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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취재

서초구 ‘코로나19 신속대응 TF’와 함께한 역학조사

“우리가 바쁜 건 가족밖에 몰라요”

글 : 이경훈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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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 좋은 서초구, 확진자는 적지만 경유자는 많아
⊙ 방역 활동하는 공무원에 “관등성명 대라”
⊙ 서초구서 가장 비싼 아파트 단지의 CCTV 성능은?
⊙ 자가격리자, 식료품 배달보다 현금(10만원) 지원 선호
서초구 선별진료소.
  서울지하철 3호선 양재역 12번 출구로 나오자 운동회에서 볼 수 있는 간이 천막 12개 동이 ‘ㄹ’자로 줄지어 펼쳐져 있었다. 서초구 보건소에 설치된 서초구 선별진료소다. 기자가 방문한 날(9월 1일)에는 검사를 받으러 오는 이들이 많지 않았다. 며칠 전만 해도 광복절 도심 집회로 확진자가 늘어 검사받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고 한다.
 
  서초구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양성 여부를 검사받기 위해선 3단계를 거쳐야 한다. 1단계에서는 방문자가 코로나19 집단 발생 지역을 방문했는지, 확진자와 접촉했는지 등을 확인해 검사 대상 여부를 판단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면 방문자를 돌려보낸다. 서초구 거주자가 아니어도 검사 대상에 해당하면 검사를 받을 수 있다.
 
 
  호기심에 선별진료소 방문하는 이들도 많아
 
선별진료소 방문자를 맞이하는 서초구 보건소 직원들. 검사 과정 중 1단계 과정이다.
  서초구 보건소 임성재 주무관은 “등산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선별진료소가 보여 들르거나,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단순히 궁금해 오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선별진료소 검사 대상은 아니지만 검사를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 인근 대형 병원을 안내해준다. 검사 비용은 자부담이다.
 
  검사 대상(집단 발생 지역 방문, 확진자와 접촉 등)에 해당하면, 2단계인 ‘역학조사’를 진행한다. 방문자는 야외에 설치된 원형 테이블에서 마스크와 페이스 실드, 방호복을 입은 보건소 직원과 상담한다. 보건소 직원은 방문자의 현재 몸 상태, 기저질환, 방문 지역, 특이 사항 등을 조사한다.
 
  역학조사(2단계)를 마친 방문자는 역학조사 문진표를 받아들고 바로 옆 임시 컨테이너 앞에서 대기한다. 이 컨테이너에는 마지막 3단계 절차를 진행하는 보건소 직원과 의사가 있다. 컨테이너에서 방문자의 이름을 부르면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 의사와 상담을 한다.
 
  의사는 역학조사 문진표를 확인한 후 방문자의 현재 상태와 코로나19 감염의 연관도를 살핀다. 방문자가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 자리에서 코로나19 진단 키트로 방문자의 검체를 확보한다. 검사를 마치는 데 총 15분 정도 소요되는데, 3단계에서만 5~10분 정도 시간이 걸린다.
 
  진료소에는 두 동의 컨테이너가 있다. 방문자가 많을 땐 두 동을 모두 활용한다. 컨테이너 근무자는 레벨 D 방호복을 입는다. 체력소모가 심해 한 번에 최장 4시간만 근무한다.
 
  방문자의 검체는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양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보건환경연구원 등으로 보낸다. 검사 결과 통보까지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린다.
 
  해외입국자는 방문자 확인·역학조사(1~2단계) 등을 거치지 않고 곧장 컨테이너(3단계)로 간다. 해외에서 입국한 이들은 반드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검사용 진단 키트. 콧속과 입안에 찔러 넣어 검체를 채취한다.
  선별진료소 업무를 총괄하는 서초구 보건소 구희정 팀장은 “하루 평균 방문자 수가 150명이었지만, 광복절 도심 집회 이후 300명 수준으로 늘었다. 가장 많을 때가 350명이었다”고 했다. 선별진료소는 평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주말은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한때 24시간 운영했으나, 보건소 직원의 피로 누적으로 운영 시간을 조정했다.
 
  서초구는 검사 속도를 높이고 직원들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 ‘워킹 스루’ 방식으로 알려진 글로브월(glove-wall) 형식의 상시 선별진료소 5개 동을 신축하고 있다.
 
  자가격리자에 대한 물품 전달은 어떻게 진행될까. 질병관리본부가 자가격리자에 대한 정보를 해당 지자체에 통보하면 지자체는 격리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파악한 후 자가격리 통보서와 자가격리 물품을 격리자에게 직접 전달한다.
 
  서초구 보건소 관계자는 “2인 1조로 구성된 4개 조가 하루에 적게는 40~50곳, 많을 땐 150곳을 돌며 물품과 통보서를 전달한다”고 했다
 
  스티커형 일회용 온도계, 마스크, 손 소독제, 쓰레기봉투 등이 쇼핑백에 담겨 있었다. 최근에는 체온계가 다 떨어져 피부에 붙이는 스티커형 온도계로 체온계를 대신한다고 했다. 스티커형 온도계는 체온에 따라 색이 변한다. 자가격리자에게 전달하는 물품은 질병관리본부와 해당 지자체의 예산으로 마련하며 1회 제공한다.
 
 
  “힘들게 일해도 고맙단 소리 못 들어요”
 
자가격리자에게 전달하는 물품.
  자가격리자에게 물품이 전달되기까지는 물품준비-방문-연락-확인 등의 단계를 거친다. 물품을 전달하는 보건소 직원을 따라가 봤다.
 
  물품 전달을 위해 보건소 직원이 격리자의 자택 입구에서 전화를 걸었지만 한 번에 연결되지 않았다. 재차 전화하니 그제야 연락이 닿았다. 이 격리자는 확진자와 접촉해 자가격리 중이었다. 확진자와 접촉한 이는 대면 전달 대신 비대면으로 전한다. 물품이 담긴 쇼핑백을 자가격리자의 집 현관 문고리에 걸어두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서초구 보건소 임용국 실장은 “힘들게 일해도 고맙다는 소리를 못 듣는다”고 했다. 임 실장은 “자가격리 물품을 전달받는 이들은 ‘구청에서 (방문) 시각을 맞추지 않는다’ ‘물품의 값이 싸다’ 등 각종 불평을 늘어놓는다”고 했다. 그는 또 “한 조가 하루 평균 30곳을 도는데, 격리자가 집에 있는데도 연락이 닿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 제일 답답하다”고 했다.
 
  옆에 있던 보건소 직원은 “자가격리자들은 동네에서 낙인이 찍힐까 봐 보건소 직원의 방문을 꺼린다”며 “격리자에게 물품을 전달하는 공무원들도 행동을 조심한다”고 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지자체별로 자가격리자에게 전달하는 식료품이 어떤 제품으로 구성됐는지가 관심 대상이었다. 서초구는 격리자에 대한 식료품 전달을 구청 복지정책과에서 담당한다. 보건소에서 식료품 전달까지 맡으면 일이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다.
 
  자가격리자에 대한 식료품 전달은 구청이 지정한 마트에서 자체적으로 식료품 세트(즉석밥, 통조림 등)를 구성해 격리자에게 배달했었다. 최근에는 격리자들이 마트에서 배달받는 것보다 자신의 계좌로 10만원을 지급(1회)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했다. 이 돈으로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학조사의 출발점은 심층 역학조사서
 
  ‘삐~’ 소리를 내며 수신되는 ‘안전 안내 문자’. 이 문자에는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와 방문 시각 등이 담긴다. 확진자의 동선과 방문 시각 등은 어떻게 파악할까.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자들은 어떻게 가려낼까.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확진자가 거주하는 지자체는 우선 해당 감염자에 대한 ‘심층 역학조사서’를 작성해서 질병관리본부에 등록한다. 그래야만 현장 조사를 나가는 담당 공무원이 확진자의 이동 경로가 담긴 GPS 값, 확진자 명의의 카드 번호와 사용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또 본인 진술은 물론 직업, 기저질환, 흡연 여부 등에 대한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심층 역학조사서를 바탕으로 모든 현장 역학조사를 진행하므로 최대한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 역학조사서 내용이 실제와 다를 경우 조사가 어려워진다.
 
  지자체는 현장 역학조사 담당 공무원에게 심층 역학조사서를 전송한다. 공무원은 이 자료를 바탕으로 확진자가 거쳐온 장소를 방문해 역학조사를 실시한다. CCTV 등을 확인하며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을 가려내고, 해당 장소의 특이점, 방문자 목록 등을 확보한 후 보건소의 역학조사관(의사)에게 보고한다. 이 보고를 바탕으로 보건소는 밀접 접촉자와 감염 의심자를 분류하고, 필요하면 이들에게 연락해 코로나19 검사를 권유한다.
 
  서초구는 효율적인 역학조사를 위해 지난 8월 29일부터 15개 조(2인 1조)로 구성된 ‘코로나19 신속대응 TF’를 구성했다. TF는 구청의 감사담당관실, 지역경제과, 홍보영상팀에서 인력을 지원받는다. TF에 소속된 이들은 기존의 업무와 확진자 동선 추적을 병행하고 있다.
 
 
  현장 역학조사 공무원은 尖兵
 
심층 역학조사서를 바탕으로 현장 역학조사를 준비하는 정현희 팀장.
  지난 9월 3일, TF 8조와 동행하며 역학조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관찰했다. 8조는 지역경제과 소속 임동현 주무관과 홍보담당관 소속 정현희 팀장이 한 조이다. TF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된 정 팀장은 짝꿍 임동현 주무관을 ‘서초구 역학조사의 장인(匠人)’이라고 소개했다.
 
  임 주무관은 지난 2월부터 자신의 본업과 확진자 동선 추적을 7개월 넘게 병행해오고 있다.
 
  “우리는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CCTV 등을 활용해 ‘확진자가 누구에게 코로나를 옮겼을까’ 하는 수수께끼를 풀어나갑니다. 현장에서 기초 자료를 수집하는 첨병(尖兵)입니다. 현장에서 확보한 CCTV 영상, 매장 관계자의 진술, 방문자 명단 등을 보건소의 역학조사관에게 전달하면, 역학조사관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합니다. 처음에는 우리 역할의 중요성을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는데, 우리가 현장에서 수집한 정보가 상당히 중요하고 영향력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임 주무관은 “카드를 쓰지 않고 현금만 내는 분들, GPS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노인들의 동선 파악이 가장 어렵다”고 했다. 이럴 때는 확진자의 동선에 설치된 방범용 CCTV 등을 활용해서라도 관련 정보를 최대한 수집한다. 그는 “현장 조사를 최대한 꼼꼼하게 하면 확진자도 미처 떠올리지 못한 중요한 부분을 발견해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TF팀 8조는 2명의 서초구 경유자[강남구 확진자 #3○○·서초구 경유 #3○○·송파구 경유 #4○○ / 성남시 확진자 #2○○·서초구 경유 #3○○]에 대한 역학조사를 배당받았다. 경유자란, 해당 자치구에 거주하진 않고 그 지역을 방문한 자를 말한다. 서초구는 교통이 좋아 경유자가 많다고 한다.
 
  강남구에 거주하는 7세 박민구(가명)군[강남구 확진자 #3○○]은 어제(9월 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민구가 확진 판정을 받자 강남구 보건소는 즉각 민구에 대한 심층 역학조사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민구가 지난 8월 19일 오후 ○시 서초구에 있는 ○○학원에서 수업을 받은 게 확인됐다. 이에 8조는 민구가 수업받는 ○○학원으로 가서 현장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학원 원장은 민구의 확진 소식을 듣고는 한숨도 자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도 구청 보건소의 연락을 받고 오늘 아침에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왔다고 했다. 민구는 무증상 감염자였다. 민구의 감염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다.
 
  8조는 민구가 수업 받은 교실을 확인하고, 당시 수업을 진행한 학원 원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학원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임 주무관은 민구가 방문한 시각을 전후해 당시 학원에 있었던 교사와 학생의 명단을 확인했다. 학원 관계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아이를 걱정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인데, 어떻게 치료를 받을지 궁금했지만, 8조도 그에 대해선 아는 게 없었다.
 
 
  현장 조사 마치고 털썩 주저앉은 학원 원장
 
  임 주무관은 현장 기초 역학조사를 마친 뒤 보건소 역학조사관에게 조사 내용을 알리고 원장과 역학조사관과의 통화도 주선해줬다. 역학조사관은 원장에게 ‘이미 2주 가까운 시간이 흘러 잠복기도 지났고, 감염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줬다.
 
  임 주무관은 현장 조사 이후 진행될 절차를 자세히 설명해나가며 원장을 최대한 안심시키려 했다. 조사는 50분가량 걸렸다.
 
  조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가는 8조를 배웅하기 위해 원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긴장한 탓인지 원장은 다리에 힘이 풀려 소파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이 학원은 8월 중순 이후 확진자가 늘자 자발적으로 휴원한 상태다. 9월 7일부터는 개원할 예정이었는데, 9월 2일 민구의 코로나19 확진 소식을 듣고는 휴원을 연장할지 고민 중이었다. 원장은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피해가 극심하다”고 했다.
 
  현장 역학조사가 끝나면 보건소 방역팀이 현장으로 나와 방역을 한다. 방역 후 12시간은 시설을 폐쇄해야 한다.
 
  ‘안전 안내 문자’에는 확진자의 동선과 방문 시각 등이 나온다. 이러한 정보는 혼란을 피하고자 방역을 다 끝낸 뒤에야 공개한다. 문자에 등장하는 장소는 모두 방역을 마친 후 공개되니 방문해도 문제가 없다.
 
 
  역학조사는 퍼즐 꿰맞추기
 
식당을 방문한 ‘코로나19 신속대응 TF’팀 8조가 CCTV 영상과 카드 결제 영수증, 방문자 명단 등을 확인하고 있다.
  8조는 현장 역학조사 결과를 서초구 보건소에 보냈다. 민구는 서초구 외에 송파구 등지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초구 TF 8조처럼 송파구의 역학조사팀은 민구가 송파구에서 방문한 곳을 뒤쫓으며 역학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송파구 보건소에 보낼 것이다. 이 두 보건소는 정보를 다시 강남구 보건소에 보내고, 강남구는 민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취합한다. 확진자가 속한 지자체는 물론 경유한 지자체까지 나서 확진자의 행적을 퍼즐 꿰맞추듯 맞춰 ‘표준화’시키는 것이다.
 
  8조의 다음 방문지는 예술의전당 인근 식당이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40세 남성 정민성(가명)씨[성남구 확진자 #2○○·서초구 경유 #3○○]가 이곳에서 지난 8월 25일 한 여성과 식사를 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식당을 방문한 날부터 발열 증세를 보였다. 그는 지난 9월 1일 코로나19 검사를 했고, 그 다음 날 양성으로 확인됐다. 정씨와 함께 식사한 여성은 정씨가 확진자라는 소식을 듣고는 검사 후 곧장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정씨는 이곳 말고도 서초구 내에서만 10군데를 거쳐갔다. TF 2·10·11·13조는 정씨가 다녀간 나머지 10곳(○○편의점, ○○마트, ○○곰탕집 등)으로 투입돼 정씨의 동선을 확인했다.
 
  8조는 매장 관계자의 스마트폰으로 CCTV 영상부터 확인했다. 임동현 주무관은 정씨 일행이 마스크를 착용했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화장실에 갈 때는 어떻게 행동했는지 등을 살폈다. 정씨 대각선 방향의 테이블에 새로운 손님이 앉자 정씨 테이블과의 거리, 마스크 착용 여부 등을 확인했다. 영상에는 동행한 여성과 정씨가 서로 식사 값을 계산하려 승강이를 벌이는 장면도 있었다. 이 외에 QR 명부, 수기로 작성한 출입자 명부도 확인했다.
 
  정현희 팀장은 매장 직원에게 정씨가 신용카드로 결제한 카드 매출 전표까지 달라고 해 정씨가 소유한 카드와 동일한지도 확인했다. 현장 조사가 끝나기까지 1시간이 걸렸다. 8조는 조사 내용을 곧장 보건소의 역학조사관에게 전했다.
 
  임 주무관은 매장 관계자에게 방역팀과 방역 일정을 협의하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영업에 지장이 있을까 봐 밤늦은 시각에 방역하기를 원했다.
 
 
  방역팀, 모기 퇴치에서 코로나19 퇴치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보건소 방역팀의 주 업무는 모기 퇴치였다. 방역팀이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다 보니 한 직원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모기 퇴치 인력이 코로나 방역에 투입되는 바람에 올해는 모기가 유난히 많다”고 했다.
 
  TF의 15개 조가 확진자의 동선을 뒤쫓는다면, 방역팀(4개 조)은 15조의 경로를 뒤따른다. 보건소 방역팀 김영대 팀장은 “코로나 사태 이후 일주일에 한 번 집에 갈까…. 많은 사람이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고 했다.
 
  8조의 역학조사 현장에 나온 서초구청 홍보담당관 소속 윤정탁 주무관은 기존 업무 외에도 자가격리자를 1 대 1로 맡고 있다. 매일 오전·오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가격리자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는 “하루에 한 번 확진자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통화를 하는데, 격리자도 마스크를 쓰고 나도 마스크를 쓴 채 통화를 하니 목소리가 커져 주변에선 싸우는 줄 안다”고 했다.
 
  윤 주무관은 어제도 9호 태풍 ‘마이삭’이 북상하는 바람에 자정을 넘겨서야 퇴근했다. 이날은 10호 태풍을 걱정하고 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기존 업무량이 늘어났는데, 태풍으로 인한 변수까지 생기면 공무원들의 피로도는 더 높아진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 퇴근하는 안정적인 생활. 일반인들이 공무원에게 갖는 선입견이다. 이에 현장 공무원들은 ‘실제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초과근무 수당을 받지 않느냐’는 세간의 냉소적인 반응에 대해 윤 주무관은 “초과근무 시간을 인정받지 못해도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일일 초과근무는 최장 4시간만 인정된다.
 
  한 공무원은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도 못 하고 있다. 친구들도 모른다. 공무원이 힘든 건 가족밖에 모른다”고 했다.
 
  임 주무관은 “현장 실무자들은 공격적으로 조사를 하는데, 정부는 개인정보보호 등의 이유로 수동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아쉽다”고 했다. 이날도 담당 공무원들은 확진자의 개인정보가 혹시라도 유출될까 봐 조심했다.
 
 
  CCTV 600대 중 200대는 고장, 200대는 저화질
 
  임동현 주무관은 “서초구에 있는 웬만한 건물에는 다 들어가 봤다”며 “처음 방문할 때는 힘들지만, 같은 곳을 두 번째 갈 때는 일이 쉬워진다”고 했다. 역학조사 초기, 임 주무관은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했다. 심층 역학조사서에는 확진자가 오후 3시에 해당 매장을 방문했다고 적혀 있는데, 정작 그 시간대의 매장 CCTV 영상에선 확진자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시간과 CCTV에 설정된 시간이 달라 벌어지는 일이다. CCTV 영상을 확인할 때는 시간 설정과 관련된 오류가 가장 많다고 했다. 또 CCTV를 달면 매장 전체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각지대가 많아 볼 수 없는 지점도 많다고 했다.
 
  임 주무관은 서초구에서 가장 고급형 아파트라는 단지의 CCTV가 가장 형편없다고 했다.
 
  “단지에 CCTV가 600대 있었는데, 200대는 불량, 200대는 저화질이었어요. 단지 내 헬스장을 비롯해 편의 시설이 여럿 있었는데, CCTV 불량으로 확진자 동선 파악이 어려워 역학조사서에 많은 블랭크(blank·공백)를 낸 채 보고한 적이 있어요. 서초구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인데, 그곳 주민들은 이걸 알고 사시나 모르겠습니다. 양재동 80~100평짜리 아파트도 방문했는데, 껍데기만 CCTV였어요. 예전에 장·차관들이 살던 곳인데…. 오히려 방범용 CCTV 화질이 나은 경우도 많습니다.”
 
 
  코로나19에 효과 있다는 방역액은 무슨 맛일까
 
초미립자살포기로 방역 공무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사진=서초구청 제공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한 내과의원. 이곳은 확진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기 전 감기 증상으로 알고 찾은 곳이다. 규모(약 20평)가 작아 보건소 직원 2명만 나왔다. 매장 크기에 따라 방역팀의 구성원 수가 달라진다. 방역팀은 계단에서 마스크와 방호복, 고글을 썼다. 방역에 사용하는 초미립자살포기(ULV)도 눈에 띄었다.
 
  손잡이를 비롯해 사람 손이 닿을 만한 곳은 전부 수건과 세척액으로 닦아냈다. 의원 직원들이 퇴근하자 방역팀은 초미립자살포기를 이용해 방역을 시작했다. 살포기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릴라이온 버콘 마이크로’ 용액과 물을 1 대 100으로 섞은 액체가 들어 있었다. 살포기는 가습기처럼 이 희석액을 증기로 내뿜었다. 기체의 맛이 궁금해 방역팀 손장희 주무관에게 냄새를 한번 맡아보고 싶다고 했다. 손 주무관은 “눈이 맵고 따가울 것이다. 인체에는 무해하다고 하나 굳이 마셔서 좋을 건 없다”고 했다.
 
  냄새를 맡아보니 눈은 따갑지 않고 코만 따가웠다. 마치 네블라이저를 하는 것 같았다. 네블라이저란, 호흡기 질환 치료 시 약물을 입으로 흡입할 수 있도록 분무(噴霧) 형태로 바꿔주는 기구를 말한다. 이비인후과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방역을 마치고는 현관문에 ‘임시 폐쇄 명령증’을 붙였다. 규모가 작아 10분 정도 걸렸다. 앞으로 이곳은 12시간 동안 출입할 수 없다. 손 주무관의 다음 행선지는 ‘확진자의 자택’이다.
 
  서초구 방역팀은 총 8명. 4개 조가 하루 평균 30곳을 돌며 방역을 한다. 영업에 방해가 될까 업주들은 주로 밤늦은 시각에 방역을 원한다.
 
  보건소 임성재 주무관은 “강남역의 절반이 서초구에 해당해 경유자가 많아 힘들다”고 했다.
 
 
  직원에게 화내고 욕할 때 가장 기분 나빠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비대면 화상회의로 코로나19 대응 회의를 하고 있다. 조 구청장은 민선 7기 구청장 중 유일한 야당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다.
  윤정탁 주무관은 “방역 활동을 할 때 술집 같은 유흥업소의 반발이 가장 심하다”고 했다. 여기에 더해 “방역 공무원에게 ‘관등성명을 대라’고까지 한다”고 말했다. 일부는 ‘방역에 사용하는 소독액이 안전하다면서 왜 임시 폐쇄 명령서를 붙이느냐’고 따지기도 한다.
 
  보건소의 임성재 주무관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월화수목금금금을 보내고 있다. 임 주무관은 “코로나 사태가 끝날 듯 끝나지 않아 힘들다”고 했다. 요즘 그는 오후 10시를 넘겨서야 퇴근한다. 아내는 자녀들에게 ‘아빠 씻기 전에는 근처에도 가지 말라’는 말을 한다고 했다. 집에선 독방을 쓴다.
 
  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 업무가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일이니 사람한테 상처받고 사람한테 위로받는다고 했다.
 
  “방문자들이 보건소 직원에게 화를 내고 욕할 때가 가장 기분 나빠요. 공무원은 직접적으로 대응할 수 없잖아요. 참아야만 하죠. 하루는 어떤 분이 ‘왜 고생하는 사람(공무원)들한테 뭐라고 하느냐’며 우리를 대변해주신 적이 있어요. 이런 분들이 참 고맙지요.”
 
  임 주무관은 다가오는 10호 태풍을 걱정하며 기자와 헤어졌다. 태풍이 오면 20개가 넘는 천막을 철거했다가 태풍이 지나간 뒤 다시 설치해야 한다. 이날도 9호 태풍을 피하고자 전날 밤 천막을 걷고, 다음 날 오전 6시 반에 출근해 다시 천막을 펼쳤다고 한다.
 
  조은희 서초구청장은 “기존 업무는 물론이고 무더운 날씨에 현장을 누비며 코로나 대응 활동까지 잘해내고 있는 우리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서초구 전 공무원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지 않도록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촘촘한 방역 활동으로 코로나의 불씨가 완전히 꺼질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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