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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람이 먼저다’라던 그분이 외면한 죽음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ironhee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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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13일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를 보고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23년간 식당을 하다가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에 몰린 나머지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마포구의 50대 자영업자 이야기였다.
 
  잘될 때에는 하루 매출이 200만~300만원에 달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서 3만~5만원에 그친 날들이 많았다고 한다. 결국 그는 자기 방을 빼서 직원들 월급을 주고 가게에서 살다가 목숨을 끊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그분’을 생각했다. 그분은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분들을 참 열심히 조문(弔問)했다.
 
  지난 5월 13일 평택항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20대 청년 노동자 고(故) 이선호씨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그분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산업안전을 더 살피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면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조문을 드리는 것”이라고 유족을 위로했다.
 
  부대 내 성추행 피해자인 이모 공군 중사의 죽음도 챙겼다. 현충일인 6월 6일에는 성남 국군수도병원에 마련된 추모소를 찾아가 이 중사의 부모님에게 “얼마나 애통하시냐”고 위로하고,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코로나19도, 방역수칙도, 그분의 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그분은 2018년 1월 4일 위안부 할머니 김복동씨가 입원한 병원을 직접 찾아가 병문안을 했다. 이듬해 김씨가 세상을 떠나자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극단적 선택’을 한 마포의 자영업자는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죽음에 이른 것이 아니었다. 걸핏하면 ‘K방역’을 자랑하는 국가가 그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었다. ‘사람이 먼저다’를 외쳐온 그분은 아마 그 죽음을 몰랐을 것이다. 장례도 이미 끝났다. 하지만 그분이 그 죽음에 대해 늦게라도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구호는 사람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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