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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法시위에 우는 기업들

기업의 갑질인가, 시위자의 ‘민폐甲’인가

글 : 박지현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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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송곡 틀고 상여 메고… 인근 주민, 불면증·우울증·耳鳴 호소
⊙ 대기업 관계자, “개인 이익 위한 시위 점차 늘어… 시위만능주의 됐다”
⊙ 전문가, “소음기준 강화 등 집시법 개선 필요”
  밤에 자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병이 있다. 야경증(夜驚症)이다. 주로 소아(小兒)에게 발병한다. 서울 서초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사는 네 살 수민(가명)이의 병명(病名)이다. 정서불안, 스트레스, 수면부족이 원인이다. 같은 아파트의 권모(68)씨는 이명(耳鳴)에 시달린다. 이비인후과 약을 달고 살다, 결국 수술 날짜를 잡았다. 이 건물에 입주한 병원 원장 강모씨는 신경쇠약을 호소하고 있다. 증상 악화로 정상적인 진료가 힘들 정도라고 한다. 우울증, 불면증, 관상동맥경화… 주민들은 그 외에도 다양한 병을 달고 산다. 하이트진로 서초 사옥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 얘기다. 이들은 “시끄러워서 정상 생활을 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 일제히 한곳을 가리킨다.
 
 
 
  다섯 살 아이 입에서 장송곡이
 
하이트진로 서초사옥 앞에 세워진 트럭. 이곳에서 하이트진로음료 측의 부당염매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사과를 요구하며 김용태씨가 약 10년간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하이트진로 서초 사옥 앞 1.5t짜리 트럭. 차주(車主)는 1인 시위자 김용태씨다. 김씨는 이곳에서 살며 하루 종일 확성기를 틀어놓는다. 인근 주민 수백 명이 병난 이유다. 입주 직장인 정모씨는 “종일 들리는 악에 받친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라면서 “갈수록 높아지는 확성기 소리에 귀가 멍멍하고 머리 아픈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다”라고 했다.
 
  시위자 김씨는 과거 ‘마메든샘물’이라는 생수업체를 운영했던 인물이다. 2008년 마메든샘물 대리점 상당수가 하이트진로음료(당시 석수앤퓨리스)와 계약을 체결하자 사업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이곳에 둥지를 튼 지 어언 10년이다.
 
  “이제 가면 언제 오나, XX놈아~.” 장송곡의 개사(改詞)본. 다섯 살 진오(가명)가 흥얼거린 노래다. 진오는 삼성생명 사옥 3층에 입주한 직장 어린이집에 다닌다. 삼성생명 사옥 앞에서는 2018년부터 ‘보암모’(보험사에대응하는암환우모임) 회원이 시위 중이다. 이들은 상여와 꽃가마에 각종 현수막을 설치해놓고 고성능 앰프와 징·꽹과리를 동원해 장송곡을 부른다. 사옥 앞 도로에는 트레일러와 컨테이너까지 갖다 놨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보암모 시위로 인해 교실 내부에서조차 소음이 평균 80dB(데시벨)을 넘는다”면서 “70여 명의 아이들이 욕설이 포함된 노래에 노출돼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무심코 따라 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했다. 야외 수업이 불가함은 물론, 아이들이 낮잠도 제대로 못 자는 형국이다. 학부모들이 참다못해 지난 6월 9일 서울중앙지법에 호소문을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은 보암모에 ‘소음발생과 욕설만은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이들은 ‘엄마아빠가 삼성에 다니는 아이들은 당해도 싸다’고 답했다.
 
 
  ‘썩은 돼지머리는 폼?’
 
GS칼텍스에서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모씨가 회사 본사 앞에 걸어놓은 현수막. 원색적인 표현이 눈에 띈다. 사진=박지현 기자
  비단 소음뿐만이 아니다. 시각적 피해도 있다. 지난 9월 10일 오전 11시경. 서울 역삼동 GS타워 앞 가로수에는 현수막 네 개가 연달아 붙어 있었다. GS칼텍스 전 직원인 김모씨는 이곳에서 2018년부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그는 ‘허씨 주주 퇴진’이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조끼처럼 입고 현수막 앞을 하염없이 오갔다. 꽹과리, 확성기, 장송곡은 없다. 대신 현수막에 쓰인 자극적인 문구가 있다. ‘회장이 싸지른 X을 아들은 책임지라’ ‘GS칼텍스 직원은 썩은 돼지머리를 폼으로만 달고 다니지 말고 오너 일가의 천민자본 실체를 한번쯤은 보고 느끼라’ 같은 구절이다. GS칼텍스에 다니는 한 사원은 “나는 무고(無辜)한데 이 회사에 다닌다는 이유에서 저런 욕을 듣고 있다”고 했다.
 
  지난 9월 9일 오전 10시.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사옥 앞에서는 각기 다른 사연의 시위가 열리고 있었다. 가장 먼저 한 평(3.3m2) 남짓 크기의 파란 천막이 눈에 띄었다. 4년 전 전국금속노동조합 유성기업 지회가 설치했다. ‘현대차그룹이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에 개입했다’는 이유에서다. 천막 오른편에는 현수막 두 개가 있었다. 어른 키만 하다. ‘글로벌 악질기업’이라고 쓰여 있다. 개별 시위자도 보였다. ‘부당해고’를 호소하는 여성 박모씨다. “8년 전 기아자동차 한 대리점에서 내부고발을 해서 해고당했다”고 주장한다. 발치에는 피켓이 여러 개 놓여 있었다. ‘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이라고? 개도 웃는다’ ‘썩었다’ ‘당신은 8년째 내부 고발자 문제해결도 않는 이 회사에 다니는 것이 쪽팔리지 않습니까?’ 같은 문구가 알록달록하게 새겨져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에 다니는 한 직원은 “이곳에 출근하는 약 6000명의 임직원이 매일 보는 광경”이라며 씁쓸해했다.
 
 
  본사 앞에서 총수 겨냥
 
  기업 앞 시위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본사(本社) 앞에서 이뤄진다는 것. 집회 장소는 집회 성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유동인구가 많으면서 타격감을 크게 줄 수 있어야 효과가 좋다. 지난 5월 기준, 서울시에 신고된 전체 집회는 1214건이었다. 이 중 351건이 대기업 본사 앞에서 열렸다. 4분의 1이 훌쩍 넘는 수다.
 
  둘째는 경영진을 향한 원색적 표현이 동원된다는 것. 대중의 관심을 끌기 용이해서다. 현행법상 기업 앞 현수막과 천막은 제재가 거의 없는 편이다. 사이즈와 내용을 크게 제한하지 않는다. 욕설과 속어가 난무하는 이유다. 이는 또한 집회·시위를 신고하면 30일간 걸 수 있다. 매달 갱신하면 평생 걸 수도 있다.
 
  이러한 시위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그간의 1인 시위는 자신의 뜻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에만 머물러 사람들의 큰 관심을 못 받았다”면서 “그래서 상여 등과 같은 퍼포먼스 형식이 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이어 “이러한 퍼포먼스는 시위의 효과를 상승시킴과 동시에 갈등도 증폭시키기 때문에 규제를 받는 범위 또한 커질 수 있다”면서 “특정 개인에 대한 욕설이나 인격모독, 혐오감을 주는 형태가 아닌 자신의 정당한 요구사항과 이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끝난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시위자들은 왜 이토록 화난 걸까. 사연을 들여다봤다. 우선 하이트진로 앞에서 시위 중인 김용태씨. 그는 2008년 하이트진로음료에서 마메든샘물 대리점을 다수 영입한 것이 ‘부당염매(不當廉賣)’였다고 주장한다. 김씨는 이에 하이트진로음료를 2010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결과는 무혐의. 그 길로 김씨는 공정위 앞 도로를 트레일러로 막고 시위를 시작했다. 격한 시위에 공정위는 해당 신고를 재검토했다. 그러고 2013년 하이트진로음료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敗訴)했다.
 
  그런데 김씨는 그치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수년간의 다툼 끝에 2019년 11월, 김씨는 결국 법원으로부터 ‘5억원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김씨는 수용을 거부하고 시위를 지속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측은 답답할 뿐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5억원 배상 결과에 즉각 지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수용하지 않고 시위의 강도만 높여가고 있다”면서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협의를 지속적으로 시도했지만 애매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할 뿐”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더군다나 김씨는 당사자인 용인 하이트진로음료 사옥이 아닌, 실제 사건과 상관이 없는 하이트진로 본사를 겨냥해 인근 주민들까지 심각한 피해를 호소하는 등 난감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보암모 또한 ‘법의 심판’은 이미 받았다. 보암모 회원들은 삼성생명이 요양병원 치료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며 시위를 벌여왔다. 삼성생명 측은 1990년대부터 암의 ‘직접 치료’만 보장해주고 있는데, 요양병원 입원치료비는 직접 치료라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암모 측은 과거 보험증권에 ‘암의 치료’라고 기재됐던 문구를 삼성생명이 ‘암의 직접 치료’로 변경·위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4월, 이모(某) 보암모 공동대표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요양병원 치료는 암 치료와 직접 연관성이 없어 입원비 지급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GS칼텍스의 전 직원 김씨도 이미 2010년 4월 대법원에서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판시에 따르면 노조대의원 등을 지낸 김씨는 노조 활동과 무관하게 60일간 장기 무단결근을 해 징계·해고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옥 앞 시위자들은 대부분 이미 법원 판결을 받았거나 기업 측에서 하지 않은 일, 잘못 알려진 사실 등을 가지고 시위하고 있다”면서 “그 때문에 일일이 대응할 수도, 협의할 방법도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惡, 개인은 善?
 
지난해 삼성생명 앞에서 시위 중인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 관계자들. 최근 법원에서 집회 금지 명령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시위 중이다. 사진=뉴시스
  입사 이래 약 20년간 매일같이 각종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한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는 “이러한 시위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공익성(公益性)이 전혀 없는, 철저히 개인의 이해관계를 위한 것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마치 ‘기업은 강자(强者)이자 악(惡), 개인은 약자(弱者)이자 선(善)’이라는 프레임을 씌웁니다. 그러다 시민단체가 공세하면 기업 측에서는 시달리다가 결국 ‘들어주고 끝내자’고 할 수 있는데, 그렇게 되면 ‘떼쓰면 다 된다’는 선례(先例)가 남게 되는 것입니다. 법치주의 국가에서 왜 법대로 하지 않고 떼쓰기식 시위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들은 결국 개인의 이익을 달성하기 위해 수백,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을 뿐입니다. 우리끼리 말로 ‘헌법 위에 떼법이라고 합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들어 부쩍 1인 시위자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시위만능주의가 된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보다 못한 기업들은 최후의 방편을 꺼내 들기도 한다. 시위에 대한 법적 대응이다. 시위금지 가처분신청, 민법상 손해배상, 형법상 명예훼손죄 또는 업무방해죄나 일반교통방해죄 등이다. 그러나 모두 ‘그때뿐’이다. 이들은 언제고 재개(再開)하고 만다.
 
  삼성생명 등은 지난 5월 보암모의 시위에 대해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 8월 12일 이들에게 집회금지명령을 내렸다. 결과는? 허사였다. 지난 9월 9일 삼성생명 홍보팀 관계자는 “보암모는 오늘까지도 법원의 판결을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시위하는 중”이라면서 “벌금을 물을 수 있는 간접강제를 추가 신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동도 법원 판결도 무시, 방법은?
 
  하이트진로도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는 “김씨의 시위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비롯해 형사소송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법부의 판결도 벌금명령도 모두 무시하고, 매번 새로운 현수막을 제작하고 문제가 되는 표현을 빼버리고 계속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라면서 “경찰이 출동해도 그 순간뿐이다. 출동 때만 현수막을 제거하거나 확성기 소리를 낮춘다. 공권력도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말 그대로 무법시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바른 시위문화 정착을 위해서 몇 가지 개선점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신이철 교수는 “위와 같은 기업들의 법적 대응은 모두 사후(事後) 조치에 불과하다”면서 “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호돼야 하지만 타인에게 심한 고통을 주고 권리를 침해하는 정도라면 국가가 적절히 규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차량, 확성기, 입간판 등과 같은 시위물품을 사용하려면 미리 시위 신고서에 참고사항으로 기재하면 된다. 주변에 심각한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물품의 경우 사용금지 통고를 할 수 있도록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음 기준 또한 손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현행 집시법은 주거지역에서 집회·시위를 할 경우 확성기 음압이 주간은 65dB(야간은 60dB)을 넘겨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65dB을 초과하는 폭음이 발생해도 평균치만 기준에 부합하면 제재할 수 없다.
 
  신 교수는 “데시벨의 기준을 현실적으로 낮출 필요가 있으며 일시적 폭음도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상 학교 주변지역에서 학습권을 뚜렷이 침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시위 금지 또는 제한 통지를 할 수 있지만, 현재 영유아들이 학습하고 생활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은 제외돼 있습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도 학습권 및 휴식권 보호가 필요하므로 집회 또는 시위의 개최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위 주체자들의 자성(自省)도 요구된다.
 
  신 교수는 “시위의 자유가 헌법상 높은 가치를 지닌다고 해도 무제한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며,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만큼 다른 기본권과 충돌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권리보호를 위해서는 타인의 권리를 가볍게 생각해 자행했던 개인의 인신공격 등 이기적인 시위문화를 극복하고 정당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無法시위는 어불성설”
 
하이트진로음료의 부당염매로 막심한 손해를 입었다는 김씨가 하이트진로 서초 사옥 앞에 걸어놓은 현수막들.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시위자의 말을 들어볼 차례다. 지난 9월 11일,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10년 넘게 시위하고 있는 김용태씨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무법시위에 대한 입장과 타협의 여지는 있는지 물어봤다.
 
  ― 왜 10년간 시위를 하고 있나.
 
  “하이트진로가 얼마나 악덕기업인지 알리려고 한다. 2009년부터 시작했으니 10년이 넘었다.”
 
  ― 왜 악덕기업인가.
 
  “번창하던 사업을 고의로 죽였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갑질인 셈이다. 하이트진로 때문에 수금하지 못한 금액이 수억원에 달한다. 세무사 사무실에서 총 손해액을 따져보니 얼추 122억원이 추산되더라. 청구 금액은 그중 일부다. 잃은 돈뿐만 아니라 수십억원의 재산이 부동산 경매로 날아가버렸고, 그 잃어버린 자산의 양도소득세도 몇억원이 체납된 상태다. 삶이 엉망이 됐다.”
 
  ― 왜 하이트진로음료 사옥 앞이 아닌 하이트진로 사옥 앞에서 시위를 하는가.
 
  “당시에는 하이트진로음료가 지금 하이트진로 자리에 있었다. 그런 것까지 따져야 하나.”
 
  ― 국회 앞에도 ‘하이트진로’ 피켓이 보이던데.
 
  “최근 국회 앞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이트진로 본사 앞은 아들과 처가 담당한다. 딸은 청와대로 간다. 보다 못한 지인들은 하이트진로 회장 집 앞으로 나가고 있다.”
 
  ― 손해가 막심하다면서 작년에 5억원 배상금은 왜 거부했나.
 
  “그걸 받으면 뭐 하나. 나한테 10원도 안 남는데. 나갈 게 더 많다.”
 
  ― 시위로 인해 인근 주민들의 피해가 막심하다고 하는데.
 
  “나는 철저히 집시법을 준수하고 있다. 아니라면, 벌써 잡혀가지 않았겠나.”
 
  ― 하이트진로 측은 몇 차례 대화를 시도했다는데.
 
  “선을 딱 긋고 나오는데 무슨 대화가 되나. 내 얘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무조건 못 주겠다고 하는데 무슨 얘기를 하나. 지금까지 진실되게 내 얘기를 들어준 사람이 단 하나도 없다.”
 
  ― 구체적인 금액을 이야기하는 건가.
 
  “세상 살아가는데 돈이 전부가 아니다. 나한테는 이제 돈이 의미가 없다. 모든 걸 잃었다. 10년 이상 길바닥에서 이러고 있는데, 이게 사람 사는 건가. 진정한 사과를 바라는 거다.”
 
  ― ‘진정한 사과’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지.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한다.”
 
  ― 대국민 사과?
 
  “그렇다. 그러지 않는 이상 시위는 계속된다. 하이트진로는 나 하나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하는데, 공개적으로 사과를 하지 않으면 내가 계속 그들의 악행을 알리는 수밖에 없다.”
 
  ― 만일 공개 사과를 하면 시위를 멈출 생각도?
 
  “그렇다. 그러나 그럴 일은 없을 거다. 지난 10년여 단 한 명도 ‘미안하다’는 소리를 한 적이 없다.”
 
  ― 안 하면?
 
  “어차피 이제는 ‘(시위가) 내 업(業)이다’ 이렇게 생각한다. 여기가 내 무덤 자리가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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