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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해운업체들의 對北제재 위반 의혹의 전말

부산 업체 소유 선박들은 어떻게 ‘북한 유조선’이 됐나?

글 : 박희석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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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북한 신규 인수 유조선 3척 중 2척의 과거 선주는 한국 기업”(AMTI 보고서)
⊙ “안보리 승인 없는 신규·중고 선박의 對北 이전은 제재 위반”(유엔 대북제재 2397호)
⊙ “2020년에만 유조선 121척이 남포항 비롯한 북한 항구 드나들며 정제유 450만 배럴 공급”(유엔 보고서)
⊙ 중국 업체 인수 후 ‘국적 세탁’… 항적 감추며 활동하다 북한 선박으로 등록된 ‘우정호’와 ‘에이와마루1호’
⊙ 이미 ‘무혐의’ 결정했으면서 언론에는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는 문재인 정부
⊙ “韓 정부는 유엔 제재 엄격하게 해석하고, 여타 국가도 경각심 가져야”(레오 번 前 한국리스크그룹 연구원)
⊙ 재발방지책 안 세우면 국내 노후 유조선 349척 역시 북한의 ‘먹잇감’ 될 수도
사진=뉴시스
  미국의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기구(AMTI)가 지난 6월 1일(현지 시각), 북한이 2019년 유조선 세 척을 신규 인수했고, 이 중 두 척은 한국 기업이 소유했던 선박이라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 작성자는 북한전문매체 ‘NK프로’의 자료분석실장을 지낸 레오 번이다. 그는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 행태를 추적해온 전문가다. 레오 번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 국내 업체들이 최종 선박 구매자가 북한이란 점을 인지했다면, 이는 간접 판매에 해당하므로 대북제재 위반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12월 가결된 대북제재 결의안 2397호의 7항은 “모든 회원국이 자국 영토를 원산지로 하는지와 관계 없이 자국 영토를 통해 또는 자국 국민에 의해 또는 자국 국적 선박이나 항공기, 수송관, 철도 및 차량을 사용하여 모든 운송수단(철도차량, 일반차량, 항공기, 선박)의 북한에 대한 직간접적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한다”고 규정한다. 즉 안보리의 사전 승인 없이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신규 선박이나 중고 선박을 공급·판매·이전하는 행위는 ‘대북제재 위반’이다. 설사 제3국을 거쳐 이전됐다고 해도 애초 거래 과정에서 ‘북한과의 연계성’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하면, ‘간접 판매·이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제유 허용량의 9배 밀수해 ‘제재’ 버티는 북한
 
레오 번은 6월 1일, AMTI 기고를 통해 국내 해운업체 소유 선박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넘어간 과정을 간략하게 밝혔다. 출처=AMTI 홈페이지
  2016년부터 국제사회는 핵·미사일 개발로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돈줄’을 차단하기 위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북제재 공조 체계를 구축했다. 2016~2017년,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김정은이 핵·미사일 개발과 독재 체제 유지에 쓰는 자금의 유입을 차단하는 대북제재 결의안(2270호, 2321호, 2371호, 2375호, 2397호)을 잇달아 내놨다.
 
  그중 2397호는 북한 해상 차단과 함께 유류 수입의 제한 강화를 골자로 한다. 사실 그 직전 안보리는 북한의 ‘6차 핵 실험’(2017년 9월 3일) 이후 결의한 대북제재 2375호를 통해 북한의 연간 원유 수입량은 400만 배럴, 정제유의 경우에는 200만 배럴로 제한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5호를 쏘는 도발을 감행하자 2397호를 통해 북한의 유류 공급선을 더욱 옥죄는 조처를 했다.
 
  북한의 연간 정제유 수입 한도를 기존 200만 배럴에서 50만 배럴로 낮추고, 북한에 유류를 수출하는 회원국은 매달 안보리에 관련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북한 해상 활동 차단,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불법 환적, 북한에 대한 신규·중고 선박 공급·판매·이전을 ‘금지’했다. 특히 국제사회가 북한의 정제유 수입량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북한 구조 특성상 정유는 민간 분야보다 군수용으로 쓰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금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 이는 북한과 중국 등 일부 국가 사이의 ‘밀수’ 때문이다. 지난 3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남포항을 비롯한 북한 항구를 드나든 유조선은 총 121척(중복 포함)이다. 이는 식별 가능한 선박 입출항만 놓고 봤을 때 그렇다.
 
  이들의 운송 내역은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조차 되지 않았다. 해당 유조선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이를 통해 북한에 공급된 정제유는 안보리 대북제재 상한인 50만 배럴의 최소 3배에서 최대 9배에 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남포항을 비롯한 북한 항구에 드나든 유조선들이 선체 용량의 33%만 채웠을 경우에는 최소 150만 배럴(3배), 50%만 채웠을 경우에는 250만 배럴(5배), 90% 이상 채웠을 경우에는 450만 배럴(9배)에 달하는 유류를 공급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결국 대북제재가 시행 중인데도 공공연하게 북한 항구를 드나들며 유류를 공급한 업체·국가 탓에 북한 독재정권을 제대로 압박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對北제재는 선박의 직간접적 對北 이전 금지”
 
  대북제재 국면에서 북한 독재정권을 지탱하는 주요 축은 바로 ‘북한 유조선’이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 보고서는 북한 보유 유조선을 최소 28척으로 추정한다. 이 중 3척은 앞서 레오 번이 지적한 것처럼 2019년에 신규 인수한 것이다. 이 가운데 2척은 기존에 국내 업체가 소유했던 선박들이다.
 
  이와 관련해 레오 번은 지난 6월 1일, AMTI에 ‘북한은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새로운 유조선을 손에 넣고 있다’는 제목의 글을 기고했다. 해당 글에서 레오 번은 북한이 중국을 통해 새로운 선박을 구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2019년 국내 해운업체 소유 선박이 중국을 거쳐 북한으로 넘어간 과정을 간략하게 기술했다. 다음은 그의 글을 축약·정리한 것이다.
 
  〈유엔 결의안과 세계적인 전염병 대유행조차 지난해 북한이 유조선을 새로 인수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북한은 석유(원유, 정제유) 밀수선단에 새로운 선박들을 추가했다. 이는 2017년에 통과된 유엔의 대북제재(2397호)에도 북한이 석유 밀수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이 세 척 중 두 척은 이전에 남한 기업들이 소유했던 것이다. (중략)
 
  ‘신평 5호’는 북한 평양 소재 명류무역 소유 선박이다. 명류무역은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관리국(OFAC)과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이 석유 밀수 활동을 했다고 지목한 ‘명류 1호’의 선주인 점을 감안하면, ‘신평 5호’를 어떻게 운영할지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국제 해상 추적 플랫폼 ‘북극성’에 따르면 ‘신평5호’의 마지막 신호(기자 주-선박자동식별장치)는 2019년 7월 27일에 전송됐다. 당시 ‘우정호’라고 불린 이 배는 한국에서 북동쪽 해안의 중국 왕자만(중국 산둥성 룽청시)까지 항해했다. 대다수 북한 유조선들은 불법성 문제는 물론 안전상 문제에도 산발적으로 선박 위치를 발송한다. 새 선주가 인수한 후 해당 선박 위치가 발송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이는 북한이 선박을 인수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확인증’과 같다. 북한에 인수되기 전 ‘신평 5호’의 선주는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 기업 ‘Y글로벌’이었다.
 
  2019년 11월, 북한의 유조선 선단에 공식적으로 합류한 ‘광천 2호’는 그 전에 이미 10차례에 걸쳐 북한 남포항에 석유를 인도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관련 당사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중개인들은 ‘기밀’을 이유로 유조선 판매 과정에 대해 말을 아꼈지만, 두 유조선은 모두 한국의 중개인을 통해 중국에 있는 개인이나 회사를 거쳐 북한으로 갔다고 밝혔다. 한국 중개인들의 결의안 위반 여부는 그들이 중국 구매자를 대상으로 어떤 실사(實査)를 했는가에 달렸다. (중략)
 
  상기 내용은 북한이 유엔 결의안을 어기고 새로운 선박을 인수할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을 보여준다. 북한은 ‘합법’을 가장해 ‘대북제재 회피자’들로부터 새 선박을 조달했다. 북한의 최근 선박 인수 과정의 ‘공통분모’는 ‘중국 중개인’의 활동이다. 이는 유엔의 대북제재 시행에 악재일 가능성이 크다. (중략) 만일 북한이 큰 어려움 없이 2019년에 새 유조선을 구할 수 있었다면, 2020년에 ‘남쪽 이웃’으로부터 유조선을 신규 인수할 수 있었다면 2021년에는 더욱 쉬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보고서 내용과 관련해 레오 번은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는 선박을 비롯한 물자를 직간접적으로 북한에 유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이를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한국 중개인의 주의의무 소홀 여부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 한국 중개인의 위반 여부는 한국 정부가 사안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북한 ‘신평 5호’와 ‘광천 2호’의 前 선주는 부산 소재 업체
 
북한은 ‘국적 세탁’을 위해 ‘편의치적국’에 선적을 등록한다. 2019년 미국에서 몰수한 ‘와이즈 어네스트호’ 역시 시에라리온 국적으로 위장한 북한 선박이다. 사진=뉴시스
  문제의 선박인 ‘신평 5호’는 현재 북한 평양시 낙랑구역 충성3동 소재 명류무역 소유 선박이다. 길이는 89m, 너비는 13m, 총 톤수는 1579톤이다. 신평 5호가 용적의 90%를 채울 경우 1043톤이 된다. 경유 1톤이 7.5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신평 5호의 최대 운송 물량은 경유 기준 7822배럴이라고 할 수 있다. 신평 5호가 연간 64회 운항해 정제유를 싣고 온다면, 북한에 허용된 1년 치 정제유 수입 한도를 모두 채우게 되는 셈이다.
 
  신평 5호는 원래 부산시 동구 소재 해운업체 ‘Y글로벌’ 소유 석유 제품 운반선이었다. 당시 선명은 ‘우정호’였다. 우정호는 1992년 6월 일본 에히메현 이마바리시 소재 하카다조선소에서 건조됐다. 해당 선박이 국내로 들어온 때는 2000년 3월 28일이다. 당시 선명은 ‘우복호’였다. 이 배를 인수한 선주는 서울시 영등포구 소재 ‘W 해운’이다. 2010년 5월, 부산시 영도구 소재 ‘K 마린’으로 소유권이 넘어가면서 우정호가 됐다. 이 배는 2012년 4월, Y글로벌에 소유권이 이전됐다.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부산항을 선적항으로 했던 우정호는 부산·제주·인천·울산·평택·여수 등 국내 항로를 오가던 선박이었다.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총 운항 횟수는 50회다.
 
  국내 기록에서 마지막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우정호의 행적에 따르면 이 배는 2019년 6월 8일 평택항에서 출항해 제주항으로 갔다. 6월 11일에는 제주항에서 나와 부산항에 입항했다. 이후 한동안 입출항 기록 자체가 없다가 7월 22일 부산항에서 출항했다. 승무원 7명은 모두 외국인이었다. 선명은 ‘이안(YI AN)호’로 바뀌었다. 선박 국적은 서아프리카의 시에라리온, 선적항은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으로 변경됐다. 참고로 시에라리온은 북한이 선박의 국적 세탁을 위해 자국이 아닌 제3국에 등록하는 ‘편의치적(便宜置籍)’ 방식을 악용할 때 즐겨 찾는 국가다. 2019년 5월, 미국이 압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네스트호’의 선적(船籍) 역시 시에라리온이었다.
 
  편의치적이란, 선주가 소유 선박을 자국에 등록하지 않고 제3국에 치적하는 것을 말한다. 선박 관련 임금 문제, 승무원 복지 관련 규제, 까다로운 안전 기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선적을 편의치적국으로 바꾼다. 편의치적국에서는 기본 서류와 요건만 갖추면 선박 소유자의 의사에 따라 자국 선적으로 인정하고, 그 대가로 세금을 징수한다. 대표적인 편의치적국은 파나마, 라이베리아, 싱가포르, 온두라스 등이 있다. 한마디로 ‘조세회피처’와 비슷한 개념인 셈이다.
 
  이런 정의를 감안했을 때 편의치적을 이용한 북한 선박의 ‘국적 세탁’은 여타의 경우와 그 성격이 다르다. 일반 상선들의 ‘규제 회피’ 목적과 달리 북한은 자신들의 불법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수단으로 ‘편의치적’을 악용한다. 이처럼 국적을 세탁한 편의치적 선박을 통해 북한은 그간 대량살상무기, 마약 등을 유통·확산시키다가 적발됐다.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대북제재 이후에는 해상 불법 환적에 ‘국적 세탁’ 선박을 이용하고 있다.
 
 
  中 업체 인수 후 종적 감춘 ‘우정호’ ‘에이와마루 1호’
 
2019년 7월 25일 중국 시다오항에 입항한 이후 ‘우정호’의 위치 신호 전송은 끊긴 상태다. 출처=마린트래픽 홈페이지
  2019년 7월 우정호의 부산항 출항 당시 기록된 다음 입항 예정지는 중국 산둥성(山東省) 룽청시(榮成市) 시다오항(石島港)이었다. ‘선박원부’에 따르면 2019년 9월 10일, 우정호는 등록 말소 처리됐다. 이유는 ‘수출’이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해당 선박의 인수자는 ‘스타오션’이란 중국 업체다.
 
  2019년 7월 25일 중국 시다오항에 입항한 이후 우정호 또는 이안호는 국내 항구에 입항한 내역이 없다. 국제 선박 추적 플랫폼에도 해당 선박의 다른 항적이 기록돼 있지 않았다. 이는 해당 선박이 중국에 넘어간 이후 항로와 운송 내역 등을 숨기려는 목적에 따라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고 다녔다는 점을 방증한다.
 
  AIS는 망망대해에서 각 선박의 위치를 알려 충돌사고 등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한 신호 발신 장치다. 이를 끄고 다니는 건 해상 불법 활동을 은폐하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대다수 선박은 안전상 문제에도 AIS를 켜지 않고 운항한다.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하면 중국 업체의 해당 선박 인수 목적이 애초부터 ‘대북 이전’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를 두고 레오 번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선박을 인수했다는 점을 증명하는 ‘확인증’과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다가 2020년 10월 1일, 중국으로 넘어갔던 해당 선박의 국적이 북한으로 바뀌었고, 같은 달 15일에는 북한 명류무역이 해당 선박의 선주로 등록됐다.
 
에이와마루 1호(위)와 우정호의 ‘매각’ 당시 국내 항구 출항 내역이다. 출처=해양수산부
  역시 문제의 선박인 ‘광천 2호’는 1990년 1월 일본 하카다조선소에서 건조됐다. 선박 길이는 64m, 너비는 10m, 총 톤수는 498톤이다. 국내 도입 시기는 2008년 3월이다. 선적항은 제주항, 당시 선주는 부산시 동구 초량동 소재 ‘K 해운’이다. 도입 당시 선명은 ‘에이와마루 NO 1호’였고, 2017년 2월에 ‘에이와마루 1호’로 변경됐다. 2017년 해당 선박의 입출항 내역에 따르면, 이 배는 주로 한·중·일을 오가며 석유 제품을 운송하는 작업을 했다. 당해 출항 횟수는 총 41회였다. 한 달에 3.4회 운항한 셈이다.
 
  이와 달리 2018년에는 ▲1월 1회 ▲2월 2회 ▲3월 2회 등 운항 횟수가 급감한다.
 
  사실상 마지막 운항은 2018년 3월 18일에 있었다. 그날 오전 11시10분, 여천항에서 출항한 에이와마루 1호는 같은 날 오후 7시에 부산항에 들어갔다. 당시 승무원은 한국인 3명, 외국인 7명 등 총 10명이었다. 이후 한참 동안 부산항에 머물던 해당 선박은 그해 4월 20일 선박 국적을 남태평양의 ‘팔라우’로 바꾸고, ‘수출’ 명목으로 출항했다.
 
  해양수산부 자료에 따르면 해당 선박의 인수자는 중국 업체 ‘혜성선박’이었다. 목적지는 앞서 언급한 우정호와 같은 중국 산둥성 룽청시 소재 시다오항이었다. 2018년 11월, 해당 선박 국적은 ‘시에라리온’, 선명은 ‘센린(Sen Lin) 01’로 변경됐다. 이 기간, 국제 선박 추적 플랫폼을 통해 센린 01호가 각국 항구에 입출항한 내역을 살피려 했지만, 중국 업체 인수 후 이동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센린 01호는 10차례에 걸쳐 북한 남포항에 석유를 인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019년 10월, 센린 01호의 국적은 ‘북한’, 선주는 평양 만경대 구역 광복동 소재 ‘광천해운’, 선명은 ‘광천 2호’로 바뀌었다. 이후 해당 선박의 위치 신호는 2019년 11월 25일 중국 시다오항에서 마지막으로 발송된 후 자취를 감췄다. 고의로 AIS를 끄고 운항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후 2020년 1월 10일 광천 2호가 남포항에 입항했다는 기록을 유엔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의 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재발방지책 마련하고 규제해야”
 
지난해에 남포항에 입항한 유조선만 최소 121척이다. 모두 불법 환적 유류를 운반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은 최근 증설된 남포항의 유류 저장 시설이다. 사진=구글 지도
  지금까지 살핀 것처럼 국내 해운업체의 중고 선박이 중국 등 해외 업체 또는 중개상을 거쳐 북한으로 넘어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북핵의 가장 큰 피해자인 우리 선박들이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에 악용되고 있다는 점은 안보적으로 문제일 수밖에 없지만, 중요한 것은 국내 해운업체들의 ‘고의성’ 여부를 판별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소유권 상실 이후 선박 이전 과정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대북 이전 가능성’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를 따져야 한다. 이걸 과연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구체적인 ‘신평 5호’ ‘광천 2호’의 대북 이전 과정에 대해 레오 번에게 문의했다. 다음은 6월 7~9일, 레오 번과 나눈 서면 인터뷰 내용이다.
 
  — 북한의 ‘신평 5호’는 과거 부산 소재 ‘Y글로벌’이 소유했던 ‘우정호’입니다. 해당 선박이 중국으로 넘어갈 때 개입한 중개인이 누구입니까.
 
  “앞으로 이런 유형의 선박 이전을 둘러싼 중개상들의 네트워크를 조사할 계획이라서, 너무 많은 추가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 Y글로벌이 소유했던 우정호는 2019년 매매 후 그 소유권이 중국의 스타오션에 넘어갔습니다. 그렇다면 이 업체가 북한에 배를 넘긴 것입니까.
 
  “선박과 관련해서 스타오션이라는 이름을 본 적이 없어서 언급하기 어렵습니다. 이 정보는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기자 주-해양수산부 선박 정보)”
 

  — ‘광천 2호’는 과거 부산 소재 ‘K 해운’ 소유의 에이와마루 1호입니다. 이 회사의 매출은 6000만 달러, 당기 순이익은 1000만 달러에 달합니다. 과연 이들이 어떤 경제적 이득을 바라고 북한에 배를 넘겼을까요? 아니면, 이를 ‘묵인’했을까요?
 
  “한국 기업들이 경제적 이익을 위해 북한에 유조선을 판매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유엔 대북제재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습니다. 유엔 대북제재는 ‘직간접 이전’을 모두 금지합니다. 유엔 회원국은 현지 법률에 이 내용을 반영해야 하고, 각 개인과 업체는 이를 준수해야 합니다.”
 
  — K해운은 에이와마루 1호를 2018년 4월, 중국 ‘혜성선박’에 팔았습니다. 이 배가 북한으로 2019년에 이전됐다면, 혜성선박이 넘긴 것인가요.
 
  “그 업체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만, ‘광천 2호’는 북한으로 넘어오기 전 남포에 여러 차례 석유를 직접 전달했습니다. 제재 대상인 물품을 북한에 전달하는 데 직접 관여했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대북제재 위반 기업에 선박 또는 상품이나 자산을 팔지 않도록 업체, 중개상들이 신경을 써야 합니다. 다른 유엔 회원국 역시 잠재적인 대북제재 위반 가능성에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 ‘Y글로벌’과 ‘K 해운’ 입장에서는 설사 대북제재 위반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모른 채 중국 회사에 배를 팔았다고 하면 되는 일 아닙니까.
 
  “네, 저는 그들이 그렇게 말할 수 있고 또 그렇게 말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나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문구를 다시 상기시키고 싶습니다. 바꿔 말하면,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유엔 결의를 이행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국은 북한의 동맹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새로운 유조선을 입수하는 걸 원치 않는다면, 이를 규제해야 합니다. 그걸 한국이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한국 기업과 개인이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확실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북한이 얼마 전까지 한국에 등록됐던 두 대의 새로운 유조선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한국 업체나 중개상이 어떤 조처를 했는지에 따라 문구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이것이 유엔 결의 위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한국 정부가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리를 한다고 해도 차후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규제안을 내놔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대북제재의 구멍’이라는 비판을 들을 텐데요.
 
  “해운업체나 중개상들이 자국 선박의 대북 이전 위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면, 몇 가지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그런 변화가 없다면, 한국 정부를 비판하는 게 옳을 것입니다.”
 
 
  “북한으로 배 넘어갈지 전혀 몰랐다”
 
  한편, 한국 선박들이 중국 업체 또는 중개상을 거쳐 북한으로 넘어갔고, 독재정권의 대북제재 위반 활동에 악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의장국인 노르웨이는 6월 3일(현지 시각) 외무부 대변인을 통해 “이러한 주장(한국과 중국 업체 및 중개상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들이 위원회의 주의를 끌면, 조사하고 나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는 보고서 내용의 사실관계와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국제사회와의 긴밀한 공조 아래 안보리와 충분히 논의하고 있다. 보도 내용과 관련해선 사실관계와 동향을 확인하고 있다(6월 3일, 뉴시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월간조선》 취재 결과, 문제 선박들의 전 선주였던 업체들에 대한 당국의 조사는 해당 보고서와 관련 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 소관부처인 해양수산부는 물론 국방부 등 다수의 기관에서 해당 사안에 대해 이미 조사를 마쳤다는 ‘제보’도 받았다. 그런데 왜 문재인 정부는 마치 뒤늦게 해당 사실을 파악한 것처럼 대응했을까. 관련 업체들에 이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반론을 듣고자 전화를 걸었다. 다음은 우정호 선주였던 Y글로벌 관계자와의 문답이다.
 
  — 우정호와 관련해서 당국의 조사를 이미 받은 것 아닙니까.
 
  “다 끝났습니다.”
 
  — 외국에서 보고서 나오기 전에 이미 그 조사는 끝난 거죠?
 
  “예, 그렇습니다.”
 
  — 그런데 정부에서는 외국 보고서가 나오고, 국내에 보도되자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거든요.
 
  “정부에서 사실관계를 밝힌다는 게 아니고…. 기사가 좀 이상하게 났더라고요.”
 
  — 해당 선박을 중국 업체에 매매한 거잖아요?
 
  “맞습니다.”
 
  — 그 업체가 스타오션이죠?
 
  “업체명은 제가 기억이 잘 안 나는데요.”
 
  — 그 중국 업체와 거래할 때 ‘북한과의 연계성’을 의심하지는 못했습니까.
 
  “그렇죠. 우리가 바로 하는 게 아니고 중간에 중개인이 따로 있거든요. 제가 그때 듣기로는 한국 중개인이 있고, 중국 중개인이 있었던 걸로….”
 
  — 이미 그 전에 국내 다른 업체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이 제기된 바 있고, 행정 당국에서 ‘제재 위반’ 조심하라고 공문도 수차례 보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중국 업체와 거래할 때 그런 우려는 안 했습니까.
 
  “우리가 배를 여러 척 팔았는데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 2019년에 선박 여러 척을 처분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 이유가 뭡니까.
 
  “배를 판 목적은 한국 정유사 규정에 따라 선령이 25년 이상 되면 사고 위험성 때문에 잘 안 받아주거든요. 그때 우리가 25년 이상 된 배들을 다 매각했습니다.”
 
  — 배는 그런 목적으로 판 것이고, 북한으로 배가 넘어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까.
 
  “전혀 몰랐죠.”
 
  — 당국에서 무슨 조치를 받았습니까.
 
  “지금까지는 무혐의입니다.”
 
 
  “소유권 이전 뒤 일까지는 알 수 없어”
 
2020년 12월 24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북한 선박 ‘광천 2호’를 ‘안보리 결의 위반 의심 선박’이라고 선주들에게 안내한 바 있다. 출처=부산지방해양수산청
  현재 북한 광천해운 소속 광천 2호의 과거 선주였던 ‘K 해운’ 관계자 역시 자사 선박의 대북 이전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러면서 매도 이후 매수자의 선박 처분 과정을 어떻게 알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다음은 그와의 문답이다.
 
  — 6월 2일, 북한의 정제유 밀수에 이용되는 ‘광천 2호’가 예전에 한국 업체 소유였다는 외국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그 ‘광천 2호’가 예전 ‘K 해운’의 ‘에이와마루 1호’잖습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 이와 관련한 보도가 나오기 전에 이미 당국의 조사를 받았던 것 아닙니까.
 
  “국방부에서 지난달에 연락 오고, 외교부에서도 오고…. 우리는 그걸 북한이 아니라 홍콩에 팔았습니다.”
 
  — 홍콩에 있는 ‘혜성선박’요?
 
  “그건 모르죠. 배를 인수한 사람이 중국에 팔았든, 북한에 팔았든, 이미 수출면장을 끊고 나서 등기 소멸이 되면 우리가 그 뒤에 어떻게 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는 사항이거든요.”
 
  — 유엔 대북제재에 ‘선박의 직간접 제공’이란 조항이 있어서 선박 매매 과정에서 차후 북한에 이전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경우 ‘제재 위반’이라고 하는데요.
 
  “그 위험성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겠습니까. 선박 매매는 매도자, 매수자가 직접 하는 게 아닙니다. 중개인이 다 있습니다. 우리 매도자 중개인을 통해서 시장에 내놨습니다. 그럼 매수자 쪽 중개인하고 또 연결이 됩니다. 우리는 한국에 있는 우리 쪽 중개인을 통해서 얘기하는 거지, 매수자가 누구이고, 이걸 산 다음에 어디로 파는지 전혀 모르죠. 홍콩에 배를 팔았으니까, 홍콩하고 중국에 따져야지 우리한테 그걸 묻는 게 좀 우스운 것 같아요.”
 
  — K해운 재무 상황(‘에이와마루 1호’ 매각 직전인 2017년의 경우 매출 625억원, 당기순이익 102억원)을 보면 객관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북한에 배가 넘어갈 걸 알면서도 배를 팔았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러니까요. 그렇게 해도 우리는 도움 되는 거 하나도 없어요. 그 배가 우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했고, 배가 오래돼서 고철값보다 조금 더 받고 매각했는데요.”
 
  — 차후 선박 매매 과정에서 중국 쪽 중개상과 거래할 때 유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부분은 홍보해야죠. 외교부에서 꼭 홍콩이나 중국이 아니라고 해도 선박 매매 과정에서 ‘이 배는 절대 북한에 팔지 않겠습니다’란 문구를 매매계약서에 넣는 걸 고려해달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우리는 좋지만, 그걸 사는 쪽에서 받아들일 수 있을지…. 그래서 ‘이제부터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구를 확정해서 선주협회를 통해 홍보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겠느냐’라고 제안했습니다.”
 
 
  차고 넘치는 ‘선령 25년 이상’ 국내 유조선
 
현재 폐선 또는 매각 예정인 국내 노후 선박 역시 후일 북한 손에 넘어가 김정은 독재정권의 대북제재 회피에 악용될 수 있다. 사진=뉴시스
  종합하면, 국내 업체의 ‘에이와마루 1호’, 당시 ‘우정호’ 매각 당시 선박 인수자는 표면적으로는 중국 소재 업체들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업체들은 중개상을 통해 거래했기 때문에 ‘북한과의 연관성’은 물론 인수자의 선박 활용 목적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고의성은 없었고, 결과적으로 북한에 선박이 넘어갔지만, 이는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할 수 있는 증거·정황은 지금껏 나오지 않았다. 선박 매매 목적에서도 위법 의도를 찾기 어렵다.
 
  다만, ‘에이와마루 1호’와 ‘우정호’가 중국 업체 소유가 되면서 그 선적이 각각 팔라우와 시에라리온 등 ‘편의치적국’으로 바뀐 점, 선명과 선적 변경 이후 AIS를 끄고 다닌 점, ‘에이와마루 1호’ 경우에는 서류상 북한에 소유권이 넘어가기 전에 이미 ‘센린 01호’란 이름을 달고 북한 남포항을 들락거리며 불법 환적 유류를 운송한 점 등을 감안했을 때 중국 업체의 국내 업체 선박 매수 목적과 관련해서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애초부터 ‘불법 유류 운송’ 또는 ‘대북 선박 이전’을 염두에 두고, 거래한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문제는 해당 사례와 같은 대북 선박 이전을 막지 않는다면, 앞으로 국내 선박이 북한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3월 현재 국내에 등록된 유조선은 총 784척이다. 이 중 통상 노후 선박으로 분류되는 ‘선령 25년 이상’인 경우는 ▲25년 이상~30년 미만 141척(39만5129톤) ▲30년 이상~35년 미만 43척(9626톤) ▲35년 이상 165척(10만5728톤)이다. 경제적 여건상 신조선(新造船)을 구매할 수 없는 북한이 중국 등 외국 업체나 중개상을 통해 국내 업체가 국제시장에 내놓은 노후·중고 유조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지 않으면, 이 선박들 역시 후일 북한의 대북제재 회피에 악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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