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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기고

누구를 위한 CCTV인가

‘불법 의료 행위 근절’ 위한 수술실 CCTV 설치가 어불성설인 이유

글 : 김효상  재활의학과 전문의·대한의사협회 법제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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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작 불법 의료 행위자 면허 영구 박탈과 병원 폐쇄에는 미온적인 정부, 왜?
⊙ 생명 살리는 과감한 의료 행위, CCTV로 위축될 수 있어… 영상 유출 우려도
⊙ 與와 시민단체, 일부 부도덕한 의료진 행위로 전체 의사 도매금 비판

김효상
인하대 의과대, 同 대학원 석사 졸업 / 가천대 길병원 재활의학과 전임의, 백병원 재활의학과장 역임 / 대한재활의학회·뇌신경재활학회 정회원
  전국 수술 전문병원들에서는 일반인에 의한 불법 수술 의혹이, 강남 성형외과 등에서는 유령 의사들에 의한 대리 수술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의사들의 불법 행위로 인해 의료인들이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술실이 증거인멸의 현장으로 오인받고 있는 현실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이들의 입김도 거세지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과 시민단체들은 전국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의사들의 부도덕함을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과연 불법 의료 행위 방지를 위한 대책이 될 수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불법 대리 수술의 원인부터 살펴봐야 한다. 불법 대리 수술의 제일 큰 원인은 일부 부도덕한 의료인이 경제적인 이득을 얻기 위한 이유다.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은 수술로 수익을 올리기 위해 의료진이 아닌 일반인들을 수술에 참여시키거나 주도하게 하는 것이다. 불법 수술로 문제가 되는 일부 전문병원의 의료인 가담자들은 자신들의 수익과 병원 경영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범죄 행위를 하는 것인데, 이는 변명의 여지 없이 단호하게 처벌돼야 한다.
 
 
  강아지 출산비용이 사람 출산비용보다 높아
 
  그러나 여기에는 일정 부분 정부의 책임도 있다. 만약 정부가 의료와 수술에 대해서 적절한 비용을 지불하고 의료진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했다면 이런 사태는 덜 발생했을 것이다. 환자를 위한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없게 하고 국가가 정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기준에 맞춰서 의료를 행해야 하는 지금의 비정상적인 구조 또한 이번 사태의 핵심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수술하는 의료진의 경력이나 숙련도 혹은 수술 참여 의료진 수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정해진 저가의 수술비용을 정부가 의료진에게 강요하고 이것을 핑계 삼아 더 빨리 더 많이 수술하여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려는 부도덕한 일부 의사가 벌인 수치스러운 결과물인 것이다.
 

  인간의 생명은 다른 어떤 가치보다 고귀하며 국가가 제일 먼저 수호해야 할 가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들이 국가의 역할을 대신하여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존에 최선을 다해 나아갈 수 있도록 국가가 보장해줘야 이런 불법 의료 행위들을 근절시킬 수 있다. 반려동물을 처치하는 것에도 훨씬 못 미치는 비용을 사람의 수술비용으로 책정하니 병원은 수술 전문의를 고용할 여력이 없다. 세상에 강아지 출산비용이 고귀한 인간 새 생명의 출산비용보다 훨씬 높은 것이 정상인가.
 
  정부가 저비용만 강조하다 보니 흉부외과나 외상외과 같은 필수 의료과들은 전공 의사들이 줄어만 간다. 의사들이 필수 의료의 붕괴를 막아달라고 호소해도 돌아오는 건 외면이다.
 
  대형병원의 수술건수와 수술비용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라. 정상적으로 한 번에 한 건씩의 수술로는 이렇게 많은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 마른 수건 쥐어짜듯이 남는 인력들을 동원하여 대형병원의 수술방은 동시에 열리고 담당 교수가 전부 하는 줄 알았던 수술이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진행되는 현실이다.
 
  당장 대형병원부터 이런 식의 비정상적인 수술 진행을 하지 말고 정해진 시간에 한 건의 수술만 진행하는 준법 수술을 시작해야 한다. 수술에 참여할 의료진이 모자란다면, 의료진 수가 많아야 하는 고위험 수술에 대해서는 수가(酬價)를 늘리고 그 비용으로 수술 전담 의사와 입원 전담 의사를 늘리는 것이 합당한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명확한 진실은 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의사가 직접 설명해야 한다.
 
 
  전체 의료진 도매금 비판 말아야
 
대한의사협회의 CCTV 철회 유인물. 사진=대한의사협회 제공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는 사태를 호도하여 본인이 원하는 바를 얻기 원하는 이들이 자주 구사하는 전략이다. 명확히 구분하자. 불법 수술로 문제가 되는 일부 전문병원의 의료인 가담자들은 자신의 수익과 병원 경영을 위해서 범죄 행위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를 대한민국 필수 의료를 감당하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는 대부분의 의료기관 수술실 전체를 범죄 의혹으로 매도해가며 CCTV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시민단체들과 정치인들의 주장을 보면 말문이 막힌다. 구성원 일부의 잘못에 대해서 단호하게 처벌하고 재발 방지가 되지 않도록 구조 개선이 필요함은 사실이지만 집단 전체가 매도당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어느 흉부외과 교수는 본인이 하는 흉부외과 수술은 대리 수술할 사람이 없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흉부외과 의사가 줄어가고 있다. 누가 대리 수술을 하고 불법 수술 참여를 하겠는가. 실제로 필수 의료과의 전문 인력은 줄어만 간다. 대리 수술은커녕 수술할 사람이 줄어간다. 정부는 필수 의료과 살리기에 전혀 관심이 없고 비급여의 급여화 등을 자화자찬하며 국민 의료비가 줄었다고 스스로를 홍보하며 치장하기에 여념이 없다. 필수 의료가 붕괴된 사회가 정상적인 국가의 모습인가.
 
  부디 이처럼 어려운 의료 현실 속에서 식사를 거르고 쪽잠을 자가며 땀과 피로 범벅이 된 가운을 입고 수술장에서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전체를 매도하지 말기 바란다.
 
 
  의사들, CCTV 왜 반대하나
 
  만약 일터에서 자신의 머리 위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CCTV가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자신의 일상은 CCTV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하물며 생명이 촌각에 달려 있고 환자 상태가 순간순간 급박하게 바뀌어서 결정과 판단이 즉각적으로 필요한 수술장 장면이 CCTV 속에 계속 담긴다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사람의 고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수술장은 여러 의료진이 고도의 집중력과 협업을 발휘하며 고군분투하는 전쟁터 같은 현장이다.
 
  의료인들이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의사들이 환자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시행하는 과감한 의료 행위들이 CCTV 존재로 인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의 생명이 흔들리고 수술실에서 바로 사망할 가능성이 높지만 환자 소생의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붙들기 위해서 시행한 의료 행위들이 무리한 의료 행위라는 이름을 달고 소송의 증거물로 돌아올 수 있는 우려를 떨쳐버릴 수 없다.
 

  누구의 주장처럼 이것이 단순 사명감의 문제로 치환될 수 있을까. 앞으로 수술하는 의사들은 환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이고 과감한 방법을 시행하다가 위험에 처하기보다는, 소송에 걸리지 않을 안전한 수술법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소송의 위험성이 높은 수술은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결과 필수 의료과를 전공하려는 의료진 역시 줄어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의대생인데 의료 소송의 위험이 적고 수익이 많다는 피부과 등의 인기과와 의료 소송의 위험에 시달리고 수술장에서 늘 감시당하는 외과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한다면 무슨 과를 권하겠는가.
 
  또한 교수 전문의에 의해 모든 수술 과정이 집도되기를 원하는 국민 정서 흐름상 대학병원에서 수련 과정인 전공의 수술 참여 문제나 수련 과정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수술장 CCTV에 의해 촬영된 환자 신체의 적나라한 모습이 유출될 가능성이 늘 존재한다. 이러한 위험은 선진국과 철통 보안을 자랑한다는 기관들도 예외가 아니다. 해킹당할 경우 유튜브에 나오는 수술 장면 모습처럼 당신의 은밀한 수술 장면이 복제되어 전 세계를 떠도는 끔찍한 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
 
 
  CCTV 만능주의? 易地思之해 봐야
 
지난 6월 22일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위한 의료피해 당사자 간담회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 박주민 의원. 사진=조선DB
  CCTV 만능주의를 주장하는 이들의 ‘내로남불’과 ‘갈라치기’를 역지사지(易地思之)해 보자. 이것이 범죄 예방의 만능이라면 CCTV의 천국인 중국은 평온한 세상이 됐어야 맞다. 개인 인권 침해와 정보 유출의 논란에도 CCTV를 통한 통제 사회를 선도하는 중국을, 인권을 중요시한다는 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따라가야 할까.
 
  또한 수술실 CCTV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 결과 찬성이 압도적임을 추진 근거로 한다고 하는데, 똑같은 여론조사 기관에 국회의원 혹은 시도지사, 공무원 집무실에 CCTV 설치를 찬성하냐고 여론조사를 해보자고 권하고 싶다.
 
  일부 시민단체, 공무원, 국회의원, 시도지사가 부적절한 뇌물수수, 기부금 유용, 성 추문을 저질렀다고 전체 공무원이나 국회의원, 시도지사, 시민단체 집무실에 CCTV를 달아서 전 국민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자고 하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회, 시민단체는 수용할까. 자신에게는 온화한 잣대를 적용하고 남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사례가 아닌가.
 
  또한 CCTV라는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도구를 설치해야만 불법 의료 행위를 막을 수 있는 것처럼 포장해, 성실히 의업을 수행하는 대다수 의료진을 은근슬쩍 불법 의료 행위 의심자 취급하며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갈라치기의 일환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든다.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의 편향된 주장으로 인해 국민과 의사의 신뢰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의업이 과도한 의심과 편 가르기로 불신이 짙어지고 방어진료, 필수의료 붕괴, 의료소송 증가 등으로 이어진다면, 그 피해는 국민과 의사들을 포함한 우리 전부의 불행한 결말이 될 것이다.
 
 
  불법 대리 수술 문제 해결법은?
 
  소중한 생명을 다루는 의업이 범죄의 의심으로 오염되고 환자가 마취된 상태로 신체에 침습적인 수술을 하는 순간에 불법 의료 행위가 일어났다는 사실은 끔찍하다. 이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 행위이다. 정부와 국회는 당장 불법 대리 수술과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해서 면허 영구 박탈과 병원 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령을 제정해야 한다. 아니 이미 만들었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일관되게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한 근절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으나 면허에 대한 제재 권한이 없는 현실에서 정부가 미적지근하게 행동하는 것은 의아하다.
 
  정부나 여당이 대리 수술 등의 불법 의료 행위에 대한 근절 의지가 있다면,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금지같이 대리 수술 또는 불법 수술의 경우 면허 취소와 재발부 금지 법안을 진작에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불법 행위의 내부 고발자 신원을 보호하고 포상금을 정부가 약속하라. 거대 여당의 의석 수로 단독처리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고 질질 끄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력한 처벌 규정과 내부자 고발 제도로 충분히 이런 범죄들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대한의사협회에서 제안한 것같이 수술실 내부가 아니라 입구의 CCTV만으로도 수술방 출입 인원의 신원 확인이 가능하다.
 
  대한의사협회는 전국 수술 병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불법 의료 행위들에 대한 신고 채널을 만들어 불법 의료 행위 대처를 위해 정부 기관과 적극 협력해야 한다. 전 의료계 단체 또한 이 모든 사태의 원인 제공자들에 대한 엄격한 처벌과 재발 방지를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면허 박탈과 재교부 금지 등을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을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한 의료 환경 조성은 의료계의 자정과 실천 노력에서 시작됨을 명심해야 한다.
 
 
  그럼에도 CCTV 설치 강행한다면…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의료사고 피해자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사진=조선DB
  정부가 수술방 안에 CCTV 설치를 강제한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CCTV를 설치・관리하게 하라. 민간 의료기관이 무슨 이유로 정부와 법령에 의해서 강압적으로 CCTV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을 부담하고 정보 유출의 책임까지 져야 하는가.
 
  환자나 보호자가 자신의 수술 영상을 간직하기 원한다면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센터를 통해 신청하고, 의료기관은 버튼을 눌러주는 역할만 한다. 자료 수정이나 삭제 권한 없이 환자에게 전송하고, 유출이나 관리 책임 역시 정부나 지자체가 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
 
  마지막으로 불법 의료 행위를 시행하는 의사들과 이 사태를 입맛에 맞게 이용하려는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환자의 고귀한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경영 목적이나 저수가라는 핑계를 대고 불법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은 일반 국민뿐 아니라 의료진의 입장에서도 결코 용납하기 어렵다. 자신의 이윤을 위해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정상적으로 의업을 행하는 동료들을 같은 손가락질 대상으로 만드는 행태는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또한 그 결과로 국민의 불신을 초래하고 의료계를 파탄으로 만들며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의료 악법들의 족쇄를 불러들이는 그대들은 의사의 이름을 걸고 의업을 행할 자격이 없다.
 
  또한 의사-환자 관계를 악화시키고 이간질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시도를 하는 이들에게 호소한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 하는 행동이 전 국민에게 얼마나 큰 불행을 가져올지, 그 파장을 어찌 감당하려고 하는지, 그 업을 어찌 감당할지 되묻고 싶다. 수술실 CCTV 설치가 정말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그것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에 맞게 이용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가? 어떤 것이 국민을 위한 최선의 길인지 깊게 생각해볼 때다.⊙
 
  *외부 기고문의 내용은 《월간조선》의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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