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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부모·자녀 간 악의적 가스라이팅이 만든 ‘부모 따돌림 증후군’

글 : 유지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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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간 문제를 대화로 풀기보다 어린 자녀를 심리 조종해 배우자(타깃부모) 공격
⊙ “눈에 보이지 않는 인격살인은 신뢰감 파괴, 가정파탄 불러와”
⊙ “가스라이팅 노출된 자녀… 현실감각 잃고 분노, 무기력감 호소, 자해·자살 확률 높아”
⊙ 이혼 양육권 분쟁 시, 가스라이팅 당한 자녀의 ‘가해부모’ 편들기 막아야

柳知延
연세대 법학과 졸업, 同 법학대학원 수료 / 사법시험 46회, 대한변호사협회 회원 / 싱가포르 운앤바줄 근무
가스라이팅은 영혼을 파멸시키는 인격살인 행위다. 부부가 자녀를 끼고 상대 배우자에게 사실과 거짓을 섞어가며 의도적 왜곡을 반복한다. 일러스트=조선일보DB
  최근 ‘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라는 단어가 지상(紙上)에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가스라이팅의 우리말 순화어(국립국어원 2020년)는 ‘심리지배’다. ‘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타인에 대한 통제력이나 지배력을 강화하는 행위’로 알려져 있다.
 
  행위자가 명백히 드러나는 폭력, 폭언은 어찌 보면 하수의 범죄행위이다. 현대사회가 발달하면서 인간 악(惡)도 진화하는 것인지, 이제는 자기 손에 피 안 묻히고 세 치 혀로 교묘히 타인의 정신을 조종하여 그 사람을 지배한다. 또 지배당한 사람을 이용하여 또 다른 타깃(target) 피해자를 공격하도록 만든다. 행위자 입장에서는 훨씬 쉬우며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가스라이팅은 그야말로 영혼을 파멸시키는 인격살인 행위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에 피해자는 피해를 당하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계속되고, 가해자는 조종을 당한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은 오히려 착하고 선한 사람으로 둔갑한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한 것일까? 놀랍게도 방법은 생각 외로 단순하다. 처음에 ‘러브바밍(Love bombing)’ 단계로 상대방에게 마치 폭탄을 투하하듯이 강렬하게 그리고 과도하게 애정을 쏟아붓는 기간이 반드시 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그 사람을 누구보다 더 신뢰하고 의지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상대방이 그 사람을 완전히 믿고 이제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구나 싶은 단계에 오면 사실과 거짓을 적절히 섞은 의도적 왜곡을 무한 반복한다.
 
  상대방에 대해 나쁜 말만 늘어놓으면 오히려 듣는 사람의 의심을 살 확률이 높기 때문에, 고단수의 왜곡은 좋은 말을 해주는 듯하면서 독을 끼워 넣는 것이다. 이것이 가랑비에 옷 젖듯 끊임없이 반복이 되며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그리고 피해자가 의문을 가지려고 할 때마다 화제 돌리기 등을 통해 피해자가 정신 차릴 틈을 주지 않는다.
 
  이런 방법이 먹히려면 가해자와 피해자 간에 아주 밀접하고 의존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가족, 연인, 부모·자녀 사이 등에서 일어나기가 오히려 쉽다.
 
 
  부모·자녀 간 심리지배 형성 과정
 
닥터 코버트 박사의 저서 《Gaslighting》. 심리조종 성향이 있는 가해부모의 원가정을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 감당하기 어려운 학대나 수치심, 좌절감을 겪은 경우가 많다.
  이 글은 부모와 자녀 사이에 행해지는 가스라이팅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이런 경우는 물리적 폭력이 수반되지 않기에 외부로 드러나지도 않고 알아채기도 매우 어렵다.
 
  사회 통념상 부모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자녀 정서에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악의적 가스라이팅을 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상상하기가 어렵다. 또 피해자인 아동이나 청소년 입장에서는 자신에게 잘해주는 부모가 자신을 조종하고 있다는 생각을 갖기 쉽지 않다.
 
  특히 가스라이팅을 하는 부나 모 어느 일방(이하 ‘가해부모’)이 다른 쪽 배우자인 부나 모(즉 ‘타깃부모’)를 양육권 다툼에서 배제하려고 하거나, 손상된 자신의 자아를 보상받기 위한 보복심리로 타깃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신뢰감을 무너뜨린다. 또 타깃부모를 공격할 목적으로 자녀를 이용하는 경우, 그 파괴성은 대단히 크다. 타깃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를 틀어버리려는 의도를 심리적 기저에 깔고 있다.
 
  심리조종 성향이 있는 가해부모의 원가정(개인이 태어나서 자라난 가정)을 들여다보면 어린 시절 감당하기 어려운 학대나 수치심, 좌절감을 겪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축적된 공격성은 살면서 어떤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합리적 해결 방식을 찾는 것이 아니라 책임 전가로 표출된다. 그 책임 전가가 가장 가까운 사람, 즉 배우자에게로 향하게 된다.
 
 
  ‘투사’와 ‘악성 자기애성 인격장애’
 
  책임 전가는 ‘투사’의 형태로 나타난다. 투사란, 개인의 태도나 특성에 대해 다른 사람에게 무의식적으로 원인을 돌리거나 자신의 감정과 태도를 다른 사람에게 전이시키는 심리현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타깃 대상자에게 덮어씌우고 자신은 그것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낀다. 자신이 화가 났지만 이에 반응하는 상대방을 향해 화를 냈다고 전가한다. 또 합리적 근거도 없이 ‘상대방 성격이 이상하다’ ‘조종을 하고 있다’ ‘정신병에 걸렸다’고 하며 상대방을 정말로 미쳐버리게 만든다.
 
  ‘악성 자기애성 인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상대방을 비난할 때 자주 사용하는 하나의 패턴이다. 이 모든 일은 극도의 스트레스나 어려움이 닥쳤을 때 본인이 심적 고통을 덜 받기 위한 방어기제로 사용된다.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이라면 매 순간 고통을 자양분 삼아 자아가 성장하는 쪽을 선택하겠지만, 그 반대 경우에는 고통을 감내하는 쪽을 저버리고 어떻게든 고통을 피하는 쪽을 선택하여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시켜 미성숙한 자아 상태로 머무르게 된다.
 
  몸만 자라고 정신은 미성숙한 채로 어른이 되어버린 부나 모는 자녀와의 관계에서도 자신의 정신연령 수준 이상의 건강한 애착 관계로 끌어올리는 법을 모른다.
 
  이러한 부나 모는 부부 사이에 사소한 갈등이 있을 때 부부간 문제를 대화로 풀려고 하거나 다른 성인인 가족이나 친구, 또는 전문상담사를 찾아가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자녀를 상대로 감정에 호소하여 공감력 많은 자녀의 동정심을 산다. 심리조종 성향의 부모가 자녀 앞에서 눈물을 보이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배워본 적 없는 자녀는 그 부모의 정서를 받아주는 역할을 하며 부모와 자녀 간의 역할이 바뀐다.
 
 
  사랑은 ‘분리’이다 - 건강한 경계선이 필요한 이유
 
  결과는 그런 행위를 하는 한쪽 부모와 자식 간의 정서적・심리적 분리 실패로 이어져 부모와 자녀 사이에 마땅히 존재해야 할 건강한 경계선이 없게 된다. 결국 한쪽 가해부모의 모든 감정과 찌꺼기가 여과 없이 자녀에게 전달되어 ‘내’가 ‘네’가 되고, 자녀가 마땅히 지녀야 할 본연의 자아 형성은 지극히 어렵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성향의 부모와 자녀 사이에는 건강하지 못한 병적인 애착관계가 더 쉽게 형성된다. 이들의 애착은 아이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애착이 아니라, 좋은 엄마나 좋은 아빠로 보이고 싶고 찬사를 받고 싶은 심리조종 성향 부모의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보통 가해부모는 자녀가 성장해갈수록 아이를 마치 자신의 ‘베스트 프렌드’처럼 대하기 때문에 부모가 자녀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까지 구별 없이 하게 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녀는 자신을 어른처럼 대해주고 자신의 위상을 강화시켜주는 한쪽 부모와 심리적 동맹 관계로서 마치 파트너처럼 일찌감치 ‘성인화(Adultification)’가 되는 과정을 밟는다. 가해부모의 자녀가 둘 이상인 경우 일반적으로 첫째 아이가 이런 역할을 맡게 된다.
 
  반면 자녀가 둘 이상일 때 막내 아이의 경우 가해부모는 아이가 연령에 맞게 정서적 성장을 하고 건강한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이에게 늘 필요한 존재가 되길 무의식적으로 바란다. 이러한 자녀는 가해부모의 요구에 따라 순응하게 되며 발달이 지연되는 ‘유아화(Infantilization)’를 겪는다. ‘부모화’된 아이들에서처럼 ‘유아화’된 아동은 가해부모의 필요를 채우며 의존성을 지속시키게 된다. ‘유아화’된 아동은 가해부모와 분리되는 것을 두려워하며 결과적으로 발달 지연, 비(非)사교적 매너로 사회성이 떨어져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른다.
 
 
  ‘왕따’와 삼각화, ‘플라잉 몽키’
 
  외면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선하고 착한 사람으로 보이는 기술을 터득해온 가해부모가 타깃부모를 깎아내리고 배척하기란 미성년 자녀가 있는 가정의 경우 오히려 쉬울 수 있다. 어린 자녀들은 판단 능력이 통합적이지 않고, 가해부모의 인격적 미성숙에서 나오는 유아적인 행동에 오히려 친밀감을 느끼고 동조하기 쉬운 상태이기에 더 그렇다. 이때 취하는 방법은 ‘왕따’이다.
 
  어린아이들이 딱히 누구에게 배우지 않더라도 상대방을 괴롭혀서 자신의 지배하에 놓을 수 있는 원초적 방법이 ‘너랑 안 놀아’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주면서 아예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면 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듯이, 가해부모가 타깃부모를 제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사실을 왜곡하여 사건을 교묘히 재구성하고, 사소한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여 분노를 조장하고 아이를 ‘자기편’으로 만들어서 공격하는 것이다. 이러한 ‘삼각화(Triangulation)’를 가능하게 하는 방법이 바로 가스라이팅이다.
 

  자아도취적 성향의 가해부모는 주변인을 대상으로 작업에 들어가기도 한다. 자신이 외부적으로 형성해온 선한 이미지를 이용해서 희생자 코스프레를 하며 주변인들을 포섭하기 시작한다. 제3자는 접점은 있으나 가족 내부에서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체 그림을 전혀 알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로서, 제한된 정보만 가해부모에게서 전해 듣기에 왜곡된 사실을 받아들이기 쉽게 된다. 이들은 종종 가해부모가 만든 프레임인 그럴듯한 말과 왜곡된 상황에 현혹되어 타깃부모에 대한 험담을 퍼뜨리면서 가해부모 편을 드는 ‘플라잉 몽키(Flying monkey)’가 된다. 예를 들자면 집안의 도우미, 과외 선생, 친척 등을 불문한다. 가해부모의 자녀가 이들과 한 팀이 되기도 하면서 서로에게 왜곡된 확신을 더욱 강화시킨다. 동시에 가해부모는 자녀에게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정보원을 차단시키면서 아이를 ‘고립’시키는 데 열중한다. 이미 어느 정도 가스라이팅이 된 자녀는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바꾸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오히려 스스로 차단해 고립되어가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가해부모에 의해 계획적이고 전략적으로 일어난다.
 
 
  ‘부모 따돌림 증후군’이란?
 
영화 〈디스 이즈 40(This Is 40)〉 포스터. 가스라이팅 정도가 심해져 가해부모의 심리조종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자녀는 가해부모를 자신과 동일시한다.
  가스라이팅의 정도가 점점 심해지고 가해부모의 심리조종을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면, 자녀는 심리조종하는 가해부모를 이미 자신과 동일시하고 내면화하게 된다. 이럴 경우 자녀는 온전히 가해부모 관점에서만 현상을 바라보게 된다.
 
  가해부모와 연합하여 타깃부모를 거부하고 모독하는 병리적 현상을 보이게 되는데, 미국・캐나다・영국・호주 등에서는 이를 ‘부모 따돌림 증후군(Parental Alienation Syndrome·부모 소외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리처드 가드너(Richard Gardner) 박사는 심각한 수준의 부모 따돌림 행위에 노출된 자녀들에게서 나타나는 ‘부모 따돌림 증후군’을 진단하기 위한 8가지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는데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1) 아동은 타깃부모와는 의미 있는 관계가 전혀 없었고, 긍정적인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처럼 여기고 타깃부모를 비방하고 증오에 집착한다. (2) 아주 사소한 것에 대해 부모를 평가절하하는 행동을 반복하며 부모를 미워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려 든다. (3) 따돌림을 주도하는 부모를 무조건 따르며 자동적이고 반사적으로 과도한 지지를 표명한다. (4) 아이가 ‘독자적인 판단자(Independent thinker)’가 되어 타깃부모를 거부하기로 한 결정이 자신의 결정이었음을 강하게 주장하며, 누군가 이런 신념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하면 자신의 신념에 더욱더 고착하려 든다. (5) 타깃부모가 주는 선물이나 호의, 재정적인 지원이 없거나 하찮은 것으로 여기고 타깃부모가 그렇게 취급받는 것은 당연하며, 경멸스런 사람이고 존경과 감사를 받을 자격이 없다고 여기며 부모에게 함부로 대하는 방식에 대하여 죄책감이 없다 등이다.
 
 
  가스라이팅과 이혼소송… 오판의 가능성
 
  우리나라 가정법원은 이혼소송에 돌입한 양쪽 부모에게 ‘재판상 이혼 자녀 양육안내’의 일환으로 이혼부모 교육을 의무적으로 수강하게 하고 있다. 교육 내용은 쉽게 말하자면 이혼 과정에 있는 부모 중 일방이 아이에게 다른 부모 일방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언행을 삼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가정법원의 이혼부모 교육은 ‘약한 수준’의 부모 따돌림 행위라 할지라도 자녀의 심리적 안정과 복지를 위해 하지 말 것을 교육하고 있다. 그런데 ‘약한 수준’을 넘어서 악의적 의도를 가진 ‘심각한 수준’의 부모 따돌림 행위에 노출된 아이들은 종종 이혼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심리지배를 행한 가해부모의 편을 일방적으로 들게 되며, 타깃부모에 대한 비정상적인 공격과 비합리적인 언행을 보이게 된다.
 
  문제는 현재 가정법원이 재판상 이혼사건에서 양육권을 판단할 때 아이의 의사를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아이가 온전한 판단력과 주체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어느 정도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상태에 노출된 경우에는 오히려 가스라이팅을 행한 가해부모의 전략에 놀아나는 형국이 되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문제는 가스라이팅 방법으로 부모 따돌림 행위를 유발하는 가해부모의 말이나 행동을 실질적으로 입증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예컨대 목욕을 시키면서, 같이 자면서 달콤한 말과 함께 타깃부모가 없는 곳에서 비밀스럽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또 그런 행위 하나만 놓고 볼 때는 사소한 행동으로 보이기 쉬워서 이를 지적하면 오히려 ‘당신이 너무 예민해서 그렇다’며 상대방의 문제로 돌려버리는 등 교묘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알아차리기도 힘들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가 누적되어 이루어진 결과는 참혹하다.
 
 
  가정 내 가스라이팅을 바라보는 각국 법원의 태도
 
호주·영국·미국·캐나다 등은 재판 과정에서 부모 따돌림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게 되면 자녀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부모와 피해자녀를 분리시키는 법안과 판결을 내리고 있다. 사진=조선일보DB
  호주, 영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부모 따돌림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지게 되면 자녀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부모와 피해자녀를 분리시키는 법안과 판결을 내리고 있다. 가해부모와 자녀를 분리시키는 것이 자녀에게 해가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아동 최선의 이익에 합치한다고 보는 것이다.
 
  김정재 국회의원이 지난해 7월에 발의한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도 부모의 자녀에 대한 가스라이팅을 정서적 학대로 보고, 아동학대 발생 시 가해부모에게서 분리 조치를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가정법원의 경우 이혼 시 한쪽 부모가 다른 부모 일방을 타깃으로 사실을 날조하는 등 자녀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조장하는 행위가 포착될 경우 가해부모에 대해 직권으로 ‘일시적 접촉금지명령(Temporary no-contact order)’을 내려 자녀들과 관계가 손상된 다른 부모 일방과의 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결국 처참하게도 가해부모가 악의적 의도를 가지고 타깃부모를 비방하고 깎아내리기 위해 행한 부모 따돌림 행위의 최대 피해자는 다름 아닌 자녀가 된다. 분노, 우울 및 조울, 분열적 사고 등의 심리적 증상이 시작되거나 악화되며, 다양한 신체화 증상(두통, 위장장애, 무기력 등)이 심화된다. 가해부모가 보이는 파괴적인 패턴을 습득해 거짓말, 책임전가, 이분법적 태도, 착취적이고 공감 능력 없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가장 심각한 결과는 따돌림의 대상이 된 타깃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심각하게 왜곡・단절이 된다는 점이다. 또 이런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자해・자살의 확률이 높아지며,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의 부모가 처했던 똑같은 상황에서 같은 방식의 행동을 취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것이 바로 대물림이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 달콤함이 독이 되는 가스라이팅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파멸의 길로 몰아가는 가스라이팅은 더 이상 개인 간의 관계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특히 한쪽 부모가 다른 일방 배우자를 타깃으로 자녀에게 가스라이팅을 행하는 부모 따돌림 행위와 그 병리적 결과인 ‘부모 따돌림 증후군’에 민감하게 인식하고, 대처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이유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아동 양육은 가족구성원 차원의 과제일 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아동에 대한 학대 행위는 성장 단계에 있는 아동의 정서와 건강에 영구적인 상처를 남길 수 있으므로 학대 대상이 성인인 경우보다 엄격한 처벌과 교화가 필요하다.
 
  국가가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학대범죄가 발생한 경우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눈에 보이는 ‘신체적 학대’에만 매몰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여동생을 죽이고 어머니까지 살해하려던 미국의 13세 소시오패스 소년이 이런 말을 했다.
 
  “상대방을 괴롭히는 가장 잔인한 방법은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가장 고통스러운 상황을 대면하여 정신적 고통을 받도록 살려두는 것이다.”
 
  몸은 멀쩡하지만 영혼이 파멸되는 것은 좀비가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순수한 곳이어야 할 가정을 정치판으로 만드는 악의적 가스라이팅은, 아이들에게 세상은 결코 믿을 만한 곳이 아니고 사람을 이용만 하는 곳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심각한 ‘정서적 학대’이다.
 
  미래 사회에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모범을 보여주고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 어른들의 역할이다. 아이들이 가정 안에서 ‘선’이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을 매일 목격하고도 ‘악’이 처단되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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