 공화 양측 성향의 패널이 2명씩 나왔다. 민주당 성향의 패널로는 클린턴 대통령 선거를 담당했고 지금은 CNN의 정치 분석가인 폴 베갈라와 힐러리 클린턴의 선거캠프에서 여성과 가족관련 정책을 만든 ‘무제한 재단(No Limits Foundation)’의 회장인 앤 루이스, 그리고 공화당 성향의 패널로는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애리 피셔와 티파티의 배후 실력자이며 ‘신앙과 자유 연맹’ 의장이고 미국 기독교연맹 총재인 랠프 리드가 나왔다.
 
 
  중국 관련 이슈 최초로 등장
 
이번 에이팩 총회의 특징 중 하나가 중국 관련 이슈의 등장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중국계 여자 교수인 크리스티나 린(사진 오른쪽)이 세미나에 참석해 패널들과 중국 관련 이슈를 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다.
  내년도 대통령 선거전에 시민사회가 어떻게 반응하고 유권자들의 표심의 향배가 어떻게 되겠는가를 토론했는데 날카로운 분석들이 쏟아졌다. 특히 시민사회의 종교우파를 아우르는 랠프 리드 박사의 견해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 듯 보였다.
 
  이번 연례총회에서 에이팩은 연방의회를 상대로 두 가지 로비를 벌였다. 이스라엘 국방비 지원과 이란 제재다. 2012년 회계연도의 이스라엘 국방비 지원 3억750만 달러, 그리고 이란을 향한 강력한 경제제재 법안을 추진하는 일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문제도 언급되었다. 팔레스타인의 권력이 하마스와 단절하지 않으면 어떠한 협상도 없다는 것이다.
 
  총회 마지막 날인 화요일에는 지역별로 조를 나누어 의사당을 찾아갔다. 그 전날 있었던 연례총회 만찬장엔 하원의원 360명이, 상원의원 60여 명이 참석했다. 거기서 이미 법안 설명과 요청 안건이 전달되었다. 그러나 회원들은 의원 사무실로 일일이 의원과 보좌관을 찾아다녔다.
 
  이번 총회에서 이전에 없었던 눈에 띄는 부분은 중국 관련 이슈가 등장한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국제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데 중동지역에 대한 중국의 에너지 의존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에이팩이 유념한 것이다.
 
  일요일과 월요일 이틀 내내 500여 명이 참가하는 한 세미나는 중국을 주제로 열렸다. 강사는 존스 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의 중국계 여자 교수인 크리스티나 린이었다. 그녀는 국방부에서 중국전문가로 일했고 백악관의 국가안보보좌관실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중국과 아랍권과의 연계, 특히 이란과의 관계를 조목조목 지목해 내면서 결론은 이란과 경제교류를 하는 국가들이 미국과의 관계를 맺을 때엔 일정하게 제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북한에 관한 언급은 이란이 등장할 때마다 함께 나왔다. 의회에 미치는 에이팩의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에이팩의 주장과 분위기는 미국 외교정책의 풍향계 역할을 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이스라엘 총리, 내각 이끌고 참석
 
  에이팩 연례총회의 가장 큰 성과는 ‘에이팩 모금’이다. ‘미래를 향한 에이팩의 동업자들’이란 슬로건으로 전국에서 모여든 1만명의 유대계 지도급 인사들이 에이팩을 위해서 성금을 냈다. 에이팩을 자기의 재산 상속자로 정하는 ‘유언장 만들기’ 캠페인도 펼쳤다. 3박4일 동안 2억7000만 달러를 모금했다. 100만 달러 이상의 기부자는 부부나 가족의 사진을 대형 배너로 만들어서 주행사장 입구에 길게 세워 놓았다. 기부자가 너무나 많아서 5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사람에 한해서만 게시판에 올렸다. 6명의 회원이 5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고 200만 달러 이상이 거의 40여 명에 이르렀다.
 
  에이팩의 조직으로, 에이팩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회장, 실무를 총괄하는 사무총장, 그리고 재정과 사업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각 지역과 전국 이사회가 있다. 매년 열리는 연례총회장을 보면 마치 북한이나 중국의 최고인민회의장의 주석단과 흡사하다. 중앙연단의 뒤편엔 좌우로 이사들이 나와서 앉아 있다.
 
  에이팩의 지난 15년 동안의 괄목할 만한 성장에는 사무총장인 하워드 코어의 리더십 덕분이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그는 ‘이 시대 최고의 웅변가’라고 불릴 정도로 연설의 달인이다. 에이팩의 총회에 초청받아서 나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하워드 코어 사무총장을 치켜세운다. 오바마 대통령도 연단에 들어오면서 주석단의 하워드 코어를 먼저 찾아갔다. 누구든 연설을 시작할 때는 “하워드 코어의 리더십에 의한 에이팩은…” 하면서 말문을 연다.
 
  회장의 임기는 4년이고 전국 이사회에서 선출한다. 임기의 시작은 대통령 임기 시작보다 1년 빠르다. 차기 미국의 대통령을 예상해서 대권후보와 가장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이사 중에서 한 명을 선출한다고 한다. 리 로젠버그 현 회장은 시카고 에이팩 회장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오바마와 운동을 같이 했고 오바마를 오랫동안 후원해 온 오바마의 친구다. 아주 작은 키의 뾰족 대머리다.
 
  내년도에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회장은 이번 회의에서 선출됐다. 코네티컷 출신의 마이클 카센이다. 전직 회장인 데이비드 빅터는 힐러리 클린턴과 가까운 사람이었고 그 전의 회장인 하워드 프라이드맨은 텍사스 군단과 가깝다고 한다. 전직 회장은 대개가 이사장을 맡게 되는데 지금 이사장은 데이비드 빅터다.
 
  에이팩 연례총회에는 이스라엘 총리가 내각을 이끌고 참가한다. 이스라엘의 인구보다 미국 내 유대계 인구가 더 많다. 에이팩은 전국의 회원들에게 “미국의 유대인들이 전 세계의 유대인들의 안녕을 보장해야 한다”는 교육을 시킨다.
 
 
  높낮이 없는 회의장
 
  에이팩의 연례 총회장엔 높낮이가 없다. 아무리 저명한 학자나 대(大)자본가나 인기 높은 연예인 등 유명인사도 아주 평범하게 전체회의에서 자신의 지역 테이블에 앉는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를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고 할리우드 스타가 바로 옆에 앉은 것을 몰랐을 때가 빈번하다.
 
  지나친 다음에 그가 스필버그 감독인 줄 알았고, 맞은편의 점퍼 차림이 코네티컷의 조지프 리버맨 상원의원임을 거의 만찬이 끝나 갈 때야 알았다. 10명이 앉는 원탁 테이블 1000개가 놓였고, 그 넓은 대형 홀의 전체 벽면이 스크린이다. 유대인이란 이유만으로 참혹하게 학살되는 홀로코스트의 장면이 나오면 1만명의 남녀노소가 숨을 죽이며 울먹인다.
 
  매년 연례총회에서는 그해의 유대인 영웅을 앞에 내세운다. 올해는 미군으로 팔레스타인 전투에 참가했다가 외팔이가 된 상이용사가 나와서 “한쪽 팔이 없는 나의 몸은 유대인의 훈장”이라고 연설했다.
 
  마이애미에서, 덴버에서, 알래스카 얼음산에서, 그리고 LA나 뉴욕의 대도시 한복판에서 에이팩에 유대인들을 끌어들이려고 애를 쓰는 활동가들의 눈물겨운 노력도 총회장에서 전달된다. 이스라엘은 주미대사관과 에이팩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에이팩을 택한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총리는 외교부 장관과 주미대사를 에이팩의 동의를 얻어서 임명한다고 한다. 미국의 유대인들은 이스라엘 현장의 위험을 걱정하면서 이스라엘 내 동족을 존중하고 이스라엘에선 민족을 살린다고 미국의 유대인들을 존중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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