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祕話

라임 ‘몸통’의 오른팔이 밝히는 라임 사태

현직 검사 자주 찾던 ‘텐프로’ 主人, 훗날 라임 主犯 되다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talktome@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사태 발발 2년 접어드는데 라임 수사 여전히 지지부진, 왜?
⊙ 2012년 화제였던 ‘특급호텔 성매매 사건’의 숨은 이야기
⊙ 펀드 고객 쌈짓돈으로 필리핀서 먹고, 자고, 즐긴 라임 일당들
⊙ 김영홍 소유 ‘텐프로’서 이종필과 만난 검사? “특수부, 사투리, K대 출신”
⊙ 박범계 장관, “검사 술자리 관심 갖고 있지만, 아직 조사 단계 아냐”
⊙ 오른팔 A씨, “국민 세금으로 투자자 보상? 주범 잡아 재산 환수해야”
10년간 김영홍의 ‘오른팔’로 지냈던 A씨. 사진=박지현 기자
  “야, 그 검사 뽀뽀하는 사진 찍어서 나한테 보내놔라.”
 
  라임 ‘몸통’으로 지목된 김영홍(48·적색 수배 중) 메트로폴리탄 회장은 해외로 도주하기 전 강남에서 룸살롱을 운영했다. 이곳에 현직 검사들이 자주 드나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10년간 그의 ‘오른팔’로 살았다는 A씨는 이 룸살롱의 이른바 ‘바지사장’이었다. 그는 “김영홍은 오래전부터 검사 및 수사관들과 친분 관계를 유지했다”면서 “그러면서도 만일을 대비해 (업소에 찾아온) 검사들의 증거를 수집해놨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지지부진한 라임 수사가 이와 관련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한다.
 
  메트로폴리탄은 라임으로부터 3500억원(최대 5000억원까지 추산)을 투자받은 부동산 시행사다. 이 3500억원이 라임 사태의 단초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금은 당초 목적과 달리, 주로 코스닥 상장사들의 부실 전환사채(CB)를 되사는 데 쓰였다. 김영홍은 이 자금을 융통하기 위한 창구로 메트로폴리탄 계열사를 23개나 세웠다. 라임 사태가 발발한 지 만 2년이 다 돼가지만, 메트로폴리탄과 관련된 인물은 그 누구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 김영홍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며, 이들 가운데는 라임 관련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활동하는 인물도 있다. 지난 6월 1일 A씨를 만나 라임 사태 이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라임 이슈가 한창이던 시기 필리핀에 체류하다 최근 귀국했다.
 

  ― 김영홍과의 관계는.
 
  “10년 지기다. 2011년 초, 김영홍이 강남 L호텔에 있던 룸살롱을 위탁·운영한 적이 있다. 이때 내가 ‘바지사장’으로 있었다. 운영권한 없이 회계 등을 관리했다. 원래 2차(성매매)가 없던 곳인데 장사가 되지 않자 (김영홍이) ‘2차를 해야겠다’고 했고, 2012년 단속에 걸렸다. 김씨는 ‘지금 전과가 생기면 사업이고 뭐고 다 끝’이라며 대신 처벌 받아줄 것을 부탁해왔다. 나중에 반드시 보상하겠다며. 이를 계기로 유흥업소 바닥에서 소위 말하는 그의 ‘오른팔’이 됐다.”
 
 
  룸살롱 운영하며 검사들 약점 모아
 
김영홍. 그간 그의 사진 한 장 드러나지 않고 베일에 싸여 있었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2012년 11월, 강남 한복판 특급호텔 객실에서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졌다는 뉴스는 많은 이를 경악게 했다. 단속 전까지 이곳은 강남 최고의 ‘고품격 란제리 풀살롱’으로 통했다. 특급호텔인데다, 지하가 아닌 12~13층에 위치해 고위층 인사들이 특히 많이 찾았다. 실제로 단속 당시 적발된 성 매수자들은 대부분 ‘사’자 직업이었다. L호텔은 영업 정지 처분을 받았고, 김영홍은 이후 삼성동으로 자리를 옮겨 고급 룸살롱(‘텐프로’) 영업을 재개했다.
 
  “L호텔이 문을 닫은 후 삼성동에서 ‘초○○’이라는 룸살롱을 운영했다. 중간중간 메○○, 오○○로 이름은 몇 번 바뀌었다. 2019년, 김영홍이 필리핀으로 가기 전까지 나는 이곳에서도 ‘바지사장’으로 일을 도왔다.”
 
  ― 김영홍은 어떤 사람인가.
 
  “풍채가 좋고 말을 시원시원하게 한다. 없어도 있는 것처럼, 안 돼도 될 것처럼, ‘뭔가 있는 것’처럼 보여 옆에 붙어 있는 사람이 꽤 있다. 특히 룸살롱을 오래 운영하며 이를 통해 네트워크도 많이 형성했다.”
 
  A씨는 “검사들도 그중 하나”라며 검사와의 일화를 들려줬다.
 
  “(검사) 여러 명이 자주 왔는데, 기억에 남은 건 2017년 말인가, 2018년 초 겨울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 두 명과 한 유통 대기업 부사장이 온 적이 있다. 김영홍이 기업 간부에게 검사를 소개시켜주는 자리였다. 검사 둘은 선후배 사이였는데, 김영홍은 그중 후배 검사를 가리켜 ‘내 수사(2015년 원정 도박 관련)를 담당했던 검사님’이라고 소개했다. 안경을 끼고 있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 그날의 증거가 될 만한 자료가 있는지.
 
  “삼성동 142-××번지 관할 파출소에 기록이 남아 있을 거다.”
 
  ― 파출소?
 
  “그날 후배 검사가 술이 많이 취했다. ‘가오’를 부리며 기업 간부에게 시비를 걸더라. 드라마 대사 있잖나. ‘야! 나 대한민국 검사야! 기업 하는 ×× 주제에, 너 내가 털면 뭐 안 나올 것 같아?’ 선배 검사가 ‘그만하라’고 했는데 선배한테까지 대들다가 결국 (선배에게) 맞았다. 그 길로 (후배 검사가) 울며 뛰쳐나가 112에 신고를 했고 경찰관 8명이 출동했다. 경찰관이 술 취한 검사 동영상까지 찍어갔다.”
 
  A씨에 따르면 이날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게 후배 검사는 또다시 “나 검사야”라며 공무원증을 보여줬다고 한다. 경찰은 중앙지검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신원을 확인했고, 결국 당직실에서 그를 수습했다고 한다. 한편 경찰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현재 해당 기록은 남아 있지 않았다. 112 신고내역과 근무일지 문서 보관 기간은 각각 1년, 3년이기 때문이다.
 
 
  룸살롱서 라임 돌려막기 작전 謀議
 
  이어지는 A씨의 말이다.
 
  “검사들이 찾아오면 사실 실무자는 상당히 피곤하다. 최대한 잘, 무탈하게 돌려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한데 김영홍은 달랐다. 뭐 하나 잡아내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봤다.”
 
  ― 기회?
 
  “(검사가) 여자와 신체 접촉하는 사진이나, 앞서 경찰이 온 날의 경우에는 술 취한 검사 동영상을 찍어서 자기한테 보내놓으라고 했다. 술 취한 검사는 그날 업소 직원의 뺨을 때리기도 했는데, 김영홍은 (검사에게) 겉으로는 너그러이 넘어가겠다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뒤에서는 피해 사실을 다 수집해놨다. 이렇게 검사들의 약점을 무기로 갖고 있었다.”
 
  그 무렵은 김영홍이 라임 사태를 일으키기 위한 ‘물밑 활동’에 한창이던 때다. 룸살롱을 소유한 김영홍은 2017년 말, 배우 S씨의 전 남편인 김정수 전 리드 회장과의 연으로 테트라 건설 시행사를 운영하며 라움의 부회장도 겸하고 있었다. 그러던 2018년 1월, 김 전 회장의 소개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을 만났고, 둘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펀드 돌려막기 작전’을 짰다.
 
  실제로 라임의 돈이 대거 움직인 것도 2018년이다. 보유자금 4조원 중 2조원이 들어온 시기며, 공격적인 투자도 이때 이뤄졌다. 이 중 ‘뭉칫돈’ 3500억원이 모두 메트로폴리탄 계열사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작전은 주로 김영홍의 룸살롱에서 이뤄졌다”면서 “김영홍과 이종필은 처음부터 돌려막기를 할 계획으로 손을 잡고 23개 법인(메트로폴리탄 계열사)을 세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필을 비롯해 대신증권 시절 이씨의 후배던 채모 메트로폴리탄 대표 등 관련자들도 2018년 초부터 업소를 자주 드나들었다. ‘초○○’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할 때인데, 셋은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대화만 나누다 흩어지곤 했다. 아, 담배도 엄청 피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영홍이 3500억원을 그냥 당긴(투자받은) 건 아니었다.”
 
  ― 그냥 당긴 게 아니라니.
 
  “김영홍은 암 치료를 받은 터라 담배 냄새를 극도로 싫어한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 모두 조심했다. 그런 그의 앞에서 이종필과 채 대표는 연신 담배를 피웠다.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채 대표가 김영홍 앞에서 ‘학연, 지연보다 강한 게 흡연’이라며 담배를 꺼내 물던 장면. 그 앞에서 어째 싫은 티 한 번을 안 내더라.”
 
  ― 김봉현이 청와대 전 행정관과 수원여객 전무를 만난 곳도 이곳인가.
 
  (라임 사태 발발 직후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청와대 전 행정관, 수원여객 전무와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공개된 적이 있다.)
 
  “거긴 도산대로에 있는 속칭 ‘텐카페’다. 우리 업소에는 밴드가 없다. 김봉현은 소위 ‘뒤처리’를 위해 접대를 한 거고, 김영홍과 이종필은 라임을 시작부터 설계했다는 점이 다르다.”
 
 
  현직 검사와 술자리 직후 잠적
 
2019년 10월 14일 환매 지연 사태 관련 기자간담회 중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사진=뉴시스
  그로부터 약 1년 후. A씨는 “얼굴이 익숙한 검사가 다시 룸살롱을 찾아온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2019년 9~10월쯤이다. 검사 하나가 또 업소를 찾아왔는데, 알고 보니 앞서 후배를 때렸던 선배 검사였다. 김영홍이 이 검사에게 이종필을 소개시켜주는 자리였다. 김영홍은 나에게 ‘검사님 이번에 부장검사로 영전하셨다. 너도 얼굴 보면 알 거야’라며 ‘들어와서 인사드려라’ 했다. 룸에 갔더니 그 검사가 ‘지난번 폭행 사건으로 실례가 많았다’며 술을 한 잔 따라줬다. 이종필은 어딘가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인상이 좋지 않았다.”
 
  A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술자리의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9년 9~10월은 검찰・경찰의 라임 수사가 본격화되던 때로, 이종필은 이에 앞서 7월 9일 자로 출국정지 조치를 받은 상태였다. 묘하게도 이 자리 즈음인 2019년 10월 14일 이씨의 출국정지가 해제됐고, 결국 이종필은 2019년 11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잠적했다. 김영홍 또한 술자리 직후인 2019년 11월,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로비를 위한 자리가 아니었는지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 그 검사의 이름은 기억 안 나는지.
 
  “검사들이 하도 많이 와서 이름까지 일일이 기억 못 한다. 명함 하나 주십시오,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그 검사가) 돈을 안 내거나 여자와 트러블을 일으켰던 것도 아니고. 다만 사투리를 썼고, 안경을 끼지 않았으며, 대체로 깔끔한 인상이었다. 김영홍에 따르면 K대 출신에 중앙지검 특수부 소속이었다. 부장검사라고 했지만 부부장검사였을 수도 있다. 통상 ‘부(副)’자를 생략하기도 하니까.”
 
 
  박범계, “검사 술자리, 아직 조사 단계 아냐”
 
  삼성동 142-××번지. 이곳은 현재 ‘슈○○○’라는 이름의 ‘셔츠룸’으로 상호가 바뀐 상태다. 접대부들이 속옷 없이 와이셔츠만 입고 나온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A씨는 “간판은 바뀌었지만 김영홍은 여전히 이 술집을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소셜미디어에 버젓이 이미지 광고를 올리며 영업을 이어가던 곳인데 현재 잠정 폐쇄된 상태다. 34억원 탈세 혐의로 국세청에 고발을 당하면서다. 강남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혐의로 이 셔츠룸을 수사 중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A씨는 김영홍 측과 마찰을 빚은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최근 경찰에 출석해 위탁 운영 계약서 등 김영홍이 해당 업소의 실소유주라는 증거 자료 2000장을 제출했다. 그러면서 김영홍의 과거 검사 술 접대 의혹이 수면으로 떠오르게 됐다. 지난 6월 중순, 일부 언론에서는 이 내용을 짤막하게 보도하기도 했다.
 
  해당 내용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도 흘러 들어갔다. 그러나 박 장관은 이에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6월 15일 국회 본회의 참석 이후 그는 “(새롭게 드러난 검사 술자리 의혹에) 관심은 갖고 있지만 진상 조사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현재 나와 있는 의혹은 구체성이나 출처, 근거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김봉현의 검사 술 접대 폭로가 ‘검찰개혁’의 결정적 구실(口實)이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선택적 진상 조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주범’들의 숨은 자산, 이슬라리조트
 
  한편 김영홍은 A씨 주장에 따른 ‘검사와의 술자리’ 당시, 이미 필리핀으로 도주하기 위한 작업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A씨가 검사와 관련한 사진 등 자료를 하나도 갖고 있지 않은 이유는, 그 또한 한국 생활을 정리하고 필리핀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2018년 말경 (김영홍이) 필리핀에 있는 리조트를 하나 인수했다고 했다. 그 리조트 카지노의 임원으로 앉혀줄 테니 같이 가자고 했다. 나는 (김영홍보다) 미리 넘어가서 한동안 한국과 필리핀을 오갔고, 김영홍은 명동의 한 화장품 가게의 조모씨에게 환치기 업자를 소개받아 200억~300억원을 50억원씩 몇 차례 나눠 달러로 바꾼 후, 2019년 11월쯤 필리핀으로 넘어왔다.”
 
  2018년 10월, 김영홍은 라임에서 투자받은 3500억원 중 300억원을 필리핀 세부 막탄섬에 있는 ‘이슬라리조트’ 인수에 썼다. 그간 이 리조트는 김영홍의 은신처로 알려졌는데, A씨에 따르면 이곳은 복수(複數)의 주범들이 숨겨놓은 자산이자, 휴양처 역할도 했다.
 

  ― 리조트에서 맡은 일은.
 
  “이슬라리조트는 법인이 3개인데, 김영홍은 전체 법인의 실질적 대표자 역할을 했고, 나는 올해 1월까지 리조트 카지노의 회계를 관리했다. 그간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데, 이종필 또한 이 리조트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구속되기 전까지는 수익 배당도 받아 갔다. 이종필은 물론, 채모 메트로폴리탄 대표이사도 이 리조트에 몇 번 다녀갔다.”
 
  ― 언제, 정확히 몇 번 다녀갔는지.
 
  “둘이(이종필과 채씨) 2018년 12월에 처음 왔고, 2019년도에도 두세 차례 방문했다.”
 
  ― 와서 뭘 했나.
 
  “리조트 사업에 관여했다. 근처에 땅을 보러 가기도 하고 카지노에 들어와서 전반적인 운영에 대한 브리핑도 받았다. 이종필은 카지노 내 한국 직원과 면담도 진행했다. 근무하는 데 고충 사항은 없는지 물었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도 제시했다.”
 
  A씨는 “이처럼 이종필과 김영홍은 그간 드러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을 공유했다”면서 “둘은 경제공동체에서 나아가 ‘운영공동체’였다”고 말했다.
 
  ― 이종필과 이슬라리조트의 연결고리는 그간 드러나지 않았는데.
 
  “아주 대놓고 왔다 갔다 했다. 경찰 입회 아래 야외에서 사격도 같이 하고 밤에는 여자들도 불러 놀았다. 이종필 등이 선발대로 들어오면, 여자들은 다음 비행기로 들어오는 식이었다. (이종필과) 마담과 다툼이 나, 서로 ‘죽이겠다’며 고성이 오간 적도 있다. 차마 말 못 하는 노골적인 일도 많았다.”
 
  ― 이들이 다녀간 증거자료는 있나.
 
  “(내가 지난 1월) 카지노를 그만두면서 반납한 휴대폰을 돌려받지 못해 사진 같은 건 없지만 목격자들이 많다. 한국에 와 구글 계정으로 연동된 데이터를 찾아봤는데, 극히 소수의 자료만이 남아 있었다. (단체 사진을 보여주며) 이들이 이종필과 면담한 한국 직원들이다. 만일 (이종필이) 수사기관에 거짓 진술을 한다면 출입국 기록을 떼보면 도움이 되지 않겠나.”
 
  A씨에 따르면 이슬라리조트에는 현재 해외 도피 중인 이인광 에스모 회장의 흔적도 있다. 톱스타들의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던 이 회장은 라임으로부터 약 2200억원을 투자받아 티탑스(옛 동양네트웍스), 에스모(옛 넥센테크), 에스모머티리얼즈, 디에이테크놀로지 등 상장사를 연이어 인수한 후 허위 공시 등을 통해 주가를 띄웠다는 혐의를 받는 인물이다. 김영홍과 이인광은 서로 다른 영역에서 움직였다고 알려져 그간 이들의 직접적인 접점은 드러나지 않았다. A씨의 말이다.
 
  “이인광이 중국에서 마스크팩 사업을 했었는데, 김영홍이 메트로폴리탄 관계사를 통해 그 사업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중국에서 대량의 마스크팩이 컨테이너로 건너온 적이 있다. 메트로폴리탄을 통해 투자했다면 한국으로 가는 게 맞는데 필리핀으로 넘어온 거다. 결국 이 100억원도 공중으로 뜬 셈이다. 지금도 이슬라리조트에 그 마스크팩이 쌓여 있다.”
 
 
  국적세탁 후에도 韓 건강보험 혜택 받아
 
  ― 필리핀 체류 당시 김영홍은 어디 살았나.
 
  “원래는 어느 호텔의 스위트룸에 머물 계획이었는데 호텔 공사가 지연돼 리조트 내부에 있는 빌라에 살았다. 총 14개 동이 있었는데, 8호에 (김영홍이) 거주했었다.”
 
  ―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는지.
 
  “김영홍이 아직까지 이슬라리조트에 머물고 있다는 보도가 있던데, 그건 사실이 아니다. 김영홍은 필리핀에 한 달 정도 머물다가 2019년 12월 마카오로 넘어갔다. 실질적으로 나와 함께 체류한 건 아주 잠깐밖에 되지 않는다. 마카오로 건너간 후에는 한동안 텔레그램으로 소통했다. 이를 통해 업무지시를 내렸고, 상황도 보고받았다.”
 
  ― 그럼 2019년 12월 이후로는 김영홍을 못 본 건지.
 
  “얼굴을 본 건 2019년 12월이 마지막이다. 그 이후로는 텔레그램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다, 라임 이슈가 점점 커지면서 연락이 끊겼다. 내가 카지노에서 일한 올해 1월까지, 리조트에 들른 적도 없다. 필리핀에서 봤다는 사람도 있지만, 정확한 행방은 모른다. 제3국에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필리핀에서 도장을 찍지 않고 출국하는 방법도 알고 있다.”
 
  ― 이미 국적세탁을 했다던데, 국적을 아는지.
 
  “친해도 딱히 여권을 보지는 않으니까 국적이 어딘지는 모른다. 2010년에 이민 출국으로 해외에 나간 적이 있고, 국적 말소는 2015년경 된 걸로 안다. 그럼에도 계속 한국에서 건강보험 혜택은 받았다. 2019년 12월 마카오에서 텔레그램을 보내 ‘한국에 가서 (서울) 옥수동 △△내과에서 당뇨약을 처방받아 달라’고 한 적이 있다. 당시 3만4200원을 결제했는데, 보험이 적용된 금액이었다. 그러고 보면 (김영홍은) 진짜… 이 나라에 뭐 (기여)한 게 전혀 없는 사람이다. 군대마저 뺐다(안 갔다).”
 
 
  메트로폴리탄 수사 2년째 지지부진
 
  ― 현재까지도 이 리조트 온라인 카지노 등의 수익금이 김영홍의 도피 자금으로 쓰인다던데.
 
  “사실이다. 마카오로 넘어간 후에도 김영홍의 돈은 계속해서 카지노에서 관리했다. 꾸준히 배당을 받았고 지금도 실질적인 리조트 소유주로서 배당을 받고 있으며, 차명 계좌를 통해 몇몇 이해관계자에게도 배당금이 전달되고 있다. 최근 남부지검에도 이 같은 내용을 진술했고, 관련된 회계 자료를 모두 제출한 상태다.”
 
  ― 그런데 마카오에는 왜 간 건지.
 
  “당시 메트로폴리탄 채모 대표와 라움의 박모 부장(메트로폴리탄 사내이사)을 마카오에서 만나 테트라와 프로방스 관련 사업을 논의할 거라고 말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채모 메트로폴리탄 회장과 라움 박모 부장은 김영홍과 긴밀하게 사업 내용을 공유하고, 이에 개입한 인물이다. 여기서 어딘가 묘한 점이 있다. 이 둘은 현재 진행 중인 메트로폴리탄 관련한 윤갑근 전 고검장의 알선수재 재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서고 있기 때문이다. 윤 전 고검장은 2019년 7월 이종필과 김영홍에게 ‘우리은행장(손태승)을 만나 펀드를 재판매하도록 해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고 그 대가로 메트로폴리탄으로부터 2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검찰이 메트로폴리탄 관련 수사를 하면서, 정작 메트로폴리탄 사업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 둘을 증인으로 둔 셈이다. 이에 따라 ‘구조적으로 모순된 수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 김영홍이 거의 2년째 안 잡히고 있는데.
 
  “왜 이렇게 못 잡는 걸까.”
 
  ― 왜일까.
 
  “이쯤 되면 수사기관에서 의지가 없다고 봐야 되지 않겠나. 하긴 막상 잡는다고 해도 골치 아프고, 피곤할 거다. 예를 들어 외국 법인인 리조트를 압류하는 과정도 국제법상 복잡할 것이고….”
 
  ― 정치권 로비 의혹도 제기되는데, 아는 바가 있다면.
 
  “검사와는 친분을 유지했지만, 정치인을 만나는 건 못 봤다. 이런 얘기를 했다. ‘국회의원은 막상 해주는 것도 없으면서 돈만 뜯어가기 때문에 안 만난다’고.”
 
  A씨는 이어 “2018년 무렵 김영홍이 대량의 수표를 내게 건네며 일반인인 모씨에게 전하라고 한 적이 있다. 정황상 돈세탁이었다”면서 “혹시 몰라 그때 수표번호를 다 적어놨다. 수사기관에서 이를 추적하면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도 있다”고도 했다.
 
  ― 그가 잡힐까.
 
  “피해를 본 사람이 얼만데, 잡아야지. 무엇보다 펀드 피해자들이 아직도 가슴을 치고 있지 않나. 평생 쌈짓돈을 모아 투자한 고령자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돈 수백억원을 횡령해 호의호식했다. 얼마 전 금융감독원에서 펀드 피해금을 보상해주겠다고 하던데, 여기에는 일정 부분 국민 세금도 들어가는 것 아닌가. 김영홍 수중에는 못해도 500억원은 있을 거다. 이 자금을 환수해 피해금을 충당해야 한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108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북스토어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