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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인문학자·경제학자 3인이 말하는 메가시티 서울論

“진정 ‘균형 발전’ 원한다면 ‘지방분권’보다 ‘메가시티’가 대안”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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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가시티, 행정구역 뛰어넘어 생활권 線的으로 연결해야”
⊙ “‘균형 발전’ 위해서는 자유시장 원리 존중해 ‘몰림과 쏠림’을 인정해야”
⊙ “신도시는 일종의 越境地이자 植民地. 농촌 지역 토착민이 좋아할 이유 없어”
⊙ “중앙 연고 가진 지방 엘리트들, 시장 시스템 가장 꺼려… 지방권력은 중앙권력의 ‘내부자’”
⊙ “지방민의 입장에서 우파 정부는 지방에 대해 관심 가진 적 없어”
⊙ “세종시는 완전 실패… 강소국 연방으로 가야”
⊙ “현실적으론 서울·수도권-부산·경남권 등 2개의 중심축으로 발전하고 대구·광주는 두 중심축에 흡수될 듯”
국민의힘이 김포시 등의 서울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이후 2023년 11월 김포시의 한 거리에 걸린 현수막 모습이다. 사진=조선DB
  서울은 ‘슈퍼스타 도시’다. 도시 간 양극화(兩極化)의 최상위 포식자다. 블랙홀처럼 사람과 돈을 빨아들인다.
 
  이제는 농촌에서 도시로의 몰림이 아니라 작은 도시에서 큰 도시로 쏠리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은 제동 장치가 고장 난 자동차와 같다. 작은 도시는 더 인구가 줄고 대도시 권역의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9년 12월, 역사상 최초로 수도권 인구(2596만 명)가 비수도권 인구(2582만 명)를 추월했다. 전 국토의 11.8% 면적을 차지하는 수도권에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그런데 지역 소멸과 인구 감소는 반드시 해악(害惡)만 부추기는 게 아니다. 인구가 줄어들면 그만큼 생활이 쾌적해지기도 한다. 도시학자 김시덕(金時德·48) 박사는 “인구 감소로 가장 큰 문제를 겪는 이들은 자신들의 자리가 줄어드는 정치인과 행정가들”이라고 말한다. “이 집단들이 지역 소멸의 위험성을 과장하거나 지역 이기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당 대표發 메가시티 서울論
 
2023년 10월 30일 국민의힘 김기현 당시 대표가 경기 김포 고촌읍 김포한강차량기지를 찾아가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될 수 있도록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4·10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김포의 서울 편입을 포함하는 메가시티 애드벌룬을 띄웠다.
 
  2023년 10월 30일 국민의힘 김기현 당시 대표가 경기 김포 고촌읍 김포한강차량기지를 찾아가 “김포시가 서울시에 편입될 수 있도록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도시인문학자 김시덕 박사
  김 대표는 김포시뿐만 아니라 서울과 생활권이 겹치는 서울 주변 도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메가시티 구상을 밝혀 놀라움을 주었다. 김포시는 발 빠르게 서울 편입과 관련해 여론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을 만나 서울 편입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하남, 광명, 구리, 남양주, 과천, 일산도 편입 대상으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4·10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보면 메가시티 서울론(論)의 약발은 점점 떨어지고 있기도 하다.
 
  유권자의 주소지로 표 계산을 하는 정치인이나 권력자들의 생각과 달리 도시민은 “여러 곳의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선적(線的)으로’”(김시덕 박사) 살아간다. 도시민의 자연스러운 이동 경로에 따라 큰 도시, 작은 도시는 교통망과 산업권을 따라 초영역적으로 이어져 있다. 진정한 메가시티는 도시의 편입 문제를 넘어 도·시·군의 단위를 초월한다.
 
  기자는 최근 《한국 도시의 미래》를 펴낸 도시학자이자 도시답사가, 문헌학자인 김시덕 박사(전 고려대·서울대 연구교수)를 만났다. 그는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은 한반도에서 수없이 일어난 일이라고 했다. 간단한 예로 과거 경상도를 상징하던 경주와 상주 두 도시가 현재 인구·산업·정치 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떠올려보라. 마찬가지로 전라도를 대표하던 전주와 나주 역시 현재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6·25 전쟁으로 수많은 지역이 소멸과 감소를 겪었다. 경기도 장단과 강원도 철원·김화·고성의 중심지가 사라졌고 철원에는 군인 경제를 바탕으로 하는 신철원이라는 새로운 거점도시가 생겼다.
 
 
  도농 통합 후 농촌 지역 쇠락
 
1995년 행정구역 개편으로 전북에서는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했다. 익산군청 소재지였던 함열읍은 이후 쇠락하고 있다. 2023년 6월의 모습이다. 사진=김시덕
  1995년에도 전국 여러 곳에서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대규모 행정구역 개편이었다. 이때 전북에서는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했고, 전남에서는 순천시와 승주군이 합쳐졌다.
 
  익산군청과 승주군청 소재지였던 함열읍과 승주읍은 어떻게 됐을까. 김시덕 박사에 따르면 한때 번성하던 이곳은 현재 쇠락 일로를 걷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도농(都農) 통합이 이뤄지면 농촌적인 성격이 강하거나 세력이 약한 지자체는 쇠락하는 것이 그간의 상황이었다.
 

  만약 김포, 하남, 광명, 구리가 서울에 보태지면 그 도시들은 쇠락할까 성장할까. 모두 도농 복합 도시이긴 하지만, 처한 형편이 저마다 다르고 도시 구성원들의 구성도 복잡하다. 김시덕 박사의 말이다.
 
  “최근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을 통합하자는 논의에서, 도시인 전주에서는 찬성 입장이 많지만 완주에서는 반대 입장이 많습니다. 전주와 완주는 하나의 생활권이기 때문에 통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래서 통합에 반대하는 완주 측을 비판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하지만 익산군과 승주군의 전례를 돌이켜보면, 완주 측에서 통합을 반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특히 전주·완주 혁신도시가 만들어지면서 완주군 이서면의 인구가 늘어나고 전주시에서 완주군으로 빠져나가는 인구도 늘다 보니, 완주군은 전주시와 통합하기보다는 독자적으로 시가 되는 쪽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비교적 최근에 통합된 행정구역 사례로 청주시와 청원군이 있다. 역사적으로 청주시와 청원군은 같은 청주군이었으나 1946년 청주군 청주읍이 청주부(1949년 청주시로 개칭)로 승격되어 분리되고 청주군의 잔여 지역은 청원군으로 개칭되었다. 그러다 68년 만인 2014년 다시 합쳐졌다. 이는 2010년 경상남도 창원시의 통합 이후 2번째로 이루어진 기초단체 간 자율 통합으로 기록됐다.
 
 
  “신도시는 일종의 식민지”
 
  수도권 전철 3·5·7·8·9호선은 서울시의 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지금도 경기도 곳곳에서 연장안이 제안되는 상황이다. 김포로 보자면 5호선 연장안이 김포한강신도시와 한강2콤팩트시티로 곧장 갈 것인가, 인천 서구 검단 지역을 훑고 난 뒤에 갈 것인가를 두고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포의 서울 편입 주장이 제기된 상태다.
 
  ― 대(大)서울권으로 김포·하남·광명·구리 편입 이야기가 별안간 터져 나왔습니다.
 
  “서울로 위성도시가 편입되면 신도시가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서울 사람들이 몰려들게 되겠죠. (신도시는) 일종의 월경지(越境地)이자 식민지(植民地)인데, 농촌 지역 토착민이 좋아할 이유는 없지요. (메가시티 논의를) 서울로 출퇴근하는 분들의 의견만 들을 수 없거든요. 사실, 신도시 주민들이 아무래도 야권 지지세가 강한데 총선을 앞두고 정부·여당이 수도권 민심을 조금이라도 흔들어보려는 의도에서 나온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수도권 도시 주민들 중에는 분명 서울 편입을 바라는 이들도 있습니다.
 
  “김포 편입 이야기가 뜬금없이 나올 게 아니라 구리, 남양주, 광주, 과천이 먼저 논의가 됐어야 해요. 일에도 순서가 있는 법이죠.
 
  구리 이야기를 하자면 경기도 양주군 구지면과 망우리면이 1914년 통합되면서, 각각 한 글자씩 딴 양주군 구리면에서 태생했어요. 구리(주민)는 태생이 서울 망우리(중랑구 망우동)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서울로 편입할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남양주와 미금, 구리 간 3자 통합 얘기가 오갈 때도 구리는 남았거든요. 구리는 서울 편입에 열망이 있는 도시로 알고 있어요.
 
  하남은 아마 투표하면 서울 편입에 대해 찬성률이 높을 겁니다. 원래 광주군 땅이었다가 서울로 출퇴근을 많이 하는 지역만 잘라낸 게 하남이거든요.
 
  남양주는 다를 겁니다. 농촌 인구가 꽤 되기 때문에….”
 
 
  ‘제발 우릴 내버려 달라’
 
  ― 도농 복합 지역의 농촌 주민들의 입장이 중요하겠네요.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이 행정 통합에 찬성한다는 주장을 펴는 것은 농촌 주민들의 말을 안 듣겠다는 겁니다. 서울 편입을 둘러싼 주민 의견을 들어보면 서울로 출퇴근하는 신도시 주민들은 찬성하겠지만 대개의 농촌 주민들은 반대 가능성이 커요. 분명히 혐오 시설이 죄다 농촌으로 가지, 한강 신도시 쪽으로 가진 않을 거거든요. 그러니 서울 편입을 왜 찬성하겠습니까.”
 
  김시덕 박사는 1989년 4월 정부가 고양군 일산읍과 송포면 일대 460만 평에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되자 주민들이 극심하게 반대했던 사실을 떠올렸다. 당시 주민들은 정부의 실측조사 반대, 협의매수 결사반대를 외치며 “일산은 일산이지 서울의 일산구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었다.
 
  “그해 나일론 끈으로 목을 매 자살한 사건이 일어나는 등 신도시 개발 계획이 발표된 이래 5명이 자살을 기도해 3명이 숨지기도 했어요. ‘서울 놈들한테 땅 줄 수 없다’는 이유에서요.
 
  현재 일산의 서울 편입 이야기도 있던데 지금도 반대 의견이 높게 나올 겁니다. 그러니까 정치인과 행정가들이 경기도 신도시 주민, 서울로 출퇴근하는 사람 말만 들어선 안 돼요. 고양 입장에서 보면 터전을 서울에 빼앗기고 서울 사람 무덤으로 쓰는 땅이 되었다는 피해의식이 큽니다. 그러니 ‘제발 우릴 내버려 달라’고 요구하죠.”
 
  도시민과 농산어촌 주민의 이해관계는 같지 않다. 심지어 대립하기도 한다. 도시 주변부에 택지를 개발하면 농산어촌 주민들이 그곳으로 이동해서 지역 소멸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므로 도시민과 농산어촌 주민을 모두 만족시키는 정책을 수립하기 쉽지 않다. 김 박사는 “더 나아가 상호 모순적인 두 유형의 주민을 모두 포함한 도농 복합 행정구역들이 연합하여 메가시티를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이것이 여러 지역의 정치인과 행정가들이 주장하는 행정 통합이나 메가시티 구상이 실패하는 이유”라고 했다.
 
  “제가 경기도청에 종종 강연을 가는데 서울 사람들도 경기도 곳곳에 취직을 많이 했거든요. 모든 사람이 다 서울로 가는 걸 바라는 게 아니란 걸 알아야 합니다. 그건 서울 사람들의 오만이자 서울 중심주의입니다.”
 
  ― 4·10 총선 결과에 따라 메가시티 논의가 탄력을 받지 않을까요.
 
  “그렇긴 합니다. 김포의 민심을 확인하려면 ‘농촌 김포’ ‘농촌 통진’ 그리고 김포한강신도시를 봐야 합니다. 이 3곳의 득표율을 보고 메가시티 민심을 파악해도 될 겁니다.”
 
 
  “행정구역 물꼬 터야”
 
2022년 11월 25일 그동안 주민 반발로 한 차례도 열지 못했던 광주 군 공항 이전 설명회가 처음으로 전남 함평 사회단체 주관으로 열렸다. 한국해양환경보호중앙회 함평군 지부가 주최한 설명회에서 국방부와 광주광역시 관계자들이 나와 사업 관련 내용을 소개했다. 사진=조선DB
  김시덕 박사는 메가시티 논란을 계기로 차제에 전국적인 행정구역 개편의 물꼬를 트는 것도 나쁘지 않다며 다양한 지역의 행정 통합 문제를 꺼냈다.
 
  전남 광주 원도심과 첨단·수완·송정지구 등의 새로운 도심 사이에 상무지구가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는 광주 군(軍) 공항 및 이와 연관된 군사 시설이 자리해 있어 광주는 도시 구조가 도넛 모양으로 형성돼 있다. 군 공항이 빠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공항 이전을 두고 인근 무안군과 함평군이 요즘 시끄럽다.
 
  “우선 무안군이 끝까지 광주 군 공항을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전남도지사가 읍소까지 했잖아요. ‘무안에서 제발 공항 좀 받아달라’고. 근데 무안군수는 계속 피해 다녔습니다.
 
  그러자 전남 함평군이 나섰습니다. ‘우리가 군 공항을 받는 대신 함평을 광주광역시에 편입시켜달라’고요. 안 그래도 인구가 줄고 있는 전남도청으로선 광주시로 함평군을 옮기는 것을 국가적 차원에서 용인하겠는가 하는 의구심도 있어요.”
 
  ― 각자의 입장이 다 다르니 중앙정부가 강제하기 어렵겠네요.
 
  “우선 이 문제를 풀려면 도지사가 허가를 해야 합니다. 김포로 이야기하자면 경기도지사가 받아줘야 하는데 김동연 지사가 민주당 소속입니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이 허가해야 하고, 기초단체와 의회가, 시도의회가 허가해야지 통합이 가능합니다.
 
  충분히 의견을 주고받고 분위기가 무르익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이번 메가시티 서울론은 좀 성급했다고 봅니다.”
 
  행정구역은 대단히 보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김시덕 박사에 따르면 갑오개혁 때 전국을, 도(道)를 폐지하면서 337개의 군(郡)으로 나누고 23개 부(府)로 통합하는 시도가 있었지만 1년 만에(1895~1896년) 취소되었다고 한다. 또 일제 때 조선총독부가 1914년에 행한 지방체제 개편이 대부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러다 1980년대 들어 지방자치제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행정구역을 전면 개편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당시 전남과 경남에서 각각 독자적인 생활권을 이루는 여수·순천·진주권을 따로 묶자는 논의와 경기도의 한강 이북을 경기북도로 독립시키자는 논의 등이 있었죠.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기존의 행정구역에 얽매여 드러나지 않는 섬진강·광양만권의 존재를 인정하자는 시도였어요. 흥미롭게도 2023년부터 다시 진지하게 주장되기 시작한 ‘경기북도’ 분도론(分道論)의 원형(原形)도 이때 생겨났어요.”
 
 
  아! 전라東도 그리고 경기北도
 
2016년 4월 14일 전남 순천에서 재선에 성공한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가 유세 기간 쓰던 자전거를 타고 순천 시내를 돌며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988년 7월 4일 행정개혁위원회(위원장 신현확)에서 전국을 22개 도로 나누자는 논의가 있었다. 이때 전라동도에 경남 하동과 남해를 포함하는 안이 논의됐지만 끝내 불발됐다.
 
  당시 행정개혁위에서 논의된 지방행정구조 개편안에 따르면 ▲전라동도는 순천·여수·여천·승주·구례·광양·하동·남해였다. ▲전라서도는 이리·군산·정주·익산·옥구·김제·부안·정읍·고창 ▲전라중도는 나주·영광·함평·장성·담양·곡성·화순·무안·신안 ▲전라남도는 목포·영암·장흥·보성·강진·해남·고흥·진도·완도 ▲전라북도는 전주·남원·완주·무주·진안·장수·임실·순창·남원 등지였다.
 
  김시덕 박사의 말이다.
 
  “사실 여순광(여수·순천·광양)과 남해·하동은 생활권역이 비슷해 지리적으로 왔다 갔다 합니다. 광주(光州)·목포를 중심으로 하는 정서와 다르고 심지어 말도 다릅니다. 전라동도 쪽 주민들은 홍어도 안 먹어요. 홍어는 전라서도 식(食)문화입니다.
 
  이쪽(전라동도) 분들은 불만이 많습니다. ‘돈은 여수나 광양이 버는데 (서도의) 행정이 세다 보니까 저쪽이 다 가져간다’고. 자기들끼리는 ‘우리는 사실 이쪽’이라는 얘기도 있고요.”
 
  ― 근데 호남의 지역구 표심은 또 쏠림이 강하잖아요.
 
  “아닙니다. 3선(選)인 국민의힘 이정현(李貞鉉) 전 의원이 그곳(순천·곡성 선거구)에서 재선(再選)까지 했잖아요. 이게 민심과 정서를 보여주는 것이죠. 지난번 전남도지사 선거 때도 동부에서 그분 득표율이 거의 절반(실제로는 최대 40%)까지 나왔더라고요. 순천만국가정원에 가보면 경상도 분들 많이 놀러 옵니다. 전남 서부에서 바라보는 세계관하고 좀 달라요.”
 
  이 대목에서 김시덕 박사는 힘주어 말했다.
 
  “저는 어느 특정 정파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생활권역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행정구역이 다르다는 걸 얘기하고 있는 거죠.”
 
  국민의힘 이정현 전 의원의 역대 선거 기록을 뒤져 보았다. 그는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으며 19대 때인 2014년 7월 30일 재보궐 선거 당시 새누리당 후보로 전남 순천·곡성군 선거구에 출마해 득표율 49.43%(6만815표)로 당선됐다. 또 20대 총선에서 다시 새누리당 후보로 순천시 선거구에서 44.54%(6만6981표)로 당선됐다.
 
  2022년 6·1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18.81%(16만7020표)의 득표율로 낙선했지만 곡성(40.97%), 순천(31.98%), 광양(22.77%), 구례(22.14%), 보성(19.98%) 등 전남 동부 지역에서는 비교적 선전했다.
 
 
  “道界 달라 다리 하나를 안 놔줘”
 
  ― 생활권에 맞춰 메가시티 논의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네, 메가시티 논의도 도시와 도시를 묶는다고 되는 게 아니라, 생활권을 발견하고 묶는 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그곳을 다니는 사람이 불편하면, 예를 들어 버스밖에 교통편이 없다면 철도를 놔 서서히 물이 스며들 듯 여러 곳의 행정구역을 넘나들며 ‘선적으로’ 도시와 도시가 퍼지는 게 메가시티지, 도시와 도시를 갖다 붙이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아닌 거죠. 이런 행정 통합은 대단히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일 수 있어요.”
 
  그는 또 다른 사례로 충남 서천군 장항읍과 전북 군산시를 들었다. 예부터 두 지역은 사실 같은 생활권역이다. 지난 2011년 지방행정개편 장항·군산 통합 촉구 장항권역 시민모임이 발족되기도 했다.
 
  “두 지역을 ‘군·장 생활권’으로 묶을 수 있는데도 도계(道界)가 달라 다리 하나를 안 놔줬어요. 몇십 년간 배 타고 다녔습니다. 다리가 놓인 게 한 10년 됐나? 이런 거는 정말 생활권을 무시하고 행정 편의로 나간 대표적 사례죠. 이런 식으로 두 지역에 다리를 놔주는 게 생활권에 따른 메가시티입니다.”
 
 
  ‘지방이 망하는 이유’
 
이양승 군산대 교수
  최근 ‘메가시티, 어떻게 성공할 것인가’라는 부제(副題)를 단 《메트로 이코노미》의 저자 군산대 무역학과 이양승(李陽承·50) 교수에게 메가시티 서울 미래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국제정치, 게임이론, 그리고 지역 발전 전략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다.
 
  전북 남원에서 출생해 전주한일고와 전북대 상대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서 통계학과 경제학을 공부해 석사를 받았으며 캔자스대에서 산업조직과 게임이론 연구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이양승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 모든 것이 서울로 몰리고 쏠린다. 서울과 궁벽진 시골을 떠올려보자. 당신은 어디에 살고 싶은가? 서울일 것이다. TV드라마 〈전원일기〉를 상상하며 지방에 살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이 교수는 “실은 그렇게 말하는 이들조차 지방에서 ‘살고 싶다’이지 ‘살겠다’가 아니다”며 “궁벽진 시골보다 ‘메트로’ 서울에 살면 유리한 것이 많아서다. 그 유리한 것들이 바로 ‘집적 이익’의 결과라고 보면 된다”라고 했다.
 
  이때 집적 이익이란 한국에서 모든 것이 서울로 몰리고 쏠리는 ‘몰림’과 ‘쏠림’의 결과 얻어지는 이익을 말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소신이다.
 
  서울권에 살면서 균형 발전을 외친다면 그건 위선에 가깝다. 지방을 생각해주는 오지랖은 좋지만 그들은 지방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더 중요한 것은 서울권에 사는 그들이 지방에 유리한 정책을 만들 수도 없다. 이 교수는 “기본적으로 인간은 사익(私益)을 추구한다. 그 지역 발전을 위해선 그 지역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맞다”며 “수도권 사람들 오지랖이나 도덕심에 호소해 지역 발전을 꾀할 것이 아니고 해당 지역들이 필요한 것을 스스로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양승 교수는 지방 엘리트들에 대해서도 냉소적이다. 그들은 오히려 지방 발전을 바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지방에 번져 있는 반(反)시장 시스템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익 추구는 자연스럽죠. 모든 경제 주체의 사익 추구 동기들이 한데 모여 자원이 합리적으로 배분되도록 돕는 것이 바로 시장입니다. 이 시장 원리가 지방에는 정착되어 있지 않아요. 그 시장 시스템을 거부할 유인이 가장 큰 집단이 바로 지방 엘리트들입니다.
 
  흔히 경쟁력이 취약한 집단이 시장 시스템을 꺼릴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아요.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 그리고 튼튼한 연고를 형성하고 있는 지방 엘리트들이 시장 시스템을 가장 꺼릴 수밖에 없어요. 쉽게 설명하면 그들은 지방을 손아귀에 넣고 있기 때문에 경쟁 원리가 도입되지 않기를 바라죠. 그렇게 돼야 자신들이 지방 권력을 영구히 쥘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방 권력을 쉽게 보면 안 됩니다. 한국에서 지방 경제력은 별 볼 일 없을지 몰라도 지방 권력은 만만치 않아요. 한국처럼 지역별로 ‘몰아주기’ 투표 행태가 극심한 상황에서는 지방 권력이야말로 끝판 권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교수는 “지방 권력과 중앙 권력은 긴밀히 유착되어 있다.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며 “지방 권력은 중앙 권력의 ‘내부자’”라고 했다.
 
  “정상이라면 지방과 중앙은 경쟁하고 서로 견제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은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내부자는 영혼이 없죠. 영혼이 없는 마당에 애향심이 있을 턱이 있나요? 지방이 망하는 이유입니다.”
 
 
  “행정구역 개편 꼭 필요”
 
  ― 조선총독부가 1914년 지방 체제를 개편하면서 그 틀이 지금까지 이어져 행정구역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인구 감소,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구역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행정구역 개편이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조선총독부가 지방 체제를 개편했을 당시 조선의 ‘핵심부’ ‘주변부’ 기능을 하는 지역들 분포가 현재와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죠.
 
  현재 일부 경기도 지역의 서울권 편입을 추진 중으로 알고 있어요. 서울과 경기도는 ‘전략적 보완 관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 도시 권역으로 묶여 나쁠 게 없고 좋을 건 있습니다.”
 
  ― 메가시티론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도시 규모가 커지면, 조금 전 언급한 것처럼 아무래도 ‘집적 이익’이 커질 수밖에 없어요. 쉽게 표현하자면, 집적 이익은 사람들이 대도시에서 살고 싶은 이유라고 할 것입니다. 서울과 경기도는 미국의 뉴욕시와 뉴욕주 관계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뉴욕시가 뉴욕주에 포함되지만, 사실상 뉴욕시는 ‘특별시’ 대접을 누린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죠. 뉴욕시장이 뉴욕주지사보다 더 큰 정치적 위상을 누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교수는 “한국의 신성장 동력은 메가시티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도시 기능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폴 크루그먼 교수의 통찰에 따르면, 대도시는 ‘핵심부(core)’와 ‘주변부(periphery)’로 구성되고 ‘구심력’과 ‘원심력’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균형이 형성됩니다. 이른바, 공간균형(spatial equilibrium)입니다. 이 이론에 비추어보면, 서울이 핵심부, 경기도가 주변부 기능을 맡아온 것으로 파악할 수 있어요. 뉴욕시와 뉴욕주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한국 전체로 시야를 넓혀보면, 서울 포함 수도권이 핵심부 기능을, 그리고 지방이 주변부 기능을 맡아온 것으로 파악이 가능합니다.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서도 같은 접근이 필요합니다. 권역별 메가시티입니다. 즉 권역별로 거점도시를 육성해 핵심부 기능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것입니다.”
 
  권역별 메가시티는 대체로 수도권, 대전권, 광주권, 대구권, 부울권 등으로 나눠 논의되고 있는 지방 거점화 전략이 시급한 광역대도시권을 말한다.
 
  계속된 이 교수의 말이다.
 
  “지금 지방 소멸 문제는 권역별 거점도시들이 ‘핵심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결과 주변부 도시들이 보다 강력한 서울권 자장(磁場)으로 빨려 들어가게 됩니다. 지방 기초 지자체들의 행정 개편 및 통합도 필요합니다. 그 단서 중의 하나가 바로 국회의원 선거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구가 적은 기초 지자체 세 곳 또는 네 곳을 묶어 한 지역구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방문객 없는 테마파크, 올망졸망한 축제들
 
  예를 들어, 이번 총선에서 전북 남원시 순창군, 임실군, 장수군은 하나로 묶여 국회의원 한 명을 선발하게 된다. 하지만 기초 단체장은 네 명을 뽑는다. 비효율적이고 예산 오남용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이 이 교수의 생각이다. 기초 지자체 단체장들은 지방선거에서 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인기 영합주의’, 즉 포퓰리즘적 정책과 공약을 내세울 ‘유인’이 강하다. 기초 단체마다 방문객 없는 테마파크와 올망졸망한 축제 등이 넘쳐나는 이유다. 이 교수의 주장이다.
 
  “참고 삼아 말씀드리면, 2022년에만 전국 지자체에서 총 944개의 축제가 열렸다고 합니다. 경남 121개, 경기도 112개, 충남 107개, 강원도 104개, 전남 98개, 경북 77개, 전북 75개, 부산 51개, 제주 41개, 대구 38개, 충북 29개, 서울 24개, 울산 21개, 대전 18개, 인천 17개, 광주 7개, 세종 4개 등입니다. 축제 개최 의의는 있을 것입니다.”
 
  전북의 중심도시인 전주시만 해도 축제가 무려 10개다. 전주국제영화제, 전주 재즈페스티벌, 전주한지문화축제, 세계문화주간,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전주 단오 행사, 전주얼티밋뮤직페스티벌, 전주비빔밥축제, 서학동갤러리길 미술축제(쿤스트서학), 얼굴없는천사 축제 등이다.
 
  “이상의 축제들을 전북 도민은 고사하고 전주 시민들도 다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요. 다른 기초단체들도 매우 많아요. 민망해서 모두 나열할 수 없을 정도인데 권역별로 묶어 규모를 키워 2~3개로 통합해 운영하는 게 최적 선택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 ‘예산 먹는 하마’ 격인 테마파크들도 많아요. 출렁다리와 케이블카가 없는 지자체가 없을 지경이죠.”
 
  문제는 이들 축제가 대부분 적자 운영 상태라는 데 있다. 과당 경쟁 때문이다. 지자체장은 끊임없이 토목공사를 벌일 유인이 있기에 예산을 조달해 엉터리 사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물론 4차 산업혁명 등 산업 구조의 변화는 서울 등 수도권의 승자독식 도시화(winner-take-all urbanism)를 강화시킬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서울이 뉴욕, 도쿄, 베이징, 상하이 등 해외 주요 메가시티와 경쟁하기 위해 메가시티 도시 정책이 필요하다.
 
 
  “서울, 뉴욕이 되느냐 멕시코시티가 되느냐”
 
  ― 말씀하신 대로 세계적으로 전개되는 대도시권 간의 경쟁에 능동적으로 뛰어들기 위해서는 메가시티(서울권, 대전권, 동남권 등) 간 기능적·공간적 연계로 메가시티리전(광역 대도시권, Mega-City Region) 중심의 지속 가능 발전 및 국가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한국의 서울은 지금 뉴욕이 되느냐 멕시코시티가 되느냐 갈림길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구는 멕시코시티가 뉴욕보다 더 많습니다. 하지만 삶의 질은 뉴욕이 훨씬 더 높습니다. 핵심은 뉴욕은 사람들이 돈을 쓰러 몰리고 있고, 멕시코시티는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도 역사를 보면, 수도권에 한국 전체 인구 절반 이상이 몰려 사는 이유가 있습니다. 멕시코시티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가 된 이유와 비슷합니다. 이제 한국은 멕시코보다 미국을, 그리고 서울은 멕시코시티보다 뉴욕을 지향해야 합니다.”
 
  이 교수는 ‘풋 보팅(foot voting)’이란 말을 예로 들었다. ‘투표를 발로 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어디로 몰려가는지를 보면 어디가 살기 좋은 곳인지를 안다”는 뜻도 된단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따뜻한 남쪽 국경에 인구 80% 가까이가 몰려 살고, 미국 기업들은 세금을 덜 내는 텍사스로 몰려가고 있습니다. 한국은 사람도 기업도 수도권으로 몰리는 중입니다. 모든 건 자유입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서 살 권리도 있습니다. 문제는 좌파 포퓰리즘입니다. 수도권 전·현직 민주당 소속 광역 단체장, 기초 단체장들 중심으로 ‘포퓰리즘’을 수단으로 삼아 ‘인구 늘리기’ 경쟁을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고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입니다. 퍼주기 정책을 통해 전국에서 사람들을 수도권으로 끌어올린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 좌파 포퓰리즘, 퍼주기 정책을 막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방법은 자유시장 원리대로 하는 겁니다. 즉 억지로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현금 살포’를 유도하지 않고,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동적 자동조정’에 맡기는 것이죠. 수도권 인구를 지방으로 내려보낼 이유도 없습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모든 건 자동 조정됩니다. 중요한 건 지방의 ‘거주 유인’입니다.”
 
 
  “메가시티 생산성이 더 높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주변’보다 ‘핵심’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네트워크’ 형성을 위해 유리하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핵심부 말고 주변부에도 사람이 거주한다. 효용과 비용을 따진 결과다.
 
  “이른바 핵심부에 살면 효용이 크지만 비용 역시 큽니다. 주변부에 살면 효용도 적지만 비용 역시 적습니다. 따라서 ‘거주 유인’은 효용 대비 비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 원리인 것입니다. 균형 상태를 유지하려면 핵심부와 주변부 양쪽에서 그 비율이 같아야 합니다. 그 균형이 깨지면 인구가 한쪽으로 쏠리게 되는 것인데 바로 ‘파멸적 집적’ 상태입니다. 지금 한국에서 나타나는 수도권 쏠림 현상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 그 쏠림의 소용돌이가 휩쓸고 간 흔적이 지금 소멸을 앞둔 지방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지방의 ‘거주 유인’에 대해 모색해봐야 합니다. 지방에 사람들이 거주하게 하려면, 막대한 예산을 쏟아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보다 지방 거주민들에게 세액 공제를 더 해주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어요.
 
  지방에 경제 생태계가 유지되면서, 사업 또는 관광 목적으로 수도권과 지방을 오가는 인구 이동이 많아질 때 총수요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라리 지방과 수도권의 접근성을 높이는 게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KTX 노선을 더 놓고, 이용 요금을 낮추는 식입니다.”
 
  ― ‘혁신’을 위해서도 메가시티가 유리합니다. 시장이 커지면 사람도 기업도 노력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신지식은 메가시티에서 만들어지고 메가시티를 통해 더 빨리 전파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증분석을 해보면, 메가시티의 생산성이 실제로 높습니다. 그렇다고 ‘지방분권’은 대안(代案)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 위험합니다.
 
  엉터리 지방자치 속에 지방 권력이 강화되면, 지방 독재 권력이 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생각할 때입니다. 지방을 파편화시킨 그 쏠림의 소용돌이는 이제 돌이킬 수 없습니다. 차라리 그 소용돌이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는 지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자유시장 원리 존중해야”
 
  이양승 교수는 “메가시티는 ‘동적(dynamic) 자동조정’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몰림을 인정하자는 것입니다. 진정 ‘균형 발전’을 원한다면 ‘지방분권’보다 ‘메가시티’가 대안입니다.”
 
  ― 저서 《메트로 이코노미》에서 ‘지방을 파편화시킨 몰림과 쏠림의 소용돌이 에너지를 역(逆)으로 이용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한 말씀에 공감합니다.
 
  “기존 연구자들은 대부분 지방에 예산을 퍼붓거나 지방분권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제 책이 제안하는 접근법은 약간 다릅니다. 지방의 경제 생태계 유지를 위해 시스템을 강조합니다. 그 시스템은 별게 아닙니다.”
 
  ― 무엇입니까.
 
  “지방을 장악하고 있는 독점적 정치 구조를 타파하고 자유시장 원리를 실현시키는 것입니다.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균형 발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자유시장 원리를 존중해 ‘몰림과 쏠림’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양승 교수는 “서울과 지방의 접근성을 높여 서울에서 지방을 더 쉽게 갈 수 있도록 하고, 지방에서 서울을 더 쉽게 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 교통 비용을 줄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지방이 관광 수요를 더 창출할 수 있도록 하면, 서울과 지방을 오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겁니다. 일차적으로, 유동 인구가 많아지도록 하는 게 올바르고 실효적인 대안이 될 수 있어요. 이게 바로 ‘몰림과 쏠림’의 에너지를 역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최근에 전라남도 목포시와 신안군, 무안군의 통합 문제가 20년 가까이 멈춰 있다 다시 논의가 시작되었다.
 
  알려진 바로는 목포는 찬성률이 높지만, 신안군은 통합되면 불리하다고 반대율이 높다고 한다.
 
 
  완주 군민들이 전주시와 통합 반대하는 이유
 
전주시와 완주군의 통합 논의는 여러 차례 진행되다 중단되는 곡절을 겪었다. 사진은 지난 2009년 11월 통합민간추진협의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완주-전주 통합을 위한 여론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전북도
  여기에 목포대와 목포해양대의 통합 문제가 얽혀 있고, 의대 설립까지 겹쳐 매우 복잡하다. 지방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민들이 모두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정구역을 통합(개편)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하기에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양승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목포·신안·무안 통합은 추진되고 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기에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곳이 아니기에 그곳 주민들의 정서를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이론적인 시각에서 일반적인 특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이 유사한 경우죠. 전주와 완주는 사실상 한동네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주라는 핵심부를 완주라는 주변부가 둘러싸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실제로 완주 군민들은 대부분 전주 시내버스를 이용하고 있고 행정구역만 나눠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통합을 완성한 청주시와 청원군 관계라고 볼 수 있어요.
 
  완주 군민들은 전주·완주 간 통합이 이뤄지면 전주시 주도로 모든 행정이 돌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즉 통합이 이뤄지기 전에는 두 지자체의 관계가 ‘수평적’이었던 것이 통합이 이뤄지면 상대적으로 ‘도시’인 전주가 상대적으로 ‘시골’인 완주보다 교섭력 면에서 우위에 서기 때문에 그 결과 전주시에 위치한 기피 시설 내지는 혐오 시설들이 완주로 이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입니다.”
 
  전주와 완주군은 인구도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다수결로 간다면 시골 지역은 거부권이 약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완주군은 전주·완주 간 통합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 완주 지역 내에서도 전주 도심과 가까운 곳은 찬성, 전주 도심과 먼 곳은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지가 상승이라는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 소멸 막기 위해 작은 시·군부터 통합해야”
 
  “이런 시각에서 보면 목포·신안·무안 간에도 이득을 놓고 ‘상호작용’이 발생할 것이기에 쉽사리 통합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대학 통합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대학 통합은 대학 구성원들 대부분 큰 틀에서, 즉 거시적으로 그리고 원론적으로 대학 간 통합에 동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시적으로 동의를 끌어내기 어려워요.”
 
  ― 왜요?
 
  “원론적으로 대학의 주인은 학생들이어야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온 국민이 다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각 대학 내엔 이득을 나눠갖는 대학 정치가 없을 수 없습니다.
 
  특히 국립대학은 정치판과 크게 다를 수도 없을 것입니다. 4년마다 선거를 치르기 때문입니다. 수년간 그 선거를 준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을 옆에서 돕는 분들도 매우 많습니다.
 
  대학이 정치판으로 변질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지만 현실입니다. 그분들이 볼 때 대학 간 통합은 ‘선거구 통합’으로 비칠 수도 있습니다. 국회의원 선거구를 통합한다고 하면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거시적으로는 찬성이지만 미시적으로는 이견이 발생하고 소수의 이견일망정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켜 협상이 깨지고 마는 것입니다.
 
  의대를 설립하는 문제도 모든 대학 구성원이 찬성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거시적으로 학교가 발전하는 건 좋지만 미시적으로 자신에게 불이익이 온다면 반대할 유인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이 교수께서 전남도지사라면 행정구역 통합에 나설 수 있을까요.
 
  “최대한 설득해야겠지요. 모든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없다면 실효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각 지자체 주민들은 그 지역 오피니언 리더들에 의해 ‘비정상적 과열’ 상태에 이끌려 무조건 반대를 표명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편견과 불신감 때문입니다. 정보 비대칭 상태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흡수 통합되는 지자체 단체장은 통합 찬성보다 반대 쪽일 것입니다. 그 지자체장 주변 분들도 반대 쪽입니다. 그렇기에 정보 공개가 필요합니다.
 
  즉 통합을 통해 구체적으로 지자체 주민들에게 어떠한 이득이 돌아갈 수 있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줘야 할 것입니다.”
 
  ―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해서라도 작은 시·군들은 통합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동의하시나요.
 
  “그렇게 통합되는 게 주민들에게도 유리할 것입니다. 통합이 되어 보다 넓은 시각에서 포괄적으로 지역 개발 전략을 짤 때 그 지역 내 공간 균형도 실현되고 부가가치 창출도 쉬워질 수 있습니다. 관광 수요를 창출하기에도 유리하지 않을까요?”
 
 
  강소국 연방
 
전 대구시 경제보좌관 이제상 박사
  대구·경북에서는 메가시티론에 어떤 생각을 가질까. 대구시 경제보좌관을 지낸 이제상(李帝橡·55) 박사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고려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경북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받았다. 《영남일보》 기자로 대구·경북 경제 현안을 현장에서 취재하며 안목을 넓혔다. 이후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의 대외협력팀장으로 재임했었다. 현재는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고 2년 전 저서 《슈트 입은 조선》을 펴내며 ‘정부’의 규제 없이 ‘기업’이 자생하고, ‘중앙’의 예속 없이 ‘지방’이 자치하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수도권 집중 억제를 목적으로 추진되었던 행정수도 이전이 세종시 건설로 현실화되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은 계속 심화되고 있다. 이제상 박사는 “행정수도 이전의 방법이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실패했음을 입증하고 있다”며 “20년 동안 지속되었던 지방분권운동도 중앙 정치에 의존하는 한계에서 벗어나 자체 세력화를 하지 않으면 목표를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이 박사의 말이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중앙집권적 국가 지배 구조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서울 중심 사고에서, 톱다운식 행정체계에서, 대기업의 수직계열화에서 연유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행정수도 이전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대신 대한민국을 500만~1000만 명의 규모로 나누고 6~7개의 강소국(强小國)으로 구성된 연방국가로 만드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박사는 부연설명을 하기를 “연방제는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전체를 대표하는 중앙정부의 통일성을 보장하는 체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권력의 행사는 물론, 전체와 부분 간의 배분에 있어 보충성의 원리에 입각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가 주장하는 6~7개의 강소국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2007년 제17대 대선에 출마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선거공약이 ‘강소국 연방제’였다.
 
  “싱가포르, 핀란드와 같은 강소국들은 나라가 작고 인구가 500만~1000만 명이지만, 효율적인 국가 운영으로 선진국이 되었어요. 강소국 연방제의 구상은 지방을 골고루 균형 발전시킨다는 차원이 아니라 지방 자체를 강소(强小)가 같은 경쟁력 있는 지방으로 만드는 데 기초를 두고 있죠.”
 
 
  “메가시티 서울 정책은 서울 확장 정책”
 
  흥미롭게도 이제상 박사의 강소국 연방제 구상은 메가시티론과 닮아 있다. 기존 행정구역을 대도시와 중소도시, 그리고 농촌 지역을 포함하는 500만~1000만 명 인구와 산업 관리 능력을 갖춘 대도시 권역으로 개편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중앙정부가 권한을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광역자치단체를 통합한 초(超)광역자치단체로 넘기는 것을 말합니다.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를 제외한 비수도권을 대전·충남·충북권, 부산·울산·경남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전북권, 강원권, 제주권으로 통합하는 것이죠.”
 
  초광역자치단체는 대도시, 중소도시, 농어촌 각각을 압축하고 광역적 시각에서 도시 간 연계 전략을 자율적으로 세울 수 있게 하고, 기초단체 스스로의 필요에 따라 자율적으로 통합하도록 유도한다.
 
  2020년 12월 기준으로 대전·충청권은 550만 명, 광주·전라권은 510만 명, 대구·경북권은 505만 명, 부산·울산·경남권은 785만 명의 초광역자치단체로 탈바꿈한다. 그러면 초광역자치단체는 하나의 국가(state)로서 주정부라고 부를 수 있다.
 
  이 박사는 “현 지방행정 시스템은 조선 태종 때 정해진 8도 체제와 부·목·군·현 체제를 계승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교통과 정보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된 21세기에는 현재의 행정구역을 넘어서는 초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행정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현 정부가 내놓은 ‘김포 서울 편입론’ 정책을 어떻게 보시나요? 서울을 더 비대화시킨다는 지방의 시각도 존재합니다.
 
  “메가시티 서울 정책은 서울 확장 정책이죠. 상대적으로 지방 축소 정책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대구 시민, 지방민의 입장에서 우파 정부는 지방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야당(민주당)이 주장하니 면피용으로 했을 뿐이죠. 윤석열 정부도 그렇습니다. 중앙 언론도 비슷하죠. 예를 들어 광주-대구 달빛고속화철도만 하더라도, 8조70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데, (많아야 10조원 내외) 이에 반대했다가 겨우 통과되었어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은 134조원이 드는데 이에 대한 반대는 전혀 없었습니다. 반대하는 지역의원도 거의 없었어요.”
 
  ― 4월 총선 이후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무성하겠지만, 실제 실행하기에는 현 정부에서 어렵다고 보시는군요.
 
  “제가 볼 때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고려하고 검토해야 할 것도 너무 많기에…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 전반의 거대한 계획(grand plan) 없이 선거 전략만으로는 행정구역 개편을 실제 실행하기에는 어렵고, 현 정부가 개편한다고 했을 때 개편의 정치적 이득이 별로 없다고 보여요.”
 
 
  “세종시는 완전 실패한 국책사업”
 
  ― 지역 소멸, 지방 소멸 위기라고 했을 때 지역에 사는 인구가 없어서 모두 현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입니다.
 
  “문제는 읍·면·동, 시·군·구, 시·도 단위에서 이해관계가 다 다릅니다. 지방민들이 모두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정구역을 통합(개편)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큽니다.
 
  그래도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려면 ‘세종시’까지 거론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20년 전 노무현 정부가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해 행정수도를 옮겼는데, 현재 수도권 집중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잖아요? 세종시는 완전히 실패한 국책사업입니다. 게다가 행정 비효율까지 높아요. 국가 100년 대계를 위해 행정구역 개편은 행정수도 개편까지 함께 진행해야 합니다. 그러자니 통일 이후까지 고려하자는 이야기까지 나오면 이 문제를 풀기에는 더더욱 어렵게 됩니다.”
 
  이제상 박사는 “행정구역은 생활권역으로 합치면 좋지만, 생활권역이라는 게 구체적이지 않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 뭔가 부족한 느낌”이라며 강소국 연방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저는 지역의 생존과 수도권 집중 억제를 위해서는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 경기도를 제외한 비수도권을 대전·충남·충북권, 부산·울산·경남권, 대구·경북권, 광주·전남·전북권, 강원권, 제주권 등 초광역자치단체로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수도권 집중과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선 대전권, 부산권, 대구권, 광주권 등 5대 광역권으로 묶는 것도 한 가지 방안으로 봐요.
 
  청년들이 1970~80년대 농촌에서 (중소)도시로 이동했다면, 2010~20년대는 (중소)도시에서 수도권으로, 대도시(대구, 광주, 부산)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형태입니다.
 
  오직 서울로, 경기도로 가고 있어요. 사람들이 꿀과 젖이 흐르는 땅으로 이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죠. 부가가치를 많이 생산하는 지역으로 옮겨 잘살고자 하는 욕망을 누가 막을 수 있겠습니까? 일자리(현재)가 있는, 자녀를 키울 교육여건(미래)이 있는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이 잘사는 비결이니까요.”
 
 
  “여러 대도시 국가가 경쟁해야”
 
  ― 지방의 입장에서 서울이 뉴욕, 도쿄, 베이징, 상하이 등 해외 주요 메가시티와 경쟁하기 위해 어떤 도시 정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대도시 중심으로 한 행정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가 5대 광역권으로 나뉘어야 한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론 서울·수도권-부산·경남권 등 2개의 중심축으로 발전하고 대구·광주는 두 중심축에 흡수되거나, 보조 역할에 머물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통일 이후를 가정하면, 5대 광역권에다 북한의 5대 광역권까지 합쳐 10개 광역권이 되며, 서울·수도권-부산·경남권 두 중심축이면 평양-나진·선봉까지 합쳐 총 4개 중심축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걱정도 듭니다.”
 

  이 박사는 “해외 메가시티들과 경쟁하려면, 대도시 중심으로 행정체계를 개편하고 그 대도시(초광역권)끼리 경쟁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물론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중앙집권 방식으로 운영해서는 안 되고, 대도시(초광역권)마다 다른 도시 정책을 펴야 합니다. 해외 메가시티와 경쟁하기 위해 구체적인 어떤 도시 정책보다 그 도시 정책을 총괄할 기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줘야 합니다. 기획하는 머리가 하나가 아니라, 대도시마다 기획하는 머리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그래서 주정부와 연방정부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2차 세계대전을 이끈 두 축, 미국과 독일은 연방국가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제상 박사는 “지금까지 지방분권은 ‘권한이 중앙에 있고 그 권한의 일부를 지방에 나눠준다’는 식으로 이해했는데, 이제는 ‘권한은 지방에 있고, 필요에 따라 그 권한의 일부를 중앙에 위임한다’는 식으로 의미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가 중앙집권 체제로 ‘선진국 따라잡기’를 통해 선진국이 됐습니다만, 이제는 따라잡을 선진국 모델도 없습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가 만든 검증되지 않은 모델을 가지고 시행하기에는 위험이 따릅니다. 불확실한 하나의 모델로 5000만 명의 국가를 운영하기에는 불안합니다. 그래서 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대상을 여러 개(최소 5개 이상) 두자는 것입니다. 여러 주정부끼리 경쟁하고 그 우수한 주정부를 연방정부가 밀어주는 형태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지요.
 
  대도시는 하나의 나라에 맞게끔 하나의 응집된 힘을 보여주고, 자본력과 노동력, 제조와 서비스업, 대학과 기업(본사) 등 종합적으로 기능하는 도시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여러 대도시 국가가 경쟁하면서 발전해야 해외 메가시티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봅니다.”
 
 
  “독자적 법률 제정할 수 있어야”
 
  ― 그렇게 하자면, 지방정부(주정부)가 독립적인 예산권과 법률 제정권을 가져야 하겠네요.
 
  “그렇죠. 공통 헌법 아래 주정부는 독자적인 법률을 제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구시나 경상북도는 법률, 예산 등등을 통해 중앙정부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교육 정책을 예로 들면, 저는 영어공용화 정책과 대구만의 인재육성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구에서 인재를 육성하려면 서울로 보낼 게 아니라, 차라리 그 돈(방값, 등록금)으로 미국 주립대학에 보내고 그 졸업생을 대구 지역에 정주하도록 하는 정책이 나을 것이라 봅니다. 이런 획기적인 정책을 펴려면, 지방정부가 독자성이 존재해야 합니다.”
 
  ― 현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정책들, 예를 들어 가덕도신공항, 달빛산업동맹(달빛철도 조기 건설 등),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원점에서 논의 중인 새만금신공항 등에 대해 조언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방에서도 발전에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하고, 중앙정부에서도 국회에서도 승인한 정책입니다. 대략 합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유하자면, 자신의 집 부근에 지하철이 건설된다면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요? 내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지하철이 생기면 혜택을 보니까요.
 
  그런데 만약 이 지하철 건설경비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간다면 다를 수 있습니다.”
 
  ― 만약 그 막대한 건설사업비를 지방정부에서 조달해야 한다면?
 
  “이 사업들이 정말 ‘그 지방에서 절실하냐는 것’과 ‘그 사업이 성공할 수 있느냐’와 ‘성공하지 못했을 때 그 책임을 질 수 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죠. 미래에 필요할 것 같고 대략 동의하는 것은 비용 대부분을 중앙정부에서 부담하니까 그런 것입니다. 그런데 지방(지방자치단체와 지방민)이 대부분 부담한다면, 다를 것입니다. 그럼 막대한 비용을 가지고 SOC사업에 10조원을 부담한다?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반대할 명분이 충분히 생기죠.”
 
 
  ‘고추 말리는 공항’이 되지 않으려면…
 
  ― 대구경북신공항이나 가덕도신공항 건설비를 지역민이 내야 한다면 어떨까요.
 
  “두 국책사업은 서로 출발선이 다르지만,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재원은 ‘기부 대(對) 양여’ 방식에 따라 대구공항 후적지 및 인근 부지를 개발해 얻는 수익으로 마련해야 합니다. 2023년 말 대구의 미분양아파트(1만245호)가 전국에서 가장 많고, 수도권(서울·경기·인천)보다 214호나 많다고 합니다. 여기 공항 후적지를 아파트로 개발해 신공항을 건설한다? TK신공항특별법이 없었다면, 이 사업은 좌초했을 것입니다.
 
  특별법 이전에 개인적으로 기자들을 만나보면 공항 이전을 반대하는 기자들이 많았습니다. 다 한마디씩 했습니다. 그런데 그걸 기사화하는 기자들은 없더군요. 대구시에서 광고로 다 입막음을 하고, 또 나중에 특별법이 제정될 것이라고 하니까요.”
 
  ― 근본적으로 이런 국책사업들은 대체로 중앙정부로부터 예산을 끌어오는 수단·명분 역할을 합니다.
 
  “지방자치단체는 이런 SOC사업의 경우 성공 여부보다 추진 여부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돈을 끌어와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으니까요. 정치권을 이용해서 정부예산을 투입하는 게 1차적인 목표이고, 성공 여부는 2차 목표로 나중의 일입니다. 10년 후 SOC사업들이 완공되면, 그것은 단체장들의 임기가 끝난 후의 일이고, 실무를 담당했던 간부들은 다 진급하고 퇴임하고 난 후의 일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업들은 사업 성공을 1차 목표로 하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대구경북신공항에 유럽노선, 미주노선이 생길까?’ 이런 노선들이 생겨야 성공할 것 같은데, 구체적인 방법론 고민은 아직 없는 듯 보여요. 그건 공항을 건설하고 나서 고민할 것이니까요. 이런 사업들은 나중에 ‘고추 말리는 공항’이라는 표현처럼 다시 출현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그러나 이 박사는 “정부의 지방 정책들이 사업의 적절성, 예산의 효율성 측면에서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지만, 동시에 중앙집권적인 정부에서 예산, 지방자치단체의 (희망)정책이 결합된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조합”이라고 했다. 비유하자면 신혼부부가 결혼했지만, 돈이 없어 노부모에게 얹혀살고 있다고 할까. 독립하지 못하는 신혼부부,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하는 노부부처럼….
 
  “저는 이에 대한 해결책은 주정부와 연방정부로 나누어져 국가가 운영되어야 사업들이 적절하게 효율적으로 진행되리라고 봅니다.”⊙
 
경기도 分道 가능할까
 
  경기도는 서울시와 인천시를 두고 경기 북부·남부로 분리되어 있다. 북부와 남부 간의 국토불균형이 심각해 둘을 분리하자는 논의가 1980년대 중반부터 제기되었다. 그러다 2017년 5월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이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국회 문턱을 넘진 못했다.
 
  경기도의 인구는 1300만 명을 넘어서 하나의 행정력으로는 지역 간 균형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북부와 남부의 경제적 격차가 큰데 북부는 휴전선 인근 지역이어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되어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다. 분도(分道)가 이뤄지면 각각의 도가 자신의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자치권이 강화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도에 따른 추가적인 행정 비용, 지역 간 이해관계 충돌, 정체성 문제 등 반대론도 만만찮다.
 
  분도 시 행정구역은 ▲경기북도는 고양·남양주·파주·의정부·양주·구리·포천·동두천·가평·연천 ▲경기남도는 수원·용인·안산·성남·광명·부천·안양·과천·평택·시흥·오산·화성·의왕·군포·이천·안성·광주·양평·여주·김포·하남 등지다. 김시덕 박사의 말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실현 가능성이 크지만 역대 경기지사 중에서 처음으로 분도에 찬성한 분으로 기억합니다. 시민들의 여론도 여론이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김 지사 간의 길항(拮抗) 관계에 따라 현실화 여부가 판명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다만 이번에 경기북도가 탄생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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