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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추적

조폭의 ‘검은 그림자’ 드리운 옵티머스 사기 사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무자본 M&A’ 판의 추악한 실상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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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폭 부두목’ 조기원 일당이 박장훈을 죽음에 이르게 한 全 과정 공개
⊙ 국제PJ파 조직원의 증언 “조기원, 김태촌 양아들(김행곤)과 얽힌 적 있다”
⊙ 네오퍼플, 에스비엠 상장 폐지 과정에 개입한 조기원과 김행곤
⊙ 삼부토건 무자본 M&A 시도한 김행곤… “무자본 M&A의 元祖”
⊙ 무자본 M&A 자금 출처 ‘명동 사채시장’에서 떠오르는 代父 김모씨
⊙ ‘명동 사채시장’의 김모씨가 라임 사건의 진짜 배후인가?
⊙ 옵티머스 사건은 정권의 권력형 비리? 단순 사기 사건?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의 모습.
  조직폭력배 ‘국제PJ파’는 ‘서방파’에서 갈라져 나온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국제PJ파는 대략 1986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광주광역시를 무대로 삼았다가 서울에까지 진출하며 활동 영역을 넓혔다.
 
  국제PJ파 부두목은 조기원(가명)이다. 조기원은 누군가를 ‘손보기’ 위해 벼르고 있었다. 조기원이 손볼 대상으로 지목한 이는 기업 투자 및 M&A(인수합병) 전문가로 알려져 있던 박장훈(가명)이었다.
 

  조기원·박장훈, 두 사람은 2005년부터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박장훈은 조기원이 어느 조폭 두목에게서 2억원을 빌렸을 때, 조기원의 보증(保證)을 서줬다. 둘은 그 정도로 나름 친분이 두터웠다.
 
 
  殺意의 탄생
 
박장훈(가명)을 살해하고 도주한 조기원(가명)의 지명수배 전단.
  2018년 5월, 두 사람 사이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했다. 조기원은 자신에게 8억원을 빌려준 지인 김○○으로부터 “박장훈, 이○○ 등과 함께 해덕파워웨이라는 회사 인수를 추진 중”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해덕파워웨이는 선박용품 제조 업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은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무자본 M&A 수법으로 해덕파워웨이의 경영권을 장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장훈은 업계에서 무자본 M&A를 전문으로 하는 일종의 ‘기업사냥꾼’으로 지목된 이다(‘무자본 M&A’에 관한 내용은 뒤에 자세히 설명함).
 
  김○○은 조기원에게 “이○○에게 40억원을 제공하면 채무 8억원을 변제해줄 뿐 아니라 추가로 22억원의 이윤을 보장해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박장훈은 조기원에게 “이○○은 현재 (해덕파워웨이) 주식을 갖고 있지 않다. 투자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박장훈은 또 “김○○의 채무 8억원은 내가 대신 갚아주겠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조기원은 김○○의 40억원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박장훈의 이야기는 사실과 달랐다. 이○○이 해덕파워웨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기원은 박장훈의 잘못된 정보로, 몇십억원을 날렸다는 생각에 분통이 터졌다.
 
 
  “내가 때릴 것… 형님은 옆에서 폼만 잡고 있으면 돼”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해덕파워웨이 본사. 사진=해덕파워웨이 홈페이지
  2019년 3월, 조기원·박장훈 두 사람의 사이가 결정적으로 틀어졌다. 원인은 ‘300억원 투자’ 건이었다. 박장훈은 조기원에게 “코스닥 상장사에 300억원을 투자해서 주가를 끌어올리려고 준비 중인데 10억원을 투자하면 60억원 상당의 주식을 나눠주겠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 박장훈은 “주가가 곧 3~4배로 오를 예정”이라며 조기원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조기원은 이를 승낙해 박장훈을 통해 10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박장훈은 약속한 기일인 2019년 5월 17일까지, 조기원에게 주식(株式)을 교부하지 않았다. 박장훈에게 ‘속았다’고 생각한 조기원은 그에게서 약속받은 현금과 주식을 받아내기 위해 일을 꾸몄다.
 
  조기원은 A를 찾았다. A는 조기원이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때(2000~2004년)에 안면을 트고 지내던 사이였다. 조기원은 2016년 12월부터 A에게 50만~100만원씩 생활비를 주며 관리를 하고 있었다.
 
  2019년 5월 17일, 조기원은 A를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만나 “형님(A), 내가 친구를 손봐줄 일이 있는데, 일을 좀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손봐줄 친구’란 박장훈을 지칭한다. 이어지는 조기원의 말이다.
 
  “내가 친구(박장훈) 때문에 손해를 크게 봐서 돈을 받아야 한다. 내가 때리면 뭐라고 못 한다. 형님은 광주에 내려와서 내가 때릴 때 옆에서 폼만 잡고 있으면 된다. 믿을 만한 사람이 있으면 1명 정도 더 데리고 오면 좋겠고, 일이 잘되든 잘되지 않든 1억원을 주겠다. 내려올 때 휴대폰은 집에 두고 지금 내가 주는 휴대폰만 가지고 내려와라. 이 휴대폰은 나랑 연락할 때만 사용해야 된다.”
 
  A는 같은 날 오후 9시경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친구인 B를 만났다. A는 “내가 광주에 아는 동생(조기원)이 있는데, 광주에 내려와서 일을 하나 도와달라고 한다”며 조기원이 한 말을 B에게 전달했다. 조기원은 A에게, A는 다시 B에게 범행에 가담할 것을 제안한 셈이다.
 
 
  “너 같으면 10억 받고 물러나겠냐?”
 
2020년 10월 1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뒷모습)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제시한 ‘옵티머스 게이트 지연·학연·혈연으로 엮인 경제적 공동체’ 자료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조선DB
  조기원은 2019년 5월 18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있는 한 호텔 커피숍에서 A와 B, 두 사람을 만나 술값 등을 포함한 활동비 100만원을 건넸다. 이튿날인 5월 19일 조기원은 두 사람을 다시 만나 “내가 오늘 그 친구(박장훈)한테서 돈을 받아야 된다”며 다음과 같은 취지의 범죄 지시를 내렸다.
 
  “내가 친구(박장훈)를 노래방에 데리고 가서 형님들한테 인사를 시키면 먼저 내가 얘를 몇 대 때릴 건데, 형님들은 그냥 옆에서 폼만 잡고 서 있어라. 그래도 얘기가 잘 안 되면 돈을 받기 위해 같이 얘를 데리고 다녀야 되니 형님들 오늘 집에 못 갈 수도 있다. 돈이 들어오면 금방 다 찾을 수 있고 저녁에 얘를 서울에 내려주면 된다.”
 
  5월 19일 오후 6시, 조기원과 박장훈은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한 노래주점에 들어섰다. A씨와 B씨는 이미 노래방에 들어가 대기하고 있었다. 조기원은 박장훈을 A와 B에게 인사시켰다.
 
  그 직후부터 조기원은 박장훈의 얼굴과 허벅지 등을 구타하기 시작했다. 조기원은 박장훈에게 “지금부터 말하지 마. 거짓말할 때마다 주먹 한 대씩 날아가니 묻는 말에나 대답해”라며 겁박했다.
 

  조기원은 밖에서 A4 용지와 볼펜, 인주(印朱)를 가지고 들어와 박장훈에게 “너, 나랑 어떻게 계산할래? 나랑 어떻게 계산할지 네가 말해봐라”하고 윽박질렀다. 박장훈은 “내일까지 10억원을 주겠다”고 말했다.
 
  조기원은 박장훈에게 계속 폭력을 행사하며 “너 같으면 10억 받고 물러나겠냐? 내가 30억~40억원 투자하려고 했는데 네가 못 하게 한 것 맞지? 너 때문에 30억~40억원이 순식간에 날아갔는데, 10억?”이라고 말했다.
 
  겁에 질린 박장훈은 “20억원을 주겠다. 내일까지 바로 마련할 수 있는 10억원은 현찰로 주고,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고 약속했다. 조기원은 A에게 “(박장훈이) 시끄럽게 하면 한 대씩 때리고, 아니면 내버려 두라”고 이르곤 잠시 자리를 비웠다.
 
 
  “유(You), 술 좀 따라 봐”
 
  조기원이 자리를 뜨자, A와 B는 박장훈을 감시했다. 조기원이 폭력을 휘두를 때보다는 상황이 다소 진정됐다. 그 과정에서 술잔도 돌았다. A와 B는 박장훈에게도 술을 마시게 했다. 그런데 술에 취한 박장훈이 A에게 “유(You), 술 좀 따라 봐”하고 반말 조의 말과 욕설을 했다.
 
  화가 난 A는 조기원이 그랬듯 박장훈의 얼굴과 허벅지를 수차례 때렸다. 박장훈은 이미 조기원의 구타로 얼굴과 코 주변이 피범벅이었다. 그럼에도 A는 박장훈에게 폭력을 행사했고, 박장훈은 결국 의식을 잃었다.
 
  다음 날인 5월 20일 밤 12시50분경, 조기원이 다시 노래방을 찾았다. 조기원은 쓰러져 있는 박장훈을 발로 차면서 “야, 일어나 봐”라고 말했으나, 박장훈은 축 늘어진 상태였다.
 
  조기원을 포함한 이들 세 명은 새벽 1시20분경, 의식을 잃은 박장훈을 노래방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실었다. 이 차의 운전사는 조기원의 친동생이었다. 조기원은 박장훈을 납치·감금하기 전, 미리 동생에게 차를 빌려놓으라고 지시해뒀다.
 
  조기원과 A와 B는, 조기원의 동생이 모는 차를 타고 병원이 아닌 서울로 향했다. 박장훈의 집에까지 찾아가 돈을 받아내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충남 논산의 한 휴게소에 다다르던 새벽 3시쯤, 자동차 뒷좌석에 있던 박장훈은 끝내 숨을 거뒀다. 훗날 밝혀진 사인(死因)은 두부(頭部)손상(경막하 출혈, 지주막하 출혈)이었다.
 
 
  박장훈 사망했음에도 병원 아닌 서울行 택해
 
  박장훈이 사망했음에도 이들은 계속해서 서울로 내달렸다. 5월 20일 오전 6시16분경 서울 강남구의 한 초등학교 부근에 이르자 조기원의 동생은 차를 B에게 인계한 뒤 광주로 내려갔다.
 
  조기원은 A와 B에게 특정 장소를 일러준 뒤 “내가 3시간 후에 전화할 테니 그곳에서 만나자”고 말했다. 그러곤 조기원은 지하철을 타러 갔다.
 
  A와 B는 박장훈의 시신(屍身)이 실린 차를 가지고 조기원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에 갔지만, 조기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같은 날 오후 4시40분경 경기도 양주시 철길 부근 공영주차장에 박장훈의 시신이 실린 차를 버려두고 도주했다.
 
  이상의 내용은 조기원의 공소장과 A와 B의 공소장, 그리고 이들 세 사람의 1~2심 판결문 내용을 토대로 사건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한 것이다. 그간 조기원이 박장훈을 구타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보도는 나왔지만, 그 구체적인 상황이 법률 자료를 기반으로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조기원은 1심에서 징역 18년의 중형(重刑)을 선고받았다. A와 B는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 10년과 5년 형을 받았다. 대법원 역시 항소심의 판단을 그대로 인용해 두 사람의 형은 확정됐다.
 
 
  ‘조폭’과 ‘무자본 M&A’의 그림자
 
  박장훈 납치·살인 사건은 최근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옵티머스 사기 사건의 아주 작은 단면 중 하나다. 동시에 옵티머스 사기 사건에 조폭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자, 옵티머스 사건의 단초로 작용했다.
 
  옵티머스 사기 사건에는 유독 ‘조폭’과 ‘무자본 M&A’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조기원뿐 아니라,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구속) 대부디케이에이엠 대표도 조폭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박장훈 역시 조폭 출신이라는 설(說)이 나돈다.
 
  무자본 M&A는 말 그대로 자기자본이 아닌 차입자금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말한다.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국은 무자본 M&A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기업 인수자가 주로 자기 자금보다는 차입자금으로 기업을 인수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불법적인 것은 아니나, 기업 인수자가 정상적인 경영보다는 단기간의 시세차익을 위하여 허위사실 유포, 시세조종 등 불공정 거래를 할 가능성이 높음.〉
 
  무자본 M&A의 문제점 중 하나는, 앞서 본 해덕파워웨이의 경우처럼 M&A 과정에 ‘기업사냥꾼’이 개입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때 조폭 관련 자금 등 정체불명의 돈이 흘러 들어갈 공간이 만들어진다.
 
 
  투자자 돈 가지고 엉뚱한 곳에 流用
 
  해덕파워웨이가 어떤 과정을 거쳐 무자본 M&A의 희생양이 됐는지 잠시 살펴보자. 해덕파워웨이는 주력 제품인 선박용 방향키가 한때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강소기업으로 인정받아 2010·2011년 한국거래소가 선정한 ‘코스닥 시장 히든챔피언’에 2회 연속 이름을 올렸다. 그만큼 우량기업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를 무대로 한 기업사냥꾼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 당초 옵티머스는 ‘공공기관 매출 채권에 투자할 목적’으로 사모펀드를 조성했다. 투자자들은 이 말을 믿고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돈은 전혀 엉뚱하게도 기업 M&A에 쓰였다.
 
  옵티머스는 두 개 회사를 거쳐 해덕파워웨이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옵티머스의 페이퍼컴퍼니이자 자(子)회사 격인 ‘셉틸리언’과 셉틸리언의 대주주인 ‘화성산업’이다. 즉 옵티머스 → 셉틸리언 → 화성산업 → 해덕파워웨이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
 
  셉틸리언은 옵티머스 자금이 들어간 대부디케이에이엠과 트러스트올 등으로부터 250억원을 조달한 뒤 해덕파워웨이 인수에 나섰다. 대부디케이에이엠과 트러스트올의 명목상 대표는 앞서 언급한 이동열씨다. 해덕파워웨이는 회삿돈을 들여 다시 옵티머스에 350억원을 신탁(信託)했다. 이런 식으로 수천억원의 돈을 자신들이 만든 (실체도 불분명한) 회사에 내리꽂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해덕파워웨이의 소액주주들은 “셉틸리언이 자회사인 화성산업을 통해 해덕파워웨이 경영권을 인수한 것 자체가 ‘무자본 투자의 먹이사슬’”이라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부부 관계’ 등으로 얽혀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셉틸리언의 대표는 김재현(구속) 옵티머스 대표의 아내 윤모씨다. 옵티머스 이사로 있던 윤석호(구속) 변호사는 화성산업 감사를 맡았었고, 윤 변호사의 아내인 이모 변호사 역시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직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이모 변호사는 2019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골든코어의 대표 유모(구속)씨와 아내 이모씨에게도 옵티머스 자금이 건너간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PJ파’ 조직원의 증언
 
  사망한 박장훈씨가 해덕파워웨이를 무자본 M&A 하는 과정에서 했던 역할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박씨는 2019년 검찰 수사에서 ‘해덕파워웨이 경영권 인수를 위해 경영 실사에 참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때 그는 옵티머스 고문 직함을 갖고 있는 동시에 화성산업에도 연관이 돼 있었다.
 
  그러나 박씨는 해덕파워웨이 주주(株主) 명단엔 없었다. 또 다른 최대 주주와 대표이사를 앞세우고 자신의 실체를 감춘 것이다. 대신 박장훈씨는 컨소시엄을 만들어 외부차입금을 통해 해덕파워웨이 인수대금을 마련했다. 외부차입금 중에는 앞서 보았듯, 조폭 관련 자금이 일부 끼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장훈씨 등이 해덕파워웨이의 새로운 최대 주주와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한 2018년 4월 이 회사 주가(株價)는 석 달 전보다 무려 4배 이상 치솟았다. 기업사냥꾼들이 왜 무자본 M&A에 군침을 흘리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준다.
 
  박장훈 납치·살인 사건과 관련해, 국제PJ파 조직원 C씨를 만날 수 있었다. C씨는 조기원에 대해 잘 알 뿐 아니라, 이 사건에 대해서도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 기자가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부분을 C씨에게 설명하자 그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몇 가지를 바로잡아주기까지 했다. 다음은 C씨와의 일문일답이다.
 
  ― 조기원이 박장훈을 살해한 데에는 돈 문제 외에 다른 이유도 있나.
 
  “살해라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조)기원이 형님은 사람 죽이라고 지시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그 형님은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교도소와 구치소에서 보낸 분입니다. 나이도 환갑이 넘었는데, 굳이 (사람) 죽이라고 지시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김태촌 양아들이 무자본 M&A의 元祖”
 
‘국제PJ파’ 조직원 C씨는 2013년 사망한 ‘범서방파’ 두목 김태촌 양아들을 자처하는 김행곤이 ‘무자본 M&A의 원조’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3년 1월 5일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태촌씨 빈소. 사진=조선DB
  ― 어쨌든 한 사람이 사망하지 않았나.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지만 저는 죽은 박장훈도 잘못이 있다고 봐요. 그 뭐냐…. ‘기업사냥꾼’ 노릇 하면서 끌어다 쓴 돈이 얼만데요. 기원이 형한테 30억원 가까이 빌려 갔다는 기사도 나왔잖아요. 내가 알기론 그 돈으로 기업사냥을 한 건데 그게 사실 사기잖아요.”
 
  ― 조기원도 박장훈과 마찬가지로 무자본 M&A 판에 뛰어든 장본인 아닌가.
 
  “돈을 빌려준 정도지, 그 형이 직접 그 판에 끼어들거나 하지 않습니다. 그런 스타일이 아니에요.”
 
  ― 조기원은 기업 인수에 필요한 돈, 즉 무자본 M&A에 필요한 돈을 어디서 구했나.
 
  “무자본 M&A를 위한 돈의 출처는 거의 다 명동 사채시장입니다. 내 생각에 박장훈은 기원이 형님이 명동 사채시장에서 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걸 알고, 투자하라고 (조기원에게) 접근한 거 같아요.”
 
  ― 조기원이 과거에도 이런 비슷한 일에 연루된 적이 있나.
 
  “그 형이 김태촌 양아들과 얽힌 적이 있어요. 그것도 돈 관계로 얽힌 거죠.”
 
  ― 우리가 아는 그 김태촌 말인가? 2013년 사망한?
 
  “네. 기원이 형님이 태촌이 형님 양아들한테 몇십억을 빌려줬습니다. 기원이 형은 그때도 사기를 당했어요. 박장훈에게 돈 빌려준 거하고 비슷해요. 양아들이란 사람이 주가 올려준다고 투자하라고 하니까, 거기에 기원이 형이 돈을 넣은 거죠.”
 
  ― 김태촌 양아들이 조기원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다.
 
  “이쪽 세계에선 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여기(조폭 세계)선 무자본 M&A의 원조(元祖)를 그 양아들이라고 본다니까요.”
 
  ― 양아들과 조기원은 어떤 관계인가.
 
  “기원이 형님이 그 양아들로부터 주식을 처음 배운 걸로 압니다. 근데 그놈이 사기 친 거죠.”
 
 
  삼부토건 무자본 M&A 시도한 김태촌 양아들
 
김행곤은 2018년 삼부토건(사진)을 상대로 무자본 M&A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김태촌의 양아들 김모씨에 관한 부분은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C씨의 말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주간지 《시사저널》은 삼부토건에 대한 무자본 인수 시도 의혹을 보도했다. 삼부토건의 새 대주주인 ‘DST로봇 컨소시엄’이 정체불명의 인사들을 앞세워 삼부토건의 유보금으로 인수자금을 충당하려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이 매체는 “그 의혹의 중심에는 ‘김○○’씨가 있다”며 “김씨는 이후 삼부토건 회장을 자처하며 측근을 경영지원부본부장과 고문 등 요직에 기용하는 등 조직 장악에 나섰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전했다. 문제의 ‘김○○’씨가 바로 김태촌의 양아들이란 것이다. 다음은 해당 기사의 일부를 요약한 것이다.
 
  〈삼부토건은 김씨의 신상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거지나 출신 등 기본 인적사항은 물론 과거 행적도 베일에 가려 있었다. 회장에 정식 취임한 것이 아니어서 그의 인사 관련 서류가 일절 접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DST로봇에서도 김씨의 존재를 아는 이는 없었다. 김씨는 범서방파의 두목인 고(故) 김태촌씨의 양자(養子)로 알려진 인물로 확인됐다. 김○○ 역시 실명이 아니었다. 한때 범서방파에서 행동대장으로 활동한 김씨는 김태촌씨가 사망하기 직전까지 병수발을 들며 양아들을 자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앞서 기업사냥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전력이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그의 행적은 여느 조폭들과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1999년 폭행죄로, 2002년 특수강도죄로 각각 실형을 받은 바 있다.〉
 
 
  조기원 아내 “김태촌 양아들의 주가조작 실상 공개”
 
  김씨는 자신의 본명 대신 ‘김행곤’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다. 이를 근거로 알아본 결과, 조기원과 김행곤이 과거 주가조작과 관련해 다툼을 벌인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C씨가 말한 ‘조기원이 김태촌 양아들에게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것이었다.
 
  해당 내용은 조기원의 아내 이○○씨가 2013년 3월, 어느 주식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것이다. 이씨의 글은 “폭력조직인 범서방파 행동대장이며 고 김태촌씨의 양아들인 김행곤(실제 이름은 김○○: 녹취록 근거)의 주가조작 실상을 당사자와 녹취된 내용 일부를 공개하여 더 이상 선의의 피해자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올립니다”라고 시작한다.
 
  이씨는 “저는 네오퍼플로 손해를 본 조기원씨의 아내이며 제가 녹취록에 근거하여 실명으로 자료를 공개하여 주주님들의 현명한 판단과 투자에 주의를 바란다”며 “네오퍼플 외에도 다른 코스닥 주식(에스비엠, 경원산업 등) 주가조작 내용 일부를 올린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올려놓기도 했다(현재 전화번호는 변경된 것으로 확인). 이씨가 올린 남편 조기원과 김행곤의 녹취록 일부를 약간의 해설과 함께 소개한다.
 
 
  조기원-김행곤 녹취록 (1)
  네오퍼플 관련
 
  〈조기원: 지금 감자(減資)하면 어저께나 이야기해 주지.
 
  김행곤: 아니, 감자를 안 할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형님…. 지금은 감자 타이밍이 아니고 좀 더 있다가 주식으로 해가지고 우리 것 기본적인 것, 지인들 것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서 그거는 정리하는 걸로 하고 했는데 직접적으로 ○○형 쪽에서 물량이 어제도 한 400만 주 나온 것을 제가 받았습니다. 죽일라고 형님. 받아서 지금 남아 있는 물량만 예를 들어서 카운트 해야죠. (중략)
 
  조기원: 갑자기 결정해버린다잉?
 
  김행곤: 왜 그러냐면 저희들끼리만 하면 되니까요. 왜 그러냐면 감자해가지고 하는 걸로 해서 지금 제가 판 짜려는 것이 감자하면 제가 봤을 때는 주식이 200원까지 빠집니다.
 
  조기원: 그러면 어떻게 내일이라도 매도를 해야 되냐?
 
  김행곤: 저희들은 어떻게 할라고 하냐면 200원까지 판이 빠지니까 말입니다, 200원대로 해가지고 봐서 감자를 예를 들어서 그거 빠지면 거기서 주식을 지금 걷을…. 초안을 놔뒀다가 그때 걷어서 형님 다시 올린다든지, 감자도 우리가 부결시킬 수도 있거든요. 그러면 지금 20만 주를 말입니다, 20만 주를 제가 조금 이따 늦게라도 전화 한번 주시면…. 안 그러면 내일 아침 일찍 터는 게 낫습니다. 오늘 형님 감자 나가면 우리가 막을 수 있는 한계가 지나거든요.
 
  (중략)
 
  조기원: 네오퍼플은 솔직히 형한테 이야기해봐라. 네오퍼플은 버릴라고 하냐, 갈라고 하는 거냐.
 
  김행곤: 네오는 뭐가 좋냐면 야쿠르트 사업부라고 있거든요. 거기에서 수익이 납니다. 수익이 나고 거기는 갖고 가다가, 궁극적인 건 계속 갖고 갈 수는 없고 말입니다. 2년 후에 매각을 시킬라고 생각합니다.〉
 
  식료품 제조업체였던 네오퍼플은 2013년 3월, 작전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상장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네오퍼플은 자본잠식이 50% 발생해 감사의견이 거절됐고, 두 달 후 네오퍼플은 상장 폐지됐다. 당연히 소액주주의 주식은 휴지 조각이 돼버렸다. 네오퍼플 소액주주들은 상장 폐지 배후에 작전 세력이 있다고 항의했다.
 
  앞서 그해 1월, 네오퍼플은 결손 보전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통주 3주를 1주로 병합하는 감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감자 후 자본금은 102억4800만원으로, 발행 주식 수는 2049만6329주로 각각 감소했다. 경영 상태가 악화됐음을 대외(對外)에 공표한 셈이다.
 
  녹취록의 내용상 김행곤은 이 회사 주식이 감자될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 반면 조기원은 이 사실을 몰랐던 것 같다. 김행곤은 작전 세력으로서 네오퍼플의 주가를 조작하는 형태로 수익을 얻은 듯하다. 이 과정에 조기원이 함께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 김행곤의 말을 가만히 살펴보면, 경영 상태가 나빠지자 네오퍼플 주식을 손절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조기원-김행곤 녹취록 (2)
  에스비엠 관련
 
  〈조기원: 그런데 에스비엠은 30억 계약금 걸었다매?
 
  김행곤: 예.
 
  조기원: 그런데 주식은 400만 주를 어떻게 취득한 거야?
 
  김행곤: 30억 계약금을 걸고 나머지 235억은 맞춘 거죠. 35억은.
 
  조기원: 주식을 산 거야?
 
  김행곤: 아 네, 명동하고 자금을 맞춰서 해서 거기다 집어넣고.
 
  조기원: 주식으로 받은 거야?
 
  김행곤: 주식하고 나머지는 플러스해서 임총(임시주주총회)으로 넘어와서 회사에 돈이 많이 있습니다. 이면으로 설정해주고 싼 이자로 쓴 거죠.
 
  조기원: 명동 사채는 웬만한 실리 없이는 못 움직이는데…. 네가 지분이 있냐 회사에 가?
 
  김행곤: 회사를 제가 갖고 있는데요. 그 돈을 제가 다 쓸 수 있는데요.
 
  조기원: 에스비엠을 네 앞으로 사버렸냐, 지금?
 
  김행곤: 예, 제가 다 샀죠, 형님.
 
  조기원: 긍께 같이 다른 사람들하고?
 
  김행곤: 다른 사람은 의미가 하나도 없습니다. 왜 그러냐면 제가 계약금 30개를 넣었고요 235개(235억)를 제가 아는 사채에서 다 끌어서…(중략) 에스비엠 같은 경우는 돈이 많아서 제가 나쁜 마음 먹으면 100개는 내일이라도 빼가지고 상폐(상장 폐지)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면 저는 100억은 벌지 않습니까?〉
 
  에스비엠은 위조지폐감별기와 지폐계수기 제조업체다. 김행곤 일당은 자본금 1억원의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에스비엠의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받기로 했다. 그 후 인수자금 262억원 가운데 10% 정도만 우선 현금으로 지급하고 주식을 넘겨받은 뒤, 주요 경영진을 모두 측근으로 교체했다. 삼부토건 무자본 M&A와 유사한 수법이다.
 
  이후 명동 사채업자들이 동원됐다. 에스비엠이 소유한 234억원대 양도성예금증서(CD)를 이들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사채를 빌려 잔금을 치렀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명동 사채시장이 등장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런 방법으로 김행곤은 별다른 자본을 동원하지 않고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했다. 위 대화에서 김행곤이 “마음먹으면 100개(100억)는 내일이라도 빼 상폐시킬 수 있다”는 건 무자본 M&A로 취득한 에스비엠의 경영권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납치 전문’ 조기원
 
  조기원-김행곤, 두 사람은 결국 돈 문제로 사이가 틀어졌다. 조기원은 김행곤을 납치·폭행해 교도소 신세를 졌다. 박장훈의 사례에서 보았듯 이때도 돈을 둘러싼 배신의 흔적이 엿보인다.
 
  여기서 한 가지 덧붙이면, 조기원은 ‘납치 전문’이라고 한다. 그간 조폭 세계에서 입소문 난 굵직굵직한 납치 사건의 중심엔 거의 다 조기원이 있다고 한다. C씨의 말이다.
 
  “기원이 형님 전문은 무자본 M&A 이런 게 아니라 납치예요. 걸리지 않은 납치 건까지 합하면 대략 7~8개는 될 겁니다. 2008년인가? 공○○하고, 전직 조폭 두목이자 고깃집 ○○○ 사장 나○○ 납치 사건이 대표적이죠. 이용호(전 G&G그룹 회장) 손본 것도 기원이 형이 관여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C씨가 말한 이용호씨 역시 옵티머스 사기 사건과 관련해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용호씨는 230억원을 투자해 옵티머스 관계사 해덕파워웨이 인수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장훈이 해덕파워웨이 인수자금을 마련할 때 일부 지분 양도를 조건으로 약 230억원을 건넨 것이다. 박장훈은 조기원에게 그러했듯, 이용호씨에게도 이 계약조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이용호씨는 한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기업 인수 후 박 고문(박장훈)이 계약조건을 지키지 않으면서 나는 2018년 7월 해덕파워웨이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이후 이들을 사기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서 검찰에 참고인 신분으로 나가 이미 관련 조사를 모두 마친 상태”라며 사건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이용호씨는 김대중 정부 시절 권력형 비리의 전형(典型)으로 일컬어지는 ‘이용호 게이트’의 장본인이다. 이 사건은 특검으로까지 이어졌다. 특검 수사팀은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처조카와 측근, 신승남 당시 검찰총장의 동생 등의 비호 사실을 밝혀냈다. 신승남 총장과 검찰 고위 간부 5명이 불명예 퇴진했다.
 
  2005년 이용호씨는 이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6년에 벌금 250만원 확정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재심(再審)을 청구했다. 재심 재판부는 이 전 회장의 일부 횡령 혐의를 무죄로 확정하고 형량을 3개월 낮췄다.
 
 
  또 하나의 ‘검은 그림자’
  명동 사채시장… 떠오르는 代父는?

 
2000년대 초반의 명동 사채시장. 사진=조선DB
  국제PJ파 조직원 C씨와 김행곤의 말 중 주목할 대목은 무자본 M&A의 자금 출처가 명동 사채시장이라는 것이다. 이 역시 좀 더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D씨는 조폭 출신 사업가로 국제PJ파의 생리를 잘 아는 이다. D씨는 김태촌, 조기원과도 친한 사이다. 그로부터 명동 사채시장과 조폭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 들을 수 있었다.
 
  “명동 사채업자는 조폭에게 돈을 빌려줄 때, 한 번에 몇백억원씩 빌려줍니다. 조폭이야 제1금융권에서 거액의 대출을 받을 수 없으니 눈 돌릴 곳은 사채업자밖에 없죠. 조폭은 ‘지하경제’에서 나온 그 돈을 통해 페이퍼컴퍼니 수십 개에서 수백 개를 만들 수 있고, 무자본 M&A에도 나설 수 있죠. 조폭 입장에서는 몇백억을 빌려도 몇 달 후에 다양한 방법으로 ‘돌려막기’가 가능하니 액수가 커도 상환하는 건 그다지 큰 무리가 없어요.”
 
  D씨는 “사채업자들이 정작 중요하게 여기는 건 이자(利子)”라고 했다. 그는 “사채업자는 조폭에게 짧은 상환 기간을 요구하는 동시에 그들로부터 몇억가량의 이자를 받는다”며 “세상에 그런 이자가 어디 있냐. 순수한 현찰 거래니 사채업자 입장에선 완전히 남는 장사”라고 말했다. 이때 사채업자가 적용하는 이율은 월 10%(연리 120%) 선이라고 한다. 시중 은행 금리(金利)를 감안하면 그야말로 엄청난 고리(高利)인 셈이다. D씨는 “사채업자들이 조폭에게 건네는 돈을 일명 ‘브릿지 자금’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D씨는 또 “최근 명동 사채시장에서 김○○이 아주 유명하다”고 귀띔했다. 김○○이 명동 사채업계의 ‘대부(代父)’로 떠오르고 있다는 말이었다. 실제로 김○○은 라임사태의 실질적인 배후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라임수사가 한창일 때 검찰은 김○○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사채업 세계에 밝은 어느 사업가는 “명동 사채시장도 산업의 발전과 함께 트렌드에 맞춰 최첨단으로 무장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사업가는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는 사채업자 E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자본이 전혀 없었던 E씨는 성실함을 앞세워 법무사 사무실에 돈을 대주는 ‘전주(錢主)’들과 친분을 쌓다 이 업계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E씨는 여느 사채업자들처럼 처음에 부동산 몇 건을 성공시켜 종잣돈을 마련했고, 이후 M&A 시장에 뛰어들어 명동 바닥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사채업자 E씨의 수법은 이렇다. 적당한 규모의 코스닥 상장업체를 찍어서 ‘자기 사람들’을 앞세워 그 회사의 주식(경영권)을 사들인다. 주식을 사들이는 돈은 물론 사채업자가 댄다. ‘자기 사람들’이란 룸살롱의 ‘바지사장’들과 같은 개념이다.
 
  E씨의 ‘바지사장’들이 회사 경영진으로 들어가면 E씨는 그들의 주식을 담보로 잡고, 회사 인감과 회사 통장을 10~20개 만든다. 이후 E씨의 돈으로 코스닥 회사의 주식을 사고팔기를 반복해 주가를 몇 배 뛰게 하는 식이다. E씨는 동일한 수법으로 1년에 4~5차례 기업사냥을 반복했다. 이는 앞서 본 해덕파워웨이를 장악한 수법과 흡사하다.
 
  이런 식으로 E씨는 ‘100억 놓고 300억 먹는 식’의 장사를 계속했고 그 덕에 E씨는 한때 사채업계의 황제로 군림했다. 이 사업가의 말이다.
 
  “E씨가 이 과정에서 세금 10원 한 장 낸 것이 없습니다. 사채업자들끼리 ‘룰’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E씨는 회사를 인수해서 회사 내부자금과 인감도장을 따내는 게 목적이지 경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E씨가 앞세운 경영진은 룸살롱 바지사장과 똑같아서 세금을 추징할 수 없습니다. 한때 사채시장에서 E씨 돈 안 쓰고는 기업 합병을 할 수 없다는 얘기가 돌았습니다. 6~7시간 만에 현금 1조원을 모을 수 있다고들 했죠.”
 
 
  “김태촌, 생전에 양아들의 존재 언급한 적 없어”
 
  다시 김행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D씨는 김태촌의 양아들 김행곤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김)태촌이 형님 돌아가시기 며칠 전 어느 음식점에서 만난 적이 있다”며 “그때도 태촌이 형님은 양아들의 존재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이전에도 비슷한 얘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고 단언했다. 김행곤의 ‘김태촌 양아들’ 운운이 사칭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D씨는 “김행곤이 작정하고 기원이 형을 속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씨 역시 D씨와 같은 입장이었다.
 
  D씨는 또 “기원이 형님을 누구보다 잘 아는데 기업 인수합병 이런 것에 그다지 밝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제PJ파 내에서 기원이 형님을 따르는 애들은 소수인 걸로 안다”며 “박장훈 혼내줄 때 자기 조직원이 아닌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이들을 데리고 간 것이 그 이유”라고 주장했다. D씨는 “기원이 형이 나이가 많고 조직 내에서 입지가 좁아지니 돈놀이에 눈을 돌렸고, 그게 지금의 화(禍)를 초래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추정했다.
 
  D씨는 또 “오히려 기원이 형님보다 형수(이○○)가 더 수완이 좋다고 들었다”며 “형수가 광주광역시에서 큰 음식점을 하는데, 광주 유지들과 친분이 깊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옵티머스 사건, 권력형 비리로 단정해선 안 돼”
 
  조폭과 얽힌 옵티머스 사기 사건은 이처럼 돈을 매개로 곳곳에 음습한 자취를 남기고 있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본질은 뭘까. 야권(野圈)에서는 이 사건을 사실상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비리’로 단정하고 있다. 등장인물 중 몇몇이 친여(親與) 성향 인사라는 이유에서다.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고 있는 국민의힘 소속 F씨는 “옵티머스 사건이 문재인 정권의 권력형 비리라는 시각은 약간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회계를 전공한 F씨는 선거를 준비하면서 옵티머스 사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그 결과 ‘기업사냥꾼’에 의한 규모가 큰 사기 사건이란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F씨의 말이다.
 
  “옵티머스 사건과 관련해 특정 지역, 특정 고교 인맥이 언급되면서 자연스럽게 현 정부 실세들과의 유착을 의심했는데 연결고리가 너무 약하더라고요. 우리(국민의힘)는 물론 일부 언론까지 ‘옵티머스=문재인 정권 비리’로 몰아가던데 조금 위험한 감(感)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권력 실세보다는 그 밑에 ‘잔챙이’들이 설친, 규모가 큰 사기 사건이에요. 그 이상의 정황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어요.”
 
  옵티머스 사건 수사는 현재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주민철)가 맡고 있다. 일각에서는 친(親)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사건을 제대로 지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국민의 시선이 온통 사건 해결의 키(key)를 쥔 검찰에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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