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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AR 재단 국제 콘퍼런스 참석한 석학들이 바라보는 세계

“美中전쟁, ‘일어날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인가’의 문제”(리쳉)

글 : 정혜연  월간조선 기자  hy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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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국가들, 미국이 과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해야”(리처드 하스)
⊙ “대만전쟁은 인류 최초의 AI 전쟁 될 것… AI 시대 美中의 힘은 대등”(리쳉)
⊙ “중국은 경제·정치적인 취약성이 있지만 몰락이 임박한 나라가 아니다”(빌라하리 카우시칸)
2023년 12월 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니어재단이 주최한 ‘세계, 어디로 가고 있는가’ 콘퍼런스가 열렸다. 사진=니어재단
  민간 순수 싱크탱크인 니어(NEAR· North East Asia Research) 재단이 최근 ‘세계,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국제 학술 콘퍼런스를 열었다. 본 행사 하루 전인 2023년 12월 5일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는 정덕구(鄭德龜) 니어재단 이사장, 윤병세(尹炳世) 전(前) 외교부 장관 겸 니어글로벌서베이리포트 회장,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보고서 프리뷰 시간이 있었다.
 
  정덕구 이사장은 “그동안 한국의 수많은 연구와 콘퍼런스의 주제는 남북(南北) 문제, 북핵(北核) 문제, 한중(韓中)·한미(韓美) 관계 등 지엽적인 이슈에 머물러 있었다. 대한민국의 위상에 비추어 범(汎)세계적인 ‘월드 리포트’ 정도는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1년짜리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며 “이번 콘퍼런스를 계기로 동북아의 변방 국가인 대한민국이 글로벌 이슈를 다루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계인들의 시선에서 현재의 복합 위기 논의”
 
  이번 국제 학술회의를 실질적으로 주도한 윤병세 전 장관은 “한반도 중심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차원이 아니라, 세계인들의 시선에서 한반도를 비롯해 현재의 복합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논의하고 싶었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 전체를 보면서 우리의 당면 위기를 냉정하게 지켜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의 무질서와 대국 간 경쟁 ▲미중 간의 경쟁 ▲경제안보 개념의 진화 ▲인도-태평양 전략과 진화하는 안보구조 ▲다자주의의 재건을 테마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고 위원은 “중견국과 글로벌 사우스(저개발국과 후진국·제3세계 국가)를 포함한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공동체는 ‘경쟁적 공생의 관리된 국제 질서’로의 전환을 통해 국제 질서의 분열과 파국을 막아야 한다”며 “강대국은 정책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보여야 하며, 중견국은 글로벌 도전 과제에 더 많은 부담을 갖고 기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튿날 본회의에서는 조지 H.W. 부시 대통령의 특별 보좌관 및 국가안전보장회의 근동 및 남아시아 담당 선임국장을 역임하고, 20년간 미국외교협회(CFR) 회장을 지낸 리처드 하스(Richard Hass) 명예회장, 주 러시아 대사·핀란드 대사·유엔상임이사 등을 지낸 빌라하리 카우시칸(Bilahari Kausikan) 전 싱가포르 외교부 차관, 오바마 정부에서 주 NATO 미국 대사를 역임한 이보 달더(Ivo Daalder) 미(美) 시카고세계문제협의회장, 현대중국과세계연구소(CCCW)의 창립 소장인 리쳉(Li Cheng) 홍콩대 정치학과 교수가 연사로 나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 석학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 데는 윤병세 장관의 힘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반드시 좌절시켜야”(하스)
 
리처드 하스 미국외교협회(CFR) 명예회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니어재단
  리처드 하스 박사는 오늘날의 세계는 ‘무질서가 지배하는 혼돈의 시기’라고 규정했다.
 
  “혼돈의 시기이며, 무질서가 지배한다. 유럽 전쟁, 중동 전쟁, 북한의 핵, 이란의 위협이 여전하다. 책임을 가진 이들이 세계 질서를 구축해야 할 시기다. 우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야심을 달성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의 비극으로, 우리는 러시아를 반드시 좌절시켜야 한다. 우크라이나는 모든 영토를 회복해 누구든 무력(武力)으로 영토를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하스 박사는 미국과 중국의 극적인 화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이다. 대신에 그는 양국이 서로 충돌을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미국과 중국은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2023년 11월 15일)의 결과를 발전시켜야 한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양국이 ‘현실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현세대의 초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 어떻게 충돌을 피할 것인지 합의해야 한다. 이것은 한편으로는 중국을 어떻게든 억제한다는 의미다.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대만에 대한 야심을 충족시키려는 욕망을 좌절시켜야 한다. 아울러 핵의 수평적 확산을 막아야 한다. 미국은 러시아와 무기통제협상을 재개해야 하고, 중국을 이 협상에 포함시켜서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핵무기 개발을 통한 수혜를 입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중동에서는 하마스가 반드시 패배해야 한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은 100% 테러 행위이다. 이스라엘은 군사력을 신중하게 사용해 하마스를 억제하면서도 가자 지역을 보호해야 한다.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고 이스라엘과 양립, 공존토록 해야 한다.”
 
  하스 박사는 오늘날의 세계를 ‘소다자주의(小多者主義)’라고 정의하며 ‘미국의 역할에 대해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봤다.
 
  “오늘날의 세계는 소다자주의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지난 75년간 미국은 많은 역할을 해왔고, 다른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성과를 얻었다. 민주국가에서 동맹을 꾸리는 것은 가장 핵심적이며,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유용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다가오는 75년 동안, 아니 적어도 5년 동안이라도 기존의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에도 굉장히 중요한 질문일 것이다. 미국이 과거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다른 국가들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특히 무질서한 세계가 질서 있는 방향으로 재편되기 위해서 사이버 기술을 통제해야 한다. 우리가 매일같이 당연시해왔던 세계가 무질서해질 가능성이 높아졌고, 앞으로 더 많은 격동의 시기를 살아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전쟁은 계속 일어날 것”(리쳉)
 
홍콩대 교수인 리쳉 박사가 줌으로 패널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니어재단
  리쳉 박사는 ‘세계는 양극화(兩極化)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는 글로벌화되었지만 분화 중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중동 지역의 전쟁이 마지막 전쟁이 될 것’이라거나 ‘유혈 사태가 유럽·중동 지역에 국한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순진한 생각이다. 앞으로 전쟁은 계속 일어날 것이고 지역이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두 개로 양극화될 것이다. 양극화된 세계에서는 결국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미중 갈등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전쟁은 이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것이다. 투자교역 전쟁, 천연가스·석유를 둘러싼 전쟁, 신용카드 결제시스템·금융통합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전쟁, 우주 탐사 프로그램이나 군사 이념의 블록 전쟁, 신(新) 냉전, AI 시대의 열전(熱戰)이 일어날 수 있다. 어떤 이들은 이를 민주주의 대(對) 전제주의의 전쟁이라고 하는데, 인터넷시스템, 위성 등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전쟁이 될 것이다.”
 
  리쳉 박사는 ‘중국은 향후 러시아, 이란, 사우디와 손을 잡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지난 수십 년간 국제주의, 다자주의를 부르짖고, 인류의 공동 번영을 주장해왔다. G20 역할도 강조해왔다. 그런데 중국의 주도하에 광저우에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참석했지만 미국 측 고위 관료는 참석하지 않았다. 유럽·아시아 국가의 수장들은 참석했지만 말이다. 중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자신들을 겨냥해서 만든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선택지가 없다는 소리다. 중국의 지도층은 러시아, 이란, 사우디와 손을 잡게 되고, 미국은 여전히 중국을 가장 큰 적으로 간주할 것이다.”
 
 
  “미중 하이테크 전쟁”(리쳉)
 
  리쳉 박사는 향후 일어날 전쟁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며, ‘AI 전쟁’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구체적으로는 AI 전쟁이 아시아태평양지역(APEC)에서 일어날 것으로 봤다.
 
  “AI 전쟁이 APEC 지역에서 일어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애널리스트들은 ‘언제 미국과 중국이 교전(交戰)하는가?’를 고민할 뿐 ‘과연 그런 전쟁이 일어날 것인가’는 따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들은 어떤 형태의 전쟁인가를 점치고 있다. 미국의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전략 사고가들은 포괄적으로 AI를 전쟁에 투입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봤다. 미국과 중국이 AI 강대국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미 AI의 위험에 대해서 지적했고, 우리가 올바르게 이를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간 갈등이 전면적으로 확산돼서 하이테크(High Tech) 전쟁으로 이어진다면, 이 살상무기가 적절한 통제 없이 남용되게 될 것이다. 기계 대 기계(리쳉 박사는 Machine to Machine이라고 표현했다)의 전쟁이 될 것이다. 만일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21세기, 인류 역사상 최초의 AI 전쟁이 될 것이다. 아태 지역의 국가들은 아주 파급력이 큰 AI 전쟁에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리쳉 박사는 2023년 11월에 있었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바이든 미 대통령의 샌프란시스코 만남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희망적인 것은 시진핑과 바이든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것이다. 백악관이 보도자료를 발표했듯이 양국은 AI 정부(governance)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공동선언문 하나 없었지만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작고한 키신저는 AI 시대에 미국과 중국은 동일한 힘을 갖고 있다고 봤다. 과거 냉전 시대에는 누가 뭐래도 미국이 소련보다 막강한 힘을 보유했지만, AI 시대의 미국과 중국은 비등비등하다는 것이다. 만일 전면전이 발생한다면 한 국가가 이긴다고 해도 절대적 승자는 없을 것이다.”
 
 
  “중국, 몰락 임박한 국가 아니다”(카우시칸)
 
  싱가포르 외교부 차관을 지낸 빌라하리 카우시칸 박사는 이날 참석한 패널 중에서 소수(少數)의 의견을 가진 이였다. 그는 “오늘날의 세계를 파편화된 세계라고 보는 것은 과장됐다”고 말했다.
 
  “국제 질서가 평화적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실수다. 40여 년간 미국·소련 간의 대결이었고,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후 2008년 금융위기가 있을 때까지만 단기적으로 평화적이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에 많은 이들은 실망했다. 이 시기는 이제 끝났다. 예외적인 것을 정상적인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위험하다.
 

  첫째,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됐다. 중국은 지정학적(地政學的) 요인으로 간과할 수 없고, 경제·정치적인 취약성이 있지만 몰락이 임박한 나라가 아니다.
 
  둘째, 세계는 달라진 미국을 기다리고 있다. 미소 냉전이 종식된 이후로 미국은 전 세계적인 위협을 받은 적이 없고, 훨씬 거래주의적인 방식을 취해왔다. 미국은 동맹국들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해, 국제 질서를 수호해왔다. 아시아 국가들은 좀 더 빠르게 깨달았던 것 같고, 중동은 이제 깨닫고 있다. 이것을 가장 덜 깨달은 지역이 유럽이라고 생각한다. 예외적인 것을 정상으로 착각했던 대가를 이제야 치르고 있다.”
 
 
  ‘미소’와 ‘미중’ 간 경쟁이 다른 이유
 
  카우시칸 박사는 ‘미소 간의 경쟁’과 ‘미중 간의 경쟁’은 그 성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신냉전이라 표현하는 것은 상당히 게으른 표현이다. 근본적으로 잘못된 규정이다. 미국과 소련은 완전히 별도의 분리된 시스템을 영위하고 있었다. 원칙적으로 이들의 경쟁은 존재론적 경쟁이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은 둘 다 단일화된 글로벌 시스템의 일환이다. 복잡한 시스템 속에, 공급망의 밀도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연결돼 있다.
 
  두 개의 다른 시스템이 부딪히는 것과 같은 시스템을 공유하는 두 국가가 갈등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따라서 세계의 많은 국가는 미국과 중국을 둘 다 상대해야 한다.
 
  새로운 세계의 질서는 역동적인 다국주의(多國主義)다. 소다자주의와 유사하지만, 나는 그 표현보다는 여러 연합체가 새롭게 창출되고 해체된다고 표현하고 싶다. 물론 하스 박사의 말처럼 다자주의가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은 실수다. 가장 적절한 것도 아니다. 다자주의는 안정이라는 토대 위에 있어야 하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까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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