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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추적

兆 단위 역세권 개발 사업 논란에 前 민주당 중진 의원 거론되는 이유

“‘녹양역 스카이59’ 사업에 권력 개입… 내 돈 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한 실체 끝까지 파헤칠 것”

글 : 최우석  월간조선 기자  woosu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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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세 재력가 측근들 ‘돈’ 보고 회장님 뒤통수쳤다”(사건을 잘 아는 법조인)
⊙ “지지부진했던 수사 이유 알아보니 ‘큰 산이 앞에 있습니다’”
⊙ “해당 민주당 소속 전직 중진 국회의원, 현재까지도 지인 통해 오해 풀자고 연락”
⊙ “대법원 민사1부 재판 앞두고 주심 대법관 연수원 동기 선임한 조합, 결과는 ‘심리불속행 기각’”
⊙ “문서위조 죗값 톡톡히 치르게 할 것”
⊙ “사업 지연으로 피해 보는 분들, 조합 돈을 조합원들 허락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쓰는 세력에 책임 물어야”
⊙ 다수 법조인, 대법원 확정판결은 집행 불능에 해당 주장
경기 의정부 녹양역세권 주상복합지역주택(녹양스카이59) 조감도.
  그야말로 ‘쩐(錢)의 전쟁’이다. 최근 마무리된 경기 의정부 최대 역세권 개발 사업인 의정부 ‘녹양역 스카이59’를 둘러싼 소송전이 관심을 끌고 있다. 최소 수천억에서, 많게는 조(兆) 단위의 어마어마한 ‘돈’이 걸린 것은 물론 국내 굴지의 로펌들이 대거 소송에 참여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소송 과정을 파헤쳐보면 민주당 소속 전직 중진 의원의 이름이 나오는가 하면 문서위조, 이상한 조합 설립 과정 등 지역주택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올 수 있는 불법행위가 총망라됐기 때문이다. 《월간조선》이 ‘녹양역 스카이59’를 둘러싼 소송의 전말을 심층 취재한 이유다.
 
  소송 내용은 복잡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간단하다. 이해에 도움을 주기 위해 등장 회사와 등장인물 몇몇을 소개한다. 이름은 이니셜로 표기했다.
 
  ▲조성휴-원흥주택건설 대표. ‘녹양역 스카이59 사업’ 시행사 대표.
 
  ▲A-미래건설 대표. 원흥주택건설, 미래건설, 해동플러스가 설립한 지역주택조합의 업무 대행사인 청원산업개발 대표도 겸직.
 
  ▲B-해동플러스 대표. 원흥주택건설 사업지에서 주차장 운영. 가칭 의정부 녹양역세권 주상복합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위원장 역임.
 
  ▲C-원흥주택건설 이사로 재직하다 청원산업 이사로 이직. 가칭 의정부 녹양역세권 주상복합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감사 겸직.
 
  ▲D-미래건설 이사. 가칭 의정부 녹양역세권 주상복합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이사 역임. 허위로 추진위원회 창립총회 회의록 작성했다는 의혹.
 
  ▲E-의정부 녹양역세권 주상복합 지역주택조합 조합장.
 
 
  사건의 서막
 
2020년 2월, 의정부 녹양역세권 주상복합 지역주택조합(가칭)은 정의당 공정경제민생본부와 함께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정부녹양역세권 도시개발사업 정상화’를 촉구했다. 사진=조선DB
  원흥주택건설은 의정부시 녹양역세권 도시개발 사업지 내의 상업 용지 3만4965㎡(1만547평)의 실소유주다. 2015년 하순 무렵, 원흥주택건설은 이 부지에 주상복합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인허가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이 와중에 원흥주택건설은 인근에서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개발을 추진하던 ‘미래건설 주식회사(미래건설)’ 소유의 토지를 추가 매수했다. 2016년 3월경 관할 관청은 총 2581가구, 59층 규모의 ‘녹양역 스카이59’ 주상복합 건물을 신축하는 사업에 대한 건축허가를 내줬다. 건축허가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걱정이 있었다. 천문학적인 자금과 분양리스크 등은 원흥주택건설 조성휴 회장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이때 ‘미래건설’ 대표 A씨와 해동플러스의 대표 B씨는 조 회장에게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이점을 강력하게 설명했다. 참고로 B씨는 원흥주택건설 소유의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토지를 임차해 주차장으로 운영하면서 원흥주택건설 조성휴 대표와 친분을 맺은 인물이다.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개발사업을 진행하면 허가를 받기 전에 분양할 수 있어 금융비용 측면에서 유리합니다. ‘녹양역 스카이59’ 전체 2581가구 중 30층 이하 1300가구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방식으로, 고층부는 일반 분양 방식으로 하면 분양리스크를 줄이고 큰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A, B씨)
 
 
  30층 이상 고층은 일반에게 분양
 
  지역주택조합은 건설사나 시행사가 아닌 주택 수요자들이 직접 자금을 모아 시행 주체가 되는 방식이다. 대개 조합원들이 돈을 모아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짓는 방식으로, 일종의 ‘아파트 공동 구매’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토지주들이 사업 주체가 되는 재건축, 재개발 조합 사업과 달리, 지역주택조합은 조합원의 자금을 모아 토지를 사들이고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조합원 모집에 실패하거나 토지 확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사업이 중간에 무산될 수 있다. 토지 확보 비용이 늘어나 추가 비용이 드는 것은 다반사이다. 일반 아파트는 분양가, 착공, 완공 등이 사전에 확정되지만 주택조합은 사업일정과 분양가를 확정할 수 없는 구조다.
 
  원흥주택건설 관점에서 지역주택조합 방식을 택하는 것은 말이 안 됐다. 애초에 시행사 자격으로 소유 토지에 주상복합 건물을 신축, 분양해 이익을 얻으려 했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 방식으로 하면 부지를 조합원들에게 팔아야 한다. 이후 사업의 주체는 건설사나 시행사가 아닌 ‘조합’으로 넘어간다.
 
  쉽게 말해 원흥주택건설은 소유 토지비만 받게 되는 셈이다. 이 토지를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였던 시간, 대출이자 등을 따진다면 완전히 밑지는 장사였다. 하지만 고층부를 일반 분양 방식으로 한다는 점이 조 회장의 마음을 흔들었다. 실행만 된다면 조합원들은 싼 가격에 ‘내 집’을 마련하고, 자신도 이득을 얻는 일석이조의 결과가 가능했다. 이에 조 회장은 이들이 제안한 저층은 조합에, 고층은 일반에 분양하는 사업 방식을 채택했다. 2017년 1월 16일경 원흥주택건설과 해동플러스, 미래건설은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개발 합의서를 작성했다.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흥주택건설이 사업 부지를 향후 설립할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에 평당 2000만원으로 매도하고, 부동산 내의 상가는 준공 시 650억원 상당의 토지매매대금의 대물로 원흥주택건설이 소유한다. 지역주택조합의 업무 대행사는 신규 법인으로 정하며 본 합의서를 바탕으로 2017년 2월 3일까지 주주협약서를 체결한다. 주주협약서는 합의서에 우선하는 효력이 있다.〉
 
 
  (가칭) 의정부 녹양역세권 주상복합 지역주택조합 설립추진위원회 구성부터 삐걱
 
  합의서 작성 직후인 2017년 1월 23일경 미래건설 이사 D씨는 미래건설 대표 지시에 따라 국토해양부의 지역주택조합 표준정관을 참고하는 등의 방법을 이용, ‘의정부 녹양역세권 주상복합 지역주택조합 규약’(규약)을 작성했다.
 
  D씨는 이 규약이 2017년 1월 23일 개최한 (가칭) 의정부 녹양역세권 주상복합 지역주택조합 설립추진위원회(추진위원회)에서 제정됐다며 추진위원회 창립총회 회의록을 작성했다.
 
  〈해동플러스 대표 B씨를 추진위원장으로, 원흥주택건설 이사였던 C씨를 감사로, D씨를 이사로 선출하는 의안이 통과했다.〉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B씨와 C씨, D씨는 한자리에 모여 창립총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규약을 제정하지도 않았다.
 

  ‘원흥주택건설 측 관계자(C씨)도 있는데, 원흥주택건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원흥주택건설 측에 따르면 C씨는 자신이 몸담고 있던 친정이 아닌 다른 쪽 편을 들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곧 자세히 설명하겠다.
 
  사업의 세 주체(원흥주택건설, 미래건설, 해동플러스)는 부동산 합의서의 내용대로 2017년 1월 25일 부동산 신규 법인으로 지역주택조합의 업무 대행사를 정하기 위해 청원산업개발 주식회사(청원산업개발)를 설립했다.
 
  청원산업개발 대표이사로 미래건설의 대표 A씨가 취임했다. 앞서 원흥주택건설 이사였지만 ‘친정’이 아닌 다른 쪽 편을 들었다는 의혹을 받는 C씨는 청원산업개발 이사로 이직했다. 회사를 옮기고 그는 완전 딴사람이 됐다. 원흥주택건설 관계자는 “C씨가 완전히 회장님(조성휴)의 뒤통수를 쳤다”고 했다.
 
 
  주주협약서 합의 못 이룬 이유
 
  청원산업개발 설립 직후 사업의 세 주체는 ‘부동산 합의서’대로 2017년 2월 3일까지 체결하기로 한 주주협약서 작성을 위해 머리를 맞댔지만, 합치(合致)에 이르지 못했다. 미래건설, 해동플러스 측이 원흥주택건설의 요구를 일축했기 때문이다.
 
  원흥주택건설 조성휴 회장은 ‘청원산업개발’의 주주 겸 이사로 자신의 사위를 임명해줄 것을 요구했다.
 
  원흥주택건설 관계자의 이야기다.
 
  “사위가 금융감독원 국장 출신이라, 적법하게 시행대행사 업무를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우리(원흥주택건설)의 경우 2000억원이 넘는 자산을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출자하는 만큼 대행사(청원산업개발)가 횡령, 배임 등 전횡을 일삼지 못하도록 완벽하게 통제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조 회장은 2017년 2월 1일 미래건설에 자신의 사위가 주주 겸 이사로 임명되는 내용을 포함한 주주협약서 초안을 보냈다. 미래건설 대표 A씨가 청원산업개발 대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건설과 청원산업개발 대표를 겸직하는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의 증언이다.
 
  “미래건설, 해동플러스 대표가 자신들의 아들들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면서도 원흥주택건설 조 회장의 사위는 임명하지 않았다.”
 
  대신 미래건설과 해동플러스는 조 회장의 두 딸을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원흥주택건설 관계자는 “조 회장의 두 딸은 평범한 가정주부”라며 “회사 경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두 딸을 사위 대신 이사로 선임한 것은 미래건설과 해동플러스가 조 회장을 배제한 뒤 대행사인 청원산업개발을 마음껏 주무르겠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고 했다.
 
  미래건설과 해동플러스 두 대표의 조치는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고 마음껏 전횡을 일삼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었다는 이야기다.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주주협약서를 작성할 수는 없었다.
 
  “주주협약서의 날인을 앞두고 사위가 이사 선임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을 조 회장이 알게 됐습니다. 우리(원흥주택건설)는 배신감에 주주협약서에 날인을 하지 않았지요.”(조 회장 측 관계자)
 
 
  계약금, 중도금, 잔금 지급일자를 특정하지 않은 토지매매약정서
 
  주주협약서 위조사건으로 원흥주택건설은 미래건설과 해동플러스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상태였다. 
 
  이 때문에 원흥주택 조성휴 회장은 사업중단을 염두에 두고 합의서의 변경을 요구했으나 약정의 당사자인 (가칭) 추진위원장 B씨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이후 B씨는 조 회장을 한동안 피했다. 
 
  문제는 그 당시 원흥주택건설 조성휴 회장이 일반 분양사업을 위해 2017년 2월 19일 주식회사 대우건설(이하 대우건설)과 ‘시공 및 분양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이후 대우건설과 원흥주택건설 사이에 사업진행 방식을 놓고 논의가 진행됐고, 이를 계기로 지역주택조합 추진위원회 위원장 B씨와 미래건설 대표 A씨 또한 조성휴 회장의 이름을 거론하며 대우건설과 접촉했다. 
 
  조합원 모집 홍보물에 대우건설이 이 사업의 시공 예정사임을 표시할 수 있게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우건설은 ▲지역주택조합 명의로 대우건설과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지역주택조합이 필요한 사업부지를 모두 확보하였다는 증명으로 토지매매약정서를 제출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바로 이 시점에서 조 회장은 사업중단을 선언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 시기 조성휴 회장에게도 자금압박의 위기가 닥쳤다. 이 위기를 간파한 A씨와 B씨는 조성휴 회장을 찾아가 “대우건설의 참여가 확정된 이상 사업이 순조로이 진행될 것이니 부동산매매약정서에 날인만 하여 주시면 저희가 모든 문제를 알아서 해결하겠습니다”라며 조 회장을 설득했다. 조 회장은 이들의 말에 또다시 넘어갔다. 
 
  주변의 만류가 심했지만, 조성휴 회장은 2017년 4월 3일 해동플러스 B대표가 추진위원장으로 있는 (가칭) 조합과 이 사건 토지매매약정서를 작성하고 날인했다. 다만 이 부동산매매약정서에는 매매대금 총액만 기재하고, 계약금, 중도금, 잔금 지불일자를 특정하지 않았다. 이는 이 부동산매매약정서가 이 사건 토지의 매매를 확정하는 부동산매매계약서가 아니라 이 사건 토지를 추후 인가된 지역주택조합에 매매를 예정하는 것으로서 대우건설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다. 
 
  조 회장으로부터 토지매매약정서에 날인을 받은 A씨와 B씨는 조합, 청원산업개발, 대우건설이 시공사로 사업에 참여하는 내용의 공사도급약정까지 체결했다. 
 
  원흥주택건설 측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이 부동산매매약정서는 앞서 말한 3사의 공동사업약정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원흥주택건설 소유의 토지를 조합에 매매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고 했다. 
 
 
  조 회장 모르게 고층부에 대해서도 조합원 모집한 A, B 일당
 
  이 사업의 업무대행사인 청원산업개발은 2017년 4월 28일 녹양역 스카이59 건물의 모델하우스를 개장하고 조합원 모집을 개시했다. 그런데 당초 조성휴 회장과의 약속과 달리 스카이59 건물의 30층 이하뿐 아니라 30층 이상의 고층부에 대해서도 동호수를 명시하여 조합원을 모집했다.
 
  서두에 설명했지만 조 회장이 이 사업을 하게 된 이유는 “녹양역 스카이59 전체 2581가구 중 30층 이하 1300가구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방식으로, 고층부는 일반 분양 방식으로 하면 분양리스크를 줄이고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미래건설과 해동플러스 대표의 약속이 결정적이었다. 미래건설과 해동플러스는 결정적 약속을 파기하면서도 조 회장 측과 일절 협의하지 않았다.
 
  ‘녹양역 스카이59’ 개발사업의 경우, 추진 과정에 비용이 부족하면, 원칙적으로 분양대금과 잉여금에서 이를 충당한다. 그렇게 해도 자금이 부족할 경우 추가조합분담금 또는 일반분양대금으로 메운다. 그래도 부족하면 조성휴 회장이 수령해야 할 잔여토지대금으로 충당해야 한다. 분양대금이 낮으면 손해는 조 회장이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토지매매약정서 제1조 제3항 단서에 추가조합분담금과 일반 분양가는 갑(원흥주택건설)과 을(조합)이 ‘사전에’ 합의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
 
  규정에 어긋나는 만큼 모델하우스 개장 바로 다음 날인 2017년 4월 29일 조성휴 회장은 분양 행위 중단을 요구했다. 모델하우스 현관에 ‘사정에 의하여 분양을 중단한다’는 벽보를 붙이고 분양 중지를 요구했다.
 
  원흥주택건설 관계자는 “원흥주택건설의 경우 사업 부지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금융비용, 건축비용 등 사업 시행에 따른 위험을 대거 끌어안은 상태였는데도, 공동사업자로서 전혀 인정받지 못하고 철저히 배제되는 사태가 지속됐다”고 주장했다. A씨와 B씨는 이 사업의 진행에 단돈 일원도 투자한 바가 없는데 원흥주택은 수천억원을 투자하고도 사업 진행에 아무런 권한을 행사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 회장, 토지매매약정서 해지 통고서 발송
 
  ‘30층 이상 고층에 한해서는 일반 분양 방식으로 한다는 내용을 왜 사업 초기 작성한 합의서에 기재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대우건설과 체결한 공사도급약정서에 첨부한 사업수지분석표에 조합원 모집분과 일반 분양을 구분했다”며 “합의서를 작성할 때 이 내용은 구두로 합의를 했다. 그래서 사업수지분석표에 이 내용을 넣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성휴 회장의 분양 중지 요구에 미래건설과 해동플러스 대표인 A, B씨는 연락을 끊었다. 그리고 원흥주택건설 측의 모델하우스 출입을 막은 뒤 분양을 이어갔다.
 
  원흥주택건설은 2017년 5월 2일 조합 추진위원장(해동플러스 대표) B씨에게 토지매매약정서 해지 통고서를 발송했다. 이후인 5월 8일 원흥주택건설은 조합의 자금관리를 맡는 ㈜무궁화신탁에 내용증명을 보내, 조합과 원흥주택건설 사이의 부동산 매매약정이 해제됐음을 알린 후 조합원 보호를 위해 자금 집행을 제한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B씨 측 법무 대리인은 2017년 5월 19일 무궁화신탁에 내용증명을 보내, 조속한 자금 집행을 요청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발신인과 원흥주택건설의 대리인이 체결한 2017년 2월 3일 자 ‘주주협약서’ 제4조에 따르면 ‘조합원의 모집업무’는 발신인 등의 역할로 되어 있으므로 조합원 모집 방법에 대해서 원흥주택건설은 관여할 수 없습니다.〉
 
  원흥주택건설도 동의한 주주협약서에 따르면 조합원 모집 방법에 대해 원흥주택건설은 관여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원흥주택건설은 주주협약서에 동의한 적이 없다. 앞서 언급했지만, 사위를 청원산업개발 이사로 선임해달라는 원흥주택건설의 요청을 미래건설과 해동플러스가 일축하면서 ‘주주협약서’ 작성은 무산된 바 있다.
 
  원흥주택건설은 주주협약서에 날인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날인된 서류를 보내줄 것을 조합에 촉구했다. 조합은 답을 하지 않았다. 원흥주택건설은 2017년 6월 19일 조합이 선임한 법무법인에 ‘인장 날인이 안 된 것을 두고 주주협약서라고 인용하는 것은 모순이며, 만약 도장이 날인된 주주협의서가 있다면 조작된 것’이란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냈다.
 
 
  주주협약서는 위조됐을까?
 
  이후 조합과 청원산업개발 측은 원흥주택과의 법률 분쟁이 생길 때마다 원흥주택 측(조 회장의 사위 명의)의 인장이 찍힌 주주협약서를 관련 서증(書證)으로 제출했다.
 
  이와 관련한 원흥주택건설 변호인의 설명이다.
 
  “2017년 2월 3일 자로 작성된 주주협약서의 작성 주체는 갑(고소인), 을(B대표 아들), 병(A대표 아들)의 3자로 되어 있는데, 유독 원흥주택건설 측(조 회장의 사위) 날인 부분만 인감도장이 아닌 목도장이 날인돼 있습니다. 조 회장의 사위는 과거 공직(금융감독원)에 있던 사람으로서 자신이 계약당사자가 되는 중요한 계약에 목도장을 날인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실제 《월간조선》이 입수한 자료를 살펴보면 조성휴 회장의 사위는 날인이 필요한 서류엔 모두 인감도장을 찍었다. 이에 원흥건설은 2018년 2월 7일 미래건설과 해동플러스 대표를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죄로 의정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당시 원흥주택건설 이사였다가 조합의 감사로 간 C씨는 검찰에 이렇게 진술했다.
 
  “2017년 2월 3일 조성휴의 처가 원흥주택건설 사무실에 나타나 자신이 보관 중이던 사위의 목도장을 자신에게 내주며 날인을 지시했다.”
 
  사실 장모가 사위의 목도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예외적으로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사위에게 일언반구 언질도 없이 도장을 사용한다는 것도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C씨가 조 회장의 부인이 자신에게 사위의 목도장을 줘 찍었다는 날(2017년 2월 3일) 조 회장의 부인은 제주도에 있었다. 이는 항공권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통해 확인됐다.
 
  그럼에도 검찰은 “조성휴 또는 조성휴로부터 위임받은 자가 고소인의 도장을 찍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리했다.
 
  이후 조 회장은 검찰의 진짜 불기소에 대해 검찰 고위 간부를 통해 듣게 된다.
 
  “큰 산이 버티고 있으니 포기하시죠.”
 
  조 회장에 따르면 이 큰 산은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한 전직 중진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이 전직 국회의원이 자신과 나를 아는 지인을 통해 좀 만나자고 하고 있습니다. 오해를 좀 풀자면서요. 저는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그쪽(전직 중진 국회의원)에서는 만나 이야기 좀 하자는 연락이 오고 있습니다.”
 
  원흥주택건설은 2022년 9월 검찰에 조 회장의 부인이 자신에게 사위의 목도장을 줘 찍었다는 주장을 한 C씨를 고소했다.
 
 
  1, 2심 승소… 두 번의 대법원 선고서 뒤집혀
 
  2017년 6월 26일 조합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피고인 원흥주택건설의 손을 들어줬다. 부동산매매약정서에 적힌 ‘조합 추진위원회’와 창립총회를 거친 원고 ‘지역주택조합’은 다른 단체라며 조합의 소송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각하 판결을 한 것이다.
 
  조합은 불복,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판결은 2021년 6월 24일 나왔는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조합의 소송 당사자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허위로 창립총회 회의록을 작성했다는 의혹 등을 받는 B씨가 위원장으로 있었던 조합 추진위원회는 기록상으로는 2017년 1월 23일 설립됐다. E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조합은 소송이 진행되던 2018년 6월 17일 만들어졌다.
 
  1, 2심은 소송이 진행 중이던 시기 설립한 조합의 소송 지위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대법원과 환송심인 서울고법은 180도 다른 판결을 내린 것이다.
 
 
  모종의 재판 거래?
 
  원흥주택건설은 다시 상고를 제기했다. 사건은 대법원 민사1부에 배당됐다. 대법원 민사1부 주심 대법관은 2022년 7월 14일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사건을 심리하지 않고 종결하는 절차다.
 
  대법원에는 ‘심리불속행 기각’이라는 제도가 있다. 형사 사건을 제외하고 민사·가사·행정 사건에서 굳이 세세한 판결 이유를 밝힐 필요가 없다고 인정되면 접수된 날부터 4개월 이내에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흔히 줄여서 ‘심불’이라고 한다)로 간단히 종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심불 판결문에는 상고 기각 판결에 대한 이유가 적혀 있지 않고 ‘상고인의 상고 이유에 관한 주장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 제4조에 해당하여 이유가 없다고 인정되므로 같은 법 제5조에 의하여 상고를 기각한다’는 문구만 적혀 있어 본 제도가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원흥주택건설 측 변호인단은 대법원 민사1부의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조합 측이 대법원 민사1부 재판을 앞두고 선임한 변호사가 주심 대법관과 연수원 동기라는 이유에서다. 이 변호사는 주심 대법관의 배우자와도 연수원 동기다.
 
  물론 이 이유 하나 때문에 의심하는 것은 아니다. 조합 측은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이 나기 전부터 이런 결정이 난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다고 한다.
 
  당시 원흥주택건설을 맡았던 변호사 중 한 사람은 “주심 대법관과 연수원 동기인 변호사는 선임계만 제출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대형 로펌들이 총동원된 사건에 갑자기 검찰 출신의 변호사가 선임돼 등장하자, 함께 소송을 하던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술렁임이 있었다”며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방 측에서 대놓고 로비를 하겠다고 나선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니 패소한 우리 쪽에서는 재판 거래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한 대법관을 최종 후보로 제청할 당시 공식 외부 의견을 1건도 참고하지 않았다. 1년 전 즈음인 2021년 9월 2일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그렇다.
 
 
  “곧 있으면 내가 죽는다고 생각하는 모양”
 
  법이 결정한 소송의 승자는 조합이다. 그러나 원흥주택건설 조 회장은 물러날 생각이 없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피땀 묻은 돈을 투자한 조합원들에 대한 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90세가 넘은 고령의 조성휴 회장이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을 지속하는 이유는 하나다. 자신과 연결됐던 인물들이 자신의 ‘재산’을 보고 조직적으로 사기를 쳤다는 판단에 남은 생을 이 싸움에 바치기로 했다. B씨나 C씨나 어떻게 보면 모두 자신의 부하직원 격이었다.
 
  “뭐 주변에서는 소송에서 진 사람이 얼마나 버티겠느냐. 살날도 별로 안 남은 영감이다. 뭐 이런 말들이 나오는 것 같더군요. 제가 요즘 이 한 가지에 몰두하다 보면 정신이 맑아진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현재 조합위원장 E씨와 미래건설 대표 A씨는 조합자금을 인출해 미래건설의 채무 8억5985만8324원, 미래건설의 민사소송 비용으로 3630만원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기소, 재판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공모, 미래건설에 9억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그 액수만큼 조합에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 내막을 좀 더 부연하자면 A씨는 원흥주택건설에 해당 사업 일부 부지를 팔기 전 독자적으로 의정부 역세권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한 건축사무소에 설계용역을 맡겼는데, 이후 A씨가 원흥주택건설에 사업 대상 부지를 매도하면서 이 설계용역 계약은 전혀 의미가 없게 됐다.
 
  건축사무소는 A씨에 대해 미지급 설계용역비 지급을 요구하는 소를 제기했고,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은 2018년 1월 10일경 미지급 설계용역비 7억6846만377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조합위원장인 E씨와 공모해 이 자금을 아무 관련 없는 조합 비용으로 충당했다.
 
  자금을 집행하는 E씨는 조합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A씨가 낼 돈을 E씨가 몰래 조합의 돈으로 지급한 셈이다.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조합원들은 판결에 불응하는 조성휴 회장에게 불만이 많다고 한다.
 
  불만을 표시할 쪽은 원흥주택건설이 아니라, A씨와 E씨란 이야기다.
 
  조 회장이 말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돈을 투자한 조합원들은 무슨 잘못입니까?”
 
  고령의 조 회장의 목소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또렷해졌다.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원수에게 권하라
 
차기현 광주고법 판사가 2022년 6월 20일 자 《법률신문》에 쓴 ‘원수에게 권한다는 지역주택조합’이란 제목의 칼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진=해당 기사 인터넷판 캡처
  차기현 광주고법 판사가 2022년 6월 20일 자 《법률신문》에 쓴 ‘원수에게 권한다는 지역주택조합’이란 제목의 칼럼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수를 망하게 하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선물옵션을 가르쳐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주택조합 가입을 권하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라는 말로 서두를 여는 위 칼럼은 마치 이 사건을 예견한 듯하다.
 
  〈지역주택조합 방식의 아파트 신축은 조합원들로 구성된 단체가 스스로 사업 주체가 되어 토지매입부터 자금조달, 공사도급계약 체결, 잔여물량의 분양 등 시행 전반을 책임져야 한다. 그래야만 시행사가 챙겨가는 몫만큼 조합원들에게 이득으로 남게 된다. 그럼에도 초기부터 업무대행사가 나서 조합 업무를 돕는 수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행사 역할을 다 하는 경우가 많다. 생업에 바쁜 조합원들이 조합 업무를 꼼꼼하게 챙기지 못하는 사이 간부들의 횡령·배임 사건이 터지거나, 업무대행사나 시공사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주는 계약이 체결되어도 조합원들은 속수무책이다.〉
 
  실제 일부 지역조합에서는 의결권 확보를 위해 유령 조합원을 만들고, 토지사용허가 문서를 위조하는 불법행위가 벌어진다. 일반 조합원들은 이를 알 수가 없다. 몸통 없이 머리만 있는 걸 빗댄 속칭 ‘돼지머리’ 조합원이라는 것도 있다. 일부 세력이 위장 조합원을 만들어 조합 운영을 좌우하는 것이다. 지역주택조합은 보통 일정 자격요건을 갖춘 업무대행사를 통해 추진한다. 조합원, 조합 집행부, 대행사, 시공사 간의 갈등이 벌어지면서 소송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반값 아파트’로 불리기도 하는 지역주택조합의 어두운 이면이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다.
 
 
  확정판결은 집행 불능에 해당
 
  법원은 조합의 손을 들어줬다. 몇몇 언론에서는 사법부의 판단이 난 만큼 의정부 최대 랜드마크 녹양 스카이59 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민사판결을 분석한 법조인 대다수는 이 사건에 대한 판결은 집행 불능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한다.
 
  조합이 승소한 확정판결의 주문은 다음과 같다.
 
  〈▲피고(원흥주택건설)는 원고(조합)로부터 계약금을 지급받으면 별지 목록별 각 부동산에 관하여 사용승낙 의사를 표시하라 ▲피고는 별지1 내지 5 부동산에 대하여 원고로부터 별지 목록별로 안분(按分)하여 그 대금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각 부동산에 관하여 2017년 4월 3일 자 매매를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하라.〉
 
  그런데 별지1 목록의 토지만이 원흥주택건설 소유다. 별지2 내지 5 목록 부동산의 경우 원흥 소유가 아니다. 조합이 계약금을 공탁하여 집행문을 발급받더라도 그 사용승낙은 원흥주택건설이 할 수 없다. 사용승낙의 의사표시는 원흥주택 소유에 한해서만 의제(擬制)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원흥주택건설 소유가 아닌 토지에 대해서는 대금 공탁의 방법으로 그 소유권이전등기를 실행할 수 없는 만큼, 다시 소유자들을 상대로 새롭게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사업이 정상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고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서민들이다.
 
  원흥주택조합 측 관계자는 “피해를 보는 분들이 왜 자신이 피해를 보고 있는지 잘 파악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조합 돈을 조합원들의 허락도 맡지 않고 마음대로 쓰는 세력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상식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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