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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국내 原電 안전점검, 그 이후

42년째 원전 운전, 스위스 베즈나우를 가다

점검·냉각시스템 갖춰 수명 60년 이상으로 늘어

글 : 김동원  한국원자력문화재단 국제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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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原電 5基가 총발전량의 40% 점유
⊙ 商業운전 42년째인 베즈나우 원전, 겉만 빼고 다 바꿨다
⊙ ‘원전 폐쇄안’ 하원 통과했지만 그대로 확정된다면 결국 후회할 것
아르강(江)의 인공섬에 건설된 베즈나우 원전. 1969년 12월에 상업운전을 시작한 스위스 최초 원전이다.
  유럽의 지붕 알프스산맥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관(景觀)을 자랑하는 베른 알프스. 이곳의 아르 빙하로부터 시작되는 아르강은 295km에 달한다. 스위스에서 제일 길다. 자동차를 타고 강줄기를 따라 달리자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이 이어졌다. 우리가 상상하던 알프스의 풍광(風光)을 감상하며 이동하던 중 부조화(不調和)스러운 건물과 마주하게 됐다. 바로 스위스 최초의 상업용 원전(原電)인 베즈나우 발전소의 하얀 원자로 격납건물들이었다. 높이 67.5m의 격납건물들 내부에 스위스 전력 수요의 10%를 맡는 원자로가 들어 있다.
 
  스위스는 원래 전통적으로 수력(水力)발전을 통한 전력 생산이 주(主)를 이루는 나라다. 하지만 석유(石油)가 없고, 석탄 매장량도 소량(小量)인 스위스가 유럽 최고 밀도의 철도망을 모두 전기로 운영하면서 전력 수요가 급증했다. 스위스 연방정부는 원전 도입을 고려하게 됐고, 현재 원전 5기가 전력 수요의 40% 가량을 해결하기 위해 가동 중이다.
 
 
  MOX연료 쓰는 베즈나우 原電
 
  베즈나우 1호기는 인공섬 위에 지어져 1969년에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33년)보다 9년이나 오래됐다는 얘기다. 격납건물 앞에서 주변 경치를 되돌아보니 알프스산맥과 도팅겐 마을이 한눈에 들어왔다. 바다를 끼고 있는 우리 원전에서 느꼈던 것과는 차이가 많았다. 그림보다 더 ‘그림’ 같은 모습을 보면서 ‘스위스 원전은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필자는 먼저 일반인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안내동과 홍보관으로 향했다. 출입구에는 주변에서 수확한 사과 한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홍보관에 들어서니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실내가 눈에 들어왔다. 전시된 자료들은 스위스 원자력 발전사(史)와 베즈나우 원전 관련 정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스위스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것은 여기까지였다. 본관(本館)에 들어서면서 마주하게 되는 무장(武裝) 경비병의 무뚝뚝한 표정은 이전과는 다른 묘한 긴장을 불러 일으켰다. 본관 출입문은 2중으로 돼 있어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했다. 이곳에 출입하려면 한 달 전에 사전 예약을 한 뒤 운전운영사인 악스포(AXPOㆍ스위스 국영전력회사)의 직원과 동행해야 한다. 우리와 함께했던 구드런 톰슨 홍보담당은 “스위스 당국과 악스포는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보안을 더욱 강화해 불의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분 확인 후 한 사람씩 문을 통과해 내부로 들어섰다.
 
  베즈나우 원전은 미(美) 웨스팅하우스에서 건설한 2기의 동일한 가압경수로(PWR)로 구성돼 있다. 총발전량은 각 원자로당 365MW, 총 730MW로 매년 6000GWh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내진(耐震)설계 기준은 규모 7.0이고, 각 격납건물은 30㎜, 6㎜ 두께의 강철과 90cm 콘크리트 외벽으로 보호되고 있다. 또한 외벽 중간에는 진공 공간이 있어서,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한다.
 
  베즈나우 원전은 우리 초창기 원전과 같이 웨스팅하우스에서 도입해 비슷한 면이 있지만, 다른 점도 눈에 띄었다. 먼저 핵연료로 MOX(Mixed-Oxide Fuel)연료를 쓴다는 점이다. MOX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연료로 재(再)활용하기 위해 재처리 과정을 통해 추출한 플루토늄을 우라늄에 섞어 만든 연료다.
 
 
  발전과정에서 나온 廢熱은 지역주민의 暖房用으로 쓰여
 
베즈나우 1호기 제어실의 모습. 베즈나우 원전 1·2호기는 웨스팅하우스에서 제작한 가압경수로(365MW)를 도입했다.
  베즈나우 원전 1ㆍ2호기 121개 연료봉 중에서 각각 12개, 32개가 MOX연료를 사용하고 있다.
 
  아르 강물을 끌어와 냉각을 하는 것도 다른 점이었다. 베즈나우 원전은 자연적인 고저(高低)의 차를 이용해 펌프 없이 초당 40㎥의 물을 아르강으로부터 끌어다 쓰고 있다. 우리 원전은 해수(海水)를 이용해 냉각한다.
 
  특히 베즈나우 원전은 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폐열(廢熱)을 지역난방시스템인 REFUNA를 통해 주변 마을에 공급한다. 연간 150GWh의 열을 인근 11개 마을에 난방용으로 제공해 1만5000명이 이용 중이다. 톰슨은 “지역난방 덕분에 베즈나우 원전이 위치한 아르가우주(州)의 주민들은 원자력에 대한 수용성(受容性)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원전의 두뇌’인 제어실로 향했다. 제어실은 현장을 조종하고 감시하는 곳이다. 제어실 안쪽은 보안(保安) 문제로 외부인의 출입이 불가능했다. 원래 제어실은 빛에 민감한 광(光)센서가 장착된 기기(器機)가 있어서 실내환경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온도, 습도, 빛 등이 정해진 기준과 다르면 기기 오(誤)작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별도의 공간에서 제어실 내부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 구역조차 내부 문이 열릴 경우 외부 문이 열리지 않는 구조로, 스위스가 보안을 얼마나 강조하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정면에 있는 큰 창을 통해 보게 된 제어실의 모습은 우리 원전과 유사했다. 푸른 옷을 입은 10여 명의 직원이 원전 상황을 주시(注視)하면서 근무하고 있었다.
 
  구드런 톰슨은 “제어실 근무는 3교대로 이뤄지며 24시간 원전의 안전을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녀는 “이곳 바로 옆에 기술자들이 상시(常時) 대기하는 숙소가 있다”면서 “만약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비상연락 시스템을 통해 기술자가 출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의 ‘베즈나우’는 운전 시작 때의 초기와는 차원이 달라”
 
베즈나우 원전은 설비교체를 비롯한 안전성 향상 작업을 통해 가동 42년이 지난 현재까지 ‘정상’운영되고 있다.
  지금까지 베즈나우의 비상연락 시스템이 가동된 적은 단 한 번뿐이다. 톰슨은 “원자로 문제가 아니라 전기선 문제로 인한 컴퓨터 오류 때문이었다”며 “이후 긴급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을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즈나우 원전은 올해로 상업운전만 42년을 맞는다. 우리나라에서 계속운전 중인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있었던 만큼 베즈나우 원전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톰슨은 “안전성은 초기에 비해 매우 높아졌다”며 “지금의 ‘베즈나우’는 운전을 시작할 때의 초기 발전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중추 시설인 제어실은 1992년에 디지털 방식으로 교체됐다. 이 방식은 각 원자로에 독립적인 자동점검 시스템을 구축해 사고 발생 시 자동으로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고 최소 10시간 이상 안정적인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이 밖에 ▲증기발생기 ▲터빈 제어기도 새것으로 교체됐다. 안전성 강화 작업에 많은 예산이 소요됐지만, 그 덕분에 베즈나우의 수명은 기존 30~40년에서 60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기존 안전시설도 다중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기본 냉각 시스템이 부족할 때 사용하는 긴급 냉각 시스템도 2개가 추가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각각 독립적인 전원, 공기, 냉각수 및 컨트롤 체계를 갖추고 있어 하나의 시스템이 실패하더라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
 
  베즈나우 원전 부지(敷地)는 우리나라에서도 큰 이슈가 된 방사성 폐기물을 자체적으로 처리, 보관하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ZWIBEZ’로 불리는 이 방사성 폐기물 처리 시설은 1993년에 설치됐는데, 고ㆍ저준위 폐기물의 처리 및 보관을 위한 시설을 함께 갖추고 있다.
 
  사용 후 핵연료 및 고준위 폐기물 저장시설의 저장용량은 운반저장 캐니스터(스테인리스 용기) 48개, 저준위 폐기물 저장시설의 경우에는 6000㎥다. 톰슨은 “적어도 2020년까지 베즈나우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래 스위스 정부는 베즈나우 원전 부지에 1~2기의 3세대 가압경수로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었다. 1ㆍ2호기가 폐쇄되는 2020년 이후 전력을 차질없이 공급하려는 목적에서였다. 지역주민들 역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대해 우호적이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로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인 분위기가 됐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 계획 백지화됐지만…
 
  톰슨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스위스의 신규 원자력 발전 계획이 보류 상태”라며 “원전 안전성에 대한 의문이 일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우리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으며, 크나큰 비극”이라면서도 “일본과 스위스의 지리적 여건이 다르고, 안전에 만전을 기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녀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5월 22일 스위스에서는 25년 만에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 반대 시위가 북부 아르가우주에서 열렸다. 2만여 명의 시위대는 이날 베즈나우 원전 인근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내용은 ‘원전 가동 중단’이었다.
 
  스위스 정부는 5월 25일(현지시각) “가동 중인 원전은 그 수명이 끝나면 작동을 멈추고 다른 원전으로 대체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핵발전 없이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을 보장할 것”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원전 폐쇄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과정에서 약 25억~44억 달러(약 2조7200억~4조7800억원)가 들 것으로 스위스 정부는 추산했다.
 
  이후 스위스 하원은 6월 8일 ▲원자력 발전소 신설 금지 ▲자국 내 5개소의 원전을 2034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책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올 가을 상원의 심의와 표결을 거쳐 승인되면 입법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베즈나우 원전 1호기는 2019년, 2호기는 2022년에 각각 폐쇄될 운명을 맞게 된다.
 
  스위스 인구는 760만명. 원전을 대신해 이들이 소비하는 전력의 40%를 생산할 화석연료 사용에 지속적으로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가리란 것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 ‘청정’ 국가인 스위스에서 환경문제도 대두할 것이다. 스위스 정부는 “원전 폐쇄와 그로 인한 화석연료 사용의 증가로 2050년까지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될 것”이라 발표했다.
 
  비록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원전에 대한 여론 악화로 ‘원전 폐쇄안’이 하원을 통과했지만, 필자는 스위스가 원자력을 쉽게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스위스의 주요 국가산업 중 하나가 환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산업인 ‘관광’이므로 친환경 에너지를 써야 한다. 게다가 실용성과 꼼꼼함으로 표현되는 국민성을 가진 그들이 ‘비싼’ 기회비용을 지불하며 다른 발전 방식을 채택한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하기 어렵다. 만약 올 가을에 상원의 승인을 얻어 원전이 폐쇄된다 하더라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의 결정을 번복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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