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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생활 탐구

무인 사진관 열풍

“친구 만나는 날은 ‘네 컷 사진’ 찍는 날”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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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無人 사진관, 코로나19 거치며 폭발적인 성장
⊙ 하이앵글·로앵글 사진관도 인기… “그간 경험할 수 없었던 독특한 형태”
⊙ 무인 사진관 브랜드, 아이돌과 협업해 ‘아이돌 프레임’ 출시
⊙ 이은희 교수 “‘무인’이라는 점이 MZ 세대로부터 인기 끈 요인”
최현제씨와 외국인 친구들이 남이섬에 있는 하이앵글 무인 사진관에서 네 컷 사진을 찍었다. 사진=최현제씨
  “친구들과 약속이 있는 날은 ‘네 컷 사진’ 찍는 날이죠. 같이 밥 먹고 카페로 이동할 때 자연스레 들르곤 해요.”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 무인(無人) 사진관에서 만난 안서은(23)씨는 친구 3명과 차례를 기다리며 이같이 말했다. 주말을 맞아서인지 사진관 앞은 사진 촬영을 기다리는 줄로 북적거렸다. 안씨와 친구들은 차례를 기다리며 가게 안에 비치된 치장용 가발과 머리띠·안경·인형 등을 골랐다. 이윽고 차례가 되자 각자 고른 물품을 챙겨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부스 안에서는 사진을 찍는 내내 ‘까르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무인 사진, 예식장도 접수
 
속초 네컷 한쪽 벽면은 이용객이 찍은 사진으로 장식돼 있었다. 사진=월간조선
  무인 사진관의 인기는 서울뿐만의 일이 아니다. 전국 각지 번화가에도 무인 사진관이 들어서며 현지인과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강원도 속초시에 있는 무인 사진관 ‘인생네컷’은 이른바 ‘속초 네 컷’이라고 불린다. 사진 배경으로 속초 바다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속초 네 컷의 특별한 점이다. 12월 20일 속초 네 컷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독일 관광객 알렉스(26) 씨는 “한국에서 무인 사진관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들었다”며 “속초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길 수 있어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요즘엔 예식장에서도 무인 사진 부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꽃 장식을 배경으로 부부 이름, 날짜 등이 함께 인화돼 나오는 형태다. 올해 결혼을 앞둔 오모(31)씨는 “주변 친구 결혼식을 다니면서 무인 사진 부스가 설치된 것을 종종 봤다”며 “하객들에게 행복한 추억을 줄 수 있고, 인화된 사진으로 포토 방명록 또한 만들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내 결혼식에도 설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하이앵글·로앵글’ 사진관으로 불리는 새로운 형식의 무인 사진관이 등장해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무인 사진관과 달리, 하이앵글·로앵글 사진관은 카메라가 천장과 바닥에도 달려 있어 독특한 구도를 연출할 수 있다. 하이앵글 사진의 촬영 가격은 2장에 8000원으로 기존 네 컷 사진보다 비싸다. 하지만 새롭고 신선해 MZ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외국인 교환학생에게 한국의 관광지를 소개하는 교내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최현제(27)씨 역시 최근 외국인 친구들에게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을 소개하며 섬 내에 있는 하이앵글 무인 사진관을 찾았다. 최씨는 “저도 그렇지만 외국인 친구들 또한 기존 네 컷 사진과 달리 하이앵글 사진은 그간 경험할 수 없었던 독특한 형태”라면서 “친구들 모두 즐거워했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스타 판다 ‘푸바오’ 등장
 
지난해 11월 7일부터 12월 31일까지 인생네컷이 출시한 ‘푸바오’ 프레임. 사진=인생네컷
  MZ 세대의 새로운 놀이 공간으로 자리 잡은 무인 사진관. 한 번 촬영에 4~8컷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네 컷 사진’으로도 불린다. 부스 내부엔 간단한 조명과 카메라, 거울이 설치돼 있다. 1990년대 인기를 끈 스티커 사진의 새로운 버전이다.
 
  사진을 다 찍으면 필터와 프레임 디자인 등을 취향에 맞게 선택해 즉석에서 바로 인화할 수 있다. 사진은 디지털 형태로도 간직할 수 있다. 사진 귀퉁이에 있는 QR 코드를 따라 들어가면 해당 사진을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인스타그램 등 개인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실시간 공유가 가능하다. 또 네 컷 사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나만의 프레임을 디자인하거나 무료 쿠폰 등을 받을 수도 있다. 사진 2장을 찍는 기본 가격 역시 4000~8000원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런 장점이 맞물려 무인 사진관은 MZ 세대로부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현재 시장에는 ‘인생네컷’ ‘포토 시그니처’ ‘하루필름’ ‘포토이즘’ ‘포토그레이’ 등 다양한 무인 사진관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마다 밝은 조명과 필터, 보정 차이가 있어 각자 선호하는 촬영 방식과 결과물을 따져 브랜드를 고르기도 한다. 최근 이들 브랜드는 아이돌·유명 유튜버·만화 캐릭터 등과 협업을 맺으며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아이돌이 컴백하거나 생일 등 특별한 행사가 다가오면 무인 사진관 브랜드는 소속사와 협업해 기간 한정으로 ‘아이돌 프레임’을 출시한다. 지난해 연말에는 에버랜드 스타 판다 ‘푸바오’ 가족이 인생네컷 프레임으로 등장해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인터넷 블로그나 유튜브 영상이 추천하는 유행 포즈를 따라 하는 것도 재미다. 홍대 근처의 한 무인 사진관 부스에서 만난 대학생 조정민(22)씨는 “‘갸루피스(손바닥을 뒤집은 형태의 ‘V’ 포즈)’나 ‘볼 하트’를 주로 한다”면서 “인원별로 사진이 잘 나오는 포즈가 달라 몇 가지 포즈를 외워두고 있다”며 웃었다.
 
 
  대한민국 국민 1인당 2장씩
 
홍대입구역 인근 네컷 사진 점포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 사진=월간조선
  무인 사진관은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폭발적인 성장을 한 업종으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생네컷(가맹점 수 343곳), 포토이즘박스(257곳), 하루필름(46곳) 등 무인 사진관 업체 가맹점 수는 전국에 600곳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월 KB국민카드가 공개한 2022년 자사 신용·체크카드 회원의 결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그해 무인 사진관의 KB국민카드 매출액 증가율은 2021년 대비 271%에 달했다. 2022년 새로 문을 연 무인 사진관 수는 전년 말 기준 유효 가맹점 수 규모의 54%에 달할 정도로 신규 개점도 많았다. 2021년 말 100곳의 무인 사진관이 영업하고 있었다면 2022년 54곳의 무인 사진관이 새로 문을 열었다는 뜻이다.
 
  인생네컷 운영사인 엘케이벤쳐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생네컷은 전국 430개 지점에 월 평균 200만~230만 명이 방문, 5년간 누적 촬영만 1억 장을 찍었다고 밝혔다. 대한민국 국민 1인당 2장씩 찍은 셈이다.
 
 
  해외 진출 성공적… 英 찰스 3세도 방문
 
  그사이 네 컷 사진은 해외 시장 진출에도 연착륙하고 있다. 인생네컷은 지난 2019년 첫 해외 진출을 시작으로 현재 영국·뉴질랜드·대만·베트남·일본 등을 비롯해 해외 주요 16개국에 161개 매장을 두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영국 내 최대 한인타운인 뉴몰든에 방문해 한국 문화를 체험하며 인생네컷 부스를 찾아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독자 개발한 조명으로 인기를 끈 포토이즘 역시 2022년 기준 총 거래액 1000억원을 넘어서며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다. 현재 일본·필리핀·베트남·캐나다 등 15개국을 대상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유학하고 있는 한 대학생은 “친구들과 종종 네 컷 사진을 찍을 때면 한국 생각도 나고 즐겁다”면서 “현지 친구들에게도 네 컷 사진은 익숙한 놀이 문화가 됐다”고 말했다.
 

  엘케이벤쳐스 한 관계자는 “K-팝·K-콘텐츠의 저력 덕분에 인생네컷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판단한다”며 “한국 음악이나 영화, 드라마를 좋아하는 해외 팬들은 한국 내 유행에 대한 수용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한국 놀이 문화에 대한 궁금증 역시 커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매장들은 보통 3~4개월, 늦어도 6개월 안에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만큼 현지 반응이 뜨겁다”며 “해외에서도 인생네컷 앱 출시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준비해 ‘글로벌 포토 라이프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인 사진관 열풍에 대해 “‘무인’이라는 점이 MZ 세대로부터 인기를 끈 요인”이라면서 “다른 이의 시선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만의 연출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각 브랜드가 MZ 세대의 수요에 맞춰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MZ 세대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무인 사진관 인기가 앞으로도 지속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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