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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 출범 12년, 그동안 무슨 일이…

‘부채공룡’ LH 百態, 엘피아(LH+마피아)·성희롱 집단 옹호·내부 주택거래·금품 및 향응 수수…

글 : 권세진  월간조선 기자  sj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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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2020년 LH 내부감사 및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난 LH 직원들의 비위 사실
⊙ LH 직원 여섯명 중 한명은 LH가 공급하는 주택 샀다… 열명 중 한명은 2채 이상
⊙ 분양전환 임대주택도 LH 직원들의 재테크 수단? LH 직원 270여명이 강남, 판교, 용인 등 소위 노른자 땅의 중대형 LH아파트 거주
⊙ 비위 면직자는 대부분 뇌물수수… 건설업체나 설계업체는 물론 세입자대책위원회에서도 뇌물 받아
⊙ 사내 성희롱한 LH 간부에 직원 3000여명이 탄원서 쓰고 LH 고위직 모임에서 합의금 4000만원 모아주기도
⊙ LH, 임직원 윤리강령과 보안대책은 있지만 부당이득 환수 조치에 대한 근거는 없어
⊙ LH도, 국회도, 감사원도 12년간 LH 직원들의 토지거래 전혀 신경 쓰지 않아… 2016년 감사원 출신 윤영일 의원이 한 차례 직원 주택매입 현황 조사
⊙ LH 직원들이 단체로 투자한 광명·시흥신도시는 여의도 4배 면적 7만 가구로 일산 규모의 서울 초인접 신도시
  2018~2020년에 걸쳐 한국토지주택공사(LH: Korea Land and Housing Corporation) 직원들이 3기 신도시 예정지 인근 땅을 매입한 투기 행위가 밝혀지면서 LH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가 전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3월 11일과 12일 LH 직원 두명이 극단적 선택을 해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직원 수가 1만명에 달하는 LH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자에 나선 경우가 이번뿐이었을까. LH 직원들의 과거 비위·비리 행위에도 관심이 쏠린다. 《월간조선》은 한국토지공사(토공)와 대한주택공사(주공)가 합병해 LH공사가 출범한 2009년부터 2020년까지 12년간의 LH 내부감사 자료·감사원 감사 자료·국정감사 자료 및 회의록을 입수・분석해 LH 직원들의 비위 사실을 밝힌다.
 
 
  2018~2020년 LH 직원들이 100억원대 토지 매입
 
지난 3월 2일 LH 임직원들의 투기의혹을 폭로했던 민변 관계자들이 3월 11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의혹’ 법적평가와 제도개선방안 긴급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일어난 LH 직원들의 투기 사실은 뜻밖에도 친여 성향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의 폭로로 밝혀지고 있다. 지난 3월 2일 민변과 참여연대는 ‘LH 임직원 등 공직자 투기의혹’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최대 규모인 광명·시흥신도시 사업 지역에 LH 직원들이 2018~2020년에 걸쳐 100억원대의 토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변 측은 관련 제보를 입수해 토지 등기부등본과 LH 직원 명단을 대조한 결과, LH 직원 여러 명이 토지 지분을 나눠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내용은 LH 전·현직 직원 13명이 2018년 4월부터 2020년 6월까지 경기 시흥 과림·무지내동 총 10개 필지(2만3028㎡·약 7000평) 지분을 나누어 매입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었다. 토지 매입 가격이 약 100억원, 이 과정에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이 약 58억원으로 밝혀졌다.
 
  국민 주거안정이 주 업무인 LH가 내부정보를 이용한 투기에 나섰다는 의혹이 전 국민을 분노케 하면서 정부는 3기 신도시 땅 투기 조사를 위한 정부합동조사단을 구성해 3월 11일 1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LH 직원과 국토교통부 1만4319명의 토지거래 현황을 전수 조사한 결과, 13명에서 7명이 늘어난 20명의 의심 사례가 발견됐다고 합조단은 밝혔다. 그러나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은 조사대상에 넣지 않은 채 급하게 조사 후 발표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의혹을 제기한 민변과 참여연대는 합조단의 발표에 대해 “아주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한 수준”이라며 “증거인멸 행위가 이뤄지기 전에 신속히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치열하다. 여야는 국회의원 투기 전수 조사를 논의 중이며, 야당은 특검 도입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명·시흥신도시는 일산 규모의 서울 초인접 대형 신도시
 
‘광명·시흥신도시 대책 주민설명회’가 열린 지난 3월 5일 오후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일대에서 LH의 토지 강제수용 규탄 현수막이 보이고 있다.
  합조단 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기 의심자 20명은 광명·시흥지구 15명, 고양 창릉 2명, 남양주 왕숙 1명, 하남 교산 1명, 과천 1명 등으로 광명·시흥신도시에 집중돼 있다. 규모와 거리, 교통 모두 타 신도시에 비해 월등해 정부가 작심하고 만든 신도시나 마찬가지여서다. 국토교통부가 광명·시흥신도시를 비롯한 3기 신도시 지정을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 2월 24일이다. 광명·시흥신도시는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 옥길동, 가학동, 노온사동과 시흥시 과림동, 무지내동, 금이동 일원에 7만 가구가 들어서는 것이다. 면적은 1270만㎡로 여의도 면적의 약 4.3배이며, 가구 수는 일산 신도시(6만9000여 가구)와 비슷한 규모다. 3기 신도시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국토교통부는 “대규모 인구 유입에 대비해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 체계도 구축, 남북을 관통하는 도시철도를 건설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B, 지하철 1·2·7호선, 신안산선과 연결한다”고 밝혔다. 여의도까지 20분, 강남역까지 45분이 걸릴 예정이며,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할 것이라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광명·시흥신도시는 1~3기 신도시(1기 분당, 일산, 중동, 평촌, 산본 / 2기 위례, 판교, 동탄1·2, 운정, 광교, 한강, 양주, 고덕, 검단 / 3기 왕숙, 교산, 계양, 창릉, 대장, 광명·시흥) 중에서도 서울에 가장 인접한 신도시다. 광명시 옥길동 지구의 경우 서울 천왕지구에서 단 300m 떨어져 있다. 과거 2010년 광명·시흥 보금자리 지구로 지정됐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면서 수익성 악화로 2015년 해제됐다가 이번에 신도시로 지정됐다. 인근 땅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짐작 가능하다. 지정 관련 세부 정보를 미리 알았다면 ‘대박’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부정보 이용한 투기 이번이 처음?
 
  국민이 의심하는 것은 직원 1만명 규모의 LH에서 이런 사례가 처음이겠냐는 것이다. LH는 2008년부터 진행된 공기업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한국토지공사와 대한주택공사가 합병해 2009년 10월 출범했다. 출범 12년째를 맞는 올해 대형 사고가 터진 이유는 무엇일까.
 
  2018년에는 LH 직원이 유출한 창릉신도시 도면이 여당 소속 시장과 국회의원에게 넘어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2018년부터는 LH 직원들이 잇달아 신도시 인근 땅을 사들이기 시작했고, 심지어 직원들끼리 단체로 대출을 받아가며 땅 매입에 나섰다. 공교롭게도 모두 문재인 정권 출범 후의 일이다.
 

  사실 LH 직원들의 비리·비위는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였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매년 LH 국정감사를 할 때 부채문제, 주거안정, 난개발, 직원비리 등을 지적해왔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국감은 물론 감사원 감사나 내부감사의 징계 및 지적사항 중 12년간 LH 직원들이 지적받은 비리·비위 중 내부정보를 이용한 토지매입은 한 건도 없었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뇌물수수, 하청업체 지정 과정의 비리, 공금횡령, 사기, 법인카드 부정사용 등이었다. 땅 투기 같은 이해충돌 사례는 2014년 직원들의 LH 분양전환 임대주택 매입건에 불과했다. 지난 12년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들의 국정감사 회의록 발언을 통해 LH 직원들의 비위·비리 행태를 알아봤다.
 
 
  이지송 사장(2009. 10~2013. 5) 시절
 
  ▲주공에서 온 회계결의서 경비 내용이 다 음식점 술값, 밥값으로 지난 5년 치만 해도 1607억원이다. 기타 매수 부대 비용도 매년 180억, 200억원씩 있다.
 
  ▲성과급이 440%, 1000억원대에 이른다. 또 직원해외교육연수 비용으로 연간 62억원을 계속 써오고 있고, 억대 가까이 쓰고 돌아온 직원 보직을 보니 보상 및 판매 인력으로 충원하는 상황이다. 또 공무원은 해외연수 때 본인의 기본연봉을 지급하는데 LH는 제 수당도 지급하고 성과급도 지급한다.
 
  ▲LH 직원들 2123명이 상환기간도 없이 이자도 없이 1인당 9000만원까지 전세자금 대출을 해줘서 지금 1783억원을 대출했고, 122명이 임대보증금 부당수령을 했다.
 
  ▲LH의 국유재산 관리 업무가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이관되면서 직원 59명이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이적했는데 이들은 LH 시절과 동일한 연봉을 받으면서 희망퇴직으로 처리, 법정퇴직금 11억원을 수령하고도 희망퇴직금 10억원까지 받아갔다.
 
  ▲LH가 조직보호, 전직 선배들의 생계보호 이런 데 몰두하다 보니 비리 업체에 대해서도 질질 끌면서 봐주고 사실증명서 엉터리로 한 것도 눈감고 보상을 다 해줬다. 국민의 안전을 볼모로 전관예우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
 
  ▲내부징계 중 금품수수가 최다 사유를 기록할 정도로 뇌물수수를 비롯한 고질적인 공사비리가 만연되고 있다.
 
  ▲직접 금품이 오고 간 사례는 물론 질질 끌면서 기회를 다 주는 경우, 허위서류를 집어넣었는데 그냥 눈감아준 경우, 과다보상을 해준 사례 등이 있었는데 기소한 사람은 없고 징계만 받고 말았다. 과다보상에 직원이 책임을 진 사례가 없다.
 
 
  이재영 사장(2013. 6~2016. 2) 시절
 
  ▲건설마피아가 LH에 있는 게 아닌가. 감리협회에 등록된 감리회사가 572개인데 단 9개 회사가 전체 발주금액의 30%인 1543억원을 수주하고 있다. 이 9개 사는 모두 대표가 LH 임직원 출신이다. 또 이 9개 회사 중 7개 회사가 실태점검 적발 또는 부실감리로 벌점을 받은 회사다. 또 LH가 최대 1300억원까지 출자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회사 12개 중 6개 회사의 대표이사가 LH 출신이다.
 
  ▲LH 정원이 6100명인데 580명이 초과돼 운영하고 있다. 그중 2, 3급 초과 인력이 많은 것은 문제다. 성과급도 900억원에 달한다.
 
  ▲LH 직원과 가족들이 2013년 희망임대주택 2차 사업에서 아파트 6건, 매입임대주택사업에서 다가구주택 6건을 매입했다. 희망임대주택은 하우스푸어를 위한 대책인데 채무가 없거나 20%대에 불과한 직원 및 직원 가족이 이 주택을 매입했다. 직원 소유인 6채 중 5채는 경기도 용인이다. 또 매입임대주택을 관리하는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해운대의 다가구주택을 새롭게 빌라로 지은 지 20일 만에 매입했다. 건축 당시부터 매입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직원의 2.5%인 156명이 억대 연봉을 받고 있고 직원 평균 연봉이 7000만원 가까이 된다. 부채가 100조원이 넘는 회사가 특별퇴직금, 시중금리보다 낮은 주택자금대출, 대학등록금 무상지원 등 문제가 많다.
 
  ▲LH 출자회사 14개에 다 LH 출신 고위직이 있다. 관피아도 아닌 엘에이치피아다. 자산관리전문가 내려보내야 할 곳에도 다 (LH 출신을) 내려보냈다. 보은인사다.
 

  ▲비위퇴직자는 공무원연금법에 의해 퇴직금을 모두 수령할 수 없게 돼 있는데, 비위퇴직자들이 퇴직금을 전부 수령해갔다. 비리가 발생하면 받은 것만큼 퇴직금에서 감액해야 한다.
 
  ▲국민권익위의 청렴도가 2012년 5등급, 2013년 4등급이며 임직원 비위·비리가 3년간 증가 추세다. 비리를 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안 되고 있다. 내부 비리 사례는 부당설계, 향응수수, 횡령, 금품수수, 부당압력, 법인카드 사적 사용, 음주운전, 성추행 등 종합적으로 없는 게 없다.
 
  ▲2013~2015년간 사내 성추행이 3건, 성희롱이 3건 발생했는데 회사 측은 징계 처분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국회에 허위자료를 제출했다.
 
  ▲LH 1급 고위 간부가 지속적으로 파견직 여비서를 성희롱하고 성추행해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했는데, 회사는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징계에 나서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3000여명의 직원들이 가해자를 위한 탄원서를 내고 사장이 중앙인사위원회의 5개월 정직 처분 감경에 나섰다.
 
  ▲LH 산하 감사실 출신의 고위직 모임인 ‘감일회’가 성희롱 가해자를 위해 4000만원의 합의금을 모금하는 활동을 했다. 심각한 사내 온정주의와 제 식구 감싸기다.
 
  ▲감일회가 LH 내부의 하나회 같은 것 아닌가. 32명 중 29명이 현재 임직원이고, 부사장 등 모든 소속 부서가 분산돼 있다. 현재 부사장이 이끄는 사조직 아닌가.
 
  ▲대한건축사협회에 등록된 설계사무소가 총 8984개인데 이 중 78개만이 LH 설계를 맡을 수 있다. 전관예우의 수준을 넘어 LH와 결탁한 설계 마피아 수준이다. LH 퇴직간부 출신들 설계업체들과 다 연관돼 같이 움직이고 있는 전형적인 마피아다.
 
 
  박상우 사장(2016. 3~2019. 4) 시절
 
  ▲2011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LH 임직원 부동산 거래 현황을 파악했다. LH의 상가·주택·토지 등을 LH 직원이 산 사례가 1252건이고 그중 주택이 1070건이다. 현재 LH 직원이 6000명 정도 되는데 직원 여섯명 중 한명은 자사가 공급하는 주택을 사들였다. LH가 공급하는 주택을 4채 가진 직원이 3명, 3채 가진 직원이 6명, 2채 가진 직원이 66명이다. 직원 10명 중 한명은 두 채 이상의 LH 주택을 갖게 된 건데 내부적으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직원의 LH주택 매입은 회사 측 설명대로 본사 지방 이전으로 인한 주거 목적인 경남(35.6%)이 가장 많은 건 사실이지만 서울이 16.4%, 경기가 13.2%에 달한다. 일반 국민 입장에선 납득이 가지 않는다.
 
  ▲LH가 공급하는 주택은 조건이 까다롭고 경쟁이 엄청나다. 부당내부거래 관련법도 있지만 LH공사법에는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조치 근거가 없다.
 
  ▲직원 중 250여명이 LH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데, 10년 임대 또는 분납임대로 후분양 전환되는 아파트다. 그중 70% 이상이 서울 강남, 성남 판교, 수원 광교, 용인 수지 등 소위 노른자 땅의 임대주택에 살고 있다. 노른자 땅의 중대형 평수 집중현상은 물론 70% 이상이 과장급 이상 간부급이다. 분양전환임대사업이 LH 임직원들의 부동산 재태크 수단으로 국민들에게 보이고 있다.
 
  ▲주로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분양 전환 공공임대주택을 LH 1·2·3급 직원들이 받았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권익위 종합청렴도 평가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고 부패방지점수가 2013년 74점, 2014년 54점, 2015년 53점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3년간 직원 사법처리가 18건이다. 뇌물수수 9건, 공금횡령과 성추행, 사기, 음주운전 등으로 18명이 사법처리됐고 파면 11명, 해임 3명, 정직 6명, 감봉 7명, 견책 19명 등 총 46명이 징계를 받았다. 직급강등제를 도입했지만 처분 실적이 한 건도 없다. 불법행위 근절시킬 근본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LH가 국토부 산하 메이저 공기업 중에서 부패나 비위와 관련된 면직자가 가장,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 5년간 부패 및 비위로 적발되고 면직된 사람들은 대부분이 뇌물수수다. 뇌물 공여자를 보면 건설업체 등 갑을관계가 대부분이고, 세입자대책위원회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도 있다. 조직문화로 고착화되지 않았나 싶다. 수사나 재판 과정 기록을 보면 반성의 기미나 죄의식이 없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 그런데 라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 뇌물은 곧 부실시공으로 이어지고 국민안전과 소비자의 피해로 돌아온다.
 
  ▲비위 사실이 밝혀진 것은 주로 수사기관에서 문제가 돼서 온 것이고, LH가 자체감사로 적발해서 징계를 하는 경우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범죄잠복률, 즉 들킨 것보다 안 들킨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건데 자체감사 적발 기능이 거의 안 보인다. 갑질 제보가 많이 들어오는데, 갑질의 뒤에는 다 부정과 비리가 연결돼 있다.
 
  ▲발주설계 및 감리용역 낙찰금액을 보면 LH 출신 기술자 소속 업체가 3분의 2를 하고 있다.
 
  ▲택지지구 지정팀 구성에 의문이 있다. 개발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은 특별 케이스로 별도로 관리해야 하지 않는가. 한 번 문제가 된 사람은 못 들어가게 하는 정도가 아니라 책임을 물어야 한다.
 
 
  변창흠 사장(2019. 4~2020. 12) 시절
 
2020년 10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정감사에서 변창흠 LH 사장이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과장급 직원이 1300만원 현금과 술 접대 받고 무자격 시공업체에 공사 주고, 4년 동안 3000만원의 현금과 식사 제공받고 59억원어치 규모의 도움을 준 직원이 있다. 법인카드 사용액도 지난 4년간 세 배 이상 증가했는데, 야간 유흥업소 사용내역도 많다. 감사실에서 업무감사한 건이 1315건으로 2600억원이다.
 
  ▲2년간 직원 범죄 연루 사건 건수가 국토부 산하기관 중 가장 많다. 최근 3년간 행정 및 민사소송 현황이 743건에 달하고 소송청구금액이 2조8812억원이다. 패소가 약 1억원으로 기관장의 느슨한 대처가 문제다.
 
  ▲부채 100조원이 넘는 회사가 사장 성과급이 1억원이 넘는다.
 
  ▲직원 중 1억원 이상 받은 사람, 현장납품청탁업체에서 그랜저 승용차 렌트비 받은 사람, 납품계약성사 후 일부금액 받은 사람, 본인과 가족 명의로 전국에 15채 아파트를 소유하고 신고 누락한 사람, 아내가 운영하는 업체가 폐업해 재고를 처리해달라는 사람, 북한이탈주민 주거지원금을 유용한 사람, 내연녀와 내연녀 친구와 하도급 업체 대표와 제주도에 2박 3일 여행 가서 그 비용 일체를 하도급 업체에 넘긴 사람 등이 있다.
 
  ▲2018년 사적 이해관계 신고제도를 도입했고 같은 해 5월에 임직원 행동강령을 개정했는데, 2년간 신고 현황은 단 4건에 불과하다. 연 매출 23조원에 공사 발주액만 16조원인 LH가 사적 이해충돌 상황이 그 정도로 없는지 의구심이 든다. 유명무실하고 자정기능이 작동하지 못한다.
 
  ▲사내 모 부서에서 출장비, 초과근무, 휴일근무 등을 허위로 작성해 회삿돈을 현금화시키고 그 돈을 노래방 94만원 지출과 송금 등으로 유력인사 접대하는 데 썼는데, 감사실에서 강등 징계를 요청했지만 사내 인사위원회가 이를 감경해 정직 3개월로 끝냈다.
 
  ▲정치권 인사를 대외협력팀장으로 채용했고, 이 인사는 총선에서 특정 지역 특정 후보를 지지하라는 문자를 보내고 시사 방송에도 10여 차례 출연했다.
 
변창흠 체제의 LH 청렴도
 
  LH는 2009년 출범 후 4명의 사장이 재직했다. 초대 사장은 이지송 전 현대건설 사장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부채 규모를 줄이고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해 사기업 출신을 임명한 사례다. 이지송 사장은 4년간 재직했고, 이어 행정고시 출신으로 건설교통부에서 계속 일했던 이재영 사장과 박상우 사장이 2대, 3대 사장으로 각각 3년씩 근무했다. 2019년 4월 4대 사장에 취임한 변창흠 사장은 첫 교수(세종대 행정학과) 출신 LH 사장이다.
 
  변 장관은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명받은 2020년 12월까지 LH에 재직했는데, 이 시기에 LH는 청렴도가 곤두박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매년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청렴도를 조사·발표하는데, LH는 2017년과 2018년까지 1등급이었지만 2019년에는 3등급, 2020년 4등급을 기록했다. 권익위의 청렴등급은 1~5등급으로 구분되지만 2020년에는 5등급에 해당하는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없어 4등급이 최하 등급이다.
 
  변 장관이 2014년 11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사장으로 지낸 서울주택도시공사(SH)도 변 사장 재임 시 청렴도가 바닥을 쳤다. 2016년과 2017년 SH의 청렴등급은 5등급이었다. SH는 김세용 사장이 취임한 2018년에는 3등급으로 올라섰다.
 
  역대 사장들, “시정하겠다” 했지만
 
LH는 출범 후 12년간 국회 국정감사에서 매년 직원 비리와 관련한 비판을 받아왔지만 직원의 토지구입 여부는 한 번도 밝혀지지 않았다.
  12년간 LH 직원들의 비리는 주로 퇴직 후 산하기관 및 관련 PF(프로낸스파이낸싱) 업체, 건설 등 하청업체에 취업한 선배들과 특혜성 거래를 하는 경우에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 뇌물도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고위급 직원들이 퇴임 후 산하기관으로 간 후 현직 직원들과 함께 조직적으로 활동한다는 면에서 ‘관피아’(관료+마피아), ‘금피아’(금융당국+마피아)에 이은 ‘엘피아’(LH+마피아)로 불리기도 했다.
 
  LH는 12년 내내 국회와 감사원 등에서 직원의 부정부패를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수장들은 “시정하겠다”고 약속해왔다. 박상우 사장은 2018년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LH 직원의 창릉신도시 도면 유출 사건과 관련해 “공사법에 우리 직원이 개발 정보를 유출하면 공사법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도록 돼 있고 더 이상 근무를 할 수 없다”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또 2020년 국정감사에서 변창흠 사장은 “내부 직원들만이 아니라 가족까지 포함해 실질적으로 우리 업무와 연관성, 또 이해관계 상충 부분에 대해서 꼼꼼히 체크해서 새로운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직원들에게도 홍보해 실제 작동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변 사장은 약속을 외면한 채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직원 토지 거래에는 ‘눈뜬장님’
 
2018년 10월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LH 직원을 통해 택지개발 후보지 정보를 유출한 혐의와 관련, 검찰 관계자들이 국회 의원회관 신창현 의원실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LH의 직원윤리강령과 윤리행동수칙에는 ‘업무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하여 재산상 거래 또는 투자를 하거나 타인의 거래 또는 투자를 돕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문제는 그동안 직원들의 토지 거래에 대해서는 아무도 지적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LH의 비리 의혹을 집중공격했던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들도 이 점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직원의 사적 부동산 거래를 조사하는 것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6년에 감사원 출신인 윤영일(국민의당) 의원이 LH 직원들의 부동산 거래 현황을 조사한 바 있지만 LH 소유의 주택 및 상가, 부동산을 매입한 사례만 조사했다. 내부거래 및 특혜 의혹에 집중한 것이다.
 
  정부의 합동조사단이 LH 직원 및 가족의 투기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예고했지만, 땅을 매입한 직원들이 땅 매입 시점에 내부정보를 이용했다는 증거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고 이 경우 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내부 규정이나 법적 수단이 없다.
 
  건설교통부 산하기관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LH 직원 입장에선 LH 소유의 주택이나 토지를 매입하는 것은 특혜 시비로 부담을 느끼겠지만 LH 소유가 아닌 사유지를 매입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했다. 2010년대 LH에서 근무했던 전직 직원들을 수명 접촉했지만 작금의 상황을 인식한 듯 모두 “할 말이 없다”며 함구했고, 어렵게 한 사람에게 대략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LH 직원 비리는 대부분 건설업체나 하청업체와 밀착한 것이었다. 자신의 이름으로 개발 예정지 주변 땅을 산다는 것은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다. 일단 개발 정보를 아무나 알 수도 없고, 택지지구 지정팀 등 정보가 있는 팀은 내부관리가 심하다. 정보를 얻은 극히 일부 직원이 투자한다고 해도 가족이나 지인 이름으로 했을 것이다. 변창흠 사장이 ‘LH 직원은 투자도 못 하느냐’는 뜻으로 얘기한 것이 LH 직원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집을 사고 땅을 사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다만 LH 직원들이 아는 정보는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이 아는 정보 수준이다. 내부정보를 이용해 투기를 할 수 있는 직원은 극히 일부다. 대부분의 직원에겐 불가능한 일인데 모든 직원이 매도당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는 이런 얘기도 했다.
 
  “추측이지만 2018년 창릉신도시 도면 유출 사고 이후 고양 지역에 투기 바람이 불면서 다들 ‘신도시 투자’라는 아이디어를 얻은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뀐 탓도 있을 것이다.”
 
  ‘창릉신도시 도면 유출 사고’는 2018년 말 LH 직원이 유출한 신도시 도면이 김종천 과천시장을 거쳐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손에 들어간 사건이다. 이듬해인 2019년 5월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고양 창릉신도시의 도면은 유출된 도면과 대부분 일치했고, 주민들은 “투기꾼에게 로또번호를 불러준 격”이라고 비판했다. 신 의원은 LH 직원으로부터 흘러나온 신도시 관련 정보를 언론에 유포하며 “신도시 정보는 국민의 알 권리”라고 주장한 바 있다.
 
  LH 내부사정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들도 직원들의 땅 투기가 일반적인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문재인 정권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3기 신도시, 정책 실패로 폭등하는 수도권 부동산 가격, 청렴도가 떨어지는(박스기사 참조) 변창흠 사장의 취임 등이 맞물려 LH의 비위 행태를 한 가지 더 늘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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