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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으로 미리 보는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159억원 투입한 역사자료관 우여곡절 끝에 6월 30일 개관

글 : 정광성  월간조선 기자  jgws8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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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정희 테마공원 만들어 국민 누구나 즐길 수 있게”
⊙ 박 전 대통령이 쓰던 유품과 외국 정상 선물들 5000점 전시
⊙ “20년 재임하면서 지금의 대한민국 만드신 분… 지금 잣대로 평가 어불성설”
경북 구미시 상모 사곡동 소재 박 전 대통령 생가(生家) 옆에 자리 잡은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모습이다.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이하 역사자료관)이 우여곡절 끝에 6월 30일 임시개관한다. 역사자료관은 6월 임시개관을 통해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서 오는 9월 전면 개관할 방침이다.
 
  역사자료관은 2017년 11월 구미시가 상모 사곡동 소재 박 전 대통령 생가(生家) 옆 부지(6100㎡)에 총사업비 159억원을 들여 준공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전체 면적 4358㎡ 규모다. 이 역사자료관에는 상설·특별 전시실을 비롯해 수장고, 세미나실, 컴퓨터 검색대 등이 갖춰져 있다.
 
  2014년 경북·전남 국회의원 모임인 국회 동서화합포럼이 영호남 화합 차원에서 역사자료관 사업을 제안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공립박물관 건립 사전심사를 통과해 2020년 2월 착공에 들어갔다.
 

  상설전시장에는 박 전 대통령이 외국 순방 때 또는 외교 사절에게서 받은 선물, 생전에 사용했던 가구, 구미 국가산업단지 자료 등 모두 313점을 전시했다. 수장고에는 구미시 선산 출장소에서 옮겨온 박 전 대통령의 유품 5600여 점을 보관했다.
 
  기자는 지난 6월 7일 구미를 찾았다. 구미 박정희로를 따라가다 보면 오른쪽에 박 전 대통령의 생가가 보인다. 바로 그 옆에 역사자료관이 있다.
 
  역사자료관에 도착하자 3층짜리 현대식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지붕은 옛 청와대 지붕을 모티브로 한 전통건축의 처마 선을 표현했다. 하부 메스는 조국 근대화를 의미하는 반석을 상징했다. 상부 메스는 미래 지향적인 유리 메스를 적용해 과거와 미래의 융합을 표현했다. 여기서 메스란 부피를 가진 하나의 덩어리로 느껴지는 물체나 인체의 부분을 말한다.
 
  역사자료관에 도착하니 김용만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장이 기자를 맞았다. 김 관장은 부임한 지 7개월 정도 됐다. 김 관장은 경북도청에서 20여 년간 일한 역사학자다. 그는 개관을 앞두고 긴장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 역사자료관은 준공 전부터 논란이 많았습니다.
 
  “네, 정치적 문제가 있었습니다. 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이 노력한 덕분에 개관하게 됐습니다.”
 
  김 관장은 역사자료관에 대해 간략하게 이렇게 설명했다.
 
  “정치적인 부분보다는 박 전 대통령이 이룩한 경제성과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해방 이후 ‘조국 근대화의 길’로 시작해 ‘한강의 기적’까지를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사용한 유품과 외국 정상들이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물건 등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4분30초 영상에 담긴 광복부터 1960년까지 기록
 
1963년 제3공화국 대통령에 당선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하는 모습을 재현한 인형이다.
  건물 3층부터 차례로 전시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역사자료관 3층에는 162석의 세미나실과 아카이브, 2개의 다목적실이 있다. 세미나실에서는 영상자료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업적과 기타 영상물을 볼 수 있다.
 
  역사자료관 관계자는 앞으로 세미나실을 외부에 대관할 계획(대관료 2만~3만원)이라고 했다. 아카이브는 휴식공간으로 꾸몄다. 이곳에서는 정보검색을 할 수 있으며, 전시된 박 전 대통령 관련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이 외에 2개의 다목적실에서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 강연이나 교육을 한다.
 
  2층은 메인 전시실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조국 근대화의 길’이라는 글귀와 함께 영상 기록물이 보였다. 1945년 광복부터 1960년까지의 대한민국 근대사가 담긴 사진 자료들이다.
 
  영상과 함께 나온 노래는 총 3곡이다. 첫 번째 곡은 1945년에 발표된 우리나라 해방가요인 ‘사대문을 열어라’, 그다음 곡은 ‘전선야곡’이다. 이어 흘러나온 노래는 박 전 대통령이 작사한 노래 ‘금오산아 잘 있거라’다. 기자에게는 모두 생소한 곡이었다. 노래와 영상이 재생되는 시간은 4분30초 정도. 그 안에 해방 이후부터 1960년까지의 짧은 대한민국 역사가 모두 들어 있었다.
 
  발걸음을 옮기자 작은 터널이 하나 나왔다. 관계자가 터널을 설명했다.
 
  “이 터널은 과거 일제 식민지배와 동족상잔의 아픔인 6·25전쟁을 뒤로하고 새로운 세계로 가는 길이라는 의미로 만든 것입니다.”
 
  그의 설명을 듣고 보니 터널은 길지 않지만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터널을 지나고 나면 역사자료관의 주인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특수 재료를 이용해 만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인형)은 살아 숨을 쉬는 것 같았다.
 
  김용만 관장은 “박 전 대통령이 1963년 12월 17일 대통령 취임 연설 하는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것”이라며 “육영수 여사의 모습도 함께 만들었다”고 했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 육 여사 모형은 수정작업을 하기 위해 그 자리에 없었다.
 
 
  상시 전시실에는?
 
서울-부산 고속도로 공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며 무언가 지시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을 재현한 인형이다.
  상시 전시실의 세 번째 주제는 ‘산업화의 시작 외자 도입’이었다.
 
  전시실에는 1964년 박 전 대통령의 독일 방문 당시 사진들이 나열되어 있다. 이어 1965년 한일국교 수립 사진과 베트남 파병 시 부산항을 출발하는 장병들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김 관장은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국민의 피와 땀으로 벌어들인 외화로 인해 발전할 수 있었다”며 “그렇게 벌어들인 외화를 바탕으로 수출을 시작했고, 100억 달러 달성까지 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수출할 것이 없어서 쥐 가죽을 벗겨 팔거나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잘라 수출하는 등 1차 생산제품이 많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수출 전진기지를 구미로 정했다. 전시실에는 당시 구미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자료와 그곳에서 생산·수출 하던 물건들이 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삼성전자에서 처음으로 만든 TV다. 이 TV는 당시 삼성 이병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이란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뽑은 쇳물로 만든 병풍도 새로웠다. 해당 병풍은 당시 박태준 포항제철 회장이 만들어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한 것인데, 병풍에 이런 내용이 담겨 있다.
 
  “보라 하늘을 향해 치솟는 불꽃 여기는 잠자지 않는 일터 지축을 흔드는 우렁찬 소리 파도보다 더 높은 젊은 의욕. 우리는 땀과 양심과 성실을 바쳐 새 역사의 바퀴를 떠밀고 간다. 조국과 인류의 영광을 위해. 一九七三년 七월 三일 포항 제철소 준공일에 전 임직원들의 총의를 묶어 박 대통령 각하께 감사를 드립니다. 사장 박태준 삼가 드림 박정희 대통령 각하”
 
  김 관장은 부임 이후 전시실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많은 부분을 수정했다. 대표적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노동자 인형의 피부가 너무 좋았다. 김 관장은 “힘든 일을 하면서 밤에는 잠도 못 자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피부가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며 수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최초로 만든 차량도 전시되어 있었다.
 
 
  박 대통령의 유품 앞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 청와대 직무실에서 사용하던 의자다.
  전시실에서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둘러보고 유품 전시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는 박 전 대통령이 평소에 사용하던 지휘봉이며 전화기, 책상, 의자 등이 진열돼 있었다.
 
  물론 당시에는 고급 가구와 물품이었겠지만 누가 봐도 대통령이 사용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평범했다. 심지어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의자는 가죽이 뜯겨나간 흔적도 있었다. 그래서 기자는 함께 간 직원에게 물었다.
 
  ― 저 의자는 보관을 잘못해서 손상된 건가요.
 
  “아닙니다. 박 전 대통령께서 워낙 검소한 삶을 살다 보니 뜯어진 의자도 그대로 사용하셨습니다. 저 책상도 발 받침대가 너무 닳아서 거의 사라져 있었습니다. 지금은 돌려놓아서 보이지 않지만, 처음엔 우리도 놀랐습니다.”
 
  전시실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사용한 유품과 각국 정상에게서 받은 다양한 선물들을 볼 수 있다. 이 유품들은 구미시 선산읍에 있는 시청 선산 출장소 3층 이른바 ‘박통 방’에 보관돼 있었는데, 지난 1월 모두 역사자료관으로 이전했다.
 
  유품 중에는 붉은빛을 띠는 가죽 슬리퍼, 국내 생산 시가, ‘Corea’라고 써 있는 가죽 골프가방, 여행용 가죽 가방 세트 등이 있다. 고(故) 육영수 여사가 사용했다는 노란 패브릭 소파도 있다. 한국(삼성)과 일본(산요) 전자 회사가 함께 만든 TV, 1964년 도쿄올림픽 기념 지포(Zippo) 라이터, 나무 전축, 기어가 달린 고급 자전거도 보관 중이다. 1969년 7월 20일 발행된 달 착륙 기념 메달도 있다.
 
  애연가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의 유품엔 담배와 관련된 흔적이 유독 많다. 재떨이와 지포 라이터, 담배 파이프만 수십 점이다. 대통령 재임 당시 행사 기념품으로 재떨이를 많이 제작했다고 한다. 1962년 5월 열린 한·미군 친선골프대회, 1962년 12월 호남 비료 나주공장 준공식 때 기념 재떨이를 만들어 박 전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수천여 점의 유품이 보관된 곳은 부서명이 써 있지 않은 각 60㎡ 크기의 사무실 3곳이다. 도난·훼손 등에 대비해 직원 중에서도 인가된 일부만 출입이 가능한 공간이다. 이 방은 2004년 처음 생겼다고 한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측에서 생가가 있는 구미시에 유품 수천 점을 맡기면서다.
 
  역사자료관 측은 5000여 점 모두를 역사자료관 내에 전시할 수 없기에 일부는 수장고에 보관할 계획이다. 또 역사자료관에는 구미공단의 발전상 등을 보여주는 구미시 관련 다양한 기념 자료도 전시할 것이다.
 
 
  역사자료관 건립을 둘러싼 논란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은 시작부터 명칭과 용도 변경으로 난항을 겪었다. 2017년 12월 구미시는 역사자료관 건립에 나서 2018년 5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했다.
 
  애초 자유한국당 소속의 남유진 전 구미시장이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준공을 추진했었다. 하지만 2018년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장세용 시장이 취임 이후 시민여론을 수렴해 역사자료관으로 사용할 것인지 다른 용도로 전환할 것인지를 판단하겠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그 후 장 시장은 시민여론 수렴을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하고, 2018년 9월 12일 위원회 설치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구미시는 이 조례안을 같은 해 10월 22일부터 열리는 구미시의회 임시회에 상정해서 통과가 되면 경북도 승인을 받아 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이었다. 이런 구미시 결정에 대해 보수와 진보 단체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
 
  보수단체들로 구성된 ‘박정희 대통령 역사 지우기 반대 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공론화위원회는 박정희 역사 지우기 과정”이라며 “국민의 목소리로 장 시장에 대한 저항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단체인 ‘구미참여연대’도 성명을 내고 “우리는 공론화위원회 설치와 별개로 박정희 유물 전시관 문제를 공론화위원회로 넘기려는 구미시의 입장에 분명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찬반 논란이 거듭하자 구미시는 공론화위원회에 넘겨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으나 관련 조례가 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해 유보되기도 했다. 이런 과정에서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공사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구미시는 애초 2020년 10월 개관할 계획이었지만 전시실 내부 콘텐츠 공사가 지연된데다 구미시 선산 출장소에 보관 중인 박 전 대통령 유품을 완전히 이전하지 못해 개관 시기를 늦추기도 했다.
 
  논란에 대해 백승주 전 미래한국당(구미 갑) 의원은 “역사자료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를 떠나 대한민국을 20년 이끄신 분이다. 전시 내용에 대해선 왈가왈부할 순 있지만, 역사관 존재 여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솔직히 이런 것은 진보 정부에서 발벗고 나서 해줘야 그들이 더욱 빛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봉사의 기회로 생각하고 박정희대통령역사자료관 잘 이끌 것”
 
  1층에는 상시 전시장에 전시되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의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가 있다. 역사자료관 수장고는 전면 유리벽으로 되어 있어 시민이 유물 보관 상태나 어떤 종류의 유물이 더 있는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김 관장은 수장고에 대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제가 이곳에 온 지 7개월 남짓 됐습니다. 와서 보니 수장고가 조금 더 관람객들의 눈에 잘 보이게 만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산 문제로 수정하지 못하고 그대로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앞으로 예산 문제가 해결되면 관람객들이 전시장에 있는 유물뿐만 아니라 수장고에 보관된 유물도 눈으로 잘 볼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 앞으로 역사자료관 운영을 어떻게 할 계획인가요.
 
  “박 전 대통령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우리나라가 어떤 상태에서 현재까지 왔는지 그 산업화 과정을 알려주고, 교육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어떤 결단과 추진력으로 이 나라를 20년간 이끌어왔는지도 현장에서 직접 알려주고 싶습니다.
 
  유물이 40여 년 동안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채 여기저기 옮겨 다녔습니다. 이제 잘 정리해서 한 장소에서 더는 훼손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고, 교육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 초석을 놓는 것이 제 마지막 임무인 것 같습니다.”
 
  그는 그동안 제대로 전시되지 못한 채 방치되었던 유물들을 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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