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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보좌관 이준우의 ‘조국 사건’ 열혈 취재기 | ‘조국紅書’ 〈4〉

조국 一家의 돈 관련 의혹을 뒤쫓다!

글 : 이준우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수석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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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학금 의혹 관련해 곽상도 의원 상대로 訴 제기한 조국 딸, 나중에 슬그머니 취하
⊙ 울산대·동국대에서 ‘이중 급여’받은 조국… 동국대 측 제보가 결정적
⊙ 초성이 ‘ㅈ’인 동작구 소재 병원 찾아 삼만리… 가보니 ‘정경심’ 없고 ‘정영심’이

이준우
부산외고, 중앙대 영문학·신문방송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 수료 / 센텀미래포럼 운영위원,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16대 국회부터 의원회관 근무 / 現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 수석 보좌관
정경심 교수를 면회하고 나오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조국 전 장관의 딸.
  1972년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의 결정적인 제보자(2005년 마크 펠트 FBI 부국장으로 밝혀짐)는 취재에 어려움을 겪는 기자에게 ‘돈을 따라가 보라’고 조언했다. 그 기자는 닉슨 대통령 재선위원회에서 돈이 흘러나왔음을 밝혔다. 닉슨은 임기 중 사임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누가 조국 딸에게 장학금 줬나?
 
  나도 돈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누가 조국 딸에게 서울대 장학금을 줬을까. 조국 딸은 201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입학해 단 한 과목만 수강하고 두 학기 연속 총 802만원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장학금을 지급한 곳은 서울대 총동창회 장학재단 ‘관악회’였다.
 
  관악회는 장학금을 주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에게 준다. 조국 딸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 의혹이 터지자 서울대 대학원 장학금도 의심을 샀다. 장학금 지급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관악회에 연락했다. 관악회 직원은 장학금 담당자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기자들은 장학금 담당자가 ‘잠수 탔다’고 했다.
 

  얼마 후 관악회는 “누가 조국 딸에게 장학금을 지급했는지 알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조국 딸이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 아버지인 조국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였다. 자녀의 장학금 지급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지 모른다는 자연스러운 의문이 들었다.
 
  조국 교수는 “(장학금을 받기 위해) 어디에도 신청하거나 전화나 연락을 한 적이 없다”며 “(장학생으로) 선정되었다는 연락만 받았다”고 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측의 말은 달랐다. 홍종호 환경대학원장은 “조국 교수의 밖에서의 주장과 안에서의 행동 사이에 괴리가 너무 크다”며 “조국 딸은 장학금 신청을 말았어야 했다”고 했다. 조국 교수의 신청하지 않았다는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이다. 신청하지도 않은 장학금이 나오는 경우는 ‘인턴예정증명서’만큼이나 해괴한 일이었다. 장학금을 준 사람이 누구인지 궁금했다.
 
  다시 돈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관악회 장학금은 ‘송강재단’ 기부금으로 마련된다고 했다. 송강재단 측에 연락했다. 재단 측 상무가 만나서 얘기하고 싶다며 서울 용산으로 오라고 했다. 알려준 장소는 큰 건물의 지하 카페였는데 낮에는 손님이 거의 드나들지 않았다.
 
  그는 양복 안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자신들이 장학금으로 돈은 내지만 대상자 선발은 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문서’ 같은 거였다. 의아했다. 장학금에 돈을 내는 측과 이를 집행하는 측이 각자 역할만 하면 되지, 굳이 이런 어색한 내용의 문서를 만들 이유가 없었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냉큼 도로 가져가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사진 촬영은 안 된다고 했다. 필사(筆寫)라도 하겠다고 하자 그것도 안 된다고 했다. 그냥 보기만 하라고 했다. 다시 보니 한글파일로 급조해서 만든 티가 나는 것 같았다. 그를 신뢰할 수 없었다.
 
  상무는 좋은 취지로 장학금 사업을 하는데 부정 의혹에 휘말려 억울하다고 했다. 나는 ‘누가 조국 딸에게 장학금 지급을 지시했는지 궁금해 미치겠다’고 속으로 말했다.
 
  상무에게 ‘장학금을 돌려받기도 하느냐’고 물었다. 조국 교수는 2019년 9월 2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장학회에 연락하니 장학금 반납이 안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받았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었다. 상무는 “휴학이나 개인 사정이 있으면 장학금을 돌려받았다가 복학하면 다시 지급한다”고 했다.
 
  서울대 관악회에도 같은 질문을 했다. 관악회 직원은 “(조국 측으로부터) 반환하겠다는 문의를 받은 적이 없다”며 “반납하려면 다른 경로를 통해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친분이 있는 ‘채널A’ 사회부 기자에게 이 내용을 알려줬다. 2019년 9월 3일 ‘채널A’는 “[단독] 관악회, 조국 딸에게 장학금 반납 문의 받은 적 없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송강재단 상무가 보여준 문서는 가짜라는 의심이 들어 기자에게 말하지 않았다. 조국 교수의 해명은 장학회 측에 의해 차례차례 반박되고 있었다.
 
 
  황당했던 ‘조국 딸 문자메시지’ 보도
 
조국 전 장관 딸이 대학 진학 시 입시상담을 한 학원 관계자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
  같은 날 오후 부산 주재 모(某) 기자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곽상도 의원이 고소됐다고 했다. 2019년 9월 3일 오전 조국 딸이 경남 양산경찰서를 찾아가 자신의 부산대 의전원 성적이 언론에 공개됐는데 이를 유출한 이를 찾아 처벌해달라 했다는 것이었다. 국회의정자료시스템을 통해 부산대 성적자료를 제출받은 나로서는 황당했다. 무슨 꿍꿍이가 있나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그 다음 날 더 황당한 기사가 나왔다. 2019년 9월 4일 《일요신문》이 보도한 기사 “[단독] 멘탈 중무장한 상태니 걱정 마세요”에 따르면, 조국 딸은 대학 진학 시 입시상담을 한 학원 관계자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제가 유급했고 1학년 1학기 학점을 (곽상도 의원이) 정확히 알던데 그거 개인정보 불법유출이거든요. 저희 학교엔 이미 파다해요. (곽상도) 의원이 와서 부산대 교수가 몰래 제 성적표 뽑아줬다구.’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우선 곽상도 의원은 부산에 내려간 적이 없다. 평일엔 늘 의원회관 사무실로 출근했고, 주말에만 지역구인 대구에 잠시 다녀왔다. 시계 톱니바퀴처럼 정확했다. 곽 의원의 수석 보좌관인 나는 곽 의원의 동선(動線)을 항상 정확히 파악했다. 반면 나는 집이 부산이기 때문에 주말마다 부산에 내려갔다. 주말에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일요일 저녁 서울로 올라왔다. 국회로 찾아온 부산대 교수도 맹세컨대 없었다.
 
  그런데 조국 딸은 ‘부산대 의전원에 소문이 파다하다’ ‘부산대 교수와 곽상도 의원이 만났다’ ‘성적표를 몰래 뽑아줬다’고 했다. 조국 딸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을 한 걸까.
 
  결과는 뻔했다. 조국 딸이 망신을 당하거나, 곽 의원에게 고소당해 벌금형을 받거나 둘 중 하나였다. 바다를 향해 달리는 강처럼 뻔했다.
 
  그런데 부산대 처지는 달랐다. 조국 딸의 고소 소식을 듣자 긴장했다. 그날 저녁 부산대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직원 모두 태어나 한 번도 경찰 조사를 받아본 적이 없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했다. 적법하게 자료를 제출한 거니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말했지만, 담당자의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가 내 휴대전화를 타고 달팽이관까지 전해졌다.
 
  다음 날 학과장도 전화해서 “만약 (부산대 직원들이) 곤경에 처한다면 꼭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나는 도울 일이 없을 거라고 했지만 믿지 않았다. 부산대 직원들은 매우 순박했다. 법을 전혀 위반하지 않았어도 경찰 조사 받는 상황 자체를 반쯤 유죄로 생각하는 듯했다. 보통 사람들의 심정이었다.
 
  10여 명의 부산대 직원이 조사를 받았다. 일부는 양산경찰서에 출두해서 조서를 썼고, 일부는 부산대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부산대 전산실 직원과 서버도 조사했다. 곧 무슨 일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결과는 싱거웠다. 얼마 뒤 경찰은 현재까지 적법하게 자료 제출이 이뤄졌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라는 단서를 달아 경찰은 다른 유출경로에 있어 여지를 남겼다.
 
  이는 오래가지 않았다. 조국 딸이 곽 의원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버렸기 때문이다. 곽 의원은 조국 딸에게 성적자료 입수 과정을 상세히 알려줬음에도 고소를 취하하지 않아 무고죄 등으로 맞고소했다.
 
  무고죄는 형량이 매우 세다. 맞고소 진행사항을 확인하기 위해 양산경찰서에 연락했다가 우연히 조국 딸의 고소 취하 사실을 알게 됐다. 조국 딸이 직접 찾아와 고소를 취하했다고 한다.
 
  국회는 국회법 128조에 따라 피감기관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만약 이 권한이 없다면 조국 교수를 둘러싼 온갖 특혜와 편법은 영원히 묻힐 가능성이 컸다.
 
 
  조국 부부가 받은 ‘자녀 학비보조’ 수당
 
조국 전 장관이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던 2013년 5월 24일, 고려대를 다니던 딸의 학자금을 신청하기 위해 작성해 서울대에 제출한 ‘대학 학자금 신청서’.
  2019년 9월 20일 《조선일보》는 “[단독] 딸 장학금 이어 학자금 지원까지 챙긴 조국 부부”라는 기사를 실었다. 서울대와 동양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국 교수는 서울대에서 641만원, 정경심 교수는 동양대에서 407만원의 자녀 학비보조 수당을 받았다. 불법은 아니지만 조국 교수가 평소 하던 말과는 분명 달랐다.
 
  2012년 조국 교수는 소셜미디어(SNS)에 “장학금 지급 기준을 성적 중심에서 경제 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13년 당시 외교부 장관의 딸이 장학금을 받자 “이건 정말 아니다! 나는 사립대 다니는 딸에게 장학생 신청을 하지 말라고 했다”고 했다. 위선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신고된 재산이 56억원에 달하는 조국 부부는 자녀 학비보조 수당을 받기 위해 매 학기 신청서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어 행정실에 제출했다. 조국 의혹을 조사하면서 느낀 건 그가 작은 돈에 민감하다는 것이었다.
 

  조국 교수는 자녀 학비뿐만 아니라 본인 급여에도 민감한 듯해 보였다. 조국 교수가 울산대와 동국대에서 급여를 ‘이중수급’했다는 제보를 받고 조사한 적이 있다. 그때 두 대학에서 자료 제출을 거부해 확인할 수 없었다.
 
  한 달 정도 지난 9월 20일, 동국대 법대 교수였다는 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동국대 법대 학과장 출신이라며 당시 일을 좀 더 자세히 알려주었다. 학과장으로서 2000년 조국 교수가 울산대에서 동국대로 이직한 과정을 정확히 기억했다.
 
  당시 서울대 법대 A교수의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제자인 조국 교수가 곧 서울대 교수로 올 것인데, 그 전에 동국대에서 1년만 받아달라는 것이었다. 학과장은 동국대는 거쳐 가는 임시정류장이 아니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그러자 A교수 제자 출신인 동국대 법대 교수들이 찾아와 조국 교수를 1년만 받아주자고 요청하더라는 것이다. 그때 학과장은 하도 귀찮게 해서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쪼잔하게 급여를 양쪽에서 받냐’며 수군거려
 
  그런데 나중에 돌아오니 대학 총장이 학과장인 자신의 결재를 건너뛰고, 조국 교수 채용을 승인했더라는 것이다. 이때 화가 많이 났지만 어쩔 도리가 없어 잊고 넘어갔는데, 최근 조국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니 그때 일이 떠올라 제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국 교수가 급여를 이중으로 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들었다. 2000년 초 동국대 법대 행정실이 사학연금공단으로부터 통지서를 받았다고 한다. 내용인즉, 조국 교수의 급여가 동국대와 울산대에서 이중으로 공제되고 있으므로 한쪽을 정리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교수들 사이에서 ‘쪼잔하게 급여를 양쪽에서 받느냐’며 수군거렸다고 한다. 매우 구체적이어서 사실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조국 교수가 제출한 경력증명서를 찾아봤다. 그는 2000년 3~4월에 울산대와 동국대에서 동시에 근무한 것으로 나왔다.
 
  이것만으로는 조국 교수가 급여를 양쪽에서 받았다는 증거가 되지 않는다. 좀 더 직접적인 증거가 필요했다. 사학연금공단 자료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전산기록에는 조국 교수가 같은 해 2월까지 울산대에서 근무하고, 3월부터 동국대에서 근무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
 
  이대로라면 문제가 없다. 뭔가 이상했지만 조국 교수, 대학, 연금공단 중 하나가 범인인 것은 틀림없었다. 두 대학으로부터 조국 교수의 급여지급 내역을 받으면 손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두 대학에서 개인정보라 제출할 수 없다는 답을 받은 터였다.
 
  범위를 좁혀 익명으로 다시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다. 법대 교수들의 2000년도 급여 내역을 비실명으로 제출하라고 했다. 두 대학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에 저촉되는지 검토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일주일 만에 자료가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자료를 열었다.
 
  두 자료는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울산대 법대 교수 중 2000년 4월에 급여가 ‘중단’된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동국대 법대 교수 중 2000년 3월부터 급여가 ‘시작’된 사람도 딱 한 명이었다. 이 자료와 조국 교수가 제출한 경력증명서를 종합하면 2000년 3~4월에 급여를 양쪽에서 받은 사람은 조국 한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울산대와 동국대에 혹시나 2000년에 급여를 반납한 사람이 있는지 확인했다. 없었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급여를 양쪽에서 받은 것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조국 교수는 왜 양쪽에서 급여를 받았을까.
 
 
  정경심 교수의 병원 진단서를 찾기 위해…
 
   동국대 직원을 통해 그 이유를 추측할 수 있었다. 2000년 당시 동국대에는 새로 채용된 교원에게 2개월 동안 급여의 절반만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규정이다. 조국 교수는 2개월 동안 급여의 절반만 받는 게 싫어서 이렇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국 교수가 2개월 동안 양쪽에서 받은 급여는 총 1088만원이었다.
 
  다만, 사학연금공단 전산 시스템에 조국 교수의 급여공제 기록이 정상적으로 돼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2019년 9월 21일 ‘채널A’는 “[단독] 추석 전 입원 후 퇴원… 정경심, 병실 홀로 쓰며 ‘쉬쉬’”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조국 아내 정경심 교수가 서울의 한 병원에서 한 층을 혼자 사용하다 퇴원했다는 내용이다.
 
  정경심 교수는 딸의 동양대 총장상을 위조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정 교수는 동양대에 병가 휴직서를 제출하고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
 
  조국 딸에 대한 ▲영어논문 제1저자 부정 의혹 ▲공익인권법센터 등 각종 경력증명서 가짜 의혹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제출한 서울대병원 진단서 가짜 의혹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한 동양대 표창장 위조 의혹 등이 제기되자, 정 교수가 동양대에 제출한 ‘병원진단서’도 가짜일 수 있다는 의혹이 일었다.
 
  병원진단서를 확인하기 위해 동양대에 전화했다. 동양대는 경상북도 영주시에 있다. 기자들의 취재에 시달린 동양대 총무과 직원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어렵게 수소문한 휴대전화로 몇 차례 문자를 보내고 나서야 겨우 연락이 닿았다. 영주 부석사, 풍기인삼, 풍기인견, 선비마을, 한우, 포도, 배, 생강도넛 등 지역 명물을 줄줄 읊어주자 직원은 마음의 문을 살짝 열었다.
 
  나는 ‘표창장 때문에 고초를 겪는 동양대 총장님이 안타깝다’고 했다. ‘그래서 더더욱 정경심 교수의 병원진단서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총무과 직원은 어느 병원에서 발급됐는지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우리는 며칠 동안 영양가 없이 밀고 당기는 얘기만 주고받았다.
 
 
  초성이 ‘ㅈ’인 동작구 소재 병원?
 
동양대(사진) 직원의 제보로 정경심 교수가 입원한 서울 동작구의 한 병원을 찾아낼 수 있었다.
  2019년 9월 20일 오전, 그날은 달랐다. 나는 총무과 직원에게 전화해 여느 때처럼 병원이 서울 어느 구(區)에 있는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가 조금 뜸을 들이더니 ‘동작구’라고 짧게 말해주었다. ‘중앙대 병원이냐’고 물으니, ‘종합병원은 아니’라고 했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손은 조용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범고래가 먹이를 향해 접근하듯 서두르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병원 검색 사이트에서 동작구를 입력했다. 약 800개의 병원이 검색됐다. 범위를 더 좁혀야 했다. 동작구에 병원이 너무 많다고 엄살을 부렸다. 또 뜸을 들이더니 자기가 보기엔 중간급 병원 같다고 했다.
 
  규모별 병원이 종합병원→전문병원→병원→의원 등의 순으로 검색됐다. 동작구에 있는 ‘(중간급) 병원’으로 범위를 좁히니 검색 결과가 5개 나왔다.
 
  그 직원은 내가 5개까지 범위를 좁힌 걸 모르고 있었다. 다시 엄살을 부렸다. ‘병원 첫 글자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다. 절대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서도 직원은 전화를 끊지 않고 애간장을 태웠다. 서두르거나 압박하면 달아날 수도 있었다.
 
  다시 엄살을 부리며 첫 글자가 안 되면 초성이라도 알려달라고 했다. 초성만으로는 찾기가 어려우니 그건 내가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했다. 잠시 숨을 고른 뒤 한마디 덧붙였다. ‘동양에서는 동양대가 최고’라고 했다.
 
  직원은 풋 웃더니 초성이 ‘ㅈ(지읒)’이라고 말해주었다. 5개 병원 가운데 지읒으로 시작하는 병원명은 딱 하나였다. 직원은 더 이상 알려줄 수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창밖을 내다봤다. KBS 연구동 앞 도로는 한산했다. 내 머리는 더할 나위 없이 맑았다.
 
  2019년 9월 20일 오후 《조선일보》와 ‘TV조선’, 《한겨레》, ‘채널A’ 국회 출입기자에게 병원 이름을 알려주면서 정경심 교수가 ‘거기서’ 병원진단서를 발급받았을지 모른다고 했다.
 
  다음 날인 토요일 오전,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1층 로비는 환자들로 북적였다. 원무과 직원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7층 입원실로 향했다. 5층에 내려 병실 앞에 붙어 있는 명패를 하나씩 살폈다. 빈칸 없이 꽉 차 있는 가운데 정*심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6층에도 없었다. VIP병실이 있는 7층은 전체가 텅 비어 있었다.
 
 
  ‘정경심’은 없고 ‘정영심’만…
 
2020년 9월 24일 ‘자녀 입시비리·사모펀드’ 관련 혐의를 받는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재차 확인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내려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말끔한 정장 차림의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는 짧게 스쳤다. 다시 명패를 살펴봐도 정*심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5층 간호사 데스크로 갔다. 용기를 냈다.
 
  “정경심씨 면회 왔는데 몇 호실인지 알 수 있을까요?”
 
  간호사는 노트를 몇 장 넘기더니 “그런 사람 없는데요” 라고 했다.
 
  그때 정영심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손으로 가리키며 “여기 이 사람 아닌가요?” 물었다.
 
  간호사는 “이분은 정영심인데… 추석 전에 퇴원했어요. 우리 병원 맞아요? 정경심씨한테 전화해보세요”라고 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 네, 알겠습니다” 하고 나왔다.
 
  심증은 있지만 물증이 없었다. 1층 로비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밖에서 누군가 왔다 갔다 하며 전화 통화하는 게 보였다. 기자가 데스크에 보고하는 딱 그런 폼이었다. 아까 5층에서 본 그 사람이었다. 조심히 다가갔다. 그는 내가 다가간 만큼 멀어졌다. 몇 차례 반복했다. 기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국회에서 일상적으로 기자를 접해온 내 촉이 그렇게 말했다. 일단 물러나서 전화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통화가 끝나자 다가가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기자세요?”
 
  “아닌데요.”
 
  불필요한 신경전은 하지 말자. 내 신분을 먼저 밝혔다.
 
  “저는 국회에서 왔습니다” 했다.
 
  그러자 대뜸 “어느 의원실이세요?” 했다. 기자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질문이었다.
 
  나는 짧게 “곽”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기자는 “상도?” 하고 되물었다.
 
  우리는 근처 빈 건물로 들어가 명함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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