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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이재명 지사와 ‘LH 기획 폭로설’, 그 진상과 전망

‘폭로 주도’로 알려진 인물들, 이재명 지사와 직간접적인 관련은 있지만…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chosh76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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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근 변호사, ‘이재명 지키기 범대위’ 소속인지 여부 불확실
⊙ 서기성 변호사, 소셜미디어에 이재명 지사 글 공유 “지사님 감사합니다”
⊙ ‘LH 기획 폭로설’, 호사가들이 만들어낸 허구일 가능성 있어
⊙ 대선 앞두고 더 큰 파장 일으킬 제2, 제3의 ‘기획 폭로설’ 터질 조짐
지난 3월 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사전 투기 의혹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는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위원(왼쪽에서 두 번째). 사진=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부동산 투기를 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들의 투기가 공개된 배경을 둘러싸고 소셜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묘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이른바 ‘LH 기획 폭로설’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 인사들이 임기 말로 접어든 문재인 정권에 치명상을 가하기 위해 LH 직원들의 ‘투기 폭로’를 사전에 기획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을 부추기는 근거 없는 ‘가짜뉴스’가 판치고 있다며 “지상 최대의 이간작전이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LH 기획 폭로설’을 강하게 부인한 것이다.
 
 
  화제가 된 ‘LH 기획 폭로설’
 
이른바 ‘LH 기획 폭로설’과 관련해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라온 글. 사진=커뮤니티 사이트 캡처
  진위 여부를 떠나 이 설(說)은 화제가 됐다. 거명된 이들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참여연대’에 몸담고 있는데다가, 이재명 지사의 측근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지사는 현재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기획 폭로설’의 시발점은 지난 3월 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참여연대와 민변은 기자회견을 열고 “LH 직원들이 광명·시흥 신도시 지구 내 약 7000평(약 2만3000㎡) 토지를 사전에 매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폭로했다.
 
  이 두 단체는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방지의무 위반 및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 금지 위반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LH 직원들의 집단 투기 사실이 세상에 처음 공개되는 순간이었다.
 
  기자회견장 단상엔 총 5명이 올라왔다. 그중 두명이 김남근(58)・서성민(38) 변호사다. 이들이 ‘LH 기획 폭로설’과 관련 있다고 지목됐다. 이와 관련해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김남근 변호사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이헌욱 현 경기주택도시공사 사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드루킹 건 신고한 인간
 
  서성민 변호사
  이재명 가짜뉴스 대책단장
  민변 변호사
 
  이 셋이 이재명 최측근인데 민변, 참여연대 이름으로 나온 건 공교롭긴 하네〉

 
  요약하면, 이 세 사람이 LH 직원들의 투기를 폭로한 민변과 참여연대에 각각 몸담고 있고(있었고), 동시에 이재명 지사의 최측근이란 것이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재명 지키기 범대위’ 소속인가?
 
김남근 변호사. 사진=조선DB
  이 중 김남근 변호사는 어떤 인물일까. 김 변호사는 서울 한영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과 집행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민변 부회장과 참여연대 실행위원을 맡고 있다.
 
  앞서 본 소셜미디어 글에서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김남근 변호사가 ‘이재명 지키기 범국민대책위(이하 범대위)’ 소속이란 부분이다. 범대위는 이재명 지사가 직권남용 및 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2심에서 당선 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자,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2019년 9월 결성됐다. 출범 당시 발기인만 3427명에 달했다.
 
  김남근 변호사가 범대위 소속이라는 소셜미디어 글은 사실일까. 범대위 페이스북에 올라온 발기인 명단을 확인한 결과, 김남근 변호사의 이름은 없었다. 2019년 11월 18일, 범대위는 변호사 176명이 이재명 지사를 위해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때 범대위가 176명의 명단을 함께 공개했는데 그중 한명이 김남근 변호사였다.
 
  즉 김남근 변호사는 ‘범대위 소속’이라기보다는 이재명 지사 탄원서에 이름을 올린 176명의 변호사 중 한명이었던 것이다. 범대위가 탄원서에 기재된 변호사 명단을 언론에 공개하는 과정에서 김남근 변호사가 범대위 소속이라고 잘못 알려진 것 같았다.
 
  실제로 김 변호사가 범대위에서 직접적으로 활동했는지 여부를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찾아봤지만, 그런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김 변호사가 ‘범대위 소속’, 더 나아가 이재명 지사의 ‘최측근’이라는 소셜미디어 글은 다소 과장됐을 수 있다. 김남근 변호사는 ‘LH 기획 폭로설’과 관련해 한 언론과의 전화 통화에서 “황당한 음모론”이라고 강하게 일축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개혁과 재벌개혁, 부동산 정책 등 각종 현안에 목소리를 내왔다.
 
 
  비판적 文 지지자… 이재명의 ‘기본주택’ 정책에 우호적
 
  문재인 정부의 주요 ‘인재풀’인 민변과 참여연대 출신이라 일각에서는 그를 실세로 평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9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후임 공정거래위원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이와는 조금 다른 정황도 발견된다. 김남근 변호사가 문재인 정부 정책에 대해 다소 비판적인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를 간추려봤다.
 
  ■ 검찰 수사권 축소와 관련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맞지만 지금 당장 수사청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에는 의문… 경찰의 특수수사 역량이 확보·확인될 때까지는 검찰이 6대 주요 범죄를 담당하면서 검찰 내 수사부서와 기소부서는 나누는 행정개혁이 필요하다.”(《서울신문》 2021년 3월4일자)
 
  ■ 참여연대가 다주택 보유한 고위 공직자·국회의원에 대해 서명운동 전개하는 것과 관련해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는 국회나 고위 공직자들이 실수요 목적이 아닌 주택을 많이 보유하면서 국민들에게는 실거주 목적의 주택을 보유하라고 하면 그런 정책을 누가 신뢰하겠느냐.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면 실효성이 떨어진다.”(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2020년 7월 8일)
 
  ■ ‘《서울신문》·참여연대 공동기획 文 정부 2년 국정과제 평가’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민생·노동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업고 출범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대부분의 개혁 과제가 멈춰 서고 있다.”(《서울신문》 2019년 4월29일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진보 진영의 개혁 조급증·경직성 탓에 정부의 개혁이 실패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시민사회에서 생각하는 재벌개혁 목표는 높은데, 공정위는 총수 일가 사익 편취 분야만 들여다보고 있다… 시민사회와 공정위 중 누가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닌데, ‘내가 시민단체보다 많이 아니까 내가 맞다’는 방식은 현명하지 못한 태도(이다.)”(《주간경향》 2018년 9월17일자)
 
  ■ ‘문재인 정부 2017년 국정운영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정부·여당의 국정운영 능력과 관련해
  “(정부·여당이)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뒤로 미루고 행정과 재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적폐청산에서 민생개혁으로 개혁의 초점과 중심을 변화해나갈 자신감과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한겨레21》 2018년 1월4일자)
 

  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주택에 대해선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2020년 9월 3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청에서 ‘경기도 기본주택 추진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남근 변호사는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다는 경기도의 기본주택은 보편복지 철학에 입각한 서구유럽의 공공임대주택을 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변호사는 지난 1월 26일 경기도 주관으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온라인 정책토론회에도 참석, 기본주택에 관한 의견을 냈다.
 
 
  이재명 지사가 쓴 글 공유하는 서성민 변호사
 
서성민 변호사. 사진=조선DB
  서성민 변호사는 성균관대 사회학과와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서성민 변호사는 지난해 이재명 지사를 돕는 데 얼굴을 내밀었다.
 
  2020년 6월 2일, 이재명 지사를 지지하는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가짜뉴스 대책단(이하 대책단)’이 경기도 여주시에서 발족했다. 서성민 변호사는 대책단의 공동단장을 맡았다.
 
  소셜미디어 전문가, 청년 등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대책단은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꾸려졌다. 대책단은 ▲질병관리본부와 경기도의 갈등설 ▲경기도지사의 신천지 신도설 ▲경기도지사의 30년 지기 친구 살해설 등과 같은 가짜뉴스의 유포자를 색출해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성민 변호사는 이재명 지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고 있다.
 
  이재명 지사가 지난 3월 2일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과 평화를 기원합니다’란 글을 올리자, 서성민 변호사는 이 글을 공유하며 “이재명 지사님 감사합니다”라고 썼다.
 
  서 변호사는 2020년 2월 24일 이재명 지사가 자신의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쓴 ‘운명이라면 시간 끌고 싶지 않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같은 해 9월 26일에는 이재명 지사가 자살 급증을 우려하는 차원에서 ‘우리 죽지 말고 삽시다’란 글을 써 올리자, 이 글 역시 공유하기도 했다.
 
 
  폭로와 무관한 이헌욱 사장 이름이 오른 까닭
 
이헌욱 경기주택토지공사 사장. 사진=조선DB
  이헌욱(53) 경기주택토지공사(GH) 사장은 이번 LH 직원 투기 폭로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이헌욱 사장의 이름이 오른 이유는, 그가 이끌고 있는 GH가 LH와 성격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서울대 섬유고분자공학과를 졸업한 이헌욱 사장은 사법시험(40회)에 합격해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소통위원회 수석 부위원장을 지냈다.
 
  이헌욱 사장은 2018년 문재인 정권에 치명상을 입힌 ‘더불어민주당 당원 댓글 조작 사건’, 이른바 ‘드루킹 사건’의 단초를 제공한 이 중 한명이다.
 
  그해 2월 5일, 더불어민주당은 가짜뉴스 106건을 서울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당 댓글조작·가짜뉴스모니터 단장인 이헌욱 변호사(당시)는 기자회견을 통해 “특정 정치인 팬클럽에서 매크로(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하는 프로그램)를 안내하고 배포·교육하는 자료를 발견했다”면서 “매크로 사용과 아이디 판매, 조직적 행위에 대한 추가 자료를 수집해 경찰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로부터 약 두 달 후인 4월 14일,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드루킹(본명 김동원) 일당으로부터 김경수 민주당 의원(현 경상남도지사)과 나눈 수백 통의 텔레그램 메시지 등 각종 디지털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이 사건은 특검(特檢)으로 이어졌고,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김경수 지사는 2020년 11월, 항소심 재판에서 업무 방해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이헌욱 변호사는 드루킹 사건이 발생하기 직전인 2018년 3월, “내가 이재명이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더불어민주당 성남시장 후보로 나섰지만, 은수미 후보에게 패했다. 2019년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주택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재명 지사를 내세워 선거운동에 나선 점, 이후 경기도 산하 기관장에 발탁된 점으로 보아 이헌욱 사장 역시 이재명 지사의 측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 사람이 ‘LH 기획 폭로설’에 실질적으로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세 사람 모두 이재명 지사와 직간접적인 접점(接點)만 있을 뿐이다.
 
 
  제2, 제3의 ‘기획 폭로설’ 터질 가능성 커
 
  이재명 지사 측이 ‘LH 기획 폭로설’의 배후로 지목된 데에는 여권 내 권력지형 변화와 관련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는 이제 후반부에 접어들고 있다. 문 대통령 미래엔 낙조(落照)가 드리우고 있는 반면, 이재명 지사는 ‘여권 차기 대선 지지율’ 1위를 지키며 차기 권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
 
  잘 알려진 대로 이재명 지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과 날카로운 각을 세웠다. 그로 인해 극렬 친문(親文) 지지층은 이재명 지사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이런 사실로 봤을 때 ‘LH 기획 폭로설’은 이재명 지사가 말한 대로 정치판의 호사가들이 ‘이간질’을 위해 만들어낸 허구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분명한 사실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이와 비슷한 일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미래에 터질 제2, 제3의 ‘기획 폭로설’은 지금보다 더 큰 무게로, 더 넓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그때마다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지사 측이 어떤 입장을 보일지, 갈등의 골은 어떻게 메워나갈지 궁금해진다. ‘LH 기획 폭로설’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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