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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기에 휴지 넣지 마세요’, 수압 때문? 휴지 때문?

“변기 막힘, 수압보다는 오수 배관 내 이물질 때문일 가능성 커”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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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관광객 “남이 쓴 휴지 옆에서 볼일… 썩 내키지 않아”
⊙ “일반적인 수압·용수량 갖춘 화장실이면 변기 막힐 가능성 작아”(제지업체)
⊙ 정부, 2017년 법 개정… ‘공중화장실 용변 칸 내 휴지통 금지’
  “어떤 화장실은 사용한 휴지를 변기에, 어떤 화장실은 휴지통에 넣으라고 하잖아요. 무엇이 맞는 기준인지 몰라 의아할 때가 잦아요.”
 
  5월 22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대형마트 화장실에서 만난 이용객 김모씨는 마트 화장실 이용 후 이같이 말했다. 이 마트 화장실 용변 칸엔 ‘변기가 막히니 휴지는 휴지통에 넣어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다른 이용객 최모씨는 “마트 차원에서 관리가 되긴 하겠지만, 오물 묻은 휴지가 변기 바로 옆에 놓여 있는 걸 보면 찝찝하긴 하다”고 말했다.
 
  이튿날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건물 화장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건물 지하 화장실엔 “화장실 양변기 사용 시 화장지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지하층은 양변기가 자주 막힙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용변 칸 휴지통엔 사용한 휴지 뭉치가 쌓여 있었다. 이 건물은 한 대형 경제 단체 소유로, 내부엔 결혼식장까지 있어 유동 인구가 많다. 본격적으로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오물 묻은 휴지로 인한 위생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
 
 
  외국인들, “익숙하지 않은 경험”
 
화장실문화개선 캠페인 문구. 사진=한국화장실협회
  음식점이나 상가의 화장실은 물론 고급 레스토랑 화장실에도 휴지통이 비치되어 있어 이용자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공중화장실 용변 칸 휴지통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겐 ‘생소한 경험’이다. 5월 28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만난 미국인 관광객 줄리안 씨는 “한국 공중화장실은 전체적으로 청결한 것 같다”면서도 “묵고 있는 호스텔 화장실 용변 칸에 휴지통이 놓여 있다. 남이 쓴 휴지 바로 옆에서 볼일을 봐야 한다는 게 썩 내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행인 아리엘 씨도 “용변 칸 내 휴지통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라며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리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공중화장실에 휴지통을 비치하는 문화가 생긴 건, 1980년대 재래식 화장실이 수세식으로 변화되던 때로 여겨진다. 재래식 화장실을 쓰던 당시에는 화장지라는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신문지나 달력 등 뻣뻣한 질 낮은 종이를 휴지 대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사용한 종이를 용변 칸에 함께 처리하던 것이 당시의 우리 화장실 문화였다.
 

  수세식 화장실 보급과 함께 ‘화장실용 화장지’ 역시 유통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종이 등이 함께 사용됐다. 이에 따라 변기가 막히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했다. 이 때문에 휴지를 용변 칸 내 휴지통에 따로 버려달라는 안내문이 부착됐고, 대부분의 용변 칸 안에는 휴지통이 비치됐다. 그러나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늘면서 용변 칸 내 휴지통이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변기 막힘 등으로 시민 불편이 이어지면서 조치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대두됐다.
 
 
  법으로 ‘공중화장실 휴지통 금지’
 
  법적으로 공중화장실 용변 칸 휴지통을 없앤 건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뒤였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에 앞서 지난 2017년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공중화장실 용변 칸 안에 휴지통을 두지 말 것을 명문화했다. 해당 법령은 이듬해 시행됐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이 사용할 수 있는 변기가 설치된 경우나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경우를 제외하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청사와 부대시설 ▲문화 및 집회시설 ▲의료시설 ▲교육연구시설 ▲노인·어린이 관련 시설 ▲바닥면적 2000㎡ 이상 건물 등의 화장실 용변 칸엔 휴지통을 둘 수 없다. 또 여성용 용변 칸 안에는 위생용품을 수거할 수 있는 수거함 등을 두게 했다.
 
  5월 30일 찾은 서울 은평구의 한 대형마트 화장실 용변 칸에서는 휴지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공중화장실법 시행령 제7조 제3호] 사용한 휴지는 변기에 버려주세요’라는 안내문구가 붙어 있었다. 이 마트 위생 관리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화장실이 굉장히 깨끗해졌다”며 “특히 용변 칸 내 휴지통을 두지 않기 때문에 청소하기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에서도 변기에 휴지를 넣으라는 안내문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기자가 확인한 경의중앙선 일산역, 1호선 연천역, 신분당선 동천역, 공항철도 디지털미디어시티역 화장실 모두 용변 칸 내 휴지통은 없었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가 지난해 발표한 공중화장실에서 시민이 체감하는 위생과 안전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하철 역사는 ‘편리하고 위생적인 화장실’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휴게소, 철도역사, 대형마트가 그 뒤를 따랐다. 반면 ‘불편한 화장실’ 부문 1위는 상가 건물, 2위는 공원, 3위는 버스 터미널이었다. ‘불편한 이유’로는 ‘악취’와 ‘용변 후 물 안 내림’이 각각 1, 2위로 집계됐다. 경기도 용인의 한 주상복합 오피스텔 관리인은 “화장실 청소를 해주시는 분이 계시지만, 관공서나 기업 건물처럼 시간대별로 나눠 하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오물 배관 정기 점검·관리 중요”
 
1974년 신문 광고란에 실린 화장실용 휴지 쓰기 캠페인. 사진=유한킴벌리
  휴지를 변기에 넣으면 변기가 막힐 수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재 시중 판매되는 화장실용 휴지 대부분은 물에 잘 녹는다. 화장실용 휴지는 펄프로 만들어지는데, 건조 상태에서는 펄프와 펄프 사이가 수소 결합 형태로 연결돼 일정한 강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펄프가 물과 만나면 물 분자에 의해 펄프 사이 수소 결합이 끊어져 물에 풀리게 된다. 이어 배관, 정화조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물리적인 힘이 작용해 물 풀림이 가속화된다.
 
  2022년 한국소비자원은 화장실용 휴지 8개 브랜드의 3겹 화장지의 품질과 안전성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휴지가 얼마나 물을 많이 흡수할 수 있는지 확인한 결과, 화장실용 휴지 10개 제품이 30초 안에 물에 100% 풀렸고, 다른 3개 제품도 82% 이상 풀려 모든 제품이 물 흡수량 ‘우수’ 등급을 받았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우리를 비롯한 전문 기업에서는 자체 기준을 두고 두루마리 화장지의 물 풀림성을 평가해 관리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인 수압과 용수량을 갖춘 화장실에서 휴지를 적절히 사용한다면 변기가 막힐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한 번에 많은 휴지를 처리하거나 수압이 약한 경우 등에는 상황에 따라 막힐 우려가 있으니 많은 양을 한 번에 처리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진균 국립한밭대 설비공학과 교수는 “변기 막힘 문제는 수압보다는 오수 배관 내 이물질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며 “일반적으로 배관은 냄새가 새지 않도록 ‘U’자형 트랩, ‘S’자형 트랩으로 만드는데, 여기에 이물질이 차다 보니 변기 물을 내리는 과정에서 저항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관이 한번 막히게 되면 임의로 뚫지 않는 한 재사용이 어렵다”며 “오수 배관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 주도로 공중화장실 정기 점검”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공중화장실 위생 상태는 대체로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개정 법률 시행뿐만 아니라 시민사회와 지자체의 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이은주 한국화장실협회 본부장은 “2016년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휴지통 없는 화장실’ 만들기 사업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며 “그때 휴게소 화장실 내 휴지통이 대부분 사라졌고 위생 상태 역시 개선됐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주소생활공간과 관계자는 “지자체 주도로 1년 2회 이상 공중화장실 정기 점검을 하고 있다”며 “요즘에는 위생 문제뿐만 아니라 불법 촬영 기계가 있는지도 철저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관계자는 “예산 지원을 받거나 의무 개방인 화장실은 서울시 내 5000여 개 정도 된다”며 “이 화장실은 용변 칸 내 휴지통을 비치하지 않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처리 능력이 좋지 못한 건물 화장실에는 휴지통을 비치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면서도 “청소하시는 분들이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화장실문화시민연대를 통해 청소 관리인 교육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며 “자치구 담당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홍보도 진행 중이며 꾸준히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본부장은 “공중화장실 내 휴지통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일부 건물 화장실엔 휴지통이 비치되는 등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서 “언론이나 방송 등을 통해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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