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기자가 쓰는 상소문

재능도 염치도 없는 대신들을 罷職 하옵소서!

글 : 김태완  월간조선 기자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나라의 運數를 어찌할 수 없다’는 탄식이 저잣거리에 회자될 지경이 되었나이까”
⊙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말도 있습니다”
⊙ “시중에 떠드는 ‘조만대장경’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사옵니까”
  
1 . 널리 통촉하여 주소서

  전하, 한양에서 발행하는 월간 대자보(大字報)에서 미천한 글을 쓰는 소인은 시대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일찍이 과거 보는 일을 단념한 학식이 망매(茫昧)한 하류인입니다.
 
  진인(塵人) 조은산, 영남만인소 등 최근 도탄에 신음하는 백성들이 쓴 상소문을 읽고, 저도 모르게, 붓을 들게 되었나이다. 소인과 같은 자가 어찌 세상일에 간섭할 자격이 있사오리까마는, 분노가 치밀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다는 숱한 화병(火病)쟁이들을 보면서 스스로 도끼를 짊어지고 이렇게 소를 올리나이다. 널리 통촉하여 주소서.
 
 
2 . “독재 5관왕 그랜드 슬램 달성”

  얼마 전 경복궁(청와대) 백성소통수석(국민소통수석)을 지낸 사대당(事大黨)의 어느 나리께서 ‘카카오 오라 하세요’라는 문자를 보내려다 들통이 났습니다. 그러자 전(前) 한성판윤(오세훈)이 전하께 글을 올리며 “입법부, 사법부, 검·경, 언론 장악에 이어 앞으로 공수처까지 이미 손에 넣으셨으니 독재 5관왕 그랜드 슬램 달성”이라고 하였사옵니다. 그러면서 “전부 무릎 꿇린 소감이 어떠시냐”고 물으며 “젊은 시절 전두환 군부독재라 분개하셨지요? 왜 정치를 시작하셨고, 왜 정치를 하시나요?”라고, 감히 전하께 예(禮)도 없이 힐난했습니다. 날 선 전임 판윤의 상소를 보매 마음이 슬퍼졌습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전하께서 왕위에 올랐을 때 억만고에 없었던 일을 행하시고 억만고에 없었던 법을 세우려 하셨는데 어찌 3년 만에 나라를 후루룩 말아 드셨나이까. 전하도 전하지만 전하 주변의 내시, 간신배, 모리배, 영혼 없는 신료(臣僚)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술집의 개가 사나워 손님이 오지 못해 술이 시어진다’는 말과 같이, 간신들이 조정에 있어 오늘날 국가의 형세가 날로 위태로워지고 있나이다. 게다가 역병(疫病)이 다시 창궐(猖獗)하고 분노한 백성들이 시월 셋째 날에는 경복궁 앞에서 복합상소(伏閤上疏)까지 예고하고 있어서 심히 우려되나이다.
 
  어찌하여 “나라의 운수(運數)를 어찌할 수 없다”는 탄식이 사대부 입은 물론 저잣거리에서 회자될 지경이 되었나이까.
 
  소인이 듣기에 ‘임금이 근심이 있으면 신하가 욕되고, 임금이 욕되면 신하가 죽는다’ 하였습니다. 그런데 전하가 섬뜩하게 욕되어도 충성된 신하가 목을 매었다는 소식이 없나이까.
 
 
3 . 이게 나라인가…

  저잣거리 저녁 대자보(석간신문)의 한 주필이 지난 광복절을 앞두고 시론을 썼습니다. 제목은 ‘망국의 벼랑 끝에서 맞는 광복 75주년’입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한낱 포의(布衣)의 자가 어찌 이토록 심한 말을 했을까 하옵니다만, 그의 광직(狂直)한 말도 폐하께서 마땅히 용납해 받아들여야 하올 줄 압니다. 소인이 듣기에 아주 무시무시하여 조금만 인용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짧은 인용에도 외람되게 식은땀이 다 흐르옵니다.
 
  〈… 문 대통령의 집권 3년 3개월 동안 국가적 성과라고 내세울 만한 것은 ‘파괴’ 외엔 아무것도 없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은 ‘쇼’로 판명 났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를 잘 극복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 역시 지난 40여 년 동안 구축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시스템과 바이오산업, 의료진의 경쟁력과 헌신 덕분일 뿐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자립 기반까지 마련한 의료보장제도는 ‘문재인 케어’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고용보험기금도 고갈이 임박했다. 탈원전으로 한국전력은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힘들여 쌓은 축적을 시원하게 털어먹고 있다.…〉
  (《문화일보》 8월14일자 30면)

 
  또 아침 대자보(조간신문)의 한 논설실장이 불경하게도 전하를 ‘벌거벗은 임금’에 빗대었습니다. “조정 내부의 분위기가 어떻기에 모두 ‘내시(內侍)’가 되었느냐”고 혀를 찼습니다. 그리고 “이게 나라냐”고도 했습니다. 분기(憤氣)를 참으시고 읽어보소서. 짧게 인용하겠습니다.
 
  〈… 관가엔 권력자 입맛에 맞춰 실상을 각색하는 영혼 없는 관료들뿐이다. 원전 산업을 죽이는 탈원전 폭주에도, 경제를 침체로 몰아가는 소득 주도 성장에도, 모래에 물 붓기 식 세금 퍼붓기에도 한마디 제동 거는 관료를 본 적이 없다. 정권 내부의 분위기가 어떻길래 모두 ‘내시(內侍)’가 됐는가. 권력자의 오류를 바로잡는 교정시스템이 작동하기는 하나. (중략) 권력은 ‘벌거벗은 임금’ 꼴이 되고, 왕국의 충성스러운 ‘신민(臣民)’이 되겠다는 홍위병들이 나라 곳곳에서 발호하고 있다. 이 부조리극 같은 현실 앞에서 3년 내내 우리를 괴롭혔던 그 물음을 또 끄집어내지 않을 수 없다. 이게 나라인가.…〉
  (《조선일보》 6월19일자 34면)

 
 
4 . “언론인의 구속은 과도한 처벌”

  영국 윤돈(倫敦·런던)에 본사를 둔 해외 주간 대자보(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전하와 전하 주변의 사대당을 향해 “남을 향한 비판을 뿜어대던 사람들이 자신들을 향한 비판은 받아들이지 않으려 한다”는 글을 썼다고 하옵니다. 이달 초 사대당 무리들이 대자보(언론)의 ‘가짜 뉴스’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게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점도 지적하며 “전하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오면 ‘가짜 뉴스’로 몰아붙여 억누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번역된 그들의 대자보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좌파 후임자로서 인권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이전 정부보다 더 개방적이고 반대 의견에 관대한 정부를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좋은 의도가 시들어가고 있다.
 
  지난해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 소송의 거의 5분의 1이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관련된 것들이며 박근혜 정부 시절보다 더 많다. 우파 유튜버(우종창)가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소문을 퍼뜨렸다가 감옥에 갇혔다. 민주당이 한 정치학 교수가 민주당이 자기 잇속만 차린다며 비판하는 칼럼을 쓰자 형사 고발했다.…〉 (기사 ‘South Korea’s liberal rulers unleash their inner authoritarians’ 중에서, 《조선일보》 8월23일자 기사 참조)

 
  법란서(法蘭西·프랑스) 파리(巴里)의 비정부기구(NGO)인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취재원을 밝히기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전직 기자의 석방을 요구한다”며 “언론인의 구속은 과도한 처벌”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월간 대자보(월간조선)에서 기자 생활을 했던 그 백의(白衣)는 한때 유능한 기자였습니다. 제보의 신빙성을 따져야 한다는 것쯤은 훤히 아는 베테랑이었습니다.
 
  그가 구속된 이유는 2018년 3월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민정수석(조국)이 최서원(최순실) 1심 선고 직전인 1월에서 2월 초 사이 국정농단 재판주심을 궁궐 인근 음식점에서 만났다는 제보를 받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백의는 “제보자의 주장이고 아직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확인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또 승정원(청와대 대변인실)에다 취재 협조문을 보냈지만 원하는 시간에 답변이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형조(재판부)는 “언론인으로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며 그를 징역 8개월에 법정 구속하였습니다.
 
  전하, 그 백의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배부른 돼지’와 싸워왔습니다. 그는 부정부패를 저지르지 않았고 백성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불의’를 참지 못했기에 양심의 발로에서 행한 일이었습니다. 그는 반칙과 부정을 일삼는 ‘배부른 돼지’를 야단치기 위해 궤도를 벗어난 것뿐입니다. 그는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안 쬔다’고 할 정도로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습니다. 그에게 ‘자유민주주의’를 빼앗지 말아주십시오. 옛날의 임금들은 죄인의 공술(供述)을 다 받고 형이 결정되었다 해도 반드시 삼심, 오심을 했다고 합니다. 하오니 형벌을 삼가고 가능한 한 구제하여 전하의 덕을 백성에게 보이소서.
 
 
5 . 나라의 재앙이란 공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라

  따지고 보면 전하께서 즉위하신 후로 괴이하고 통탄할 변고가 없는 해가 없었습니다.
 
  3년이 30년처럼 길었나이다. 얼마 전 사대당 당수(黨首)에서 물러난 원임(原任·전임) 재상이 “정치가 완전히 뿌리내려서 흔들리지 않으려면 적어도 20년 가까이 걸린다”며 ‘20년 집권론’을 꺼내 떠나는 마지막까지 뒤끝이 작렬하였나이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까지 오른 이의 말 치고는 탕평(蕩平)의 이치에서 너무도 벗어난 말이어서 혀를 차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대당의 정치에 신물이 난다는 백성이 절반이 넘는데 그들의 아우성은 아니 들리나 봅니다.
 
  나라의 재앙이란 공연히 발생하는 게 아니라 반드시 그 유래가 있는 법이라고 합니다. 하늘과 땅의 분수를 모르는, 겨자씨 같은 막말이 결국 큰 비와 바람, 재앙을 몰고 올까 두렵사옵니다. 옛말에 어진 신하는 반드시 자신의 허물을 반성하고 얼음을 밟듯 낮은 자세로 정사(政事)에 임하였다고 하옵니다. 그런데 나라의 재상을 지내고 당수까지 한 자가 용렬하게 20년 집권을 말하니 오만방자하기 이를 데가 없사옵니다.
 
 
6 . 재능도 염치도 없을뿐더러 추악하고 용렬한데도

  조종(祖宗)의 법도가 무너진 이래로 신하들의 임용도 막되먹고 있나이다.
 
  측근의 승지와 대신들을 보면 재능도 염치도 없을뿐더러 추악하고 용렬한데도 왕명을 더럽히며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나이다. 왜 관작(官爵)을 저런 불미하며 무능하고 오만한 자들에게 내어주었나이까. 조정이 하루아침에 악덕한 곳으로 더럽혀질 줄 정녕 모르셨나이까. 제발 왕명을 출납하는 자리를 코드 인사와 연줄타기 인사로 채우지 마시고 전하의 총애를 가로채 정사를 분탕질하는 작자들을 부디 멀리하소서.
 
  《서경(書經)》에 ‘관직은 측근자나 인척에게 주지 말고 오직 재능 있는 사람에게 주고, 작위는 악덕한 사람에게 주지 말고 오직 어진 사람에게 주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민심을 모르는 관작이 남발되어 능력 없는 자가 요행수로 벼슬하는 일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송(宋)나라의 유학자인 정자(程子)는 “천하의 일을 아무리 공정하게 한다 해도 거기에 사의(私意)가 작용되면 역시 사(私)가 된다” 하였습니다. 또 한(漢)나라의 동중서(董仲舒)는 “조정을 바로잡은 뒤에 백관을 바로잡고, 백관을 바로잡은 뒤에 만백성을 바로잡는다”고 하였사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성상(聖上)의 정치에 누(累)가 되지 않게 인사를 바로잡으소서. 탐욕이 많고 간사하여 비루한 자들로 인해 나라가 망할 조짐이 싹트고 있어 심히 두렵고 염려됩니다.
 
  옛말에 “정치가 잘못되어도 고치지 않고, 하늘이 경계를 나타내 보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망하게 되는 길”이라 하였으니 부디 하늘의 경계를, 분노한 민심을 널리 살피소서.
 
 
7 . “사람이 개같이 굴면 두들겨 맞는다”

  전하, 형조판서 추미애의 죄상을 고(告)하나이다.
 
  형판 아들 서(徐) 군졸의 자대 배치, 병가(病暇) 연장, 오륜(五輪) 통역병 선발 청탁 의혹에다 ‘제3의 인물’ 개입 의혹, 판사 남편의 이름을 빌린 ‘장애인 차’ 구매, 여기다 엉터리 해명까지 의혹들이 고구마 줄기 엮듯 드러났거나 드러나고 있습니다. 참, 판서 딸 비자청탁 의혹도 있사옵니다.
 
  저잣거리의 말 중에 ‘남의 자식 고운 데 없고 내 자식 미운 데 없다’ ‘자기 자식에겐 팥죽 주고, 의붓자식에겐 콩죽 준다’는 속담과 다르지 않습니다. 돈 없고 백 없어서 귀한 동자를 군졸로 보낸 한 가련한 여성은 “엄마가 판서(장관)가 아니라서, 아들아 미안하다!”고 탄식하는 등 형판을 둘러싼 흉흉한 여론이 들끓고 있사옵니다.
 
  적어도 나라의 녹(祿)을 먹는 자는 달라야 하지 않겠습니까. ‘고운 자식 매로 키운다’ ‘귀한 자식 매 한 대 더 때리고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말도 있습니다.
 
  형판의 해명이 기가 막히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병가 신청에 필요한 서류 일체를 모두 제출했다”는 것이옵니다.
 
  법을 다루는 형판의 이 말에 놀란 이유는 그가 법을 우습게 여긴다는 데 있습니다. 흔히 삼류, 사류 법조인들이 “법률이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것은 뭐든 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허술한 제도(법망)만 비켜 가면 정당하다는 식입니다. 백성은, 민심은 안중에 없습니다. 형판과 같은 사대당 출신의 한 세 치혀(우상호)는 “카투사 자체가 편한 군대여서 형판 아들 논란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합니다. 편한 포도청 군졸들은 무단결근해도 된다는 말이옵니까. 한 백성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개가 사람처럼 굴면 귀여움을 받지만, 사람이 개같이 굴면 두들겨 맞는다. 아주 매를 버는구나.”
 
  전하, 이뿐만이 아닙니다. 형판은 “아들만은 건드리지 말라”고 하거나 “소설 쓰시네”라고 했사옵니다. 시정잡배도 하기 어려운 이런 언사에 전국 전기수(傳奇叟·조선 후기 소설을 전문적으로 읽어주던 낭독가) 모임이 성명을 내고 “한 나라의 형조판서가 소설을 ‘거짓말 나부랭이’ 정도로 취급했다”며 해명과 함께 공개 사과를 촉구했다고 합니다.
 
  사단법인 한국전기수협회(한국소설가협회)는 “민의의 전당에서 그것도 국민이 보고 있는 가운데 형조판서가 아무렇지도 않게 소설을 ‘거짓말’에 빗대어 폄훼할 수가 있는가”라며 이같이 요구했다 하옵니다.
 
  또 있습니다. 형판은 대사헌(大司憲)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고 있습니다. 형조는 사헌부의 일에 간여하지 않는 것이 조종의 법도이옵니다. 그런데 형판은 사대당의 ‘정치적 대모(代母)’라는 원임 재상(한명숙) 뇌물사건의 재조사를 명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가막소(監獄署)에 복역 중인 사기범이 어느 방송 기자를 유인한 사건입니다. 이들에 대한 조사와 지휘권 발동이 설마 전하가 바라는 사헌부 개혁입니까. 인사(人事)라는 미명 아래 형판 휘하의 칼잡이들을 불러 대사헌 주변의 강직한 감찰(監察)들을 모조리 벤 것이 개혁입니까. 낭자한 피로 얼룩진 수급(首級)을 자랑스레 흔드는 것이 개혁입니까.
 
  어찌 조정 안에는 정대(正大)한 마음과 곧은 식견으로 전하를 돕는 이가 드물고, 우둔한 견식과 구차한 재주를 자랑하는 이들만 가득합니까. 전하께서도 한때는 대사헌에게 “살아 있는 권력을 처벌하라”고 명하지 않으셨나이까. 부패한 거악(巨惡)을 파헤치려는 사헌부를 한낱 무뢰배로 만들고 대사헌을 허수아비로 만든 저, 추자(秋者)를 파직(罷職)하옵소서. 아니면 따로 어사(御使)를 임명하시어 공정하게 수사토록 하소서.
 
  그리하여 전하가 예를 중히 여기고 제도를 엄히 지킨다는 표징을 백성에게 보이소서.
 
 
8 . “‘조만대장경’을 아시옵니까”

  전하, 전 형판 조국을 벌하여 주시옵소서.
 
  전하, 시중에 떠도는 ‘조만대장경’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사옵니까.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능가할 정도로 조국 전 판서가 정적(政敵)들에게 쏟아낸 그 숱한 말들을 일러 ‘조만대장경’이라고 부르옵니다. 어떤 백성은 “조만대장경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적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가당치도 않은 말로 언성을 높이고 있사오나 그리하여도 무방할 줄 아옵니다.
 
  조만대장경과 비슷한 말로 ‘조적조’(조국의 적[敵]은 조국), ‘조로남불’(조국+내로남불)이라는 말도 있는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백성의 뒷목에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 든다고 하니 어찌 된 영문입니까. 설사 그의 광망(狂妄)된 발언과 그 가족들의 행태가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그것이 민심을 요동치게 하고 전하의 성덕(聖德)에 누가 되었사오니, 어찌 가만히 둘 수 있겠사옵니까.
 
  전하, 사헌부가 전 형판 조국에 대해 불구속 기소한 뇌물수수 등 12개 혐의를 굳이 언급하지는 않겠사옵니다. 그 정부인(貞夫人) 정경심은 구속됐었는데, 그녀는 사헌부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결과 영장이 청구되었습니다. 전 형판 조국은 2017년 선대 임금(박근혜)에 대한 사헌부의 구속영장 청구를 앞둔 상황에서 “피의자가 13가지 혐의 중 일부라도 시인할 경우 구속영장 불청구(가) 될 수 있지만 전면 부인할 경우 (영장) 청구 쪽으로 간다”는 글을 올린 적이 있사옵니다. 놀랍게도 정경심은 혐의를 전부 부인했고, 결국 구속됐다는 겁니다.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정경심이 사헌부에 비공개 소환됐다가 8시간 만에 귀가하자, 조국의 3년 전 글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2016년 10월 30일 국정농단 사건 당시 최순실씨가 덕국(德國·독일)에서 귀국하자 “사헌부는 왜 최순실을 긴급체포하지 않고 귀가시켜 공범들과 말 맞출 시간을 주는가”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사헌부는 이튿날 최씨를 소환한 뒤 조사 8시간 만에 긴급체포하고 말았습니다.
 
  반면 이번에 사헌부는 유독 정경심에 대해선 비공개 소환과 조사중단 요청을 받아들여 ‘황제 조사’라는 비난이 일었습니다. 전하, 전하가 누리셔야 할 ‘황제 조사’를 그자들이 대신 누린다니 이게 웬 말입니까.
 
 
  이 祖國과 저 曺國
 
  그런데 전하께서는 전 형판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들 일가족의 반칙에 분노하고 좌절하는 백성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었습니다. 전하께서는 이 조국의 착한 백성보다 저 조국의 일가족들이 더 중요했나 봅니다. 전체 백성보다 ‘조국’으로 대표되는 자기 편에 빚을 느끼고, 빚을 갚는 게 먼저였나 봅니다. 어찌 사정(私情)에 이끌려 대의를 저버리십니까. 그자는 전하의 은혜를 너무 입어서 목을 보존시키는 것만도 다행한데 전하의 성덕만을 믿고 기자와 언론을 상대로 직접 소송전을 벌이겠다고 포고를 했사옵니다.
 
  전하, 개탄스럽습니다. 그자가 진심으로 죄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석고대죄도 모자랄 판에 백성을 농락하고 가당치도 않은 위엄과 권세를 여전히 과시하고 있사옵니다. 요즘엔 장차 전하의 뒤를 이을 것이란 흉흉한 소문까지 더하니 나라의 도가 금수(禽獸)로 떨어져 망국의 화(禍)에 이르게 할 작정이나이까?
 
  가두(街頭)의 민의를 ‘옥하사담(屋下私談)’이라고 깔보는 권력자가 옛날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사옵니다. 항간의 절절한 민의를 ‘쑥덕공론’이라고 얕보는 이가 옛날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사옵니다.
 
  전하, 설의식(1900~1954) 선생에 따르면 홍경래의 난도 이 옥하사담에서 나왔고, 전봉준의 일거(一擧)도 이 쑥덕공론의 폭발이었나이다. 전하, 위정자는 항상 전전긍긍해야 하옵니다. 난세일수록 부단한 자책과 자성이 있어야 합니다. 언덕은 깎이어 낮아지는 것이요, 웅덩이는 메워져 높아지는 것입니다.
 
 
9 . 중전마마의 절친을 다스리시옵소서

  전하, 중전마마의 고교 동창이자 절친으로 알려진 손 모(某)와 관련된 추문에 대해 언관(言官)들이 탄핵하고, 백성들이 분노하기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났사옵니다.
 
  손이란 자는 유달산과 삼학도로 유명한 목포항의 고을개선(도시재생 뉴딜)사업에 대한 기밀문서를 받아서 자신의 이름 대신 조카와 지인, 그리고 자신의 남편이 이사장으로 있는 문화재단 등으로 하여금 목포 구(舊)도심에 있는 토지 29필지, 건물 24채를 매입하게 했다고 하옵니다. 그자가 집을 사들인 목포에 문화재청은 500억냥(원), 조정(정부)은 1100억냥을 투입하였다고 하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이는 불법 부동산 투기를 넘어 권력형 비리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그가 중전마마의 절친이 아니라면 감히 엄두도 못 낼 일일 것이옵니다.
 
  그자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이 되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니, 이는 개전(改悛)의 정(情)이 전혀 안 보이는 것이옵니다. 그러고도 “억울한 정도가 아니라 어이가 없다”며 항소의 뜻을 밝혔습니다.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그자는 “목포 고을개선 사업이 이미 알려진 내용”이라고 했으나 형조는 “목포(시)청이 보안이라면 공개하지 않은 비밀정보가 맞다”고 했습니다. 또 “조카에게 매입대금을 증여했다”는 그자의 주장 역시 “취득세, 등록세, 집 수리비용까지 전부 손이 직접 지불했고, 손이 실권리자이기에 차명”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그자는 “전 재산과 국회의원직과 생명까지 걸고 사실이 아니다”고 외쳤습니다. 지금도 외치고 있습니다. 그처럼 뻔뻔한 자는 듣도 보도 못 했습니다.
 
  그자의 ‘정신승리 심리’가 몹시 부럽다는 백성이 있습니다. 만약 최종심(대법원)에서도 유죄 판결이 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자가 지난 3월에 공개한 재산은 모두 46억3483만냥이었습니다. 땅이 13억1975만냥어치, 건물이 22억792만냥어치였습니다. 각종 골동품과 예술품은 28억1800만냥이었습니다.
 
  언젠가 그자는 자신이 휴대용 앙부일구(仰釜日晷·해시계) 컬렉터라고 말했는데, 자신이 갖고 다니는 앙부일구가 7000만냥짜리라고 했다지요? 그리고 고급 앙부일구를 30여 개나 가지고 있었다니 어림잡아 20억냥은 됩니다. 흥미롭게도 명품 앙부일구가 30여 개라고 밝힌 시점이 2015년 8월인데, 1년 뒤 국회의원이 되고 행한 재산등록에서 3개(7100만냥)만 달랑 신고했다고 하니, 나머지는 어딘가에 분명히 숨겨 두었을 것입니다. 나라의 녹을 받는 자가 이렇게 사특할 수가 있사옵니까?
 
  그자는 또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목포에) 나전칠기박물관을 만들면 (제가 가지고 있는) 17~21세기 유물을 다 넣은 채 드리려고 합니다. 다 합하면 100억냥도 넘을 텐데 목포청과 전라감염에 다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문을 닫았지만 한양 이태원동에 있던 한국나전칠기박물관 수장고와 전시실에 있던 공예품과 골동품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반드시 그자가 자기 입으로 한 말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전하, 그자의 정신승리가 약속 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굽어 살피소서.
 
 
10 . 天動說 지지자들

  전하, 지금 전하의 성총(聖聰)을 흐리게 하고, 민심을 요동케 하는 자들은 후안무치(厚顔無恥)하기 그지없는 자들입니다.
 
  내면의 소리는 알 수 없으나 겉으로는 당당합니다. 남의 잘못은 시시콜콜하게 자잘한 것까지 지적하면서 자신의 허물은 못 봅니다. 이를 서양의 심리학에서는 ‘낙관적 착각’이라고 부릅니다. ‘이중 잣대(double sandard)의 정신승리’를 달리 표현한 말이옵니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자기 중심적 확증 편향에 빠진 자들입니다. 태양이 자기를 중심으로 뜨고 진다는 천동설(天動說) 지지자들입니다. 다른 심리학 용어로 ‘이기적 편향’ ‘자기 고양(高揚)적 편견’이라고 부릅니다. 큰 정의를 위해 작은 목소리는 외면해도 무방하다고 믿는 식입니다. 큰 불의를 위해 자신의 작은 허물은 괜찮다고 믿는 식입니다. 그런 점에서 효용론자이고 공리주의자들입니다. 50대 49.9라도 ‘0.1’이 앞서면 그게 대의라고 믿어버립니다. 도덕적 역치가 낮은 자들입니다.
 
 
  “전하를 풍자하는 벽보를 붙여 한 유생이 재판을…”
 
  조정에서 녹을 먹고 사는 벼슬아치들은 하나같이 융복합 인재들입니다. 자본주의의 단맛에 이골이 나 있는데도 한때 사회주의 이론을 공부한 자들입니다. 복잡한 정신구조를 가진 자들입니다. 청(淸)나라 말기 이종오가 말한 후흑(厚黑)의 무리들입니다. 어찌하여 전하 주변에는 이런 ‘AI 인재들’밖에 없습니까.
 
  지금 사대당과 조정의 신료들 사이에서 전하를 ‘태종’ ‘세종’에 빗대는 ‘용비어천가’를 부르고 있나이다.
 
  전하가 총애하시는 원임 승지 고 모는 “전하를 모시는 건 큰 영광”이라고 했삽고, 강원관찰사를 지낸 이 모는 전하를 “태종과 같다”며 “이제 세종의 시대가 올 때가 됐다”고 이야기를 늘어놓았습니다. 스스로 전기수(작가)가 되기를 원한 전임 판서 유 모는 전전전임 선대왕(노무현)을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분”이라고 했고, 전하를 “새 시대의 첫차에 탑승했다”고 평하였습니다.
 
  참으로 답답합니다. 이런 간녕배들이 날뛰고, 답답한 백성들의 하소연은 외면하니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한 광대(개그맨)는 전하의 이름(문재인씨)을 입에 올리는 데 예를 갖추지 않았다 하여 전하의 지지자들에게 혼쭐이 나고서야 사과문을 냈다고 합니다. 성균관 구내에서 전하를 풍자하는 벽보를 붙였다는 죄로 한 유생(대학생)이 재판을 받고 있사옵니다.
 
  전하, 임금의 잘못을 누설하는 자를 용서하시면 전하의 능력이 드러나게 됩니다. 직언하는 자의 정직함을 좋아하는 것은 전하의 능력을 보이는 것이고, 직언하는 자의 말이 좀 거칠더라도 어질게 받아주면 전하의 능력이 그만큼 배가 될 것입니다. 진언과 비판이 사라지면 임금의 미덕을 천하에 드러내 보이지 못하게 될까 염려되옵니다.
 
  소인이 들으니 한나라 때 가산(賈山)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하옵니다.
 
  “벼락이 치는 곳에 꺾이지 않는 것이 없고, 만근이 누르는 곳에 가루가 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러나 임금의 위엄이란 벼락보다 무섭고, 임금의 권력이 어찌 만근만 되겠는가. 그러므로 임금이 신하더러 직언을 하라고 원해도 오히려 두려워서 감히 말을 다하지 못하는데, 만약 벼락 같은 위엄으로 겁을 주고 만근 같은 권력으로 누른다면, 비록 요순(堯舜) 같은 지혜와 맹분(孟賁)같이 용맹 있는 자라 한들 어찌 꺾이지 않으리오. 이렇게 한다면 임금은 자신의 잘못을 알 수 없게 되어 결국 나라가 위태롭게 된다.”
 
  혹여 전하께서는 원임·현임 형판이나 중전마마의 절친 손 모, 그리고 조정의 여러 신하들과 관련된 의혹들에 대해 다 시정의 소문일 뿐이라고 가벼이 여기실지도 모르겠사옵니다. 옛날 대진국(大秦國·로마)의 집정(執政)이었던 개살(凱撒·카이사르)은 자신의 아내와 관련된 추문이 돌자 바로 아내를 내쳤습니다. 혹자가 ‘소문만으로 너무 지나친 것이 아니냐’고 힐난하자, 개살은 “개살의 아내는 소문만 있어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개살이 대진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고, 대진국이 이후 400년 가까이 천하를 호령한 것이 어찌 우연이라 하겠사옵니까? 전하께서는 부디 개살의 고사(古事)를 마음에 새기소서.
 
 
11. 국정自害

  사실, 전하께서는 덕이 없으셔서 어린 백성을 두부 자르듯 편을 나누었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 자본가와 노동자, 무주택자와 유주택자, 강남과 비(非)강남, 원전과 친환경,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누었습니다. 국민보다 진영, 국가 이익보다 이념, 나라보다 선거를 우선시하는 정파의 대변자였습니다. 탄핵된 선왕의 잘못을 고치기는커녕 거꾸로 내달렸습니다. 국정자해(自害)였습니다. 역병의 창궐로 민심이 흉흉한데 특정 교파를 역병의 온상으로 지목하는가 하면 방역에 전념해야 할 의사와 간호사들까지 갈라치기하시어 백성의 마음을 찢어발기어 더욱 신산(辛酸)스럽게 하였습니다.
 
  전하가 잘못한 일이 그믐과 삭일(朔日) 같아서, 태풍이 쓸고 간 강물처럼 멈출 기약 없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희망을 접었습니다. 가망이 없습니다. 위망(危亡)의 화(禍)가 언제 닥칠지 백성들은 불길해하옵니다.
 
  전하, 그러나 지금이라도 그 못난 힘을 다하여 제발 저 똥통에서 헤어나셔서 특정 이념에 젖은 교활한 조정의 간신과 내시들을 먼저 내치소서. 장차 후세인들이 전하를 어떤 군왕으로 기억하겠습니까. 부디 통촉하소서. 바라옵건대 소인의 말을 저버리지 말고 국적(國賊)을 토죄(討罪)하여 기울어져가는 사직(社稷)을 보존하소서. 더는 퇴보하지 말며 분발하기를 엎드려 비나이다.
 
  (참고: 조선 연산군 시절 문신 박처윤, 조선 단종 시절 사육신 하위지의 상소문)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202011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2020년4월부록
정기구독 이벤트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월간조선 2018년 4월호 부록
신협중앙회 여성조선 공동 주최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