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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부부 섹스리스 피해자 모임 참석기

출산율 낮추는 섹스리스

글 : 하주희  월간조선 기자  everhop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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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년간 총 10회 미만 혹은 한 달에 1회 미만 性관계 없었다면 섹스리스 부부
⊙ 출산율 낮추고, 외도로 이어질 수 있는 섹스리스 문제
⊙ 10년간 부부 성교 네 차례, 심각한 젊은 섹스리스 부부들의 사례
⊙ 3040 남성들의 발기부전, 성선기능저하증이나 이른 남성갱년기 의심해야
섹스리스 문제는 출산율 저하로도 이어진다. 사진=조선DB
  하나의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섹스리스라는 유령이. 미리 경고하자면 이 기사를 읽다 보면 다소 선정적인 표현을 만날 수 있다.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은 일화도 담겨 있을 수 있다. 일부의 경우일 테지만, 한국의 젊은 부부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되도록 윤색하지 않고 그대로 담고 싶었다.
 
 
  ‘리스피해자 모임’
 
  기자는 지난 1월 우연히 어느 모임의 존재를 알게 됐다. 일명 ‘리스피해자 모임’. 30~40대 여성들로 이뤄진 모임이었다. 여기서 ‘리스’는 ‘섹스리스(Sexless)’를 뜻한다. 쉽게 말하면 부부 사이에 성관계가 없다는 뜻이다. 기자라는 걸 조심스럽게 밝히고 이들의 모임에 동석했다. 이제부터 등장하는 이들의 이름은 모두 기자가 임의로 붙인 가명이다.
 

  이들이 모이게 된 건 인터넷 카페에 올려져 있는 한 게시글 때문이었다. 여성들이 주로 가입하는 카페였다. 서울에 사는 30대 중반의 직장인 이정희씨가 썼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연애한 지 1년, 결혼한 지 5년이 됐다. 6년을 통틀어 잠자리는 총 3번 했다. 이 결혼생활을 계속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남편과 함께 비뇨기과에 가봤는데 남성호르몬이 부족하다더라. 치료를 해도 별 차도가 없다. 잠자리 문제 말고는 특별한 문제는 없다. 남편은 성실한 성격이고 술·담배도 안 한다. 그래서 결혼생활을 이어가야 하는지, 그만 헤어져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
 
 
  한 달에 1회 이하 성관계, 섹스리스
 
  게시글의 반응은 뜨거웠다. 조회 수는 금방 수만 회에 달했고, 수백 개의 댓글이 달렸다. 드러내놓고 거론하진 않지만, 섹스리스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었다. 섹스리스는 공식적인 병명이 아닌 일종의 증후군(syndrome)이다. 대다수의 관련 전문가는 부부 사이에서 최근 1년간 성(性)관계가 한 달에 1회 이하일 경우 섹스리스로 판단한다.
 
  섹스리스 부부는 얼마나 될까. 최신 데이터는 아니지만 5년 전 통계가 있다. 2016년에 강동우 성의학연구소가 1090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성생활 관련 설문조사를 해보니, 기혼자 743명 가운데 36.1%는 성관계가 ‘월 1회’이거나 ‘없다’고 응답했다. 부부 10커플 중 3~4 커플이 해당된단 얘기다.
 
  결혼 기간별로 보면 11~20년 차 부부는 30.7%, 21~30년 차는 37.2%, 31년 차 이상은 53.9% 등으로 점차 섹스리스 비율이 올라갔다.
 
  당시 강동우 박사는 조사 결과를 설명하며 “해외 논문에 발표된 세계 섹스리스 부부 비율은 20% 수준으로, 이와 비교해 한국은 매우 높아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섹스리스 비율은 2014년 기준으로 44.6%다. 일본 얘기는 뒤에 하겠다.
 
  인터넷 카페에 올려진 이정희씨의 글을 읽고 이씨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그중 한명이 김지인씨였다. 이씨와 동갑이고 부산에 살고 있는 여성이다. 비슷한 처지라며 이씨와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전화로 대화를 시작한 이 둘은 금방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됐다. 가족은 물론 친구들에게도 쉽게 털어놓기 힘든 처지를 누구보다 잘 알아주는 사람을 만난 거다. 김씨는 이씨보다는 조금 낫다고 해야 하나,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있었다. 결혼한 지 10년 차이고, 여덟 살 딸아이가 한명 있다.
 
  이 부부도 문제는 잠자리였다. 김씨가 남편과 잠자리를 한 건 1년 남짓 연애기간과 10년 결혼생활을 통틀어 횟수로 10여 회 남짓. 그나마도 아이를 낳기 전에 집중되어 있었다. 김씨의 경우도 잠자리 외에는 부부 사이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남편은 탄탄한 기업에 다니고 있고, 자기 관리도 철저하다. 운동을 열심히 해 미혼 때와 다를 게 없는 준수한 외모를 유지한다. 김씨 부부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선남선녀 커플’이라 하기도 했다. 김씨가 이 결혼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섹스리스가 되는 원인은 뭘까. ‘리스피해자 모임’의 사연을 들으며 기자는 섹스리스의 양상을 본래적인 것과 후발적인 것으로 나눠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뭔가 지나치게 그럴듯한 단어인데 이런 얘기다.
 
  본래적, 즉 원래부터 섹스리스였단 얘기다. 이씨와 김씨 두 부부의 경우가 해당된다. 두 커플 모두 결혼 전부터 잠자리 횟수가 극히 적었다. 신체적인 이유에서였다. 이씨의 남편은 사정은 물론 발기도 잘 되지 않았다. 몇 번 성관계를 시도한 끝에 포기한 경우다. 성선기능저하증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기자가 임의로 진단한 게 아니라 본인들이 비뇨기과를 방문해 진단받은 결과다.
 
  성선기능저하증은 고환의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남성호르몬과 정자가 잘 생산되지 않는다. 많은 질환이 그렇듯 원인은 여러 가지다. 음주, 흡연, 스트레스, 그리고 노화. 나이가 들면서 테스토스테론 등 남성호르몬이 적게 분비되면서 남성갱년기가 찾아온다. 그렇다면 이씨의 남편 같은 경우는 남성갱년기가 빨리 찾아온 걸까. 문두건 고대구로병원 비뇨기과 교수에게 묻자 한마디로 일축했다.
 
  “젊은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니 남성호르몬이 떨어지는 겁니다. 고3 수험생을 데려다가 설문조사를 해보면 남성갱년기 증상이 나타나요. 남성갱년기인지 엄밀히 진단하려면 남성호르몬 수치를 연속 2회 측정해보고 일정 기준에 맞아야 남성갱년기입니다. 스트레스받으면 일시적으로 낮아질 수 있어요.”
 
 
  10년간 잠자리 네 차례
 
  김씨의 남편 역시 30대다. 김씨의 남편도 발기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특정 종류의 야한 동영상을 보면서는 일시적으로 발기가 가능했다. 백인 여성이 등장하는 동영상이었다. 김씨는 이런 남편의 취향을 이해하고 동참하려 했다. 복도, 화장실 등 일반적이지 않은 장소에서 성관계를 시도해보자는 남편의 요구에도 응했다. 그렇게 아이도 임신했다. 그러나 취향 이전에 일단 남편의 성욕 자체가 낮았다.
 
  남편 쪽에서 먼저 잠자리를 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내가 요구할 때만 마지못해 동영상을 보며 노력해보는 식이었다. 한번은 김씨가 울면서 ‘이렇게 사는 게 무슨 부부냐’라고 하자, 비아그라를 처방받아 왔다고 한다. 비아그라를 복용하고도 관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일을 겪고 김씨는 남편과의 잠자리를 포기했다. 솔직히 혼외정사의 유혹도 여러 번 느꼈다고 김씨는 고백했다. 딸아이를 보며 간신히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모임의 또 다른 회원인 박수연씨는 40대 중반이다. 30대 중반에 결혼해 결혼생활 10년 차다. 박씨 역시 남편과의 잠자리 횟수가 ‘레전드급’이다. 10년간 남편과의 잠자리는 네 차례. 그것도 박씨가 먼저 요구해 가능했다고 한다. 아이를 갖고 싶어서였다. 아이는 생기지 않았고 박씨는 부부관계를 포기해버렸다. 일반적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결혼생활을 해온 덕에 박씨는 단숨에 이 모임의 좌장 격으로 자리 잡았다.
 
  이 부부의 경우 신체적이기보단 정신적인 이유로 섹스리스가 된 경우다. 결혼 직후 싸움이 잦았다. 생각보다 가치관 차이가 컸다. 청소 문제 같은 사소한 문제부터, 서로의 가족을 대하는 태도까지 사사건건 부딪혔다. 그야말로 전쟁 같은 신혼 시기였다.
 
  여기에다, 아내와 남편 모두 전문직에 종사하는데 업무 강도가 센 편이었다. 결혼 얼마 후 쯤엔 아내의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 생활을 해야 했다. 1~2주에 한 번씩 만나는데 점점 사이가 데면데면해지기 시작했다. 주말부부 생활을 끝낸 후에도 부부 사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둘 다 신혼 시기에 입은 상처가 컸다.
 
 
  외도로 이어지는 섹스리스
 
  박씨 부부는 당연한 듯 각방 생활 중이다. 아이까지 포기한 지금은 거의 ‘하우스 메이트’ 수준으로 지내고 있다. 비어버린 남편의 자리를 채우는 건 반려견과 친구들이다. 박씨는 여가 시간엔 거의 강아지와 시간을 보낸다. 국내 여행도 가까운 거리는 남편 대신 강아지와 함께할 정도다.
 
  박씨 부부가 사는 모습은 ‘딩크족’ 그 자체다. 딩크(Dink·Dual Income No Kids)족은 말 그대로 아이 없는 맞벌이 부부를 뜻한다. 개까지 기르니 딩크에서 더 나아가 ‘딩펫족’(Dinpet)에 해당한다. 딩펫족은 딩크족(Dink)과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의 합성어다. 아이 없이 반려동물을 기르며 사는 맞벌이 부부를 뜻한다.
 
  부부가 섹스리스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였으니 괜찮은 게 아니냐고 할 수 있다. 그게 그렇지가 않아서 문제였다. 리스 모임에 참석한 박씨는 깊은 우울감을 토로했다. 일과 강아지에 에너지를 쏟으며 세월을 보냈는데, 이제 와서는 일종의 분노가 마음 깊은 곳에 쌓여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부부 관계를 유지하게 하는 요소로 관련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꼽는다. 친밀감, 헌신, 열정이다. 친밀감은 때론 맥주 한잔씩 마시며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나눌 수 있는 친구 같은 감정을 뜻한다. 헌신은 결혼하며 서로에게 한 약속을 지키는 걸 뜻한다. 현실적으로는 ‘자식’에 대한 의무감을 존중하며 사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열정은 바로 남녀 사이(동성애자의 경우엔 동성 사이)에 느끼는 감정이다. 세 가지 중 적어도 두 가지라도 존재해야 화목한 결혼 생활이 되지 않을까.
 
  박씨 가정엔 세 가지가 모두 없어 보였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아파트 대출금을 함께 갚아나가는 ‘경제공동체’ 정도로 보였다.
 
  이들의 말을 들으며 안타까운 대목이 있었다. 바로 배우자들의 반응이다. 성선기능저하증을 진단받은 이씨 남편의 경우, 진단만 받았을 뿐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았다. ‘나아지고 있다’는 말만 거듭했다. 김씨의 남편은 특이하게도 자신의 발기부전을 두고 아내 탓을 했다. ‘네가 매력이 없다’ ‘네가 집을 지저분하게 관리해서 그렇다’는 식이었다.
 
  기자가 모임에 참석해 회원들을 본 바로는, 하나같이 결코 매력이 아주 떨어진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이름만 들어도 아는 직장을 다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의 이윤수 원장에게 치료법을 물었다. 이 원장의 말이다.
 
  “30대이고, 성선기능 저하가 일시적으로 오는 상황이라면 운동으로도 해결 가능합니다. 상황에 따라 호르몬제 보충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먹는 제제, 바르는 제제, 패치 스타일, 주사 등 다양한 제제가 있어요. 남성들은 주로 주사 제제를 사용합니다. 20대나 30대같이 젊은 사람들은 약을 오래 처방하진 않습니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지요.”
 
  의료진은 입을 모아 일단 늦기 전에 병원에 가서 적극적인 상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게 부부간 갈등 문제인지, 성기관에 관련한 문제인지 구분하는 게 우선이라고 했다.
 
 
  한국의 비효율적인 성교육
 
성교육을 받는 청소년들. 실질적인 성교육이 절실하다. 사진=조선DB
  박씨 남편의 경우, 개선 의지 자체가 없는 듯했다. ‘나는 이상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는 식이다.
 
  모임에 참석한 여성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결혼하기 전부터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왜 결혼을 했나요?’
 
  똑같은 답변이 세 사람에게서 돌아왔다.
 
  “잠자리 문제가 결혼생활에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될 줄 몰랐다.”
 
  기자는 이쯤 되니 한국의 성교육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정자와 난자가 어떻게 만나는지의 수준을 넘어 남녀의 건전하고 유익한 성생활이라는 게 어떤 건지 알려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한국의 일반적인 가정 내에서 성교육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게 아니니 말이다.
 
  이 모임에 들어오려는 남성도 꽤 있었다고 한다. 자신의 사연을 적어 쪽지를 보내오는 식이었다. 여성 회원들은 논의 끝에 남성들은 모임에 동참시키지 않기로 했다. 자칫 모임의 성격이 이상해질 수도 있어서다.
 
  남성들의 사연은 들을 수 있었다. 40대 중반의 임기범씨는 5년째 섹스리스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아이 둘을 출산한 후 아내와 성관계가 끊어졌단 얘기다.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한다고 했다. 사진으로 본 이 가정은 겉으로 봐서는 참 행복한 가정처럼 보였다. 행복한 모습 뒤에 흐를 긴장이 안타까웠다.
 
  사실 임신·출산 후 부부간 잠자리가 중단되는 건 한국 가정의 꽤 일반적인 패턴으로 보였다. 육아 스트레스에 따른 아내의 거부인 경우도 있고, 남편 쪽의 거부인 경우도 있다.
 
  이것은 상당 부분 아이를 데리고 자는 특유의 육아법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본도 같은 이유로 섹스리스 비율이 높다. 아이와 엄마가 함께 시간을 지내는 비율이 높은데다, 아이를 한 방에 데리고 자기 때문에 ‘하루종일 근무한 남편을 배려한다’며 자칫 육아 초기부터 부부가 각방을 쓰게 될 확률이 높다.
 
 
  섹스리스 조장하는 문화
 
  각방을 쓰게 되면 일단 몸이 편해지기 때문에 그대로 각방 생활이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경우, 이에 더해 포르노 동영상이나 각종 성 관련 산업 등이 발전(?)해 부부가 더욱 섹스리스로 갈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남편이 아내 외에도 욕구를 풀 수단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도 조선시대만 봐도 섹스리스를 조장하는 생활양식이 일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양반 계층의 경우, 남편과 아내가 각각 사랑채와 안채에서 생활하는 식으로 거주 공간을 분리해놓았고, 남편이 아내 외에 다른 배우자를 들이는 것, 즉 축첩을 인정했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현모양처로 숭앙받는 신사임당의 경우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지내는 걸 지켜보며 가슴앓이를 해야 했다.
 
  요즘에도 일부 남성 사이에서 섹스리스를 조장하는 언사가 오간다. ‘장인어른 따님과 어떻게 그런 짓을 합니까’ 같은 우스갯소리가 대표적이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섹스리스 문제는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출산할 커플임에도 아이를 포기하게 된다.
 
  아이를 출산한 후에 섹스리스가 되는 경우엔 가정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일단 한번 섹스리스 상태가 되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부부 관계에 ‘노란불’이 들어오는 셈이다. 기자가 섹스리스 부부들, 특히 남성들의 사연을 주의 깊게 들어본 결과, 외도로 이어지기 쉽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역시 섹스리스 상태인 한 여성의 경우 이런 사연도 있었다. 남편에게 성생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이혼을 요구했다. 남편은 이렇게 반응했다고 한다. ‘밖에서 풀고 와도 아무 말 하지 않겠다. 이혼만은 안 된다.’ 부부의 행복보다는 외부 시선에 더 신경을 쓰는 걸까. 답답한 경우다.
 
 
  ‘부부 접착제’ 옥시토신
 
  성관계는 부부 사이에서 ‘접착제’ 역할을 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성행위를 하면 옥시토신(oxytocin)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사랑의 호르몬’이라 불린다.
 
  1909년 발견된 옥시토신은 뇌의 시상하부에서 합성되어 뇌하수체를 통해 혈류로 방출된다. 아기 낳을 때 산모의 몸속에서 그 농도가 급속도로 올라가면서 진통을 자극하고 자궁을 수축시켜 분만이 용이하도록 하기 때문에 ‘빠른 출산’을 뜻하는 그리스어를 사용하여 옥시토신이라 이름 붙여졌다.
 
  1970년대에 옥시토신의 새로운 기능이 발견됐다. 성생활이나 대인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옥시토신은 부드러운 근육을 자극하고 신경을 예민하게 하므로 남녀가 상대방을 꼭 껴안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게 된다. 성적(性的) 충동이 강렬할수록 옥시토신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에 섹스 도중에 쾌감은 더욱 증대된다고 한다.
 
  2005년 미국의 신경경제학자 폴 자크는 《네이처》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랑과 유대감을 촉진하는 옥시토신이 신뢰감을 증대시키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자폐증 환자에게 옥시토신을 투여한 결과 타인의 목소리를 듣고 행복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부부가 행복한 밤을 보내면 다음 날 식사 메뉴가 달라진다는 우스갯소리가 결코 빈말이 아닌 셈이다.
 
 
  공공이 나서야
 
  해결책은 없을까. 가장 큰 문제는 부부간의 성문제를 상담할 상담기관이 의외로 적다는 점이다. 어떤 질환이 있는지 가려내기 위해 진료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상담도 병행되어야 하는데, 종합적으로 이를 해주는 곳이 극히 드물다. 일단 비뇨기과를 찾아갈 가능성이 큰데, 비뇨기과에선 성 심리 상담은 해주지 않는다. 1~2시간을 들여 상담해줘도 의사는 거기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 할 수 없이 환자는 심리 클리닉을 따로 찾아가야 한다. 그러면 부부 상담이란 이름으로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1회 최소 10만원 이상이다.
 
  정부가 나서는 게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이 문제는 일정 부분 공공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개인의 행복 문제만이 아니라 앞서 기술했듯,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미 운영 중인 건강가정지원센터를 활용할 수 있겠다. 외국 경우엔 ‘섹스테라피스트’라는 직업군이 존재한다. 이름 그대로 남녀 간의 섹스를 도와주는 직업이다.
 
  리스피해자 모임 회원들은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난관을 잘 극복했을까. 극단적인 리스로 살았던 이정희씨와 김지인씨는 지난 3월 나란히 이혼 도장을 찍었다. 비(非)자발적 딩크로 살아온 박수연씨는 이혼을 심각하게 최종 고려 중이라고 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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