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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神父님의 ‘尹 전용기 추락 염원’ 파문을 접하고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kim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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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 페이스북.
  기자는 10여 년 전 충청도의 어느 시골에서 꼬박 2년간을 살았다. 그곳에서 매일 무궁화 열차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을 했었다. 소박하나마 기자의 살아온 생을 더듬어볼 때 그 시간이 소중한데, 비유하자면 도보 여행자가 길을 걷다가 쭈그리고 앉아 신발 끈을 다시 죄는 시간이 아니었을까.
 
  시골 성당에 갔더니 성당 외벽 안내판에 이렇게 적혀 있었다.
 
  ‘《조선일보》와 개는 출입금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신자 전입을 성당 신부님(이하 ‘님’ 생략)에게 알리면서 《월간조선》 기자라고 밝힐 수밖에 없었다. “어디 근무하느냐”고 꼬치꼬치 캐묻는 신부에게 어떻게 거짓말을 하겠는가.
 

  2년 동안 신부와 충돌은 없었다. 출퇴근이 바빠 주일미사에만 참례했다. 더듬어보니 어린이 미사 때 자살한 대통령을 ‘예수’로 비유하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품을 하던 아이가 혼란스러운 듯 눈을 깜박였을까. 아니, 기자의 눈이 그렇게 휘둥그레졌다.
 
  그 신부는 주일 강론시간에 신자들에게 《조선일보》 구독을 끊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적도 있었다. 신문을 말아 쥐고 기자를 위협하는 행동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분하고 억울한 생각은 안 들었다. 외려 웃으며 악수를 청하기에 씁쓸하게 “말씀 잘 들었다”고만 답했다. 그 이후엔 그런 정치적 강론이 없었고 성당 앞 ‘개 출입금지’ 글씨도 지워졌다.
 
  가끔 주변의 다른 시골성당 미사에도 참례했는데 다른 신부들도 대개 비슷한 정치적 편견을 갖고 있었다. 점퍼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고 무표정하게 강론을 들었다고 고백해야겠다.
 
  충청도가 보수적 성향을 지녔다고 알고 있지만 왜 신부들이 저럴까 이해할 수 없었다. 중국 속담에 ‘개는 짖을 줄 알아서 좋은 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은 말할 수 있기 때문에 현명한 사람이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다. 살다 보면, 가끔 누군가의 뒷모습이 앞모습보다 더 정직하게 마음을 전하는 것을 느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때 그 신부들도 지금은 중견, 혹은 노년에 접어든 신부가 되었으리라.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유연해지고 더 깊어졌을까. 연륜으로 인해 살아가는 지혜가 더 풍부해졌을까. 늙어가는 기자를 생각하니 꼭 그럴 것 같지도 않다. 의심이 깊어지고 동서남북 가늠도 못 하며 더 우왕좌왕한다. 그러나 신부가 그래서는 안 된다. 신부가 흔들리면 길 잃은 양은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최근 천주교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의 개인 소셜미디어를 통한 부적절한 언행이 논란이 되고 있다. 대통령 전용기에서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추락하는 듯한 합성사진을 올렸다는 것이다.
 
  박 신부는 “기체 결함 탓인 단순 사고였을 뿐 누구 탓도 아닙니다”라는 글과 함께 “비나이다”라는 문구와 이모티콘을 덧붙였다. 항의하는 댓글이 달리자 박 신부는 의견을 거부한다는 뜻의 ‘반사’라고 적기도 했다.
 
  어마어마한 역풍이 불었다. 천주교 대전교구는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전례가 없는 발 빠른 행보였다. 대전교구장은 ‘박주환 신부가 무릎을 꿇고 교회와 국민들에게 큰 잘못을 저질렀음을 고백했다’고 밝히며 박 신부에게 ‘성무집행 정지 명령’을 내렸다고 했다.
 

  앞서 대한성공회 김규돈 신부 역시 대통령 전용기 추락을 염원한다는 페이스북 글을 올려 논란이 되었다. 김 신부는 성공회 대전교구로부터 사제직을 박탈(면직 처분)당했다.
 
  그런데 성공회 김 신부와 천주교 박 신부 모두 각 교파의 대전교구 소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문득 10여 년 전 충청도 시골 성당에 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교회는 절기로 대림(待臨) 시기다. 예수 탄생을 간절히 기다리는 시기다. 교회는 공식적으로 “대림 시기에 회개함으로써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자들과 함께 사제들도 같은 기도 지향을 갖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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