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정밀추적

‘채널A 검언유착’ KBS 오보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사실

‘취재계획서’의 날짜는 왜 바뀌었고, 리포트는 누가 데스킹했나?

글 : 조성호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취재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은 단수인가, 복수인가.
“한두 명 정도 되는 거 같아요. 그중에 검찰 관계자가 끼어 있는 것 같습니다.”(한동훈 검사장 측)


⊙ 오보 당일(7월 18일) KBS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취재계획서 ‘7월 28일 11시31분’으로 바뀌어… KBS 관계자 “보도 이후 내용 수정 가능성 있다”
‌⊙ 오보 리포트를 ‘대체승인’(데스킹) 한 사람은 ‘법조반장’인데 KBS 사회재난주간은 “법조팀장이 데스크했다”고…
⊙ 한동훈 검사장 측 핵심 인사 “KBS 誤報는 적극적인 오보… 어떤 면에서는 ‘공작 보도’에 가까워”
⊙ “KBS가 共謀한 게 아니라면 허위 정보 흘려준 사람 공개해야… 취재원 보호와는 상관없어”
이른바 ‘검언유착’의 당사자로 지목돼온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왼쪽)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KBS가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18일 ‘이동재-한동훈이 신라젠 의혹을 총선 직전 보도하기 위해 공모한 정황이 있다’는 취지의 오보(誤報)를 낸 가운데, 그 배경과 경위에 관한 의문이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
 
  문제의 오보에는 KBS가 확보한 ‘취재 녹취록’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定說)로 굳어져 있다(KBS는 ‘취재 녹취록’이 아닌 ‘취재 메모’라고 주장). 오보 이후, 언론에 공개된 취재 녹취록과 실제 보도 내용이 거의 일치했기 때문이다.
 
  KBS가 확보한 취재 녹취록에는 한동훈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구속)가 올해 2월 13일, 부산에서 만나 나눴던 이른바 ‘부산 녹취록’에 없는 내용이 담겼다. KBS 취재 녹취록에는 신원미상의 인물이 KBS 기자와 문답을 나누는 듯한 장면과 함께 누군가가 부산 녹취록에 관해 이런저런 설명과 해석을 내리고 있었다.
 

  KBS가 취재 녹취록을 기반으로 작성한 실제 보도 리포트(기사)는 결국 오보로 판명됐다. KBS 보도가 나가자 이동재 전 기자 측은 “KBS 보도는 (부산) 녹취록에 없는 내용”이라며 ‘부산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KBS도 오보임을 인정하며 사과 방송을 했다.
 
  이후 오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KBS 취재 녹취록 속 신원미상의 ‘취재원’이 누군지에 초점이 모였다. 일부 언론과 야당은 검찰 고위 인사, 친여(親與) 정치인을 거론하며 사안은 ‘정치 문제’로 비화됐다.
 
 
  날짜는 왜 바뀌었나?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박대출(경남 진주갑) 의원실은 KBS 내부 보도정보시스템에서 오보 당일의 취재계획서와 실제 보도 리포트가 담긴 캡처 사진 등을 입수했다. 기자도 해당 자료를 지난 10월 초에 받아 그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던 취재계획서의 날짜가 바뀌었음을 확인했다. 보도(오보) 이후, 취재계획서가 어떤 이유로 수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박대출 의원실과 KBS 관계자의 시각이다.
 
  보도가 나간 정확한 경위를 살피기 위해선 취재와 기사 작성, 그리고 데스킹에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법조팀’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이들은 총 3명으로 압축할 수 있는데, 오보를 전한 A 기자와 법조반장 B 기자, 법조팀장 C 기자다.
 
  보도 당일인 지난 7월 18일 오전, B 기자는 KBS 보도정보시스템에 취재계획서 성격의 ‘@법조 개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놨다.
 
  사진은 법조반장 B 기자가 KBS 보도정보시스템에 그간 올린 법조팀 취재계획 등이다. 이 사진 맨 밑의 ‘@법조 개요’는 문제의 오보가 있었던 7월 18일 오전 10시19분, B 기자가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린 것이다. 그 내용을 캡처한 게 오른쪽 사진이다. 자세히 보면, 날짜가 ‘20-07-28 11:31’로 바뀌어 있다.
 
  KBS 관계자는 “날짜가 수정됐다는 얘기는 ‘취재계획서’의 내용도 수정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포렌식을 통한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월간조선》에 말했다. 다음은 ‘@법조 개요’에 실려 있는 내용의 전문이다.
 
법조반장 B 기자가 KBS 보도정보시스템에 그간 올린 사진과 법조팀 취재계획(왼쪽 사진)이다. 왼쪽 사진 맨 밑의 ‘@법조 개요’는 문제의 오보가 있었던 7월 18일 오전 10시19분, B 기자가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린 것이다. 그 내용을 캡처한 게 오른쪽 사진이다. 자세히 보면, 날짜가 ‘20-07-28 11:31’로 바뀌어 있다.

  〈[@법조 개요]
 
  @ 채널A 전 기자 구속…“검찰 고위직 연결·협박 의심할 자료 상당”(○○○)
 
  - 법원이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
 
  -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크게 ‘혐의 소명’과 ‘증거인멸 우려’.
 
  -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가 있다”고 밝힘.
 
  - 김 판사는 또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하여 수사를 방해했고, 향후 계속 증거를 인멸할 우려도 높다”고 설명.
 
  - 이 전 기자가 수사 개시 전 자신의 휴대전화와 노트북을 수차례 초기화했는데 이 같은 행위가 구속의 결정적 사유가 됨.
 
  - 김 판사는 “실체적 진실 발견 나아가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
 
  @ “‘스모킹건’은 이동재-한동훈 녹취”… 윤석열 총장 타격(註 A 기자·익명 처리)
 
  - 이동재 전 기자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물증은 지난 2월 부산고검에서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만나 나눈 대화 녹취였음.
 
  - 이 전 기자의 후배 백 모 전 기자가 녹취한 이 대화 가운데는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이 유시민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에 대한 취재를 놓고 상의한 대목이 있음.
 
  - 한 검사장은 이 자리에서 이 전 기자에게 “유시민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기 때문에 정치인이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유 이사장에 대해 수사를 한다고 해도 정치적으로 부담될 것은 없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짐.
 
  - 또 적극적으로 취재를 독려하고 보도 시점을 이야기하기도
 
  - 총선을 겨냥해 검찰 수사와 이에 대한 취재 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
 
  - 이 전 기자 구속으로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은 만큼 조만간 한 검사장 소환에 나설 것이란 관측 나옴.
 
  - 한 검사장은 검언 유착 관련 보도가 나올 당시 ‘이 전 기자와 통화한 사실조차 없다’며 전면 부인했지만, 부산고검에서 면담한 사실이 드러나며 거짓을(으로) 밝혀짐.
 
  - 검찰은 이 전 기자를 상대로 보강 수사를 한 뒤 한 검사장을 불러 공모 부분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
 
  - 한 검사장은 그동안 검찰 소환을 거부해왔지만, 이 전 기자가 구속되며 마냥 버티기 힘들 것이란 관측.
 
  - 여기에 수사팀 수사 내용이 부실하다며 수사자문단 회의 등을 소집한 윤석렬 총장도 결국 측근 감싸기 아니었냐는 비난 거세질 듯〉
 
 
  ‘@법조 개요’에 실린 A 기자의 메모, ‘취재 녹취록’과 흡사
 
  ‘@법조 개요’의 내용을 보면, 이동재 전 기자의 구속영장 발부 사실을 요약한 내용과 함께 실제 오보 리포트와 유사한 내용이 A 기자의 이름으로 하단에 실려 있다. ‘@법조 개요’에 실린 A 기자의 메모는 실제 보도 리포트와 그 내용이 아주 흡사하다. 다음은 실제 보도 리포트 전문이다.
 
  〈[실제 보도 리포트]
 
  이동재 전 기자 구속에 결정적인 ‘스모킹건’이 된 건 지난 2월 이 전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이 나눈 대화 녹취였습니다.
 
  이동재 전 기자는 당시 후배 기자와 함께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있던 한 검사장을 만났습니다.
 
  이 자리에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연루 의혹에 대한 대화가 오갔습니다.
 
  KBS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는 겁니다.
 
  “유시민 이사장은 정계 은퇴를 했다” “수사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다”라는 취지의 말도 했는데,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원이 이 사건을 단순한 ‘강요 미수’가 아니라고 본 이윱니다.
 
  이 전 기자는 당시 “한 검사장에게 ‘신라젠 사건에 유시민 이사장 관련 의혹이 있지 않느냐’라고 말하자, ‘관심 없다’고만 했다”라면서 공모 의혹을 부인해왔습니다.
 
  한 검사장은 당초 “신라젠 관련 대화를 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고 했다가 이 전 기자와 만난 게 드러난 뒤론 “취재나 수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앞으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 수사가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되면서, 윤석열 총장의 입지도 한층 좁아지게 됐습니다.
 
  앞서 윤 총장은 수사팀이 균형을 잃었다고 보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지시하고, 이 전 기자에 대한 영장 청구 승인 요청을 반려했는데, 측근인 한 검사장을 감싸려 한 것이란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언론에 공개된 KBS ‘취재 녹취록’이다.
 
  〈[취재 녹취록]
 
  이동재-한동훈 녹취록 보면 한동훈이 그런 말을 해. ‘한번 취재해 봐. 적극 돕겠다’ 이게 뒷부분에 나와. 부산 가서 얘기한 거. 조선이 앞부분만 공개했잖아. ‘나는 관심 없다’ ‘유시민 연관성도 모른다’ 이건 진짜 극 초반부이고, 나중에 가면 취재를 독려하고 도와주겠다고 한다고. 강요 미수 공범 가능성이 높은 거지. 또 3말4초로 보도 시점을 조율한 대목도 있어. 한동훈하고 이동재가. 왜 조율하겠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가 너무 명백하잖아.
 
  (공직선거법 위반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 거기까지는 가기가 쉽지 않아. 공모해서 짠 거는 맞다고 볼 수 있는 거고.
 
  (유시민 이름을 한동훈 검사장이 언급한 내용이 있다던데?) ㅎㅎㅎ 그거는 이제 상상에 맡겨야지. 그것까지는 워딩이 정확히는 기억이 안 나지. 그런 뉘앙스는 있지만은 정확하게 그 워딩이 있는지는.
 
  (한 검사장이 이동재 기자한테 ‘열심히 해 봐’ 정도가 아니잖아?) 그래 아니지. 그랬으면 여기까지 안 가지. 그렇게 했음 이동재도 구속 안 됐어.
 
  - 주로 큰 게 부산고검 만난 날 발언. 한/이/백 셋이 있던 자리.
 
  - 한동훈이 (보도) 시점을 정확히는 언급 안 해. 거기도 많이 조심했어.
 
  - 근데 흐름을 보면 이동재는 그렇게 정확히 말하고 한동훈도 동의.
 
  - 이번 총선에서 어찌 됐든 야당이 승리하면 총장한테 힘 실리고 현 정부는 레임덕이 오고, 자기네들이 그럴 수 있다. 요 구도를 짜고 간 거야. 그래서 안 좋게 보이는 거야.
 
  - 언론 권력과 검찰 권력이 짜고 일반 민심을 한쪽으로 오도시켜서 판세를 뒤집으려고 한 거거든. 일반 강요 미수가 아니야. 전체 맥락을 보면
 
  ***한동훈이 유시민에 대한 얘기를 해. 유시민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그러니 유시민에 대한 수사는 정치 수사가 아니지 않느냐. 총선 전에 유시민 수사를 하더라도 정치적 표적 논란이 아닐 수 있다는 맥락.〉
 
[※ 참고
  ▲조선: 《조선일보》 ▲3말4초: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말·4월 초 ▲한/이/백: 부산에서 만났던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전 기자, 이 전 기자의 후배 백 모 기자 ▲총장: 윤석열 검찰총장]
 
 
  KBS 법조반장 “소송 中… 구체적인 답변 드릴 수 없다”
 
2020년 8월 5일, 이영풍(왼쪽 세 번째부터) KBS공영노조부위원장,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허성권 KBS1노조부위원장 등 KBS 검언유착 의혹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허위·왜곡 보도와 공영방송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KBS와 MBC에 대한 고발장 접수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제 보도 리포트의 ▲“이 전 기자는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이 실린다는 등의 유시민 이사장 관련 취재 필요성을 언급했고, 한 검사장은 돕겠다는 의미의 말과 함께 독려성 언급도 했다는 겁니다” ▲“총선을 앞두고 보도 시점에 대한 이야기도 오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라는 대목은 이동재-한동훈이 나눈 ‘부산 녹취록’엔 실려 있지 않은 내용이었다.
 
  즉 ‘부산 녹취록’에 없던 내용이 ‘취재 녹취록’에 담겼고, 이를 기반으로 ‘취재계획서(@법조 개요)’와 ‘보도 리포트’를 작성하는 바람에 오보로 귀결된 셈이다.
 
  기자는 최초에 취재계획서(‘@법조 개요’)를 올린 B 기자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KBS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라온 ‘@법조 개요’의 날짜가 바뀐 이유 ▲그 과정에서 내용이 수정됐는지 여부 ▲‘3말4초’ ‘보도 시점 조율’ 등이 담긴 이른바 ‘취재 녹취록’의 작성자가 누군지 ▲추가적인 취재가 있었는지 등을 물었다.
 
  B 기자는 “관련 사안은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으로 구체적인 답변을 드릴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B 기자는 “사실이 아닌 사안에 대해 추측 보도를 할 경우 추후 법적 검토를 거쳐 대응할 방침”이라고도 알려왔다.
 
 
  데스킹은 누가 했나?
 
7월 18일 KBS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라온 실제 보도 리포트 캡처 사진. B 기자가 ‘대체승인’을 한 것으로 돼 있다. 자세히 보면 작성자로 추정되는 A 기자의 이름이 보이고 그 옆에 법조반장인 B 기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본지는 KBS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라온 7월 18일 오보의 실제 리포트 캡처 사진도 입수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대체승인’을 한 이가 B 기자라는 점이다. 다음 장에 게재한 사진을 자세히 보면 작성자로 추정되는 A 기자의 이름이 보이고 그 옆에 법조반장인 B 기자의 이름이 보인다. 그 좌측에 ‘대체승인(1)’이라고 돼 있다. 그 옆엔 ‘20-07-18 20:14’라고 적혀 있다. 시각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는 해당 보도가 나갔던 〈뉴스9〉 방영 시각이 임박한 시점이다.
 
  KBS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대체승인’은 말 그대로 “실제 책임자가 아닌 다른 이가 대신 데스킹(기사 수정 및 검토)을 했다는 의미”라고 한다.
 
  ‘대체승인(1)’은 B 기자가 데스킹을 한 번 했다는 뜻이란 게 KBS 관계자의 설명이다.
 
  지난 9월 23일 이영섭 KBS 사회재난주간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위원장 강상현) 소위원회에 출석했다. 방심위가 KBS 오보의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영섭 사회재난주간은 박상수 방심위원과 아래와 같은 문답을 나눴다.
 
  〈▲ 박상수 위원
  - 검사들이 기자한테 말을 흘리는 수가 가끔 있죠, 다른 정치인들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자발적으로 할 때는 어떤 목적을 갖고 흘리는 경우도 있거든요, 왕왕. 그래서 그 검증이 필요한데 말만 듣고 쓴다는 건 상당히 위험하고, 검증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녹취록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들 말만 듣고 썼다? 이거는 대단히 위험한 거고, 리포트를 할 때도 이거는 취재원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취재원들의 말을 종합해서 해석하고 분석한 게 이 리포트인데, 그 과정에서 데스킹은 팀장이 했나요?
 
  ▲ 이영섭 KBS 사회재난주간
  - 네, 법조팀장이 데스킹했습니다.
 
  ▲ 박상수 위원
  - 요즘 KBS 최종 데스킹은 주로 팀장들이 합니까?
 
  ▲ 이영섭 KBS 사회재난주간
  - 팀장들이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 박상수 위원
  - 경우가 있고, 팀장 위에 부장이 하는 경우도?
 
  ▲ 이영섭 KBS 사회재난주간
  - 대부분은 부장이 데스킹 봅니다.
 
  ▲ 박상수 위원
  - 그렇죠. 그러니까 이 리포트의 경우는 팀장 선에서 했다 이거죠?
 
  ▲ 이영섭 KBS 사회재난주간
  - 예.〉
 
  즉 ‘대부분 부장이 데스킹을 하지만 문제의 보도는 법조팀장이 했다’는 게 이영섭 주간의 입장이다. KBS 보도정보시스템상 B 기자가 ‘대체승인’한 정황이 있는 만큼, 이영섭 주간이 방심위에서 한 말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이영섭 주간이 데스킹을 한 이로 지목한 법조팀장 C 기자에게 ‘데스킹’을 누가 했는지 물었다. C 기자는 앞서 B 기자가 보낸 것과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왔다.
 
 
  한동훈 측 핵심 인사 “KBS 기자, 검찰 출석 여부만 물었다”
 
7월 18일 KBS 〈뉴스 9〉 보도. KBS는 이동재 전 기자가 부산에서 한동훈 검사장에게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총장에게 힘 실려”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보도했고, 이어 한동훈 검사장도 “돕겠다”는 의미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었다. 사진=KBS 캡처
  기자는 지난 10월 14일 한동훈 검사장 측 핵심 인사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에게 KBS 오보와 관련한 입장과 당시 상황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법무부는 ‘채널A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 연루돼 부산고검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돼 경기도 용인 분원(分院)으로 출근하던 한동훈 검사장에게 충청북도 진천에 있는 법무연수원 본원(本院)으로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복수의 언론은 한 검사장이 “부산에서 용인, 진천으로 세 번째 ‘좌천’을 당한 셈”이라고 전했다. 한 검사장 측 인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KBS가 7월 18일 자(字) 보도를 하면서 한동훈 검사장에게 반론을 받았나.
 
  “KBS 기자가 한동훈 검사장에게 전화를 했대요. 그때 한 검사장은 일이 있어 전화를 못 받았어요. KBS 기자가 한 검사장에게 문자를 보내 ‘연락 부탁드린다’는 식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답니다. 한 검사장은 기자에게 ‘오늘은 (연락이) 어렵다’고 답을 했어요. 그때 KBS 기자가 문자로 질문을 했어요.”
 
  — 어떤 질문을 했나.
 
  “그날(KBS 보도가 있던 7월 18일) 검찰에 출석했는지 여부만 물었대요. 그때 KBS 기자가 관련 보도에 대해 물었으면 한 검사장이 ‘당연히 아니다’라고 답했겠죠. 기자가 정작 물어봐야 할 건 안 묻고 ‘검찰에 출석했는지 여부를 말해달라’는 취지의 문자 메시지만 보냈다는 겁니다. 그게 어떻게 반론을 받은 겁니까? 엄밀히 말하면 (KBS가) 반론을 받기 위해 노력했다고 보기도 어렵죠.”
 
  — 이 사건과 관련해 한 검사장 측이 공식 입장을 표명한 적이 몇 번 정도 되나.
 
  “몇 번 없습니다. 모 언론사가 몇 달 전 한 검사장에게 신라젠 관련 질문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한 검사장은 신라젠 사건 수사 담당자도 아니고, 그 사건과 관련해 언론 취재에 응한 적도 당연히 없죠. 그래서 ‘신라젠 사건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답니다. 근데 한동훈 검사장이 ‘신라젠의 ‘신’자도 모른다고 했다더라’는 식으로 왜곡하더라고요.”
 
  — KBS가 확보한 ‘취재 녹취록’이 작성된 경위에 대해선 아는 게 있나.
 
  “그건 원본 녹음파일을 제출하면 끝나는 겁니다. 게다가 이건 취재원 보호 문제도 아닙니다. 허위 정보를 고의(故意)로 준 셈이니까요. 만약 이 사람(KBS 측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가담한 게 아니라면, 녹음을 제출해야 본인들도 변명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적극적인 오보… 어떤 면에선 ‘공작 보도’”
 
  — KBS의 취재계획서와 취재 녹취록 내용이 유사하고, 그 내용 중 사실이 아닌 부분이 보도됐다. 그 경위는 파악해본 적이 있나.
 
  “‘취재 녹취록’은 KBS가 보도하기 훨씬 전부터 작성돼 있었다고 봅니다. 확실한 정보원한테 받았으니까 한 검사장은 물론 이동재 전 기자 측에도 확인을 하지 않은 거 아닐까요. 그러다가 당일인 7월 18일 한동훈 검사장에게 확인하려고 시도한 거죠. 결국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자신 있게 보도한 거고요.”
 
  — KBS가 왜 그런 무리수를 뒀을까.
 
  “KBS의 오보는 적극적인 오보라고 봐야 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오보라기보다는 ‘공작 보도’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 이동재 전 기자가 구속되니까 이번엔 한 검사장 잡아넣으려고 거짓말을 만들어 KBS가 보도한 거잖아요. 누가 봐도 한 검사장을 모함하기 위한 내용이었다고 나는 봐요.”
 
  — KBS는 보도에 있어 ‘방심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그게 어떻게 방심일까요? 기자님도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보세요. 확실한 사람이 말한 게 아닌데 기사로 쓸 수 있어요? 그럼 KBS가 확실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던 그 사람, 허위 정보를 흘려준 그 사람을 공개하면 돼요. KBS가 공모(共謀)한 게 아니라면 그 사람을 공개해야 합니다.”
 
  — 취재 녹취록에 등장하는 사람은 단수인가, 복수인가.
 
  “한두 명 정도 되는 거 같아요. 그중에 검찰 관계자가 끼어 있는 것 같습니다.”
 
  — 한동훈 검사장의 국감 출석은 어떻게 되고 있나.
 
  “국가에서 부른다면 당연히 나간다는 입장입니다. 나가서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합니다.”
 
  — 취재 녹취록에 등장해 이동재-한동훈 부산 녹취록에 대해서 허위 정보를 언급한 사람은 누군가.
 
  “그건 뭐….”
 
  — 한동훈 검사장이 충북 진천으로 가게 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어떤 입장을 보이던가.
 
  “별말은 없었습니다. 워낙 갑작스럽게 결정됐으니까요.”
 
 
  이영섭 KBS 주간 “영장발부 사유 등을 듣고 더 확신하게 됐고…”
 
  KBS의 입장을 알아보자. 박대출 의원실은 10월 14일 KBS가 방심위에 제출한 ‘보도 관련 진술서’를 입수해 공개했다. 여기엔 KBS가 오보한 경위가 적혀 있다.
 
  KBS는 진술서에 “KBS 법조팀은 6월 중순경 주요 취재원으로부터 의미 있는 증거가 확보돼 수사가 진척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며 “이후 6월 하순부터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부산 녹취록’에 담긴 구체적 내용에 대한 취재에 돌입했다”고 적었다.
 
  이어 “7월 7일 수사를 지휘하던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이 검찰 내부망을 통해 ‘주요 증거를 다수 확보해 실체적 진실에 상당 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는데, 이에 KBS 법조팀은 녹취록에 관한 자체 취재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KBS 측은 해당 보도에 대해 “리포트 원고에서 전체 10개 문장 가운데 한동훈-이동재 녹취록에 담기지 않은, 문제가 된 것은 2개 문장으로, 보도 시간으로 보더라도 전체의 3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영섭 KBS 사회재난주간은 방심위 소위원회에서 취재 과정과 오보 경위를 좀 더 상세히 밝혔다. 다음은 방심위 회의록의 일부다.
 
  〈법조팀이 한 달 정도 이거 관련해서 취재를 하는 동안 여러 취재원한테 두 사람(이동재-한동훈·기자 주)의 대화 내용을 계속해서 확인을 해나가는 취재를 하고 있었는데, 그중에 법조팀 내에서 데스크와 평기자들 사이에서도 그 내용을 계속해서 공유를 했다고 합니다. 계속 공유를 하고 그러면서 그 안에서 그동안 계속 취재된 내용들이 업데이트되고 보태지고 하면서,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당시 담당 부장검사하고 영장발부 사유 등을 듣고 더 확신을 하게 됐고, 그래서 금요일날(7월 17일-기자 주) 밤늦게 영장이 발부가 됐고 구속이 돼서 데일리뉴스 특성상 다음 날 토요일에 영장발부 사유에 대한 분석성 기사가 데일리뉴스이기 때문에 해줘야 되는데, 이걸 한 달 있다 할 수 있는 특집 뉴스를 하는 게 아니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제가 볼 때 좀 성급했던 것 같습니다. 취재원들의 어떤 의견이나 분석이 취재 과정에서 그게 녹취에 있는 내용으로 착각을 했거나 그게 뒤섞여 있던 것 같습니다. 그게 결과적으로 오보로 연결이 된 것 같습니다.〉
 
  KBS 보도가 있기 하루 전인 7월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강요 미수 혐의를 받는 이동재 전 기자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동재 전 기자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에는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여기서 ‘검찰 고위직’은 한동훈 검사장을 말한다. 이동재 전 기자의 구속영장 발부 사유를 통해 KBS가 ‘이동재-한동훈 공모 정황’이라고 보도하는 데 있어 확신을 가졌다는 것이다.
 
 
  “취재원 누구?” “알 수 없다”
 
  박상수 방심위원은 이영섭 사회재난주간에게 오보의 원인을 제공한 취재원이 누구인지 캐물었다. 이영섭 주간과 박상수 위원이 나눈 문답을 방심위 회의록에서 옮긴다.
 
  〈▲ 박상수 위원
  - 취재원은 주로 어떤 사람들입니까? 주로 검사들인가요?
 
  ▲ 이영섭 KBS 사회재난주간
  - 제작진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 내용을 상당 부분 근접할 수 있다고 제작진이 판단한 그런 취재원들이라고 들었습니다.
 
  ▲ 박상수 위원
  - 그러니까 검사들이 주로 취재원인지 그걸 물었습니다.
 
  ▲ 이영섭 KBS 사회재난주간
  - 그거는 제가 알 수 없습니다.
 
  ▲ 박상수 위원
  - 내가 들은 정보로는 특정 검사가 불러주는 대로 리포트를 했다, 이런 얘기를 들었거든요. 그 사실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없습니까?
 
  ▲ 이영섭 KBS 사회재난주간
  - 예, 그건.〉
 
  허미숙 방심위 방송통신 소위원장이 “팩트 체크를 어떻게 하셨느냐”고 묻자 이영섭 주간은 “취재원을 통해서 확인했다는 거죠. 취재원을 통해서 녹취록”이라고 답했다. 이영섭 주간은 “진술서에 있는 것처럼 복수의 취재원을 통해서 약 한 달간”이라고도 했다.
 
  국민의힘 조명희(비례대표) 의원실은 지난 8월, KBS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그중 하나가 ‘법조팀 기자들이 오보 기사 작성 당시 참고했던 취재 녹취록 및 메모’였다.
 
  이에 대해 KBS 측은 “해당 보도와 관련해 취재 ‘녹취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취재 내용을 정리한 ‘취재 메모’만이 존재한다. 다만, ‘취재 메모’의 경우에도 외부에 공개될 경우 취재원 보호라는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못함을 양해해주기 바란다”고 알려왔다.
 
  조명희 의원실은 또 ‘법조팀이 주장하고 있는 다양한 취재원’ 명단 일체를 요구했지만, KBS는 “취재원 보호를 위해 제공하지 못함을 양해해주시기 바란다”며 이 역시 거부했다.
 
 
  “‘위계에 의한 업무 방해’ 입증이 핵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KBS의 오보와 관련해 지난 10월 12일, KBS에 대해 법정제재인 ‘주의’를 결정했다. 주의는 방송사 재허가 때 감점을 받는 중징계다. 방심위는 이날 “방송사가 오보를 시인하고 후속조치를 취했다고 할지라도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일부 취재원의 말만 믿고 녹취록(부산 녹취록-기자 주)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무리하게 보도한 것은 방송의 공공성과 공적 책임을 저버린 행위로, 심의규정 위반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다”고 지적하며 법정제재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와 별개로 KBS노동조합과 KBS공영노동조합, 미디어연대는 지난 8월 5일 양승동 KBS 사장과 보도본부장, 사회재난주간, 사회부장, 법조팀 기자 3명 등 총 9명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허위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0월 8일, 고발인 조사를 실시했다. 이 사건에 밝은 법조인 D씨는 《월간조선》과의 만남에서 “이 사건의 법리적 핵심은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라고 밝혔다. D씨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성립하려면 결국 위계, 즉 어떤 속임이 있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D씨는 “그러기 위해선 KBS가 ‘취재 메모’라고 주장하는 ‘취재 녹취록’을 누가 작성했고, 어떤 경로로 입수했는지를 규명하는 게 선결 과제”라고 했다. D씨의 말이다.
 
  “A 기자가 전한 리포트는 B 기자가 보도정보시스템에 올린 취재계획서(‘@법조 개요’)의 내용과 거의 동일했습니다. 이 두 개는 출처를 알 수 없는 취재 녹취록을 통해 작성된 것으로 보이고요. 핵심은 이런 ‘거짓 정보’를 보도하도록 지시한 사람이 누군지를 밝혀야 한다는 겁니다. 그 부분이 규명돼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가 성립될 수 있겠죠. 취재계획서가 수정됐는지 여부도 살펴봐야 합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012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